“자기야! 지난번 파티 때 인사 나눴던 OOO 대표 기억해?”
“글쎄, 인사를 나누긴 한 것 같은데 얼굴이 잘 기억나지 않네.”
“왜, 그 어두운 네온 조명 아래서도 유독 치아가 하얗고 가지런했던 남자분 있었잖아. 우리한테 밝게 웃으면서 인사했었는데, 기억 안 나?”
“아, 맞다! 이제 기억난다!”
미국 상공 회의소 연말 행사에서는 국내에 진출해 있는 글로벌 기업 대표나 대사관 관계자 등 많은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아내가 여행사 운영을 하며 오래전부터 멤버로 가입되어 있었고, 이젠 치과도 멤버가 되어 중요한 행사에 종종 부부동반으로 참석하고 있다. 이런 모임에서는 익숙하고 반가운 이들도 만나지만 처음 인사를 나누게 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연말 행사에서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눴던 한 기업의 대표를 떠올리며 아내와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도무지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아내가 그의 외모적 특징을 설명하며 상기시켜주었다. 유난히 하얀 치아가 눈에 띄었던, 밝고 환한 미소 때문에 인상이 참 좋아 보였던 그를 기억하자 전체적인 모습과 그와 나누었던 대화들까지도 생생하게 떠올랐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기억할 때 그 사람의 이름보다 외모를 떠올리는 경우가 매우 많다. 인간의 뇌는 문자보다 그림이나 영상 같은 이미지를 더 먼저 떠올리고 기억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 ‘코끼리’라는 말을 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코끼리’라는 글자보다 코끼리의 긴 코, 큰 귀, 뾰족한 상아 등 특징적인 모습 즉, 코끼리의 이미지를 떠올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억 속 누군가를 떠올릴 때 우리는 주로 그 사람의 특징적인 외모를 기억한다. 주로 부리부리한 눈, 날카로운 눈매, 짙은 눈썹, 오뚝한 콧날, 두꺼운 입술 등 이목구비가 그 특징이 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앞니의 특징이 도드라진다면 더욱 기억하기 쉽다. 앞니는 인상을 좌우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심미적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앞의 여섯 치아 중에서도 ‘중절치’라고 불리는 가운데 두 개의 치아는 앞니의 심미적 기능에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중절치는 얼굴의 좌우 대칭을 잡아주며 옆모습의 경사도를 좌우하기 때문에 앞니의 균형이나 돌출 양에 따라서 정돈된 인상을 주기도 하고 서구적인 미적 기준을 충족하기도 한다. 즉, 이 두 개의 치아가 어떻게 생겼느냐에 따라 사람의 전체적인 인상이 달라지게 된다.
앞니가 심하게 벌어져 있거나, 옥니처럼 들어가 있거나, 앞니 두 개가 마주 보며 기울어져 있거나, 옆의 측절치가 안이나 밖으로 겹쳐져 있으면 얼굴의 균형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고 진중하거나 정돈된 인상을 주기 어렵다. 또, 앞니의 돌출 양에 따라서 코와 입이 이루는 경사도가 달라지는데, 돌출이 심한 경우 옆모습이 마치 유인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한국인들도 서구 문화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어서 언제부턴가 서양인들의 평평한 얼굴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다수의 교정 치료 환자들을 초진 상담해보면 평평한 옆모습을 훨씬 더 선호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실제로 대중적으로 선호하는 코와 입술의 경사도를 맞추고 좌우 대칭이 되도록 앞니의 위치를 잡아주는 교정치료만으로도 인상은 크게 달라진다. 입이 들어가면 상대적으로 콧날이 오뚝해 보이고 세련된 인상까지 풍길 수 있다. 그래서 고른 치아와 정돈된 앞니는 때론 자신감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대부분 고른 앞니를 가진 사람들은 웃을 때 손으로 입을 가리지 않고 치아를 드러내며 밝고 환하게 웃는다. 좋은 인상이 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만났을 때 앞니가 벌어진 사람, 치아가 고르지 못한 사람, 덧니가 심한 사람으로 기억되기보다는 자신감 넘치는 사람, 가지런한 치아를 가진 사람,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 단정한 인상의 사람으로 기억되는 편이 훨씬 더 좋지 않을까?
앞니는 이렇게 인상을 좌우하는 심미적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음식을 뜯거나 잘라내는 저작 기능도 하고 있다. 한번은 70대 환자가 병원에 찾아와 국수를 잘라 먹기가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했다. 다른 병원에서 앞니 부분 틀니를 했는데, 틀니를 한 이후부터 앞니로 면을 잘라 먹을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무언가를 한입 베어 문다든가 국수나 라면 등의 음식을 잘라 먹을 때 그 역할은 앞니가 담당한다. 그러나 위아래 앞니의 배열이 맞지 않으면 아무리 부드럽고 연한 음식도 잘라 먹기 어렵다. 환자의 틀니는 윗니가 너무 앞으로 돌출되어 있어서 아랫니와 이격이 생겨 음식을 자르기 힘든 구조였다. 틀니에 생긴 윗니와 아랫니의 이격을 재조정한 후, 환자는 다시 예전처럼 앞니로 음식을 잘라낼 수 있게 되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앞니의 각도, 위치에 따라 음식을 씹을 수 있고, 없고가 결정되는 셈이다.
이와 같이 앞니의 각도나 위치가 저작의 기능을 하는 것과는 별개로 발음의 기능을 담당하기도 한다. 하루는 끼웠다 뺐다 할 수 있는 ‘가철성 틀니’를 사용하고 계시는 할아버지 한 분이 내원하셨다. 상담을 하다 보니 할아버지의 발음이 새고 부정확하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인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치아의 기계적인 장애로 발음에 문제가 생긴 것이었다. 특히 ‘ㅌ, ㅊ’와 같이 혀가 앞니에 머물렀다가 떼면서 내는 파열음이나 파찰음, ‘ㅅ, ㅆ’와 같이 혀가 앞니의 적당한 위치에 있어야 정확한 소리를 낼 수 있는 마찰음의 경우에는 발음에 더욱 문제가 생겼다. 할아버지의 틀니를 살펴보니 역시 윗니와 아랫니의 교합이 잘 맞지 않고 많이 들떠 있었기 때문에 부정확한 발음을 낼 수밖에 없었다. 틀니를 새로 제작하는 것이 부담된다는 할아버지를 위해 기존의 틀니를 조정해 발음을 향상 시켜 드리는 방법을 택했다. 이렇게 앞니의 교합이 잘 맞지 않으면 씹는 것도 문제가 생기지만 발음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밖에도 앞니의 중요한 기능으로는 어금니를 보호하는 역할도 꼽을 수 있다. 우리 몸에는 약 650개의 근육이 있는데, 이 수많은 근육 중 가장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교근이다. 어금니를 꽉 깨물어 무언가를 물 때 교근을 사용하는데, 인간이 최대 발휘할 수 있는 교근의 힘은 무려 90Kg에 이른다고 한다. 교근의 힘은 수직으로 어금니에 가해지는데, 이때 너무 과도한 힘이 가해지지 않도록 스위치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앞니다. 또한 앞니는 외부로부터 구강 내부를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아주 뜨겁거나 찬 음식을 먹을 때 혀와 함께 온도를 판단해 입 밖으로 내쳐 몸을 보호하기도 하고, 음식의 경도를 판단하기도 한다.
인간의 치아 수명은 100년, 그 이상으로 본다. 물론 과도하게 혹사시키지 않고 꾸준한 관리를 해줄 때 가능한 얘기다. 예전에 한참 인기 있었던 개그 프로에서 단단한 생무를 앞니로 빠르게 갉아내는 개그맨이 있었다. 방청객이나 시청자들은 그의 개그를 매주 기다리고 환호했지만, 치과의사 입장에서는 다소 걱정스러운 장면이기도 했다. 가끔 병마개를 치아로 따는 사람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앞니는 자신감의 원천이 되기도 하고, 좋은 인상을 심어주기도 하고, 아름다운 미소를 짓게 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잘 씹고, 정확한 발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는 소중한 앞니를 조금만 더 신경 써서 관리하고 아껴주는 것도 자신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꼭 잊지 말았으면 한다.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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