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성서의 인물 모두 동물의 언어를 이해하며 대화가 가능했다. 그런데 창세기에서 보면 아담의 갈비뼈로 만들어진 이브가 뱀의 유혹에 넘어가 무화가 열매를 따먹음으로써 아담과 함께 낙원에서 추방되고, 이후 이 두 사람은 영적 교감 능력을 잃고 한 차원 낮은 언어 능력인 발성을 사용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고차원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지만 상실하고 발성체계를 갖는 ‘목소리’에 의존하게 된 과정을 신화적으로 해석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사실 인간에게는 원래 고차원적인 언어 능력이 있었지만 퇴화한 것인지도 모른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목소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펴보려면 먼저 우주의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140억 년 전, 아무것도 존재 하지 않던 무(無)의 공간에 우주 대폭발인 빅뱅이 일어난다. 이후 중력을 갖게 된 가스들이 뭉치면서 별들이 생겨나고, 은하와 태양계가 생기고, 2%의 수소와 98%의 헬륨으로 구성된 지구도 탄생한다. 시간이 흘러 지구에는 최초의 생명체가 출현하고 더불어 DNA의 일부 절편도 형성된다. 태초의 지구는 생명체가 살 수 없는 조건이었지만, 이 기간 동안 커다란 변화로 인해 비로소 생명의 별이 되었다.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는 산소 21%, 질소 78%, 헬륨 0.1%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공기의 구성은 생명체가 호흡할 수 있는 황금비율인 동시에 음파를 형성하기 위한 밀도를 제공한다. 만약 공기가 지금과 다른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면 목소리를 내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금성의 경우 대기의 96%가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는데 목소리를 만들기 위한 공기 밀도가 형성되지 못해 누구도 목소리를 낼 수 없다. 화성 또한 대기의 밀도가 지구보다 약 100배 낮고, 구성 또한 금성처럼 대부분 이산화탄소로 이루어져 있어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우리가 생성 초기의 지구에 있다고 가정해봤을 때 우리는 오락 프로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꽥꽥거리는 소리를 내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는 당시 대기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던 헬륨 가스 때문인데, 이는 성대의 긴장도를 변화시켜 오리와 같은 소리를 내게 한다. 에베레스트 산처럼 공기의 밀도가 낮은 곳에서는 목소리가 얇고 날카로워지며, 반대로 밀도가 높은 곳에서는 굵은 목소리가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지구는 발성을 위한 최적의 대기환경을 갖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호흡하는 공기의 밀도와 성분은 목소리 생성과 절대적이고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하지만 현대 과학은 생명 탄생의 비밀을 ‘유전자’에서 찾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에 의하면 목소리와 관련된 유전자는 FOXP2이다. 2001년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과학자들은 언어나 말을 개발할 수 있는 일련의 유전자를 밝혀냈다.
이들이 영국의 한 가족 3세대를 조사한 결과, 31명의 가족원 중 거의 반 이상이 언어와 말의 불일치를 일으키고 있었으며, 그 중 15명의 가족원들이 FOXP2라는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공유하고 있었다. 놀라운 것은 715개의 분자로 구성된 이 유전자가 인간의 경우 쥐와는 3개, 침팬지와는 단지 2개만 분자구조가 다르다는 점이다. 이런 미세한 차이가 단백질의 모양을 변화시켜 얼굴과 목, 음성기관의 움직임을 통제하는 뇌의 일부분을 훨씬 복잡하게 형성하고, 이로 인해 인간과 동물의 능력에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FOXP2는 진화 과정에서 생겨난 유전자로, 인간에게서만 발견된다. 이는 인간이 유전적으로 목소리를 갖고 언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인간이 언어를 만들었다기보다는 언어가 인간을 만들었다”라고 주장한 자크 모노(Jacques Monod)의 가설을 뒷받침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와 같이 태초의 지구에서 탄생한 단세포 생물이 진화를 거듭하다가 목소리와 언어를 갖게 되었다고 하기에는 그 과정이 너무나 오묘하고 복잡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 모든 과정이 누군가에 의해 미리 짜여진, 정교하고 방대한 프로그램 속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닌가 추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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