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원 전 7세기 피타고라스의 ‘갓난아이와 같이 약해진다’라는 기록처럼, 치매는 오랜 기간 인류를 불쾌하게 만드는 불치의 병이자, 피할 수 없는 수명의 재앙 중 하나였다. 그로부터 2400여년이 지나, 17세기에 현미경을 발명한 레벤후크 덕에 현대 의학이 400여년 간 눈부시게 발전했음에도 아직까지 치매는 불치병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우리는 모든 걸 그저 순종적으로 받아들이는 시대에 살고 있지는 않다. 치매는 점차 정복되어가고 있다.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 타우 단백질이라는 원인 물질에 대한 것도 어느 정도 연구가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치매가 오기 전 단계인 예비 치매의 프로세스도 어느 정도 규명해냈다. 덕분에 진행을 더디게 만드는 도네페질, 리바스티그민, 염산메만틴의 발견과 여러 임상적 치료 방법의 개발 덕택에 이제는 미리 대비하면 어느 정도 인지 기능 및 기억력 손상으로 인한 파괴적 뇌기능 손실에 저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2017년 기준, 대한민국 65세 이상 노인 인구 수는 정확히 706만6201명이다. 그리고 이 중 9.94%에 달하는 70만2436명이 국가에 신고된 치매 환자다. 신고되지 않는 치매 환자들과 65세 이하 치매 인구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많이 늘어날 것이다. 총 인구 수 대비 65세 인구가 17%를 넘는 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에서 묵과할 수 없는 비율의 질환으로, 이제는 비교적 젊은 세대인 40대부터 치매와의 전쟁을 준비하는 게 당연한 사회 분위기로 정착하고 있다.
이런 이들이 간과하지 말아줬으면 하는 것은 단연 예비 치매 증상이다. 예비 치매의 증상은 일상 생활을 할 수는 있지만, 건망증과 뚜렷하게 구별되는 점이 있다. 건망증과는 달리 자신이 무얼 잊었는지조차 모르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점이다. 환자 본인이 느낄 수 있는 것은 날짜가 아예 기억나지 않는다든가, 정말 사소하지만 세면대 물을 잠그는 것을 잊고는 수도꼭지를 만진 기억도 없는 것, 또는 후각 및 미각이 둔해진다거나 하는 증상들이다. 타인이 확인할 수 있는 증상으로는 간단한 인지 장애 상태가 있다. 만지고 불러도 상대가 반응이 전혀 없거나, 혹은 우왕좌왕 하는데 말하고 붙잡아도 진정하지 않는다면 예비 치매를 의심해 볼만하다.
일반적으로 멀쩡한 사람이 치매에 걸릴 확률은 1% 내외라고 한다. 하지만 예비 치매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4년 안에 치매의 영역으로 진입할 확률은 50%가 넘는다. 그야말로 치매로 가는 급행열차인 셈이다.
그러나 당장 시름을 앓을 필요는 없다. 예비 치매 증상을 미리 확인하고, 검진을 통해 상태를 명확히 분석할 수 있다면 병원에서의 정확한 검진과 진단을 통해 충분히 그 진척을 늦추고 안전한 일상 생활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치료 과정과 병행하여 적절한 운동과 함께 커큐민, 베타인, DHA, 알긴산 등 혈관 건강에 좋은 영양분이 많이 함유된 강황, 천마, 퀴노아, 어류, 해조류 등을 자주 섭취하여 치매로 직결되기 쉬운 뇌혈관 건강을 신경 쓰는 것도 좋다.
그리고 내일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모든 생명이 죽음을 안고 태어나더라도 누구도 죽기 위해 살진 않는다. 마찬가지로 의사도 결과가 아닌 원인을 향해 투쟁하는 존재다. 모든 질환과 증세에는 분명한 원인이 있다. 치매의 원인을 확실하게 밝혀내는 것은 현재, 전세계 모든 뇌의학자들의 소망이자 가장 뜨거운 목표이다. 예비 치매를 통해 치매의 원인을 명명백백히 규명하는 날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