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어제까지만 해도 잘 보이던 글씨가 어떻게 이렇게 하루 아침에 안보일까요?”, “선생님, 전 노안이 오니까 훨씬 잘 보여서 정말 좋네요.” 노안이 온 환자들의 흔한 반응이다. 보통 노안이 왔다고 하면 ‘눈이 무겁다’, ‘시력이 떨어진 것 같다’며 불편함을 호소하기 마련인데, 노안 때문에 오히려 즐겁다는 말을 들으면 필자도 가끔 어르신들께 노안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다.
노안이 와서 시력이 나빠졌다고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그런데 정말 노안이 오면 시력도 떨어질까? 엄밀히 말하면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노안은 노화로 인해 가까운 것과 먼 것에 초점을 맞추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지, 대부분 시력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초점이 흐려 보이니 시력도 떨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시력을 측정해보면 노안 전후가 동일한 경우도 많다. 만약 시력이 많이 떨어졌다면 백내장이나 다른 안과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근시에게 노안이 오면 어떨까? 평소 신문 글씨가 너무 작아 눈이 아프다는 어르신은 ‘노안이 오니 이제 안경 없이도 신문을 읽을 수 있다’고 하시는데, 여기에는 큰 오해가 있다. 근시는 원래 가까운 거리가 잘 보이고 먼 거리는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나이가 들어 수정체와 주변 근육의 노화로 인해 조절력이 떨어져도 근거리를 보는 데 불편함을 느끼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노안이 왔더니 오히려 눈이 좋아졌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경우는 오히려 눈 건강에 적신호가켜졌다고 볼 수 있다. 백내장 증상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 눈 속 수정체에도 노화가 시작된다. 수정체는 갈수록 뿌옇게 변하는데, 가운데 부분이 탁해지는 단계에서는 수정체가 두꺼워 지면서 일시적으로 근시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작은 글씨가 또렷하게 잘 보이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백내장이 더욱 진행되어 시력이 이전보다 크게 떨어지게 된다.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나타나는 노안. 눈이 좋든 나쁘든 어느 날 갑자기 주변이 흐릿하게 보이거나 눈을 살짝 찡그려야 스마트폰의 문자메시지가 잘 보인다면 가볍게 여기지 말고 가까운 병원에서 내 눈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자. 담당 의사에게 노안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황하지 말고 나이가 든 내 눈을 위해 돋보기 안경이나 수술로 눈 건강을 지켜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