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의사가 되고 치과를 직접 운영하면서부터 숙제처럼 따라다니는 고민이 하나 생겼다. 바로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신뢰와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치과를 만들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과거 치과는 치아의 기능회복 및 치료의 목적으로만 찾는 의료기관으로 서비스에 대한 특별한 고민 없이 아프고 불편한 치아만 잘 치료해주면 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고르고 가지런한 치아가 미를 좌우하는 하나의 기준이 되고 치아미백, 라미네이트와 같은 심미치료가 대중화되면서 사회적으로 치과에 대한 이미지가 변화되었다. 전문성은 기본이요, 질 좋은 의료서비스가 좋은 치과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된 것이다. 이는 아프고 불편한 치아를 치료해주던 단순 의료기관의 개념을 넘어 심미적 기능까지 회복할 수 있는 뷰티플레이스의 개념이 더해진 결과가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론 이렇게 변화한 치과의 이미지가 나쁘지만은 않다. 치과의사로서, 병원의 운영자로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늘어나긴 했지만 한층 편안해진 치과의 이미지로 인해 보다 많은 환자들이 방문하여 치아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회적으로 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충치, 신경치료 외에 치아교정, 임플란트, 심미치료 등의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치과 진료는 점차 세분화 되고 업계 경쟁 또한 심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다양한 강점을 내세운 치과가 많아지긴 했지만 진단 내용, 시술 방법, 치료비용 등에 차이가 있어 환자 입장에서는 오히려 선택이 쉽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진료 상담을 위해 찾아온 환자들의 성향도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느낀다. 많은 환자들이 개인적으로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체크리스트를 작성하고 그 기준에 맞게 여러 군데 상담을 진행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현명하게 치과를 선택하고 치료받는 환자가 많아지면서 내부적 고민과 부담이 커졌다. 하지만 오히려 마음은 편하다. 환자 나름의 깐깐한 검증과정을 거쳐 선택되었다면 그만큼 우리 병원이 경쟁력이 있다는 뜻이니까.
치아는 신체의 중요한 부위이다. 따라서 환자가 치료받을 치과 선택에 신중을 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다만 그 기준이 개인에 따라 비용이 될 수도 있고, 전문성과 사후관리 여부가 될 수도 있다. 모든 환자의 기준을 100% 충족시킬 순 없지만 분명한 것은 병원이 아닌 환자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하고 고민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치아가 상하고 아파서, 혹은 치아로 인한 외적 콤플렉스 개선을 위해서 등 환자가 치과를 찾는 이유는 다양하다. 치과는 환자가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필요한 치료를 제공해줄 의무가 있다. 때문에 무작정 치료를 유도하기 보다는 환자가 찾아온 이유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치과는 환자를 치료해주는 의료기관인 동시에 환자가 있어야 운영되는 기업이기도 하다. 이것이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발전해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좋은 치과를 만들기 위한 고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역지사지[易地思之]’ 정신으로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훗날 많은 이들에게 다시 찾고 싶은 치과로 기억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