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캐럴(Lewis Carroll)의 동화,「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는 앨리스가 겪는 환상적인 모험이 그려지고 있다. 그 이야기 중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이상한 나라에서 빠져 나가는 길을 찾던 중 갈림길을 만난 엘리스가 꾀 많은 고양이 체셔에게 묻는다. “어떤 길로 가야 하나요?”체셔가 되묻는다. “어디로 가는데?”앨리스의 대답은‘모른다’였다. 체셔는 웃으며 말한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 어디도 갈 수 없어!”
병원도 마찬가지다. 병원 경영자들 중 상당수는 앨리스처럼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 병원 문을 여닫고 있다. 애초에 가려고 했던 곳이 없으니 어디에 가있어도 자기 자리가 아닌 것처럼 어색하고, 주변이 낯설 수밖에 없다. 핵심가치의 부재에 따른 지극히 당연하고 보편적인 결과다. 그리고 설사 어떤 핵심가치가 설정되어 있다 손 치더라도 그 실현 여부는 집단 구성원 모두가 얼마나 그것을 공유하고 있느냐에 달려있다.
언젠가 한국을 방문한 GE의 잭 웰치(Jack Welch) 회장에게 누군가가 물었다.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로 선정된 비결이 뭔가요?”그의 대답은 간결하고 분명했다. “딱, 한 가지입니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고, GE의 전 직원 역시 내가 어디로 가려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겁니다.”그가 가려 하는 곳. 그리고 전 직원이 알고 있는 그 곳에 GE의 핵심가치가 있다.
그러면 어떤 핵심가치를 가져야 할까? 우리는 그 예를 사우스웨스트에서 찾을 수 있다. 만약 이 기업의 CEO에게 오늘의 성공 비결을 묻는다면 그도, 잭 웰치 못지않게, 전혀 주저함 없이 대답할 것이다. ‘우리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다. 이 점만 잊지 않는다면 당신도 나 못지않게 훌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라고. 가령 몇몇의 탑승객이 기내식을 요구하며 서비스개선을 주장해 올 때(지금껏 이 항공사는 간단한 음료 정도 이외에는 기내식이 없었다), CEO든 마케팅 담당자든 생각은 하나, ‘기내식을 제공해서는 가장 저렴한 항공사로 남을 수 없다’이다.
이렇게 순간순간, 동화 속의 엘리스가 만난 갈림길과 같은 곳에서 판단과 방향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것. 사우스웨스트로 하여금 자신의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게 하는 것. 핵심가치는 그런 것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핵심가치가 가진 궁극의 힘이다.
다시 병원으로 돌아와, 오늘의 병원들은 과연 어떤 핵심가치를 가지고 있는가? 전문 분야별로 내세우는 소구점(appeal point)은 (분야가 다르니 당연히) 다르지만 일단 같은 분야 안에 들어서면 서로 대동소이, 이 병원 저 병원이 별다른 변별점을 찾을 수 없는 단어들을 나열하고 있는 것이 실정이다. 척추관절의 경우 ‘비수술’이나 ‘재발’, 안과는 ‘라식’, ‘안전’, ‘(저렴한)가격’, 성형외과에서는, ‘아름다움’, ‘흉터 없는’, ‘before-after' 등이 그것이다.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형종합병원의 경우에도 상황은 대동소이하다. 병원의 크기에 비례라도 하려는 듯 좀 더 큰 개념을 내세운다는것 뿐, 서로 간에 차이를 느끼기 힘든 ‘좋은 단어’들이 이것저것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들이 과연, 그 병원의 경영자와 직원들이 공감하고 있고 이루어내려고 할 만한 그 병원의 가치인가? 그리고 (내부 인사(?)들 조차도 공감하지 못하는) 그것이 그 병원 예상고객의 마음을 얼마나 끌 수 있는가? 경쟁자 대비 우위점이 없으니 고객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여타의 경쟁 병원을 마다하고 찾아온 고객이 있다면 그건 그 병원이 내세우고 있는 그러그러한 메시지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이다. 결국, 돈 들여가며 하나 마나 한 메시지를 외쳐대고 있다는 얘기다.
고객의 마음을 끄는 세계 유수 기업의 핵심가치를 들여다보면 하나의 공통된 대전제를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의 이익을 떠난, 고객과 사회가 필요로 하는 가치라는 것이다. 나이키-이길 수 있다는 의지, 레고-어린이의 안전, 코카콜라-행복, 펩시콜라-젊음, 애플-Difference, 볼보-안전, 도요타-신뢰 등의 그것이다.
이제는 병원도 제대로 된 핵심가치를 선정하는 일을 최우선의 과제로 삼아야 한다. 그 뒤라야 비로소 중장기적 비전과 중∙단기 목표가 선명해진다. 바람직한 병원 경영자라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뭔가요?’라는 질문에 간결하고, 명확하고, 일관된 답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그 답은 경영자 혼자만의 것이 되어서도 안 된다. 그것은 이미 전 조직 구성원이 공유하고 있는, 그 병원의 문화이며 정신이 되어 있어야 한다.
오늘날 대다수의 병원이 자신의 실체를 고객에게 전달하려 할 때 직면하는 숱한 문제는 영양실조에 따른 이상증세다. 오래도록 보충되지 못했거나 태어날 때부터 없었던 절대 영양소의 결핍이다. 그런데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지금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책과 앞으로 성공적인 대고객커뮤니케이션의 실마리가 될 그 영양소가 병원 내부 어딘가에 있다는 것이다. 바로, ‘핵심가치의 정립과 공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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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브랜드가 자산이 되려면?] ‘성공한 브랜드는 그 자체가 곧 자산이다’는 사실은 이미 상식이 된지 오래다. 병원브랜드도 예외일 수 없다. 분명한 것 하나는 병원브랜드가 자산이 되는 시발점이 그 병원브랜드가 내세우고 추구하는 핵심가치에 있다는 것이다. 명확한 핵심가치가 시간을 두고 고객의 기억 속에 쌓여갈 때, 고객에게는 브랜드 선호로, 병원에게는 이익 확대로 나타나 결국, 병원브랜드 자산의 증가가 이루어진다.
/기고자: 송재순 jssong4@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