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임박… ‘외상후 스트레스’ 해소 방안은?

입력 2021.10.19 07:15

의료진·환자에 가족까지 만연… ‘심리 방역’ 대책 필요

의료진이 앉아 있는 모습
단계적 일상회복을 앞두고 의료진 PTSD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전환을 앞두고 의료진·환자들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2년 가까운 시간 동안 대유행이 지속되면서, 직접적으로 코로나19를 경험한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후에도 쉽게 우울, 불안, 공포 등을 떨쳐내지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전문가들은 사회 전반에 걸친 일상 회복 방안과 의료진·환자들이 트라우마를 예방·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모은다.

◇“확진자 절반이 PTSD 증상… 주변 사람도 겪을 수 있어”
PTSD는 사고, 폭력 등 심각한 외상으로 인한 신체·정신적 불안, 스트레스 증상이 장기간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큰 사고를 경험한 이들이 모두 겪는 것은 아니지만, 사고 규모나 심리적으로 받게 된 충격의 크기가 클수록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

코로나19에 따른 PTSD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대유행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대다수 사람이 코로나19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이로 인한 사회 전반적 감염병 트라우마가 생길 가능성 또한 높아진 상태다. 특히 코로나19 확진자 또는 확진 경험이 있는 사람과 주변 가족, 현장에서 확진자를 접하는 의료진의 경우, 일상 회복 후에도 장기간 PTSD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심민영 사업부장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의료진은 물론, 넓은 범위에서는 격리 경험이 있거나 코로나19 확진자가 대량 발생한 곳에서 생활한 사람들, 코로나19로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이 사망한 이들 역시 PTSD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한 PTSD 발생 위험은 이미 조사를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확진 경험이 있는 완치자 380명 중 192명(50.5%)이 PTSD 증상을 겪었다. 코로나19 대응 의료진 역시 773명 중 228명(29.5%)이 PTSD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상생활에도 영향… 사람 많은 곳 못가 퇴사까지
PTSD 환자들은 사고 당시를 연상시키는 작은 자극에도 크게 놀라거나 당시 상황이 계속해서 꿈에 나타나는 등 여러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이로 인해 매사에 과도한 불안감을 느껴 외출을 하지 않거나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수도 있다.

코로나19 이후 의료진·환자들에게 나탈 수 있는 PTSD 증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관련된 꿈을 꾸는 것은 물론, 관련 뉴스나 기침 소리, 사람이 많은 장소·상황에 큰 반응을 보이고 회피할 수 있으며, 격리 후 일상 복귀가 불가능해져 회사를 그만 두는 등 정상적인 사회 활동이 불가능해질 위험도 있다. 실제 일부 확진자는 자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으로 인해 몸에 나타나는 작은 징후들을 심각하게 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위험요인에 노출된 정도가 심할수록 이 같은 증상이 더욱 잘 나타날 수 있다. 심민영 부장은 “지난해 확진자의 경우, 완치 후 1년이 지났음에도 잠재적 위험요인에 대한 경계로 인해 제대로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며 “코로나19 특성상 무증상 확진이 많다보니, 감염으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더욱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심리 방역 반드시 필요… 장기간 관리·예방해야”
위드코로나 전환을 앞둔 시점에서 의료진·환자의 PTSD를 예방·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방역조치를 완화하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져 이들에 대한 관리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장기간 증상이 지속되며 사회적인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실제 현장 의료진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체력적·정신적 에너지 고갈과 스트레스 누적 등으로 인해 이직률, 사직률 상승 문제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중증 환자나 의료진, 구급인력 등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트라우마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한 상황”이라며 “재난 위기에 헌신하는 사람들의 피로를 해소하고 일상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의료진 PTSD 예방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은 물론, 의료기관과 정부 모두의 협조와 노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 사회구성원들의 경우 확진·격리 후 돌아온 이들이 일상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그들을 받아주고 위로·공감하는 노력이 요구되며, 지친 의료진을 위한 사회적 관심과 격려 또한 이어져야 한다. 정부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와 의료진의 정신건강을 장기간 후속 관리하는 등 물리적 방역과 함께 ‘심리 방역’에도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심민영 부장은 “PTSD는 우울증 다음으로 공존질환이 가장 많은 질환”이라며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만, 우울, 불안, 수면장애를 일으키거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에서 각종 중독질환을 일으키고 종국엔 자살률까지 높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상황이 끝난다고 해서 곧바로 추진·시행 중인 정책들을 마무리하기보다, 미래를 대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지속적으로 관리·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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