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재봉쇄 하는데, 일본만 ‘확진자 급감’… 왜?

입력 2021.11.16 09:11

백신 접종 효과’ ‘변이 소멸’ 의견 분분
비싼 검사비 때문 견해도

일본 거리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사망자 수가 급감한 것을 두고 여러 ‘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검사 유료화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주장 또한 나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DB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세 달여 만에 200분의 1 가까이 감소했다. 백신 접종률 상승에도 좀처럼 확산세가 줄지 않는 우리나라와 돌파감염으로 재봉쇄에 들어가고 있는 유럽 등 다른 국가들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일본에서만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서 그 배경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여러 이유를 추정하면서도, 현재까지는 명확한 원인을 특정할 수 없다고 의견을 모은다.

◇한 때 사망자 0명… ‘백신 접종 효과’ ‘변이 소멸’ 가능성 제기
15일 NHK 집계에 따르면 전날(14일) 일본 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34명을 기록했다. 지난 9일(202명) 이후 5일 만에 확진자 수가 다시 100명대까지 내려간 것으로, 같은 날 사망자 수 또한 2명을 기록했다. 지난 7일에는 작년 8월 2일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불과 세 달 전만해도 쉽게 예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당시 일본은 도쿄 올림픽 폐막 직후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매일 1만~2만명대 확진자가 발생했다. 8월 20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2만599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며, 9월 한때 사망자가 90명 가까이 치솟기도 했다. 당시와 비교하면 현재 확진자 수는 약 190분의 1 수준이며, 사망자 역시 45분의 1로 줄었다.

두 달 만에 일어난 급격한 변화에 일본 현지 전문가들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다. ▲백신 접종 효과 ▲철저한 감염 대책 준수 ▲일시적 집단 면역 효과 ▲일본 내 델타 변이 감염력 상실 등을 원인으로 추정하지만, 이 역시 확진자·사망자 급감 이유를 분명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도호대학 의대 다테다 가즈히로 교수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을 통해 “감염 급감은 한 가지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여러 요인이 있지만, 백신 효과와 철저한 감염 대책 준수가 매우 강하게 나타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본만 접종·방역 효과? “설득력 부족” 지적도
현지 전문가들도 언급했듯 이 같은 주장은 하나의 가설일 뿐이다. 모두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지만, 여러 측면에서 반론의 여지 또한 많다. 우선 백신 접종 효과의 경우 전세계적으로 돌파 감염이 일어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일본에서만 접종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본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지난 11일 기준 74%대로, 우리나라(78.1%)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며 연일 돌파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영국(68%대)과도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일본 내에서만 갑작스럽게 변이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떨어지고 소멸됐다는 설명 역시 근거가 다소 부족하다. 일본 내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가 확진자 급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 또한 최근 들어 나타난 변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갑작스러운 확진자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일본 내에서 방역 수칙이 잘 지켜지고는 있으나, 갑자기 더 철저하게 지키는 것은 아니지 않나”라며 “현지에서 방역수칙 준수, 바이러스 자멸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만, 명확한 이유라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국내 전문가들 “복합적 요인… 높은 검사비도 영향 가능성 有”
일본의 확진자 급감을 의아하게 보는 것은 국내 전문가들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지난 8~9월 일본 내 대규모 감염 이후 나타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현재 일본 현지 상황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만한 데이터가 많지 않은 상황으로,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다”면서도 “확진자가 실제로 줄었다면 최근 들어 통제가 잘되고 접종률이 올랐거나, 대규모 확진자 발생으로 인해 집단 면역이 형성됐기 때문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우주 교수 또한 “가설이지만 올림픽 이후 대규모 유행과 함께 백신 접종률이 높아졌다면 항체를 가진 인구집단 비중이 크게 늘면서 집단면역 형성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일본 현지에서 항체검사를 해보면 이 같은 가설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PCR검사 유료화로 검사량이 줄면서 표면적인 확진자 수가 줄어든 것뿐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천은미 교수는 “일본의 경우 검사 건수 대비 확진자 비중(11일 기준 2만6223건, 확진자 215명, 0.8%)이 낮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초기 발생 당시 그랬듯, 무증상자나 단순 접촉자는 높은 검사비용으로 인해 검사를 하지 않으려 한다. (확진자 수 감소에)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확진자 수만으로 코로나19 유행 규모를 판단해선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우주 교수는 “중증 환자 위주로 검사를 하면 환자 수가 실제보다 적게 카운트될 가능성이 있다”며 “검사 정책이 확진자 수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확진자 수만으로 유행 상황을 파악하지 말고 각국의 검사 정책 또한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일본 내 확진자 추세에 대해 계절 특성과 방역 완화 등을 고려했을 때 언제든 다시 확산세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엄중식 교수는 “백신 접종 국가들을 보면 접종률이 올라가고 방역 완화를 시작하지 않은 시기에는 확진자가 감소 추세를 보이지만, 방역완화 후 다시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다”며 “겨울이라는 계절적 특성까지 감안한다면 일본에서도 이 같은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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