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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아랫목이 그립다. 이젠 더 이상 불을 때서 난방을 하는 시대가 아니니 아랫목 개념도 덩달아 없어졌지만 겨울 하면 따뜻한 아랫목부터 떠오르는 건 아마도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일 게다. 방학 종이 땡 치면 내려가던 할아버지 댁은 안채와 뜰안채, 사랑채로 구성된 200년 된 한옥이었다. 따뜻한 아랫목에 모여 앉아 몸이 녹으면 이내 그동안 지낸 일들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한쪽 구석 온기를 더하는 화로에 가래떡이나 밤이라도 구우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아직도 마음 한쪽에는 그 따뜻한 기억이 여전히 촉촉하게 자리하고 있다.‘따뜻함’. 정서적이든 육체적이든 사람의 마음을 녹이고 긴장을 풀어주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단어다. 우리나라 사람은 뜨거운 음식을 먹거나 더운 물에 몸을 담그면서도 ‘시원하다’는 말을 하는데, 몸이 체온보다 높은 열에 적응하면서 근육이 순간 이완되는 상태를 이르는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온천처럼 따뜻한 물속에서는 부력의 도움을 받아 몸이 평소보다 더 편안하고 가볍게 느껴질 뿐만 아니라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면서 쌓인 피로물질의 분해와 노폐물 배출이 이루어지고 세포 하나하나까지 신선한 산소와 영양분이 빠르게 공급되니 새로운 생기로 가득 차게 된다. 이처럼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휴식과 건강을 선사하는 물을 이용한 웰빙(wellbeing)방법, 그것이 바로 스파의 본질이라고 하겠다.고대 로마의 건강 문화 ‘스파’로마인들은 목욕이 건강을 지켜준다고 믿어 대중탕을 도시 곳곳에 지었다. 당시 목욕탕은 단순히 몸을 씻는 장소에서 그친 것이 아니라 건강과 활력이 넘치는 집단 사교 장소로서의 역할을 담당했다. 시인들은 시를 낭송했고, 철학자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설파했으며, 정치가들은 정치담론을 나누는 공적이면서도 사적 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장소였다. 라틴어 ‘solus per aqu(물로부터의 건강)’이란 뜻에서 유래된 스파(SPA ). 그래서 고대 로마는 다양한 문화의 융성기이기도 했지만, 피부미용 분야에서는 정통 스파의 기원을 제공한다. 사실 목욕이 ‘문화’로까지 불리게 된데는 운동장보다 더 크고 넓은 목욕탕의 건설, 그 규모의 경제학을 살펴봐야만 한다. 초기 건설비용뿐 아니라 유지에도 많은 돈이 드는 이 시설이 대중에게 향유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관대함과 위대함을 미덕이라고 생각한 로마 황제들의 지원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러한 정치권력의 배려와 노예들의 서비스, 그리고 저렴한 사용료를 기반으로 목욕문화는 대중의 일상 속에 자리 잡은 것이다. 로마가 전 세계에 영향력을 미치는 제국으로 성장해가며 영토 확장과 더불어 다양한 생활양식도 함께 퍼져나갔다. 로마인들은 수원지가 좋은 곳이면 목욕탕을 건설하면서 유럽 전역부터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많은 스파 중심지를 개척했다. 비슷한 예로 오스만투르크제국의 영토 확장과 함께 터키식 목욕법이 세계적으로 전파된 것을 들 수 있다.국내 스파 산업 꾸준히 성장최근 우리나라의 스파 산업이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또한 세상의 변화에 발 맞춰 스파 트렌드도 확연히 달라졌다. 과거의 스파가 단순히 온천 수원지를 중심으로 치유와 건강의 개념이 강한 데 반해 현대에서의 스파는 트리트먼트를 중심으로 즐겁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가 복합적으로 적용돼 있다. 대표적으로 리조트나 호텔에서 테라피를 즐길 수 있는 리조트스파(resort spa), 일정한 스케줄에 의해 짜인 스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데스티네이션스파(destination spa), 한나절의 힐링을 제공하는 데이스파(day spa), 스포츠클럽 등과 연계 운영되는 클럽스파(club spa), 의료와 스파의 컬래버레이션인 메디컬스파(medical spa)에 이르기까지 종류가 다양하다.간단히 리조트스파를 예로 들어보자. 리조트 내에 위치한 테라피센터에서 테라피를 받는 동안 가족들은 워터파크나 사우나, 노천탕, 그리고 강한 수압의 물을 뿜어주는 기기 활용 워터테라피까지 동시다발적으로 즐길 수 있고, 숙박과 음식, 쇼핑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구성·제공되고 있다.거기에 적용되는 스파테라피도 다양해졌다. 굳은 근육에 물리적 힘을 가해서 풀어주는 게 좋은 테라피라는 기존 딱딱한 틀에서 벗어나, 세상에서 가장 좋은 소재인 물을 이용해 자연스럽게 몸과 마음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관점으로의 전환이 테라피에도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기존 스웨디시마사지, 아로마 마사지 등 전통 테라피 외에도 스트레스지수를 낮춰주는 스톤테라피(stone therapy), 고객이 누운 베드 위로 다양한 형태의 물이 떨어지는 비시샤워나 여러 방향의 샤워헤드가 관리해주는 스위스샤워, 하이드로테라피가 적용된 욕조를 이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특히 수영장에서 고객을 가라앉지 않도록 처치한 후 전담 스파테라피스트가 물속에서 고객의 몸을 이리저리 돌리고 움직이면서 신체를 편안하게 이완시키는 수중테라피 ‘와추(watsu)’는 대형 리조트스파에서 고정 프로그램으로 채택되면서 대중적 인기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궁극적 목적은 ‘신진대사 증진’무엇보다 스파 효과는 혈액순환과 신진대사의 증진에 있다. 따뜻한 물을 이용한 관리는 인체 근육의 긴장도를 낮추고 관절을 부드럽게 해 근육이완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또한 피부의 모공을 열어 노폐물을 배출시키고 묵은 각질세포를 제거해 피부를 더욱 부드럽고 유연하게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스파의 한 분야인 냉수욕도 피부미용 효과가 있다.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군인 병사들에게 건강을 위해 매일 차가운 물에서 수영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남성들의 호기를 높이고 신체단련을 위해 냉수마찰을 했는데,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혈관을 수축시키고 심부 중심으로의 혈액순환이 증대되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피부 표면까지 혈액순환이 원활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인체의 면역력이 증진될 뿐만 아니라 피부에 긴장을 주어 탄력을 올리는 효과도 있다.하지만 다양한 스파를 적용해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나이나 건강상태 등을 먼저 고려해야만 한다. 너무 높은 온도의 물이나 사우나, 냉수욕 등은 심장에 무리를 줄 수 있기 때문에 발부터 담가 온도에 적응하고 좋은 컨디션에서 단시간에 적용하는 것을 권한다.최근 ‘힐링(healing)’, ‘욜로(Yolo)’, ‘휘게(hygge)’처럼 삶의 성과보다 삶의 질 자체에 의미를 두는 단어들이 유행하고 있다. 새해에는 잠깐 멈춰서 바쁘고 정신없었던 우리네 삶을 돌아보고 내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건강한 삶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스파로 따뜻한 아랫목의 추억을 대체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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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변화가 무섭다. 5월부터 급격하게 높아진 기온은 9월초까지 30℃를 오르내리며 연일 기상청 관측 이래 최고 수치를 쏟아냈는데, 이제는 겨울이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떠나간 연인의 마음이 이렇게 급격하게 바뀔까. 분명 학창시절 교과서에 적혀있던 ‘우리나라는 4계절이 뚜렷한 온대기후’라는 내용에 전혀 이견이 없었는데 요즘엔 마치 봄, 가을이 실종된 느낌이다.피부고민이 많아졌다며 친한 선배가 전화를 해왔다. 처음엔 색소가 많아졌다는 고민을 꺼내놓더니 푸석푸석하고 볼품없는 피부 때문에 거울 보기도 싫고 바깥 외출도 재미없어졌다는 얘기며 수분크림은 어느 브랜드가 좋은지, 치료 잘 하는 피부과를 알고 있으면 소개해 달라는 말까지…. 당시엔 간단히 설명하고 전화를 끊었지만, 이러한 고민이 비단 선배에게만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기에 피부 보습 관리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온도 18~22℃, 습도 60%가 피부보습에 좋아피부는 인체의 가장 바깥에 위치해 몸을 보호하기 위한 조직이기 때문에 무엇보다 환경에 민감하다. 아무리 선천적으로 좋은 피부를 타고 태어나 좋다 하더라도 내적 신체 이상과 외부 환경의 변화로 시시각각 그 상황이 달라진다. 피부는 민감한 지표 변화에 신속히 대응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조절을 한다. 특히 최외각에 위치한 각질층은 마치 벽돌과 시멘트 반죽으로 담을 차곡차곡 쌓아 올리듯이 각질세포와 지질을 번갈아 쌓아 매우 안정화된 구조로 인체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를 ‘피부장벽’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화장품에 많이 사용되는 세라마이드 성분이 각질층 지질의 40%를 차지하며 지방산 25%, 콜레스테롤 20%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피부장벽에 영향을 주는 변수로는 외부환경, 바로 온도와 습도의 변화를 들 수 있다. 피부장벽과 온도의 상관관계를 밝힌 간단한 연구가 있다. 피부에 얼음을 접촉시켰더니 이후 피부 회복이 거의 일어나지 않다가 다시 실온에 방치하자 회복이 빨라지는 결과가 나왔던 것이다. 결국 18~22℃의 온도를 유지하는 것이 피부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정보를 얻게 되었다. 한편 습도는 60% 정도를 유지하는 게 좋은데 이 수치는 사실 우리나라 가을의 평균습도와 비슷하다. 그런데도 건조함을 크게 느끼는 이유는, 70~85%의 고온다습한 여름을 지내다가 급격히 떨어진 습도에 피부가 단시간 내에 적응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자연스레 피부의 수분 저하로 연결되고 피부는 그냥 땅겨서 불편한 정도를 넘어 잔주름이 뚜렷해지고 피부색마저 윤기를 잃고 만다. 건성피부는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10% 이하로 떨어질 때를 말한다. 건강한 상태인 각질층의 수분 함량이 15~20%인 점을 감안하면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결국 피부건조는 수분 손실에 따른 각질세포의 응집력 저하, 즉 피부장벽의 기능 이상에서 비롯된다. 다시 말하면 피부장벽의 요소들 중 어느 하나 결핍되거나 균형이 깨지면 각질세포의 수분 감소로 각질층의 유연성이 감소되고 정상적인 각질 박리가 이루어지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결국 각질층 최상부에는 각질이 축적되거나 아니면 각질덩어리가 한꺼번에 탈락되는 현상이 생기는데, 이러한 손상으로 인해 건조피부가 나타난다. 게다가 거칠고 고르지 못한 피부 표면의 빛 반사율은 낮아지니 윤기 없이 칙칙해 보이고 피부의 탄력은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보습제의 3가지 유형이렇듯 피부에서 수분이 증발하는 것을 전문용어로 ‘경표피수분손실(Transepidemal Water Loss, TEWL)’이라고 하는데, 인체는 부위마다 TEWL의 차이가 난다. 일례로 우리가 늘 염려하고 가꾸는 얼굴보다 발뒤꿈치의 허옇게 갈라진 각질이, 피부건조를 먼저 일깨워 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래서 화장품 회사에서는 TEWL을 적게 하여 피부장벽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한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고 있으며 그 산물이 바로 보습제다. 피부 보습에 관한 연구는 1950년대부터 시작돼 현재 보습제는 세계적으로도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화장품이다. 지금은 너무나 당연히 생각되는 개념이지만 당시 블랭크(Blank)가 세웠던 연구 가설은 ‘피부건조는 피부의 낮은 수분 양에서 비롯한다’는 전제였다고 한다. 보습제 성분은 그 작용기전에 따라 크게 함습제나 밀폐제, 연화제로 나눌 수 있다. 함습제(humectants)란 표피 기저층과 대기 중에서 수분을 끌어들이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바르면 경미한 부종현상이 일어나, 주름도 적어보이고 표면도 매끈하고 윤기 있어 보이게 한다. 글리세린과 프로필렌글리콜이 대표적인데, 아이러니한 것은 실제로는 주름개선 효과가 없는데도 주름 개선효과가 있는 성분인 것처럼 사용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밀폐제(occlusives)는 피부 표면에 막을 형성해서 피부의 수분이 증발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수분을 잡아두는 보다 강한 성분이기 때문에 주로 건성피부에 사용된다. 지질도 용해 가능한 지성 성분이기 때문에 화장품에 많이 쓰이며 대표 성분으로는 페트로라튬이나 라놀린 성분을 들 수 있다. 연화제(emollients)는 탈락된 각질세포 사이 공간을 채워 피부를 매끄럽게 만든다.좋은 피부는 수분을 충분히 머금고 있기 때문에 피부색이 선홍빛을 띄고 주름도 적으며 윤기와 탄력이 느껴진다. 지금껏 좋은 피부로 거듭나기 위해 피부가 건조해 지는 원인을 알아보고 개선책을 생각해 봤다면 이제는 꾸준히 실천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정리해보자. - 클렌징을 할 때는 자극이 적거나 없는 세안제를 선택하여 미지근한 물로 세안한다. - 딥클렌징은 피부에 자극이 되지 않는 효소 등을 잘 개어서 바른다. - 항산화비타민인 비타민 A, E가 함유된 유연화장수, 영양 세럼과 영양 크림을 바른다.- 계란노른자팩 등 피부에 영양을 주는 팩은 주1~2회를 한다. - 보습제는 샤워 후 물기가 있는 상태에서 자주, 소량씩, 충분히 흡수시키는 게 좋다. - 사우나나 온탕의 뜨거운 물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것은 피한다.- 충분한 수면과 하루 7~8잔의 물을 챙겨 마시는 습관을 기른다. - 생활공간에서는 가습기 등을 활용하여 적정 온도와 습도에 맞춘다. ‘1일 1팩’ ‘슬리밍 팩’은 뭘까‘1일 1팩’, ‘슬리밍 팩’. 이제는 K-뷰티의 중심에 있는 제품이지만 제품 출시 때는 갸우뚱하며 의구심을 갖게 했던 것이 제품들이었다. 팩은 1주일에 1번만 실시하는 것이 전통적인 관리법이었는데 어느 날 피부 타입에 관계없는 ‘1일 1팩’이 등장하더니 곧이어 아예 바르고 자는 ‘슬리밍 팩’도 출시되었다. 다음에는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까지. 잘 살펴보니 마케팅을 위해 기존에 있던 다른 제품의 이름과 용도 등을 적절히 차용해 나온 제품이었다. 이처럼 최근 출시되는 제품은 전통적인 명칭이나 제형을 선택하지 않은 제품이 많다. 보습제 선택 하나에 공을 들이기보다는 성분과 적용법을 먼저 확인하고 오늘, 지금 내 피부는 어떤 상태인지를 먼저 꼼꼼히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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