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7.12.03 11:00

신규옥의 미용학 개론

안티에이징(Anti-Aging) 열풍이다. 노화방지, 우리말로 바꿔 봐도 참 매력적인 단어임에 틀림없다. 노화방지는 비단 현대인들만의 열망은 아니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수천 명의 어린 소년, 소녀를 외국에 보냈던 것은 역사적인 사실이고 대영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사시 길가메시에도 영생을 구하러 모험하는 영웅들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늙지 않고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인류의 소망은 최고의 과학자에게 돌아간다는 노벨상에서도 나타난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도 인간의 생체시계 연구팀에게 돌아갔고, 이제는 많은 화장품의 원료가 되고 있는 EGF(epidermal growth factor, 표피 성장인자)의 발견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도 이미 30년 전의 일이다. 얼마 전에 만난 두피케어 관련 회사 CEO는 회사의 모토가 ‘다운에이징(down aging)’이란다. 이제 기업들은 안티에이징보다 진일보한 목표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피부 관리중인 여성

“피부 잔주름과 노화가 가장 큰 고민”

올해 피부건강엑스포에서 한 기업이 참가자 1251명을 대상으로 ‘피부 건강’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평상시 피부 고민’에 대한 질문에 43.7%의 응답자들이 ‘피부 잔주름과 노화’를 가장 큰 고민으로 꼽았다. 그리고 이러한 ‘피부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에 관한 질문에는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한다(68.6%)’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제 사람들은 단지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열망만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개선 방법을 주도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는 것이다.

뷰티 관련 산업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흐름을 더욱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미 전세계 항노화 시장은 300조원이 넘게 형성돼 있고 2015년 기준 국내 안티에이징 시장은 12조원, 그 중 주름개선 기능성화장품 시장만 해도 8조 9천억원을 형성하고 있다. 안티에이징 시장이 이렇게 커지는 데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의 경제력이 큰 몫을 했다. 전후인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720만명을 일컫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실버층에 진입하면서 ‘실버부머(silver boomer)’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는데, 이들의 특징은 근대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강력한 경제력을 소유한 세대라는 것이다. 이들이 기존의 고령 세대와 차별화 된 새로운 소비계층으로 진입하면서 자신을 위한 적극적인 소비 패턴이 나타났고 이들을 겨냥한 활발한 마케팅이 다시 실버세대의 차별화된 소비트렌트를 만들어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서 안티에이징 시장은 단시간에 크게 확장됐다. 더욱이 ‘인체에 대한 작용이 경미한’ 수준의 단순 화장품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화장품(cosmetic)과 의약품(pharmaceutical)의 결합,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의 결합인 코스메슈티컬, 더마코스메틱의 등장으로 제약회사, 피부과병원 의사들도 효능이 뛰어난 화장품을 개발하는 식으로 노화 피부 해결에 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보습은 기본, 아로마 오일 효과 좋아

노화 피부는 사전적으로 인체의 노화 진행과 더불어 피부에 나타나는 모든 자연적인 변화를 말한다. 세포의 회복 기능이 떨어지고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것도 점차 어려워짐에 따라 나타나는 복잡한 세포의 반응이다. 만 25세부터 시작된다는 여성의 노화는 얼굴에 주름과 처짐을 가져다준다. 특히 에스트로겐은 여성을 여성스럽게 만드는 데 기여하는 일등 공신이지만 갱년기에 접어들면서 호르몬의 분비가 급격히 감소하면 피부 진피층의 콜라겐 생성이 저하돼 피부 두께가 얇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피지 분비가 저하돼 피부의 수분이 날아가 노인성 건조증이 나타나고 면역기능이 떨어져 가려움증이 동반하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혈관도 약해져 멍이 쉽게 들고 멜라닌세포의 기능 저하로 체모는 하얗게 변하는 다양한 노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노화 피부 관리는 무엇보다 보습 관리가 중요하다. 피부의 수분을 빼앗기는 일을 최소화 하는 노력에 게으르지 말 것을 당부하고 싶다. 영양크림이 젤이나 로션 타입이 아닌 크림 타입의 제형으로 나오는 것은 피부 세포 사이를 채우고 있는 지질과의 친화력을 높이는 동시에 표면에 유분막을 형성해 내부의 수분을 빼앗기지 않게 하려 함이다.

활성성분이 함유돼 있는 시판 영양크림, 수분크림도 좋지만 천연 아로마 오일을 이용한 피부 관리법도 추천한다. 피지와 성분이 유사해 많이 사용되는 호호바오일, 건성이나 아토피피부에 특효가 있는 달맞이꽃에서 추출한 이브닝프라임로즈오일, 여성에게 젊음을 다시 선사해 준다는 로즈힙오일, 최근 들어 그 효능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아보카도오일 등 천연 오일로 얼굴 피부보호막을 형성하면 좋다. 다만 천연오일은 별도의 방부제 등을 섞지 않아 산화가 빠르기 때문에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소량으로 구입해 사용하는 것이 피부 건강에 유익하고 경제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알아두면 좋겠다. 그리고 이렇게 보호해 주는 것뿐 아니라 2~3주에 한 번씩은 효소를 이용한 딥클렌징으로 피부의 묵은 각질을 제거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20대 여성의 피부 재생주기는 28일이 기준이지만 50세 이상이 되면 90일이 넘어간다. 그만큼 재생이 늦어지는데 표면에 너무 오래 머물고 있는 두꺼운 각질세포마저 언제 떨어져야 할 지 몰라 그대로 붙어 있다 보니 피부는 점점 칙칙하고 윤기를 잃어간다. 피부과 미백케어의 기본인 토닝 프로그램은 바로 이러한 묵은 각질을 제거하주는 딥클렌징 방법 중 하나다.

피부과 시술 후 재생관리에 신경써야

사실 노화란 것은 자연스런 생체 리듬을 따라 발생하는 현상이기 때문에 일상적인 관리로 세월을 거스르는 효과를 원하는 만큼 거두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의료적 도움을 받게 되는데 레이저 등을 이용하면 노화피부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기기마다 다르지만 가장 쉽고 간단하게 설명하면, 레이저로 피부 깊이 작은 상처를 한꺼번에 많이 만들어 놓으면 응급상황으로 인식한 인체가 평소보다 훨씬 부지런히 피부 재생을 위해 노력해서 단시간 내에 깨끗하고 튼튼한 새 피부를 만들어 해는 원리이다. 메디컬 피부 관리 시 잊지 말아야 할 팁이 있다. 피부과 시술은 시술도 중요하지만 재생관리에 공을 많이 들여야 하고, 좋은 피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필히 건강 상태가 좋을 때 시술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잔주름이 가득한 노년의 오드리 햅번 사진을 보았다. 그 사진에는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아프리카 아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그녀의 봉사활동 사항이 적혀 있었는데, 안타깝게만 느껴졌던 그녀의 주름이 진정한 아름다움으로 보이는 특별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최근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 패션 매거진은 “더 이상 안티에이징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나이를 먹는 자연스러운 현상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잘 늙는다는 게 무엇일지 고민해야 할 때다.

신규옥
신규옥
을지대 미용화장품과학과 교수. 한국미용학회 이사이며, 미용산업문화학회 부회장이다. 원주MBC 편성제작국 아나운서를 지낸 적이 있고, 《New 피부과학》, 《미용인을 위한 New 해부생리학》 등 다수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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