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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휴일, 심드렁히 TV 채널을 돌리다 '자동양조증후군(Auto-Brewery Syndrome, ABS)'이라는 희귀병 환자 사연에 눈과 귀가 번쩍 뜨였다. 이 병에 걸리면 알코올 섭취 없이 혈중알코올농도가 눈에 띄게 올라간다. 쉽게 말해서 회식 자리에서 술은 입에도 안 대고 밥만 먹었는데, 음주단속에 걸리고 만다는 얘기다. 당사자는 얼마나 당황스럽고 억울할지 안쓰러움과 함께 도대체 어떻게 그런 병이 생길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미생물 공부를 업으로 하다 보니 장내미생물 생태계에 모종의 이상이 왔을 거라고 직감했고, 즉시 문헌 조사를 해보니 생각보다 오래전에 의학계에 알려진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1946년 4월 26일,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우간다의 수도 캄팔라 소재 한 병원에 다섯 살 남자아이가 입원했다. 손으로도 만져지는 뱃속 종양 검사 및 치료를 받기 위함이었다. 아이는 입원 당일 밤부터 복통을 호소했고, 이튿날 아침에는 배가 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상태가 계속 악화하여 의식까지 희미해지자 의료진은 서둘러 개복 수술을 시도했다.아이의 복강은 심하게 팽창한 상태였고, 위장에는 찢어진 상처까지 있었다. 환부를 봉합하려고 위에 손을 대자 다량의 액체와 가스가 쏟아져 나왔다. 복부 종양의 정체는 길게 늘어난 창자간막에 싸인 지라(비장)로 밝혀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끝내 눈을 감고 말았다. 참고로 창자간막은 내장 기관을 싸고 있는 복막 일부로 창자와 등 쪽을 연결한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복막과 위 내용물에서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아파하는 아이가 가여운 나머지 혹시 보호자가 민간요법으로 알코올성 음료 따위를 주었는지 우선 확인했으나 전혀 아니었다. 의료진은 위장 파열의 원인으로 아이 엄마가 가져온 고구마를 의심했다. 말하자면, 저녁으로 먹은 고구마가 발효되면서 나온 가스가 위를 파열시킬 정도로 큰 압력을 생성했다고 추정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임상 소견이다. 하지만 자초지종을 알고 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유럽인 기준으로 그 시절 아프리카 어린이의 식사량은 실로 엄청났다. 먹거리가 풍족했다는 게 아니라 정반대로 식량이 부족해서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이 먹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이로 인해서 위가 만성적으로 늘어나 위벽이 얇아져 그만큼 파열에 취약하다는 게 의료진의 합리적 추론이었고, 이 가여운 어린 환자의 임상 기록은 1948년 4월호 <영국의학저널(British Medical Journal)>에 ‘아프리카 어린이 위장 파열’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되었다. 논문 저자들은 몰랐겠지만, 자동양조증후군 환자를 처음으로 공식 보고한 것이다.이름 그대로 자동양조증후군은 몸 안에서 저절로 술이 만들어지는 질병이다. 이 희귀 질환자는 숙취로 늘 고생하는 데다가 술에 절어 사는 생각 없는 사람으로 억울한 오해와 불이익을 받기 일쑤다. 주된 발병 원인은 장내미생물 생태계 교란으로 급증한 효모가 창자에서 알코올 발효를 과도하게 진행하기 때문이다. 희소 질환이지만, 다행히도 난치성 질환은 아니다. 식단 조절로 발효 원료가 되는 탄수화물 공급을 줄이면서 항진균제를 복용하면 치료할 수 있다. 한마디로 치료의 핵심은 장내미생물 생태계 복원이라는 얘기다.장내미생물에게 인간의 창자는 소중한 보금자리다. 이들은 본능적으로 자기 삶의 터전에 외래 미생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한다. 일단 홈그라운드 이점을 살려 공간과 먹이를 선점하고, 침입자에게 해로운 물질을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자기들 세상을 조화롭게 유지해 나간다. 사실 이런 텃세가 우리 면역에도 큰 힘을 보탠다. 이런 맥락에서 정상적인 장내미생물의 조성 변화로 불균형이 야기되면 대사질환을 비롯한 각종 질병이 생기게 된다. 자가양조증후군도 그런 사례 가운데 하나인데, 당뇨나 비만 또는 자가면역 같은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특히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현대 생물학은 장내미생물을 비롯한 인체 거주 미생물의 참모습을 상당 부분 파악했고, 이들과 조화로운 공생이 우리 건강의 필요조건이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혀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과학자가 이들 미생물의 정확한 기능과 그들이 서로 역동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원리, 그리고 그 결과가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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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가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고 복합적인데요. 일각에는 우리의 몸이 기존의 체중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에 원래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또는 살이 빠지면서 근육이 같이 빠졌기에 기초 대사가 떨어져 살이 다시 찌는 것이라는 등 여러 가지 이론들이 있어요. 오늘은 이러한 이론 분석보다는, 실제로 요요를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오늘의 퀴즈: 다이어트 성공 후에도 고단백-저혈당지수 식단과 운동을 해야 요요 방지가 가능할까?정답은 O입니다.핵심 근거 1. 다음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학술지 NEJM에 수록된 논문입니다. 저칼로리 식단 다이어트를 하여 체중을 감량한 후, 자유롭게 먹는 동안 어떤 식단이 가장 요요가 적게 오는지 비교한 내용입니다. 우선 과체중이거나 비만인 사람 781명을 대상으로 8주간 저칼로리 식단 다이어트를 하게 하였고, 이중 8% 이상 체중 감량에 성공한 사람 773명을 다시 추려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이들을 대상으로, 단백질 비율과 혈당지수가 서로 다른 4가지 식단을 먹게 하되, 먹는 양 자체는 자유롭게 했는데요. 그 이유는 요요는 다이어트 후에 자유롭게 먹는 동안에 생긴다는 점과 단백질과 혈당지수가 다른 각각의 식단 별로 나타나는 식욕 변화까지 함께 고려하기 위함입니다. 그 외 실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몇 가지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이후 26주 동안 요요가 얼마나 오는지 비교했는데요. 저단백-고혈당지수, 고단백-고혈당지수, 저단백-저혈당지수의 식단에서는 다이어트 후 체중이 증가하며 요요가 생겼으나, 고단백-저혈당지수 식단을 한 집단에서만 자유롭게 먹는 기간 동안 체중이 유지되며, 요요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혹시라도 오해하실까 봐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이 실험을 위해 목표로 한 단백질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먹는 정도보다 조금 더 함량을 높인 수준이고, 혈당지수는 조금 더 낮춘 정도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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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쉬기로 했으면 일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을 회복하는 데에만 집중해야 한다. 휴직하자마자 복귀 걱정을 하고, 자신이 없는 동안 회사에서 벌어질 일을 신경 쓰거나, 자신이 우울증 환자라는 것 때문에 회사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어쩌나 하고 염려하는 것은 치료에 방해가 될 뿐이다. 너무 조급하게 좋아지려고 하면 안 된다.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우울증 환자는 어떻게든 빨리 좋아지려고 애를 쓰는데 그 마음이 너무 커서 회복 속도가 더딘 것을 견디지 못한다. 우울증의 자연 경과라는 것을 고려하면 환자가 아무리 노력하더라도 치유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 가능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일하느라 지쳐서, 번아웃에 빠져서 혹은 직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생겼다고 휴직 기간에 무조건 쉬겠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는 사례도 종종 본다. 자신에게 아무런 힘이 남아 있지 않으니 내버려 달라고 하면서 휴직 기간 내내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면 저절로 나을 거라 여긴다. 그렇지 않다. 휴직 초기에는 휴식이 필요하지만 비활동적인 상태가 지속되면 복귀할 시점이 되어도 심신에 활력이 차오르지 않아서 나중에 애를 먹게 된다. 우울증의 원인을 찾아서 뿌리를 완전히 뽑아버리겠다며 골방에 틀어박혀 심리서적과 유튜브만 들여다 보며 휴직 기간을 다 써버리는 환자도 있고, 쉬는 동안에 자신의 나약한 성격을 띁어 고치겠다며 심리상담에만 매달리는 환자도 봤다. 단기간에 수 십년에 걸쳐 굳어진 성향이 쉽사리 바뀔리 없다. 대개 휴직 기간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에만도 넉넉하지 않다. 심층적인 문제에 파고 드는 것이 정해진 시간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수 있는지 미리 신중하게 고려한 뒤에 시도하는 게 좋다. 신체적 체력을 키우는 건 짧은 기간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노력하다 보면 정신력도 자연히 키워진다. 우울증에서 회복하려면 정신력을 길러야 하는 것 아니냐, 라고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체력 커지면 정신력도 길러진다. 직장 생활에서 스트레스 받더라도 체력이 강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잘 견딘다. 우울증도 덜 걸린다. 호주의 맥쿼리대학교 연구팀이 3개월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비교했다. 운동을 꾸준히 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일을 미루는 습관도 줄어들고, 약속 시간도 더 잘 지켰다. ‘제 때 일 해라’ ‘충동구매 하지 마라’, ‘약속 잘 지켜라’라고 미리 지시를 한 것도 아닌데, 3개월 동안 운동을 꾸준히 한 사람들은 저절로 이런 행동 변화가 일어났다. 휴직 기간 동안 “체력을 기르겠다”는 것을 목표로 행동 목표를 세우고 실천하는 것이 우울증 환자가 일차적으로 전념해야 할 목표다. 과연 이전처럼 회사로 돌아가서 일을 잘할 수 있을지, 일하다가 스트레스 받아서 우울증이 재발할 위험은 없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이 모든 것을 정확하게 미리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은 없으므로 회복되었다고 판단되면 회사로 돌아가서 어느 정도 일을 해낼 수 있는지 직접 겪어 보는 수밖에 없다. 어려움이 남아 있다면 그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지 의사와 상의해가면서 더 치료하면 된다. 회사에도 이런 부분을 설명하고 과중한 업무는 당분간 유예시켜 달라고 협조를 구한다. 복직이라는 것 자체가 또다른 변화이자 스트레스이다. 처음에는 심리적 곤란을 느끼는 게 정상이다. 우울증이 치료되어서 복직하면 전처럼 활기차게 바로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 안 된다. 환자의 주관적 느낌과 의사의 객관적 판단을 토대로 우울증상이 70~80% 정도는 없어져야 업무 복귀가 가능하다. 완치가 되었더라도 막상 업무에 복귀하면 ‘아직 낫지 않았구나’라고 느낄 수도 있다. 업무 속도나 능률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는 건 다반사다. 이런 현상이 보편적이다. 복직하고 2~3개월에 걸쳐 서서히 기억력, 판단력, 집중력이 더 호전되고 업무에 완전히 적응하려면 이 정도의 시간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복귀하자마자 “그동안 못 했던 것을 다 해내겠다, 내가 없는 동안 하지 못 했던 일을 한꺼번에 처리해야 한다”는 욕심은 갖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할 수도 없거니와 이런 부담이 크면 스트레스가 되어 우울증 재발 위험을 키운다. 회사로 돌아가는 게 부담스럽다고 복귀를 미루면 정신적으로는 더 약해진다. 사회생활에 적응하다 보면 남아 있던 증상도 시나브로 좋아진다. 정신과 치료만으로 우울증이 100% 좋아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에게 맞는 일을 함으로써 부족했던 부분이 채워지는 것이다. 일이라는 게 힘들기는 해도 인간은 일을 해야 심리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망치질을 자꾸해야 놋그릇이 튼튼해지고 커지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는 것도 바로 일을 통해서다. 주어진 책임을 다하고 업무에서 성과를 내고 그것으로부터 성취감을 느껴야 마음의 맷집도 커진다. 돈을 벌고 자기 힘으로 생활을 꾸려 나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자존감의 바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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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노출이 강해짐에 따라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발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 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부암 환자는 2016년 1만 9236명에서 2020년 2만 7211명, 2021년 2만 9459명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에서 흔한 3대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흑색종인데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자외선 노출이 주요인으로 자외선차단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기저세포암은 가장 흔한 피부암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는데 자외선에 의해 발생된 유전자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종양억제 유전자의 변이를 초래하는 290~320nm 파장의 자외선 B가 세포의 DNA에 손상을 주어 면역억제를 시켜 피부암 형성이 진행되도록 한다. 자외선 노출은 직업적인 장기 노출보다는 간헐적으로 짧게 과다 노출되는 것이 더 위험하고 2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게 된다.피부암 중 두 번째로 흔한 편평세포암은 자외선 노출 증가 및 오존층의 파괴가 주요 원인으로 생각되는데 자외선 노출이 많은 호주에서 흔하게 발생되고 자외선 노출이 적은 영국에서는 발생이 적어 자외선 노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피부암이다. 편평세포암는 자외선 A와 B의 누적량이 중요한데 320~400nm파장을 갖는 자외선A는 활성산소를 유도하는 광산화스트레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위험도를 높이고 290~320nm 파장의 자외선 B는 편형세포암에서 발견되는 대다수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발암파장이다.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첫째, 그늘을 찾는 것이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태양 광선이 가장 강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자외선 노출이 될 때는 그늘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길거리를 걷게 될 때는 가급적 그늘이 있는 쪽의 거리를 걷는 것이 도움이 되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자외선 차단의류를 입는 것이다. 특히 피부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필요하다. 가능하면 긴팔 셔츠가 좋고 자외선차단지수(UPF)가 있는 의복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다. 우리의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에 관한 시선은 광노화를 예방하는 기초 화장품의 하나로 기미, 잡티,검버섯 등의 색소 발생을 줄이고 자외선에 의한 주름 발생을 예방하는 화장품으로 접근하는 반면 서구에서의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은 피부암의 예방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여름이 길어지면서 자외선노출이 증가되고 수명연장에 따라 피부암의 발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이 필요하다.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할 때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모든 피부에 바르는 것이 좋다. 대부분 얼굴에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데 목, 옷에 가려지지 않는 앞가슴, 머리가 짧거나 묶는 경우 귓바퀴와 뒷목, 팔과 손등까지 바르는 것이 필요하다. 자외선 A와 B 모두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차단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UVB의 차단 정도는 SPF, UVA 의 차단 정도는 PA로 표기되므로 SPF와 PA 수치를 모두 확인하여 차단지수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의 1회 사용량도 체크해봐야 하는데 실생활에서 자외선차단제는 권장량의 1/4~1/2 정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얻는 SPF는 제품에 표기된 SPF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수 밖에 없다. 한 보고에 따르면 SPF 70의 자외선차단제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양으로 다시 측정해보면 SPF 19.3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기에 자외선차단제를 여러 번 바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SPF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고 한번 바를 때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피부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외선차단제를 고르다 보면 물리적차단제와 화학적차단제를 볼 수 있다. 물리적 차단제는 독성이 없고 안정적이며 피부자극이 없고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아 화학적 차단성분에 비해 좀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피부가 민감한 경우, 자외선차단제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거나 바른 후 따거움을 느끼는 경우 물리적 차단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물리적 차단성분에도 단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탁현상인데 물리적 차단 성분의 입자가 커서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반사, 산란시켜 바르고 나면 하얗게 피부가 보여 불편감을 준다. 최근에는 차단성분의 입자 크기를 200nm 이하로 줄여 백탁현상을 줄인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물리적 차단제의 대표성분인 티타늄다이옥사이드(Titanium Dioxide)는 10~30nm, 징크 옥사이드는 10~200nm의 크기로 사용되어 백탁현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백탁이 준 것은 장점만은 아니다. 가시광선 영역의 빛은 반사 및 산란시키지 못하며 입자가 작아진 만큼 긴 파장의 UVA를 차단하는 능력이 줄어 드는 단점도 있다. 나노크기의 입자들에 대한 안정성 문제도 뒤따른다. 실험실에서 나노 크기의 입자들에 자외선을 쪼이는 경우 free radical 이 생성되어 세포손상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피부 표면에만 머문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할 때 물리적 혹은 화학적 성분만으로 제품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자외선을차단해주는 화장품의 여러 성분들은 각각 자외선 A와 B를 차단하는 영역대를 서로 다르게 갖는다.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A, B 파장을 모두 차단해주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물리적 차단제 100%를 고집할 필요가 없이 물리적 차단 성분과 화학적 차단 성분이 모두 포함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피부암이 증가하면서 자외선차단제를 단순히 화장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피부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인식하여 매일 충분히 바르는 생활 패턴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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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부터 그냥 밑이 불편하고 이상해요. 가득 찬 것 같기도 하고…” 44세 여성이 내원하여 어렵게 꺼낸 말이었다. 여러 병력 질문 후에 폐경 상태도 아니어서, 혹시 싶어 성적으로 계속 흥분된 듯한 느낌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환자가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던 자신의 상태를 들추어내니 북받쳐 오른 때문이었으리라.대부분 성적으로 흥분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인데, 성적 흥분 상태가 계속 있다고 해서 굳이 나쁘냐고 반문할 수 있다. 그런데 원하는 시점이나 장소도 아닌데, 자위로 오르가슴을 느껴도 해소되지 않고 벗어나고 싶은 신체적인 성적 흥분 상태가 몇 주, 몇 개월을 지속한다면 과연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남자에게도 유사한 게 있다. 남성의 흥분 반응은 발기인데 성욕도 없는 상태에서 수 시간 이상 발기가 가라앉지 않고 통증이 있는 상태, 음경 지속발기증이다. 이 상태는 혈액 순환이 제대로 안 돼서 영구 발기부전이 초래되기 때문에 응급질환이다. 그러나 여성은 이로 인해 기능적 이상이나 다른 신체적 장애가 생기지 않으므로 환자가 느끼는 것만큼 심각한 병은 아니다. 이렇게 스스로 성욕이 있거나 성적 자극도 없는데, 외성기가 원치 않은 비정상적 성적 흥분이 지속되어 심리적 고통을 주는 상태를 ‘생식기 지속 흥분장애(Persistent Genital Arousal Disorder; PGAD)’라고 한다. 이 질환은 과잉 성욕이거나 성중독의 상태가 아니다.환자의 나이대는 2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대개 호소하는 증상은 음핵이 찌릿찌릿함 86%, 질이 흥분된 것처럼 부푼 느낌 80%, 질 윤활액 증가 77%, 자발적 질 움찔거림 71%, 평소의 질과 다른 느낌 71%, 유두 발기 39%, 음핵 발기 20% 등을 호소한다. 그 외 자발적 오르가슴을 느끼기도 하고, 생리 때 증상이 심해지기도 한다. 한 29세 여성은 매일 원치 않는 오르가슴을 십 수 회씩 경험해 탈진했다는 사례도 있다.최근에 성적 표현에 자유로워져서, 환자들이 드러나서 그런지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성기능 장애를 아는 의료진이 별로 없고 원인 파악도 어려워 치료가 쉽지 않은 경향이 있어서 적절한 치료를 받기까지 시간이 많이 지체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이 환자에게 심한 고통과 수치심을 느끼게 하고 불안감과 절망감으로 치닫게 한다. 그러다 보니 전혀 과학적인 근거도 없는 치료법이나 광고가 인터넷에 돌아다니면서 환자들에게 더 좌절을 느끼게 하여 공황 상태를 경험하거나 54%에서 자살을 생각한다는 보고도 나온다.일반적으로 PGAD의 원인은 골반 혈관 기형, 신경 이상, 약제의 부작용, 성호르몬의 변화, 기타 신체 및 정신적 요소가 거론되고 있는데, 원인 불명이 대부분이다. 특징적으로는 우울증, 불안장애, 하지불안증 등이 연관된 경우가 비교적 많다. 진단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환자의 증상과 과거력, 신체 상태에 대한 것을 수치심으로 감추지 말고 전문의에게 정확하게 모두 전달하는 것이다. 치료는 수술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부분 약제로 치료한다.이 환자는 우울증으로 트라조돈이라는 약제를 복용한 이후부터 이런 증상이 발생하였다. 트라조돈은 성욕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서 중단하고, 다른 계열의 항우울제(SSRI)로 변경한 후 많이 개선되었다. 어떤 경우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SSRI를 투여하다가 중단한 뒤 PGAD 증상이 나타난 사례도 있어서, 경우에 따라서는 치료제가 발병 원인이 되기도 한다.이 질환의 치료에 있어서는 외성기의 증상 개선보다 주관적인 불안감과 정신적 고통이 더 중요한 지표이다. 그래서 초기 치료로 외성기 증상이 쉽게 좋아지지 않더라도 신체에 장애가 생기거나 생명에 위협적인 질환이 아니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불안감과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PGAD 환자는 심리적으로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명상으로 마인드 컨트롤 하기를 권하며, 필요하다면 안정을 위해 약제도 투여한다. 그리고 개인마다 증상을 악화시키는 행동이나 조건이 있는데 그런 상황이 초래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성적 자극을 받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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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봐도 정말 멋있던 잘 나가는 사업가를 입원 병실에서 보았다. 아프고 나서 몰골이 말이 아니게 변한 것도 있었지만 사실 가장 처량하게 보였던 것은 입고 있던 환자복 때문이었다. 늘 말끔한 슈트 차림이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병원로고와 명칭이 세로글씨로 줄잡아 열댓 개는 쓰여 있는 촌스러운 옷으로, 말 그대로 환자복이 그 사람을 환자로 만들고 있었다. 그러고 주위를 돌아보니 입원실의 환자들 모두 다 비슷해 보였다. 외래에서는 나름 당당하게 목소리를 높였던 환자도 환자복을 입은 입원실에서는 감히 소리를 지르기 어렵다.수십 년간 치과에서 환자를 진료해본 의사라면 공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파노라마 방사선 사진만 보면 그 환자의 과거가 보인다는 것 말이다. 환자의 얼굴보다 파노라마 사진을 봐야 그 사람이 더 잘 기억난다. 물론 정확하지 않은 예도 있지만 현 치아 상태는 분명 그 사람의 지난 과거의 성장 과정, 생활습관, 경제력, 전신 건강, 건강지수, 등을 대략 말해 준다. “현재의 모습은 과거 선택한 것들의 결과물이다.”란 말은 이 상황을 잘 표현해 주는 말이다. 질병 상태에 있는 지금의 모습이 있기까지는, 자신이 선택한 여러 가지 습관들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식습관에서부터 수면습관, 음주습관, 흡연습관, 반복되는 스트레스 등의 생활습관이 지금의 건강 상태를 만들었고 그것을 조절하지 않는 이상 나빠진 상태를 회복시키기란 쉽지 않다. 바꾸기 어려운 이유는 이미 그 상태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환경의 변화가 필요하다환자들에게 칫솔질을 가르쳐 주고, 치실과 치간 칫솔 사용법을 늘 알려주지만 정말 맘에 들게 제대로 하는 환자는 드물다. 생각해 보라. 칫솔질은 세 살 때부터 하던 거 아닌가. 나이 든 성인한테 젓가락질 가르쳐 주는 거랑 비슷한 거다. 젓가락질은 잘 못 해도 밥은 잘 먹을 수 있지만 칫솔질을 못 하면 이는 썩고 잇몸은 망가진다. 그렇지만 알면서도 잘 못 고치는 것은 그만큼 익숙해져 있는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나는 늘 목덜미가 아파서 병원을 자주 찾는다. 하지만 내 습관이 바뀌지 않는 이상 반복될 것이다. 병원에서는 늘 자세를 바로 하고 스트레칭을 해주고 한 자세로 너무 오래 있지 말라고 한다. 하지만 치과 체어에서 바른 자세로 진료하기란 익숙하지 않고 틈날 때마다 스트레칭하고 자세를 자주 바꿔가면서 진료하는 것도 나만의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쉽지가 않다. 그 병원에서 나라는 환자는 내가 늘 잔소리하는 칫솔질 못 하는 환자 같은 존재일 것이다.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익숙함을 만들어내는 곳이다. 직장과 집이 대표적이다. 질병을 유발한 환경 자체에 변화를 줘야 한다. 심한 경우에 장기 입원을 하고 요양을 해야 하는 이유는 케어를 필요로 하는 것 말고도 익숙한 공간으로부터 분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직장과 집을 떠날 수 없다면 그 장소에 어떤 변화를 줘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익숙함에서 벗어나라익숙함은 사람을 무디게 만든다. 하지만 지금 현재 익숙해져 있는 생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지금 겪고 있는 질병에서 벗어나기도 어렵다. 입안에 생기는 만성질환도 익숙해지면 통증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저절로 이가 빠질 정도인데도 환자는 그때까지 불편하지 않았다고 한다. 때로는 익숙함에 자신을 속이고 거짓말을 하는 환자를 종종 본다. 아니 어쩌면 거짓말이 아니라 너무 그 상태에 익숙해서 질병이 자기화(自己化)되어버린 것일 수도 있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의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서는 안 되고 눈에 보이는 병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을 봐야 한다고 배운다.군복을 입고 있는 군인과 사복을 입은 군인은 군기가 다르다. 나이 든 사람도 예비군복을 입혀 놓으면 영락없는 군바리(?)가 되고 만다. 가운을 입고 있을 때의 의사와 평상복을 입었을 때의 의사 마음가짐은 다르다. 환자복을 입은 환자는 환자다워진다. 치과에서의 환자복은 파노라마 사진, 임상 사진 등이다. 자신의 방사선 사진이 걸려있는 곳에 누워있는 환자는 의사의 말에 귀 기울일 자세가 기본적으로 되어 있다. 이때가 바로 환자를 익숙함, 자기화에서 의사가 깨워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그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바로 의사도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의사는 환자에게 똑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습관적으로 익숙하게 이야기한다. 개개 환자의 반응을 체크하기 보다는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임상적 증상과 의사 자신의 경험으로 판단한다. 이런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다양한 방법의 시도가 필요하다. 의사들이 늘 임상강좌와 학회 등을 다니며 최신 의술을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도 단순히 보수교육점수에 연연해서가 아니다. 바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익숙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다. 지금 익숙해져 있는 치료방법은 이미 퇴물이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새롭게 업그레이드되지 않으면,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뒤처지고 심지어 잘못된 진단과 치료를 할 수도 있다.환자에게도 똑같은 방법으로 설명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설명하는 것과 어른에게 설명하는 것이 달라야 하듯이 이를 더 세분화시킬 필요가 있다. 남녀노소는 기본이고, 직업, 건강지수, 전신건강상태, 경제력, 가족관계, 등의 환자 정보를 최대한 숙지하고 거기에 맞는 설명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의 질환을 앓게 된 원인을 단순히 게으름이나 자기관리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자기화되어버린 그 사람의 독특한 생활습관을 찾아주는 것까지가 모두 의사의 몫이고 잘 받아들이고 협조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다. 의료의 패러다임은 치료에서 관리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치료에 머무는 것이 아닌 생긴 질병과 앞으로 생길 수 있는 질환에 대한 총체적 관리가 필요하다. 익숙한 것이라고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의사와 환자 모두 지금의 익숙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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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대한민국 대학 강의실에는 없는 것, 바로 교과서다. 언젠가부터 대학생들은 수업 교과서를 사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이들도 대학 교재가 팔리지 않는다며 하소연이다. “어떻게 학생이 수업 교재를 사지 않을 수 있어”라는 꼰대 식 말은 하지 않으려 한다. 어찌보면 수업에 교과서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선입견일 수 있으니.내가 운영하는 수업 중에서도 몇 개 과목은 교과서 자체가 없다. 급격하게 변화하고 분화되는 현대 사회에서 내가 원하는 내용을 다룬 교과서를 찾기란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교과서가 없는 부분을 채우는 것은 일명 PPT라고 불리는 수업 자료들이다. 대부분의 교수들은 미학적인 측면에서는 부족함이 떨어질지라도 나름 열심히 PPT를 만들어서 학생들에게 배포하고, 학생들은 태블릿 PC에 그것을 담아 수업에 참여한다. IT 시대인 요즘의 트렌드라고 할 수 있겠다.그런데 여기서 고민되는 문제가 있다. 정말로 이렇게 수업자료인 PPT를 학생들에게 배포하는 것이 교육적으로 옳은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물론 학생들은 PPT 자료 배포를 선호한다. 당연할 수 있다. 일단 수업자료가 있으면 기본적인 내용은 필기할 필요가 없으니 편하기 마련.그러면서 심리학을 전공하는 학생으로서 슬그머니 이론적 근거를 들이민다. 크게 두 가지인데, 첫째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의 어려움이다. 인간의 뇌는 기본적으로 한계를 가지고 있으며, 주의(attention)와 관련된 영역에서 특히 그렇다. 그래서 뇌는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에 매우 취약하다. 심지어 어떤 연구자들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은 없으며, 지속적으로 두 가지 일을 번갈아 하는 것뿐인데 이렇게 하는 일을 바꾸면 바꿀 때마다 ‘과제 전환 비용(task-switch cost)’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 가지 일에 집중하는 것이 좋다고 이야기한다. 학생들도 수업자료를 주지 않으면 필기하는 내용이 많아져서 수업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이야기한다. 즉, 필기하는 작업과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작업, 두 작업을 동시에 하는 멀티태스킹이 어려우니 수업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수업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말이 된다. 물론 학생들이 수업 시간 내내 책상에 올려놓은 핸드폰의 존재 자체도 멀티태스킹을 야기해 주의 집중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주고 싶지만, 굳이 논의 초점을 벗어날 필요는 없을 테니.두 번째는 수업 시간에 보여주는 것과 똑같은 수업 자료에 필기를 하면, 나중에 수업 내용이 더 잘 떠오른다는 것이다. ‘부호화 특수성 원리(encoding-specificity principle)’에 따르면 내 머릿 속 정보는 기억에 입력될 때와 똑같은 상황·환경에서 더 잘 생각난다. 그러니 수업 시간에 보여주었던 것과 똑같은 자료를 가지고 있으면 시험공부를 할 때 더 잘 기억난다는 것이다. 사실 이 말도 맞다. 근거 없는 주장들이 아니니 그냥 기쁜 마음으로 수업자료를 주면 좋을 것 같다(실제 그러고 있다).하지만 한 가지 ‘노 페인 노 게인(no pain, no gain)’의 원칙이 나를 주저하게 한다.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은 요즘 피트니스 클럽 코치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근육이 찢어지는 고통이 있어야 탄탄한 근육이 가능하다며 ‘마지막 2개 더’를 외칠 때 쓰는 말. 그런데 이 말이 우리의 뇌에도 적용된다. 정보가 내 머리에 들어오는 과정에서 처리를 깊게 하면 할수록 나중에 더 잘 떠오른다. 능동적으로 깊게 처리하면 할수록 수동적으로 얕게 처리하는 경우보다 더 많은 흔적을 남기게 돼 기억이 더 잘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영어 단어 리스트를 보고 그 단어가 대문자인지 소문자인지를 판단하게 하는 비교적 단순하고 얕은 처리를 요구했을 때보다, 그 단어의 의미를 판단하게 하는 비교적 깊은 처리를 하도록 했을 때 단어에 대한 기억력이 더 좋다. 뇌도 고통(?)을 줘야 더 잘 작동하는 셈이다. 실제로도 수업자료를 배포하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에서 어느 쪽이 수업 내용을 더 잘 기억하는지를 비교했더니, 배포하지 않고 학생 스스로 내용을 이해하고 필기하도록 유도하는 쪽이 수업 내용을 잘 기억했다는 연구들도 있다.공부를 편하게 하면 할수록(더 정확하게는 뇌를 편안하게 하면 할수록) 얻는 것은 없다. 인지심리와 뇌를 공부하는 학자로서, 또 태어나서 공부 외에 다른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는 사람으로서 내린 결론이다. 그래서 학생들에게는 미안하지만 교육을 위해 굳게 다짐하며 수업자료를 주지 않아야 할 것 같다고 공지하는 순간, 학생들의 처절한 외침이 들린다. “교수님, 수업자료를 주셔도 교수님의 수업 내용은 이미 충분히 저희 뇌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습니다!” 뭔가 설득이 된다. 음… 그런데 그렇게 이야기하기에는 너희들 지난 중간고사 점수가 너무 낮았던 거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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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3년 4월 25일, 저명 학술지 ‘네이처’에 생물학을 넘어 인류 삶을 가히 혁명적으로 바꾸어 놓은 한 쪽짜리 논문이 실렸다. 신비에 싸여 있던 생명의 본질, DNA의 구조가 밝혀진 것이다. 이 역사적인 논문의 저자인 왓슨(James Watson)과 크릭(Francis Crick)은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다. 그런데 공동 수상자가 한 명 더 있다. 비록 그 유명한 1953년에 발표한 논문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윌킨스(Maurice Wilkins)도 DNA 구조 규명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이런 영예가 온전히 이들만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우리는 적어도 한 명의 과학자를 더 기억해야 한다.킹스칼리지런던에는 ‘프랭클린-윌킨스관’이라는 건물이 있다. DNA 구조 연구를 선도했던 두 과학자의 실험실이 있었던 곳이다. 그런데 왜 이 둘 가운데 한 명만 노벨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을까? 안타깝게도 프랭클린(Rosalind Franklin)은 1958년에 향년 37세로 요절하고 말았다. 난소암 때문이었다. 당시 X선 회절법 최고 전문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그녀가, 수많은 실험 과정에서 X선에 과도하게 노출되어 암에 걸린 것으로 추측된다.X선 회절법을 이용하면 해당 물질을 이루는 원자 사이의 공간을 측정할 수 있고, X선이 나오는 각도를 측정해서 분자 구조를 추측할 수 있다. 현대 생물학에서도 X선 회절법은 단백질을 비롯해 다양한 생체물질의 구조 규명에 널리 쓰이고 있다. 고인에게는 노벨상을 수여하지 않는다는 스웨덴 한림원의 원칙 때문에 노벨상을 받지 못한 프랭클린이 안타까울 따름이다.2019년 유럽우주국은 야심 차게 발사하는 화성 탐사선에 ‘로절린드 프랭클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는 그녀의 연구 업적이 DNA 구조를 규명하는 데 얼마나 크게 기여했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실제로 1952년 프랭클린이 찍은 DNA의 X선 회절 사진 51은 DNA 구조 규명에 몰두하고 있던 왓슨과 크릭에게 마지막 퍼즐 조각과 같았다. 그것이 자기들이 추론하고 있던 DNA 이중나선 구조에 부합되는 실험적 증거였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앞서 언급한 이중나선의 폭(2㎚)이나 한번 꼬인 나선의 길이(3.4㎚) 같은 정확한 수치는 논리적 추론만으로는 제시할 수 없는 자료이다.왓슨이 1968년에 출간한 베스트셀러 <이중나선(The Double Helix)>에 이런 내용이 있다. “물론 로지(로절린드 애칭)가 자신의 데이터를 우리에게 직접 건네준 것은 아니었다. 킹스대학교(킹스칼리지런던)의 누구도 그 데이터가 이미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프랭클린의 동료였던 윌킨스가 그녀의 허락 없이 이 사진을 왓슨과 크릭에게 보여주었다. 윌킨스와 프랭클린은 함께 일하면서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한다.하늘나라에 있는 프랭클린에게 ‘프랭클린-윌킨스관’이라는 건물명은 그리 탐탁지 않을 것 같다. 이런 그녀의 마음을 화성 탐사선 ‘로절린드 프랭클린’이 달래주기를 바란다. DNA 구조 규명에 큰 발자취를 남긴 그녀가 21세기 초반 화성에 상징적인 또 다른 발자국을 남길 테니 말이다. 그런데 이런 바람에 찬물을 끼얹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로절린드 프랭클린호 발사가 연기되었으며 빨라야 2024년 여름에나 발사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안타까움도 달래고 DNA 관련 개념을 쉽고 흥미롭게 전하고자 내 경험담 소개로 글을 마무리한다.“DNA와 유전자는 같은 건가요?” 언젠가 대중 강연 중에 받은 질문이다. 나름 유머러스하게 답한답시고 “같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요”라고 운을 떼었는데, 말을 채 잇기도 전에 질문자가 정색하며 반문했다. “기면 기고 아니면 아닌 거지, 과학자가 무슨 말을 그렇게 모호하게 하나요?” 순간 당황한 나는 일단 진정을 부탁한 뒤, 서둘러 비유를 들어 다음과 같이 답변을 이어갔다.“지금 입고 있는 옷이 모두 같은 천으로 만들어져 있다고 가정해 보죠. 그러면 그 천에 해당하는 게 바로 DNA입니다. 상의와 하의는 개별 염색체에 비유할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입는 옷에는 깃과 주머니, 단추 따위처럼 특정 기능을 위한 것들이 있잖아요. 그런 게 바로 유전자에 해당합니다. 정리하자면, 염색체 특정 부위가 유전자이고 이들의 물질적 실체가 DNA인 거죠. 그러니까 이 셋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그리고 이를 모두 합친 것, 즉 현재 입고 있는 옷 전부가 유전체(게놈, genome)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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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역은 직관적이지 않다. 일단 우리는 면역에 대해 어떤 적극적인 노력도 하지 않는다. 입으로 밥을 먹거나 눈으로 사물을 보거나 귀로 소리를 듣는 것처럼, 우리는 감기로부터 회복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거나 팔굽혀펴기를 하지 않는다. 몸이 안 좋으면 휴식을 취하는 정도가 우리가 능동적으로 면역을 위해 하는 것이고, 면역은 우리 몸에서 수동적으로 기능한다.덕분에 인간이 면역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직관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령 당신이 만약 100년 전의 인간이다. 당신은 지금 피를 흘려 피가 부족한 상태다. 그런데 다른 사람에게도 피가 있다. 이것을 내 혈관에 넣으면 안 될까? 보기에는 같은 사람의 피가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사람의 피를 혈관으로 넣어보았다. 그리고 50%의 확률로 죽었다. 왜 죽었으며, 왜 하필 확률은 50%일까? 이것이 ABO 혈액형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인간은 1940년에서야 알았다. 보이지 않고 이해할 수도 없는 인체의 작동 기전이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전 사람들의 최선은 수혈 뒤에 기도하는 것이었다. 이 원인을 밝혀내려고 했던 노력이 면역이라는 개념의 시작이었다.면역은 인체의 내부 환경이 해가 되는 항원에 대해 방어하는 모든 기전이다. 사실상 인간을 둘러싼 환경은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에 어떤 항원에 대해 방어할 것인가부터가 간단하지 않다. 대체로 계란, 꽃가루, 집먼지 진드기, 갑각류, 견과류, 고양이 털 등은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지 않는다. 이들과는 조화롭게 지내는 편이 인간에게 유리하고, 대부분의 면역계는 이들 물질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이들 물질에 인체가 과민 반응을 보이며 방어하려고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는 피부가 가렵고 빨갛게 붓고 열감이 있으면서 재채기가 난다. 심할 경우에는 기관지가 좁아져 천식을 유발해서 숨쉬기 불편해진다. 이 모든 것을 우리는 '알레르기'라고 부르고, 만성 피부 질환이라면 '아토피'라고 부른다. 알레르기는 일종의 면역 오류다.면역 오류는 또 있다. 자기 자신을 항원으로 파악하는 것이다. 사람은 본인 신체의 어떤 부위나 성분에도 면역 반응을 일으키면 안 된다. 하지만 인간의 복잡한 면역계에서 생체를 스스로 공격하는 일은 자주 일어난다. 이로 인해 일어나는 질병이 '류마티스 관절염' '전신성 경화증' '루프스' '다발성 근염' '베체트 혈관염' '염증성 장 질환' 등이다. 통틀어 ‘자가 면역 질환’이라고 부른다. 자기 몸을 스스로 공격하기 때문에 원인 기전이 아주 복잡하거나 잘 밝혀져 있지 않으며 치료가 어렵고 오랫동안 진행되며 악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알레르기'와 '자가 면역 질환'은 경과 자체가 만성적이면서 뚜렷한 치료가 없기 때문에 유독 민간요법이 많다.반면 면역계가 필수적으로 공격해야 하는 대상이 있다.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등이다. 이들을 그대로 두면 병원균은 번식하면서 인체의 기관을 지배하고 생명을 위협할 것이다. 그래서 외부에서 침입한 병원체에 대한 방어는 오차 없이 일어나야 한다. 이 방어 체계는 선천면역과 후천면역으로 나뉜다. 선천면역은 태어나면서 모체로부터 물려받은 항원으로 싸우는 것이다. 인간의 DNA에는 우리가 공생해 온 세균과 맞서 싸워야 하는 세균이 기록돼 있다. 그전의 인류를 위협했던 병원체에는 우리 몸이 알아서 맞서 싸운다.후천면역은 낯선 병원체와의 싸움이다. 아직 항체가 없는 병원체가 들어온다면 인간은 체온을 높여서 세균이 번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면역에 기여를 하는 인체의 물질들을 모아서 싸워나간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몸이 약해지고 피로해지거나 열이 나거나 목이 아프거나 기침을 하거나 팔다리에 고름이 차거나 설사를 하는 등 병원체에 대한 증상과 면역 반응을 동시에 보이게 된다. 이를 이겨내고 적절히 감염을 방어하는 데 성공하면 인간은 후천면역을 얻는다. 현재 생존한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전염병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이고, 2019년에 처음 출연했기 때문에 누구도 면역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전 지구에서 700만 명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었다. 이 원리로 페스트는 13세기에 유럽 인구의 절반인 2억을 죽였고, 평화롭게 살고 있던 아메리카 원주민은 신대륙을 '발견'한 사람들에게서 옮겨 온 천연두, 홍역, 인플루엔자, 페스트 등 때문에 거의 전멸했다.그 외에 혈액형이 다른 사람의 피에 반응하는 ‘수혈 거부 반응’과 이식 장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장기 거부 반응’ 또한 우리 몸의 면역계의 일이다. 우리 몸의 세포 분열 과정에서 오류로 탄생한 암세포를 죽이는 기전 또한 면역에 포함된다. 이렇게 면역은 직관적이지 않지만,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다. 면역은 피아를 식별하고 생존에 도움이 되는 만큼 절묘한 반응을 보이면서 세균과 바이러스, 암, 다른 생체 조직과 맞서 싸워야 한다. 아무런 노력이 없어도 당연히 작동하지만, 이상이 있다면 오랜 시간 인체를 괴롭게 하거나 질병에 시달리게 하거나 감염으로 목숨을 잃게 된다. 아직 우리가 완벽히 밝혀내지 못했을 정도로 복잡한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떤 노력을 하지 않아도 꾸준히 평생 작동하는 면역에 대해 감사함을 표현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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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GA투어에 정찬민이라는 걸출한 프로골퍼가 탄생했다. 아마도 프로 스포츠에서 배 나온 선수가 우승하는 것은 골프가 유일하지 않을까? 운동 특성상 몇 시간 지속적으로 뛰어다니거나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과 싸움, 멘탈의 안정성을 더 원하고 반칙을 허용하지 않는 정직한 운동이기에 그런 듯하다.2020년대에 들어와 골프계 가장 흥미로운 선수 중 한명은 물리학도였던 브라이슨 디셈보였다. 체중 증가를 위한 식이요법, 근력운동 그리고 강한 샤프트와 낮은 페이스 각도의 드라이버를 갖고 나와 350야드를 쉽게 치면서 파4의 400야드 코스에서는 원온(one on)을 시도하며 가끔 성공시키기도 했다. 여러 실험적인 시도를 했지만 최근에는 이것이 올바른 시도가 아님을 증명하듯 골프 채널에서 잘 볼 수 없다. 오히려 다시 체중을 감량하고 스윙을 재정비한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2023년도 시즌에는 외소해 보이기도 하는 날씬한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내가 만나본, 그리고 라운드를 해본 남자 프로선수들의 몸은 근육은 우람하지 않으나 잘 다듬진 체격을 갖고 있다. 메이저 시합에서는 한 번의 프로암대회, 캐디와 거리를 맞추는 연습 라운드, 4회의 시합 라운드를 걸어 다녀야 하는데 이것을 견딜 수 있는 지구력과 최적의 근력, 정신력은 필수다. 올해 국내에서는 23번의 KPGA대회가 예정돼 있다. 분명한 사실은 후반 가을에는 체력 싸움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1년에 40회 가까운 시합을 하는 미국 PGA시합은 어떻겠는가? 체력을 잘 유지하지 않는다면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주말 골퍼가 4일 내내 걸어서 라운드를 한다면 마지막 날 라운드는 다리를 끌며 그로기 상태가 돼 공이 제대로 맞지 않을 것이다. 정상급 프로선수들의 공을 치는 기술은 어느 정도 수준이 비슷하다. 관건은 지구력과 근력이다.국내 최고 프로들도 체격이 매우 크고 배가 출렁일 정도로 살이 찌거나 육체미 선수들과 같은 체격의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데 올해 매경 오픈에 나타난 무명에 가까운 정찬민 선수는 키 188cm, 몸무게 120kg의 체격에 출렁이는 배를 갖고 있었다. 그가 긴장한 표정 없이 보여준 장타와 숏 게임 퍼팅, 벙커 근처에서 공을 높이 띄워 홀 바로 옆에 붙이는 로브샷 등을 보며 기술적으로 거의 완성된 선수임을 느꼈다. 20대 중반이라서 아직 유연성·지구력·체력에 자신 있다고 하지만, 골프 역사를 보거나 스포츠의학을 연구하는 의사로서 생각했을 때 시간이 흐를수록 이런 몸으로는 지속적으로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 좀 더 몸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방을 많이 줄이고 근육을 만든다면 그의 타고난 좋은 조건에 날개를 달 것이다.현재 미국 PGA무대에서 뛰는 선수들, LPGA에서 뛰었던 우리나라 선수들의 이야기는 한 결 같이 시즌 후반에 갈수록 체력이 떨어져 경기에 집중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구력과 근력, 정신력의 중요성을 절감한다고 모두 이야기한다.분명한 재목인 정찬민 선수가 미국 PGA에서 활약하려면 꿀렁이는 뱃살로는 힘들 것이다. 근력·지구력·정신력을 더 키워 멋진 프로선수로 오래 기억되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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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우울증을 회사에 알리기 싫다며 쉬어야 하는 데도 억지로 참고 일하며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곤 했는데, 요즘은 약한 정도의 우울증 환자도 “휴직을 하고 싶은데 진단서를 떼 달라”라고 요청하는 사례가 잦아졌다. 아무래도 우울증과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이 줄어들었기 때문일테다.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 기억력과 집중력이 저하된다. 평소에는 쉽게 처리하던 업무가 버겁게 느껴진다. 창의적인 생각이 떠오르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의사 결정을 못 하고 일을 미뤄두게 된다. 우울증에 걸리면 업무 효율과 생산성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일하는 존재로서 자기 가치를 느껴왔던 사람이 우울증에 걸리면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는다. 존재 가치가 없어지고 직장에서 쫓겨나고 말거라는 공포에 휩싸이기도 한다. 재앙적 사고에 빠져 우울증은 심해지고 업무에 대한 자기 효능감은 더 추락한다. 경도의 우울증이라면 직장 생활을 유지하면서 치료할 수도 있다. 아침부터 기분이 우울하고 기운도 없지만 그래도 씻고 옷 갈아 입고 제때 출근해서 필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다면 경도 정도의 우울증이라고 보면 된다. 기운이 없고 업무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식욕저하와 불면에 시달리고 인지 기능이 저하되어 직장과 일상을 평소처럼 유지할 수 없다면 중등도 혹은 그 이상의 우울증일 가능성이 크다. 이 정도의 심각도를 보이는 우울증 환자는 반드시 해야 하는 업무를 못 해내거나 중요 업무에서 전에 없던 실수를 한다. 업무 능력뿐만 아니라 근태에도 문제가 생긴다.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데도 억지로 출근해서 시간만 떼우다 보면 심리적인 괴로움은 더 커진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이 발병했다면 휴직을 고려해봐야 한다. 일에서 벗어나 치료에 전념하는 게 낫다. 휴직이 필요하다면 그 기간은 어느 정도여야 할까? 휴직이나 병가를 신청하기 위한 직장 제출용 진단서에는 치료 기간이 명시되어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환자는 의사에게 “진단서에 치료에 필요한 시간을 한 달, 두 달처럼 그 기간을 꼭 같이 기록해주셔야 해요.”라고 요청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기간을 정하는 객관적 기준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다는 것이다. 골절상을 입으면 뼈가 붙는데 까지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일관되게 알려져 있지만 우울증이나 공황장애같은 정신과 질환에서는 증상의 관해에 걸리는 시간이 환자나 환자가 처해 있는 환경에 따라 편차가 매우 심해서 휴직 기간을 객관적으로 말해주기 어려울 때가 많다. 우울증상이 사라지는 데 필요한 시간과 업무 능력이 회복되는 데 걸리는 그것 사이에 괴리도 큰 편이다. 증상은 좋아진 것 같은데 일할 정도로 회복되지는 않아 어려움을 겪는 직장인 우울증 환자가 많다. 우울증이 완전히 회복되어야 직장으로 복귀할 수 있다라고 하면 그 기간이 6개월이 될 수도 있고 일 년이나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발병 이전 수준으로 업무 능력이 회복할될 때까지 치료 받으며 휴직하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이렇게 될 때까지 휴직 기간을 충분히 가지기 어려운 사례가 많다. 대기업이라면 그나마 낫겠지만 대체 인력이 희소한 중소기업이라면 휴직 기간을 충분히 길게 보장해주기 어려울 것이다. 우울증 환자 자신이 장기간 휴직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도 흔하다. 오랫동안 회사를 비우면 나중에 복귀하더라도 원래 업무에서 배제되거나 인사상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라며 염려한다. 무급 혹은 원래 보다 적은 급여를 받고 휴직을 해야만 한다면 경제적 상황도 휴직 기간을 정할 때 함께 고려할 수 밖에 없다. 우울증이라는 동일한 진단이더라도 환자마다 짧게는 2주의 병가부터 길게는 일 년 혹은 그 이상 휴직을 하는 사례까지 다양하다. 증상만 보지 않고 환자의 직업이나 그가 몸 담고 있는 직장의 사정, 미래의 커리어, 경제적인 상황, 환자의 일에 대한 기대와 태도 등을 모두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하려는 정신과 의사라면 “환자에게 얼마만큼의 휴직 기간을 부여하는 게 가장 좋을까?”라는 고민에 정답을 쉽게 내놓기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중등도 우울증 환자에게 2주 정도의 병가는 사실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 한다. 항우울제를 쓴다 하더라도 적어도 2주는 꾸준히 복용해야 치료 효과가 나오는데 업무 능력에 심각한 저하를 보이는 우울증이 짧은 시간에 좋아질리 없기 때문이다. 물론 짧은 휴식만으로도 환자의 고통이 일시적으로나마 줄어들어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우울증을 제대로 치료하기에는 불충분하다. 휴직 기간이 길어질수록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한 감도 떨어지고 나중에 업무에 복귀했을 때 적응에 애를 먹을 가능성도 커진다. 휴직하고 처음 1~2주는 마음이 편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오히려 불안이 커지는 환자도 적지 않다. 일에서만 벗어나면 모든 것이 나아질 거라는 환상적인 기대를 갖는 환자도 있는데, 이런 경우 우울증이 좋아졌다가 복귀 시점이 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 악화되기도 한다. 우울증으로 인해 직장 생활에 현저한 곤란이 발생했다면 적어도 2달 정도의 휴직 기간이 필요하다고 권고한다. 우울증 완치를 목표로 한다면 두 달로는 부족하다. 재발성의 중증 우울증이라면 이 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기억력와 집중력, 의사결정 능력과 같은 인지 기능이 우울증 발생 이전 수준으로 회복된 다음에 회사에 복귀하겠다고 하면 6개월이나 일 년 혹은 그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울감, 흥미감소, 불면, 식욕저하 등의 증상은 비교적 빨리 호전되지만 우울증에서 비롯된 인지 기능 저하는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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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이 강해지면서 1일 1팩을 챙기니 피부가 좋아졌다고 하는 A씨, 하루에 한번 매일 팩을 하는 게 피부에 좋은 게 맞는지 확인 질문을 한다. 마스크 팩은 널리 사용되기에 진료 중 종종 받는 질문으로 1일 1팩에 대한 찬반 글이 온라인 상에 많기 때문에 확인하고 싶어하는 경우가 있다.마스크팩은 아토피, 화폐상습진, 및 심한 접촉피부염 등이 있을 때 피부과에서 국소적으로 사용하는 치료 방법 중 하나인 ‘밀폐요법(Occlusive Dressing Treatment)’에서 유래되었다. 밀폐요법이란 피부 병변에 충분한 양의 보습제 혹은 필요 약물을 피부에 도포한 후 젖은 면소재의 거즈로 병변 부위를 밀폐하여 적절한 수분을 공급하고 필요 성분의 약물 흡수를 높이고 긁음에 대한 방어막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오래 전부터 지금까지 사용되는 치료법이다. 침투를 높이기 위해 각질층에 수분 공급을 사전에 하기도 하며 피부염 병변의 심한 정도에 따라 침투시키는 약제를 다양화하고 밀폐 시간을 조절하여 원하는 양의 흡수를 유도하여 피부 병변이 빠르게 좋아지도록 하는 치료방법이다. 피부가 건조할 때 보습 성분을 충분히 바른 후 마스크 팩을 하는 것도 흡수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밀폐요법의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시트 마스크는 레이온과 폴리프로필렌을 혼방한 부직포에 비타민C, 해조류 등의 필요한 성분이 에센스 타입으로 포함된 마스크 팩으로 가장 오랜 기간 사용된 마스크 팩이다. 부직포는 가격이 저렴해 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보습 성분 뿐만 아니라 미백, 주름 기능성 화장품의 성분을 추가하여 사용한다. 시트 마스크의 부직포를 면으로 교체한 2세대 면 마스크 팩이 등장했는데 합성혼방 대신 순면을 사용해 피부자극을 최소화하여 민감한 피부에 도움을 준다. 시트 마스크는 얼굴에 오랜 시간 붙이고 있기 때문에 피부에 유해할 수 있는 향료, 염료, 파라벤 등의 성분이 있는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지성피부 및 여드름 피부에서 시트마스크를 사용할 경우 피부표면의 박테리아 수가 증가할 수 있기 때문에 사용이 적절하지 않다는 보고가 있지만 20~30분 정도의 사용으로 그러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시트마스크는 피부표면의 수분의 빠른 증발을 방지하고 제품에 따라 함유된 알로에, 달팽이추출물, 해조류, 비타민 C 등의 성분이 침투하는 시간을 연장하여 피부건조를 방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최근 유행하는 실리콘 기반의 하이드로겔 마스크는 겔 무게의 몇 배에 달하는 물을 흡수할 수 있는 폴리머로 냉각 및 진정 효과가 있어 피부가 달아오르는 민감한 피부에 사용되며 천연고분자인 바이오셀룰로스 마스크팩은 시원한 쿨링 효과와 피부 밀착력이 높은 장점이 있어 특히 여름 휴가철 자외선에 태닝 된 피부에 도움을 준다. 투명한 재질이 많아 자극이 없을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피부타입에 따라 자극이 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마스크팩을 사용하는 중 불편감이 있으면 바로 제거하고 피부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마스크 팩에 함유된 수분은 세균증식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고 있어 보존제와 방부제의 사용을 필요로 하는데 반해 습윤 바이오셀룰로오스를 건조시켜 만든 건조 바이오셀룰로오스 마스크 팩은 무방부제가 가능하여 피부자극을 줄인 장점이 있다. 피부진피층의 구조와 유사한 형태의 스킨벨벳 타입의 동결 건조된 건조 마스크 팩은 보습효과가 탁월해 악건성 피부에 주로 사용되는데 현재까지는 수입에 의존해 비용적 부담이 큰 단점이 있다.마스크 팩에 함유된 성분으로 수분을 공급하는 히알루론산, 여드름 피부에는 살리실산, AHA 성분이 사용되며 주름개선을 위해 비타민 C, 비타민 E, 항산화제 등의 성분이, 미백효과를 위해 비타민C, 알부틴 등의 성분이 사용되는데 마스크 팩은 필요 성분의 피부 침투를 높이기 위해 팩을 덮어주기 때문에 특정 성분에 민감한 피부일 경우 피부 자극이 심하게 나타날 수 있으므로 마스크 팩 사용 시 따거움이나 가려움이 느껴질 경우 바로 제거해 주어야 한다. 또한 피부에 상처가 있거나 피부각질층의 손상이 있는 경우 트러블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을 미루는 것이 좋다. 평소 화장품을 사용하고 트러블이 있었던 경우라면 마스크 팩을 사용하기 전 전성분을 확인하여 의심가는 성분이 있는 제품은 사용을 하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전성분의 숫자가 적은 단순한 성분으로 구성된 제품을 사용하는 것도 자극을 줄이는 사용 팁이 될 수 있다.마스크 팩은 피부 자극을 방지하기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사용할 것을 권한다. 악건성의 피부라면 조금 더 자주 사용해볼 수는 있겠지만 과도한 보습은 피부 수분균형을 깨뜨릴 수 있고 피부 자체의 회복력을 늦출 수 있으므로 매일 사용하는 것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권하지 않는다. 여름 휴가 등으로 과도한 자외선에 노출이 된 경우 쿨링과 진정효과를 높이기 위해 3-4일간 매일 사용해 볼 수는 있다. 마스크 팩에 함유된 성분이 향료, 알코올, 인공색소는 포함되지 않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자극을 줄일 수 있고, 살리실산이나 AHA, 비타민C 등의 성분은 오래 부착할 경우 피부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사용 시간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마스크 팩을 한 채로 잠드는 것은 절대 권하지 않는다. 또한 따거움이 느껴질 경우 바로 떼어내고 중단해야 한다. 여름철 휴가 갈 때 필수품으로 자리잡은 마스크 팩, 적절히 사용해야 피부에 도움이 되므로 사용 전 사용방법에 대한 설명을 읽어본 후 사용하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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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의사들은 양손에 위스키를 한 병씩 들고 수술실에 들어갔다. 한 병은 환자를 위한 것이었고, 다른 한 병은 의사 자신이 환자의 비명 소리를 견뎌 내기 위한 것이었다.”데니스 프래딘 「우리는 고통을 정복하였다」(We Have Conquered Pain) 중고대부터 생명을 살리고자하는 외과적인 술식은 상당한 수준으로 발달했다. 문제는 환자의 고통이었다. 마취 없이 행해지는 수술을 상상할 수 있을까? 지금은 공포영화에나 나올 법 한 장면이 마취제가 발명되기 이전에는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마취제가 나오기 전에는 대마, 아편, 코카나무 잎, 알코올 등을 사용했다. 환자 뿐 아니라 의사까지도 술을 마실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의사도 맨 정신으로는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힘들었기 때문이다.외과 의사들은 환자의 고통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빨리 수술을 해야 했다. 따라서 그 당시 흔히 잘나가는 인기 많은 외과의사는 수술을 빨리 하는 의사였다. 영국의 의사 로버트 리스톤과 제임스 심슨은 영국에서 가장 빨리 수술을 행하는 의사로 유명세를 탔다. 1~2분 만에 하지 절단 수술을 마쳤다는 기록을 세웠을 정도다. 제임스 심슨(James Y Simpson)에 의해 1847년 클로르포름(Chloroform)이 수술용 마취제로 최초 개발되었고, 이는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레오폴드 왕자를 출산할 때 사용되면서 더 유명해졌다. 스코틀랜드의 가난한 빵집의 아들로 태어난 의사 심슨은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준 공로로 스코틀랜드 출신 의사로서는 처음으로 영국에서 경(Sir)이라는 칭호를 얻게 되었다. 그만큼 마취제의 역사적 의미는 컸다.이제 마취제가 없는 수술은 상상할 수 없다. 그 극심한 고통을 없애주는 고마운 마취제임에도 불구하고, 이제 치과에서는 환자들이 치과 오는 것을 가장 두려워하는 마취주사로 바뀌었다. 격세지감이다.◇환자를 위한 처방전마취제로 고통 없이 크고 작은 수술을 받아서인지 이제는 작은 통증도 잘 견디지 못하는 걸까? 물론 통증은 주관적이지만, 의사의 소견으로 보았을 때 약을 처방할 이유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처방전을 써줘야 했던 경험은 의사들 대부분에게 있을 것이다. 아니 매일 일어나는 일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가 민간으로 충분히 정착되기 전에 약방이 먼저 서민들의 건강을 담당했다. 아프면 의원이 아니라 약방으로 먼저 달려가 진통소염제, 마이신을 타서 먹었다. 지금은 처방전을 받기 위해 의원을 찾지만 행여 처방전을 써주지 않으면 그 의사는 욕먹을 각오를 해야 한다. 처방전이 필요 없다고 하면, “의사양반, 왜 이리 정이 없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항생제, 소염진통제 처방 없이 감염증이나 염증을 다뤄본 경험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실 항생제는 감염을 다루는 빠르고 확실하고 쉬운 방법이다.치과에서 진통제와 항생제는 아주 흔하게 나가는 처방이다. 치과에서의 감염은 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의사들조차 자신들이 치료를 받게 되면 미리 약을 먹고 치료를 받을 정도다. 하지만 항생제 처방을 이토록 남발하는 것에 대해 의사로서 고민을 해야 할 필요는 있다. 우리 몸은 자체적인 방어력이 있다. 해당 부위를 소독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해주면 스스로 회복한다. 그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기다렸지만 세균의 증식으로 염증이 제어가 되지 않을 경우에 염증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쓰는 약이 항생제다. 미리 예방적으로 항생제를 먹어야 하는 경우도 극히 일부 질환에만 국한되어 있다.의사들에게 물어보면 이 사실을 대부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처방하지 않았을 경우가 아무래도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하는 것은 사실이고, 문제가 됐을 경우 그 책임은 의사에게 돌아간다. 항생제를 처방하는 쪽이 의사 입장에서는 맘 편한 것이다. 그리고 다행히도 환자가 그걸 원한다. 하지만 공중보건의 측면에서, 그리고 진정한 국민건강증진을 위해서 도덕적 해이에 빠진 것은 아닌지 자성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처방전 현명하게 잘 쓰는 의사내가 군복무 했던 시절에는 병사들에게 주는 약은 딱 한가지라고들 얘기했었다. 바로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다. 감기에 걸려서 목이 아파도, 장염 때문에 열이 심해도, 상처가 나거나 타박상을 입어도 나가는 약은 바로 NSAIDs다. 항염증효과, 해열효과, 진통효과를 모두 가지고 있고, 군대에서의 약은 플라시보 효과까지 탁월하니 만병통치약으로 불릴 만하다. 이처럼 소염진통제류는 가장 많이 중복 처방되는 약물이다. 이와 함께 알레르기 치료제, 위장약도 중복이 많고, 함께 쓰면 위험한 약물도 동시에 처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다행히 이런 약의 중복 처방으로 인한 문제를 막기 위해 2010년부터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DUR, Drug Utilization Review)제도가 운용되고 있다. 환자별 투약 정보를 바탕으로 의약품 안전성과 관련된 정보를 조제하는 컴퓨터에 실시간으로 제공해 준다.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문제는 있다. 두 가지 성분이 한 알에 들어 있는 경우, 처방일수가 지났을 때는 점검에서 거르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처방 없이 환자가 예전의 약물을 혼자서 복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처방전을 쓸 때 환자에게 여러 가지 약에 대한 정보를 직접 물어봐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혈압이나 당뇨병 같은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불만이 있다. 바로 1년 치 약을 그냥 주면 안 되느냐는 것이다. 매달 처방전 받으러 가기 귀찮다는 거다. 처방전만 받으러 간다는 환자도 문제고 환자가 그런 생각을 가지게 한 병원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 병원에서는 만성질환자에게 단순 진료와 처방만이 아닌 생활습관 개선 교육과 꾸준한 건강관리를 해줘야 한다. 건강관리의 패러다임은 ‘질병치료’에서 이미 ‘예방’과 ‘건강증진’으로 전환되었다. 이에 걸맞은 처방전 발급이 뒤따라야 한다.‘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라는 말은 죽은 뒤에 약 처방을 한다는 뜻이다. 때가 지난 뒤에 어리석게 애를 쓰는 경우를 말한다. ‘약방문’은 약의 이름과 분량을 적은 것으로 오늘날의 처방전이다. 약의 부작용을 줄이고 약의 효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의사는 자신이 써주는 처방전에 대해서 정확히 인지하고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것이 작은 처방전 종이가 가지는 무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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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한 맛 칼럼니스트가 화제의 발언을 했다. “떡볶이는 맛이 없다. 관능적으로 맛이 없는 음식이며, 사회적으로 맛있다고 세뇌된 음식이다.” 이 발언은 떡볶이 논쟁으로 이어지며 한동안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다. 떡볶이 애호가인 나를 포함해 이 주장에 동의할 사람이 몇이나 될까? 맘 같아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고 싶다.하지만 ‘관능적인 맛과 사회적인 맛’을 구분하는 것은 감각을 연구하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히 고려돼야 할 부분이다. ‘맛’뿐 아니라 모든 감각 정보는 우리 뇌에서 해석될 때 두 가지 측면의 정보가 고려된다. 하나는 자극이 가지고 있는 자체적인 정보다. 떡볶이의 맛을 기준으로 설명하면, 떡볶이를 먹고 우리의 혀에 있는 5가지 맛(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 수용기가 전해주는 정보로, 일명 상향적(bottom-up) 정보라고 한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자극이 아닌 내 머리 속에 있는 정보다. 떡볶이와 관련된 추억, 믿음, 지식처럼 떡볶이를 먹을 때 내 머리 속에서 떠올라 영향을 미치는 정보로, 하향적(top-down) 정보라고 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감각 결과는 이 두 가지 정보를 모두 고려하여 얻어진다. 그리고 맛이라는 감각은 하향적 정보에 유난히 영향을 많이 받는 것도 사실이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타고난 5가지 맛 감각은 나름 이유가 있다. 우리에게 꼭 필요한 영양소와 관련된 것들은 긍정적인 맛으로 지각된다. 당분과 관련된 맛인 단맛, 단백질과 관련된 맛인 감칠맛, 전해질과 관련된 맛인 (적절한 수준의)짠맛은 애초부터 선호되는 맛이다. 하지만 나머지 신맛과 쓴맛의 역할은 먹으면 안 되는 것들을 알려주는 것이다. 따라서 신맛과 쓴맛은 애초부터 우리에게 혐오적인 맛이어야 한다.하지만 태생적으로 혐오적인 맛인 쓴맛은 오늘날 가장 대표적인 기호 음식인 커피의 기본 맛이다. 그래서 심리학에서는 커피에 대한 선호를 대표적으로 ‘학습된 맛있는 맛’이라고 표현한다. 사회문화적으로 맛있다고 알려주는 셈이다.그리고 또 다른 대표적인 ‘학습된 맛있는 맛’이 매운맛이다. 사실 매운맛은 통각 수용기를 통해서 지각된다. 과거 서양권에서 칠리고추는 스키를 탈 때 부츠 안에 넣는 발열제나 동물들의 접근을 막는 울타리 기능으로 사용되었다. 즉, 음식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통증을 유발하는 맛을 좋아하게 된 것은 역시 학습의 결과로 이해된다.서양권에서도 떡볶이 논쟁과 유사한 논쟁이 있는데, 주로 와인과 관련된 것이다. 와인의 맛은 혀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뇌에서 결정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사실 모든 맛은 뇌에서 결정된다. 혀에 있는 맛 수용기의 정보가 해석되어 맛을 지각하는 것은 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문학적인 표현으로 이해하기로 하자.) 실제로 한 연구에서 동일한 와인에 대해 높은 가격이라고 알려주면 더 맛이 있다고 지각되었다고 하니, 와인의 맛은 혀가 아닌 정보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것 같다.이런 맥락에서 생각해보면, 떡볶이의 맛있음이 학습된 결과, 세뇌된 결과라는 주장이 그럴싸하게 보이긴 한다. 하지만 맛있음을 느낄 때 사회문화적인 영향이 있다고 해서, 그 음식이 맛없음을 뜻하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커피나 와인의 맛있음도 학습의 결과이지만, 그 누구도 커피와 와인이 맛없는 음식이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실제 와인과 상관없이 높은 가격대의 와인이라고 믿게 되면 우리의 뇌에서는 기쁨과 관련된 뇌 영역인 내측 안와전두피질(medial orbitofrontal cortex, mOFC)의 활성화 정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즉, 학습된 맛있음도 나를 충분히 기쁘게 만드는 즐거운 맛이라는 의미가 된다.나는 떡볶이가 맛있는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내 혀가 전문가처럼 예민하지 않아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설령 떡볶이가 맛있는 음식이 아니라고 해도 어떤가? 과거에 많이 먹었던 기억, 친구들과 가족들과 행복하게 먹었던 추억 때문에 맛있게 느껴지는 것뿐이라고 해도 좀 어떤가? 추억도 충분히 맛이 있다. 오늘 저녁은 떡볶이를 먹어야 할 것 같다.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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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8년, 한 이탈리아 의사가 생물학과 의학 분야에서 중요한 업적을 발표했다. 바로 피가 온몸을 순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제는 기초 상식 수준에 불과하지만, 피가 간에서 만들어져 몸에서 소비된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그 시절에는 가히 혁명적인 소식이었다. 그 유명한 고대 로마 의사 갈레노스가 던진 말에 거의 1500년 동안이나 이의나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그 의사는 정맥 내벽에 있는 판막의 방향을 보고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는 정맥 판막이 모두 한쪽으로만 열리는 구조임을 간파하고, 정맥에서는 피가 심장 쪽으로만 이동할 수 있고, 그 반대 방향으로는 이동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감을 잡은 하비는 동맥과 정맥을 각각 번갈아 묶어보았다. 동맥을 묶으니 심장에 가까운 쪽에 피가 차올라 혈관이 팽창했다. 정맥을 묶으니 심장에서 먼 쪽이 불룩해졌다. 또한, 정량적 계산을 통해 갈레노스의 주장대로라면, 사람은 한 시간에 무려 250kg에 달하는 피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관찰과 실험, 계산의 결과 모두가 같은 피가 심장에서 동맥을 거쳐 정맥으로, 그리고 다시 심장으로 끊임없이 흘러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하비가 알 수 없었던 한 가지는 피가 어떻게 동맥에서 정맥으로 흘러가는지였다. 그래서 그는 이 두 혈관이 너무 가늘어서 보이지 않는 핏줄로 연결되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가 세상을 떠나고 4년 뒤, 말피기(Marcello Malpighi, 1628~1694)가 하비가 옳았음을 증명했다. 말피기는 개구리 허파를 당시 갓 발명된 현미경으로 관찰하던 중에 허파 표면에 그물처럼 얽힌 혈관으로 피가 통하는 것을 발견하고, 허파 속 공기가 피에 녹아 전신으로 퍼진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이해한 인물이다. 말피기는 이런 가느다란 혈관을 ‘모세혈관’이라고 불렀고, 연구를 계속했다. 그리고 마침내 모세혈관이 동맥과 정맥을 연결하고 있는 것을 발견함으로써 하비가 주장한 혈액순환 이론을 완성했다.온몸으로 혈액을 순환시키는 펌프인 심장은 4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져 있다. 위쪽 두 개를 좌심방과 우심방, 그리고 아래쪽 두 개를 좌심실과 우심실이라고 부른다. 혈액은 심방으로 들어와 심실을 거쳐 나간다. 한마디로 심방은 혈액을 접수하고, 심실은 펌프 역할을 한다. 그리고 심장으로 들어오는 혈관에는 정맥, 심장에서 나가는 혈관에는 동맥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혈액의 순환 경로는 허파순환(폐순환)과 온몸순환(체순환)으로 이루어진다. 허파에서 산소를 받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허파순환은 우심실에서 허파동맥을 통해 보내진 피가 허파의 모세혈관에 도착하여 기체 교환을 마친 다음, 허파정맥을 타고 좌심방으로 돌아오는 경로이다. 온몸순환은 좌심실에서 시작된다. 좌심실이 수축함과 동시에 이 안에 있던 피가 대동맥으로 밀려들어가 온몸으로 퍼져나간다. 이때 팔 윗부분에서 측정되는 압력이 수축기(최고) 혈압이고, 심실이 확장할 때 측정되는 압력이 확장기(최저) 혈압이다. 혈압은 심장에서 멀어질수록 당연히 낮아질 수밖에 없다. 소동맥과 모세혈관을 지나면서 계속 떨어진 혈압은 정맥에서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이른다. 그런데도 중력의 힘을 이겨내고 혈액순환이 계속 일어날 수 있는 이유는 역류를 막는 정맥 판막과 주변 근육의 수축 덕분이다. 여기서 평소 스트레칭과 걷기 같은 생활 운동이 중요한 이유 하나를 보면서 정리하면, 피는 좌심실→대동맥→동맥→온몸의 모세혈관→정맥→대정맥→우심방 순서로 온몸을 돌면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한다.심장 박동은 피가 온몸을 순환할 수 있게 해주는 동력원이다. 심장은 안정 상태에서 1분에 70~80회의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여 혈액을 내보낸다. 이런 반복적인 펌프 작용을 ‘박동’이라고 하며, 1분간의 박동수를 심박수라고 한다. 박동으로 생기는 동맥벽의 진동을 목이나 손목에서도 느낄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맥박이다. 따라서 보통 심박수와 맥박수는 일치한다. 그런데 규칙적인 심장 박동은 어떻게 일어나고 유지될 수 있을까? 심장 박동의 근원지는 대정맥과 우심방이 연결되는 곳에 존재하는 특수 근육 조직인 동방결절이다. 동방결절은 전기신호를 만드는데, 이 신호가 심방 벽을 타고 전달되어 모든 심방 세포가 동시에 수축하게 된다. 이 전기신호는 체액을 타고 피부까지 전달되는데, 이것을 측정하는 것이 바로 심전도(electrocardiogram, ECG) 검사이다.‘OECD 보건통계 2022’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인 기대수명은 83.5세이다. 여기에 심박수를 70회로만 계산해도 우리의 심장은 평생 30억 번 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셈이니 경이로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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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피부에서는 땀이 난다. 겉보기에 동일해 보이는 땀은 실은 두 가지 종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 같은 땀'이 있고, 겨드랑이에서 분비되는 '체취가 진한 끈적한 땀'이 있다. 둘은 생성 기전과 나오는 부위가 다르다. '물 같은 땀'은 피부의 에크린샘에서 나온다. 에크린샘은 전신에 분포하고 입술, 음경, 귀두, 음핵 정도에만 발견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입술, 음경, 귀두, 음핵 등에는 거의 땀이 나지 않는다. 에크린샘은 구불거리는 모양의 샘이며 진피 아래층에서 염분이 높아지면 주변의 수분을 짜서 땀으로 내보낸다. 특정한 '땀'을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삼투압 기전으로 피부의 수분을 짜서 염분과 섞어 내보내는 것이다. 피부에서 빠져나간 수분은 인체 내에서 삼투압으로 자연스럽게 보충된다.에크린샘에서 나온 땀의 구성 성분은 소변과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농도가 아주 묽다. 수분은 증발하여 체온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피부는 수분이 마르면서 염분을 재흡수하기도 한다. 땀은 소변과 마찬가지로 배출될 때 냄새가 거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균과 반응해 냄새가 난다.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린 옷가지를 오래 두면 소변에서 나는 냄새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아포크린샘은 에크린샘보다 열 배가 크고 훨씬 깊은 곳에 있다. 아포크린샘은 세포 조각을 섞어서 농축된 땀을 배출하는데 그 통로로 기존 모공을 사용한다. 그래서 아포크린샘은 굵은 털이 있는 곳에 주로 배치되어 있다. 가장 많은 곳은 겨드랑이로 아포크린샘에서 배출된 땀도 처음에는 냄새가 나지 않으나 곧 피부에 있는 지방질과 세균과 섞여 특유의 체취를 낸다. 그래서 몸에서 가장 특징적인 냄새가 나는 곳은 겨드랑이다. 그다음으로는 유두의 유륜 근처를 잘 보면 우둘투둘한 부분이 십여 개쯤 있는데, 여기가 아포크린샘이다. 배고픈 신생아가 엄마의 젖꼭지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아포크린샘은 털과 함께 발달하므로 유륜 근처에 털이 자라는 경우가 흔하다.특이하게 외이도에도 아포크린샘이 있다. 여기서 나오는 땀은 말라서 특징적인 체취가 나는 귀지가 된다. 귀지도 땀의 일종인 것이다. 콧볼에도 아포크린샘이 있는데 인간이 무의식중에 콧볼을 만지는 이유로 꼽기도 한다. 그리고 하복부와 항문 근처의 아포크린샘은 성적인 의미가 있다. 사실 인간의 모든 체취 자체는 성적인 의미를 포함하는데, 인간은 청소년기를 거쳐 성적으로 성숙하면서 아포크린샘이 발달하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서 특유의 체취가 강해지기 시작한다. 아포크린샘과 함께 있는 털의 존재 또한 체취를 머금으려는 의도가 있다. 제모를 하면 모공이 좁아지므로 체취가 줄어드는 것도 아포크린샘의 특징 때문이다.털이 남아 있는 짐승의 땀은 대부분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된다. 반면 매끈한 피부를 지닌 인간의 땀은 대부분 에크린샘의 묽은 땀이다. 인간보다 개나 고양이의 피부에서 특유의 체취가 더 많이 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또한 이 묽은 땀은 인간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기가 막힌 묘수였다. 인간은 에크린샘에서 다량의 수분을 삼투압으로 배출해서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체온을 낮춘다. 반면 다른 포유류는 털이 있는 피부에 끈적거리는 땀이 나서 체온을 낮추기에는 비효율적이다. 사실상 많은 포유류의 땀은 체온 조절이 아니라 체취를 발산하는 용도로 해석하기도 한다.효율적인 체온 조절은 인간이 최강의 동물로 격상하는 결정적 분기가 되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의 대결에서 단기적으로 힘을 내서 싸우면 승리할 수 없지만 장거리 대결을 하면 무조건 이겼다. 다른 동물은 격한 운동을 오래 하면 체온을 조절하기 어려워 장거리 달리기에는 결국 뻗어버렸다. 그래서 선사 시대의 무리 지은 인간은 멀리서 도구로 짐승에게 상처를 입히고 지칠 때까지 쫓아가서 잡아 왔다. 이 사냥법에 당한 지구상의 수많은 포유류가 멸종해 버렸다.현재의 인간은 연약해 보이지만 장거리 달리기에는 어떤 동물보다 강하다. 결국 지구에서 인간이 최강의 동물로 살아남은 것 또한 털이 사라지면서 땀이 에크린샘의 묽은 땀으로 바뀌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인간의 지능이 발달한 결정적인 계기 또한 묽은 땀으로 꼽기도 한다. 더위에 맞서 몸을 효율적으로 식혀서 두뇌의 온도를 조절하면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땀을 흘릴 때 체온 조절과 성적 체취, 인간의 승리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땀 때문에 우리는 더 똑똑해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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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어른 세대라면 1989년에 개봉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를 기억할 것이다. 실제 이 영화는 1986년 성적 스트레스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여중생이 남긴 마지막 문구를 제목으로 삼았다. 성적이 최하위인 고교 2년생 봉구(김보성)는 반에서 성적이 1등이고 얼굴도 예쁜 은주(이미연)를 좋아한다. 늘 공부만 하느라 친구가 많지 않은 은주는 처음에는 봉구의 관심을 외면하지만 봉구의 순수한 열정에 흔들려 마음을 열고 모처럼 야외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며 기쁨을 만끽한다. 다시 돌아온 은주는 7등이라는 성적을 받게 되고 부모의 차가운 눈초리에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자살을 하고 만다. 운동장에 은주의 영구차가 있고 텅 빈 은주의 자리에 꽃 한 송이가 놓인다.이 영화는 당시의 성적지상주의의 교육현실을 제대로 꼬집었다는 호평과 함께 이미연의 미모에 남성 팬(fan) 심이 폭발하며 큰 화제를 모은바 있다. 30년이 지난 오늘의 현실은 어떤가. 여전히 우리는 성적을 비관한 청소년들의 자살 소식을 듣고 있다.2022년 교육시민단체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이 초중고생 5천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학생 2명 중 1명꼴로 학업이나 성적 때문에 불안하거나 우울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성적 스트레스로 자살 생각 을 해본 적이 있다고 답한 학생도 4명 중 1명꼴이었다. 실제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초중고생도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여성가족부와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발표한 ‘2022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2010년에는 안전사고가 청소년 사망원인 1위였다. 하지만, 2011년 이후에는 고의적 자해 즉 자살이 계속해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부모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챙겨주는 청소년 자녀들에게 무슨 스트레스가 있을까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성인보다 청소년에서 평상시 스트레스를 많이 느끼는 사람의 비율인 ‘스트레스 인지율’이 훨씬 높다. 국민건강통계를 살펴보면, 성인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20% 후반인 반면 청소년들의 스트레스 인지율은 35%~46%에 달한다. 2021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3~18세의 가장 큰 스트레스는 성적·공부(46.5%)로, 압도적인 1위이다. 2021년 우리나라 아동·청소년 행복지수는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꼴찌이다. 우리나라 아동·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는 유엔 발표에 따르면 세계 1위이다. 이제 학부모 독자 여러분께 물어보자. "살아보니 성적과 행복이 비례하던가?" 아니라는 것을 경험했으면서 왜 자녀의 성적에 목숨을 거는가. 우리 아이들이 그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그것 때문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도 왜 목숨을 거는가. 영화 곡성(哭聲)의 유행어를 인용해 말해본다. “아이의 행복 말고 뭣이 중헌디”아이는 성적 스트레스로 생사(生死)를 다툴 만큼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부모가 이 아이에게 다시 성적으로 과도한 압박감을 준다면, 불난 데 휘발유를 뿌리는 격이다.진료를 하다보면, 어떤 부모는 나에게 와서 "교수님 우리 아이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 라고 말한다. 내가 그 아이 공부 잘하게 해줄 수 있을까. 예를 들어 그 아이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 장애(Attention 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ADHD)가 있다면 주의력을 높여주는 치료를 해서, 아이가 실제 공부에 집중하게 된다면 성적이 높아질 수 있을 것이다. 축구선수가 다리에 골절을 입어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수술과 재활 치료를 통해 다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기반을 마련해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30명 정도 되는 반에서 20 몇 등 하는 아이가 ADHD 치료를 받은 후 3등을 했다. 그래서 내가 "OO아! 잘했어 따봉" 했는데, 그 아이의 어머니가 1등 못했다고 애를 꾸짖는 거다. 내가 애를 잠시 진료실 밖으로 물린 후에 "어머니의 학교 성적은 몇 등이었나요?"라고 물어보니까 대답을 못한다.어떤 부모는 나에게 와서 "교수님 성적은 필요 없고, 학교만 가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한다. 가출한 애를 둔 부모는 "교수님 성적 필요 없고, 학교 안가도 괜찮아요. 애가 집에 들어오게만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 아이가 성적을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경우도 있다. 이런 비극에 비하면 아이의 성적이 좋지 못한 것은 가벼운 일이다. 그런데도 부모들이 이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을 종종 목도한다.왜 자녀에게 ‘성적’으로 상처를 주면 안 되는가? 학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교를 졸업한 후, 다양한 일에 도전하고 경험하며 인생을 공부하는 것이다. 성적에 너무 집착하면 자녀의 현재 행복감도 떨어지지만, 후에 더 중요한 인생 공부를 하지 않게 된다. 부모가 자녀의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다. 극단적인 경우 목숨을 끊는 선택으로까지 몰고 갈 수 있다. 부모는 ‘자녀에게 중요한 것은 결과로서의 성적이 아니라, 과정을 통한 성장’이라는 철학과 신념을 가져야 한다. 인생은 마라톤이다. 성적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찾아내고 자신이 잘하는 점을 찾아내 꾸준히 노력하게 하는 자녀의 성장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 성적으로 상처를 주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자녀에게 성적으로 준 상처는 자녀의 자아 존중감에 상처를 주고, 자녀의 미래와 행복 모두를 앗아간다. 다시 한 번 명심하자. “아이의 행복 말고 뭣이 중헌디”(*이 칼럼은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사공정규 교수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