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같은 땀 VS 끈적한 땀, 다른 점은…

입력 2023.05.31 07:45

남궁인의 몸을 읽다

땀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우리의 피부에서는 땀이 난다. 겉보기에 동일해 보이는 땀은 실은 두 가지 종류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물 같은 땀'이 있고, 겨드랑이에서 분비되는 '체취가 진한 끈적한 땀'이 있다. 둘은 생성 기전과 나오는 부위가 다르다. '물 같은 땀'은 피부의 에크린샘에서 나온다. 에크린샘은 전신에 분포하고 입술, 음경, 귀두, 음핵 정도에만 발견되지 않는다. 바꾸어 말하면 입술, 음경, 귀두, 음핵 등에는 거의 땀이 나지 않는다. 에크린샘은 구불거리는 모양의 샘이며 진피 아래층에서 염분이 높아지면 주변의 수분을 짜서 땀으로 내보낸다. 특정한 '땀'을 만들어 놓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삼투압 기전으로 피부의 수분을 짜서 염분과 섞어 내보내는 것이다. 피부에서 빠져나간 수분은 인체 내에서 삼투압으로 자연스럽게 보충된다.

에크린샘에서 나온 땀의 구성 성분은 소변과는 거의 차이가 없지만 농도가 아주 묽다. 수분은 증발하여 체온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 피부는 수분이 마르면서 염분을 재흡수하기도 한다. 땀은 소변과 마찬가지로 배출될 때 냄새가 거의 없지만 시간이 지나면 세균과 반응해 냄새가 난다. 그래서 땀을 많이 흘린 옷가지를 오래 두면 소변에서 나는 냄새와 별반 차이가 나지 않는다.

아포크린샘은 에크린샘보다 열 배가 크고 훨씬 깊은 곳에 있다. 아포크린샘은 세포 조각을 섞어서 농축된 땀을 배출하는데 그 통로로 기존 모공을 사용한다. 그래서 아포크린샘은 굵은 털이 있는 곳에 주로 배치되어 있다. 가장 많은 곳은 겨드랑이로 아포크린샘에서 배출된 땀도 처음에는 냄새가 나지 않으나 곧 피부에 있는 지방질과 세균과 섞여 특유의 체취를 낸다. 그래서 몸에서 가장 특징적인 냄새가 나는 곳은 겨드랑이다. 그다음으로는 유두의 유륜 근처를 잘 보면 우둘투둘한 부분이 십여 개쯤 있는데, 여기가 아포크린샘이다. 배고픈 신생아가 엄마의 젖꼭지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아포크린샘은 털과 함께 발달하므로 유륜 근처에 털이 자라는 경우가 흔하다.

특이하게 외이도에도 아포크린샘이 있다. 여기서 나오는 땀은 말라서 특징적인 체취가 나는 귀지가 된다. 귀지도 땀의 일종인 것이다. 콧볼에도 아포크린샘이 있는데 인간이 무의식중에 콧볼을 만지는 이유로 꼽기도 한다. 그리고 하복부와 항문 근처의 아포크린샘은 성적인 의미가 있다. 사실 인간의 모든 체취 자체는 성적인 의미를 포함하는데, 인간은 청소년기를 거쳐 성적으로 성숙하면서 아포크린샘이 발달하고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에서 특유의 체취가 강해지기 시작한다. 아포크린샘과 함께 있는 털의 존재 또한 체취를 머금으려는 의도가 있다. 제모를 하면 모공이 좁아지므로 체취가 줄어드는 것도 아포크린샘의 특징 때문이다.

털이 남아 있는 짐승의 땀은 대부분 아포크린샘에서 분비된다. 반면 매끈한 피부를 지닌 인간의 땀은 대부분 에크린샘의 묽은 땀이다. 인간보다 개나 고양이의 피부에서 특유의 체취가 더 많이 나는 것도 이러한 이유다. 또한 이 묽은 땀은 인간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한 기가 막힌 묘수였다. 인간은 에크린샘에서 다량의 수분을 삼투압으로 배출해서 에너지를 적게 쓰면서 체온을 낮춘다. 반면 다른 포유류는 털이 있는 피부에 끈적거리는 땀이 나서 체온을 낮추기에는 비효율적이다. 사실상 많은 포유류의 땀은 체온 조절이 아니라 체취를 발산하는 용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효율적인 체온 조절은 인간이 최강의 동물로 격상하는 결정적 분기가 되었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의 대결에서 단기적으로 힘을 내서 싸우면 승리할 수 없지만 장거리 대결을 하면 무조건 이겼다. 다른 동물은 격한 운동을 오래 하면 체온을 조절하기 어려워 장거리 달리기에는 결국 뻗어버렸다. 그래서 선사 시대의 무리 지은 인간은 멀리서 도구로 짐승에게 상처를 입히고 지칠 때까지 쫓아가서 잡아 왔다. 이 사냥법에 당한 지구상의 수많은 포유류가 멸종해 버렸다.

현재의 인간은 연약해 보이지만 장거리 달리기에는 어떤 동물보다 강하다. 결국 지구에서 인간이 최강의 동물로 살아남은 것 또한 털이 사라지면서 땀이 에크린샘의 묽은 땀으로 바뀌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해석이 가능하다. 더불어 인간의 지능이 발달한 결정적인 계기 또한 묽은 땀으로 꼽기도 한다. 더위에 맞서 몸을 효율적으로 식혀서 두뇌의 온도를 조절하면서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었다. 무더운 여름 땀을 흘릴 때 체온 조절과 성적 체취, 인간의 승리를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땀 때문에 우리는 더 똑똑해진 것이니까.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