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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칼럼] “노년기 근력 저하, 녹내장·백내장 위험 키운다”… 운동-시력 선순환 강조

    [의학칼럼] “노년기 근력 저하, 녹내장·백내장 위험 키운다”… 운동-시력 선순환 강조

    최근 의학계에서 노년기 근감소증과 안구 질환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본원은 지난 2월 25일 창원대산 드림파크골프장에서 ‘제2회 예일안과원장배 파크골프대회’를 통해 노년층의 시력 건강 증진에 앞장섰다. 이번 대회에는 지역 내 146개 클럽, 총 584명의 어르신이 참가해 건강한 스포츠 정신을 공유했다.■근감소증과 안구 질환의 위험한 연결고리노년기 전신 근력이 안구 건강을 지탱하는 핵심 요소이다. 적절한 하체 근력을 유지하는 노인일수록 백내장이나 녹내장 발생 위험이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지배적이다. 운동을 통한 혈액 순환 촉진은 안구 내 방수 배출을 도와 안압을 안정시키는 데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파크골프는 무리한 관절 사용 없이 하체 근력을 강화할 수 있는 저강도 유산소 운동으로, 당뇨 및 고혈압 관리를 통해 실명 질환인 망막 병증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필드 위 ‘시각적 조절력’ 훈련 효과안과 전문의들이 파크골프를 추천하는 또 다른 이유는 ‘시각적 자극’에 있다. 초록색 필드 위에서 원거리의 홀컵을 응시하고 공의 궤적을 쫓는 반복적인 행위는 노안이나 황반변성으로 저하되기 쉬운 '조절력'과 '입체시(Stereopsis)' 기능을 자극하는 고도의 시각 훈련이 된다. 야외 활동은 스마트폰이나 TV 등 근거리 작업으로 경직된 안구 근육을 이완시키고 시각적 피로를 해소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사회적 교류를 통한 ‘심리적 명안(明眼)’진료 현장에서 느끼는 노년기 우울감과 사회적 고립이 전신 건강의 악순환을 초래한다. 대회 현장에서의 유대감과 웃음은 뇌 기능을 활성화하고 노년기 활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의료의 역할은 질병 치료를 넘어 환자가 건강한 공동체 속에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까지 확장되어야 한다.(*이 칼럼은 심형석 예일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심형석 예일안과 대표원장2026/03/24 11:18
  • 아이 키 성장 돕는 A2 우유? 사실은…

    아이 키 성장 돕는 A2 우유? 사실은…

    최근 A2 우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A2 우유가 일반 우유와 무엇이 다른지, 우리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해하는 부모가 많다. A2 우유가 유당불내증을 해결해 주거나 키 성장 및 면역력 향상에 특별한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있는데, 사실일까? A2 우유는 일반 우유와 동일한 영양 성분을 포함하지만 단백질 유형이 다르다. 일반 우유에는 A1과 A2 베타카세인(β-casein) 단백질이 모두 포함되어 있지만, A2 우유는 A2 단백질만을 함유한다. 일부 연구에서는 A1 단백질이 소화 과정에서 베타-카소모르핀-7(BCM-7)이라는 물질을 생성할 수 있으며, 이 물질이 일부 사람에게 소화 불편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한다.이러한 이유로 A2 우유는 소화가 더 편할 수 있는 우유로 주목받고 있다. A2 단백질만을 함유하고 있어 일부 사람에게는 소화가 더 편할 수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유당불내증과는 관련이 없다. 유당 불내증은 우유 속 유당(lactose)을 분해하는 효소인 락타아제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2 우유에도 유당이 포함되어 있다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유당 불내증이 있는 경우에는 A2 우유보다 유당이 제거된 유당 제거(lactose-free) 우유를 선택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A2 우유가 일반 우유보다 영양적으로 더 우수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A2 우유는 단백질의 구조만 다를 뿐, 일반 우유와 칼슘·비타민 D·단백질 등 주요 영양 성분은 거의 같다. 따라서 영양학적으로 특별히 더 우수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따라서 A2 우유가 아이 키 성장에 특별히 도움이 된다는 것도 과장이라고 볼 수 있다. 특정 우유를 마신다고 해서 키 성장이 더 잘되는 것은 아니다. 성장에는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충분한 운동, 적절한 수면이 더 중요하다. 다만 아이가 일반 우유를 마신 후 소화 불편감 때문에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면 A2 우유가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알레르기는 어떨까? 안타깝게도 A2 우유가 우유 알레르기를 예방하거나 치료한다는 근거는 없다. 우유 알레르기는 우유 단백질(카세인 및 유청 단백질)에 대한 면역 반응으로 발생한다. 따라서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는 A2 우유를 섭취해도 동일한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다면 의료진과 상담 후 적절한 대체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만약 아이가 우유를 마신 뒤 소화 불편감을 자주 호소한다면 원인이 유당 불내증인지, A1 단백질에 대한 민감성인지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증상에 따라 유당 제거 우유나 A2 우유를 선택할 수 있다. 우유 알레르기가 있는 경우에는 A2 우유 역시 동일한 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이 칼럼은 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장2026/03/23 10:27
  • 잦은 입술포진, 립스틱부터 바꿔라

    잦은 입술포진, 립스틱부터 바꿔라

    입술은 얼굴에서 작은 부위이지만, 미용적, 기능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입술은 다른 피부와 구조적 차이가 있어 외부 자극에 취약하고 다양한 질환이 쉽게 발생한다. 피부 진료를 볼 때 흔하게 접하는 입술 질환 중 하나는 포진이다. 입술포진은 바이러스 감염질환이기 때문에 화장품의 사용과 생활 관리가 중요하다. 립 메이크업과 립 케어 제품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화장품과 입술포진의 관계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입술포진은 처음 감염되면 바이러스는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떨어질 때 다시 활성화되며 반복적으로 재발한다. 대부분 단순포진바이러스 1형이 원인인데 무증상 시기에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피로, 스트레스, 감기, 자외선 노출, 수면 부족,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의 변화, 면역저하, 외상 등이 재발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피곤할 때마다 입술포진이 올라오는 이유다. 붉은 반점위로 군집된 작은 물집이 생기는데 입술 가장자리 입술라인을 따라 잘 생긴다. 대부분은 발생했다가 수일 내에 사라지지만 심할 경우 부종이나 작열감, 얼얼한 느낌, 두통 등을 동반하기도 한다.입술포진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입술포진은 완전히 나은 후에도 다시 생길 수 있다. 입술포진 자체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재발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무엇일까. 바이러스 질환이므로 재감염을 피해야 한다. 입술포진이 아물고 있는 동안 닿았던 물건을 사용하면 다시 생길 수 있다. 일부 립스틱이나 립틴트에는 향료, 색소, 보존제 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러한 성분은 물집이 생긴 민감한 입술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특히 입술 장벽이 손상된 상태에서는 염증 반응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입술포진이 생겼을 때는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입술 화장품은 피부에 직접 닿기 때문에 세균이나 바이러스 오염 가능성이 높다. 이미 포진이 발생한 상태에서 립스틱이나 립밤을 사용하면 제품 표면에 바이러스가 남아 재감염 또는 주변 피부 확산을 유발할 수 있다. 재감염을 예방하려면 칫솔, 립밤, 립스틱, 화장품 등 입술포진에 닿았을 가능성이 있는 제품은 버리고 새로 바꾸는 것이 좋다. 또한 입술포진이 있을 때 사용했던 수건, 세면수건, 베갯잇, 침대 시트 등도 세탁하는 것이 필요하다. 립 제품을 다른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경우 바이러스 전파 가능성이 높아진다. 단순포진 바이러스는 접촉을 통해 쉽게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립 제품은 반드시 개인용으로 사용해야 한다.다른 사람의 입술포진의 경우라면 그 사람이 닿았을 가능성이 있는 물건을 만지지 않는 게 좋다. 물집과 진물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물집이 완전히 마를 때까지는 접촉하지 않는 것이 도움이 된다. 키스나 입술포진에 닿을 수 있는 다른 활동을 피하고 포진의 물집이 닿았을 가능성이 있는 물건, 예를 들어 수저, 접시, 컵, 수건, 세면수건, 화장품, 음식 등을 공유하지 않아야 한다. 입술포진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술포진은 바이러스 감염이므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스트레스는 입술포진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를 재활성화시켜 재발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줄이는 방법으로 운동, 명상,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등 자신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아낸다.입술을 햇볕으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외선은 계절에 관계없이 입술포진 재발을 유발할 수 있다. 자외선노출의 정도가 단순포진 증상의 정도와 연관성이 있다는 보고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자외선 노출을 줄이는 것이 좋다. 특히 스키를 타거나 등산 등 다른 야외 활동을 할 때 피곤함과 함께 입술포진이 유발될 수 있다. 자외선으로 인한 입술포진 발생 가능성을 줄이려면 외출 전 SPF 30 이상의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 립밤을 바르고 야외에 있는 동안에는 두 시간마다 추가로 덧바른다. 또 식사, 수영, 땀을 흘린 후, 입술을 핥은 후에는 립밤을 다시 바르는 것이 좋다. 입술을 촉촉하게 유지해 주는 것도 관리 팁이다. 입술이 건조하거나 갈라지면 입술 포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입술을 촉촉하게 유지하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건조한 입술에는 립밤이나 바셀린을 자주 발라주는 것이 좋다. 더불어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수면은 면역 체계를 강화하여 바이러스와 기타 세균에 대한 저항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일부 사람들에게 헤르페스를 유발하기도 한다. 추운 날씨와 더운 날씨 모두 입술을 보호해야 하는데 두 가지 모두 헤르페스 발병을 유발할 수 있다. 추운 날씨에 발병을 예방하려면 외출 전에 SPF 30 이상의 립밤을 바르고 필요에 따라 덧바르며 스카프나 마스크로 입술을 가려 찬바람에 직접적인 노출을 피하는 것이 좋다. 더운 날씨에는 SPF 30 이상의 립밤을 바르고 필요에 따라 덧바르며,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가능한 직접적 자외선 노출을 피하는 것이 필요하다.일부는 생리 주기 직전에 입술포진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험을 한다. 이는 생리주기 동안 변화하는 여성호르몬과 면역 기능의 변화와 관련이 있다. 생리주기에 따른 호르몬 변화는 신체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생리 직전에는 면역 기능이 일시적으로 약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이때 신경절에 잠복해 있던 단순포진 바이러스가 다시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개개인 마다 단순포진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입술포진이 자주 발생한다면, 발병 전에 어떤 활동을 했는지 기록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피곤했는지? 스트레스가 어떤 종류가 있었는지? 생리주기는 어땠는지? 입술이 트고 건조했는지? 충분한 수면을 취했는지? 자외선에 노출이 오래 되었는지 등의 발병 전 활동을 기록해두고 반복되는 부분이 있는지 확인하여 개개인의 악화요인이 보여지면 신경을 써주는 것이 좋다. 또 입 주변 레이저 시술을 받을 때가 있다면 진료 시 의사에게 입술포진이 자주 발생함을 알려주는 것이 좋다. 레이저나 광선 치료, 입술 필러 시술, 치과 치료 등 입이나 입 주변 시술 시 입술포진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어 사전에 이에 관한 약을 처방받는 것이 치료효과를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 잦은 입술포진은 입술라인을 변형시킬 수 있고 심하면 흉터를 만들기도 한다. 입술포진이 있을 때 사용했던 제품은 다시 사용하지 않아 재발의 위험을 낮추는 것이 필요하다.
    칼럼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2026/03/23 08:00
  • [의학칼럼]무릎보다 간과하기 쉬운 ‘발목 관절염’, 방치하면 보행의 자유 잃는다

    [의학칼럼]무릎보다 간과하기 쉬운 ‘발목 관절염’, 방치하면 보행의 자유 잃는다

    흔히 관절염이라고 하면 무릎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우리 몸의 최저점에서 전신 체중을 지탱하는 발목 역시 관절염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발목 관절염은 무릎 관절염과는 발생 원인과 양상이 확연히 달라 전문적인 접근이 필수다. 보통 무릎 관절염이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발목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과 더불어 과거에 겪었던 심한 발목 골절이나 반복적인 발목 염좌, 즉 인대 손상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었을 때 40-50대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발목 관절염의 증상은 단계별로 나타나는데, 발목 관절염의 증상은 연골의 마모 정도에 따라 크게 1단계에서 4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초기인 1단계는 연골이 살짝 마모되거나 변성이 시작되는 시기로, 활동량이 많을 때만 발목이 욱신거릴 수 있으나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다. 2단계가 되면 증상 빈도가 잦고 강도도 조금 더 심해지는 편이며, 3단계에 접어들면 연골 마모가 본격화되어 뼈 사이 간격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이때는 평지를 걸을 때도 통증이 느껴지고, 발목이 자주 부으며 밤에 잠을 설치게 하는 야간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말기인 4단계에 이르면 연골이 거의 소멸하여 뼈와 뼈가 직접 마찰하게 된다. 보행 시 극심한 고통은 물론, 발목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두꺼워지는 등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외형적 변형이 뚜렷해진다.이러한 단계 중 초기에는 주사 요법을 포함한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흔히 ‘뼈주사’라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강력한 항염증 작용으로 급성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지만,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연골이나 인대가 약해질 수 있어 전문의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DNA주사(PDRN)는 연골 세포의 재생을 돕고 염증을 완화하여 조직 회복을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 손상된 인대나 힘줄을 강화하는 프롤로(증식치료) 주사는 관절 주변의 결합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관절의 안정성을 높여준다.이후 치료를 제 시기에 하지 않아 관절염이 중기로 넘어가면 '관절 보존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단순히 한 가지 수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절골술, 인대 봉합술, 유합술 등 다양한 수술적 기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휘어진 발목의 정렬을 바로잡아서 환자가 발을 다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시기가 중요하다. 관절염이 말기로 치달아 뼈와 뼈가 맞닿으며 갈려 나가는 상태가 되면, 사실상 치료 대안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연골이 완전히 다 마모되어 뼈 자체가 손상된 단계에서는 아무리 정렬을 정교하게 교정하는 관절 보존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뼈끼리 부딪히며 발생하는 극심한 통증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결국 말기 관절염의 최종 단계에서는 인공관절 치환술과 관절 유합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발목 인공관절은 무릎처럼 15~2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관절염의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하면 불과 2~5년 만에 인공관절 해리 및 불안정성이 발생해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말기 관절염에 심한 변형이 동반된 경우, 적합한 형태로 인공관절을 하기 위해서는 동반된 변형을 과도하게 교정해야 한다. 이에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테크닉이 매우 복잡하며 필요한 경우 2차에 걸쳐서 수술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환자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기에,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변형이 심한 관절염의 형태라면 오히려 관절 유합술이 더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관절 유합술은 관절을 고정하는 수술이기에 기능을 포기하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염증이 생긴 연골을 깨끗이 긁어내고 변형을 교정하여 뼈를 붙임으로써 '아플 수 있는 부위' 자체를 없앤다. 물론 유합이 잘 될지에 대한 추시 기간이 필요하고, 일상 활동에서 경사진 길이나 계단을 오를 내릴 때 약간의 불편함은 남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했던 젊은 시절을 100점으로 본다면, 유합술 후에는 60~70점 정도의 기능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무리가 없고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 따라서 유합술 수술에 대해서 막연한 거부감을 갖기보다, 내 상태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발목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많은 환자가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지만,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와 관절 보존 수술을 통해 대응한다면 말기 관절염 진행도 늦출 수 있고 인공관절이나 유합술 수술 없이도 본래의 발목을 충분히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다. 발목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주춧돌과 같다. 작은 통증을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으로 받아들이고, 숙련된 족부 전문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보행의 자유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이 칼럼은 권오진 신세계서울병원 족부센터장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권오진 신세계서울병원 족부센터장 원장2026/03/20 11:29
  • 한 독재자의 범죄, 잘못된 이념이 만들어낸 ‘킬링필드’

    한 독재자의 범죄, 잘못된 이념이 만들어낸 ‘킬링필드’

    1975년 4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 도시 전체가 갑작스럽게 멈춰 섰다. 병원은 문을 닫았고, 학교는 비워졌으며, 사람들은 짐을 챙겨 거리로 나왔다.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고, 시민은 도시를 떠나야 했다. 며칠 후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안내가 흘렀다. 대부분 사람들은 그 길이 결국 돌아올 수 없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그 시기 캄보디아는 베트남 전쟁의 여파로 이미 크게 흔들려 있었다. 미군의 폭격으로 국토는 황폐해졌고, 미국의 지원을 받던 정부는 힘을 잃어가고 있었다. 1975년, 그 공백을 장악한 세력이 극단 좌익 무장조직 ‘크메르 루주’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독재자 ‘폴 포트’가 있었다.정권을 잡은 그는 국가의 이름을 ‘민주 캄푸치아’로 바꾸고, 기존의 사회를 완전히 부정하는 급진적 개혁을 시작했다. 그는 이 해를 ‘Year Zero’로 선언했다. 과거를 모두 지우고, 완전히 새로운 사회를 만들겠다는 의미였다.폴 포트가 구상한 사회는 농업 중심의 완전한 공동체였다. 자본주의는 부패의 원인이며, 도시와 지식은 모두 제거돼야 할 대상이라 선언했다. 그 결과 도시 인구 전체가 농촌으로 강제 이주됐다. 이동 과정에서만 노인과 아이, 환자 등 노약자를 포함해 수만 명이 사망했다. 이후 집단 농장에서의 강제 노동과 기근, 질병으로 수십만 명이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이 과정에서 가장 먼저 제거된 대상은 지식인이었다. 교수, 교사, 의사, 법조인, 예술가 등 농업과 직접 관련 없는 직업군은 모두 숙청 대상이 됐다. 기준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이었다. 글을 읽을 수 있다는 이유, 외국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 안경을 썼다는 이유만으로도 처형되거나 수용소로 보내졌다. 심지어 가족까지 연좌제로 제거되기도 했다.수용소에서는 고문과 강압적인 심문이 반복됐다. 존재하지 않는 죄를 자백하도록 강요받았고, 이후 대부분 처형됐다. 총알을 아끼기 위해 둔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고, 시신은 집단으로 매장됐다. 결국, 전국 곳곳에 대규모 매장지가 형성됐고, 캄보디아 전체가 지금도 악명 높은 ‘킬링필드’로 불리게 된다. 이 시기 약 4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캄보디아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약 200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이러한 정책은 단순한 통치 실패가 아니라, 체계적으로 설계된 사회 실험에 가까웠다. 문제는 그 기준이 현실이 아니라 이념에 있었다는 점이다. 정책이 실패해도 원인을 정책에서 찾지 않고, 내부의 적과 반체제 인사로 돌렸다. 의심은 곧 처형으로 이어졌고, 공포는 통치의 핵심 수단이었다.흥미로운 점은 폴 포트 개인의 삶이 그가 제거하려 했던 대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부유한 가정에서 자랐고, 수도에서 교육을 받았으며, 프랑스 유학 경험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배경을 부정하고, 오히려 그것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규정했다.폴 포트는 어떻게 이율배반적인 잔혹한 독재자가 되었을까. 그의 성장 과정에서 몇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위계와 권위가 강조된 환경에서 자라며 권위주의적 성향을 가졌고, 사회적 불평등을 경험하며 외집단에 대한 불신이 강화됐다. 프랑스 유학 시절에는 소외와 차별받는 이방인의 경험을 하며 자신과 집단을 피해자로 인식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은 이후 사회를 ‘우리’와 ‘그들’로 극단적으로 나누는 사고로 이어졌다.또한 그는 점차 의심이 생각의 중심을 이루는 편집성 성향을 가지게 된다. 내부의 동지조차 잠재적 배신자로 인식했고, 이를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확장됐다. 겉으로는 온화하고 겸손한 모습이었지만, 내면에서는 극단적인 통제 욕구와 불신이 작동하고 있었다. 이러한 이중성은 절대 권력을 장악한 이후 더욱 강화되어 갔다.정신의학적으로 볼 때, 캄보디아의 ‘킬링필드’는 개인의 병리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오히려 이상주의가 절대화될 때 나타나는 사고의 경직성과, 편집성 성향이 권력과 결합될 때 나타나는 집단적 폭력이 결합된 사례에 가깝다. 개인의 공감 능력은 이념 아래에서 무력화됐고, 나와 의견이 다를 수 있는 타인은 설득이 아닌 제거 대상이 되어 버렸다.폴 포트의 집권은 오래 지속되지 않았다. 1978년 베트남과의 전쟁 이후 정권은 붕괴됐고, 그는 밀림으로 도피했다. 이후에도 게릴라 활동을 이어갔지만 점차 세력을 잃었고, 내부에서도 고립됐다. 그렇지만 그는 끝까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며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킬링필드’는 한 독재자의 범죄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이념 체제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명령을 내린 지도자, 이를 수행한 조직, 그리고 이를 막지 못한 환경이 모두 이 사건을 구성한다.이 사건은 현대사회에 여전히 질문을 남긴다. 인간은 어떻게 같은 인간을 적으로 간주하고 제거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게 되는가. 그리고 그 판단 기준이 편협한 이념이 되는 순간, 우리는 인간으로서 무엇을 잃게 되는가.
    칼럼이광민 마인드랩공간정신과 원장2026/03/20 11:26
  • 당신의 사소한 말,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진 않았는가

    당신의 사소한 말,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진 않았는가

    “나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가?” 이 질문을 받으면 우리는 대개 주저 없이 “그렇다”고 대답한다.이번에는 이렇게 질문해 보자. 나는 인권을 침해당한 적이 있는가? 누군가에게 내 존엄과 자유가 무시된 적이 있었는가? 성별·장애·출신지 때문에 차별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 대부분 사람은 이 질문에도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말한다.조금 더 일상적인 장면을 떠올려 보자. 힘들다고 말했는데 “그 정도는 다 겪는 거야”라는 말을 들은 적은 없는가. 진지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상대가 짜증 섞인 톤으로 대꾸하거나 휴대전화를 들여다본 적은 없는가. 이런 경험은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타인에게 “나는 존중받지 못했다”는 감정을 남긴다.이 지점에서 한 가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존중 부족이 곧바로 인권 침해는 아니다. 그러나 모든 인권 침해는 존중의 결핍에서 시작된다.그리고 존중의 결핍이 일정한 조건을 만나면 그것은 실제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차별이 개입될 때, 권력관계가 작동할 때, 혹은 모욕과 배제가 반복될 때다.예를 들어 성별·장애·출신지·종교·나이와 같은 이유로 의견을 무시하거나 기회를 제한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태도의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다. 사람을 특정한 조건 때문에 낮게 평가하고 배제하는 순간 우리는 이미 인간의 존엄을 침해하게 된다.이러한 인권 침해는 차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권력관계 속에서도 쉽게 발생한다. 직장에서 상사가 지위를 이용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거나 지속적으로 의견을 묵살하는 경우가 그렇다. 권력관계 속에서 반복되는 무시는 개인의 감정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이제 질문을 나에게 돌려보자. 나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있는가. 나는 혹시 누군가의 인권을 침해한 적은 없는가. 나는 무심코 누군가에게 스트레스를 준 적은 없는가. 의도가 없었더라도 내가 던진 말과 태도가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다.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꿔 보자. “나는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가?”라는 질문보다 “나는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가?”라는 질문이 더 구체적이다.사람은 본래 자신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자아 중심성이라 부른다. 그래서 우리는 의식적으로 상대의 자리에서 생각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공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고 말했다.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을 남에게 행하지 말라는 뜻이다.인권은 법 이전에 관계의 문제이며,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태도의 문제다. 인권은 거창한 선언문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말투와 표정, 그리고 상대를 대하는 태도 속에서 드러난다. 오늘 하루 내가 한 말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를 떠올려 보자. 그리고 그 말을 상대의 자리에서 다시 한 번 들어보라. 그 말은 여전히 따뜻하게 들리는가. 이 작은 성찰이 반복될 때 존중은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삶의 습관이 되고, 그것이 인권을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출발점이 된다.(*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2026/03/19 00:22
  •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이 커지는 사람들

    사랑이 깊어질수록 불안이 커지는 사람들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겉보기엔 화려한 인생이지만 마음속은 늘 비어 있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공통적으로 “누군가와 사랑을 해도 공허함이 채워지지 않는다”고 한다. 누군가와 가까워질수록 더 불안해지고 사랑이 깊어질수록 오히려 관계가 무너진다고 말한다. 한 여성 환자도 그랬다.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매력적인 외모 덕분에 늘 연애는 끊이지 않았지만 관계가 오래가지 못했다. 사랑이 시작되면 세상이 다 내 것이 된 것처럼 행복하다가도 작은 실망과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무너졌다. 자신의 공허함을 채워줄 남자를 만나기 원했으나 번번이 실망과 좌절을 겪었다. 상대방의 연락이 늦어지거나 관심이 줄어든 것처럼 느껴지는 순간 불안과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왠지 날 버릴 것 같았어요. 그래서 늘 불안했어요.”“그래서 확인하고 의심하고 그를 시험하게 돼요.”확인하려는 행동은 점점 다툼으로 번졌고 다툼은 이별 위기로 이어졌다. 그러다 막상 상대가 떠날 것 같으면 매달리고 붙잡으며 또다시 관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런 반복은 결국 두 사람 모두를 지치게 만들었다.이러한 대인관계 패턴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나타나는 문제는 아니다. 어린 시절 충분히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란 경우, 사랑은 위로이자 동시에 위협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이 클수록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간절히 원하면서도 사랑이 시작되면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 것이다.“가정환경이 안정적이진 않았어요. 어머니는 늘 우울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를 돌봐주지 않았어요. 결국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셨고 전 어머니를 방치한 아버지가 용서되지 않았어요.” 그렇게 자란 그녀는 자신과 타인, 그 누구도 믿지 않게 되었다. 두려움을 감추고 외로움은 화려함으로 포장했다. 밖에서의 화려한 삶과 사랑이 자신의 본 모습이라고 느꼈다. 그 때만이 유일하게 행복했다. 유감스럽게도 겉으로 보이는 모습 뒤엔 “나는 언제든 버려질 수 있다”는 불안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런 불안은 상대를 향한 분노로, 극단적인 감정 기복으로, 반복되는 다툼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공허함을 채우지 못하고 오히려 더 깊은 허무감만 남긴다는 점이다.이런 마음의 상태에서는 사랑이 위로가 되기보다 상처를 확인하는 과정이 되기 쉽다. 사랑을 통해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하지만 그 사랑을 스스로 무너뜨리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그녀의 진단은 경계성 인격장애에 가깝다. 감정 기복, 불안정한 관계, 투사, 상대에 대한 이상화와 평가절하의 반복이 드러나는 환자였다. 강렬한 관계 후의 파탄과 재결합이 반복되는 대인관계에서의 문제점도 심각했다. 어렸을 때 겪었던 어머니의 우울증과 죽음, 아버지의 정서적 학대 역시 그녀의 마음에 많은 상처를 안겼다. 치료의 시작은 “왜 나는 이런 사랑을 반복하는가?”를 비난 없이 바라보는 데서 출발한다. 관계를 되짚어 보면서 자신이 너무 불안해서 그럴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허함을 타인을 통해 단번에 채우려 하기보다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불안을 스스로 견딜 수 있는 힘을 키워야 한다. 상대의 사랑은 나를 채워주는 도구가 아니다. 상대도 나도 정서적으로 안정되어 있을 때 비로소 관계도 안정된다. 쉽지는 않겠지만 누군가를 붙잡지 않아도 괜찮은 마음, 떠나가더라도 무너져 버리지 않을 자신감이 쌓여야 한다. 그래야 사랑도 덜 불안하고 덜 아프며 덜 공허해진다.공허한 사랑의 반복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가 보내는 신호일 수 있다. 그 신호를 외면하지 않고 천천히 들여다볼 때 사랑은 더 이상 상처를 확인하는 시험이 아니라 함께 머물 수 있는 편안한 심리적 공간이 된다. 사랑이 불안한 사람은 사랑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버려질 것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큰 경우가 많다. 벌써 많은 세월이 흘렀고 또 얼마나 긴 시간이 필요할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편안하고 안정된 자신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환자와 몇 년째 상담을 이어가고 있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2026/03/18 07:30
  •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100세 시대 삶의 질 흔드는 질환…아쿠아블레이션이 바꾼 치료 선택지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100세 시대 삶의 질 흔드는 질환…아쿠아블레이션이 바꾼 치료 선택지

    ◇노화로 커지는 전립선, 배뇨 장애 넘어 합병증 위험전립선비대증은 남성의 삶의 질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이다. 방광 아래에 있는 생식기관인 전립선은 세월이 흐르며 자연스레 크기가 커지곤 한다. 이때 커진 전립선이 요도를 좁히면서 소변 줄기가 가늘어지거나, 소변을 본 뒤에도 잔뇨감이 남고 밤낮으로 화장실을 찾게 되는 등 다양한 불편을 겪는다. 이를 방치할 경우 요로감염이 반복되거나 방광 건강이 크게 나빠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칼럼안현규 이대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2026/03/17 11:24
  • 마음의 병 때문에 머리카락을 뽑는 아이들

    마음의 병 때문에 머리카락을 뽑는 아이들

    진료실 의자에 앉은 아이의 머리카락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은, 때로 그 아이의 비밀 일기장을 들춰보는 것만큼이나 조심스럽다. 그것은 세월이 만든 것도, 유전자가 정해놓은 운명도 아니다. 자신의 손으로 하나하나 만든 고통의 자국. 의학적으로 ‘발모벽’이라 부르는 이 증상은 아이의 내면이 지르는 비명이 두피 위로 삐져나온 것이다. 성인 탈모를 매일같이 마주하는 나에게도 아이들의 빈 정수리는 유독 무겁게 느껴진다. 단순한 나쁜 습관이 아니라, 지금 당장 나를 좀 봐달라는 마음의 간절한 신호이기 때문이다.보통 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으로 넘어가는 아홉 살에서 열세 살 사이, 아이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겉으로 보기엔 그저 조용히 앉아 있는 것 같아도 그 안에서는 큰 고민이 있다. 머리카락을 뽑기 직전의 참기 힘든 긴장감이 툭 하고 모근이 뽑혀 나가는 순간, 역설적이게도 거짓말 같은 해방감과 만족감으로 변한다. 이 비극적인 보상 회로가 뇌에 새겨지면 아이는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머리로 손을 뻗게 된다. 진료를 해보면 그 손길 끝에는 늘 촘촘한 학원 시간표나 교실 안의 외로움, 혹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좌절감이 있다. 아이는 입 대신 손가락으로 자신의 불안을 두피 위에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이다.발모벽의 흔적은 일반적인 매끄러운 원형 탈모와는 생김새부터 다르다. 경계가 불분명하고 울퉁불퉁하며, 직접 잡아당긴 탓에 끊어진 머리카락 길이가 제각각이다. 어떤 아이들은 머리카락을 넘어 눈썹이나 속눈썹까지 손을 대기도 하고, 심한 경우 뽑은 머리카락을 먹기도 한다. 단순히 미관상의 문제를 넘어 신체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징후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행동이 아이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아이의 몸과 마음이 이미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는 사실을 우리 어른들이 먼저 알아야 한다.치료는 습관 교정법을 훈련하는 데서 시작된다. 머리카락을 뽑고 싶은 충동이 밀려오는 순간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고, 그 손을 주머니에 넣거나 주먹을 꽉 쥐는 식으로 다른 행동을 끼워 넣는 과정이다. 증상이 너무 심할 때는 약물의 도움을 받아 정서적인 도움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 어떤 정교한 의학적 처치보다 강력한 것은 아이를 감싸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학교에서의 문제나 학업 압박을 그대로 둔 채 치료에만 매달리는 것은 구멍 난 댐을 손가락으로 막는 격이다. “왜 뽑았니”라는 날이 선 추궁 대신 “얼마나 힘들었니”라는 나지막한 공감이 아이의 손을 머리에서 내려오게 한다.다행히 아이들의 모공은 정직하다. 자신을 해치던 손길이 멈추고 마음의 안정이 채워지면, 두피에는 다시 정직하게 머리카락이 자라난다. 3개월 정도의 집중적인 치료 후 다시 빽빽해진 아이의 정수리를 확인하게 되면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복원해야 할 것은 머리카락이 아니라, 아이가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소화할 수 있는 마음의 근육이다. 머리카락을 뽑기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거나 두피에 빈 공간이 보이기 시작했다면, 그건 어른들이 개입해야 할 시간이라는 뜻이다. 결국, 아이의 손가락을 멈추게 하는 것은 아이의 손을 말없이 따뜻하게 맞잡아주는 어른들의 사려 깊은 마음이다.(*이 칼럼은 뉴헤어 성형외과 김진오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6/03/16 21:21
  • [의학칼럼]안구건조증 원인 ‘마이봄샘 기능 이상’, IPL 치료 도움 가능성

    [의학칼럼]안구건조증 원인 ‘마이봄샘 기능 이상’, IPL 치료 도움 가능성

    스마트폰과 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눈의 피로와 건조함을 호소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특히 장시간 화면을 바라보는 생활이 일상화되면서 안구건조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늘었다. 안구건조증은 눈이 뻑뻑한 정도의 불편함으로 여겨지기 쉽지만, 증상이 반복되면 눈의 피로와 시야 불편을 유발해 일상생활의 만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최근에는 기존의 인공눈물 중심 관리에서 나아가 눈물막 상태를 고려한 다양한 관리 방법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안구건조증은 눈물의 양이 부족하거나 눈물막이 불안정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특히 눈꺼풀 안쪽에 위치한 마이봄샘 기능 이상이 관련 요인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마이봄샘은 눈물의 기름층을 형성해 눈물이 쉽게 증발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마이봄샘의 분비 기능이 저하되거나 통로가 막히면 기름층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해 눈물이 빠르게 증발하고, 이로 인해 눈의 건조함과 이물감, 충혈, 시야 흐림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초기에는 단순한 피로나 일시적인 증상으로 생각해 방치하기 쉽지만, 증상이 지속되면 눈표면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정확한 진단과 관리가 필요하다.이러한 안구건조증 관리 방법 중 하나로 IPL(Intense Pulsed Light) 치료가 활용된다. IPL은 여러 파장의 빛을 이용해 눈꺼풀 주변의 염증 반응을 완화하고 마이봄샘 기능 개선을 돕는 방식이다. 해당 기술은 피부과에서 활용하던 방식이었으나, 이후 마이봄샘 기능 이상과 관련된 안구건조증 관리에 활용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IPL 치료는 눈꺼풀 주변 염증완화와 마이봄샘의 기능 개선을 통해 눈물막 환경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치료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또한 시술 시간이 비교적 짧고 통증 부담이 크지 않으며 치료 후 바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안구건조증 치료를 위해 개발된 전용 IPL 장비인 ‘옵티라이트’가 안과 진료 현장에서 사용되기도 한다. 옵티라이트는 기존 피부 치료용 IPL 장비와 달리 안구건조증 치료를 목적으로 설계된 장비로 알려졌다. 이는 눈 주변 구조를 고려한 장비로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마이봄샘 기능 이상이 동반된 안구건조증 환자에게 적용될 수 있다.안구건조증 환자 중에는 마이봄샘 기능 이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눈 상태에 따라 IPL 치료 등이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되기도 한다. 안구건조증은 증상과 원인이 다양한 만큼 정확한 진단을 통해 개인 상태에 맞는 관리와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윤삼영 첫눈애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윤삼영 첫눈애안과 대표원장2026/03/16 16:25
  • 약국 소화제는 ‘이렇게’ 선택하세요

    약국 소화제는 ‘이렇게’ 선택하세요

    속이 답답하고 더부룩한 경우 가까운 약국을 찾아 “소화제 하나 주세요”라고 말하곤 한다. 실제 소화제는 약국에서 흔하게 판매되는 일반의약품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고 성분 또한 제각기 다르다. 증상에 맞는 올바른 복용을 위해 약국에서 소화제가 어떻게 분류·권장되는지 유형을 정리해 보겠다.소비자가 “체한 것 같고 소화불량 증상이 있다”고 말할 때, 약사가 주는 소화제의 종류는 그 원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음식을 많이 먹고 체했는지 ▲음식은 평소와 비슷하게 먹었는데 체했는지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속이 불편한지에 따라 소화제 선택이 달라지고 ▲가스가 차면서 복부 팽만이 있는지 ▲위장 경련 등 배가 아픈지에 따라 약의 종류가 추가될 수 있다.첫 번째, 평소보다 너무 많이 먹고 체한 경우다. 명절 연휴나 뷔페, 회식 자리에서 평소 음식량을 초과해 섭취한 날에 명치가 꽉 막힌 듯하고, 음식물이 목 끝까지 차오른 듯한 답답함이 느껴질 수 있다. 이는 위장이 스스로 분비할 수 있는 소화효소의 한계치를 넘어설 만큼 많은 양의 음식이 들어온 경우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소화효소제다. 소화효소제는 말 그대로 음식물을 전부 소화 시켜주는 약이라서 위장, 소장에 있는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을 모두 처리 해주고 속을 편안하게 해준다.흔한 소화효소제로 ‘훼스탈플러스’, ‘베아제’ 등이 있는데, 어떤 음식을 많이 먹고 체했는가에 따라 소화효소제 선택도 달라진다. 훼스탈플러스는 탄수화물 비중이 높고 나물 종류의 질긴 식이섬유가 많은 한국형 식단 소화에 특화된 약이고, 베아제는 서구형 식단인 기름진 고기에 특화된 약이다. ‘훼스탈골드’는 훼스탈플러스보다 가스 제거 성분이 강화됐고, ‘훼스탈슈퍼자임’은 지방·단백질 소화력이 강화된 약이다. ‘닥터베아제’는 베아제보다 지방 소화효소인 리파제가 2배 강화된 소화제다. 만약 더 강한 소화효소제가 필요하다면 ‘다제스’ 같은 3중 소화제가 더 많은 음식을 소화시켜줄 수 있다.두 번째, 평소랑 똑같이 먹었는데 체한 경우다. 식사량은 평소와 같거나 오히려 적었는데 위가 돌덩이처럼 굳어버린 느낌이 든다면, 소화효소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위장의 ‘운동성 저하’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위장은 근육으로 이뤄진 주머니다. 연동운동을 통해 음식물을 위액과 섞고 십이지장으로 내려 보내야 하는데, 스트레스를 받거나 피로가 누적되면 이 근육의 움직임이 둔해진다. 이를 ‘위 배출 지연’이라고 한다. 이때는 소화효소제만으로는 부족하고 위장운동 촉진제가 필요하다.대표적인 위장운동촉진제 일반의약품은 마시는 액상소화제와 한방 과립제가 있다. ‘베나치오’, ‘까스활명수’, ‘위청수’, ‘생록천’ 같은 액상소화제에는 위배출지연을 개선하고 위장에서 소화효소 분비를 촉진해주며 위장의 염증을 완화하면서 위장 점막을 보호해주는 생약제제들이 들어있다. 한방 과립제도 효과가 좋은데, ‘소체환’이나 ‘향사평위산’ 같은 한방제제 일반의약품을 소화제 알약과 같이 먹으면 좋다.세 번째, 조금만 먹어도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한 경우다. 음식을 먹기 전이나 조금만 먹었는데도 조기 포만감과 함께 명치 부근이 쓰리고 화끈거리는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위산이 과다 분비돼 위 점막을 자극하고 있거나, 이미 경미한 위염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자극적인 위산을 중화시켜 점막을 보호하는 제산제가 일차적인 해결책이 된다.대표적인 제산제로는 ‘겔포스엘 현탁액’, ‘개비스콘 듀얼액선 현탁액’, ‘트리겔 현탁액’, ‘알마겔에프 현탁액’ 등이 있다. 겔포스엘은 제산 작용과 함께 위장운동 촉진 작용이 있는 약이고, 개비스콘 듀얼액션은 역류성 식도염처럼 타는 듯한 식도 불편감에 특히 좋은 약이다. 트리겔 현탁액은 위점막 마취 성분이 포함돼서 위장 통증과 과도한 위산분비 억제에 좀 더 효과가 있는 약이고, 알마겔에프는 기본형 제산제로서 가격도 저렴하고 여기저기에 두루두루 쓰기 좋은 약이다. 네 번째, 배에 가스가 가득 차거나 더부룩하고, 트림 또는 방귀가 많이 나오는 경우다. 소화불량과 함께 배에서 꾸르륵 소리가 나고 가스가 차서 팽만감이 심하다면 가스제거제 성분이 잘 들어간 소화제를 찾아야 한다.대표적인 가스제거제는 ‘시메티콘’, ‘디메치콘’이라는 성분이 있다. 가스제거제 단일제로 따로 판매하기도 하고, 소화제에 시메치콘이나 디메치콘이 포함된 소화효소제가 있다. 복부팽만이 심한 경우에는 가스제거제가 많이 들어간 소화제를 선택해야 한다.다섯 번째, 소화불량과 함께 위장 경련이나 복통이 있는 경우이다. 배가 아픈 경우에는 ‘스코폴리아’ 성분의 진경제가 함께 들어간 소화제가 시중에 나와 있다. 진경제가 함께 포함된 소화제는 배가 아프다고 보채는 아이들이나 소화불량과 함께 위장 경련이 느껴지는 어른들에게 효과가 좋다.그 외에 소화제 중에서 담즙 분비를 촉진하는 이담제인 ‘우르소데옥시콜린산(UDCA)’이 들어간 소화제가 있는데, 이 성분은 지방 소화를 도와주기 때문에 기름진 식사 후 체한데 효과가 좋다. 소화뿐 아니라 기름 성분이 장내 유해균에 의해 가스를 만들어 내지 않도록 복부 팽만을 줄여주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음식물이 장을 매끄럽게 통과해 얹힌 게 내려가는 데도 도움을 준다.소화제 복용 시 주의 사항은 첫째, 소화효소제 알약은 씹거나 부숴 먹지 않는다. 대부분 소화효소제는 위산에 효소가 파괴되지 않고 장까지 살아서 가도록 겉면에 장용 코팅이 돼있다. 부숴 먹으면 위장 안에서 효소가 모두 불활성화돼 효과가 사라진다. 둘째, 알레르기 반응에 주의한다. 판크레아틴 등 많은 소화효소는 돼지나 소의 췌장에서 추출하기 때문에 혹시나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제산제가 포함된 약은 항생제(테트라사이클린, 퀴놀론계)나 철분제의 체내 흡수를 방해할 수 있다. 소화제 복용 전 약사와 상담해 두 시간 이상의 투약 간격을 둬야 한다.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6/03/16 09:20
  • 능력자는 나인가, 아니면 AI인가?

    능력자는 나인가, 아니면 AI인가?

    AI의 쓰나미가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느낌이다. 인류의 역사상 이렇게 단기간에 삶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친 예가 있었나 싶다. 스마트폰만 해도 아이폰이 개발된 2007년 이후 5~7년 정도 지난 후에야 지배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이에 반해, AI 대중화의 시작점이라고 평가받는 오픈AI의 ‘챗GPT’ 공개가 2022년 11월이니, AI의 확산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이젠 공부를 할 때나 업무를 할 때나 AI의 도움을 받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해졌고, 현재 대학에서도 ‘AI를 잘 사용하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되었다. 덕분인지, 학생들의 과제들도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 화려한 그래픽과 논리적인 내용 전개. 학생들의 보고서가 전문 학자들의 논문을 속된 말로 뺨치는 수준까지 올라온 느낌이다. 그러면 이즈음에 드는 의문. 실력이 좋은 것은 AI일까, 아니면 학생들인 걸까?확실한 것은 최근 학생들은 AI의 능력을 자신의 능력이라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의 절반에게는 AI의 도움을 받아 문제를 풀도록 했고, 나머지 절반에게는 AI 도움 없이 문제를 풀도록 했다. 실험 결과 중 흥미로운 부분은 두 가지였는데, 첫 번째는 AI의 도움을 받았던 집단의 수행이 더 높았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AI 도움을 받았던 집단의 스스로에 대한 평가 역시 더 높았다는 점이다. 즉, 성적이 좋았던 것은 AI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지만, 그런 부분은 가볍게 무시하고 스스로의 능력이 좋았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이와 같은 자신 능력에 대한 과잉 확신 문제는 AI 사용에 관한 중요한 부정적 증거 중 하나로 언급된다. 여러 연구들에서 AI를 많이 사용하며 시험을 준비한 집단에서 실제 시험 성적은 낮게 나오는 반면, 스스로의 실력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 원래 큰 사고는 실력은 없고, 확신이 강한 사람이 친다고 했는데, 어찌 보면 AI를 사용하는 우리가 그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운 지점이다.하지만 스스로의 능력을 제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본래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스스로의 능력을 평가할 때 본인 내부에 있는 것만으로 제한하지 않는다. 어쩌다 우연히 외국인들과 태권도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릴 적 동네 태권도 도장 몇 달 다닌 솜씨를 자랑하며, ‘태권도 마스터’인양 이야기를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내 앞에 앉아있던 이탈리아인이 태권도 공인 2단이어서 머쓱한 적이 있었다. 태권도 종주국의 국민이라는 점이 나에게 태권도에 대한 근거 없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생긴 촌극이었다.이렇듯 인간은 자신이 속한 집단의 성취를 자신의 성취로 지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경향은 우리가 자아(self)를 확장하고 싶은 기본적 동기에서 비롯된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자아가 사회적 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자아를 집단으로 확장하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고, 이런 과정에서 확장된 자아의 능력을 본인의 능력으로 잘못 판단하는 것이다.그뿐 아니다. 우리는 어떤 정보가 매끄럽고 쉽게 이해되는 느낌을 줄 때, 우리는 그 원인을 깊이 따지지 않은 채 “내가 잘 알고 있다”거나 “내가 이해했다”고 판단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를 처리 ‘유창성 오류’라고 한다. 일타 강사의 수업을 듣고 있을 때는 ‘다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집에 가서 들춰보면 실제로 이해한 내용이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처리 유창성 오류’의 대표적인 예다. 처리 유창성은 내가 아닌 타인의 능력에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즉, 위의 예에서 강의가 쉽게 이해됐다면 그것은 강사의 능력이지 나의 능력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처리 유창성이 나의 능력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스스로에 대한 평가를 높인다.또 우리의 기억은 쉽게 왜곡되는데, 특히 어떤 정보를 얻었을 때 그 정보를 얻은 출처에 대한 기억이 더 약하다. 혹시 친구에게 “야, 너만 알고 있어. 사실은…”이라며 최신 소문을 전했는데, “야! 그거 내가 말해준거잖아!”라는 답변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일단 머릿속에 저장된 정보에 대해서는 기억하지만, 그 기억이 어떻게 머릿속에 입력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저장되지 않아서 발생하는 현상이다.이에 더해, 만일 자신이 그 기억 속 정보에 손을 댔다면, 그 정보의 출처를 자신의 머리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면, 어디에선가 읽었던 문장이 있었는데, 출처 기억 오류로 인해 어디서 읽었는지에 대한 기억이 소실되고 다른 상황에서 우연히 그 문장이 떠오르면, 그 문장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창조된 것으로 믿어버린다. 역시 타인의 결과물을 자신의 능력이 만들어 낸 결과물로 잘못 오해하는 경우가 된다.이런 점에서 AI 능력을 내 능력이라고 믿어버리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결과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자아를 확장해 왔고, 타인의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흡수하며 살아왔다.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의 판단과 책임의 경계를 얼마나 명확하게 세우는지에 있다.능력은 결과물의 화려함으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 결과를 스스로 설명하고 수정하며 책임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것이 된다. AI를 잘 사용하는 시대를 넘어, AI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이 시대에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능력이지 않을까 싶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6/03/13 09:20
  • [의학칼럼]백내장 수술의 완성도, '0.1mm 전낭 절개'의 정밀함에 달렸다

    [의학칼럼]백내장 수술의 완성도, '0.1mm 전낭 절개'의 정밀함에 달렸다

    인류의 평균 수명이 늘어남에 따라 백내장은 노년층에게 피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질환이 되었다.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백내장 수술은 대중화되었지만, 환자들이 체감하는 ‘시력의 질’은 집도의의 미세한 손끝 차이에서 결정된다. ◇수술의 성패를 가르는 ‘전낭 절개’의 미학백내장 수술의 핵심 공정 중 하나는 수정체를 싸고 있는 얇은 주머니인 ‘전낭’을 절개하는 것이다. 이 전낭을 얼마나 매끄럽고 일정한 원형으로 절개하느냐에 따라 삽입된 인공수정체의 위치가 결정된다.만약 절개창이 삐뚤어지거나 크기가 일정하지 않으면, 인공수정체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기울어질 수 있다. 이는 곧 난시 유발이나 시력 저하로 이어지며, 환자가 수술 후 느끼는 만족도를 크게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즉, 0.1mm의 미세한 오차가 수술 전체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셈이다.◇기존 기구의 한계를 넘는 ‘수직 설계’의 도입필자는 수만 례의 임상 경험을 거치며 기존 수술 기구들이 가진 구조적 한계에 주목해 왔다. 기존 방식으로는 의도한 궤적을 완벽하게 따라가는 데 물리적인 제약이 따를 때가 있었다.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근 필자가 직접 고안한 ‘수정체 전낭 절개를 위한 수술용 가위’는 진행 방향과 절개 방향이 수직이 되도록 설계되었다. 이러한 역학적 구조는 수술자가 의도한 선을 따라 오차 없이 정교하게 원형 절개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최근 이 기술은 의료 선진국인 일본 특허청(JPO)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해 특허 등록을 완료하며 그 진보성을 인정받기도 했다.◇‘최소 침습’으로 통증은 줄이고 회복은 빠르게의료기기의 발전은 단순히 정확도 향상에만 머물지 않는다. 환자의 빠른 일상 복귀를 돕는 ‘최소 침습’ 구현이 필수다. 가위날(블레이드)의 크기를 극소화하면 각막 절개창을 아주 작게 유지할 수 있다. 이는 수술 후 발생하는 유발 난시를 최소화하고 통증을 줄여주는 핵심 요소다.또한, 의료진의 손목 피로도를 낮추는 인체공학적 설계는 장시간 이어지는 수술 집중력을 유지하게 하여, 결과적으로 환자에게 가장 안전한 수술 환경을 제공한다.◇K-의료기기, 글로벌 안과 수술의 표준을 향해까다로운 일본 특허 획득에 이어 현재 미국과 유럽에서도 특허 절차가 진행 중이다. 현장에서 얻은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국내 의료진의 아이디어가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다는 것은, 대한민국 안과 수술의 표준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백내장 수술은 ‘보이게 하는 것’을 넘어 ‘얼마나 질 높은 시력을 제공하느냐’의 단계로 진화했다. 앞으로도 미세한 차이를 잡아내는 기술적 혁신을 통해 환자들이 수술 후 제2의 인생을 더욱 선명하게 누릴 수 있도록 연구를 지속해 나갈 것이다.(*이 칼럼은 박형주 ​강남도쿄안과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박형주 ​강남도쿄안과 ​대표원장​2026/03/11 13:30
  • [의학칼럼] 밤마다 화장실 찾는 남성들…평생 약 대신 단 1회 시술 ‘유로리프트’

    [의학칼럼] 밤마다 화장실 찾는 남성들…평생 약 대신 단 1회 시술 ‘유로리프트’

    ◇중장년 남성 흔한 질환, 방치하면 합병증 위험밤에 두세 번 이상 화장실을 찾는 일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길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전립선이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배뇨 장애가 발생하는 전립선비대증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전립선비대증은 중장년 남성에게 매우 흔한 질환이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나이 들어서 그렇다”며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적지 않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잔뇨감이 남고, 밤마다 화장실을 찾는 야간뇨가 반복되더라도 참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증상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방광 기능 저하나 신장 기능 악화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약물치료와 수술 사이, 새로운 치료 대안 등장현재 전립선비대증 치료의 기본은 약물치료다. 실제로 많은 환자가 병원을 방문해 약을 처방받고 증상을 관리한다. 그러나 약물치료는 매일 복용해야 하는 불편이 있고 어지럼증, 역행성 사정 같은 부작용으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반대로 전립선 절제 수술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전신 또는 척추마취 부담, 입원과 회복 기간, 장기간 소변줄 유지 등으로 고령 환자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이처럼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의 간극이 존재하면서 최근 의료 현장에서는 그 중간 단계 치료로 ‘유로리프트(Urolift·전립선결찰술)’가 주목받고 있다.◇유로리프트, 막힌 요도를 구조적으로 넓히는 시술유로리프트는 전립선 조직을 절제하지 않고 특수 임플란트를 이용해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양측으로 고정하여 요도를 넓혀주는 방식이다. 막혀 있던 요도를 구조적으로 확장해 배뇨를 개선하는 치료다. 조직 손상이 거의 없어 요실금이나 발기부전 발생 위험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시술 시간은 약 10~20분 정도로 비교적 짧고 국소마취로도 시행할 수 있다. 고령 환자나 항응고제·항혈전제를 복용하는 환자에게도 적용이 가능한 경우가 많다. 또한 많은 환자가 시술 직후부터 배뇨 개선을 체감한다는 점에서 만족도가 높은 치료로 평가된다.60대 직장인 박모 씨 역시 몇 년째 전립선비대증 약을 복용했지만 증상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밤마다 세 번 이상 화장실을 오가다 보니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낮 동안 피로가 누적돼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받기 시작했다. 비뇨의학과 진료를 통해 유로리프트 시술을 받은 뒤 배뇨 증상이 빠르게 개선되면서 야간뇨로 인한 불편이 크게 줄었다고 한다.◇전립선 치료, 중요한 것은 ‘책임지는 의료진’최근 전립선비대증 치료에서 내시경 시술이 증가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치료 방법 선택에서 의료진의 경험과 전문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요도는 해부학적으로 매우 섬세한 구조를 갖고 있어 반복적인 내시경 조작이나 과도한 압박이 누적될 경우 염증이나 흉터 형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 요도 협착 같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전립선비대증 환자 중 상당수가 약물치료와 수술 사이에서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유로리프트는 약물치료의 한계를 보완하면서도 절제 수술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치료 방법이다. 전립선 질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술 자체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충분한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진단부터 시술, 이후 경과 관리까지 책임지는 구조이다. 환자 입장에서는 ‘누가 끝까지 책임지는 의료진인가’를 기준으로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윤철용 ​칸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윤철용 ​칸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2026/03/10 13:29
  • 신체 산재에서 정신 산재로… 기업은 노동자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신체 산재에서 정신 산재로… 기업은 노동자의 마음을 돌봐야 한다

    산업재해라고 하면 사람들은 먼저 신체 사고를 떠올린다. 추락이나 기계 사고 같은 장면이다. 이러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산업현장에서는 안전 관리가 크게 강화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이후 산업안전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 결과 산업현장의 사고 중심 신체 산재는 과거보다 줄어드는 흐름을 보여 왔다.그러나 이제 우리는 또 다른 산업재해를 바라봐야 한다. 보이지 않는 산재, 바로 정신 산재다.우리는 지금 ‘초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인간과 인간의 경쟁을 넘어 이제는 인간과 AI의 경쟁까지 이어지는 시대다. 쉼 없이 달려야 하는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늘 자신의 한계를 시험받는다. 마음이 쉴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그 피로는 결국 직장과 산업 현장으로 이어진다. 직무 스트레스는 빠르게 늘고 있다. 불안과 우울을 호소하는 직장인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직장 내 갈등과 감정 소진도 흔해졌다. 예전에는 이런 문제를 개인의 성격이나 적응의 문제로 여겼다.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 “조금 더 버티면 괜찮아진다.” 이런 말들이 자연스럽게 오갔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게 본다. 직무 환경과 조직 문화가 사람의 마음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그리고 그 영향은 개인을 넘어 사회의 문제로 드러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20억 근무일이 사라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약 5천만 명이 1년 동안 일하지 못하는 것과 맞먹는 규모다. 경제적 손실은 약 1조 달러에 이른다. 우리 사회에서도 변화는 뚜렷하다. 근로복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산업재해 승인 건수는 2016년에 비해 2024년에 약 7배 가까이 증가했다.실제로 진료실에서 직장인들을 만나면 자주 듣는 말이 있다. “몸보다 마음이 먼저 지칩니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습니다.” “회사에 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어느 대기업 팀장은 이렇게 말했다. “몸이 아픈 것은 아닌데 아무 결정도 할 수 없습니다.” 마음이 지치면 집중력이 떨어진다. 판단이 느려진다. 작은 실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그 실수는 때로 사고로 이어진다.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자동차의 브레이크가 마모되면 제동 거리가 길어진다. 위험을 인식해도 멈추는 시간이 늦어진다. 사고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사람의 마음도 다르지 않다.그래서 산업재해를 줄일 방안은 장비와 제도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사람의 마음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이제 기업 경영에도 새로운 질문이 등장하고 있다. 직원의 몸뿐 아니라, 마음도 안전한가. 직원의 마음은 개인의 사적인 영역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조직의 안전과 생산성, 그리고 지속 가능성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마음이 지치면 조직의 공기는 쉽게 거칠어진다. 작은 말이 갈등으로 번진다. 오해가 쌓이고, 신뢰가 약해진다. 반면, 마음이 안정된 직원은 집중력이 높다. 판단이 분명하며, 동료와의 관계도 부드럽다. 협력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조직에는 활력이 생긴다. 그래서 산업안전의 개념도 이제 신체 안전을 넘어 정신 안전으로 확장되고 있다.마음을 돌본다는 것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잠시 멈추어 자신의 상태를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된다. 지친 마음을 인정하고,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려는 작은 노력이다.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때 변화가 가능해진다. 기업의 경쟁력이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면, 사람의 힘은 마음에서 시작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정신건강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5달러의 건강과 생산성 향상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다른 연구에서는 기업이 직원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1달러를 투자할 경우 6.5달러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결과도 보고된다.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은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투자다. 마음이 지친 일터는 결국 위험해진다. 사람의 마음을 지키는 일이 결국 산업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다.(*이 칼럼은 사공정규 동국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기고입니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2026/03/10 13:18
  • 하루 세 번 양치질 열심히 해도 '이것' 놓치면 충치 생긴다

    하루 세 번 양치질 열심히 해도 '이것' 놓치면 충치 생긴다

    “하루 세 번 꼬박 양치하는데도 충치가 생겼어요.” “단 음식도 거의 안 먹는데 왜 그런 걸까요?”치과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질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충치는 양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생긴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양치만으로 충치를 완전히 예방하기는 어렵다. 충치는 생각보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기 때문이다.충치는 치아 표면에 남아 있는 음식물과 세균이 만들어낸 산(酸)이 치아를 녹이면서 시작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얼마나 자주 양치하느냐’보다 치아 표면에 세균이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느냐다. 음식을 먹으면 입안의 세균은 당분을 분해하면서 산을 만들어낸다. 이 산은 보통 20~30분 동안 치아 표면을 공격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치아의 가장 바깥층인 법랑질이 점차 약해지고 결국 충치가 발생한다. 그래서 양치를 비교적 잘하는 사람에게도 충치가 생길 수 있다. 특히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충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첫째, 간식이나 단 음료를 자주 섭취하는 습관이다. 식사 후 양치를 하더라도 그 사이에 단 음료나 간식을 반복적으로 섭취하면 치아는 계속 산에 노출된다. 음식의 양보다 섭취 횟수가 충치 발생에 더 큰 영향을 주기도 한다.둘째, 치아 사이 관리가 부족한 경우다. 실제 충치의 상당수는 치아 사이에서 발생한다. 칫솔은 치아 표면의 약 60% 정도만 닦을 수 있기 때문에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지 않으면 치아 사이에 세균이 남기 쉽다.셋째, 치아 형태와 배열의 영향이다. 치아의 홈이 깊거나 치아 배열이 촘촘한 경우 음식물이 끼기 쉽고 세균이 머물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이런 경우에는 양치를 열심히 하더라도 충치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넷째, 타액(침)의 역할도 중요하다. 침은 입안의 산을 중화하고 세균 활동을 억제하는 자연적인 방어 역할을 한다. 그러나 스트레스, 수면 부족, 약물 복용 등으로 입안이 건조해지면 이러한 보호 기능이 약해지면서 충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충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부분도 있다. 그중 하나가 “아프면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충치는 초기에는 대부분 통증이 없다. 통증이 느껴질 때는 이미 충치가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많다. 초기 충치는 비교적 간단한 치료로 해결할 수 있지만, 신경까지 진행되면 신경치료가 필요하거나 치아를 살리기 어려운 상황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치과에서는 늘 “충치는 아프기 전에 발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충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관리 습관이 필요하다. 식사 후에는 가능한 한 양치를 하고, 치아 사이 관리를 위해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단 음료나 간식 섭취 횟수를 줄이고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통해 초기 충치를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치아는 한 번 손상되면 완전히 원래 상태로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치과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치료보다 예방, 그리고 자연치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다. 
    칼럼기고자=이세호 종로서울에이스치과 대표원장2026/03/09 10:42
  • 당신이 먹은 케이크의 생크림, 동물성인지 식물성인지 알고 있나요?

    당신이 먹은 케이크의 생크림, 동물성인지 식물성인지 알고 있나요?

    채식이 육식보다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널리 알려지며 ‘식물성 식재료가 동물성 식재료보다 몸에 좋다’는 말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바로 크림이다. 동물성 크림이 식물성 크림보다 단지 좋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자를 진짜, 후자를 가짜라고 그래도 큰 무리가 없다. 동물성 크림은 소의 젖에서 추출한 유크림이다. 균질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를 그대로 두면, 표면에 몽글몽글하게 맺히는 지방층이 바로 크림이다. 아직 몇몇 시판 제품에서 이런 크림을 맛볼 수 있는데, 보통 원심력으로 분리해 미색에 가까운 흰색의 걸쭉한 크림을 대량 생산한다. 국내에서 ‘생크림’이라는 품명으로 팔리는 제품의 (유)지방 함유량은 38퍼센트, 지방 함유량이 높을수록 더 풍성하고 고소한 맛이 난다. 걸쭉한 액체인 크림을 거품기 등으로 휘저으면 크림 속의 지질이 물리 및 화학적 변화를 겪는다. 그 결과 3차원의 네트워크 혹은 구조물을 형성하면서 공기를 머금을 수 있게 되므로 부피가 커진다. 이를 ‘올린 크림’이라 일컫는데, 우리가 즐겨 먹는 생크림 케이크의 겉면에 바르는 바로 그것이다. 한마디로 액체가 바를 수 있는 진짜 크림이 되는 것이다. 원칙대로라면 모든 생크림 케이크는 이런 동물성 크림으로 마무리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무엇보다 동물성 크림은 가공성과 안정성이 떨어진다. 시간이 지나면 유청이 배어 나오고 형태가 무너지기 쉽다. 당일 생산·당일 판매라면 문제가 덜하지만, 재고를 보관하거나 냉동 유통을 거쳐야 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제품에는 부담이 된다.이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식물성 크림이다. 팜핵유(야자열매씨 기름)와 물, 그리고 설탕 등에 원래 섞이지 않는 물과 기름이 일시적으로 혼합된 상태를 이루게 도와주는 유화제(레시틴,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등)와 각종 첨가물을 섞어 만든 것이다.식물성 크림(보통 ‘식물성 휘핑크림’이라는 품명으로 팔린다)은 동물성 크림에 비해 가공성 및 안정성이 훨씬 좋다. 애초에 공업적으로 최적화를 이룬 제품이다 보니 쉽게 올릴 수 있고 케이크에 발라 형태를 잡으면 잘 무너지지도 않으며 동물성 크림에 비해 오래간다. 그렇다면 식물성 크림을 써서 만든 케이크가 우리 소비자에게도 더 나은 선택인 걸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식물성 크림은 유크림 한 가지 원료로 이루어진 동물성 크림을 모사한 초가공식품이다. 단지 안정성 및 가공성만 좋은 게 아니라 사실 단가도 낮은 대체재로 일단 맛부터 좋지 않다. 유크림만큼 고소하고 풍성하지도 않을뿐더러 입천장에 달라붙는 듯한 불쾌한 뒷맛과 느낌을 남긴다. 더군다나 주재료인 팜핵유는 높은 트랜스지방산의 함유량으로 심혈관계에, 유화제는 장내 미생물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맛과 건강 양쪽 모두에서 사실 동물성 크림이 더 좋은 식재료이니 이를 쓴 케이크를 열심히 찾아 먹는 게 바람직하다.
    칼럼이용재 음식평론가2026/03/09 07:30
  • 인간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돈·성공·명성 아닌 ‘이것’

    인간은 무엇으로 행복해지는가? 돈·성공·명성 아닌 ‘이것’

    1938년부터 지금까지 무려 88년 동안 이어지고 있는 연구가 있다. “무엇이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시작된 미국 하버드대의 장기 연구다. 연구진은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추적하며, 그들의 건강과 관계, 직업, 그리고 삶의 변화를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런데 이 연구가 내린 결론은 조금 의외였는데,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들, 예컨대 돈이나 성공, 명성이 아니었다.우리는 사람보다 화면과 더 오래 산다연구는 처음 724명의 참가자로 시작되었다. 연구자들은 이들의 삶을 수십 년 동안 인터뷰하고, 건강 상태와 삶의 변화들을 기록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참가자들은 결혼하고 자녀를 낳았고, 연구에는 그 자녀 세대와 손주 세대까지 포함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약 1300명이 추가로 참여했고,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행복해지면 내 주변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겠지.” 일이 잘 풀리고 경제적으로 조금 더 여유가 생기고, 지금의 문제들이 정리되면 그때는 가족들과도 더 웃고 즐겁게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우리의 실제 삶을 돌아보면 인간관계가 늘 삶의 중심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29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분석했을 때 친구와 함께 보내는 시간은 겨우 58일에 불과했다. 반면 같은 기간 동안 사람들은 4851일을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보냈다. TV나 스마트폰을 보며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기보다 미디어와 상호작용하며 인생의 상당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셈이다.행복의 비밀은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있었다하버드 연구에서 수십 년 동안 쌓인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는 매우 분명했다. “좋은 관계(good relationships)가 건강과 행복을 예측한다.” 돈이나 명성보다 가까운 인간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평생 더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좋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삶의 불행으로부터 더 잘 보호되고, 정신적·신체적 노화도 더 늦게 나타났다. 사회적 계층이나 지능, 심지어 장수와 관련된 유전적 요인보다도 인간관계가 장수와 행복을 더 잘 예측하는 요소로 나타났다는 것이다.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정신과 의사 로버트 월딩어는 이 결과를 아주 간결한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 “Good relationships keep us happier and healthier.” 즉, 좋은 인간관계가 우리를 더 행복하게 만들고 더 건강하게 만든다는 뜻이다.이 연구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연구자들이 말하는 ‘행복’의 의미다. 월딩어는 연구를 설명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happiness)이 아니라 웰빙(well-being)을 연구했다.” 이 두 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른 의미를 가진다. 행복은 대개 순간적인 감정에 가깝다. 기분이 좋고 즐거운 상태를 말한다. 반면 웰빙은 삶 전체의 상태를 가리킨다. 삶이 전반적으로 안정적이고 건강하게 유지되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비유하자면 행복은 파도와 같다. 순간적으로 밀려왔다가 다시 사라진다. 반면 웰빙은 바다와 같다. 넓고 깊은 바다는 쉽게 흔들리지 않으며 삶을 지탱하는 기반이 된다. 우리는 종종 순간적인 행복을 좇으며 살아가지만, 삶 전체를 놓고 보면 더 중요한 것은 웰빙, 즉 삶의 안정적인 상태이다. 어쩌면 우리가 일상에서 ‘행복’이라고 부르는 것들 중 상당수는 사실 웰빙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다. 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이벤트가 아니라 삶의 구조에 가깝다. 가장 건강한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만성질환이나 정신질환, 그리고 치매와 같은 기억력 저하로부터도 더 잘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외로움은 만성질환, 기억력 저하, 조기 사망의 위험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아무리 건강관리를 열심히 해도 외로움이 지속되면 삶 전체의 건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결국 이 연구가 말하는 핵심은 단순하다. 인간관계는 그날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사건이 아니라 우리의 삶 전체를 지탱하는 구조라는 것이다.행복은 혼자서 만들어내기 어렵다흥미롭게도 인간의 행복을 이야기할 때 예술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는 ‘Dance’라는 작품에서 사람들이 손을 잡고 원을 이루며 춤추는 장면을 그렸다. 그림 속 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서로 연결된 채 함께 움직이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도 그 장면은 이상할 정도로 자유롭고 생기 있는 느낌을 준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만약 인간관계가 이렇게 중요하다면 우리는 왜 관계를 삶의 중심에 두고 살지 않을까.
    칼럼한승민 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대표원장2026/03/06 19:32
  • [의학칼럼]다빈치 SP 로봇 활용 자가고정 메쉬 탈장수술 국제학술지 게재

    [의학칼럼]다빈치 SP 로봇 활용 자가고정 메쉬 탈장수술 국제학술지 게재

    본원이 단일공 로봇수술 분야에서 의미 있는 임상 성과를 거두며 탈장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필자는 다빈치 SP 로봇을 활용해 자가고정 메쉬를 적용한 양측 서혜부 탈장 교정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고, 관련 수술 기법과 임상 결과를 국제학술지 Asian Journal of Surgery에 게재했다.이번 수술은 40년 이상 양측 서혜부 탈장을 앓아온 60대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됐다. 환자는 반복적인 탈장 교액으로 응급실을 찾는 등 일상생활에심각한 제약을 받아왔으며, 장기간 지속된 탈장으로 인해 복벽 약화와 유착 가능성까지 동반된 고난도 사례였다.필자는 다빈치 SP 기반 단일공 복강경 접근법을 통해 복강 내 진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충분한 작업 공간을 확보해 양측 탈장을 동시에 교정하고 자가고정 메쉬를 정확히 배치해 복벽을 견고하게 보강했다. 환자는 수술 다음날 바로 퇴원했으며 통증이 현저히 감소하고 합병증 없이 빠른 회복을 보였다. 단일 절개에 따른 미용적 장점과 함께 만성 통증 및 재발 위험을 낮췄다는 점에서 임상적 의의가 크다.자가고정 메쉬는 봉합이나 추가 고정 없이도 미세 돌기 구조로 조직에 부착되는 장점이 있지만, 단일공 수술에서는 삽입 과정 중 메쉬가 의도치 않게 먼저 부착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수술 난도를 높이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자가고정 메쉬를 특수 방식으로 말아 삽입한 뒤 단계적으로 전개하는 ‘Hansol-roll’ 접기 기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단일 통로에서도 메쉬의 방향성과 위치를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돼 복잡하고 오래된 탈장에서도 안정적인 복벽 보강이 가능하다. 특히 단일공 로봇수술에 자가고정 메쉬를 적용한 양측 탈장 교정 사례는 세계 최초 보고로 알려져 학술적 가치 또한 주목된다.이번 수술에 사용된 다빈치 SP 시스템은 단일 절개창을 통해 카메라와 다관절 기구를 동시에 삽입하는 플랫폼으로, 좁은 수술 공간에서도 높은 자유도와 정밀도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단일 절개에 따른 흉터 최소화, 다관절 로봇 팔을 통한 정밀 박리와 메쉬 배치, 복벽 손상 최소화에 따른 통증 감소, 빠른 회복과 짧은 입원 기간 등이 주요 장점으로 꼽힌다. 필자는 다빈치 SP를 이용한 탈장수술을 세계 최초로 보고한 바 있으며, 이후 본원에서 해당 술식을 발전시켜 임상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탈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교액이나 장폐색 등 합병증 위험이 증가하는 질환으로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 최소침습적 접근으로 정확하게 교정하는 것이 장기 예후에 도움이 된다. Hansol-roll 기법과 같은 기술적 진보는 단일공 로봇수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가고정 메쉬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다양한 탈장 유형과 응용 분야에 대한 추가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이번 연구 결과는 단일공 로봇 기반 탈장수술의 치료 성과와 안전성을 제시하고 새로운 수술 표준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이 칼럼은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철승 부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이철승 부원장2026/03/05 14:40
  • 웃음과 사랑이 만드는 면역의 기적[아미랑]

    웃음과 사랑이 만드는 면역의 기적[아미랑]

    사람의 몸은 전부 알기 어려운 메커니즘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6개의 뼈가 1톤가량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망막의 1억3000만 개의 세포는 세상 그 어떤 카메라도 흉내 낼 수 없는 다양한 상을 포착해줍니다. 1.4kg밖에 안 되는 작디작은 뇌 속에는 50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소우주를 형성하고 있고, 하루에 10만 번 이상 펄떡펄떡 뛰는 심장도 있습니다.인간이라는 생명이 살아 있는 것은 그 자체가 신비하고 기적입니다. 인간의 육신이 죽어서 남기는 것은 비누 서너 장을 만들 수 있는 지방과 코크스(구멍이 많은 고체 탄소연료), 성냥개비 몇 개를 만들 수 있는 황뿐이라는 유물론적인 세계관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 코크스, 황과 같은 것들이 인간의 모든 생애를 대변할 수는 없습니다.인간 생명 기적의 중심에는 생체 방어 기구가 있습니다. 생체 방어 기구, 즉 면역 체계가 조화롭게 구성돼 있기에 우리 몸에 침투하는 균을 막아내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인간이 정신과 영혼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가장 자연스러운 치료 방법은 인간이 가진 이런 본질에 입각한 치료법일 겁니다. 인체가 기본적으로 가진 면역력을 최대한 증강시키는 겁니다. 병이 가벼울 때는 의학에 의존하기보다 인간의 자연 치유력을 존중하는 치료가 좋습니다.감기에 걸리면 저는 물을 많이 마시고, 푹 쉬고, 잘 자고, 과일과 채소를 많이 먹고, 마음을 편히 가지려 하고, 기도합니다. 이렇게 하면 아무리 독한 감기라 하더라도 하루 만에 이겨내기도 하고, 길어도 며칠을 넘기지 않습니다. 감기는 약을 먹어도 7일 정도면 낫는 병입니다. 약을 먹으나 자연치유에 의지하거나 치료 기간은 동일하다는 뜻입니다.똑같은 방법을 암을 치료하는 데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요? 몸속에 암세포가 있더라도 암에 걸리기 전과 다름없는 생활을 할 수 있고 수명 또한 연장된다면 암세포가 몸에 있다는 사실이 문제가 될 게 없습니다. 암세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게 잘 달래어 같이 잘 사는 것은 암과 싸워 이겨낼 신통한 방법이 없기에 차선책으로 선택하는 방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잘 살아낼 수 있다면 그것도 의미 있는 치료일 겁니다.공존의 지혜를 익히기 위해서는 갖추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는 겁니다. “왜 암을 완전히 없애지 못하나요? 전부 없애주세요!” 완전히 없앨 수만 있다면 당연히 완전히 없애는 것이 정답입니다. 그래서 암 치료를 위한 첫 번째 방법도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통해 일차적으로 암세포를 완전히 없애는 겁니다. 수술 후 빠르게 회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기도하고, 회복이 빠른 음식을 먹고, 마음을 편안히 먹는 일이 필요합니다.암 치료를 위한 두 번째 방법은 면역력을 극대화하는 것입니다. 제가 하는 치료의 핵심은 환자가 가진 면역력을 극대화해서 암에 잘 견딜 수 있는 신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면역력을 높이는 면역증강제를 처방하기도 합니다. 물론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인 면역을 강화해 암에 견딜 수 있게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나는 나을 수 있다는 확신, 스트레칭, 체조, 필라테스 같은 운동, 항암력을 높여주는 식품,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약이나 식품, 신앙, 아로마 치료, 웃음 치료, 눈물 치료, 암 가족 치료 등도 치료에 필요하다면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이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건 가족 간의 사랑과 회복, 마음의 평화입니다. 이 이야기를 할 때 저는 환자들에게 ‘JTP’를 하라고 조언합니다. JTP란 기쁨(Joy), 감사(Thanks), 기도(Pray)의 영어 첫 글자만 딴 겁니다. 일상생활에 기뻐하고 감사하고 기도하면 암으로 인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살아있는 자체가 행복으로 느껴집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오늘도 생명을 주신 것에 감사하고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하고 가족과 함께 대화하고 웃음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모든 일상에서 감사할 것이 많습니다. 이런 삶의 재발견을 통해 진정 소중한 삶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면 암에 걸리기 전과 다르게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습니다.심신이 기쁨을 느끼면 세포가 춤을 춥니다. 그러면 면역력이 저절로 높아지고, 면역력이 높아지면 삶의 질이 높아집니다. 항암 치료를 하다 보면 면역력이 떨어져 감기만 걸려도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면역력 관리를 잘했다면 덜 아프게 됩니다.인체가 가진 면역력은 면역증강제로도 어느 정도 높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육체와 영혼의 건강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면역을 극대화한다는 점을 늘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늘, 많이 웃고 사랑하셔서 면역력을 한껏 올려보시길 바랍니다.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칼럼이병욱 드림(대암클리닉 원장)2026/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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