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무릎보다 간과하기 쉬운 ‘발목 관절염’, 방치하면 보행의 자유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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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신세계서울병원 족부센터장 원장
흔히 관절염이라고 하면 무릎을 먼저 떠올리곤 하지만, 우리 몸의 최저점에서 전신 체중을 지탱하는 발목 역시 관절염의 위협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히 발목 관절염은 무릎 관절염과는 발생 원인과 양상이 확연히 달라 전문적인 접근이 필수다. 보통 무릎 관절염이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변화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발목 관절염, 퇴행성 관절염과 더불어 과거에 겪었던 심한 발목 골절이나 반복적인 발목 염좌, 즉 인대 손상이 적절히 치료되지 않고 방치되었을 때 40-50대 이른 나이에 발병하는 경우도 많다.

발목 관절염의 증상은 단계별로 나타나는데, 발목 관절염의 증상은 연골의 마모 정도에 따라 크게 1단계에서 4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초기인 1단계는 연골이 살짝 마모되거나 변성이 시작되는 시기로, 활동량이 많을 때만 발목이 욱신거릴 수 있으나 증상을 못 느끼는 경우도 많다. 2단계가 되면 증상 빈도가 잦고 강도도 조금 더 심해지는 편이며, 3단계에 접어들면 연골 마모가 본격화되어 뼈 사이 간격이 좁아지기 시작한다. 이때는 평지를 걸을 때도 통증이 느껴지고, 발목이 자주 부으며 밤에 잠을 설치게 하는 야간통이 동반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말기인 4단계에 이르면 연골이 거의 소멸하여 뼈와 뼈가 직접 마찰하게 된다. 보행 시 극심한 고통은 물론, 발목이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두꺼워지는 등 육안으로도 확인 가능한 외형적 변형이 뚜렷해진다.

이러한 단계 중 초기에는 주사 요법을 포함한 비수술적 치료로 충분히 조절이 가능하다. 대표적으로 흔히 ‘뼈주사’라 불리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강력한 항염증 작용으로 급성 통증을 빠르게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지만, 반복해서 사용할 경우 연골이나 인대가 약해질 수 있어 전문의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근 주목받는 DNA주사(PDRN)는 연골 세포의 재생을 돕고 염증을 완화하여 조직 회복을 촉진하는 데 기여한다. 손상된 인대나 힘줄을 강화하는 프롤로(증식치료) 주사는 관절 주변의 결합 조직을 튼튼하게 만들어 관절의 안정성을 높여준다.

이후 치료를 제 시기에 하지 않아 관절염이 중기로 넘어가면 '관절 보존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 단순히 한 가지 수술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절골술, 인대 봉합술, 유합술 등 다양한 수술적 기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하여 휘어진 발목의 정렬을 바로잡아서 환자가 발을 다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도 시기가 중요하다. 관절염이 말기로 치달아 뼈와 뼈가 맞닿으며 갈려 나가는 상태가 되면, 사실상 치료 대안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연골이 완전히 다 마모되어 뼈 자체가 손상된 단계에서는 아무리 정렬을 정교하게 교정하는 관절 보존 수술을 시행하더라도 뼈끼리 부딪히며 발생하는 극심한 통증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말기 관절염의 최종 단계에서는 인공관절 치환술과 관절 유합술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발목 인공관절은 무릎처럼 15~20년 이상 장기간 사용하는 경우도 많지만, 관절염의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시행하면 불과 2~5년 만에 인공관절 해리 및 불안정성이 발생해 재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말기 관절염에 심한 변형이 동반된 경우, 적합한 형태로 인공관절을 하기 위해서는 동반된 변형을 과도하게 교정해야 한다. 이에 수술 시간이 길어지고 테크닉이 매우 복잡하며 필요한 경우 2차에 걸쳐서 수술을 진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환자의 회복을 더디게 만들기에,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변형이 심한 관절염의 형태라면 오히려 관절 유합술이 더 현명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관절 유합술은 관절을 고정하는 수술이기에 기능을 포기하는 것으로 오해받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염증이 생긴 연골을 깨끗이 긁어내고 변형을 교정하여 뼈를 붙임으로써 '아플 수 있는 부위' 자체를 없앤다. 물론 유합이 잘 될지에 대한 추시 기간이 필요하고, 일상 활동에서 경사진 길이나 계단을 오를 내릴 때 약간의 불편함은 남을 수 있다. 그러나 건강했던 젊은 시절을 100점으로 본다면, 유합술 후에는 60~70점 정도의 기능을 유지하며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데 큰 무리가 없고 가벼운 운동도 가능하다. 따라서 유합술 수술에 대해서 막연한 거부감을 갖기보다, 내 상태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발목 관절염 치료의 핵심은 적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다. 많은 환자가 수술에 대한 두려움으로 병원 방문을 미루지만,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와 관절 보존 수술을 통해 대응한다면 말기 관절염 진행도 늦출 수 있고 인공관절이나 유합술 수술 없이도 본래의 발목을 충분히 유지하며 사용할 수 있다. 발목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주춧돌과 같다. 작은 통증을 몸이 보내는 마지막 경고음으로 받아들이고, 숙련된 족부 전문 의료진을 찾아 정확한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보행의 자유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이 칼럼은 권오진 신세계서울병원 족부센터장 원장의 기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