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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립선암, 증상 없다고 미루면 안 돼… 50대 이후엔 PSA 검사를

    전립선암, 증상 없다고 미루면 안 돼… 50대 이후엔 PSA 검사를

    소변 보는 게 불편하지 않고 통증도 없다면 전립선암검사는 자연스럽게 미룬다. “아직은 괜찮을 것 같다”는 판단으로 수년간 검사를 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전립선암은 증상이 없다고 안심하다 놓치기 쉬운 암으로 꼽힌다.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거의 없거나,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전립선비대증과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50대 이후 남성이라면 증상 유무와 관계없이 전립선암검사를 통해 전립선 상태를 한 번쯤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실제 진료 현장에서도 배뇨 불편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전립선암이 발견되거나, 아무 증상 없이 건강검진 과정에서 우연히 전립선암이 확인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증상만으로 전립선암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전립선암검사의 출발점으로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검사는 PSA 검사다. PSA 검사는 혈액검사를 통해 전립선에서 생성되는 특정 단백질 수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시행할 수 있다. 전립선암 여부를 단정 짓기 위한 검사라기보다, 전립선에 이상 변화가 있는지를 확인하는 1차 기준에 가깝다. 다만 PSA 수치가 높다고 해서 모두 전립선암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 같은 양성 질환에서도 PSA 수치는 상승할 수 있다. 그래서 의료진은 PSA 수치를 단일 기준으로 해석하지 않고, 이전 검사 결과와의 변화, 연령, 전립선 상태를 함께 고려해 판단한다. PSA 검사 결과에 따라 전립선 초음파 등 추가 검사가 이어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이 과정에서 그동안 자각하지 못했던 전립선비대증이 함께 확인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전립선비대증은 한때 고령 남성의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에는 40~50대에서도 흔히 관찰된다. 소변 줄기가 약해지거나 잔뇨감, 야간뇨 같은 증상이 있어도 바쁜 일상 속에서 참고 지내다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전립선비대증을 방치하면 전립선 크기가 더 커지고 방광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평가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치료 부담을 줄인 최소침습 치료도 선택지로 고려되고 있다. 아쿠아블레이션은 고온이나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워터젯으로 비대해진 전립선 조직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절개 부담을 줄이면서도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다만 전립선 상태에 따라 적용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전립선암검사의 목적은 곧바로 치료를 결정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전립선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관리 방향을 정하는 데 있다. 50대 이후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PSA 검사를 통해 전립선 상태를 한 번 점검해보고, 추가 검사나 치료가 필요한 단계인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전립선암을 완전히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 없지만, PSA 검사를 통해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 전략을 세우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50대 이후라면 불편함이 없더라도 전립선암검사를 미루지 말고, PSA 검사부터 시작해 전립선 상태를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 이 칼럼은 서울베스트비뇨의학과 유상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기고자=유상현 서울베스트비뇨의학과 원장​2026/01/27 11:43
  • 고용량 비오틴, 머리카락 잘 자라게 해줄까?

    고용량 비오틴, 머리카락 잘 자라게 해줄까?

    탈모 인구가 늘어나고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편의점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영양제가 바로 비오틴(비타민 B7)입니다. "머리카락이 굵어진다", "손톱이 단단해진다"라는 소문 덕분에, 권장량의 수백 배가 넘는 고용량 비오틴 제품을 메가도스 요법으로 매일 챙겨 드시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하지만 우리가 탈모 개선을 위해 무심코 먹었던 이 영양제가, 응급 상황에서 우리의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비오틴의 진짜 효능과 숨겨진 위험성에 대해 의학적 근거를 통해 명확히 파헤쳐 드리겠습니다.오늘의 퀴즈: 비오틴을 고용량으로 챙겨 먹으면 머리카락이 더 잘 자랄까?정답은 X입니다.핵심 근거1.우리 몸에 필요한 비오틴의 양은 생각보다 아주 적습니다. 한국인 영양소 섭취 기준에 따르면 성인의 비오틴 하루 권장 섭취량은 30μg입니다. 하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비오틴 영양제에 많게는 1만μg까지 함유돼 있습니다. 이는 권장량의 약 333배에 달하는 엄청난 고용량입니다.흔히 비오틴은 수용성이라 많이 먹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시는데요. 고용량을 섭취하면 필요량을 훨씬 초과하는 비오틴이 체내에 유입되어, 혈중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상승합니다. 이렇게 높아진 농도가 모발 성장에 추가적인 이득을 준다는 증거는 없으며, 결국 쓰이지 못하고 소변으로 배출됩니다. 즉, 결핍증이 없는 건강한 사람이 고용량을 먹어봤자 모발 생성 속도가 빨라지거나 숱이 늘어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고, 그저 비싼 소변을 만드는 셈입니다.실제로 관련 연구들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 고찰에 따르면, 건강한 일반인에게서 비오틴 영양제가 모발 성장이나 손톱 건강에 이득을 준다는 명확한 임상적 근거는 없다고 보고됐습니다.
    칼럼김연휘 의사·유튜브 ‘근알의’ (근거를 알려주는 의사) 운영2026/01/26 06:20
  •  '제발 평범하게 살고 싶어'라고 생각한 적 있다면

    '제발 평범하게 살고 싶어'라고 생각한 적 있다면

    제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듣는 환자분들의 ‘소망’은 무엇일까요? ‘행복’이라고 생각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제 답은 ‘평범함’입니다. 일반적으로 ‘행복’은 보다 유쾌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라면, ‘평범’은 유쾌하지는 않지만 불쾌하지도 않은 보통의 상태입니다. 그래서 ‘평범해지고 싶다’는 소망은 얼핏 보기에 매우 소박한 바람처럼 느껴집니다.한편, 환자분들이 조심스레 자신의 이야기를 마친 뒤 첫 진료에서 자주 던지는 또 하나의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혹시 저 같은 환자 또 보신 적 있나요?” 이 질문에는 사실 여러 겹의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자신이 너무 특이하거나 이상한 상태는 아니라는 확인을 받고 싶은 마음, 그리고 나만 이렇게 힘든 것이 아니라는 위안을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저는 마치 ‘평범함’의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심판관이 된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평범함’에 대한 판단은, 아무리 환자를 많이 본 경험 많은 의사라고 해도 쉽게 내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교과서에 나와 있는 통계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조심스럽게 되묻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평범함’이란 무엇인가요?” ‘평범함’이란 단어는 마치 절대적이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기준이 있는 단어처럼 들리지만, 실제로 ‘평범함’에 관해 물으면 사람들은 각자 처해있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서 자신에게 결핍되어있는 무언가를 꿈꾸며 다양한 대답을 내놓습니다. “경제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고, 원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들어주지만 특별한 요구를 하지는 않는 부모님이 있는 화목한 가정.”“삶의 질이 보장되고, 자기 계발도 가능하며 보람은 있지만 지나치게 어렵지는 않은 일.”“야단치는 상사나 껄끄러운 동료 하나 없이 모두가 너그러운 직장.”“실수에도 잔소리하지 않고, 힘들 때 의지가 되어 주며 경제적으로도 안정된 배우자.”“대단한 효도를 바라지는 않지만, 큰 사고 치지 않고 무난하게 중상위권 이상의 성적을 유지하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대학에 합격하는 자녀.”이러한 ‘평범함’의 조건들을 모두 모아 놓고 보면 사실 ‘이상향’에 가깝습니다. 어떤 사회적 통계나 개인적 경험을 봐도, 이런 모든 조건이 동시에 맞아떨어지는 삶은 흔하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은 어느 한두 가지 이상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조던 스몰러(Jordan Smoller) 교수의 저서인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이라는 책은 정신의학에서 ‘정상(normal)’의 의미를 여러 측면에서 다룹니다. 이 책에 나온 ‘정상’에 대한 관점이 우리의 ‘평범함’에 대한 논의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첫 번째는, 정상은 이상(理想)도 아니고, 평균도 아니요, 심지어 건강한 상태도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몇 개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공부 또는 일하다가 자꾸 스마트폰을 들어 딴짓하는 상태, 하기 싫은 일을 자꾸만 미루는 상태, 새해가 되어 운동을 시작하려 했지만, 작심삼일 하는 상태는 ‘평범’한가요, 그렇지 않은가요? 매우 ‘평범’하지만 이상적이지는 않은, 때로는 건강하지 않다고까지 여겨지는 상황들인 것 같습니다.두 번째는, 정상과 비정상은 낮과 밤의 관계와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낮과 밤을 분명히 다르다고 인지합니다. 그런데 이 두 상태 사이의 경계를 뚜렷하게 구분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정확히 낮은 언제 밤이 되고, 밤은 언제 낮이 될까요? 새벽녘과 해 질 녘을 낮과 밤 둘 중 하나로 꼭 규정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지금 내가 겪는 고통을 굳이 ‘평범한 것’ 혹은 ‘평범하지 않은 것’ 중 하나로 꼭 나누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이렇듯 ‘평범함’이란 분명한 실체라기보다는 우리 스스로 부여한 어떤 의미와 기대의 산물에 가깝습니다. ‘평범함’을 바라는 마음에는 그래서 그간 겪어온 삶 자체의 고통과 함께 자신을 바라보며 느껴온 고통까지 담겨 있습니다. 나의 ‘​평범함’​도, ‘​평범하지 않음’​도 모두 나 자신입니다. 그리고 나라는 존재는 때론 평범하기도, 때론 평범하지 않기도 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어떤 요소들을 탓하며 억지로 평범해지려 애쓰고 또는 그러지 못한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오늘의 하루가 비교적 평범했음에 감사하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하루가 평범하지 않았다면, 그것 역시 나의 수많은 하루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합시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국립정신건강센터 박선영 과학기술서기관(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2026/01/25 20:56
  • 우울증에서 벗어난 걸까, 조증이 발생한 걸까?

    우울증에서 벗어난 걸까, 조증이 발생한 걸까?

    항우울제를 복용하던 환자에게서 “조증(혹은 경조증)이 온 것 같아요”라는 말이 나오면, 환자도 가족도 당황하기 마련이다. 더구나 당사자는 “지금 기분이 너무 좋은데, 이게 병이라고요?”라며 이제야 우울에서 벗어나 ‘살아 있는 느낌’든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지점이 바로 우울증과 양극성 장애 치료 과정에서 임상가가 가장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 난제 중 하나다.우울 증상이 매우 심하고 환자가 이를 견디기 어려워한다면, 항우울제로 적극적으로 치료해야만 한다. 다만 일부 환자에서는 항우울제가 기분을 들뜨게 만들면서 조증 또는 경조증을 촉발한다. 조증 전환(manic switch), 즉 약물에 의해 기분 상태가 반대 방향으로 급격히 바뀌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항우울제가 조증을 얼마나 자주 일으킬까? 위험을 과장해서도 안 되지만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 단극성 우울증(조증·경조증 없이 우울 삽화만 있는 경우)으로 보였던 환자에서도 치료 중 조증·경조증이 나타날 수 있다. 보고되는 빈도는 연구와 약제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3%, 일부 보고에서는 약 5% 내외까지 제시된다. 빈도가 높은 편이 아니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우울증 진단을 받았으니 조증은 안 생길 거야”라고 단정해선 안 된다. 항우울제 치료를 시작한 뒤에는 초기에 특히 수면, 활동량, 말의 속도, 충동성 같은 변화가 생기는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것이 안전하다.우울증으로 치료를 받던 중 조증·경조증 전환이 확인되면, 진단과 치료 전략은 달라진다. 이런 경우, 해당 환자는 근원적으로는 양극성 장애의 소인을 품고 있었는데, 항우울제가 이를 드러나게 했을 가능성을 우선 고려한다. 그리고 이후부터는 양극성 장애에 준해 치료 전략을 새로 짜야 한다. 우울증이 재발하더라도 항우울제 치료를 단독으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기분안정제(리튬, 발프로산, 라모트리진 등) 또는 비정형 항정신병약을 중심으로 재발을 막는 쪽에 치료의 초점이 옮겨간다. 이미 양극성 장애로 진단된 환자가 우울 삽화에서 항우울제를 사용할 경우엔 더 조심해야 한다. 우울이 너무 고통스러워 항우울제를 쓰는 상황이 생길 수는 있지만, 이때는 조증 전환 위험이 단극성 우울증보다 훨씬 높다. 연구에 따라 다르나 대략 수십 퍼센트 이상 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게다가 우울증에서 조증으로 전환되면 이후 경과도 안 좋다. 우울과 조증의 재발이 잦아지고 주기가 빨라지는 현상을 주기 가속화(cycle acceleration)라고 부르는데, 이때는 증상이 더 복잡해지고 약물 반응이 떨어질 가능성도 커진다.그렇다면 진료실에서는 무엇을 근거로 ‘우울증이 좋아진 것’과 조증·경조증 전환을 구분할까? 핵심은 단순히 “기분이 좋아졌느냐”가 아니라, 기분 변화의 양상과 경과다. 다음과 같은 특징이 묶음으로 나타나는지 확인한다. ▲수면 시간이 확 줄었는데도 피곤을 거의 느끼지 않음 ▲말이 빨라지고 많아지며, 멈추기 어려움 ▲생각의 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라짐 ▲자신감이 과도하게 팽창하거나 과대 사고가 두드러짐 ▲지출과 소비가 늘고, 충동적 투자나 무리한 일을 벌임 ▲그 결과 직장, 가정, 대인관계에서 문제가 생김 등이다. 이런 양상이 관찰된다면 우울증 치료가 잘 되어서 기분이 좋아지고, 활기가 생기고, 자신감이 생긴 것이 아니라 병적인 조증·경조증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특히 임상에서 놓치기 쉬운 것이 혼재성(mixed) 양상이다. 우울감이 남아 있는데도 동시에 짜증, 초조, 수면 감소, 생각의 가속, 충동성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다. 겉으로는 우울이 심해져서 예민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증에 가까운 상태다. 이때 항우울제로만 밀어붙이면 오히려 악화되거나 충동적 행동 위험이 커진다. 또 급속 순환(rapid cycling)처럼 재발 주기가 매우 빠른 환자군에서는 항우울제 사용에 매우 신중해야 한다. 현장에서 자주 보는 장면은 이렇다. 환자는 “요즘 머리가 맑고 기분이 좋아요. 우울증이 드디어 나았나 봐요.” 라고 말한다. 그런데 가족은 환자가 “잠을 거의 안 자고도 온종일 움직이고, 말이 멈추질 않으며, 씀씀이가 커졌다”고 걱정한다. 환자는 자신이 좋아졌다고 인식하므로, 이럴 땐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관찰이 치료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우울증 치료 중 위와 같은 변화가 생긴다면, 항우울제를 처방한 주치의를 가능한 한 빨리 만나 평가를 받아야 한다. 조증의 초기 신호로 판단되면, 의료진은 항우울제를 중단하거나 감량하고 기분안정제나 항정신병약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빠르게 방향을 바꾼다. 특히 다음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치료를 지체해선 안 된다. ▲망상이나 환청 ▲통제되지 않는 흥분과 공격성 ▲위험 운전과 폭주 ▲며칠째 거의 자지 못하는데도 멈추지 못함 ▲자해 및 타해 위험이 동반되는 경우다. 이때는 외래 예약을 기다리기보다 즉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가능한 응급실을 방문하는 것이 안전하다.국제양극성장애학회에서 발간된 진료 지침에서는 양극성 우울증에서 SSRI 또는 부프로피온을 기분안정제와 병용하는 선택을 열어두면서도 과거 항우울제 유발 조증 병력이 있거나, 혼재성 양상 또는 급속 순환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사용을 제한하도록 강조한다. 최신 치료 지침들은 “양극성 장애에서 항우울제는 무조건 금지”라는 식의 단순한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제한적으로 사용하되 안전장치를 분명히 하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조증 전환의 신호가 보이면 항우울제는 즉시 중단해야 한다는 점이 공통된 원칙이다. 특히 I형 양극성 장애에서 기분안정제 없이 항우울제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것은 금기다.항우울제 치료 중에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데 어딘가 불안하다’는 느낌이 들면, 그 직감은 무시할 일이 아니다. 우울증의 회복은 보통 서서히, 그리고 잠과 일상의 리듬이 안정되는 방향으로 찾아온다. 조증·경조증 전환은 대개 수면이 줄고도 멀쩡해지면서, 말과 생각이 빨라지고, 충동이 커지며, 주변 사람들이 먼저 변화를 알아차리는 양상으로 나타난다. 그 차이를 일찍 잡아내는 것이 치료의 성패를 가른다.
    칼럼김병수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원장 2026/01/23 10:32
  • 피부과 의사가 본 2026 뷰티 키워드, '글로우'

    피부과 의사가 본 2026 뷰티 키워드, '글로우'

    지난 한 해 피부과에서 큰 화제가 된 치료 중 하나는 주베룩과 리쥬란이 대표하는 스킨부스터다. '글로우' 피부를 만들어주는 한 방법으로 사용되는데 특히 리쥬란의 PDRN 성분은 악건성의 피부에 보습을 강력히 주는 효과로 큰 유행이 됐다. 피부과 치료에 이어서 화장품 영역에서도 글로우 화장은 2026 코스메틱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을 것으로 생각된다.글로우는 반짝인다는 뜻이지만 코스메틱 영역에서는 번들거림 등의 반짝임이 아니라 피부가 건강해서 자연스럽게 빛나 보이는 상태를 말한다. 글로우 메이크업은 커버를 통해 숨기기보다 피부의 결을 살려주는 메이크업을 말하기도 한다. 글로우 피부를 만들어주는 대표 제품으로 쥬베룩과 리쥬란이 있다. 쥬베룩은 고분자 폴리락틱산(PLA)과 히알루론산(HA)을 피하에 주입해 물리적인 수복을 통해 성인의 안면부 주름을 일시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사용되는데, 사용 방법에 따라 모공, 피부결의 개선 등의 효과로 이어진다.리쥬란은 연어 DNA에서 추출한 폴리뉴클레오티드(PN) 성분을 피부 진피층에 주사하여 세포 재생을 촉진하고 탄력, 주름, 건조함 등을 개선하는 스킨 부스터 시술로 알려져 있다. 리쥬란의 주 성분은 폴리뉴클레오티드(PN)인데 이 성분의 기본에는 폴리데옥시리보뉴클레오티드(PDRN) 성분이 있다. PDRN은 연어의 DNA에서 추출한 성분으로 섬유아세포들의 재생을 돕는 활성 물질이자 DNA의 재료로 이중 기능을 함으로써 피부 재생 및 항염 효과를 나타낸다. 10여년 전부터 피부과 영역에서는 상처 치유에 빠른 회복을 주기 위한 주사제로 널리 사용됐고, 치과 영역에서는 잇몸 치주질환이나 발치 후 골재생 등에 활용됐으며, 정형외과 영역에서도 관절 및 연골조직 재생, 인대 손상 치료 등에 쓰인 성분이다.PDRN은 상대적으로 분자량이 작은 DNA 조각인데, 이후 개발된 폴리뉴클레오티드(PN)는 PDRN보다 더 긴 길이의 DNA 조각이다. 두 물질 모두 연어에서 유래한 DNA인데, 폴리뉴클레오티드(PN)는 주름 개선, 탄력 강화 등 미용 시술에 주로 사용되며 순도가 높고 활성도가 큰 것으로 알려져있다. 리쥬란 시술의 주 성분인 폴리뉴클레오티드(PN)의 기본적인 작용 기전은 PDRN과 동일하게 조직 재생을 촉진하는 역할과 콜라겐을 만드는 재료로서의 작용을 하는데 분자량이 더 크고 수분을 붙잡아 두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보습 및 볼륨 개선 효과가 더해지면서 피부과 영역에서 피부재생 및 보습 주사로 지난해 큰 관심을 받았다.피부과 영역에서 관심을 받고 나면 이어서 코스메틱 영역에서 트랜드로 자리잡는 경우가 많다. 글로우 화장품은 피부 관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방법이다. 세안 후 매일 사용하는 스킨케어 제품은 피부장벽을 보호하고 보습을 주어, 피부가 스스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도록 해준다. 최근 이러한 관점에서 PDRN 화장품은 화장품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성분 중 하나로 PDRN 주사제제와 효능은 유사하다. 하지만 화장품에 사용될 때는 전성분 표시 항목에 PDRN 대신 소듐디엔에이(Sodium DNA)로 표기된다. DNA구조를 안정화하기 위해 나트륨염 형태로 가공되기 때문에 표기 방식에서는 차이를 보인다.최근 화장품에 사용되는 PDRN이 연어 또는 송어에서 추출한 동물유래원료를 사용함에 대한 우려가 있다. 비건 트렌드의 확산에 따라 식물유래 PDRN의 개발도 활발하다. 인삼캘러스, 병풀, 소나무잎, 장미, 시금치잎 등 식물 세포 배양 기술을 통해 추출한 PDRN은 동물성 PDRN과 유사한 재생 효과를 제공하며 피부 저자극으로 주목받고 있다. PDRN 성분이 연어나 송어 등에서 추출한 성분이기 때문에 드물지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사용 후 가려움, 붉은 발진, 따가움 등이 나타날 경우 사용을 중단하고 피부과 병의원에서 진료를 받아 정확한 원인을 찾아보는 것이 필요하다.PDRN의 검색량은 2025년 하반기, 올리브영 등 주요 플랫폼에서 PDRN 검색량이 작년 동기 대비 695%까지 급증하며 뷰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폭발적 증가세를 이어받아 2026년에도 지속적인 강세 및 핵심 트렌드 성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며, 특히 피부장벽 강화, 재생, 고보습 등의 키워드와 함께 성장하며 안티에이징 포뮬러의 중요한 허브 성분으로 활용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의 '덜 바르고 더 좋아지길 원하는' 소비자의 관심은 PDRN과 같은 고기능성 제품과 만나면서 큰 유행을 만들었다. 고기능 미니멀리즘 제품으로 PDRN세럼이 꼽히면서 루틴은 간단히 바르면서도 효과는 확실하게 추구하는 소비자의 기대 심리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2026년 글로우 화장의 축은 PDRN성분 포뮬러에 의해 2026년 스킨케어 시장의 확고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PDRN과 같은 다양한 재생 효과를 갖는 성분들은 '치료' 성분이 아니라 화장품의 '회복 보조' 성분이다. 피부가 예민해졌을 때는 사용을 바로 중단해야 하며, 주사치료의 효과를 보일 것으로 과장되지 않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PDRN성분의 피부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각질 제거, 필링 등을 한 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 피부자극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부상태에 맞는 적절한 사용법이 필요하다.
    칼럼서동혜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원장(피부과 전문의)​2026/01/21 11:15
  • 산만함과 충동성을 창의로 승화한 짐 캐리, 성인 ADHD를 다시 보다

    산만함과 충동성을 창의로 승화한 짐 캐리, 성인 ADHD를 다시 보다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Being different is your biggest asset, it will help you succeed. It’s your superpower.’(다르게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당신의 가장 큰 자산이다. 그것이 당신을 성공으로 이끌 것이다. 그것이 바로 당신의 초능력이다.)—리처드 브랜슨 공식 블로그- 영국 버진 그룹 회장 리처드 브랜슨은 남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초능력’이라고 말한다. 다름이 결함이 아니라 가능성이라는 의미다. 어린 시절, 브랜슨은 문제아였다.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가만히 앉아 있는 것도 어려워했다. 난독증과 ADHD를 겪은 그는 이후 ‘신경다양성’을 강조하며 자신처럼 다르게 사고하는 사람들이야말로 혁신의 씨앗이 된다고 말했다. 신경다양성이란 인간의 뇌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이러한 차이가 결함이 아니라 개성과 잠재력으로 존중받아야 한다는 뜻이다.세계적인 코미디 배우 짐 캐리는 “나는 남들과 다르게 생각하며, 과잉 에너지와 상상력을 창의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는 평생 산만함과 충동성으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 특성을 유머와 창의성으로 승화시켰다. ADHD가 주는 에너지를 활용해 독창적인 캐릭터를 창조하며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흔히 리처드 브랜슨과 짐 캐리 같은 사람들을 ‘특별한 천재’라 부른다. 그러나 같은 특성을 지닌 평범한 사람들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성인’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간다. 이것이 바로 성인 ADHD다. ADHD는 단순히 집중을 못하는 상태가 아니라, 집중을 조절하는 뇌 기능의 문제다. 해야 할 일에 집중하지 못하고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한다. 의지의 문제라기보다는 뇌 실행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뇌신경의 문제다.성인 ADHD는 단순히 기분이나 성격을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국제 진단 기준인 DSM-5는 이를 명확히 규정하며 핵심은 두 가지다. 부주의와 과잉행동, 충동성이다. 성인은 이 두 영역 중 하나 또는 둘 모두에서 여러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어야 한다. 부주의는 단순한 산만함이 아니다. 일을 시작하고도 끝내지 못하고, 약속과 마감을 반복적으로 놓치며,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고, 중요한 이야기를 들어도 흘려듣는 모습이 여기에 포함된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획하고 정리하고 실행하는 과정이 유독 어렵다면, 의지 부족이 아니라 실행기능의 문제일 수 있다. 과잉행동과 충동성은 성인에게서 조금 다르게 나타난다. 아이들처럼 뛰어다니지는 않지만, 마음이 끊임없이 바쁘고, 말이 앞서 나가며, 참지 못하고 끼어들고, 쉽게 감정이 폭발한다. 가만히 쉬지 못하고 늘 뭔가를 해야만 편해지는 상태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성인 ADHD는 오랜 시간 반복돼 온 삶의 패턴과 뇌기능 문제를 종합해서 판단하는 엄격한 의학적 진단이다.우울증이나 불안장애와도 자주 혼동된다. 그러나 ADHD는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며 특정 상황이 아니라 삶 전반에 걸쳐 일관된 패턴을 보인다. 뇌 영상검사로만 진단할 수 없고 병력과 생활 패턴을 면밀히 평가해야 한다. 치료의 핵심은 약물과 비약물 치료의 병행이다. ADHD 약물은 뇌 도파민 시스템을 조절해 집중력과 충동성을 개선한다. 안경이 필요한 사람에게 시력을 교정해 주듯, 약물은 ADHD 환자의 일상 기능을 정상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시간 관리 훈련, 인지행동치료, 규칙적인 수면과 운동 같은 생활 관리가 더해질 때 치료 효과는 더욱 커진다.약물은 중요한 치료 도구이지만, 동시에 오해와 남용의 위험도 함께 안고 있다. 최근 일부에서 ADHD 약물이 ‘공부 잘하는 약’으로 잘못 알려지며 비의료적 사용이 늘고, 이에 따라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집중력을 높여 준다는 이유로 건강한 사람이 약을 사용하는 것은 치료가 아니라 약물 남용에 가깝다. 그러나 이로 인해 ADHD로 진단받은 환자들의 치료까지 위축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ADHD 약물은 결핍된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회복시켜 뇌의 브레이크와 가속 페달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돕는 치료제다. 중요한 것은 ‘먹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누가, 왜, 어떻게’ 사용하는 가다. 정확한 진단과 전문의의 모니터링 아래 사용되는 약물 치료는 삶의 질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지만 목적 없이 사용될 경우에는 부작용과 의존의 위험이 커진다. 성인 ADHD를 가장 아프게 만드는 것은 증상보다 오해다. 많은 환자들이 평생 자신을 ‘의지가 약한 사람’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ADHD는 결함이 아니라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뇌다. 제대로 조율 된다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다.짐 캐리와 리처드 브랜슨은 분명한 성공 사례이나 그들이 남긴 메시지는 단순한 ‘성공 신화’ 이상이다. 같은 특성도 어느 한쪽에서만 바라보면 병이 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강점이 될 수 있다. ADHD 역시 마찬가지다. 산만함과 충동성은 일상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동시에 창의성,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 위험 감수 능력이라는 잠재력을 갖게 만든다. 이 특성을 이해하고 적절히 조절한다면 약점을 넘어 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물론 그 과정에는 집중력과 자기조절을 훈련하는 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성인 ADHD를 단순한 병이 아니라, 조율과 관리가 필요한 뇌의 특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 2026/01/21 07:30
  • 아이 발달 수준 확인하려면… ‘엄지손가락’을 잘 살펴라

    아이 발달 수준 확인하려면… ‘엄지손가락’을 잘 살펴라

    아동의 발달은 단일 기능의 성숙이 아니다. 대운동, 소운동, 언어, 인지, 사회성이라는 다섯 영역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형성되는 통합적 과정이다. 임상 현장에서 발달을 평가할 때에는 특정 기능만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기보다, 전체 발달 흐름 속에서 현재 위치와 상호 영향을 함께 해석하는 것이 중요하다.◇대운동 발달대운동 발달이란 아이의 몸통과 사지의 큰 근육을 사용해 자세를 유지하고, 균형을 잡고, 이동하며, 전신을 조절하는 능력이 점진적으로 성숙해 가는 과정이다. 대운동은 단순히 힘이 세지거나 빨리 움직이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세 조절, 균형 유지, 체중 이동, 양측 협응(양쪽 몸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타이밍을 맞추는 능력) 그리고 타이밍과 리듬 조절(언제 움직일지, 얼마나 빠르게 움직일지를 몸이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이 통합적으로 작동한 결과다.대운동 발달의 지연은 단순한 운동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스스로 움직이며 환경을 탐색하는 경험이 줄어들면, 감각 입력과 언어, 인지 자극의 기회 역시 제한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사회성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발달 평가는 현재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보다는, 발달의 순서와 질적 흐름이 적절한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예를 들어 생후 8~9개월이 되어도 혼자 안정적으로 앉지 못한다면, 몸통 자세 조절 능력의 미성숙을 고려해야 한다. 대부분의 아이는 12~15개월 사이에 독립 보행을 시작하지만, 18개월 이후에도 걷지 못한다면 균형 조절과 신경계 발달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대운동 발달 관찰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만 30개월 전후 제자리에서 양발을 동시에 이륙, 착지하는 초기 점프가 나타나는가? -만 3세 전후 난간을 잡고 한 계단에 한 발씩 교대 보행이 가능한가? -만 3세 전후 공을 향해 한쪽 발을 들어차는 동작이 관찰되는가? -만 5세 전후 한 발로 몸을 지지한 상태에서 한발로 뛰는 동작이 가능한가?◇소운동 발달소운동은 단순히 손을 잘 움직이는 능력을 의미하지 않는다. 물건을 집고, 옮기고, 끼우고, 그리는 과정에는 눈으로 본 것에 맞추어 손을 움직이는 능력(눈–손 협응), 몸이 흔들리지 않도록 중심을 잡는 능력(자세 조절), 두 손을 역할에 맞게 함께 사용하는 능력(양손 협응), 손에 닿는 느낌과 힘의 정도를 느끼고 조절하는 능력(감각 처리 능력)이 함께 작동한다. 즉 소운동은 여러 기능이 통합돼 나타나는 고차원적 발달 결과다.아기의 소운동 발달의 대표적인 예로는 생후 7개월 전후의 갈퀴 동작과, 12개월 무렵의 집게 잡기가 있다. 갈퀴 동작은 손가락을 동시에 굽혀 물건을 손바닥 쪽으로 끌어당기듯 잡는 초기 단계의 손 사용이며, 이후 엄지와 검지를 분리해 사용하는 집게 잡기로 발전한다.이 과정에서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할 점은 엄지의 위치다. 정상적인 발달에서는 생후 6~7개월 이후 엄지가 손바닥 안에 고정된 자세로 머무르지 않고, 물건을 잡을 때 바깥으로 나와 사용된다. 이 시기 이후에도 엄지가 지속적으로 손바닥 안에 구부러진 자세로 유지된다면, 단순한 개인차가 아니라 근긴장 이상이나 구조적 문제를 감별해 볼 필요가 있다.◇언어 발달언어 발달은 언어 이해, 표현 언어, 발음, 화용 능력으로 구성된다. 화용 능력이란, 하고 싶은 말을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상대가 이해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말하는 능력이다. 언어 발달에서 언어 이해는 항상 표현 언어보다 먼저 발달한다. 일반적으로 18개월경에는 20~50개의 단어를 이해하고 사용하기 시작하며, 24개월에는 두 단어를 조합한 표현이 나타난다. 36개월이 되면 문장을 사용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수 있게 된다.이 시기에 중요한 것은 단어의 개수와 함께, 아이가 타인과 소통하려는 의도와 상호작용의 질이다. 소통하려는 의도란 말이나 몸짓을 통해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 감정, 요구를 전달하려는 목적 있는 행동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말, 소리, 몸짓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표현하는지, 도움이나 관심이 필요할 때 어른을 찾고 반응을 기다리는지, 단어가 부족하더라도 눈맞춤, 손짓, 표정으로 의사 표현을 시도하는지  등의 행동은 단어 수가 적더라도 의사소통의 기반이 형성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상호작용의 질은, 말이 오고 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얼마나 상대의 반응에 주의를 기울이고, 그에 맞추어 반응을 조절하는가를 의미한다. 상대의 말을 듣고 기다렸다가 반응하는지, 질문이나 말에 맥락에 맞는 반응을 보이는지, 놀이 중 상대의 행동을 따라 하거나 확장하려는 시도가 있는지, 일방적으로 말하거나 혼잣말처럼 사용하지 않는지 등을 관찰한다. 언어는 혼자 말하는 기능이 아니라, 상대와 주고받는 기능이기 때문이다.인지 발달과 사회성 발달은 다음 편에서 알아보고자 한다.(*이 칼럼은 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임신영 임신영재활의학과의원 원장2026/01/20 09:00
  • 항암치료 중 탈모, 지자체 지원 받을 수 있어요

    항암치료 중 탈모, 지자체 지원 받을 수 있어요

    항암치료를 시작하면 탈모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의료진도, 환자도 대부분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탈모가 ‘설명으로 끝나는 부작용’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치료가 진행되면서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일상의 많은 것들이 불편해집니다.외출을 앞두고 거울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고, 사람을 만나는 일이 망설여집니다. 치료가 힘든 이유가 몸의 변화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그래서 항암치료로 인한 탈모는 단순한 외형 변화가 아니라 삶의 질과 직결되는 문제로 다뤄져 왔고, 실제 연구에서도 심리적 부담과 일상 위축과의 연관성이 반복해서 보고되어 왔습니다.이런 맥락에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가 항암치료로 탈모를 겪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가발 구입비 지원 제도를 마련해 온 것은 의미 있는 변화입니다. 가발을 개인의 선택이나 개인 부담으로만 두지 않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현실적인 필요로 인정하기 시작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최근 제천시는 성인 암 환자 가운데 의료급여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을 중심으로 가발 구입비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항암치료로 탈모가 발생한 경우, 가발 비용의 90%, 최대 70만 원까지 1회 지원하는 방식입니다. 가발을 먼저 구입한 뒤 관련 서류를 갖춰 제천시보건소를 방문해 신청하면 됩니다. 절차 자체는 단순하지만, 치료 중인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런 정보를 제때 접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사실입니다.제천만의 사례는 아닙니다. 이미 인천광역시를 비롯해 인천 연수구, 서울 용산구 등에서도 비슷한 가발 구입비 지원 사업이 운영되고 있습니다.인천광역시는 항암치료로 탈모가 발생한 암 환자 가운데, 보건소 암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에 등록된 경우를 중심으로 가발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인천 연수구 역시 성인 암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취지의 지원 사업을 운영 중이며, 신청 창구는 연수구보건소입니다. 서울 용산구는 암환자 의료비 지원 사업과 연계해 가발 구입비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형태는 조금씩 다르지만, 실제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는 대부분 거주 지역의 보건소입니다.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알지 못하면 받을 수 없고, 한 번 시기를 놓치면 지나가 버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항암치료 중이거나, 가족이 치료를 받고 있다면 한 번쯤은 우리 지역에도 가발 지원이 있는지를 보건소에 문의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담당 부서 이름은 암관리팀, 건강증진과 등으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항암치료로 탈모가 생겼는데 가발 구입비 지원이 있는지 알고 싶다”고 말하면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다만 가발 지원은 어디까지나 탈모가 이미 발생한 이후의 도움입니다. 최근에는 이보다 앞단계에서, 즉 항암치료 과정에서 탈모 자체를 줄이기 위한 방법에도 관심이 조금씩 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두피 냉각 장치, 흔히 말하는 냉각 캡입니다.냉각 캡은 항암제 투여 중 두피 온도를 낮춰 모낭으로 가는 혈류를 줄이고, 그 결과 항암제가 모낭에 전달되는 양을 감소시키는 방식입니다. 모든 항암치료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항암제에서는 탈모 발생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는 근거들이 쌓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는 이미 보조요법으로 활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부 병원에서는 표준 치료 과정의 한 부분처럼 자리 잡아 가고 있습니다.국내에서는 아직 비용, 장비, 인력 문제로 인해 도입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 문제도 남아 있고, 병원마다 준비해야 할 여건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발 지원이 하나의 공공 정책으로 자리 잡아 가는 지금, 탈모를 줄이기 위한 예방적 접근 역시 함께 논의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발 지원이 치료 이후의 일상을 도와주는 장치라면, 냉각 치료는 치료 과정 중 일상이 무너지는 것을 덜어주는 장치이기 때문입니다.항암치료는 병을 치료하는 과정이지만, 동시에 삶을 유지하는 시간입니다. 가발 구입비 지원 제도는 그 삶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인식이 이제 사회에 퍼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정보가 필요한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혜택을 항암 치료로 고생하는 많은 분들이 봤으면 좋겠습니다.아래에 정리한 표는 현재 가발 구입비 지원이 시행되고 있는 지역과, 실제로 연락하거나 방문할 수 있는 창구를 정리한 것입니다. 조건이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거주지 보건소에 한 번 문의해보시면 되겠습니다.
    칼럼김진오 뉴헤어 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2026/01/19 21:02
  • ‘마음 돌보기’ 없는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마음 돌보기’ 없는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새해가 되었습니다. “내가 올해는 기필코 살을 뺀다” 라고 다짐하며 이번에도 어김없이 다이어트는 올 한해의 목표 중에서도 상위권에 자리매김합니다. 시중에는 수많은 체중 감량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마녀스프, 초저탄수식단 등 매력적인 이름을 지닌 방법들은, 따라 하기만 하면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일명 ‘나비약’이라 불리며 논란의 한가운데에 있는 디에타민부터, 최근 뛰어난 효과로 인기몰이 중인 위고비·마운자로의 열풍은 체중 감량에 대한 간절함을 반영하는 듯합니다.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체중으로부터 자유로워졌을까요? 체중 감량, 다이어트를 하나의 거대한 빙산이라고 한다면, 식이요법과 운동, 약물치료는 어쩌면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릅니다. 수면 아래 보이지 않는 빙산의 거대한 아랫부분처럼 체중 조절의 어려움에는 겉으로 보이지 않는 결정적이고 거대한 무엇이 숨어 있습니다.여러분은 무엇이 본인의 건강에 좋은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에는 커다란 간극이 있지요. 우리는 왜 아는 것을 행동으로 옮기기 어려워할까요? 저는 그 원인을 마음에서 발견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힘이 과식과 폭식으로 우리를 내몰고, 감정이 건강하게 먹는 것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은 그것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그리고 옳은지를 주장하고 그 방법을 따라가지 못할 때 개인의 실패로 치부하곤 합니다. 그러다 보니 빙산 아래의 마음은 충분히 다루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이제는 체중 조절의 어려움을 바라볼 때 ‘다이어트 방식이 얼마나 옳고 틀렸는지’에서, ‘왜 내가 다이어트를 희망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로 초점을 옮겨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건강에 좋은, 어쩌면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방식을 행동으로 온전히 옮길 수 있게 됩니다.그래서 체중이나 식습관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우리는 먼저 삶에 관해서 이야기해야 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다면, 숫자, 외모, 타인의 칭찬 같은 엉뚱한 것들을 좇게 됩니다. 풍요롭고 의미 있는 삶 대신, 겉으로 보이는 것만 따라가게 될 것입니다. 절대로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먹은 칼로리를 태우기 위해서 반드시 채워야만 하는 운동 시간 등은 하나의 목표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내면의 진정한 소망과 연결되지 않았다면 그 목표는 공허하고 강박적이며 생동감을 잃기 쉽습니다. 강박적인 지침은 압박이 되고, 벌이 됩니다. 그러나 가치와 연결된 목표에는 소중한 의미가 담겨있습니다.삶의 방향이 뚜렷해지면, 강박적인 체중 증가와 감소를 내려두고도 진정한 나를 위한 건강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실수는 반복됩니다. 또 후회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나의 선택들이 내적 가치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 행동인지 생각해봅시다. 실수들은 조금의 우회일 뿐, 우리는 여전히 가치 있는 삶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깊숙한 내면의 빙하를 찬찬히 살펴보세요. 얼음에 비친 내 마음을 포근하게 안아줄 때, 끄떡없어 보이던 체중 조절이라는 빙하도 서서히 녹아내릴 것입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이상헌 마인드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과장2026/01/18 21:04
  • 정신 질환 범죄는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존 레논과 로널드 레이건 총격 사건

    정신 질환 범죄는 면죄부가 될 수 있는가? 존 레논과 로널드 레이건 총격 사건

    1980년 12월과 1981년 3월, 미국에서는 두 건의 중대한 총격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세계적인 음악가 존 레논은 사망했고,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암살 시도에서 살아남았다. 두 사건 모두 정신 질환을 앓던 범인에 의해 발생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이 두 사건은 전혀 다른 법적 결론에 도달했고, 그 차이는 이후 미국의 심신미약 제도 전반을 바꾸는 계기가 됐다.1980년 12월 8일 밤, 뉴욕 맨해튼 다코타 빌딩 앞에서 존 레논은 총격을 받아 사망했다. 총 다섯 발 중 네 발이 명중했고, 심장에 인접한 대혈관과 폐 손상으로 병원 도착 전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범인은 사건 당일 낮 존 레논에게 신규 앨범 Double Fantasy에 사인을 받은 뒤, 같은 장소에서 수시간 후 총격을 가했다. 체포 당시 그는 현장에서 소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고 있었다.범인은 자신을 소설 속 주인공과 동일시했고, 존 레논을 ‘위선적인 가짜 인물’로 인식하는 망상을 보였다. 이러한 사고 구조는 특정 인물이 진짜가 아니라는 믿음을 갖는 카그라스 증후군 계열의 망상과 유사하다. 그는 과거 정신과 입원과 자살 시도 이력이 있었으며, 사건 이전부터 현실 판단 능력의 왜곡이 지속돼 왔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법원은 범인이 범행 당시 판단 능력이 완전히 상실됐다고 보지 않았고, 결국 유죄 판결과 함께 장기 수형 및 정신과 치료 명령을 내렸다.존 레논 사건 이후 약 3개월가량이 지난 1981년 3월 30일, 워싱턴 DC 힐튼 호텔 앞에서는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었다. 총알은 심장 바로 앞에서 멈췄고, 응급 수술 끝에 생존했다. 범인은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과 자신을 동일시했고, 배우 조디 포스터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색정 망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는 대통령 암살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 했다고 진술했다.이 사건에서 법원은 존 레논 사건과 달리 범인이 범행 당시 자신의 행위가 옳고 그름을 판단할 능력이 없었다고 보고 심신미약에 의한 무죄 판결을 내렸다. 교도소 대신 정신병원에 무기한 수용하도록 결정했다. 대통령을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범죄였지만, 형사 책임은 묻지 않은 것이다.두 사건의 차이는 범죄의 결과보다 재판 과정과 당시 법 제도에서 발생했다. 존 레논 사건의 범인은 스스로 유죄를 주장하며 변호 전략에 협조하지 않았고, 레이건 사건의 범인은 대형 로펌의 조력을 받아 법정 진술 자체를 거부했다.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는 이유였다. 당시 미국 법은 심신미약 유무에 대해 피의자가 아닌 검사가 입증해야 하는 구조였고, 레이건 사건에서는 검사가 심신미약이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절차적 기회 자체가 제한됐다.이 판결은 미국 사회에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대통령을 쏘고도 무죄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은 정신 질환 범죄에 대한 공포와 불신을 동시에 확대시켰고, 정신 질환자 전체에 대한 낙인 역시 강화됐다. 결국 1984년 미국은 심신미약 방어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했고, 이후 심신미약 입증에 대한 책임을 검사 측에서 피의자 측으로 변경했다.현재 미국과 한국 모두 정신 질환이 있더라도 범죄 책임은 원칙적으로 묻되, 치료를 병행한다는 방향으로 제도가 이동하고 있다. 이른바 ‘유죄이나 정신 질환 있음(Guilty But Mentally Ill)’ 개념이다. 이는 정신 질환이 면죄부가 되지 않으면서, 치료의 필요성도 강조하려는 절충적 시도다.중증 정신 질환자가 일반 사람보다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른다는 근거는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정신 질환이 장기간 방치될 경우 개인과 사회 모두에게 중대한 위험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하기 어렵다. 범죄에는 책임이 필요하고, 동시에 정신 질환에 대한 치료는 인간의 기본 권리다. 안타까운 점은 우리 사회가 아직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감당할 수 있는 의료·사법 연계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는 점이다.존 레논은 사망했고, 레이건 대통령은 살아남았다. 두 범인은 모두 정신 질환을 앓고 있었지만, 전혀 다른 법적 결론에 도달했다. 이 사건들은 하나의 질문을 남긴다. 범죄사건에서 정신 질환은 어디까지 고려돼야 하며, 어디까지 책임을 면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4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칼럼이광민 마인드랩공간정신과 원장 2026/01/16 13:31
  • 낙상 사고 ‘의외의’ 원인… 매일 먹는 ‘이 약’ 탓?

    낙상 사고 ‘의외의’ 원인… 매일 먹는 ‘이 약’ 탓?

    겨울에는 낙상(落傷)에 따른 골절 위험이 높아진다. 실제 낙상으로 입원하는 환자의 절반가량이 겨울철 환자(약 51.7%)며, 65세 이상 노인의 낙상 입원율은 다른 계절보다 10% 이상 높다.낙상의 원인은 다리 힘이 풀리거나 바닥이 미끄럽기 때문일 수 있지만, 매일 챙겨 먹는 ‘약’ 때문일 수도 있다. 나이가 들면 만성질환으로 인해 복용하는 약의 개수가 늘어나는데, 약물 자체가 일시적인 부작용으로 ▲진정 ▲어지러움 ▲체위성 교란 ▲자세·균형 교란 ▲인지 저하 ▲기립성 저혈압 ▲뇌순환 부전 등을 일으켜 넘어질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노화로 인해 간과 신장의 대사 능력이 떨어지면서, 같은 약을 먹어도 젊은 사람보다 체내에 약물이 더 오래 머물고 부작용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매일 먹는 약이 다섯 가지가 넘을 정도로 많다면 낙상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특히 아래 약물들을 복용 중이라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첫째, 트라마돌 성분 등의 ‘마약류 진통제’다. 이 약은 관절염이나 척추 질환으로 인한 만성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사용한다. 통증을 줄여주는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중추신경계를 억제해 졸리고 몽롱하게 하거나, 느린 반응, 균형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특히 약을 처음 복용하거나 용량을 늘렸을 때 균형 감각이 무뎌져 걷다가 중심을 잃고 쓰러질 가능성이 있다.두 번째는 치매, 우울증 등에 쓰는 ‘항정신병약’이다. 치매 환자의 행동 조절이나 노년기 우울증 치료를 위해 처방되는 리스페리돈, 쿠에티아핀, 올란자핀 등의 항정신병약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작용해 초조, 안절부절, 분노 등을 줄여주지만, 부작용으로 진정, 느린 반사, 균형 상실 등을 유발할 수 있다. 또한 혈관의 알파수용체 차단 효과가 약간 있어서 기립성 저혈압을 일으켜 낙상으로 이어지게 만들기도 한다.다음은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달래기 위해 복용하는 벤조디아제핀 계열 ‘신경안정제’다. 이 약은 뇌를 진정시키는 동시에 근육을 이완시키는 작용을 한다. 졸음, 느린 반응 시간, 신체 균형 장애를 유발 할 수 있고, 특히 장기간 복용하는 사람일수록 주의가 필요하다. 하체 근력이 약한 노인의 경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면 걸을 때 다리가 흔들리는 느낌을 받으며 쉽게 넘어질 수 있다.불면증 치료를 위한 ‘수면제’ 또한 낙상의 주범 중 하나다. 수면제의 약효가 아침까지 지속되면 몽롱한 상태가 수면제를 복용한 다음날 오전까지 나타날 수 있다. 잠에서 깼다고 생각하고 침대에서 내려오지만, 뇌와 몸은 아직 덜 깬 상태라 발을 헛디디기 십상이다. 약 기운에 취해 밤중에 화장실을 가려다 비몽사몽간에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마지막으로 주의해야 할 약물은 고혈압이나 심부전 치료를 위해 사용하는 ‘이뇨제’다. 이뇨제는 소변량을 늘려 혈압을 낮추는데, 이 과정에서 체내 수분이 빠져나가면 혈압이 떨어지는 저혈압이 올 수 있다. 특히 수분섭취가 부족한 탈수 상태의 노인에게 기립성 저혈압이 생길 수 있고, 이뇨제 자체가 저칼륨혈증, 저나트륨혈증 같은 전해질 불균형을 일으키기도 해서 기립성 저혈압 위험이 증가한다.평소 이들 약을 비롯해 다섯 가지 이상 약물을 매일 복용 중인 노인이라면, 의사나 약사에게 현재 복용 중인 약물 목록을 점검받고, 낙상 위험도가 높은 약물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질병 등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낙상 위험이 높은 약물을 계속 먹어야 한다면 낙상으로 인한 골절을 예방하기 위해 뼈에 좋은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도 방법인다.50세 이상 여성과 70세 이상 남성의 칼슘 섭취 권장량은 하루 1000~1200mg,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이 있다면 1000~1500mg이다. 노년층의 경우 위산 분비가 줄어들어 칼슘 흡수율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소화가 잘 안 되는 탄산칼슘보다는 흡수가 용이하고 위장 장애가 적은 ‘산호 칼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또한 한 번에 고용량을 섭취하기보다 아침, 저녁으로 나누어 복용하는 것이 흡수율을 높이는 비결이다.비타민D도 함께 섭취해야 한다. 칼슘을 많이 먹어도 비타민D가 없으면 체내에 흡수되지 않고 배설될 가능성이 높다. 비타민D 자체만으로도 뼈를 튼튼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 혈중 비타민D 농도를 적정 수준(30ng/mL 이상)으로 유지해야 근력 유지에도 도움을 줘서 낙상 위험을 줄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루 1000~2000IU씩 꾸준한 섭취를 권장한다.최근에는 비타민K2와 마그네슘도 주목받고 있다. 비타민K2는 칼슘이 혈관에 쌓여 동맥경화를 유발하는 것을 막고, 칼슘을 뼈로 이동시키는 ‘내비게이션’ 역할을 한다. 마그네슘 역시 뼈의 구성 성분으로, 근육의 이완을 통해 낙상 예방에 도움을 준다. 칼슘만 단독으로 섭취하기보다 마그네슘과 2:1 비율로 섭취하고, 비타민K2를 곁들이는 것이 현대적인 뼈 건강 관리법이다.뼈를 보호하는 1차 방어막은 근육이다. 근육량이 줄어드는 ‘근감소증’은 낙상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끼니마다 계란, 두부, 살코기 등 단백질을 챙겨 먹고, 소화가 어렵다면 유청 단백질 같은 보충제를 활용해서라도 체중 1kg당 1~1.2g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 보충제가 소화에 부담이 된다면 ‘류신’이라는 보충제나 ‘BCAA(발린·이소류신·류신)’ 보충제를 섭취해도 좋다. 이들 보충제는 근육 생성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노년기 낙상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다. 고관절 골절 등으로 이어질 경우 장기간 와병 생활을 하게 되고, 이는 폐렴이나 욕창 같은 합병증을 유발해 생명까지 위협한다. 때문에 낙상을 ‘노년의 암살자’라 부르기도 한다.약물 점검을 통한 ‘비움’과 현명한 영양 섭취를 통한 ‘채움’의 균형이 맞춰질 때 우리는 낙상이라는 공포로부터 벗어나 건강하고 활기찬 노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튼튼한 뼈와 맑은 정신, 그것이 100세 시대를 지탱하는 가장 강력한 두 다리다.
    칼럼엄준철 약사 (성균관대학교 약대 겸임교수)2026/01/12 09:03
  • 작심삼일은 작년까지만… 올해는 ‘습관 설계’ 시작해보세요

    작심삼일은 작년까지만… 올해는 ‘습관 설계’ 시작해보세요

    2026년 새해를 어떻게 시작하고 계신가요? 새해를 맞아 올해는 삶에 건강한 생활 습관을 하나쯤 더해보고 싶다고 마음먹으신 분들도 있으실 텐데요. 그런데 돌이켜보면, 작년 이맘때도 비슷한 마음으로 야심 차게 계획을 세웠지만, 생각만큼 꾸준히 이어가기가 쉽지 않았던 기억이 떠오르실지도 모르겠습니다.오늘은 우리가 큰 힘을 들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반복되는 행동, 즉 ‘습관’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유지되는지를, 동기를 설명하는 자기 결정성 이론(Self-Determination Theory)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새해에 각자 원하시는 건강한 습관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아서요.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낯선 행동을 나의 습관으로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그 행동을 하도록 하는 동기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기 결정성 이론은 동기가 ‘얼마나 강한가’보다 ‘어떤 성격의 동기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는지가 습관 만들기를 좌우한다는 뜻이지요.우리는 압박과 죄책감 때문에, 때로는 평가나 보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특정 일을 하기도 합니다. 반면 “이건 내게 의미가 있어”라고 느끼고, 스스로 하고 싶어 선택해서 시작하는 일도 있습니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대체로 내가 자율적으로 선택한 행동은 오래 이어지기 쉽습니다. 하지만 압박과 죄책감, 보상이나 평가 때문에 시작한 행동은 처음의 마음이 금세 소진되고 중단으로 이어지기 쉬워집니다.자기결정성이론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공통으로 중요한 세 가지의 기본 욕구가 있다고 설명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욕구’는 단순히 무엇을 원한다는 정도보다, 마음의 균형을 유지하고 자신을 조절해 나가는 필수적인 심리적 기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가 충분히 채워질수록 쉽게 지치거나 무기력해질 위험이 줄고, 내 마음을 조금 더 단단하게 가꿀 수 있게 됩니다.첫 번째는 “내가 선택하고 있다”는 감각입니다. 스스로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방향에 맞춰 움직일 때, 같은 행동이라도 훨씬 자연스럽게 이어지기 쉽지요.두 번째는 “해낼 수 있겠다”, 혹은 “할수록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습관을 만들 때는 이 두 번째 감각이 특히 중요해서 너무 쉬워 금세 시시해지지도, 너무 어려워 시작하기도 전에 부담스럽지도 않게 난이도가 적당한 것이 도움됩니다.마지막 세 번째는 함께하는 감각입니다. 누군가에게 연결되어 있고, 이해받고 있으며,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느낌은 큰 힘이 됩니다. 혼자 마음먹고 버티기보다 작은 기록을 남기고 가볍게라도 공유하며, 서로 격려를 주고받을 수 있다면 이 욕구가 더 잘 채워질 수 있습니다.‘의지로 버티는 습관’을 들이려고 할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조금씩 나아지며, 함께하고 있다는 세 가지 욕구가 잘 채워지도록 ‘나를 돌보는 습관’을 정성껏 설계해본다면 어떨까요? 그러면 이번에는 그 다짐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단단한 기반 위에서 조금 더 오래, 그리고 편안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커질 것입니다.물론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것이, 막상 시작해 보면 늘 재미있지만은 않습니다. 그래서 흥미에만 의존하기보다는, 여러 동기가 조금씩 ‘내 것’이 되도록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자기 결정성 이론은 이 같은 여러 동기가 하나의 연속선 위에 놓여 있다고 보는데요. 여기에서 연속선의 한쪽 끝은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상태입니다. 이때는 시작 자체가 어렵지요. 반대쪽 끝은 “그 자체가 즐겁고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상태입니다. 그 사이에는 여러 단계가 이어집니다. 예를 들어, 외부의 처벌이나 불이익을 피하려고, 혹은 보상과 칭찬을 기대하며 하는 경우가 있고요. 또 마음속 불안 때문에, 혹은 “안 하면 내가 한심해 보일 것 같아서” 하는 죄책감에 이끌려 억지로 꾸역꾸역 이어가는 습관도 있습니다.이미 잘 이어오고 있는 습관이 있다면 그 습관이 이 선의 어디쯤 놓여 있는지 떠올려보시고, 새로 시작하려는 습관을 어디쯤 두면 오래갈지 함께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연속선에서 조금씩 나에게 가까운 쪽으로 다가오면 “나에게 중요하다”고 스스로 납득하고 그 행동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다가오면 어떤 행동이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맞닿아 있어 ‘나다운 선택’으로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 행동이 반복되어 쌓여 일상에 자연스럽게 자리하면, 내 정체성에 어울리는 단지 ‘해야 하는 일’이 아닌 삶의 가치를 누리는 방식이 되기도 하지요. 물론 이런 동기는 한 사람 안에서도 상황에 따라 섞여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정리해보면, 이 연속선은 차례대로 “남이 시켜서, 안 하면 불안해서, 나에게 중요해서, 나다운 선택이라서, 하다 보니 즐거워서”로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결국 습관을 유지하는 데 재미가 도움된다는 사실은 변함없지만, 모든 습관이 꼭 즐거워야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이유가 분명하고, 내 가치와 잘 맞아떨어진다면 그것만으로도 건강한 습관으로 향하는 충분한 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이미 무언가를 ‘해야 해서’ 하고 계신다면, 그 일을 잠시 멈춰 서서 ‘왜 나에게 중요한지’ 한 번 더 떠올려보셔도 좋겠습니다. 그리고 습관으로 만들고 싶은 행동을 어떤 목표를 바라보며 계획하고 계신지도 함께 살펴보셨으면 합니다. 같은 행동이라도,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한 외적인 목표는 당장 추진력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 힘이 오래가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지치거나 불안이 커지기도 합니다. 반대로 내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와 의미에 닿아 있는 내적인 목표는 습관을 오래 이어가게 할 뿐 아니라, 오늘의 마음을 조금 더 편안하게 지켜주는 힘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낯선 행동이 어느새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고, 그 과정이 나만의 가치와 소소한 즐거움으로 채워지는 기분 좋은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김예슬 강남숲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2026/01/11 21:07
  • 삶이 벅찬 당신, 흙을 가까이하면 좋은 이유

    삶이 벅찬 당신, 흙을 가까이하면 좋은 이유

    지친 몸과 마음을 식물을 가꾸면서 다독이는 치유농업. 치유농업을 이야기할 때 우리는 종종 “무엇을 치료하는가”를 묻는다. 그러나 치유농업의 본질은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치유가 가능해지는 태도로 거듭나는 데에 있다.치유농업은 증상을 조절하는 약물치료나 생각과 감정을 교정하는 인지치료의 장이라기보다, 자연을 포함한 치유농업 자원과 활동 속에서 참여자 스스로 자신을 바라보게 하는 관조(觀照)의 경험을 공유하는 장이다.인지치료는 언어와 해석을 중심으로 작동한다. 왜곡된 생각과 감정을 찾아내고, 그것을 합리적으로 재구성한다. 분명 효과적인 치료 방식이다. 그러나 치유농업은 다르다.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자라는 속도를 기다리는 자리에서 참여자는 해석보다 리듬을 회복한다. 판단보다 앞서 호흡이 느려지고, 분석보다 먼저 몸이 이완된다.그래서 치유농업에서 중심이 되는 치유 방식은 인지적 개입이 아니라 관조다. 관조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방임이 아니다. 고치려 들지 않고, 평가하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에 함께 머무는 적극적인 태도다. 씨앗을 심어 놓고 매번 확인하지 않는 것, 싹을 잡아당기지 않는 것, 변화를 서두르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무는 것, 이 태도가 곧 관조다.이 지점에서 치유농업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분명해진다. 치유농업사는 치료자도, 상담사도 아니다. 회복이 일어나도록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다. 말을 줄이고, 개입을 늦추고, 성과를 재촉하지 않는 인내. 자연 앞에서 스스로 낮아질 수 있는 태도. 이것이 치유농업사의 가장 중요한 전문성이다. 치유농업사는 변화를 강요하지 않으며, 자연과 사람의 속도를 존중한다. 치료하기보다 함께 머무는 태도를 선택한다.
    칼럼사공정규 동국대 의과대학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학박사2026/01/10 14:03
  • [의학칼럼] 안압 정상이어도 안심은 금물… '정상안압 녹내장'의 위험성

    [의학칼럼] 안압 정상이어도 안심은 금물… '정상안압 녹내장'의 위험성

    녹내장은 시신경이 서서히 손상되며 시야가 좁아지는 만성 안질환이다. 초기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 발견이 어려운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녹내장은 안압 상승과 연관된 질환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안압이 정상 범위임에도 녹내장이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를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한다.정상안압 녹내장은 말 그대로 안압 수치가 정상 범위에 속하지만,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는 형태의 녹내장이다. 건강검진이나 단순 안압 검사만으로는 이상을 발견하기 어려워 진단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국내에서는 정상안압 녹내장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으로 보고되고 있어, 녹내장을 안압 문제로만 한정해 이해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정상안압 녹내장의 발생 원인은 하나로 설명되기 어렵다. 시신경으로 가는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거나, 시신경 자체가 압력 변화에 취약한 구조를 가진 경우 손상이 진행될 수 있다. 저혈압, 혈압 변동이 큰 경우, 수면 중 혈압 저하, 말초 혈관 질환 등도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처럼 정상안압 녹내장은 단순 수치보다 시신경의 구조적·혈관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된 질환이다.증상 측면에서도 정상안압 녹내장은 일반 녹내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시야 변화가 거의 느껴지지 않으며, 진행되면서 주변 시야부터 서서히 좁아진다. 중심 시야는 비교적 마지막까지 유지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가 이상을 인지했을 때는 이미 시신경 손상이 상당 부분 진행된 상태인 경우도 적지 않다.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안압 측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시야검사, 시신경 단층촬영(OCT), 시신경 유두 관찰 등을 통해 시신경 손상 여부와 진행 양상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정상안압 녹내장이 의심되는 경우에는 시신경의 형태 변화와 시야 결손 패턴을 정기적으로 추적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치료의 목표는 안압을 더 낮게 유지해 시신경 손상 속도를 늦추는 데 있다. 정상안압 녹내장이라고 해서 치료가 필요 없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진행을 억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약물 치료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에 따라 레이저 치료나 수술적 치료가 고려될 수 있다. 다만 치료 방향은 개인의 시신경 상태와 진행 속도에 따라 달라진다.정상안압 녹내장은 통증이나 뚜렷한 시력 저하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 환자 스스로 이상을 느끼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안압 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만으로 녹내장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야 변화가 미미하더라도 시신경 상태를 함께 확인하는 정밀 검사가 중요한 이유다.녹내장은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을 회복시키기 어려운 질환인 만큼, 조기에 발견해 진행을 늦추는 것이 치료의 핵심이다. 특히 정상안압 녹내장은 수치보다 구조와 변화를 중심으로 접근해야 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 녹내장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김석환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더원서울안과 김석환 원장2026/01/09 10:17
  •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아쿠아블레이션 수술, 같은 수술인데 왜 결과가 달라질까?

    [의학칼럼] 전립선비대증 아쿠아블레이션 수술, 같은 수술인데 왜 결과가 달라질까?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자주 묻는 질문 중 하나는 “수술 부작용으로 사정 기능에 문제가 생긴다던데, 괜찮을까요?”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수술의 목적이 증상 개선에만 집중되어 있었다면, 최근에는 배뇨 증상 개선과 함께 사정 기능을 얼마나 보존할 수 있는지가 치료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자동화된 수술처럼 보이지만, 결과는 자동이 아니다최근 전립선비대증 수술의 한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워터젯 로봇수술(아쿠아블레이션)은 실시간 경직장 초음파(TRUS)와 내시경 영상을 동시에 보면서, 고압수로 비대 조직을 절제하는 방식이다. 레이저나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주변 조직 손상이 현저히 적으며, 배뇨 증상 개선과 기능 보존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수술이다.하지만 워터젯 로봇수술을 기계가 결과까지 보장해 주는 수술로 이해하는 것은 오해다. 실제 임상에서 사정 기능 보존 여부를 좌우하는 것은 ‘집도의’가 절제 깊이와 범위를 어디까지로 설정하느냐다. 특히 사정 기능과 밀접한 전립선 요도 후방 구조를 얼마나 정확히 인지하고 보존하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같은 워터젯 로봇수술인데, 왜 의료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까진료 현장에서는 타 병원에서 워터젯 전립선비대증 수술을 받은 뒤, 수개월이 지나 역행성 사정 증상으로 내원하는 환자를 만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실제 한 50대 남성 환자는 수술 이후 배뇨 증상은 개선됐지만, 사정 기능 변화로 불편을 느껴 병원을 찾았다.영상 검사를 통해 확인한 결과, 절제 범위가 정구(verumontanum) 인접 부위까지 비교적 깊게 형성돼 있었고, 사정관 주변 구조에 영향을 미친 정황이 관찰됐다. 아무리 자동화된 장비라 하더라도, 해부학적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면 기능적 부작용은 발생할 수 있다.
    칼럼골드만 비뇨의학과의원 강남점 류경호 원장2026/01/09 10:16
  • ‘효율 최우선’ 시대, 그럼에도 ‘질보다 양’인 이유

    ‘효율 최우선’ 시대, 그럼에도 ‘질보다 양’인 이유

    세상은 참 빠르다. 빠른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현대인들은 효율적으로 행동한다. 말을 할 때도 과도하게 줄임말을 쓴다. 드라마나 영화도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기보다는 유튜브에서 요약본으로 즐긴다. 공부를 할 때도 교과서를 사서 읽기보다는 PPT 형태의 강의 자료를 이용하며, 동영상 강의도 2배속으로 본다. 가히 ‘효율의 시대’라 할 만하다.진로를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쓸데없이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간을 보기만 할 뿐, 섣부르게 달려들지 않는다. 과거 조금만 흥미로운 것이 있으면 일단 질러보고 후회하던 불나방 같은 청춘을 보냈던 필자와는 매우 다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틀렸다고 할 수 없다. ‘양보다 질’이라고, 무턱대고 하기보다는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신중한 결정을 내리고 시작하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하지만 심리학의 영역에서는 양보다 질이라는 주장이 그렇게 설득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유명한 도자기 실험 일화가 있다. 학생들에게 도자기를 만들도록 했는데, 한 집단에는 무조건 많이 만들라는 지시를 내렸고(양 집단), 다른 집단에게는 최상의 작품 하나만을 만들도록(질 집단) 했다. 그랬더니, 역설적으로 정말 좋은 작품은 양 집단에서 나왔다고 한다. 질 집단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달려들어 좋은 작품을 구상하고 계획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썼던 반면, 양 집단의 사람들은 초반에 완성도 높지 않은 작품들을 만들어 내면서 기술이 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생겨나 결과적으로 좋은 작품들이 더 많이 나왔다는 것. 이 일화는 제프 벤 베이와 테드 올랜드의 저서 <예술가여, 무엇이 두려운가!(Art & Fear)>에 소개된 것으로, 실제 수행된 연구는 아니지만 창작 및 학습에서 결국 양(반복적인 실제 행위)이 질을 높인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실제 수행된 연구들도 비슷한 결과를 보여준다. 창의성을 연구하는 심리학자 시몬튼은 베토벤, 피카소 등 714명의 유명 예술가의 생애를 추적하며 작품 수와 걸작 간의 관계를 살펴봤는데, 걸작은 주로 다작의 시기에 나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딱’하면 ‘척’하고 걸작을 만들어 낼 것 같은 예술 천재들도 많이 만들어야 걸작을 만들 수 있었다는 의미다.도자기 일화와 매우 유사한 연구들이 더 있다. 한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가능한 한 많은 아이디어를 생각하라고 한 후 각 참가자들이 제출한 아이디어의 수와 그 중 수준 높은 아이디어의 비율을 확인했더니, 많은 아이디어를 제출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질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뇌를 살펴보니, 많은 양을 만들어 낼 때 사용되는 뇌의 영역과 질을 높이기 위해 작동하는 뇌의 영역이 딱히 구분되지 않았다.이후 다른 연구에서는 아이디어를 많이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엉뚱하고 자유로운 생각을 생성하는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와 생성된 생각을 논리적으로 다듬고 연결시키는 ‘경험적 조절 네트워크’ 사이의 연결성이 더 강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시몬튼은 주어진 기간 내에 생산된 전체 작품 수가 많을수록 그 중 창의적 결과물이 나올 기대값도 선형적으로 증가한다는 ‘동일확률 규칙’을 제안하기에 이른다.왜 질보다 양일까? 질을 우선시하게 되면, 결과물에 대한 과도한 압박이 시야를 좁게 만들고 창의적 사고를 억제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참가자들에게 양초, 성냥, 압정이 든 상자를 주고 촛농이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벽에 양초를 고정하는 방법을 생각하라고 했다. 한 집단에게는 가장 빨리 해결한 상위 25%에게 많은 보상을 주는 경쟁상황을, 다른 집단에게는 아무런 부담 없는 테스트라고 말해 평가와 상관없는 자유로운 상황을 만들었다. 결과는 경쟁상황에서 수행이 더 좋지 않았다. 다른 연구에서도 골프 선수들에게 퍼팅을 할 때 팔 동작과 각도에 집중해서 완벽한 퍼팅을 하라고 지시했을 때 수행이 더 좋지 않았다. 결국 좋은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좋은 결과를 가로막는 방해물로 작동한 셈이다.반면, 양으로 승부하는 방식은 무식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체화(體化)된 인지’의 개념으로 보면 훨씬 효과적인 방식이 될 수 있다. 체화된 인지는 몸의 감각과 움직임이 사고의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가정한다. 예를 들면, 현관 비밀번호가 생각나지 않을 때, 손을 움직이면 손가락이 알아서 비밀번호의 패턴대로 움직이고 이 과정에서 비밀번호가 생각나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있을텐데, 이렇듯 우리의 사고가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전체에 퍼져 있다고 가정하는 것이 체화된 인지다. 이를 앞에서 언급한 도자기 일화에 적용해 보면, 양 집단에서는 흙을 만지다 우연히 만들어낸 형태가 뇌에 새로운 영감을 주고, 이것이 다시 손의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순환적 창의성이 발생하는 반면, 질 집단에서는 머릿속으로만 완벽한 형태를 구상하는 데 한정돼 창의력이 발휘될 공간이 더 좁아진다고 할 수 있다.지식이 고도화되면서, 무턱대고 양을 늘리는 방식은 구태로 간주되는 것 같다. 효율적인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 더 옳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하지만 연구 결과들은 의외로 양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아무리 훌륭한 영어, 수학 학원 선생님이 이해하기 쉬운 최고의 방식으로 알려줘도, 결국 영어 단어를 많이 외우고, 수학 문제를 많이 묵묵하게 풀어가는 단순 무식한 방법이 머릿속에 흔적을 많이 남겨, 내 지식, 내 능력이 되는 법이다. 그러니 가끔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그냥 하자. 양을 채우는 당신의 노력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6/01/09 07:00
  • [의학칼럼] 눈물흘림증 “눈물이 계속 나요”, 누도내시경이 효과적 대안

    [의학칼럼] 눈물흘림증 “눈물이 계속 나요”, 누도내시경이 효과적 대안

    눈물흘림증은 의학적으로 ‘유루증’이라고 불리며 눈물이 과도하게 생성되지 않더라도 배출 과정에 장애가 발생해 눈 밖으로 지속적으로 흘러내리는 상태를 의미한다. 일상에서는 단순히 “눈물이 계속 나요”라는 표현으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진료 현장에서는 눈물 생성보다는 배출 경로 이상이 주된 원인으로 확인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상적인 눈물은 눈물샘에서 분비된 뒤 눈물길을 따라 비강으로 배출된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막히거나 기능이 저하되면 눈물이 고이게 되고 외부로 넘쳐흐르게 된다.눈물흘림증 원인은 단일 요인으로 설명되기보다는 여러 구조적·기능적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노화에 따른 눈물길 점막의 협착이나 탄력 저하가 눈물길 폐쇄로 이어질 수 있다. 과거의 염증, 결막염, 눈꺼풀염증, 눈 주위 외상 역시 눈물길 막힘의 원인이 된다. 일부에서는 선천적인 눈물길 구조 이상이나 비염과 같은 비강 내부 질환이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눈물주머니에 눈물이 정체되면 세균 증식이 쉬워지고, 반복적인 염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진다.눈물흘림증 증상은 눈물이 지속적으로 흐르는 현상 외에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눈곱이 자주 끼거나 눈 안쪽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으며 누르면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도 관찰된다. 특히 눈물주머니에 염증이 동반되면 통증이나 발적이 함께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 일상생활에서 시야 불편과 위생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과거의 눈물흘림증 치료는 막힌 눈물길을 대신할 새로운 배출 경로를 만드는 수술적 접근이 중심이었다. 대표적인 눈물길 수술 방법인 ‘누낭비강문합술’은 눈물주머니와 비강 사이에 길을 내기 위해 안면부 뼈의 일부를 제거하여 구멍을 뚫는 과정이 포함된다. 눈물길 폐쇄가 명확한 경우 표준적인 수술로 시행되어 왔으나 뼈를 다루는 만큼 통증이나 출혈, 긴 회복 기간에 대한 환자들의 심리적 문턱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수술 후 통로 유지를 위해 실리콘관 삽입술을 병행하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신체적 부담이 큰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었다.최근에는 이러한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인 ‘누도내시경’ 활용 방식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누도내시경은 가느다란 내시경을 눈물길 안으로 삽입해 내부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장비이다. 이를 통해 눈물길 막힘의 위치, 협착 정도, 염증 여부를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 과거에는 뼈를 뚫는 수술을 먼저 고려해야 했다면 현재는 누도내시경으로 내부를 확인한 뒤 가급적 기존의 눈물길을 살리는 비침습적 방향으로 치료 방침을 세울 수 있게 된 것이다.누도내시경을 이용했을 때의 가장 큰 장점은 눈물길 내부 상태를 직접 확인하면서 치료 범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뼈를 깎는 과정 없이 절개를 최소화할 수 있어 흉터 발생을 줄이고 회복 기간을 단축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결과적으로 모든 환자에게 누낭비강문합술과 같은 복잡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누도내시경 관찰 결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과정이 간단한 실리콘관 삽입술이나 국소적인 처치만으로도 충분히 증상 개선이 가능하다. 이는 환자가 겪어야 할 불필요한 신체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치료의 정확도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흐름은 눈물흘림증 수술과 치료가 단순한 통로 개방을 넘어, 기존 구조를 최대한 보존하고 회복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이 칼럼은 용인 수지구 나무안과 이주향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용인 수지구 나무안과 이주향 원장2026/01/08 14:56
  • [의학칼럼] 고난도 백내장에서 인공수정체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

    [의학칼럼] 고난도 백내장에서 인공수정체 안정성이 중요한 이유

    백내장 수술은 비교적 널리 시행되는 안과 수술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모든 백내장이 동일한 방식으로 수술되는 것은 아니다. 수정체 혼탁의 양상, 눈 내부 구조의 안정성, 과거 안과적 병력에 따라 수술 난이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처럼 보다 복합적인 조건이 동반된 경우를 흔히 ‘고난도 백내장’으로 분류하며, 수술 전 평가부터 접근 방식까지 세밀한 계획이 요구된다.일반적인 백내장 수술은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구조로 진행된다. 반면 고난도 백내장은 수정체 혼탁이 매우 진행된 상태이거나, 수정체를 지지하는 소대가 약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고령, 외상 병력, 과거 망막 수술이나 녹내장 수술 이력, 특정 전신 질환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술 중 변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진다.고난도 백내장의 핵심은 단순히 수술이 어렵다는 의미가 아니라, 눈의 구조적 특성을 얼마나 정확히 파악하고 준비하느냐에 있다. 특히 수정체를 지탱하는 소대가 약한 경우에는 수술 중이나 수술 후 인공수정체 위치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사전에 이에 대한 정밀 평가가 중요하다.고난도 백내장 수술에서는 인공수정체를 어떤 위치에, 어떤 방식으로 고정할 것인지까지 수술 전부터 구체적으로 계획한다. 필요에 따라 보조 기구를 사용하거나, 인공수정체의 종류와 삽입 방식을 달리 적용하는 맞춤형 전략이 고려된다. 이 과정에서 의료진의 경험과 판단이 수술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수술 후 관리 역시 고난도 백내장의 중요한 부분이다. 염증 반응, 안압 변화, 인공수정체 위치 이상 등 발생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보다 면밀한 경과 관찰이 필요하다. 회복 과정에서 시야가 기대만큼 선명하지 않거나 불편감이 지속될 경우, 단순 회복 지연인지 구조적인 문제인지 구분해 확인하는 접근이 요구된다.고난도 백내장은 ‘특별한 경우’라기보다, 더 많은 사전 준비와 정밀한 관리가 필요한 상태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눈의 구조와 위험 요소를 정확히 분석해 수술 후 전 과정을 안정적인 시력 회복을 도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이 칼럼은 첫눈애안과 윤삼영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첫눈애안과 윤삼영 원장2026/01/08 14:51
  • [의학칼럼] 스마일라식·라섹·렌즈삽입술, 시력교정술별 차이와 선택 기준

    [의학칼럼] 스마일라식·라섹·렌즈삽입술, 시력교정술별 차이와 선택 기준

    해마다 이맘때면 겨울방학 기간, 또는 대학 입학을 앞두고 시력교정술을 계획하는 학생들이 안과를 많이 찾는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은 첫 시력교정술을 고려하는 시기로, 어떻게 수술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시력 질을 좌우한다는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교정 시력’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체감할 ‘시력의 질’이라는 점이다.학생뿐 아니라 직장인과 군인처럼 일정이 빼곡한 이들은 회복이 빠른 시력교정술을 선호하는데, 대표적인 수술이 스마일라식이다. 정식 명칭은 스마일(SMILE, Small Incision Lenticule Extraction)로, 각막 절개 범위를 최소화해 각막 내부의 렌티큘(lenticule)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통증에 대한 부담이 적고 수술 다음 날부터 세안·피부 화장·가벼운 운동이 가능할 만큼 회복이 빠르기 때문에, 짧은 일정 동안 무리 없이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자들의 관심이 가장 높다.최근 스마일 수술은 단순히 1.0처럼 숫자로 표현되는 시력만이 아니라 시력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수술법이 진화했다. 대표적인 것이 본원에서 시행중인 로우에너지 스마일(Low Energy SMILE)이다. 본원에서 시행 중인 로우에너지 스마일(Low Energy SMILE)은 수술 레이저의 에너지를 낮춰 절삭면을 더욱 부드럽게 남기도록 고안된 방식이다. 같은 도수의 안경이라도 흠집 난 렌즈와 새 렌즈의 선명도가 다르듯, 레이저 절삭면의 질은 수술 후 시야의 안정성과 선명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본원 의료진들이 발표한 SCI 논문에서 신형 레이저 플랫폼으로 수술하는 ‘스마일프로(SMILE pro)’에 순수 플라즈마 에너지만을 사용해 수술하는 ‘P-KLEx(플라즈마 스마일)’ 방식이 야간 빛 번짐과 눈부심의 원인이 되는 각막 고위수차(Higher-order aberrations)를 유의하게 줄이는 결과를 보였다.정밀검사 결과 스마일 수술이 적합하지 않은 경우에는 라섹이나 안내렌즈삽입술(ICL)이 안전한 대안이 된다. 라섹은 회복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지만 잔여각막을 충분히 남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최근 무통라섹 프로토콜도 갖춰졌다. 또한 커스텀아이즈(CustomEyes)기술을 적용한 고정밀 맞춤 레이저 수술이 가능해 역시 기존 라섹수술에 비해 더욱 시력의 질을 향상시키고 있다. 렌즈삽입술은 각막 두께가 얇거나 각막 내구성이 약하거나 각막 모양이 구조적으로 불안정한 경우, 고도근시·난시가 심한 경우에 선택할 수 있다. 신형 ICL은 넓어진 광학부와 생체친화적 재질을 통해 시력의 질과 수술 후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본원이 10년간의 장기 임상결과 논문을 발표한 이유 역시, 철저한 검사와 맞춤수술 원칙이 장기적인 안정성과 높은 만족도를 만든다는 점을 수술 데이터로 확인했기 때문이다.시력교정술 전 검사는 정확한 수술의 기반이 된다. 단순히 각막 두께만 보는 것이 아니라, 각막 앞·뒷면 구조, 강성도, 웨이브프론트, 안구 전체의 광학 특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PERAMIS·MS-39와 같은 고해상 진단 장비로 얻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1:1 맞춤 수술을 설계한다. 첫 시력교정술부터 노안, 재교정수술까지 이 원칙은 동일하다.10대 후반~20대 초반의 시력교정은 앞으로의 시력 질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밀 검사와 맞춤 설계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진과 안전하게 계획하는 것이 중요하다. 력교정술의 결과는 정확한 검사, 그 데이터를 반영한 수술 설계, 경험 있는 의료진, 체계적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이 올바르게 이루어질 때 최선의 결과로 이어진다.(*이 칼럼은 아이리움안과 정병훈 대표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아이리움안과 정병훈 대표원장2026/01/07 13:12
  • 버티는 게 당연해진 삶…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렵다면

    버티는 게 당연해진 삶… 아침에 눈 뜨는 게 두렵다면

    누구나 마음의 병을 겪을 수 있지만 쉽게 털어놓기 힘들고 때론 스스로 인정하는 것도 어려움을 겪는다. 헬스조선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강준 교수의 칼럼을 연재해 ‘읽으면서 치유되는 마음의 의학’을 독자와 나누려 한다. 정신건강 문제를 풀어내고 치유와 회복의 길을 제시한다.(편집자주)최근 업무에 지친 20~30대 청년들이 부쩍 정신건강의학과 외래를 찾는다. 특별한 정신질환이 있어 방문했다기보다는 “직장 일로 너무 지치고 힘들다”며 상담실 문을 두드린다. 심각한 우울증과는 조금 다르고 단순 피로라고 보기에는 증상이 깊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직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지속돼 나타나는 정신적 소진을 '번아웃 증후군'이라 명명했다. 번아웃은 정서적 탈진, 냉소, 성취감 저하 세 가지 요소가 나타나는 게 특징이며 마음뿐 아니라 몸까지 동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질환이다. 현재 청년 세대는 이전 어느 세대보다 많은 불확실성과 경쟁 속에 서 있다. 취업난, 경제적 부담, 불확실한 미래, 대인관계 문제, 정체성 혼란이 일상적 스트레스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과거보다 풍요로워진 지금, 이를 행복한 고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과거엔 어느 정도 정해진 길과 역할이 있었고 대개 그 흐름을 따라가면 되는 구조였다. 반면, 지금의 청년들은 불확실성이 훨씬 큰 경제 구조, 성취 기준이 끊임없이 갱신되는 환경, 관계와 일에서 요구되는 감정노동, 정체성 탐색이 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고 있다. 즉, 버텨야 하는 종류가 달라졌고 양도 늘었다. 과거보다 더 편한 환경인데도 잘 못 버틴다는 평가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요즘 청년들이 버티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데는 몇 가지 또 다른 요인이 있다.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거나 조절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으며 SNS가 자신과 타인을 비교하는 속도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만들었다. 혼자 버텨야 하는 구조 속에서 스트레스 해소나 피드백 체계 마저 사라져 버렸다. 버티는 힘은 관계 속에서 생기는 것인데 그 토대가 부족한 사회가 되어버린 것이다. 번아웃은 약한 이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너무 강해서 번아웃 상태가 되기도 하고 강해지는 법을 배우는 과정에서도 번아웃이 나타난다. 오늘날의 청년들이 약하고 버티는 법을 못 배운 미숙한 세대라서가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복잡하고 예측할 수 없는 시대를 견디고 있기 때문에 번아웃을 많이 겪는 것이다.대다수의 청년들이 상담 중 “성공하지 않아도 괜찮은 이유를 찾고 싶다”고 말한다. 청년들의 문제는 스트레스 그 자체보다 ‘힘들다’는 감정을 인정하지 못하는 문화에 있다. 완벽주의적 성향, 책임감, ‘약해지면 안 된다’는 내적 압박은 감정을 무시하게 만들고 스스로를 소진 상태로 몰고 간다. 피드백이 적고 혼자 일해야 하는 환경이 많아진 것도 자신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살피기 어렵게 만든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먼저 말한다”. 청년층에서 나타나는 번아웃은 흔히 정신적 소진보다 신체 증상으로 먼저 나타난다. 스트레스는 코르티솔 과잉 분비와 자율신경계 불균형을 일으킨다. 만성 피로, 두통, 위장 장애, 수면장애, 면역 기능 저하, 근육통, 집중력 저하, 분노, 냉소 등의 다양한 증상을 동반한다. 뇌 과학 연구를 통해 분석한 번아웃 증후군은 전두엽 기능 저하로 계획과 집중력이 저하되고 편도체 과활성화로 불안과 과민 반응이 나타나며 해마 위축으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 의지만으로는 번아웃을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번아웃 상태의 사람들은 스스로 몰아붙이는 말들을 한다.“힘들지만 조금만 더 참으면 괜찮아져.”“이 정도 피곤함은 누구나 겪는 거야. 약해지지 말자.”“성과가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든 참아야지.”이런 자기암시는 단기적으로는 버텨낼 수 있게 할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번아웃을 더욱 깊게 만든다. ‘정서적 탈진’은 일을 시작하는 것조차 버겁게 하고 ‘냉소’는 인간관계를 끊어내며, ‘성취감 저하’는 본인을 무가치하게 만든다.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두렵거나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고, 인간관계에 무관심해지고 사람을 기계적으로 대하게 되거나,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고 무능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면 한 번쯤 자신을 점검해 보는 게 좋겠다. 번아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초기에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하다. 7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고 햇빛을 보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수면은 감정 조절 능력과 집중력을 높이며 스트레스를 개선하고, 운동은 코르티솔을 억제하고 우울과 불안을 완화시킨다. 감정을 건전하게 표현하면서 스트레스를 배출하고 적절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감정 표현은 근육 긴장, 위장장애, 두통, 만성피로를 없애주고 휴식은 주의력, 의욕, 동기를 다시 북돋워준다. 인간관계에서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고 하루 한 줄 성취 일기를 써보는 것도 좋다. 조직이나 사회적 차원에서는 업무량을 조절하고 명확한 역할을 설정하며 상사와 동료 사이에 원활한 소통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재충전을 할 수 있는 리셋 기회를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개인과 조직, 이 두 축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번아웃은 반복된다. 만약 번아웃 증상이 2주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 기능이 떨어지고 대인관계나 직장생활이 어려워진다면 정신건강의학과 등 전문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번아웃은 특정 성격이나 직업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지치도록 일만 하는 존재가 아니며 때로는 멈추고 쉬기도 하고 자신에게 다시 묻는 시간이 필요하다.“지금의 나는 괜찮은 걸까? 이미 지친 건 아닌가? 회복이 필요하다면 무엇부터 다시 채워야 할까?”그 질문이 번아웃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다.
    칼럼기고자=이강준 일산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한국정신신체의학회 이사장) 2026/01/07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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