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불호 심하게 갈리는 ‘하와이안 피자’의 비밀

입력 2026.05.13 19:40

이용재의 음식시론

피자
사진=클립아트코리아
하와이안 피자는 전세계적으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다. ‘하와이안’ 피자라고 불리지만, 캐나다에서 그리스인이 고안했다는 점 또한 도움이 되지 않는다. 1962년, 온타리오주의 그리스계 캐나다인인 샘 파노폴로스가 자국의 음식 가운데 단맛과 신맛이 공존하는 게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처음 만들었다.

토마토소스와 치즈 위에 햄과 베이컨, 그리고 파인애플을 얹어 구워낸 하와이안 피자는 이후 꾸준히 인기를 얻어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2014년 ‘타임’지는 파인애플 피자를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피자’ 13위에 선정했다. 한편 2017년, 아이슬란드의 6대 대통령인 그뷔드니 요하네손은 ‘피자에 파인애플 얹는 것을 반대한다’며 21세 이하 유권자의 표를 30퍼센트 이상 얻으면 파인애플 피자를 법으로 금지하겠노라고 농담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실 이 피자의 ‘하와이’는 미국의 50번째 주와 전혀 상관이 없고 파노폴로스가 쓴 ‘하와이안 파인애플 컴퍼니’의 통조림에서 이름을 따왔다.

그나저나 하와이안 피자는 왜 그렇게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까? ‘과일, 단맛의 고명이 피자에 올라가는 게 싫다’는 이유가 가장 큰데, 무생채를 소금 아닌 설탕에 절여 만들 정도로 음식이 달아진 한국에서는 그렇게 논리적이지 않다. 단맛 나는 무생채가 일상의 반찬이라면 파인애플 피자 정도가 그렇게 부담스러울리 없다.

더군다나 하와이안 피자의 파인애플은 함께 먹는 동물성 고명인 햄과 베이컨, 치즈의 부담을 크게 덜어준다. 단맛도 단맛이지만 신맛이 따라오므로 이들 재료의 느끼함을 잘 덜어내준다. 한편 파인애플은 소화를 돕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브로멜린을 함유하고 있으니 피자의 소화 또한 도와줄 수 있다. 브로멜린은 매우 강력한 연육제로 육류의 펩타이드 결합을 끊어 소화기관의 부담을 덜어준다.

브로멜린은 무화과에서 추출한 효소 피신이나 파파야에서 추출한 파파인과 더불어 시중에서 판매하는 연육제의 주요 성분이다. 명칭부터 ‘연육제’라니 질긴 고기를 매우 부드럽게 만들어 줄 것 같은데 엄밀하게 말하자면 가정 조리에서는 크게 필요가 없다. 위력이 매우 강력하기 때문에 고기가 부드러워지는 정도를 넘어 누더기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파인애플을 비롯해 배(인버타제, 옥시다아제), 키위(액티니딘) 등을 갈아 넣는 ‘비법’이 가정에서 전해내려오는데 요즘은 그다지 권하지 않는다. 특히 갈비찜처럼 푹 익히는 요리에 빈번하게 쓰여왔지만 요즘의 소들은 고기를 먹기 위해 애지중지 키워온 것들이라 어머니나 할머니 시대의 소, 특히 육우들처럼 육질이 질기지 않다. 차라리 효율이 좋은 압력솥을 써 짧은 시간에 더 부드럽게 조리하는 게 바람직하다.

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열렬하게 싫어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하와이안 피자는 오늘도 제 갈 길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2019년 설문조사에 의하면 미국인들 가운데 12%가 파인애플을 가장 좋아하는 고명 세 가지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같은 설문에서 24%가 파인애플을 가장 싫어하는 고명 가운데 하나로 꼽기는 했지만 안초비나 가지에 이어 고작 3위였다.

음식평론가로서 변호를 하자면 앞서 언급했듯 파인애플은 단맛과 신맛 덕분에 동물성 식재료, 특히 돼지고기와 좋은 짝이다. 멜론과 이탈리아의 염장 햄 프로슈토를 같이 먹는 조합이 고전처럼 통하는데 사실 멜론을 파인애플로 대체하면 한결 더 맛있다. 많은 경우 제대로 숙성시키지 않아 무처럼 아삭거리는 멜론을 먹는데 그보다 잘익은 파인애플을 찾기가 훨씬 더 쉽다. 밑둥을 코에 가져다 댔을때 향이 나는 것을 고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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