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 ‘복통’ 24시간 넘으면 위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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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관철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
복통을 소화불량으로 여겨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통증이 24시간 이상 지속되거나 점점 심해진다면 ‘충수염(맹장염)’을 의심해야 한다.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면 염증이 복강 전체로 퍼지는 복막염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

충수염은 대장 시작 부위에 붙어 있는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충수 입구가 막히면서 발생한다. 분변석이나 림프조직 비대, 이물질 등에 의해 막히면 내부에 세균이 증식하고 염증이 악화된다. 시간이 지나면 내부 압력이 증가해 혈류가 차단되고, 심할 경우 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수염 통증은 시간 경과에 따라 특징적으로 변화한다. 초기에는 명확한 위치를 짚기 어려운 배꼽 주변 또는 상복부 통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내장 신경이 자극을 받으며 나타나는 통증으로, 단순 체기나 소화불량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염증이 진행되면서 통증은 점차 오른쪽 아랫배로 이동하게 된다. 이 시점부터는 통증 부위가 비교적 명확해지고, 움직이거나 기침할 때 통증이 심해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손으로 눌렀다가 뗄 때 통증이 더 심해지는 ‘반발통’이 나타난다면 복막 자극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 경우 이미 염증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볼 수 있어 빠른 진료가 필요하다.

시간이 더 지연되면 통증이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증상이 호전된 것이 아니라 충수가 터지면서 압력이 감소한 경우일 수 있다. 이후 복강 내로 염증이 퍼지면서 복부 전체에 심한 통증과 발열이 나타나는 복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충수염은 통증 양상이 ‘이동하고, 점점 심해지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24시간 이상 지속되는 복통은 반드시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실제 30대 직장인 A씨는 복통을 단순 소화불량으로 생각하고 하루 이상 진통제로 버티다가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충수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천공 직전까지 악화돼 있었다. 결국 응급수술을 받았으며, 초기 치료에 비해 입원 기간도 길어졌다. 충수염은 보통 24~48시간 사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는 질환이다. 초기에 치료하면 비교적 간단한 수술로 회복이 가능하지만, 지연될 경우 복막염 등 합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치료는 대부분 수술로 진행되며, 최근에는 최소 침습 수술이 보편화되고 있다. 배꼽 부위에 약 1~2cm 정도의 절개를 한 뒤, 하나의 통로로 카메라와 수술 기구를 삽입해 충수를 제거하는 방식이다. 기존 복강경 수술보다 절개 부위가 적어 흉터가 거의 보이지 않고, 수술 후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으며, 회복이 빠르고 일상 복귀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미용적 만족도가 높아 젊은 환자층에서 선호도가 높다.

다빈치 SP 로봇수술은 단일 포트(Single Port)를 이용하는 로봇수술로, 하나의 절개창을 통해 여러 개의 로봇 팔이 동시에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고해상도 3D 시야와 정교한 관절 움직임이 가능해 좁은 공간에서도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또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출혈과 합병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염증이 진행된 경우나 해부학적 구조가 까다로운 환자에서 보다 안정적인 수술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충수염은 조기에 발견할수록 단일공 복강경이나 로봇수술 등 최소 침습 수술 적용이 용이하다. 통증을 참거나 방치하기보다, 증상이 의심되면 빠르게 진단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칼럼은 이관철 한솔병원 대장항문외과 진료부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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