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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학칼럼] 망막응급질환, 실명까지 이어져… 안과 치료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의학칼럼] 망막응급질환, 실명까지 이어져… 안과 치료 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책을 보던 중 글자가 일부 가려진 듯 사라지거나, 눈앞에 갑작스러운 번쩍임이 나타나는 경험을 하는 경우가 있다. 어느 날부터 검은 점이나 실 같은 그림자가 평소보다 심하게 보이기도 하고, 시야 일부가 마치 커튼이 드리워진 것처럼 가려질 때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단순한 피로나 노화로 오해하기 쉽지만, 사실 망막응급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망막은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들어온 빛을 감지해 뇌로 전달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단순한 시력 저하를 넘어 실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응급질환에는 망막박리, 망막혈관폐쇄, 황반부 출혈, 외상으로 인한 망막 손상 등이 있다. 특히 망막박리의 경우, 초기에 발견해 치료하지 못하면 손상 부위가 급격히 확장되면서 시력을 회복하기 어려운 상황에 이를 수 있다.망막응급질환의 공통점은 골든타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망막은 신경조직이기 때문에 손상되면 재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발병 직후 수 시간에서 수일 내에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져야만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반대로 증상을 인지하고도 진료를 늦춘다면, 수술을 받더라도 시력 회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응급 상황에서의 지연은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니라 평생의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치명적이다.망막 수술은 국소마취하에서 비교적 짧은 시간 내 진행되지만, 과정 자체는 고도의 정밀성을 필요로 한다. 손상된 망막을 본래 위치에 붙이기 위해 미세한 절개를 통한 유리체 절제술을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가스나 실리콘 오일을 주입해 망막을 안정적으로 고정한다. 수술의 난이도는 병변의 위치와 범위, 동반된 전신질환 유무에 따라 크게 달라지며, 당뇨망막병증이나 고도근시 환자의 망막박리처럼 복잡한 경우에는 난이도가 더욱 높아진다.망막응급질환의 가장 무서운 점은 통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불편감이 적다 보니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이 오히려 시력을 잃게 만드는 주된 이유다. 시야에 갑작스러운 번쩍임이 나타나거나, 검은 점이 급격히 늘어나고, 일부 시야가 가려지는 경험을 했다면 그 순간이 바로 병원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눈은 한 번 잃으면 되돌릴 수 없는 기관이다. 망막응급질환은 결코 드문 질환이 아니며, 조기 진단과 신속한 수술만이 시력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시야에 이상이 느껴진다면 ‘조금 더 지켜보자’는 생각보다, 그 즉시 진료를 받는 것이 실명을 예방하는 최선의 선택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이 칼럼은 분당더본안과 최헌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분당더본안과 최헌진 원장2025/09/16 11:34
  • [의학칼럼]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적절한 시기… 실제 사례 토대로 살펴보니

    [의학칼럼]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 적절한 시기… 실제 사례 토대로 살펴보니

    고관절은 허벅지와 골반을 연결해 체중을 지탱하고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관절이다. 하지만 괴사나 관절염으로 고관절의 구조가 무너지면 심한 사타구니 통증과 절뚝거림이 발생하고, 나아가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지속되는 단계에 이른다. 보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통증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단순한 치료로는 호전이 어렵기 때문에 고관절 인공관절 치환술을 고려해야 한다.최근에는 수술 기법과 인공관절 소재가 크게 발전했다. 과거에는 인공관절의 수명이 20년 남짓으로 알려져 수술을 미루는 경우가 많았지만, 세라믹 소재가 도입되면서 장기간 사용에도 마모가 거의 없어 수명에 대한 우려가 줄었다. 수술 후 회복 속도 또한 빨라져 환자들의 부담이 과거보다 크게 줄어든 것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고관절 인공관절 수술의 실제 사례실제 환자 사례에서도 수술 시기의 중요성이 확인된다. 59세 남성 A씨는 6개월 전부터 사타구니 통증을 호소하다 최근에는 절뚝거림이 심해져 보행이 어려워졌다. 영상 검사 결과, 고관절 골두가 골괴사증으로 무너지고 관절염까지 진행된 상태였다. 영상검사에서의 변화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느끼는 통증이 일상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가 수술 시기 결정의 핵심이다.보존적 치료가 불가능했던 A씨는 결국 고관절 인공관절 전치환술을 받았다. 약 한 시간 30분에 걸친 수술 끝에 괴사로 손상된 대퇴골두와 손상된 골반 관절면을 모두 인공관절로 교체했다. 수술 직후에는 통증이 있었지만 곧바로 워커를 이용한 보행을 시작했고, 2주간의 입원 재활을 거쳐 3개월이 지난 현재는 가벼운 운동과 운전도 가능할 정도로 일상에 복귀했다. 고관절염 말기 상태를 오래 끌지 않고 적절한 시기에 수술을 결정한 덕분에 빠른 회복이 가능했던 A씨는 치료 결과에 큰 만족감을 보였다.수술 시기를 미루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전문가들은 수술을 늦추는 것이 단순히 ‘통증을 참는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절면이 변형되고 주변 근육과 인대가 약화되면 골반·척추·무릎까지 영향을 미친다. 결국 비정상적인 보행 패턴이 고착돼 수술 후 회복 속도가 떨어지고 재활 기간도 길어진다. 또한 통증과 변형으로 인한 보행 불안정은 낙상 위험을 높인다. 특히 골다공증이 흔한 고령 환자의 경우 작은 충격에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는 고관절 인공관절 수술로 이어지는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수술 시기를 지나치게 늦추면 낙상과 골절 가능성이 커져 합병증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관절 전문 의료진 선택이 중요한 이유고관절은 전신의 체중을 지탱하는 관절로, 인공관절 삽입 시 각도와 하중 분배를 정밀하게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미세한 차이가 수술 결과와 인공관절의 수명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풍부한 임상 경험을 갖춘 전문의를 선택하는 것이 필수적이다.전문적으로 고관절 수술을 다뤄온 의료진은 환자의 나이, 활동 수준, 관절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맞춤형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수술 후 기능 회복 속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관절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고관절 전문 의료진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이 칼럼은 가자연세병원 최윤석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가자연세병원 최윤석 원장2025/09/15 11:26
  • 노인이 흔히 복용하는 변비약… ‘이것’ 확인 안 했다간, 부정맥 위험

    노인이 흔히 복용하는 변비약… ‘이것’ 확인 안 했다간, 부정맥 위험

    변비는 노인들에게 매우 흔한 증상이자 어려움이다. 65세 이상은 여성 26%·남성 16%가, 84세 이상은 여성 34%·남성 26%가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 요양원에 입소 중인 노인의 경우 50% 이상이 변비다. 나이 들면 변비가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또 변비약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어떻게 복용해야 하며 주의사항은 무엇인지 하나하나 알아보자.나이가 들며 변비가 증가하는 이유에는 ▲신체기능·활동 저하 ▲동반 질환 ▲다량의 약 복용 ▲수분 섭취 부족 ▲식사량 부족 ▲정신적 요인 ▲치과·구강·식도 문제 등이 있다. 특히 노인에게는 근육이 매우 중요한데, 대장 근육 감소로 인해 운동능력이 떨어지면 장 운동이 느려지고 골반 주위 근육이 감소해서 배변 관련 근육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거동 능력을 상실한 노인의 경우 변비가 더 심해진다.신경 손상이나 자율신경 기능 저하, 직장 감각 저하와 관련된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에도 변비가 유발·악화된다. 당뇨 합병증, 갑상선 기능 저하증, 파킨슨병(신경 퇴행), 뇌종양, 척추 질환 등이 대표적이다. 먹는 약이 많은 노인 또한 변비가 심해질 수 있다. 제산제, 항히스타민제(알레르기약, 감기약), 일부 요실금약, 근육이완제, 강한 진통제(트라마돌 등), 항우울제, 정신과약, 철분제, 칼슘제 등이 부작용으로 변비를 유발한다.노인의 경우 미각 감소 등으로 갈증을 덜 느껴 물을 적게 섭취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변을 딱딱하게 만들어 변비를 유발한다. 식욕 감소 등으로 식사량이 부족해도 변비가 잘 생기며, 불규칙한 식사 또한 장의 리듬을 깨뜨려 변비를 유발한다.이밖에 노인 우울증이나 노인 불안 등 정신적인 문제도 변비에 영향을 주며, 치아가 좋지 않은 경우에도 식사량이 줄어들어 변비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진다. 삼킴장애(연하곤란)가 있어 음식을 삼키기 어려우면 식사량이 줄어 변비가 발생한다.노인 변비 관리 방법은 ▲규칙적인 운동 ▲야채, 채소 등 식이 섬유 섭취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배변 등이다. 아침 배변반사가 생체리듬에 맞기 때문에 아침에 변을 보면 좋다.그래도 안 되면 변비약 복용을 고려할 수 있다. 변비약에는 먹는 약, 좌약, 관장약 등이 있다.먹는 변비약은 주로 ‘자극성 변비약’, ‘삼투성 변비약’, ‘팽창성 변비약’ 세 가지가 많이 사용된다. ‘둘코락스’, ‘메이킨큐’, ‘센코딜’ 등이 자극성 변비약이고, ‘마그밀’, ‘듀락칸 이지시럽’ 등이 삼투성 변비약이다. 팽창성 변비약에는 ‘아락실 과립’, ‘아기오 과립’, ‘실콘’, ‘웰콘’ 등이 있다.자극성 변비약은 장을 직접 자극해 장 운동을 촉진하고, 삼투성 변비약은 대장 내 수분을 증가시켜 대변을 묽게 해준다. 팽창성 변비약은 장에서 팽창해 변의 양을 늘려 장운동을 촉진해준다.자극성 변비약은 TV에서 광고도 많이 하고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입 가능하지만,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고 1주일에 3일 이하 정도로 복용해야 적당하다. 취침 전 두 알을 복용하면 다음날 아침에 변이 나온다.삼투성 변비약은 병원에서 노인에게 가장 많이 처방하고 있는 약이다.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이나 중독성 등이 없어 안전하지만, 콩팥 기능이 저하된 노인의 경우 마그네슘 독성 위험이 있고 마그네슘 전해질 불균형으로 심장 부정맥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병원에서 콩팥 기능이 정상인지 확인해보고 복용해야 한다.팽창성 변비약은 장이 약해서 장협착이나 장폐쇄 위험이 있는 노인에게는 쓰면 안 된다. 장이 막혀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연로하고 허약한 노인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좌약의 경우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 주로 사용된다. 15~30분 만에 효과가 있지만, 1주일에 1회 이하 사용이 적당하다. 관장약의 글리세린 성분은 혈당이 올라가는 부작용이 있으므로, 당뇨병을 앓는 노인은 이 부분을 감안해 사용해야 한다.통상적인 변비약으로 해결이 안 되는 난치성 변비의 경우 ‘프루칼로프라이드’ 성분의 난치성 변비 전문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병원 처방전이 있어야 복용할 수 있고, 건강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약값이 비싸다.변비약은 남용을 주의해야 한다. 실제 변비가 아닌데 변비약을 먹는 노인들이 많다. 지난 3개월 동안 ▲배변 회수 주 3회 미만 ▲배변 시 과도한 힘을 줘야 하는 경우 ▲딱딱하고 덩어리진 변을 보는 경우 ▲대변의 불완전 배출이 있다고 느끼는 경우 ▲항문이나 직장의 폐쇄감을 느끼는 경우 ▲배변을 돕기 위한 수지 조작(수지관장, 아랫배 누르기, 골반근육 지지)이 필요한 경우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될 경우에만 변비약을 사용하고, 그보다 경미한 경우에는 생활요법으로 배변을 관리하는 것이 좋다.
    칼럼엄준철 약사2025/09/15 08:53
  • 당신은 ‘살만한 삶’을 살고 있나요?

    당신은 ‘살만한 삶’을 살고 있나요?

    지난 9월 10일은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이었습니다. 세계적으로 증가 추세인 자살 문제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함께 예방책을 도모해자는 취지로 제정된 날이지요. 혹시 여러분 주변에 삶이 힘들어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거나, 하고 있거나, 심지어는 이미 선택해버린 사람이 있나요? 여러분 자신은 어떤가요?자살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살이 아주 멀리 있는 남의 일만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서 2025년도 세계 자살 예방의 날을 보내며, 모두 함께 이 문제에 대해 한번 쯤 생각해보자는 취지에서 이 글을 씁니다.자살 예방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자살률을 낮추면, 즉 자살을 막으면 진정한 자살 예방이라 할 수 있을까요? 흔히들 ‘죽지 못해 사는 삶’이라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 삶을 살고 싶은 사람은 아마 지구상에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사실, 제 진료실에서 찾아와 “죽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보면, 대다수는 ‘죽음’ 자체가 좋아서라기보단, 삶이 고통스러운데 거기에서 벗어날 방법을 도저히 모르겠어서 최후의 수단으로 자살을 고민하고 있었습니다.즉, 핵심은 ‘죽는 상태를 경험하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현생에서의 고통을 줄이고 싶다’는 것이죠.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로서도 이 점을 잘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의도와 다르게 ‘죽지못해 사는 삶’을 강요하는 꼴이 되었고, 몇몇 환자는 더 이상 제 진료실에 오지 않았습니다.자해 및 자살 행동에 대한 근거 기반의 심리치료인 변증행동치료(DBT, Dialectical Behavior Therapy) 개발자 마샤 리네한 박사는 ‘살만한 삶 (life worth living)’을 목표로 자살의 늪에서 빠져나오는 치료법을 만들었습니다. 즉, 무조건 살아야 된다고 강요하는 방식이 아닌, 삶의 고통을 줄이고 행복감을 늘리는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고통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이 정도면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변증행동치료를 접하면서, 자살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사람 대부분은 이를 고통스러운 삶에 대한 나름의 마지막 해결책으로 여기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삶이 극도로 괴로운데, 그 괴로움을 줄이기 위한 거의 모든 방식을 다 시도해봤으나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하지만 자살은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죽으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확실하지 않습니다. 말장난 같지만, 자살에 성공하니 괴로움에서 해방됐다는 사람을 만나볼 수가 없으니 확인할 길도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삶의 고통을 조금씩이나마 줄일 수 있다면 어떨까요? 괴로움이 없어질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면 견딜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어떨까요? 누가 옆에서 “죽지 말라, 살아야 한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극단적 생각이 저절로 줄어들지 않을까요? 우리의 생존 본능은 생각보다 무척 강하니까요.저는 이제 변증행동치료자로서, 죽음을 고민하는 이에게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그 말이 그 사람으로 하여금 자살을 포기하게 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러한 질문을 던집니다.“당신을 가장 많이 괴롭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이 어떻게 된다면 조금이나마 고통이 줄어들 것 같나요?”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삶에서 무엇이 바뀌면 지금보다 살만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나요?”다양한 대답이 나옵니다. 마음이 편안한 삶, 사람들과 함께 하는 삶, 무언가를 성취하는 삶, 지금보다 자유로운 삶 등등. 그렇게 그 사람만의 ‘살만한 삶’을 목표로 세웁니다. 그리고 그 목표를 향한 길을 함께 찾아나갑니다. 먼저 자살충동위기에서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연습하고,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요인중에서 해결 가능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 후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고 실행합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것이라면, 그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 반응을 바꾸거나 현실을 수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감정이 조절되고 고통을 감내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되면, 상황이 크게 바뀌지 않았는데도 의외로 마음의 고통이 줄어들기도 합니다.동시에 삶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늘려나가는 것도 몹시 중요합니다. 인간 관계, 일, 취미 활동, 신체적 건강, 종교 등 무엇이든지 각자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새로운 행동을 시도해보고 그 순간을 온전히 체험하는 연습을 합니다. 행복감이 올라가면 삶의 이유가 생기고 괴로움이 희석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지속적으로 반복하다보면, 몇몇 사람들은 정말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는, 살만하다” “괴로움이 없는 건 아니지만, 죽진 않아도 되겠다”여러분도 주변에 자살을 고민하는 이가 있다면 “그래도 살아야지”라는 말보다는, “삶이 어떻게 바뀌면 좀 낫겠어?” 라는 말을 건네주시면 어떨까요?물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삶의 문제가 아니기에 그들도 수많은 문제 해결 시도와 고민 끝에 벼랑 끝까지 왔을 것입니다. 이럴 때 그 사람에게 필요한 말은 “소중한 목숨을 버리지 마” 보다는, “너의 소중한 목숨을 버리고 싶을 정도로 괴롭다는 거구나”라는 이해의 한 마디 일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색다른 해결책을 고민해주세요. 죽음을 막는 것 자체도 중요하지만, 관점을 살짝 바꿔 ‘살만 한 삶‘을 향하게 도와주세요. 함께 고민하면 의외로 창의적인 해결책이 나올 때가 많습니다. 필요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찾아주세요.그리고 여러분 자신에게도 한 번쯤 물어보세요. 나의 ‘살만한 삶’은 어떤 것인가요?[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칼럼송혜현 두드림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5/09/14 21:03
  •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어떻게든 변한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어떻게든 변한다

    요즘 즐겨보고 있는 드라마 ‘에스콰이어’. 주인공은 이혼의 아픔을 겪은 변호사다. 이혼 전 그는 아내와의 편안한 관계에 만족했고, 아이를 낳아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자신에 대해 열정이 식어가는 남편에게 실망하고 관계에 대해 권태감을 느끼게 되면서, 심지어 임신한 아이를 유산시키고 이혼을 요구한다. 결국 이혼한 후, 시간이 흘러 남편은 옛 아내에게 이야기한다. “사랑은 무지개라, 다양한 색의 사랑이 있어서, 열정적인 사랑도 있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사랑이 있다”고. “사랑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고. 그런데 조금은 허무한 아내의 답변. “나도 알아. 당신과 살았을 때는 그걸 몰랐지. 그 점에 대해서는 미안하게 생각해.”유명한 영화 대사가 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사랑은 변화한다. 특히 사랑이 움틀 때 폭발하던 열정이라는 이름의 마음은 식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뇌는 특정 자극을 반복적으로 보면 활동이 줄어든다. 예를 들면, 사람의 얼굴에 대해서는 ‘방추형 얼굴 영역(FFA)’이라는 뇌 부위에서 반응하는데, 한 사람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면 FFA의 활동이 감소한다. 이를 ‘신경학적 습관화’ 혹은 ‘반복 억제’라고 한다. 해당 자극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게 됨을 보여주는 것으로 이해한다.그런데 이런 종류의 신경학적 습관화가 사랑에도 적용된다. 연애 초기에는 연인의 사진을 보면 ‘복측 피개 영역(VTA)’이나 ‘선조체’를 포함한 도파민 보상회로가 강하게 활성화된다. 이와 같은 패턴은 마약을 복용하거나 도박에서 승리했을 때 느끼는 쾌감과 유사한 것으로, 사랑을 가져다주는 뜨거운 열정을 보여준다고 하겠다.그런데 시간이 흐르고 연인의 사진도 반복적으로 노출되면, 도파민 보상회로의 활동이 줄어든다. 신경학적 습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대신 옥시토신이나 바소프레신 등의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들도 ‘사랑의 호르몬’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정서적 유대를 강화하고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기에 열정적 사랑에서 안정적 애착으로 전환된다고 할 수 있다. 즉, 뜨거운 열정은 식고, 편안하고 안정적인 관계가 된다는 뜻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러운 변화라고도 할 수 있고, 연인의 관계가 성숙해졌다고도 할 수 있지만, 사랑의 정의를 열정적인 사랑으로 국한해 생각한다면 사랑이 식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이렇듯 사랑의 형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변화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문제는 이 사랑의 변화에 개인차가 있다는 점이다. 연인 중에 한 사람은 빨리 안정적 애착으로 변화해서 만족하는 상황인 반면, 다른 사람은 아직 열정적 사랑의 단계에 머물면 갈등은 커지기 마련이다.이러한 개인차는 여러 요인과 관련됐다. 일단 개인에 따라 보상회로의 신경학적 습관화 정도가 다르다. 한 연구에서 연인 사진은 아니었지만 금전적 보상 자극을 반복적으로 제시했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상회로 활동에서 점진적 감소가 발견됐지만, 일부 사람들의 경우에는 감소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서 유전적인 차이가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도파민 관련 유전자인 ‘DRD2’와 ‘DRD4’에 따라서 보상회로의 신경학적 습관화 정도가 차이가 난다고 한다.성격 변인의 영향도 언급된다. 보상 민감성이라 불리는 속성인데, 말 그대로 사람이 긍정적 강화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의미하는 개념이다. 보상 민감성이 높은 사람들은 보상회로의 습관화가 느리게, 낮은 사람은 빠르게 진행됐다고 한다. 보상 민감성은 성격 심리학에서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성격 5요인 이론(일명 Big 5)’ 중 외향성·신경성과 연관이 깊다고 알려져 있다. 외향성은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MBTI에서 E-I에 해당되는 것으로 사교성, 활동성, 에너지 수준을 반영하는 요인을 말하고, 신경성은 흔히 정서 불안정성이라고도 이르는데, 개인이 일상 속에서 발생하는 힘든 경험들에서 부정적 정서를 얼마나 자주 경험하는지와 관련된 요인을 말한다. 보통 외향성이 높고 신경성이 낮으면 보상 민감성이 높다고 한다.연인끼리 궁합이 좋아야 한다고 말하는데, 사랑의 열정이 식는 속도에서도 궁합이 필요한 셈이다. 그런데 주의할 것은 흔히 열정적 사랑에서 안정적 애착으로 변화하는 것을 권태기와 연결해 생각하지만, 이 두 과정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사랑을 정의할 때 빈번하게 사용되는 스턴버그의 ‘사랑의 삼각형 이론’을 이용해 설명하자면, 사랑은 열정, 친밀, 헌신의 3요소로 구성되어 있는데, 연예 초기의 열정적 사랑은 이중 열정이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형태인 반면, 안정적 애착은 친밀과 헌신의 요소가 높아지는 형태의 사랑이다. 즉, 사랑의 형태가 달라지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권태기의 경우에는 열정, 친밀, 헌신이 전반적으로 모두 낮아지는 경우를 말해, 말 그대로 사랑이 식어가는 것이다. 이 두 과정이 구분되지만 유사하게 보이는 이유는 그 근간에 연인에 대한 보상회로가 신경학적 습관화로 인해 덜 활성화되는 단계를 거치기 때문일 것이다.결국 사랑의 형태는 시간이 지나며 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연인 간에 그 변화의 시기가 다르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연인 아닌가? 또한 안정적인 애착 단계에 만족해서 그 관계를 유지하는 데 노력을 쏟지 않는 것은 관계를 악화시키고 권태기라는 슬픈 결말을 맞이할 수 있다. 그래서 연인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유지하기 위한 많은 방법들이 권고되고 있다. 예를 들면, 부부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던가, 함께 무엇인가를 새롭게 배우면서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다던가. 너무 편안함만을 강조해서 자신의 연인에 대한 긍정적인 환상을 없애는 것보다 서로 예의를 조금 더 지키는 등의 방법들이다.작은 일이라도 오늘 해보면 어떨까 싶다. 오늘 저녁은 후줄근한 옷을 입고 집 앞의 식당에 가기보다는, 멋진 복장으로 갈아입고 분위기 좋은 새로운 식당에서 데이트를 곁들인 저녁 식사를 해 보자. 나의 연인은 나의 노력에 이미 반응해줄 준비가 돼 있을지도 모른다.
    칼럼최훈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2025/09/12 08:53
  • [의학칼럼] 1cm의 혁신… 작게 절개하고 크게 보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의학칼럼] 1cm의 혁신… 작게 절개하고 크게 보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

    허리 통증은 나이가 들수록 누구나 한 번쯤 겪는 흔한 증상이다. 하지만 약물·주사 치료로도 호전이 없거나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악화됐다면 수술 치료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최근에는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회복을 앞당기는 ‘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이 주목받고 있다.양방향 척추 내시경 수술은 약 1cm, 손톱 크기 절개를 두 개 내어 한쪽에는 내시경 카메라를, 다른 한쪽에는 수술 기구를 넣어 병변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절개 부위가 작아 출혈과 조직 손상이 적고, 미세 현미경보다 넓은 시야를 확보해 정밀한 수술이 가능하다. 내시경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불필요한 조직 손상을 줄이고 신경과 근육을 최대한 보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합병증 위험을 낮추고, 수술 후 통증이 적으며 회복도 빠른 편이다.기존 절개형 수술은 5~10cm 이상 절개가 필요해 통증과 흉터 부담이 컸다. 반면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수술 직후 보행이 가능하고, 특히 사무직 종사자 등 체력 소모가 크지 않은 직업군은 짧은 시간 안에 업무 복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환자 만족도가 높다.특히 이 수술법은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추간판 탈출증)를 비롯한 다양한 요추 질환에도 폭넓게 적용된다. 양방향 내시경이 두 개의 통로를 활용해 시야 확보와 기구 조작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좁아진 신경 통로를 넓혀주는 감압술부터 튀어나온 디스크를 제거하는 수술까지, 병변의 위치와 형태에 맞춰 정밀하게 접근할 수 있어 질환의 범위에 제약이 적다.그러나 모든 척추 질환이 내시경 수술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불안정성이 동반된 협착증이나 변형이 심한 전방전위증 같은 경우에는 전통적인 절개 수술이 더 안전하고 예후도 좋은 경우가 많다. 인터넷에는 ‘모든 척추 질환은 내시경이 답’이라는 식의 과장된 정보가 떠돌고 있다. 내시경은 장점이 많은 최신 술식이지만, 환자 상태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무조건적인 적용은 위험하다. 각 환자에 맞는 최적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척추는 수술 후에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부위다. 무리하거나 도전적인 치료보다는 환자에게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되는 방법을 우선하는 것이 척추 건강을 오래 지키는 길이다.(*이 칼럼은 가자연세병원 엄광식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가자연세병원 엄광식 원장2025/09/09 15:02
  • [의학칼럼] 팔꿈치 부러졌을 때 가장 중요한 대처법은?

    [의학칼럼] 팔꿈치 부러졌을 때 가장 중요한 대처법은?

    여름을 맞아 물놀이와 수상 스포츠 등 야외활동을 많이 즐기는 요즘, 수영장에서 미끄러지거나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져 다치는 경우가 많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우리 몸은 반사적으로 팔을 뻗어 몸을 보호하려 한다. 하지만 팔을 뻗으면서 넘어지면 우리 몸의 무게가 팔꿈치에 고스란히 전달되면서 예상치 못한 큰 부상이 발생할 수 있따. “살짝 잘못 짚은 것 같으니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 여기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간 치료 기간이 길어지거나,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팔꿈치 골절은 여러 부위에 걸쳐서 다양한 형태로 발생한다. 넘어지거나 스포츠 활동 도중 또는 교통사고와 같은 직접적인 외부 충격에 의해 발생하기도 하지만, 잦은 팔 사용으로 과도한 스트레스가 쌓여 미세 골절을 유발하는 피로골절이 생기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드물게 만성 골다공증과 같은 골 질환으로 인해 약해진 뼈가 부러지는 경우도 있다. 또한 단순 골절뿐 아니라 인대나 연골 손상이 동반된 복합골절도 나타날 수 있어,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팔꿈치 관절은 팔꿈치를 기준으로 위쪽의 상완골과 아래쪽의 요골 및 척골이 만나서 이루는 관절을 일컫는다. 팔꿈치 관절을 통해 팔을 구부리고 펴는 기본적인 동작은 물론, 회전 동작까지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팔꿈치를 다치게 되면 기본적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팔꿈치 골절이 발생했을 때 치료 방법은 골절의 종류와 양상, 환자의 나이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정해진다. 팔꿈치가 골절됐다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미세하게 금만 생겼거나, 골절된 뼈의 위치 변화가 없는 골절의 경우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회복이 가능하다. 부목이나 석고 붕대 등을 이용해 골절 부위를 고정하고 냉찜질 및 약물 치료 등을 통해 통증 조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골절 부위가 어긋나 있거나 골절 부위가 불안정한 경우, 인대나 연골 조직 손상이 동반된 경우, 뼈가 여러 조각으로 부서진 분쇄골절의 경우에는 반드시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수술이 필요한 경우 각 환자의 골절 상태와 특성에 맞는 최적의 수술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개방적 수술이나 관절경 수술 등 다양한 수술법이 작용될 수 있다. 수술은 골절 부위를 절개해 뼈를 정확하게 맞추고 금속판, 나사, 핀 등을 이용해 골절 부위를 단단히 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절개를 최소화하는 최소 침습 방법으로 수술 시, 절개 범위가 작기 때문에 부작용과 합병증의 위험성도 적고, 흉터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골절 수술은 검사부터 치료까지 신속한 조치도 중요하지만 완벽한 골 유합이 핵심이다. 관절면이 제대로 맞춰지지 않아 단차가 생긴 불유합의 경우, 나중에 외상 후 관절염을 비롯한 합병증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 조각, 한 조각 세심하게 맞추어 벌어졌던 골절선이 보이지 않도록 정확하게 수술하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이승건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이승건 원장(정형외과 전문의)2025/09/09 14:59
  • 9월에도 이어지는 무더위… 활력 충전에 ‘하고초’

    9월에도 이어지는 무더위… 활력 충전에 ‘하고초’

    9월에 되었지만 여전히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아침저녁으로는 가을 기운이 스며 들었지만 한낮의 햇볕은 여전히 여름을 떠올리게 한다. 여름이 끝나야 하건만 끝나지 않으니 뜨거워진 몸이 더욱 쉽게 열을 받고, 갈증이 심해지며, 두통이나 안구 충혈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한의학에서는 이런 늦더위와 계절적 불균형을 다스리기 위해 예로부터 다양한 약재를 활용해왔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하고초(夏枯草)다.하고초는 꿀풀과 하고초속에 속하는 꿀풀의 꽃대를 의미한다. 여름에 말라죽는다는 뜻을 가진 이 하고초는 예로부터 청간(淸肝) 즉 간기능 개선과 함께 한의학에서 간과 연관이 있다고 일컬어지는 시력 개선이나 각종 울결(鬱結)성 질환에 사용되어 왔다.그로 인해 최근 하고초를 주로 사용하는 질환들은 안구 건조, 갑상선 질환, 전립선비대, 유방염, 여드름이다. 즉 어딘가 뭉치거나 막혀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에 많이 쓰인다고 보면 된다.같은 꿀풀과에 속한 황금(黃芩)이나 치자와 같은 한약재의 대체재로 사용되기도 하고, 황련, 금은화와 같은 소염작용이 강한 한약재와 함께 사용하여 약효를 극대화하기도 한다.동아시아권, 특히 중국에서의 사용량이 상당히 많고 치료 목적뿐 아니라 식품으로도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늦더위를 맞아 하고초를 소개하는 이유이기도 한 하상국차가 대표적이다.중국은 차가운 성질의 량차(凉茶)를 많이 섭취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량차 중 하나가 하고초를 주요성분으로 들어가는 하상국차다. 사실 하상국은 하고초를 군약으로 뽕잎, 국화를 넣어 중국 광둥성 지방에서 오랜 세월 해열과 인플루엔자 치료에 쓰이던 한약이다. 지금도 중국 남부지방에서는 상당히 많이 처방되는데 과립, 캡슐, 경구액, 발포정을 포함한 다양한 제제로 사용되고 있다.약성이 순하고 효과가 오래 지속되기 때문에 여름에는 음료로도 각광받는다. 한국으로 치면 생맥산이 이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한국의 생맥산과 달리 훨씬 더 산업적으로 발달하여 여름철 중국 남부지방의 대표적인 음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홍콩, 마카오를 포함해 미국과 캐나다에도 수출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도 하고초를 차로 음용하고 있다.최근에는 이 외에도 미용분야에서 하고초 다당류가 피부 세포의 항산화 활성을 크게 개선하고 항염증, 항균, 면역조절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민감성 피부 회복과 여드름 치료에도 사용한다.가정에서는 어떻게 활용하는 것이 좋을까? 가장 손쉬운 방법은 분말로 된 하고초 가루를 구입하여 물이나 쥬스에 타서 먹는 방법이다. 운동 전후에 물 대신 음용하면 더위로부터 오는 신체 이상 증상을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치로 마시기도 하는데 끓인 물 1리터에 하고초 가루를 5~10g 넣고 불을 끄고 그대로 침출하여 냉장고에 넣고 차갑게 하루 2-3회 복용하는 방법이다. 하고초와 같은 잎이나 꽃 종류의 차는 오래 끓이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이렇게 순한 한약재인 하고토도 금해야 할 부분이 있는데 대개 국화과의 식물에 알레르기 현상이 수반되는 경우가 있으니 복용 중 피부나 호흡기에 이상 반응이 발생할 경우 복용을 중지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하고초는 혈액응고를 방해하는 성분이 있으므로 수술을 앞두고 있는 사람이나 혈전용해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는 복용을 피하는 것이 좋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이 하고초를 과다 섭취할 경우 구토나 메슥거림, 설사를 유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몸의 상태를 살피면서 복용량이나 시기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칼럼최윤용 한의사(으뜸생약 대표)2025/09/09 06:30
  • [의학칼럼] 황반변성 증상 방치하면 실명 위험… 조기 치료가 관건

    [의학칼럼] 황반변성 증상 방치하면 실명 위험… 조기 치료가 관건

    최근 고령 인구의 증가와 함께 황반변성 환자 수도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자외선 노출, 흡연, 불균형한 식습관 등 생활 환경적 요인이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졌다.황반변성은 눈의 중심 시야를 담당하는 황반에 변성이 일어나면서 시력이 떨어지는 질환이다. 작은 변화라도 간과하면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조기 발견과 적절한 치료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이유다.황반변성은 크게 건성과 습성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황반 부위에 드루젠이라는 노폐물이 쌓이며 발생한다. 전체 황반변성 환자 중 90%가 해당되는 유형으로 진행 속도가 느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점차 시야 흐림이나 변형이 나타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망막 밑에서 비정상적인 신생혈관이 자라나 생기며, 혈액이나 삼출물이 새어 나오면서 황반을 빠르게 손상시킨다. 짧은 기간 내 중심 시력이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실명 위험이 크다.주요 증상은 글씨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 시야 중심에 안 보이는 부분이 생기는 중심 암점 등이다. 색이나 명암 등의 대비감이 떨어져 보이는 경우도 있다. 한쪽 눈이 나빠져도 다른 쪽 눈이 전체적인 시기능을 보완해주기 때문에 환자가 자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중요하다.황반변성의 치료는 유형과 진행 정도에 따라 다르다. 건성 황반변성은 영양제 보충과 생활습관 관리가 진행 억제에 도움이 된다. 루테인, 지아잔틴 같은 항산화 성분이나 아연, 비타민 보충이 연구에서 효과를 보였으며, 금연, 자외선 차단, 균형 잡힌 식단과 운동이 함께 권장된다.습성 황반변성에는 항체주사치료가 대표적이다. 눈 속에 항혈관내피성장인자(anti-VEGF) 억제제를 주입해 신생혈관 생성을 억제하고 누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질환의 진행을 늦추는 역할을 한다. 광역학 치료는 광감각 물질을 주사한 뒤 특수 레이저를 조사해 신생혈관만 선택적으로 제거하는 방식으로, 정상 조직의 손상을 줄일 수 있다.황반변성은 조기 발견과 꾸준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한 질환으로, 조기에 진단하고 관리하면 시력 저하 속도를 늦추고 장기적으로 시력을 보존할 수 있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적이다. 전문 의료진의 세심한 진료와 환자 개개인에 맞춘 맞춤 치료를 통해 시력을 지켜나가길 바란다.(*이 칼럼은 하늘안과의원 유형곤 센터장의 기고입니다.)
    칼럼하늘안과의원 유형곤 센터장2025/09/08 14:47
  • [의학칼럼] 운동 중 발뒤꿈치서 ‘뚝’ 소리 났다면, 아킬레스건 파열 의심

    [의학칼럼] 운동 중 발뒤꿈치서 ‘뚝’ 소리 났다면, 아킬레스건 파열 의심

    요즘 건강과 자기관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조깅, 테니스, 축구, 등산 등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운동은 건강을 지키는 좋은 습관이지만, 의외로 운동 후 ‘발뒤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리한 운동은 발뒤꿈치와 종아리를 연결하는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 손상의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운동 중 ‘뚝’ 소리와 함께 발 뒤꿈치쪽 극심한 통증이 발생했다면 단순한 근육통이 아닌 아킬레스건 파열을 의심해야 한다.아킬레스건은 종아리 근육과 발뒤꿈치를 연결하는 인체에서 가장 크고 강한 힘줄이다. 달리기·점프·방향 전환과 같은 동작 때마다 아킬레스건에 큰 부하가 걸린다. 반복적으로 사용될 경우 미세 손상이 누적돼 염증과 퇴행성 변화가 발생한다. 특히 혈액 공급이 상대적으로 부족해 중년 이후 퇴행성 변화가 쉽게 생기며, 준비 운동 없이 갑자기 강도 높은 운동을 시작하는 이른바 ‘주말 운동가(Weekend warrior)’에게 흔히 발생한다. 실제 환자 비율도 30~50대가 가장 많으며, 최근에는 조깅이나 등산을 즐기는 중·장년층 환자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주요 증상으로는 발뒤꿈치 뒤에서 ‘뚝’ 끊어지는 듯한 소리가 나거나 극심한 통증으로 보행이 어려워지고, 발끝으로 서거나 발목을 밀어내는 동작이 불가능하며, 만졌을 때 아킬레스건 부위에 움푹 패임(dimpling)이 만져지는 등의 특징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지 말고 즉시 응급실이나 정형외과 진료를 받아야 한다.아킬레스건 파열의 치료는 환자의 연령, 활동 수준, 손상 정도에 따라 비수술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로 나뉜다. 부분파열이거나, 완전 파열이지만 파열된 아킬레스건 단면끼리 접촉면이 상당 부분 있는 경우 특수 부츠나 석고고정 및 보조기 착용을 통해 자연 치유를 돕는 비수술적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가 있으며, 완전 파열돼 접촉면이 많지 않은 경우, 기존에 아킬레스건염 증상이 있어 퇴행성 변성이 동반된 경우에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비수술 및 수술적 치료에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비수술의 경우 수술에 따른 합병증은 발생하지 않지만 아킬레스건 장력 회복이 더 낮고 재파열 가능성이 높으며, 수술적 치료의 경우 장력을 더 튼튼하게 회복시키고 재파열 가능성이 낮으나 수술에 따른 여러 합병증, 특히 상처 문제 발생 가능성을 주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활동도가 높은 사람에게서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경우가 많이 기능 회복을 위해서는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는 편이 대부분이다.수술 방법은 피부를 절개해 파열된 힘줄을 확인하고 끊어진 힘줄을 봉합사를 이용하여 단단하게 봉합하는 방식이며, 기존에 퇴행성 변화가 있는 상태에서 파열된 경우 아킬레스건 봉합만으로는 재파열 가능성이 높고 근력회복이 쉽지 않아 엄지발가락 굴곡건 이전술이 같이 필요할 수 있다. 수술 후에는 약 4주 석고고정 시행하고, 이후 수술부위 보호를 위한 특수 보조기를 착용해 점진적인 재활운동을 시행한다. 3개월 이상 지나면 일상보행을 연습하게 되고, 5~6개월 이후 자유로운 일상생활로 복귀가 가능하다.아킬레스건 파열은 치료만큼 예방이 중요한 질환이다. 운동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 점진적인 운동 강도 조절, 체중 관리 등 기본적인 습관만 지켜도 발병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평소 건염이 있는 경우 가벼운 활동으로도 건파열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으나, 아킬레스건 부위 통증이 있다면 상태 확인을 위해 병원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아킬레스건은 우리 몸에서 가장 강한 힘줄이지만 한 번 손상되면 회복이 쉽지 않고 오래 걸린다. 운동 후 극심한 뒤꿈치 후방부위 통증이 발생했다면 지체하지 말고 정형외과를 방문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을 권유한다.(*이 칼럼은 신세계서울병원 족부센터장 권오진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신세계서울병원 족부센터장 권오진 원장2025/09/08 14:37
  • [의학칼럼] “밑이 빠질 것 같아요”… 중년 여성 괴롭히는 ‘골반저질환’, 방치하지 마세요

    [의학칼럼] “밑이 빠질 것 같아요”… 중년 여성 괴롭히는 ‘골반저질환’, 방치하지 마세요

    “서 있거나 오래 걸으면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들어요.”“항문이나 질 주변이 묵직하고, 뭔가 튀어나온 것 같아요.”최근 이런 증상을 호소하며 병원을 찾는 중년 여성 환자들이 늘고 있다. 대개 단순 피로, 근육통, 혹은 갱년기 증상으로 여기기 쉽지만, 이는 ‘골반저질환’이라는 만성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골반저질환은 자궁, 방광, 직장 등 골반 장기를 지탱하는 조직이 약해지면서 발생하는 질환으로,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출산·노화 이후 골반저 기능 저하… 증상 방치하지 말아야50대 후반 직장인 A씨는 최근 들어 몸이 무겁고, 무거운 물건을 들거나 오래 서 있으면 ‘밑이 빠지는 느낌’과 함께 아랫배가 처지는 묵직함을 자주 느꼈다. 처음엔 단순한 갱년기 증상이라 여겼지만, 증상이 악화되고 배뇨·배변 시 불편감이 동반되자 일상생활이 어려워 병원을 찾았고, 골반저질환인 ‘직장탈출증’ 진단을 받았다.골반저는 골반 장기를 지지하는 근육과 인대 구조물로 구성돼 있다. 이 지지 구조가 출산, 노화, 폐경 후 호르몬 변화, 만성 복압 증가(기침, 변비, 무거운 물건 들기), 비만 등에 의해 약화되면 방광, 자궁, 직장이 제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고 아래로 처지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골반저질환이라고 하며, 대표 질환으로는 자궁탈출증, 직장탈출증, 방광류, 직장류 등이 있다.◇증상 있어도 지나치기 쉬워한 연구에 따르면, 일생 동안 여성의 약 30~40%가 골반저질환 관련 증상을 경험하며, 특히 자연분만 경험이 있는 경우 골반저질환의 위험도가 2~3.5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골반저는 임신과 출산, 폐경을 거치며 점진적으로 약화되기 때문에 중년 여성들이 겪는 ▲만성 변비 ▲항문·질 불편감 ▲‘밑이 빠지는 느낌’ 등은 골반저질환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증상은 질이나 항문 쪽에 뭔가 튀어나오는 느낌, 묵직한 불편감 외에도 배뇨장애, 잔뇨감, 잔변감, 변비, 대변 실금 등 다양하게 나타난다. 초기에는 증상이 가볍고 간헐적이기 때문에 단순 피로나 노화로 오해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비수술 치료로 증상 완화 가능초기 또는 경증의 골반저질환은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의 호전을 기대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골반저 근육운동(케겔운동)이 있다. 골반저 근육을 반복적으로 수축하고 이완시킴으로써 근육을 강화하고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바이오피드백 요법은 센서를 이용해 근육의 수축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운동 효과를 높이는 치료법이다. 페서리는 실리콘 등으로 제작된 장치를 질 내에 삽입하여 처진 장기를 물리적으로 지지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원하지 않거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에게 적합하다. 이와 함께 장 기능 개선도 중요하다. 만성 변비는 골반저 기능을 약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변비 치료를 통해 증상 완화가 가능하다. 비수술 치료는 일상생활을 유지하면서 부담 없이 시도할 수 있으며, 특히 초기 단계에서 효과가 뛰어나다.◇증상 심하면 수술도 고려해야비수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지속되거나, 장기 탈출이 외부로 명확히 확인될 정도로 진행된 경우에는 수술적 교정이 필요하다. 수술 방법은 질식(질을 통한) 교정술, 복부 절개 또는 복강경을 통한 교정술 등으로 나뉘며, 환자의 나이, 활동 수준, 전신 상태, 탈출 장기 및 정도에 따라 적절한 방법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자궁탈출증의 경우 질식 자궁절제술이나 자궁 고정술이 시행되며, 직장류나 직장탈출증은 복부 접근을 통해 메쉬나 봉합을 이용한 고정술을 진행한다. 최근에는 복강경을 이용한 수술이 널리 시행되며, 재발율이 낮고 통증이 적으며 회복이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전문가 상담과 조기 대처로 삶의 질 회복 가능골반저질환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은 아니지만, 일상생활의 불편감과 심리적 위축을 초래하며 삶의 질을 크게 저하시킬 수 있다. 특히 ‘밑이 빠지는 느낌’, 만성 변비, 배뇨장애, 성생활 중 불편감 등은 단순한 노화 현상이 아니라 치료가 필요한 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따라서 이런 증상을 겪고 있다면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골반저질환은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증상 완화와 삶의 질 개선이 가능한 질환으로 부끄러움 때문에 치료를 미루기보다는, 관련 질환 진료 경험이 풍부한 대장항문외과 또는 여성골반장기 치료 경험이 풍부한 전문의를 찾아 조기에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증상이 악화돼 수술적 치료가 불가피할 수 있는 만큼,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전문가와 상담하고 적절한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이 칼럼은 한솔병원 최영선 진료과장의 기고입니다.)
    전문칼럼한솔병원 최영선 진료과장2025/09/05 14:54
  • 가까워질수록 두려운 당신에게, 벽과 경계는 다릅니다

    가까워질수록 두려운 당신에게, 벽과 경계는 다릅니다

    “그래서 언제로 약속 잡을까?”라는 메시지에 읽음 표시만 남고 답을 쉽사리 보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내 개인적인 고민이나 중요한 이야기를 꺼내면 농담으로 화제를 돌리기도 한다. 함께 식사를 하자거나 함께 하자는 제안에 습관처럼 “혼자가 편하다”라는 말이 돌아온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일컬어 “저 사람은 벽을 친다”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과 항상 가까워야 하는 것은 아니고 남들과 적당한 경계를 그어 놓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모든 벽이 같은 의미는 아니다. 어떤 벽은 단절과 고립을 만든다. 반면 어떤 경계는 나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 세워진다. 벽을 치는 대신 경계를 세우는 법을 알면, 관계는 덜 상처받고 더 오래 지속된다. 벽을 친다는 것과, 경계를 잘 세운다는 것 과연 어떤 의미일까?벽 뒤에는 상처받은 마음이 있다사람들이 벽을 치는 이유는 단순히 상대가 싫어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저마다의 사정이 숨어 있다. 어떤 이는 가까워질수록 상처받았던 경험이 반복되면서, ‘친밀함은 곧 위험’이라는 공식을 뇌에 새겨버린다. 그래서 애써 다가온 상대에게도 차갑게 굴며 거리를 두는데, 이는 미워서가 아니라 다시 다칠까 두려워서다. 실제로 “가깝게 지내면 또 배신당할 거야”라는 생각 때문에, 누군가의 친절을 오히려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또 다른 이는 늘 주변의 기대와 요구에 맞추며 살아오다 보니, 누군가의 작은 부탁이나 질문에도 ‘내가 또 끌려가겠구나’ 하는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오늘 저녁에 잠깐 볼래?”라는 단순한 제안조차 숨 막히는 통제처럼 받아들이고, 대화를 닫아버리는 것이다. 결국 차갑게만 보이는 그 벽 뒤에는, 사실은 상처받을까 봐 움츠러드는 마음과 내 삶의 주도권을 잃지 않으려는 간절한 몸부림이 숨어 있다.경계란 거절이 아니라 친절한 안내를 의미한다벽과 경계는 닮은 듯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진다. 벽은 말 그대로 단단히 닫아버리는 것이다. “묻지 마라, 다 싫다, 가까이 오지 마라”라는 차가운 신호다. 반면 경계는 닫힘이 아니라 조건부 개방이다. “지금은 조금 정리할 시간이 필요해. 8시에 이야기하자”라든가, “문자로 먼저 개요를 주면 대면이 더 편하겠다”처럼 구체적인 안내가 담겨 있다. 벽은 상대를 밀어내지만, 경계는 나를 이해할 수 있는 사용설명서를 건네준다. 그래서 경계가 있을 때는 관계가 끊어지지 않고 유지되며, 불필요한 소모가 줄어든다. 중요한 건 벽을 완전히 허물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벽에 작은 문과 창문을 달아, 언제·어떻게 열릴 수 있는지 서로 알 수 있게 만드는 것, 그것이 관계를 덜 아프게 오래 가게 하는 비밀이다.내 마음에 문과 창문을 내는 세 가지 방법벽을 경계로 바꾸는 일은 거대한 공사가 아니다. 집에 창문 하나, 작은 문 하나를 내듯 일상의 말과 태도를 조금만 바꾸면 된다.첫째, “오늘은 안 돼”라며 문을 강하게 걸어 잠그기보다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그런데 내일 아침에 이야기해요”라고 말해보자. 상대방은 앞이 꽉 막힌 듯한 기분 대신, 내일 아침이면 다시 이야기 할 생각에 불편함을 느끼지도 않거니와 오히려 배려 받았다는 기분까지 느낄 것이다. 상대는 무시 받았다고 느끼지 않고, 당신은 한숨 돌릴 시간을 가질 수 있다.둘째, 대화의 방식을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떤 사람은 긴 대면 대화보다 문자나 짧은 음성이 훨씬 편한 게 사실이다. “문자로 먼저 어떤 내용인지 미리 알려주시겠어요?”라는 말은, 건물 앞에 출입 안내문을 미리 써 두어 상대방과 나를 배려하는 것과 비슷하다. 상대는 어떻게 들어가고 행동해야 할지 더 알게 되고, 이로 인해 서로간에 불편함은 훨씬 줄어든다.셋째, 벽을 허물어야지 하는 생각에 처음부터 모든 걸 다 드러내지 않아도 된다. 건강한 경계라는 것은 적절한 거리에서 내가 괜찮다고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나누어도 충분하다. 마치 큰 정원을 한 번에 공개하기보다, 작은 화단부터 보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작은 개방이 반복될수록 신뢰는 쌓이고, 차가웠던 벽은 자연스럽게 안전한 경계로 변한다.결국 경계를 만든다는 것은 벽을 완전히 허물어트리라는 것이 아니라, 나와 상대방 사이에 열고 닫을 수 있는 문이 달린 튼튼한 길을 내는 것에 가깝다. 서로가 안심하고 오갈 수 있는, 그리고 필요하면 거절할 수 있는 문과 창문이 있을 때 진정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관계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칼럼선릉숲 정신건강의학과 한승민 대표원장2025/09/05 09:31
  • [의학칼럼] 어깨 통증 심한데… 다들 한 번씩 앓는 거 아니야?

    [의학칼럼] 어깨 통증 심한데… 다들 한 번씩 앓는 거 아니야?

    젊을 때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어깨 통증이,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잦아지고 오래가는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어깨는 우리 몸에서 가장 많이 움직이는 관절이자, 그만큼 쉽게 손상될 수 있는 부위다. 흥미로운 점은, 어깨 통증의 원인이 나이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요즘 수많은 매체에서 많이 다루고 조금만 찾아보아도 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어서 일반인들도 어깨에 생기는 질병을 전문가 만큼 아는 것 같다. 서두에서 밝힌 대로 다행히 한 번 아프고 지나가는 경우도 있지만 진짜 질병을 간과해서 놓치는 경우도 있어 자가 진단이나 치료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20~30대=잘못된 습관이나 몸에 부담이 되는 반복적인 운동이 만든 통증20~30대 어깨 통증은 주로 생활습관이나 잘못된 운동 습관에서 시작된다.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거나, 스마트폰을 고개 숙이고 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어깨 주변 근육이 뭉치고 긴장한다. 또 무리한 헬스나 크로스핏으로 어깨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한다. 가방을 한 쪽으로만 메는 작은 습관도 어깨 통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다행히 이 시기 통증은 스트레칭과 자세 교정만으로도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다만 2~3개월이 지나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이 나이대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은 익상견이나 충돌 증후군, 어깨의 불안정성 등이 있고 드물게 회전근개 파열이 생길 수도 있다.◇​40~50대=퇴행성 질환의 시작40대부터는 직장에서 중견으로 부서를 관리하고 이끌고 또 집에서는 가장으로 가정을 챙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자기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고 정작 가장 중요한 내 몸의 우선순위는 맨 뒤로 밀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내 몸의 다른 부위와 마찬가지로 어깨의 힘줄(회전근개)에도 퇴행성변화가 생기고 쌓이기 시작한다. 그전에 어깨 아파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 오래가는 것 같다. 주말에 동네 사우나에서 더운물로 뜨겁게 지져도 나아지지 않는다. 또한 팔을 들 때 팔이 무겁다는 느낌이 들거나 반대쪽 어깨에 비해 운동 범위가 줄어든 느낌이나 통증, 밤에 누워 잘 때 통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어깨 관절이 굳어 움직임 자체가 제한되는 오십견(동결견)이 많이 생기는 시기여서 이러다 낫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회전근개 파열이 진행되고 있는 것을 방치하는 경우를 필자는 많이 접했다. 증상이 있으면 오히려 다행이다. 병원에 가볼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대부분의 회전근개 파열은 서서히 진행되어 증상이 없다.◇​​60대 이후=퇴행성 질환이 본격적으로 증상 일으키는 시기40~50대에서부터 서서히 진행되는 어깨의 퇴행성 변화는 60대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증상을 나타낸다. 손주와 물놀이 잠깐 해주었는데 어깨인지 팔인지 모르게 힘이 빠지기도 하고, 관절 연골이 닳아 생기는 퇴행성 관절염으로 통증이 만성화되기도 한다. 이 시기의 통증은 단순하게 보아 넘길 것이 아니라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작은 신호다. 절대로 가벼이 여기면 안 된다. 어깨 아프기 시작한지 몇 달 되지도 않았고 지금까지 크게 다친 적도 없고 무거운 것 든 적도 없는데, MRI 검사해 보면 이미 봉합할 단계가 지난 경우도 아주 많다. 주변 사람들에게 생길 수 있는 질병이 나에게도 생길 수 있고, 자가 진단이나 치료보다는 전문가에게 정확한 진단과 그에 따른 치료 계획을 세우는 것이 가장 좋다.어깨 통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예방은 충분히 가능하다. 올바른 자세, 가벼운 근력 운동, 하루 5분의 스트레칭만으로도 어깨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무엇보다 통증이 두세 주 이상 지속된다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버티기보다 전문가의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하다.(*이 칼럼은 연세천용민정형외과 천용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연세천용민정형외과 천용민 원장​2025/09/03 16:48
  • [의학칼럼] 숙련된 의료진이 지휘하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 정교함이 다르다

    [의학칼럼] 숙련된 의료진이 지휘하는 로봇 인공관절 수술, 정교함이 다르다

    정형외과는 정밀함이 생명인 분야다. 1밀리미터의 차이가 환자의 평생 보행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들은 끊임없이 더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법을 찾아왔다. 무릎 인공관절수술은 이런 의료진과 환자들의 염원이 현실이 된 사례로, 관절 기능을 되찾기 위해 시행하는 대표적인 치료법이다.인공관절 수술은 손상이 심한 관절 부위를 제거한 뒤 인공관절을 삽입해 기존 관절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이다. 무릎 관절 전체를 대체하는지, 부분만 대체하는지에 따라 인공관절 전치환술과 부분치환술로 구분할 수 있다. 초고령 사회에 접어든 시점, 단순히 닳아버린 관절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 고령층의 활발한 사회 참여와 자립을 돕는 기능적 개선도 중요해졌다. 수술 후 오랜 기간 인공관절을 사용해야 하는 중년층에게도 마찬가지다.인공관절 수술은 피부 절개, 관절 절개, 염증조직 제거, 뼈 절삭, 인공관절 삽입, 수술 종료 순으로 이루어진다. 이때 로봇은 뼈 절삭 과정을 담당하게 되는데, 수술 전 환자의 3D CT(컴퓨터단층촬영) 데이터를 바탕으로 인공관절의 위치, 각도, 삽입 깊이를 정밀하게 계산해 절삭 작업을 수행한다. 로봇은 계획된 부위만 절삭하기 때문에 관절 주변 연부 조직 손상이나 근육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어 회복이 빠르고 만족도도 크다.로봇으로 수술을 진행한다는 말에 기계적 오류에 대한 불안, 걱정 등을 느껴 로봇 수술을 망설이지만, 여기서 로봇은 의료진의 기술을 보조하는 도구일 뿐 수술 자체를 대신하지 않는다. 집도의가 수술용 로봇의 기능을 활용하여 수술을 정확하게 이끌어간다고 이해해야 한다. 이제는 의료진이 집도자 역할뿐만 아니라 절삭 범위와 상태를 면밀하게 확인하며 로봇을 계획대로 작동시키는 지휘자 역할도 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숙련도와 경험, 로봇 정밀도 등이 필수로 뒷받침돼야 한다.인공관절 수술에 대한 오해가 아직도 적지 않다. 인공관절 수술을 하면 ‘뻗정다리가 된다’ ‘잘 못 걷는다’ 등 부정적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인공관절 수술의 크고 작은 합병증 비율은 3~5%로 높지 않다. 무릎 수술은 단순히 통증 해결 수단으로만 여기는 게 아닌, 이후 삶의 질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이는 정밀한 수술 기법과 회복이 빠른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박준식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박준식 원장(정형외과 전문의)2025/09/02 11:30
  • ‘체중’과 ‘머리카락’ 중 한 가지만 선택? 정답은…

    ‘체중’과 ‘머리카락’ 중 한 가지만 선택? 정답은…

    새로운 약이 등장할 때마다 사람들의 기대와 걱정은 함께 따라온다. 최근 국내 출시를 앞둔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도 그렇다.주 1회 맞는 주사제라는 점에서는 위고비와 비슷하지만, GLP-1과 GIP 두 가지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체중 감량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체중 감량이 크다는 장점이 오히려 또 다른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살은 빠지는데 머리카락도 함께 빠지는 건 아닐까?”라는 질문이다. 실제로 삭센다나 위고비 같은 약물을 사용한 환자들 사이에서 체중은 줄었지만, 머리숱까지 줄어든 경험담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마운자로의 공식 문서를 살펴보면 실제로 ‘탈모’라는 항목이 기록돼 있다. 비만 치료 임상시험에서 환자의 4~5%가 탈모를 경험했는데, 여성에서는 7.1%로, 남성의 0.5%와 비교하면 현저히 높은 수치다. 단순한 소문이 아니라 문서로 확인된 이상 반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당뇨병 적응증으로 쓰이는 문서에서도 ‘탈모’가 시판 후 보고된 부작용으로 기록되어 있어, 완전히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그렇다고 약물이 모낭을 직접 공격하거나 독성으로 머리를 빠지게 하는 건 아니다. 대부분은 체중이 급격히 줄어드는 과정에서 몸이 겪는 변화 때문이다. 급격한 체중 감소는 우리 몸 전체에 큰 스트레스를 주어 모발 주기가 흔들리면서 머리카락이 빠지는 ‘휴지기 탈모’로 이어질 수 있다. 식사량이 줄고 영양 섭취가 부족해지면 철분, 아연, 비타민 D, 단백질 같은 모발 성장에 필수적인 영양소가 부족해져 탈모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체중이 줄면서 호르몬 균형이 흔들리면 기존에 있던 남성형이나 여성형 탈모가 더 악화될 수 있다.다른 비만 치료제들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뚜렷하다. 삭센다의 경우 공식 문서에는 탈모가 기재되어 있지 않고, 대규모 임상에서도 뚜렷한 탈모 빈도는 보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체중이 빠르게 줄면 역시 휴지기 탈모가 나타날 수 있다. 위고비는 허가 문서에는 탈모가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실제 환자 보고와 약물 감시 데이터에서 탈모 사례가 꽤 있었다. 반면 마운자로는 공식 문서에 탈모 빈도가 구체적으로 기록된 유일한 약물로, 특히 여성 환자에서 높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정리하면 탈모 보고 빈도는 삭센다보다는 위고비, 그리고 위고비보다는 마운자로에서 더 높다고 할 수 있다.비만 치료를 하면서 머리카락을 지킬 법은 없을까. 우선 체중을 너무 빠르게 줄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보통 한 주에 전체 체중의 0.5~0.1%만 빼는 게 안전하다. 영양 보충도 필수다. 단백질과 철분, 아연, 비타민D를 충분히 챙기고 필요하다면 혈액검사로 결핍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이미 탈모가 있거나, 위험성이 높은 경우에는 남성은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 같은 약물, 여성은 국소 미녹시딜 같은 치료를 병행할 수 있고, 저준위 레이저(LLLT)도 도움이 된다. 중요한 것은 탈모가 발생하더라도 대부분은 일시적이며, 3~6개월 안에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비만 치료제는 단순히 숫자를 줄이는 약이 아니라 삶의 질 전반을 바꾸는 도구다. 살은 빠졌지만, 머리카락이 함께 빠진다면 환자로서는 허무할 수 있다. 그러나 마운자로에서 보고되는 탈모는 약물 자체의 독성이 아니라 체중 변화로 인한 간접적인 현상으로 이해하는 게 맞다. 속도를 조절하고, 영양을 보충하며, 필요하다면 탈모 치료까지 병행한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다. 다행히 체중과 머리카락,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시대가 아니다. 이제는 현명하게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지혜가 필요하다.
    칼럼김진오 뉴헤어성형외과 원장(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2025/09/01 21:03
  • [의학칼럼] 망막질환, 시력 저하의 조용한 시작… 조기 진단이 관건

    [의학칼럼] 망막질환, 시력 저하의 조용한 시작… 조기 진단이 관건

    시야가 흐릿해지고,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 단순한 시력 저하가 아닌 망막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 망막은 외부의 빛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눈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얇은 신경조직이다. 시력을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이 망막에 문제가 생기면 일상적인 시각 기능은 물론, 실명에 이를 수도 있다.망막질환은 종류가 다양하다. 대표적으로는 황반변성, 망막박리, 망막전막, 망막혈관폐쇄, 당뇨망막병증 등이 있으며, 대부분 중장년층 이후 발생률이 높다.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의 전신 질환과 관련이 깊고, 노화나 유전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이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거나, 시야의 일부분에서만 이상이 생겨 조기 발견이 어렵다는 점이다.망막질환의 증상은 질환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시야 흐림, 왜곡된 시야(변시증), 검은 점이 떠다니는 듯한 비문증이나 섬광, 시야의 일부분 소실 등이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를 방치할 경우 시신경 손상이 진행되며, 실명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황반변성은 중심 시야를 담당하는 황반 부위가 손상돼 정밀한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망막박리는 망막이 물리적으로 떨어져 응급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이러한 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필수적이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당뇨병, 고혈압 등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다면 더욱 자주 검진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진단에는 망막 단층촬영(OCT), 형광안저혈관조영술, 안저 촬영, 시야 검사 등이 사용된다. 간단한 검사만으로도 이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예방적 차원에서 검사를 권장한다.망막질환의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다. 황반변성의 경우 진행 속도를 늦추는 항체 주사 치료가 사용되며, 망막전막이나 박리처럼 구조적인 이상이 있을 때는 수술이 필요하다. 혈관 이상이 원인인 경우에는 레이저 광응고술, 항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 주사 등이 활용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치료보다 진행 전 조기 발견이다. 시신경이나 망막은 손상된 후에는 회복이 어려워, 손상 자체를 막는 것이 관건이다.눈은 한번 손상되면 되돌리기 어렵다. 특히 망막은 우리 눈에서 가장 예민하고 중요한 조직 중 하나로, 이상을 느낀 뒤 치료하기보다 미리 점검하고 관리하는 예방적 접근이 필요하다. 갑작스럽게 시야가 어둡거나 찌그러져 보인다면 반드시 안과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이 칼럼은 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더원서울안과 허장원 원장2025/08/28 14:42
  • [의학칼럼] 잘못된 정보가 키우는 ‘허리 질환’, 수술 피하려면 초기 대응 중요

    [의학칼럼] 잘못된 정보가 키우는 ‘허리 질환’, 수술 피하려면 초기 대응 중요

    우리는 정보의 홍수 시대를 살면서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 편리한 점이 많다. 그러나 정보 과잉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허리 통증과 같은 질환에서 잘못된 자가진단으로 병을 키우는 것이다. 최근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들은 과거의 환자보다 의학적 지식이 풍부하다. 자신의 상태를 잘 이해하고 있고 건강관리에도 적극적이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잘못된 정보를 맹신해 증상을 방치하거나 부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허리 통증의 대표적인 질환인 허리디스크와 척추관협착증은 초기 대응이 매우 중요하다. 허리디스크는 초기에는 가벼운 통증으로 시작되지만 방치하면 다리 저림 증상으로 악화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준다. 척관협착증도 서다 걷다를 반복해야 하는 신경인성 파행증이 나타나며, 시간이 흐를수록 허리가 점점 굽어져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이런 초기 증상을 무시하거나 방치하는 주된 이유는 막연한 두려움과 잘못된 정보 때문이다. 많은 환자들이 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병원 방문을 미루고 민간요법이나 무리한 운동 같은 잘못된 방법을 시도한다. 인터넷 등에서 접할 수 있는 운동법이나 민간요법 중 본인의 상태에 맞지 않는 것을 따 하다가 오히려 증상이 심해져 응급으로 방문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특히 고령 환자들은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수술이 어렵다고 생각하여 치료 자체를 포기하거나 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비수술적 치료법뿐만 아니라 최소절개 척추수술이 발달해 나이 많은 환자들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최소절개 척추수술 중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척추내시경 수술과 미세현미경감압술이 있다. 척추내시경 수술은 약 1cm의 작은 절개를 통해서 내시경을 삽입하여 병변 부위를 직접 보며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절개 부위가 작가 회복이 빠르고, 수술 후 통증과 합병증의 발생 위험도가 낮다. 전신마취를 하지 않으므로 고령 환자도 충분히 받을 수 있다. 미세현미경감압술 역시 고배율 현미경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절개로 정밀한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의 수술 부담을 크게 줄였다.모든 허리 질환 환자가 반드시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척추질환 환자의 약 90%는 보존적 치료나 비수술적 치료만으로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에는 약물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 등이 있으며, 최근 신경성형술이나 신경풍선확장술 같은 시술도 각광받고 있다. 신경성형술은 미세한 카테터 바늘을 삽입하여 유착된 신경과 염증을 풀어주는 시술로, 간단하면서도 뛰어난 효과 덕분에 많은 환자들이 선호하는 방법이다.이처럼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며, 임상 현장에서 좋은 예후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척추 질환이 있다고 해서 지나치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잘못된 자가진단이나 부정확한 의학 정도로 병을 키우지 않는 것이다. 초기 대응이 빠를수록 휴식이나 비수술적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른 불편감이나 참기 힘든 허리 통증이 있거나, 엉치, 허벅지, 종아리로 뻗치는 통증 및 저림, 감각 이상, 힘 빠짐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면 가능한 한 빨리 신경외과 전문의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이 칼럼은 참포도나무병원 신경외과 최고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참포도나무병원 신경외과 최고 원장2025/08/28 14:35
  • [의학칼럼] 어깨 통증의 주범 ‘회전근개파열’,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핵심

    [의학칼럼] 어깨 통증의 주범 ‘회전근개파열’, 조기 진단과 맞춤형 치료가 핵심

    중년 이후 어깨 통증을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깨에서 ‘뚝’ 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극심한 통증, 밤잠을 설치게 하는 지속적인 불편함은 단순한 통증이 아닌 '회전근개파열'일 가능성이 크다. 회전근개파열은 특히 40대 이후 중년층에게 자주 발생하는 질환으로, 조기 발견과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회전근개는 어깨관절을 감싸고 있는 네 개의 근육과 힘줄을 말하며, 어깨의 안정성과 움직임을 책임지는 핵심 구조다. 이 부위에 파열이 발생하면 어깨를 들어 올리거나 옆으로 벌리는 기본적인 동작조차 제한될 수 있다. 문제는 이 증상이 근육통이나 단순한 어깨 결림으로 오인되기 쉽다는 점이다. 진단이 늦어질 경우 파열 범위가 확대되고, 치료 난이도도 함께 높아진다.회전근개파열은 반복적인 어깨 사용, 외상, 퇴행성 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며, 특히 활동량이 많은 40~60대에서 급증하는 경향을 보인다. 초기에는 염증과 통증을 조절하고 근육을 강화하는 보존적 치료가 시도된다. 약물치료, 물리치료는 기본이며, 최근에는 손상된 힘줄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프롤로주사(증식치료)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 방법은 특히 파열이 부분적이거나 수술을 피하고 싶은 환자에게 좋은 비수술 치료 옵션이 될 수 있다.하지만 증상이 계속되거나 파열이 크다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이때 선택되는 치료가 관절내시경 수술이다. 절개 부위가 작고, 흉터나 감염의 위험이 적으며, 회복 속도 또한 빠르다는 장점을 가진 최소침습 수술이다. 어깨관절 내부를 카메라로 직접 확인하며 정확하게 손상된 부위를 봉합할 수 있어 치료의 정밀도 역시 높다.이러한 수술적 치료에 재생의학을 접목하면 치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PRP(자가혈혈소판농축액) 주사는 환자의 혈액에서 농축한 성장인자를 손상 부위에 주입하여 조직 재생을 유도한다. 또 다른 치료법인 리제네텐은 콜라겐 패치를 활용해 파열된 힘줄 주변의 회복 환경을 개선해 주는 기술로, 특히 재파열 위험이 높거나 광범위한 손상에 효과적이다. 단순히 봉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힘줄의 ‘질’을 회복시키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핵심이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이다. 어깨를 들 때 통증이 심하거나, 밤에 통증으로 잠을 이루기 어렵고, 팔을 옆이나 뒤로 움직이기 힘들며, 어깨에서 ‘뚝’ 소리가 나면서 갑작스러운 통증이 발생한다면 회전근개파열을 의심해야 한다. 적절한 시기에 진단하고 치료한다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일상으로의 완전한 복귀가 가능하다.회전근개파열은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겪을 수 있는 질환이지만, 이를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넘기는 것은 금물이다. 적절한 보존적 치료와 필요시 정밀한 관절내시경 수술, 그리고 환자 맞춤형 재생치료까지 통합적으로 접근한다면 회복은 훨씬 빠르고, 결과는 더 좋아질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어깨 상태에 관심을 갖고, 증상이 있다면 조기에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다. 치료의 출발은 진단이고, 회복의 완성은 환자 맞춤형 치료다.(*이 칼럼은 새움병원 박형근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새움병원 박형근 원장(정형외과 전문의)2025/08/26 13:47
  • [의학칼럼] 반월상연골판 파열, 수술이 필요한 진짜 기준은?

    [의학칼럼] 반월상연골판 파열, 수술이 필요한 진짜 기준은?

    무릎은 인체에서 가장 큰 관절이다. 걷기·뛰기·계단 오르내리기 등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움직임을 책임지는 핵심 구조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무릎 속에는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을 안정화하는 ‘반월상연골판’이 자리하고 있다. 흔히 ‘무릎 연골’이라 불리는 구조물이지만, 사실 관절을 덮고 있는 관절연골(articular cartilage)과는 다른 조직으로, C자 또는 O자 형태를 이루며 대퇴골과 경골 사이에 위치한다. 반월상연골판은 무릎이 받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관절의 균형을 맞추는 완충장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손상 시 그 후유증은 단순한 통증을 넘어 관절염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반월상연골판 파열, 무조건 수술해야 할까?‘연골이 찢어졌다’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가 곧바로 수술을 떠올린다. 하지만 모든 반월상연골판 파열이 수술 대상은 아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파열의 양상, 위치, 환자의 나이와 활동 수준, 동반 손상 여부에 따라 치료 방법이 크게 달라진다.대부분의 작은 파열이나 퇴행성 변화로 인한 미세 손상은 반드시 수술을 요하지 않는다. 반월상연골판의 바깥쪽(혈액 공급이 비교적 풍부한 부위)에 생긴 작은 파열은 안정적인 경우 자연 치유 가능성이 있으며, 근력 강화 운동과 약물·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만으로도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무릎이 반복적으로 걸리고 잠기는 느낌(잠김 현상, locking symptom)이 있거나, 일상적인 보행마저 불가능할 정도의 기계적 증상이 동반된다면 수술을 고려하는 것이 옳다.수술이 필요한 진짜 기준반월상연골판 파열의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증상과 기능 저하의 정도다. MRI상 파열 소견이 뚜렷하더라도 증상이 거의 없거나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다면 보존적 치료가 우선된다. 반대로 영상에서는 파열이 작게 보이더라도 환자가 심한 통증과 잠김 증상을 호소한다면 수술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구체적으로 수술이 권장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잠김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우 : 반월상연골판이 파열되면서 조각이 관절 사이에 끼어 무릎이 펴지거나 굽혀지지 않는 현상이 생기면 수술적 제거가 필요· 보존적 치료에도 3개월 이상 증상 호전이 없는 경우 : 약물치료, 물리치료, 주사치료 등을 충분히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통증이나 불안정성이 남아 있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 젊고 활동량이 많은 환자의 급성 파열 : 스포츠 손상이나 외상으로 인해 급성 파열이 발생한 경우, 특히 혈액 공급이 가능한 부위의 세로형 파열은 봉합술을 통한 수술적 치료가 장기적으로 관절 건강을 지키는 데 유리· 동반 손상이 있는 경우 : 전방십자인대 파열 등과 동반된 반월상연골판 파열은 재활과 기능 회복을 위해 동시에 수술하는 경우가 다수영상 검사 결과만 중요한 게 아니야 과거에는 손상된 반월상연골판을 단순히 절제하는 방식이 많았다. 그러나 절제술은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절염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최근에는 가능한 한 연골판을 보존하는 ‘봉합술’이 선호되고 있으며, 절제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최소 범위만 제거하는 부분 절제술을 시행한다. 특히 젊은 환자나 운동 선수의 경우, 반월상연골판의 기능적 보존은 장기적인 무릎 건강을 위해 필수적이다.반월상연골판 파열의 치료에서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진짜 기준은 단순한 영상 검사 결과가 아니다. 환자의 나이, 활동 수준, 파열의 양상, 그리고 무엇보다도 '현재 일상생활이 얼마나 불편한가'라는 주관적 증상이 핵심이다. 따라서 환자 개개인의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보존적 치료와 수술적 치료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무릎 건강을 지키는 최선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반월상연골판은 한 번 손상되면 자연치유로 되돌리기 어렵지만,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최적의 방법을 선택한다면 건강한 무릎 관절을 지킬 수 있다. 또한 수술은 최후의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만 시행해야 하는 치료 도구라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이 칼럼은 신세계서울병원 무릎관절센터 박동철 원장의 기고입니다.)
    칼럼신세계서울병원 무릎관절센터 박동철 원장2025/08/25 14:06
  • “챗봇에게 고민 털어놓는 환자 늘어” AI에게 내 마음을 맡겨도 될까

    “챗봇에게 고민 털어놓는 환자 늘어” AI에게 내 마음을 맡겨도 될까

    “요즘은 인공지능 앱한테 고민을 털어놓아요.” 진료실에서 이런 말을 하는 환자가 하나둘 늘고 있다. 기분이 울적한데 마음을 나눌 사람이 곁에 없을 때, 스마트폰을 열어 챗봇에게 이야기를 건넨다는 것이다. AI가 공감을 잘 해준다며, 꽤 위로를 얻는다고 했다. 어느 날 한 환자가 자신의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지난 한 달 동안의 기분 상태가 시간 흐름에 따라 그래프로 정리돼 있었고, 특정 상황에서 느꼈던 감정과 스트레스도 함께 기록돼 있었다. 나는 우울증 환자들에게 기분일지를 써보라고 자주 권한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며칠 쓰다가 그만두거나, 아예 아무것도 적어오지 않는다. 그런데 이 환자는 AI를 활용해 자신의 감정 상태를 꾸준히 기록하고 모니터링해왔던 것이다.우울이나 불안 같은 정서 문제는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유사한 상황이나 특정 대상과 마주할 때에 감정이 반복적으로 동요하는 것이다. 이런 맥락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치료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왜 그렇게 느끼고 반응했는지 설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이럴 때 AI는 느낌의 흔적을 기록해주는 도구가 될 수 있다.  AI는 정서를 언어화하고, 반복되는 습관을 추적하며, 평소에는 지나치기 쉬운 감정의 패턴을 포착하는 데 유용한 도구다. 어떤 상황에서 유독 예민해지는지, 어떤 행동을 한 후에 기분이 좋아지는지 확인할 수 있게 도와준다. 미처 깨닫지 못했던 우울의 주기나 불안을 유발하는 요인을 발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예를 들어 우울하거나 불안할 때, 혹은 짜증과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 AI 챗봇에게 현재 상황과 느낌을 짧게 남겨 둔다. 기쁨과 성취감을 느꼈을 때도 마찬가지다. 누구를 만나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일을 하고 나서 기분이 어땠는지 간단히 적어두면 나중에 그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주 혹은 한 달간의 정서 변화를 파악할 수 있다. 진료 받기 전 AI에게 “지난 한 달 동안 내 기분이 어땠는지”물어볼 수도 있다. 이렇게 얻어진 자료는 감정의 흐름을 되짚고, 증상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나는 그 환자와 함께 한 달간의 기록을 천천히 되짚어보았다. 주로 회의가 있던 날마다 불안이 심해졌고, 아침 출근길에 긴장도가 특히 높아지는 경향이 나타났다. 술을 마신 다음 날 아침에는 어김없이 불쾌감이 생겼다. 치료실을 찾기 전이나 치료 이후의 공백 기간 동안 기분이 어떻게 변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이 과정은 단순히 증상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환자가 자기 감정을 이해하고, 정서 조절에 대한 효능감을 회복하는 밑거름이 된다.   물론 주의할 점도 있다. AI는 아직 비언어적 단서나 대화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 “불안하다”는 말이 면접을 앞둔 긴장인지, 극단적 공포인지, 상실의 슬픔인지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한다. 사용자의 말을 오해할 수도 있다. 자살 위험과 폭력 징후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다. 마음건강 정보가 AI를 만든 회사에 어떻게 저장되고 활용되는지도 고민해봐야 할 문제다. AI가 마음건강 전문가를 대신할 수 없다. 감정의 복잡성과 그 의미를 이해하고, 진정성 있는 공감을 전달하는 일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AI는 우리 내면을 비춰주는 도구가 될 수는 있어도, 그 거울에 비친 나를 어떻게 해석하고 변화시킬지는 결국 사람의 몫이다.
    칼럼김병수 김병수정신건강의학과 원장2025/08/25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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