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중년 여성이 폐경 치료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폐경기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으나, 5년 이내로 사용하면 안전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조선일보 DB사진여성호르몬이 고갈된 폐경 여성에게 약물을 대체 투여하는 여성호르몬 대체요법(HRT)이 지난해 7월 논란이 된 적 있다. 이 요법을 5년 이상 지속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는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발표 때문이었다.
많은 폐경 여성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졌다. ‘약을 계속 먹어야 할 지’ 아니면 ‘말아야 할 지’ 갈피를 못 잡았다. 의사들도 의견이 분분했다. 한국의 유방암 발생 형태는 미국과 다르므로 호르몬 대체요법을 해도 무방하다는 쪽과 굳이 위험성을 안고 대체요법을 할 필요가 있겠냐는 주장으로 나뉘었다. 그 후에도 의료계에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일반인들의 관심에서는 멀어져 있다.
현재 폐경기 여성들은 어떤 치료를 받고 있을까. 여성호르몬 대체요법으로 가장 흔히 쓰이던 제약회사 와이어스의 프레마린, 프리베나 등은 미국 보건원 발표 이후 판매량이 뚝 떨어졌다. 장기 복용해오던 여성들의 상당수가 복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각종 천연 여성호르몬을 내세우는 건강식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들 제품은 콩류에서 추출한 ‘식물성 호르몬’임을 내세우며, 호르몬 대체요법이 지닌 위험성을 파고 들었다. 이에 따라 상당수의 폐경기 여성들이 약 대신 건강식품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렇다면 호르몬 대체요법을 위해 쓰이는 약물을 천연 식물성 호르몬이 완전히 대체할 수 있을까. 아직은 ‘아니오’이다. 천연 여성호르몬은 약물로 복용하는 용량에 비하면 함량이 극히 적다. 따라서 안면 홍조, 얼굴 화끈거림 등 일부 폐경기 증상을 개선하는 데 어느 정도효과가 있어도, 골다공증 등 폐경기 증상 전반을 개선시키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눈길을 끌고 있는 것이 여성호르몬 복합 합성 약물. 여성호르몬과 그와 유사한 역할을 하는 황체호르몬 등의 기초가 되는 전구 물질을 주성분으로 하는 약물로, 제약회사 오가논의 ‘리비알’이 대표적이다. 여성호르몬을 직접 투여할 때 생길 수 있는 유방암 발생 위험성을 피하면서, 여성호르몬의 치료효과는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리비알’은 지난해 140여억원 어치가 판매돼, 폐경기 치료제로 가장 많은 처방을 받은 약물이었다.
다만 이것 역시 여성호르몬제를 직접 투여하는 것이 아니라서 효과가 약하다는 일부 주장이 있다. 또 이 약물도 임상시험을 하면 유방암 발생 위험을 높이는 쪽으로 연구결과가 나올 것이란 주장도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임승길 교수 “폐경기의 안면홍조, 우울증, 골다공증 등 복합적인 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여성호르몬 대체요법 밖에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임 교수는 “폐경 후 2년 가량 폐경증상이 환자를 무척 괴롭힌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약 2년쯤 여성호르몬제를 복용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말했다.
에스더클리닉 여에스더 원장(가정의학과)은 “최근 많은 여성들이 대체요법을 중단했다가 폐경기 증상을 견디지 못하고 치료를 다시 시작한다”며 “유방암 검진을 정기적으로 하면서 대체요법을 5년 이내로만 하는 것은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
갱년기증상의학전문2003/12/02 10: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