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금 궁중음식] 자연의 이치로 요리한 `팔과탕`

입력 2003.12.09 11:26

신장 강화·소화기·기관지 질환에 효능








대장금 23회를 보면, 중종은 탕을 먹으며 “맛이 좋구나. 팔과탕이라고 하였느냐?”고 묻는다. 한상궁이 “예, 전하, 맛도 맛이려니와 요즘 전하께서 창증(瘡症)이 빈번히 일어나신다 하여 올린 것입니다. 그 속 동충하초는 담을 삭히고 염증을 줄이는 효능이 있습니다”고 대답한다.

원래 이 요리는 중국 요리의 ‘팔괘탕(八卦湯)’과 비슷하다. 팔괘탕은 거북이 한 마리 중에 머리와 다리를 주로 사용하고, 썰어놓은 생강 3g, 동충하초 10g, 맑은 닭고기 육수 500g을 같이 달여서 고아서 만든다.

하지만 거북이 머리와 다리살은 구하기 힘들므로 자라를 대신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여기에 인삼 2뿌리, 밤 5~6개, 대추 10개, 은행 3~4개, 표고버섯 3~4개, 목이버섯 3~4장, 동충하초 1개 등 8가지가 재료가 들어간다. 이때 ‘8’이란 숫자는 음식의 재료 숫자도 되지만 자연의 이치에 따른 모든 것을 고려한 것으로 여겨진다.

영물로 여겨지는 거북은 십장생의 하나로 장수의 상징이다. 거북의 배 껍질은 구판(龜板)이라 해서 지금도 많이 사용하는데, 보신 자양, 보혈, 그리고 신장의 기능을 북돋아 뼈를 튼튼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인삼, 밤, 대추는 소화기 계통의 기운을 북돋아주고, 은행은 폐와 대장의 기운이 허약해서 생긴 기침, 가래, 기관지천식, 기관지염 등에 효과가 있다. 또 여러 약물을 조화롭게 하고 해독하는 작용도 있다.

동충하초는 겨울에는 벌레, 여름에는 풀이 되는 약재로서 우리나라와 중국의 사천 서북부, 운남 및 티벳 등지의 높은 산에 분포한다. 자낭균의 자실체가 숙주 유충의 머리에서 뻗어나온 것으로 여름에 자실체가 자라서 나온다. 맛은 달고 성질은 따듯해서 신장의 양기가 쇠약한 경우, 정기를 북돋아주고, 폐의 진액을 북돋아 기침을 가라 앉히고 가래를 삭혀주는 작용을 한다.














그러나 팔과탕이 입이 허는 것을 직접 치료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허약해서 입이 헐 수 있으므로 즐겨 먹으면 몸의 기운이 좋아져서 구창이 생기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쉽게 피로하거나, 몸이 무겁거나,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큰 병을 앓고 났거나, 몸과 손발이 찬 사람에게 팔과탕은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러나 감기 등 급성기 질환이 있는 사람은 이 요리를 피하는 것이 좋다.

(고창남·강남경희한방병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