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해진 요즈음 많은 병원들이 차별화를 위해 고심하고 노력하는 것 같다. 전문병원으로 특화를 꾀하기도 하고, 병원 인증을 통해서 차별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인증을 받는 일이 그리 만만한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그나마 많은 병원들이 인증을 받으면서 안타깝게도 그 희소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게 보면 병원 차별화를 한다는 것이 꽤 어렵다는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한편으로 유행처럼 번져가고 있는 병원 인증이 차별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지도 궁금해진다.
차별화는 ‘남과 다름’을 추구하는 체계적인 행위이다. 적어도 같아 보이지는 않아야 한다. 그렇다고 단순히 다른 것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다르면서도 좋아 보여야 한다. 좋음을 넘어서 매력적으로 느껴지면 더 괜찮다. 그뿐 아니라 시간이 갈수록 ‘다름’이 쌓여서 풍부하고 강해져야 한다. 오늘 내일에 그칠 것이라면 차별화라 부르기 어렵다. 여기에 차별화 전략의 어려움이 있다. 쉬워 보이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다.
병원 차별화라고 하면 일단 의학적인 내용의 차별화가 쉽게 떠오른다. 특정 진료과 라든가 치료 방법을 내세우는 것이다. 눈을 돌려보면 이러한 형태의 차별화를 주위에서 가장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 같다. ’라식 수술’, ‘물방울 성형’, ‘임플란트’, 신경성형술’ 등등. 많은 병원들이 실제로 하고 있는 방식이다. 문제는 ‘라식’이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임플란트’가 여기 다르고 저기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신경성형술’이나 ‘꼬리뼈 레이저 시술’은 어떨까? 특정 진료과나 치료 방법을 얘기하는 것이 과연 효과적인 차별화 방법일까?
불행하게도 병원은 그 바탕이 되는 의학의 속성 때문에 차별화하기가 쉽지 만은 않다. 의학이라는 학문은 특별한 예외나 비법을 허용하지 않는 과학의 영역에 있다. 의과대학에서 가르치는 내용은 누구에게나 같을 수밖에 없다. 아주 특별한 어떤 술기(기술)가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치료법은 기본적으로 모든 의사들에게 개방되어 있다. 나만의 방법이란 없다고 보면 된다. 의료라는 본질이 차별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수 있겠다.
이 병원도 저 병원도 같은 내용의 치료법을 이야기한다면 과연 얼마나 달라 보일지, 또한 그 병원이 조금이나마 좋아 보일지 의문이다. 기껏해야 ‘남과는 다른’ 나만의 것이 없음을 실토하는 정도 이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임플란트’나 ‘라식’을 내세운다 하더라도 비슷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적인 내용을 내세우는 것은 겉보기와는 달리 차별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차별화와 관련해서 많은 병원들이 거쳐가는 고민 중 하나가 입지 선택에 관한 것이 아닌가 싶다. 병원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의사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이 바로 병원 위치 아니겠는가. 확실히 지역 선택은 중요한 차별화 요소라 할 수 있겠다. 경쟁이 비교적 약하고 인구가 많은 지역에다 눈에 쉽게 뜨이는 장소를 입지로 선택하는 것은 틀림없이 접근성과 인지도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된다. 방문 환자 수와 병원의 수익에도 직결된다.
지역 선택이 나름 하나의 차별화 방법이기는 하지만 여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그런 입지가 드물다는 것이다. 세상에 병원만 있는 것이 아니니 좋은 자리에는 더 잘 나가는 업종이 자리 잡고 있기 마련이다. 다행히 운이 따라서 좋은 입지를 잡았다 하더라도 시간이 흐를수록 차별점이 사라진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지역에 자리 잡은 병원이 잘 된다고 하자. 잘 되는 꼴을 보고 가만히 놔두겠는가? 다른 병원들이 그 지역에 들어서리라는 것쯤은 충분히 예견해 볼 수 있다. 같은 지역에서 경쟁이 시작되면 입지의 장점이 점점 사라진다. 차별화가 점점 약해지는 상황이 오는 것이다. 이쯤에서 보면 지역 차별화라는 것이 시간이 갈수록 쌓이고 풍성해지는 차별화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의료적인 차별화, 지역적 차별화에 머무르지 않고 그들을 넘어선 후 제대로 된 병원 차별화의 길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차별화가 시작된다. 그렇지만 어렵사리 보이기 시작한다고 해서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른바 ‘유의미하지 않은 차별화’의 함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유의미하지 않다’는 것은 그 대상인 고객에게 유의미하지 않다는 뜻이다. 병원에서는 의욕을 갖고 열심히 차별화를 했지만 정작 중요한 고객에게 별 의미가 없거나 공감이 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이쯤 되면 허탈하다. 올림픽도 아닌데, 참여하는 것에 의미를 둘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만다. 많은 병원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차별화가 여기 이 함정에 빠져들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차별화의 방향 또는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고, 너무 추상적이거나 막연할수록 실패의 가능성이 커진다. 목표 고객이 바로 느낄 수 있도록 확연한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방향이 추상적일수록, 구체적이지 않을수록 차별화하기는 그만큼 더 어려워진다. 많은 병원들이 차별화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또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만큼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공감할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고 의미 있는 차별화를 하고 있는지.
병원 인증 또는 전문병원 지정을 받는 것에 병원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병원 차별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뭔가 있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병원 차별화에 실제로 도움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인증으로 차별화’하는 것은 ‘지역으로 차별화’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인증 제도의 시행 초기에는 효과가 있었을지 몰라도 보편화되어 갈수록 효과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인증’이라는 것을 마케팅이나 홍보로 활용했을 때 그 자체가 얼마나 공감 받을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단어가 추상적이기도 하고 구체적인 면도 부족한 것 같다. ‘인증’이라는 것은 역시 병원의 기본으로서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라는 원래의 취지에 더 큰 효용이 있는 것 같다.
차별화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기준이라면 고객과 공감이 되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결국 고객이 행동하도록 만드는 것이 차별화의 가장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공감은 행동의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공감은 차별화의 전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공감이 되지 않는 고객을 놓고 어떻게 행동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기고자 : 분당척병원 김창한 마케팅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