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간염 보균자, 항암·면역억제 치료 전에 간염약 미리 먹어둬야

입력 2012.07.04 09:00

유방암 환자 김모(60)씨는 수술 후 항암치료 5개월만에 피부가 노래지고 배에 물이 찼다. 피검사 결과 간수치가 크게 올라 있었다. 주치의는 "김씨가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라는 사실을 모르고 항암치료를 했기 때문"이라며 "항암치료를 중단하고 간수치를 낮추는 치료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면역 균형 깨져서 간수치 치솟아

간세포에 B형 간염 바이러스를 달고 사는 'B형 간염 바이러스 보균자'는 국내에 약 300만 명이다. 이들은 만성 간염으로 진행하지 않은 단순 보균 상태라도, 체내 면역력을 심각하게 흔드는 치료를 받기 전에 반드시 B형 간염 치료제(항바이러스제)를 써야 한다. 암에 걸려 항암치료를 받거나,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생물학적제제·스테로이드제제를 쓸 때가 대표적이다.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장정원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쓰지 않고 이런 치료를 받으면 상당수에서 급성 간염이 발병해 받던 치료를 중단하게 된다"며 "암 등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을 뿐 아니라, 전격성 간염이나 간부전으로 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B형 간염 보균자는 암치료를 받기 전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신지호 헬스조선 기자

이는 독한 약 때문에 체내 면역력이 떨어지면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증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항암·면역억제치료를 받는 보균자의 25~40%에서 간염이 발생하고, 이 중 5~30%는 간기능 부전으로 진행한다고 의료계는 본다.

간염약 미리 쓰면 거의 100% 안전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있는 사람은 항암·면역억제치료를 받기 전에 반드시 주치의에게 보균 사실을 알려야 한다. 장 교수는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처방받아 복용하면 간염 진행을 거의 100%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암 환자는 항암치료 시작 2주 전부터 항암치료를 끝낸 뒤 6개월에서 1년 후까지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고대안암병원 종양혈액내과 김병수 교수는 "표적항암제를 쓰는 사람은 항바이러스제를 미리 먹을 필요까진 없지만, 치료기간 내내 1~2주 간격으로 피검사로 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생물학적제제를 쓰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는 예외 없이 치료 시작 1주 전부터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해야 한다. 약을 끊어도, 항바이러스제는 3년 뒤까지 복용하기도 한다. 스테로이드제제는 다량 쓸 때만 미리 항바이러스제를 먹고, 적게 쓸 때는 2~4주 간격으로 피검사만 한다. 장 교수는 "표적항암제나 소량의 스테로이드제제는 간염 유발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실제로 간에 이상이 생긴 경우에만 항바이러스제 치료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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