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중 가장 살을 빼기 힘든 부분으로 대부분 ‘허벅지’를 꼽는다. 상체와 종아리는 마른 편인데도 유독 하복부와 하체만 튼실하다는 것이다. 운동을 통해 체중조절을 하려해도, 운동 탓인지 허벅지 사이즈는 더 늘어만 간다는 고민을 토로하는 분들도 많다.
정말 허벅지는 비만에 있어 난공불락의 요새일까.
통념상 다이어트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기본으로 한다. 그러나 대체적으로 살이 잘 빠지지 않는 부위 - 가령 허벅지 -에 이르러선 한계에 다다르게 된다. 이것은 체질적인 문제라기 보단 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 즉 자신의 몸속에 순환상태가 구조적으로 비정상적인 흐름을 가지거나 정체된 흐름 속에 있는 것이 원인으로, 그러한 구조적인 흐름을 정상으로 되돌려 놓는 것이 급선무라는 뜻이다.
한의학에서는 오래전부터 복진(腹診)이라는 진료법을 통해 인체의 몸속에서 정체되어 있는 부분을 찾아 그것을 외부로 배출시키는 치료법이 이어져 왔다. 즉 이 기술을 통해 몸의 순환구조상 정체되고 막혀있어 흐름이 원활치 않는 곳을 찾고, 이후에 그것을 풀어줄 수 있는 약과 외부시술을 사용함으로써 정상적인 흐름을 가지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더욱이 하체비만인 사람일수록 하복부와 허벅지 부분의 흐름이 좋지 못하다는 건 굳이 진료가 아닌 자가진단을 통해서도 쉽게 알 수 있다. 바로 이것이 하체비만을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다.
한방에서 하복부와 허벅지에 살이 자꾸 찌는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결체수독이라 불리는(結滯水毒, 뭉쳐있는 물) 우측 아랫배에 자주 고이는 물이 정체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물이 고이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체구가 큰 편이다. 이런 사람들은 중력의 법칙에 의해 아랫배 쪽에 물이 쉽게 고이기 때문에 장이 특히 민감한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사람들은 대변을 항상 풀어지게 보며, 조금만 상하거나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한다. 또한 여름이나 더운 환경에서는 물이 지글지글 끓어버리기 때문에 더위를 많이 타고 땀이 많이 나며, 무좀과 같은 부분적인 습진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외관상 보기에도 배가 많이 나와 있으며 특징적으로 매운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쉽게 연상하자면 여름이 되면 더워서 땀을 많이 흘리게 되고, 찬 것을 먹으면 곧바로 설사로 이어지며, 매운 것을 먹으면 또 땀이 많이 나서 힘들어하는 식의 악순환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구련(拘攣, 근육이 뭉치는 것)이라 불리는 허벅지나 장단지 쪽의 근육의 뭉침현상이다. 이는 체질적으로 상체는 빈약한데 반해 하체는 복 받았다고 할 만큼 조금만 운동하면 살이 붙고 힘도 잘 생기는 부류의 사람들이다. 하지만 운동을 하지 않는 경우라면 체력이 딸려서 장시간 쇼핑을 하려고 해도 금세 지치고 추위를 타게 된다. 외관상으로 말라 보이는데 실제로는 엉덩이와 허벅지가 튼실한 경우이다. 보통 구련(拘攣)이 있으면 복근이 긴장되어 있어서 복직근을 따라서 손으로 누르면 아프고 평소에 가스가 잘 차며 대변을 보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또한 여드름 등의 화농성질환이 잘 생기고, 생리통도 하복부의 뻐근함이 상당히 지속되는 편이다. 하체부종이 자주 생겨서 언제나 다리가 퉁퉁 붓는다고 호소하며 때문에 오후가 되면 너무 괴로워서 견딜 수 없는 지경이 되기도 한다. 또한 아랫배 쪽으로 수분의 흐름이 더디게 되므로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많이 나고 소변도 시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하체비만은 이 두 가지가 거의 동시에 나타나거나 아니면 한 가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따라서 치료 역시 두 가지 패턴에 맞추어 서로 다르게 시행되어야 함이 원칙이다. 즉 아랫배에 물이 많이 차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소변을 많이 보게 만들어서 물을 빠른 시일 내에 빼줘야 한다. 근육이 자주 뭉치는 사람들은 적극적인 관리와 맛사지 등을 통해 해당 부위를 물렁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조절함에는 당연히 해당되는 독소를 없애는 근본적 약물치료가 들어가야 한다. 즉 내부가 온전치 않으면 외부에서 아무리 시술이 들어가도 도루묵이 되기 쉽다. 면역력이 강하면 아무리 추운 곳에 가더라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 것과 똑같은 이치라 할 수 있다.
실제로 하체가 비만한 환자의 경우, 남의 이목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해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역시 미(美)라는 것은 남에게 보여주기 보단 자기 스스로 얼마만큼 만족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괴로움을 불러오는 하체비만, 타고난 신체조건을 괴로워하기 보다는 적극적인 조절과 관리를 통해 예쁜 몸을 만들어나가야 함을 잊지 말자.
생생한의원 / 이성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