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침만 하면 화장실을 드나드는 사람이 병원을 찾았다. 이제 곧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김씨는 오래 전부터 앓아 왔던 치루가 벌써 3번째 재발 했다. 3번이나 받은 치루수술로 괄약근이 손상되어 변실금이 생겼다. 대부분의 생활에는 지장이 없으나, 설사가 있거나, 변이 묽은 때에는 속옷에 변이 묻어 난다. 처음 치루 진단을 받았을 때 만해도 이렇게 길고 힘든 투병을 할 줄은 몰랐다며 처음부터 제대로 치료할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중국 난징에서 개최된 제14회 아태 연합 대장항문학회에서 ‘치루의 괄약근 보존수술’ 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한국에서의 오랜 수술 경험을 통해 치루의 수술방법 중 일반적인 절개개방술과 괄약근 보존 수술법인 근육 봉합, 시톤, 근육 충전술 등을 설명했다.
안타깝게도 치루는 수술 이외에는 치료방법이 없다. 수술 후에도 재발 될 가능성이 높고 괄약근 손상 등의 후유증도 따를 수 있다. 또한 치루가 재발해 재수술을 할 경우 괄약근이 손상 될 확률은 더 높아진다. 재발로 인한 재수술은 환자에게 심리적, 경제적 부담을 많이 안겨 준다.
항문질환 수술에 대한 괄약근 보존 방법은 꾸준한 연구가 시행되고 있다. 특히 복잡치루에서 이탈리아의 피에카를로 메이네로 교수(산타 마르게리타 병원)가 개발한 ‘내시경을 이용한 복잡 치루 수술(VAAFT)’은 치루내시경을 이용해 치루길을 의사가 직접 눈으로 보며 치루를 정확히 치료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치루수술을 통해 발생할 수 있는 괄약근 손상을 방지 할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는 사용되고 있지 않지만 양병원에서는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본원에서는 의료진을 이탈리아에서 진행한 ‘내시경을 이용한 복잡 치루 수술(VAAFT)’ 연수 코스에 참가시켜 기기 사용법과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항문은 섬세한 조직이라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되지 않는다. 괄약근 손상과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환자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앞으로 이와 같은 항문질환의 치료에서 항문기능의 보존은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 국내외 학회에서 치질 수술 시 항문 보존과 관련된 여러가지 치료법이 발표되고 주목을 받는 것도 그 일환일 것이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