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게실 출혈로 만성빈혈 앓은 L씨
대전에 사는 회사원 L씨(40세)는 5년 전부터 빈혈이 생겨 철분제를 복용해왔다. 그러나 빈혈은 나아지지 않았고 종종 검은 변을 보더니 최근에는 혈변까지 보게 됐다. 차일피일 병원 방문을 미루다가 집 근처 병원에서 위내시경과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검사 후 대장에 게실이 많지만 출혈부위를 찾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소장 출혈일 수도 있다고 해서 소장 캡슐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려고 서울까지 원장님을 찾아오게 됐습니다.”
그러나 소장 캡슐내시경 검사에서도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아무래도 대장게실이 의심스러워서 L씨를 설득해 다시 대장내시경 검사를 시행했다. L씨가 들은 대로 에스상결장과 상행결장에서 다발성 게실이 발견됐다. 내시경으로 주의 깊게 살펴보니 상행결장에 위치한 게실 중 한 곳에서 출혈이 확인됐다. 오랫동안 출혈이 있었던 터라 수술을 권유했지만 L씨는 지혈제 치료만 받고 퇴원했다. 그로부터 3개월 후 L씨가 심각한 혈변 증상으로 다시 병원을 찾았다.
“더 이상 혈변과 빈혈로 고생하고 싶지 않아서 수술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아프지 않고 빨리 나을 수 있는 방법으로 수술해 주세요.”
L씨는 복강경으로 에스장결장과 상행결장의 모든 게실을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으며 이후 혈변과 빈혈의 괴로움에서 해방됐다.
대장게실은 약해진 대장벽이 주머니 모양으로 늘어져 바깥으로 튀어나오는 질환이다. 대장 표면에 불룩하게 솟아 있어서 용종과 유사하다고 여길 수 있으나 용종은 속이 꽉 찬 조직 덩어리고 게실은 조직이 늘어나 주머니 같은 공간을 만든 것이라는 점에서 분명히 구분된다.
대장게실은 고단백, 고지방, 저섬유질 음식을 주로 섭취하는 서양에서 매우 흔한 질환이다. 미국의 경우 80세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서 게실이 발견될 정도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서양식 식습관의 영향으로 게실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 대장게실은 증상만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주로 모호한 복부동통, 직장출혈, 배변습관의 변화, 복부팽만감 등이 나타나는데 이는 다른 대장질환에서도 흔히 발견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게실을 방치해 주머니에 변과 같은 오염물질이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면 게실염이 되는데 이 때야 비로소 압통, 대량의 장출혈 등 뚜렷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러한 염증이 심해지면 천공, 농양, 복막염, 대장루, 장폐쇄 등의 심각한 합병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므로 대장내시경 검사로 게실을 발견했다면 게실염이나 다른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제거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장게실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고섬유질의 식사를 통해 배변양을 늘려야 한다. 또 변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물을 많이 마셔야 하며 탈수 작용이 있는 커피나 청량음료는 삼가는 것이 좋다. 특히 야채와 잡곡 위주의 한국식단은 대장게실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장게실이 생겼다면 약물치료를 통해 복통, 출혈 등의 증상을 완화시킬 수 있다. 그러나 게실염이 생긴 경우는 더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우선 금식과 수액 공급을 병행하면서 항생제와 지혈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실시한다. 증상이 심각한 경우에는 수술로 대장의 일부를 적출한다.
한솔병원 / 이동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