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세 직장인 빨리 커 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올해로 직장생활 5년차다. 결혼적령기에 접어들었지만 결혼만 생각하면 머리가 아파지면서 스트레스지수가 높아진다. 작은 키 때문이다. 빨리 커 씨의 키는 164cm로 동년배 남자들보다 평균 10cm 가까이 작다. 그래서인지 소개팅 자리에 몇 번 나갔지만 매번 상대 여성의 못마땅해 하는 시선을 느끼고 위축되곤 했다. 데이트 신청도 번번이 거절당했다.
빨리 커 씨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단 1cm도 크지 않았다. 유아기 때부터 또래보다 컸고 초등학교 때는 항상 뒤에서 서너 번째 안에 들었었는데 중학교에 들어가서 키가 크지 않았다. 빨리 커 씨 어머니는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키가 큰다”며 걱정 말라고 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서도 키는 전혀 크지 않았다. 키가 작다며 의기소침해진 아들에게 아버지는 “남자는 군대 가서도 키가 큰다”며 위로했다. 그러나 빨리 커 씨는 군대를 갔다 와서도 키가 전혀 크지 않았다.
최근 7년 사이에 성조숙증 환자의 수가 19배나 증가하면서 제2, 제3의 빨리 커 씨가 많아지고 있다. 어릴 때 또래보다 키가 크고 조숙하면 부모들은 잘 큰다고 좋아한다. 그러나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는 성조숙증 아이들은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키가 잘 안 커서 또래보다 작아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원망소리에 뒤늦게 부모들은 안타까워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성장기 아이들은 대부분 자신의 신체 발달에 매우 민감해서 언제나 자신을 남과 비교한다. 따라서 학교성적을 관리하듯 키 성장도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 키 성장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 요인 중 가장 심각한 것은 성조숙증이다.
일반적으로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는 초등학교 4~5학년에서 중학교 1~2학년 사이다. 남자아이는 2차 성징인 음모, 여드름, 고환발달이 나타나고 여자아이는 음모, 유방발달, 생리 등이 생긴다. 그런데 성조숙증은 여자아이는 만 8세, 남자아이는 만 9세 이전에 2차 성징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2차 성징인 신체변화가 눈에 띄게 나타난다. 그 결과 성호르몬 분비로 인해 성장판이 닫히게 되면서 키가 잘 자라지 않게 된다.
성조숙증은 주로 여자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데 10명 중 9명이 여자아이다. 초경이 빠르거나 가슴에 멍울이 잡히면 성조숙증이다. 성조숙증에 걸린 여자아이들은 가슴이 간지럽거나 살짝만 부딪혀도 아프다고 말한다. 또 가슴에 몽우리가 잡히고, 얼굴에는 피지와 여드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 외에 겨드랑이에서 땀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액모, 음모 등의 털이 보이며 난소부위 아랫배가 따갑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평균 여성은 10~11세 사이에 멍울이 잡히며 사춘기가 시작하고 이때부터 급성장을 하게 된다. 급성장을 하며 가슴이 나오기 시작해서 약 1년 반 정도가 지나면 대개 초경을 하는데 평균 12~13세이다. 이 시기에는 성장이 조금씩 더뎌진다.
고려대 보건대학원 교수의 ‘한국인의 초경연령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라는 논문에 의하면 10∼19세 여학생을 대상으로 초경이 빠른 여학생과 초경이 늦은 여학생을 비교한 결과 초경이 빠른 여학생이 초경이 늦은 여학생보다 키는 작고 체질량지수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초경을 빨리 시작한 여성이 초경을 늦게 시작한 여성보다 최종 신장이 작고, 체질량지수는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또한 10~20년 일찍 발병하는 등 전반적인 신체의 문제와 더불어 유방암과 자궁암 등 호르몬에 의한 암 발병률도 매우 높아진다.
남녀 모두 성조숙증으로 성호르몬이 분비되면 키가 일시적으로 빨리 자랐다가 시간이 지나 성장판이 닫히면서 키가 멈춘다. 성조숙증이 나타나면 나이에 비해 2차 성징이 빨리 나타나고, 처음에는 또래보다 키가 빨리 크는 것처럼 보이지만 성장판이 일찍 닫혀 어른이 되었을 때 키가 남들보다 작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학년에서 사춘기가 시작되는 여학생들의 경우 친구들의 관심거리 및 놀림거리가 될 수 있다.
‘토마토 덤불 성장위축 바이러스’라는 것이 있다. 이 바이러스는 구미 각국에 분포하며 토마토 등 많은 식물에 왜소화, 기형증상을 일으킨다. 내 아이가 성조숙증이라는 성장위축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게 하려면 아이의 신체변화에 항상 관심을 기울이고 식습관과 생활관리, 성장 자극 운동 등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기고자 :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