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체온이 떨어질까?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혈중 농도가 상승하고 체온 저하, 혈액 pH(용액의 수소 이온 농도를 나타내는 지수) 저하 등의 생체 반응이 동시에 나타난다. 이는 임상 실험 결과와 쥐 실험에서도 입증되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왜 스테로이드 호르몬, 즉 부신피질 호르몬이 분비되고 체온까지 떨어뜨리는 것일까?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는 체온을 높여서 대사를 높이는 쪽이 스트레스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실제 스트레스 대처법 중 하나로 대사를 높이는 경우가 있는데, 스트레스가 적은 경우,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단시간 분비되고 대사가 항진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과도한 스트레스는 대사를 억제해 신체 활동을 위축시킨다.
대량의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체온을 떨어뜨리고 대사 활동을 위축시켜서 면역계를 억제한다.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흉선 위축이나 말초 면역 억제는 모두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작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스테로이드 호르몬이 저체온을 유도하는 원리는 세포막 전위 저하로 나타난다고 밝혀졌다. 세포막 전위가 감소하면 세포가 흥분하기 위한 전위를 만들 수 없기 때문에 세포의 활동량이 줄어든다.
건강한 사람의 혈액은 pH 7.35~7.45 사이를 오가는데, 스트레스가 많은 사람이나 환자의 혈액을 보면 pH 7.35를 밑돈다. pH 7.35 이하로 떨어지면 세포 흥분을 위한 전위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pH 0.1의 변화는 세포막 전위 5.9밀리볼트의 변화에 해당한다.
이렇게 해서 스테로이드 호르몬 때문에 발생한 저체온과 혈액 pH 저하는 세포 활동을 저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또 세포 자극 뒤의 ‘DNA → RNA → 단백질 합성’의 대사도 체온의 영향을 받는다. 저체온에서는 단백질 합성이 잘 안 되고 효소 합성도 억제된다.
밤에 수면을 통해 휴식을 취하는 것이나 동물이 겨울잠을 자는 것은 신체 활동을 줄여서 몸을 보호하기 위한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체온이나 혈액 pH가 떨어지는 것도 에너지 소모를 줄여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생체에서 분비되는 스테로이드 호르몬은 스트레스가 사라지면 억제되지만, 만약 스테로이드 호르몬을 약으로 처방하면 평상시에도 저체온을 강요하는 꼴이 된다. 이것이 스테로이드제의 위험성을 좀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