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의 신경세포는 늘 전기를 띠고 있다. 신경세포 사이의 전기 신호가 변함에 따라 몸을 움직이거나, 기억을 유지하는 등의 활동을 한다. 하지만 여러 원인에 의해 전기적 질서가 깨져 뇌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하면 의식의 변화나 경련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이를 발작이라고 한다. 발작은 외상이나 감염 등 원인이 뚜렷한 것과 반대로 특별한 원인이 없이 저절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별다른 이유없이 발작이 24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2번 이상 나타난 경우를 뇌전증(간질)이라고 한다.
뇌전증의 원인으로는 임신 중 영양상태, 출산 시 합병증, 두부외상, 독성물질, 뇌 감염증, 종양, 뇌졸중, 뇌의 퇴행성 변화 등이 있지만, 환자의 절반 이상이 특발성, 즉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뇌전증으로 분류된다. 뇌전증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4~10명 정도의 유병률을 보이는 흔한 질환으로 연령별 분포는 U자 곡선 형태를 띤다. 뇌전증 발병률은 영유아기에 가장 높고, 청·장년기에 낮아졌다가 노년기에 다시 높아진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로 70세 이상 노인성 뇌전증의 발생률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뇌전증과 뇌졸중, 치매는 가장 흔한 노인성 신경계 질환이면서 서로 영향을 미치며 다른 질환의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 뇌졸중이나 치매환자의 경우 뇌전증 발생 위험이 정상인보다 10배 이상 높고, 노인성 뇌전증 환자에게서 뇌졸중이나 치매가 나타날 확률은 3배 이상 증가한다.
노인성 뇌전증의 가장 중요한 원인 뇌졸중으로 전체 환자의 40~50%를 차지한다. 노인성 뇌전증의 특징은 몸을 심하게 떠는 발작의 빈도는 적은 비경련 발작이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다만 비경련 발작은 기억력 상실, 인지기능 저하, 혼미한 의식상태 등 치매와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뇌파검사, MRI검사, 대사이상(내과 질환), 중추신경계 염증 검사 등을 통해 진단을 내리고 신속하게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뇌전증 환자의 60~70%는 항뇌전증 약물치료로 발작 없이 생활이 가능하다. 약물로 조절되지 않거나, 뇌전증을 일으키는 병소 위치가 확실하거나, 뇌전증의 원인이 뇌종양이나 뇌혈관기형이라면 수술적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뇌전증을 일으키는 원인 병소가 뇌의 한 부분에 국한될 경우 국소절제술을 고려할 수 있고, 국소절제술이 불가능한 약물 난치성 뇌전증에서는 뇌심부자극술이나 미주신경자극술을 고려할 수 있다. 기존의 수술적 치료가 불가능하거나 수술적 치료 후에도 뇌전증이 계속된다면 최근 시도되고 있는 여러 신경자극술과 감마나이프 시술은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