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기껏 한 운동인의 척추 건강이 운동을 하지 않는 일반인과 차이가 없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그리고 허리에 중립적이거나 좋지 않은 운동이 있다면, 과연 어떤 운동이 과연 허리에 좋다는 것일까? 주변 근육을 키우라는 막연한 이야기는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이러한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선 우선 좋은 자세와 나쁜 자세의 기본 원리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의 신체가 약하다고들 한다. 긴 송곳니나 날카로운 발톱도 없고 두꺼운 가죽이나 강력한 야생의 힘도 없다. 그러나 지능을 제외하고 인류를 야생의 꼭대기에 올려 둔 능력이 있는데, 물건을 멀리 던지는 능력과 오래 달리는 능력이다.
실제로 원시 부족들이 사냥하는 모습을 보면 이러한 능력들을 십분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극단적인 경우 사냥감이 지칠 때까지 사람은 무작정 따라간다. 결국 지친 사냥감은 사람이 다가가서 목적을 달성하는 순간까지 가쁜 숨만 몰아 쉬게 된다. 실제로 야생에서 인간보다 장거리를 잘 달리는 동물은 말 밖에 없다고 하는데, 인간의 신체는 이렇듯 멀리 바라보도록 설계되어 있다. 척추의 바른 자세에 대한 답을 원하면 척추가 잘하도록 설계된 본연의 자세를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허리에 나쁜 자세는 무엇일까? 퇴행성 변화는 관절에 반복적인 비가역적 미세손상이 축적된 결과다. 과연 어떤 자세가 이런 손상을 불러오게 될까?
외상학 교과서에 표로 정리된 내용 중에, ‘비가역적 변화는 관절 가동범위의 끝에서 발생한다’는 내용이 있다. 이를 척추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허리를 돌리거나 꺾게 되는 자세는 위험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하지 말아야 한다’가 아니라 위험하다고 표현한 이유는, 가동범위를 부드럽게 늘리는 것은 유연성 측면에서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항상 기억해야 하는 것은 가동범위의 끝에서 부하가 가해지는 자세가 반복된다면, 척추에는 점차 미세 손상이 축적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무거운 것을 들게 되면 추간판의 압력이 체중의 10배까지도 증가하게 되는데, 허리를 과하게 꺾는 경우 이러한 중량 없이도 추간판 내 압력이 그 못지않게 증가하게 된다.
그렇다면 척추의 중립자세를 유지하면서 척추를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운동은 없는 것일까? 플랭크 운동이나 악어걸음같이 허리 주변 근육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허리 본연에 대해서 말이다. 답은 이미 위에 언급되어 있다. 바로 가벼운 달리기다.
의사들이 전통적으로 가벼운 걷기 정도만 권장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달리기가 추간판을 회복시킨다는 연구가 자주 보고되고 있다. 노화된 추간판은 돌아가지 않는다는 지금까지 정론과는 반대되는 내용이다.
중년 성인 중 꾸준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의 경우 그 기간과 거리에 비례하여 추간판의 높이와 핵질의 건강이 더 좋게 측정된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원리다. 인간의 척추가 가장 잘하도록 만들어진 본연의 자세로, 꺾이지 않은 중립상태에서 하는 운동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급성기 척추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 달리기를 권유하지는 않는다. 한 시간 동안 달리기를 한 직후에는 오히려 추간판 높이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적절한 부담을 견디기 어려운 이런 척추에 필요한 것은 휴식이다.
결국 본인이 언제부터 건강한 운동습관을 가져도 될지는 진료실에서 함께 상담하는 것이 좋겠다. 다음 글에선 대체 어떤 원리로 달리기가 디스크 건강에 좋은지 함께 고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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