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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 항공사상 최대 식중독 사고…

이야기 의학사

울산 의과 대학교/이재담 교수

유일한 사망자는 기내식 조리사

1975년 2월 344명의 승객과 20명의 승무원을 태운 일본항공 소속 보잉 747 전세기가 도쿄를 출발하였다. 비행기는 앵커리지와 코펜하겐을 경유하여 파리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2월 2일 아침 7시 12분, 비행기가 앵커리지 공항에 착륙하자 승무원들이 교대하였고 현지의 업체가 준비한 기내식이 실렸다. 아침 8시 45분, 비행기는 8시간 반 걸릴 예정인 코펜하겐까지의 비행을 위해 다시 이륙하였고 승객들에게 아침 식사가 제공되었다.


덴마크 시각 아침 6시 30분, 코펜하겐 공항에 도착한 일본항공의 승객 중 일부가 구토, 복통, 설사 등의 식중독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였다. 환자는 계속 늘어 수백 명에 이르렀다. 공항은 엄청난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고, 코펜하겐의 위생당국이 총동원되었다.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호소를 의료진에게 통역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142명의 승객과 1명의 승무원이 시내의 병원으로 후송되었고, 나머지는 식중독의 원인이 확정될 때까지 호텔에 임시로 수용되었다.

역학조사 결과 이 식중독은 포도상구균에 의한 것으로, 기내에서의 아침 식사였던 오믈렛 위에 놓였던 두 쪽의 햄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판명되었다. 앵커리지의 조리사 한 사람이 손에 난 가벼운 상처를 보고하지 않았으며, 조리된 음식들이 14시간은 실온에서, 14시간 반 동안은 섭씨 10도에서 방치됐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3도 이하에서는 잘 자라지 못하는 포도상구균이 햄 속에서 증식하며 식중독을 유발하는 독소를 만들어내었던 것이었다.

세계 항공사상 최대로 기록된 이 식중독은 손에 상처가 있는 사람이 음식물을 조리하면 안 된다는 것과 음식을 세균이 자라지 못하는 온도에 보관해야 한다는 초보적인 규칙을 지키지 않은 데서 일어난 사고였다. 불행 중 다행이었던 것은 앵커리지에서 교대한 조종실의 승무원들은 아침을 먹고 탑승하였던 탓에 기내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영국의 의학 잡지 ‘란셋’이 조종을 담당하는 승무원들만큼은 서로 다른 조리사가 만든 식사를 각자 따로 하는 것이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권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환자들은 덴마크 보건당국의 신속하고 적절한 대응에 힘입어 모두 회복되었다. 사건 발생 후 10일째, 상태가 가장 위중했던 52세의 남자환자와 64세의 여자환자가 마지막으로 퇴원하던 날, 앵커리지에서는 일본항공의 기내식 담당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식중독의 유일한 사망자였다.

이재담 울산의대 인문사회의학과 교수
* 본 칼럼의 내용은 헬스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 의학사

의학의 역사를 이야기형식으로 재미있게 소개하는 이재담교수의 의학사 탐방코너

울산 의과 대학교 /이재담 교수
서울대 의과대학
일본 오사카 시립대학 박사
미국 하버드 대학 과학사학교실 방문교수
현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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