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이거 뼈주사 아닌가요?”
“사람들이 그러는데 주사를 자주 맞으면 뼈가 녹는다고 하던데요.”
“저는 스테로이드 주사는 절대로 맞을 생각이 없으니 다른 걸로 치료해주세요.”
“몇년 전에 아픈 부위에 뼈주사를 맞고 나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아픈 부위에도 그 주사를 놔주세요.”
통증 클리닉의 특성상 척추와 관절 통증으로 내원하는 환자들을 치료하는데 여러 가지 주사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진료실에서 종종 듣게 되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말하는 뼈주사란 스테로이드 약물을 사용하는 주사를 말한다. 보통은 주사 약물의 색깔이 흰색이라 ‘우유 주사’, ‘쌀뜨물 주사’ 라고 부르기도 한다. 치료할 때 관절 주변이나 척추의 신경 주변에 주사하기 때문에 뼈에 놓는 것처럼 보여 뼈주사라고 부르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뼈주사는 무조건 나쁜 걸까? 그리고 관절, 척추 통증에 사용하는 주사는 모두 뼈주사일까? 우선 뼈주사라 불리는 스테로이드 약물은 우리 몸의 부신에서 분비되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인공적으로 합성한 것으로 이 호르몬은 우리 몸에서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면역 반응, 탄수화물과 단백질의 대사, 전해질 조절 등의 다양한 생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 약은 주사뿐만 아니라 먹는 약으로도 용량 및 효능에 따라 다양한 약제들이 시중에 나와 있으며 오래 전부터 천식이나 류마티스, 아토피 피부염과 같은 다양한 면역질환, 염증성 질환, 근골격계 질환에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통증 클리닉의 영역에서 스테로이드 주사제는 염증을 억제하고 조직의 부종을 줄이며 통증을 느끼는 신경의 과흥분 상태를 안정화시킴으로써 관절이나 척추 신경 주위의 급성 염증시 통증을 줄이고 회복이 원활하도록 돕는 데 사용되고 있다. 급성 염증은 말하자면 건물에 불이 난 것으로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 같다. 스테로이드 주사제는 화재 초기에 불을 끄는 소화기의 역할을 한다. 즉, 질환의 급성기에 과도한 염증이 생긴 조직이 회복 불가능한 손상을 입기 전에 스테로이드 주사제는 치료제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
그러나 만성화된 염증으로 인한 통증의 경우, 또는 반복적으로 염증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 등에서는 스테로이드 주사를 사용하여 단순히 염증을 줄이거나 증상을 완화시키기보다는 발병 원인과 기전을 좀 더 면밀하게 살펴보고 치료 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스테로이드 약물은 그자체가 나쁜 약이 아니다. 오히려 이 약으로 인해 전에는 치료법이 없어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야 했던 많은 환자들이 회복되고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게 된 고마운 약이다. 그러나 환자의 질병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증상 치료에만 급급한 일부 의사들의 안일함과 본인 질병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그저 안 아프기만 하고 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만 있으면 된다는 환자들의 조급증이 합쳐져서 뼈주사라는 억울한 악명을 얻게 된 것 같다.
아무리 탁월한 약이라도 모든 질병과 상황에 다 효과가 있고 좋은 약일 수는 없다. 또한 통증 클리닉에서 시행하는 주사치료가 오직 스테로이드만 있는 것도 아니다. 환자의 질병이 염증에 의한 것인지 기능 부전에 의한 것인지에 따라, 또 염증이 원인이라면 그것이 급성인지 만성인지에 맞춰서 여러 방향으로 치료를 계획하고 상황에 맞게 다양한 주사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보기에는 같은 주사기에 비슷한 약물이 들어있는 것 같고 매번 같은 자리에 주사를 맞더라도 환자의 상황에 따라 치료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치료하는 의사가 환자의 치료에 대해 더욱 치열하게 고민하고 신중하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환자의 입장에서도 그저 ‘알아서 잘해주겠지’라는 생각에 의사에게 모두 맡기기보다는 자신의 병에 대해 또 진행하는 치료에 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알려고 노력하고, 단순히 치료를 받는 수동적인 입장에 머물기보다는 치료과정에 함께 참여한다는 능동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금 의사가 치료하고 있는 그 몸은 누구의 것도 아닌 바로 나의 소중한 몸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