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국립암센터에서 만성골수성백혈병의 5년 생존율이 15년 전인 2001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발표했다. 2008~2012년의 만성골수성백혈병 5년 생존율은 85.5%나 된다. 많은 문학작품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주인공 사망의 단골 소재였던 '불치병'이 충분히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이 된 것이다.
하지만, 같은 백혈병이라고 해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게 있다.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이다. 백혈병은 만성인지 급성인지, 골수성인지 림프모구성인지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뉘는데,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환자의 절반 이상이 1차 치료에 반응을 보이지 않거나 재발하는데, 이 경우 5년 생존율은 7%에 불과하다.
'급성'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성격이 급하다. 재발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은 3.3개월에 불과할 정도.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이 병이 30~59세에서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취직과 결혼, 출산, 승진 등 왕성한 사회생활을 할 시기에 병이 생기다 보니 경제력의 상실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아예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처음 진단받는 경우 항암치료로 골수에서 백혈병 세포가 발견되지 않는 '완전관해' 상태에 도달할 수 있고, 이후에 항암치료를 지속적으로 받거나 조혈모세포이식을 통해 30~50%의 환자는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치료에 실패한 나머지 절반의 환자는 고강도의 항암치료로 완전관해를 유도한 다음 다시 조혈모세포이식을 한다. 이전 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재발한 환자 중 완전관해에 도달하는 비율은 5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앞으로 의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한다면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도 언젠가는 만성골수성백혈병처럼 관리가 가능한 질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장은 허가 받은 신약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것을 기다려야 한다. 성인 급성림프모구성백혈병은 인내심이 없다. 새로 나온 약으로 병마와 싸워 이기기에는 금전적인 부담이 너무 크다. 17년 넘게 이 힘든 질환과 싸우는 환자들을 옆에서 지켜본 의사 입장에서, 신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가 하루빨리 확정돼 보다 많은 환자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기를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