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인가 제 아이가 감기가 심하게 들어서 입원, 치료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때 바로 옆 병상에는 제 아이보다 한 살 더 많은 아이가 입원해 있었는데 며칠간 입원을 하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아이는 음식물 알레르기 때문에 입원했다고 했습니다. 알레르기 전공자인 저로서는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었지요.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아이가 어릴 때부터 우유, 달걀 등을 먹으면 설사를 하는 등의 문제가 있어서 음식물을 잘 먹지 못하고 그러다 보니 체구도 작아 어머님의 근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런 아이들이 그 병동에 상당히 많이 있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이 알레르기 질환이라는 것이 특히 어린이들에게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느낀 경험이었습니다.
그럼 이런 아이들은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요? 제가 어린이를 주로 보는 의사는 아니기에 어린이의 알레르기 질환에 관해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이번 연재에서 말씀드리려는 내용은 제목에 있는 ‘경구 면역요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음식물 알레르기는 종류도 다양하고 증상도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어서 진단이 쉽지 않습니다. 또한, 치료방법도 원인이 되는 음식물을 피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음식물을 피하기는 쉽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우유나 달걀 등은 빵이나 과자 같은 다른 가공식품에 섞여서 들어있는 경우가 많아 아주 예민하신 분들은 빵이나 과자를 먹고 똑같은 음식물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한편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와 같은 흡입성 항원에 대해서 시행하는 피하 면역요법(피하 주사로 시행하는 면역요법)은 음식물 알레르기에 대해서는 너무 위험해서 추천하지 않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까지 음식물 알레르기를 관리하는 방법은 ‘음식물을 최대한 피하고 못 피할 때에는 증상에 따라서 치료’하는 방법 외에는 추천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십여 년 전부터 주사로 하는 면역요법이 아닌 직접 먹는 면역치료 방법, 즉 경구 면역요법에 대한 연구가 조금씩 발표되기 시작했습니다. 방법은 피하 면역요법과 유사하여 원인이 되는 음식물을 매우 소량부터 먹기 시작해서 조금씩 증량하면서 결국 우리 몸의 ‘면역 관용(=내성)’을 키우는 방법을 이용합니다. 이런 치료방법은 지금껏 작은 규모의 연구에서 그 효과를 입증하던 중에 드디어 작년에 최고 권위의 의학잡지인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음식물 경구 면역요법의 효과에 대한 논문이 발표되기 이르렀습니다.
이 연구의 대상자들은 5~18세의 달걀 알레르기가 있는 55명의 환아로 피검사 결과 달걀에 대한 특이항체의 수치가 높아서 나중에 달걀 알레르기가 저절로 사라질 가능성이 낮은 환아들이었습니다. 특이항체는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는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이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간단히 결과를 말씀드리면 달걀을 이용한 경구 면역요법을 시행한 환아들에게서 10개월째에는 55%에서, 그리고 22개월째에는 75%에서 달걀을 먹어도 더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지 않거나 매우 가벼운 증상만을 보였습니다. 22개월째 경구 면역요법을 중지하고 2개월 후에 다시 검사했을 때 28%에서는 지속적인 치료효과를 보여서 지속적인 효과를 보이는 환아도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치료 중 부작용은 15%의 환아에서 있었지만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은 없었습니다. 이런 결과를 봤을 때 경구 면역요법은 앞으로 음식물 알레르기 치료를 위해서 상당히 유망한 치료가 될 확률이 높겠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음식물 알레르기에 대한 최신의 치료법인 경구 면역요법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경구 면역요법을 시행할 때는 시행 기간 동안 매일매일 원인음식물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고 또 아직은 언제까지 시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해결되지 않은 의문이 많이 남아 있는 치료방법이지만 적어도 원인 음식물을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임에는 분명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 분야에서 이루어져 음식물 알레르기로 고통받는 분들이 많은 도움을 많기를 기원하면서 이번 연재를 마칩니다.
/기고자 : 보라매병원 호흡기내과 양민석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