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과 방송에서 흥미롭게 본 것 중 하나가 '한국인의 성관계 빈도가 세계 최저 수준'이라는 기사이다. 미국계 다국적 제약사인 릴리가 13개국 34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성생활 패턴을 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일주일에 평균 1회의 성관계를 가져 13개국 중에서 가장 빈도가 낮았으며, 이는 세계 평균 주 1.5회에서 훨씬 못 미치는 결과라는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현재 우리나라는 비아그라, 시알리스, 레비트라(야일라), 자이데나, 엠빅스 및 제피드라는 상품명을 가진 총 6가지 종류의 발기부전 치료제가 그야말로 백병전을 치르는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하고 뜨거운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발기부전을 앓고 있을 확률이 다른 나라 국민보다 많고, 그렇게 때문에 관계 횟수가 적은 것일까?
본인의 남성 성기능 분야의 진료경험이나 학술자료 분석에 따르면 그렇지 않다고 단언한다. 우리나라 남성의 특징을 요약하자면 실제 성관계 횟수는 많지 않지만 누구보다도 자신의 성기능에 대한 관심은 높다. 하지만 바쁘다든가, 파트너의 건강문제 등의 이유로 성관계를 즐기는 횟수는 많지 않다. 환자들은 ‘능력이 없어 못하는 것’과 ‘능력은 있지만 안하는 것’의 차이를 분명하게 분간한다. ‘내가 이런저런 이유로 실제 성관계는 안하지만 나는 언제든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란 것이 발기부전 환자들이 오늘도 비뇨기과를 찾아 치료를 받는 제일 큰 목적인 것이다.
어제도 필자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한 달 치 쓴다고 무려 10알을 처방받아 가신 어르신이 계신다. 그러나 필자는 그 어르신이 월 10회 부부관계를 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어르신은 발기부전 치료제를 복용한 후 느끼는 발기력의 회복감, 그리고 아침 발기가 회복되는 것에 더 큰 만족과 자신이 아직 살아있음을 느낀다고 하신다. 이처럼 대한민국 남성에게는 성관계 빈도 못지않게 ‘나는 아지 죽지 않았어’ 라는 자신감을 더욱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근래에는 성관계시에만 복용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매일 복용하는 치료제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박현준 부산대병원 비뇨기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