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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어제부터 밑에 물집이 잡혀요. 너무 아파서 왔어요.”
김씨의 질 입구와 소음순에 수포(물집)들이 자글자글 모여 있었고 몇 개는 이미 터져서 무척 아파 보였다. 성기헤르페스였다.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색시 김씨는 대학 졸업 이후로 열심히 일만 하다 첫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남편에게 성병을 옮은 사실로 심한 배신감에 휩싸였다.
나는 김씨에게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를 처방한 후 성기헤르페스의 자연경과에 대해 설명하고 임신과 분만시에 주의할 사항을 상담해 주었다.
“정우진 (남편의 가명), 너 내가 가만 놔두나 봐라” 김씨는 눈에 눈물을 쏟아내며 이를 빡빡 갈며 말했다.
성기헤르페스는 성기사마귀(콘딜로마)와 함께 흔한 바이러스성 성병 중 하나이다. 타입 1은 주로 입안과 입술에 잘 생기고 구강·성기 성관계에 의해 성기 주변에도 생긴다. 타입 2는 성기헤르페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빈도가 증가 추세이다.
처음 감염이 되면 대부분 증상이 없고 소수에서 전신증상 및 심한 국소 증상이 나타난다. 피부가 부으면서 작은 수포가 집단으로 생기고 1-2주 후 딱지가 앉고 2-4주 후면 자연 치유된다. 1차 감염 후 바이러스는 신경절 내에 숨어 있다가 스트레스, 피로, 외상, 월경, 임신, 자외선 조사, 고열 등의 인자들에 의해 재활성화되어 여러 개의 수포와 궤양 등을 나타낸다.
증상의 치료는 가능하나 헤르페스 감염 자체의 치료는 불가능하다. 성기헤르페스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신생아 헤르페스로서 분만시 감염된 산모의 질 분비물에 의해 발생하며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률이 높다. 특히 임신 말기에 감염된 성기헤르페스가 30~50% 정도로 전염성이 높으므로 임신 말기 동안 감염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만시 모든 임신부에서 성기헤르페스 감염 증상이 있으면 제왕절개를 통한 분만도 고려해야 한다.
성병은 본인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항상 배우자와 자녀의 건강을 위해 성병 예방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특히 성병을 혼자만 치료하면 병을 성파트너에게 옮겨 줬다 다시 받는 역감염이 생기므로 반드시 상대에게 알려 같이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강남성모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입력 : 2004.02.24 10:33 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