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유독 폐로 많이 전이되는 이유

입력 2020.11.09 09:54

서울아산병원 김헌식·최은영 교수팀 연구

왼쪽부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의생명과학교실 김헌식· 최은영 교수, 연세의대 해부학교실 현영민 교수
왼쪽부터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의생명과학교실 김헌식· 최은영 교수, 연세의대 해부학교실 현영민 교수/서울아산병원 제공

암은 일단 전이가 되면 사망 위험이 높아진다. 암 전이는 암과 연관된 사망의 최대 90%를 차지하고 있다. 암 전이가 이뤄지면 치료방법도 제한적이며, 예후도 매우 불량하다. 특히 폐는 모든 암종에서 가장 흔하고 공통적인 전이 장기인데,  암세포의 형질 변이가 빈번해 기존 치료법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최근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연세의대 연구진이 흑색종 쥐 모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폐의 특정 단백질이 결핍되면 폐 염증반응을 활성화시켜 암 전이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의 여러 연구를 통해 암세포 주변의 염증 등 미세환경이 암 전이 형성에 핵심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알려져 있었다. 특히 폐 같은 경우 혈관이 풍부하고 고농도의 산소가 유지돼 전이에 유리한 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추측해왔었지만, 어떤 기전으로 폐와 같은 특정 장기에서 암 전이가 많이 진행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드물었다.

특정 단백질 DEL-1, 전이 억제하는 핵심 유전자 규명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의생명과학교실 김헌식· 최은영 교수팀은 연세의대 해부학교실 현영민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악성종양의 일종인 흑색종을 유도한 쥐 모델의 폐 혈관내피세포에서 주로 발현하는 특정 단백질 DEL-1이 악성종양의 전이 및 항암면역반응에서 전이를 억제하는 중요한 핵심인자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DEL-1단백질을 인위적으로 결핍시킨 쥐의 꼬리정맥으로 흑색종을 주입했다. 그 결과, 쥐의 폐로 선천 면역 역할을 담당하는 세포인 호중구 유입을 촉진시켜 폐전이 병소에 염증반응이 나타나게 되고, 이에 따라 자연살해세포 매개(NK cell) 항암면역반응이 결함돼 악성종양 성장과 전이를 유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팀은 이를 역으로 활용해, 연구진이 DEL-1단백질이 결핍된 쥐 모델의 호중구 세포를 인위적으로 결핍시키거나, 외부에서 조합한 DEL-1단백질을 주입했을 경우 항암면역반응 결핍 반응이 효과적으로 회복되는 것도 밝혀냈다.

또한, DEL-1 단백질은 흑색종 원발암의 생성이나 전체적인 항암면역반응에는 관여하지 않고, 폐에만 특이적으로 작용하여 암 전이와 관련된 국소적인 항암면역반응만을 조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헌식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의생명과학교실 교수는 “이번 연구로 염증에 의한 악성종양 폐 전이를 억제하는 단백질을 발견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며, 이 단백질로 인해 왜 폐가 다른 장기에 비해 전이에 취약한지를 설명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또한 “DEL-1 단백질은 폐와 뇌의 혈관내피세포에 다량으로 발현되는 특징이 있어, 이 단백질 연구를 한 단계 발전시켜 DEL-1단백질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를 개발한다면 폐뿐만 아니라 뇌 등 전이된 악성종양에 새로운 치료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과학협회에서 발행하는 세계적인 권위지 사이언스(Science)의 자매지인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 I.F=13.117)’ 11월호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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