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자 90%는 징후 있어

개그우먼 박지선(36)씨와 박지선씨 엄마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끼고 있다. 타인에게 웃음을 주며 항상 밝은 모습이었다는 그녀가 왜 죽음을 선택했을까?
흔히 누군가가 극단적 선택을 하면 주변에서 "그럴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을 한다. 마치 '충동적'으로 자살을 한 것처럼 생각을 하는데, 그렇지 않다.
전홍진 중앙심리부검센터장(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자의 90%는 '징후'가 있다"며 "길게는 1년 전부터, 짧게는 한 달 전부터 나타난다"고 말했다. 자살 징후는 가까운 사람이라면 알아차릴 수도 있다. 자살 징후를 알아차리면 자살을 예방할 수도 있다.
3가지 자살 징후
첫째 언어적인 징후가 있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유독 죽음에 대해 말을 많이 한다. '내가 죽으면 어떨까' '죽고 싶다' 등등의 말이다. 두번째는 행동적 징후다. 예를 들어 불면, 식욕저하 등을 겪는 것이다. 세번째는 정서적 징후다.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짜증이 많아지며, 과거에 비해 멍한 경우가 많다. 남의 말에 반응이 없고 딴 생각을 많이 한다. 전홍진 센터장은 "특히 고통, 슬픔 등에 지나치게 과몰입한다"며 "자기 생각에 깊게 빠지면셔 감정은 눈덩이처럼 커지게 된다"고 말했다. 결국 죽음으로서 이런 고통이 해결될 것이라는 생각까지 이르게 된다.
죽을까 말까 양가감정 있을 때 잡아줘야
전홍진 센터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죽을까 말까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때 도움을 줘야 한다"며 "죽음에 대한 생각을 벗어나게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럴 때는 “혹시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느냐”라고 직접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고대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준형 교수는 “죽음이란 단어가 갖는 부정적이고 어두운 느낌 때문에 입에 담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죽음에 대한 직접적인 물음은 자살의 위험 요인이라기 보다는 보호 요인이다”고 말했다. 질문을 통해서 본인의 위기에 대해 인식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이런 물음과 함께 자살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적이 있는지, 준비한 적이 있는지 꼭 확인을 해야 한다.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꼭 받게 한다. 가능하면 진료 시 같이 동행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자살은 정신과에서는 ‘응급’
자살 위험이 있다면 입원 치료를 하기도 한다. 자살을 하려는 사람은 대부분 우울증이 동반돼 있다. 치료를 통해서 자살 소망 어디서 기인하는지 탐색을 한다. 상황이나 기분의 문제인지, 환경 변화 욕구인지, 인지 오류에 의한 것인지 등에 대해 탐색을 한 다음에 전문가 개입을 통해 도움을 받는다. 입원을 하면 물리적으로도 자살로부터 안전한 환경이 확보된다.
한편, 박지선씨의 사례처럼 질병이 자살의 원인인 것처럼 추정이 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에 대해 김준형 교수는 “신체 질환이 원인이라기 보다는 동반된 우울증을 생각해야 한다”며 “신체 질환과 함께 정신 질환도 같이 치료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울증 환자의 60~70%가 자살을 생각하고, 15%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다. 특히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에서는 자살 위험이 있으므로 이를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