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지난해 9월 맞선을 통해 알게된 박모(42ㆍ남)씨와 결혼한 김모(35)씨는 11월 혼인신고를 한 뒤 대전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하지만 신혼 초부터 남편 박씨의 행동이 이상했다. 밤마다 잠을 자지 않고 적게는 3∼4회, 많게는 5∼6회까지 성관계를 요구했다. 한 달 반 동안 계속된 성관계로 병원 신세까지 졌지만 남편의 요구는 멈출 줄 몰랐다. 심지어 집안에 있을 때는 옷을 벗고 지내도록 했다.
참다 못한 김씨는 시누이를 다그친 끝에 “10년 전부터 조울증을 앓았고 가족들은 동생의 결혼을 위해 이를 숨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올 3월 혼인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박씨와 시어머니(73)에게는 각각 2000만원, 3000만원의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다. 대전지법 가사단독(재판장 이동연)은 “부부생활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으므로 혼인 취소 사유에 해당한다”며 박씨에 대해 위자료 2000만원을 함께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박씨의 경우가 ‘섹스 중독증’의 전형적인 사례 중 하나라고 말한다. 섹스 중독증은 주로 섹스를 통해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려는 것으로, 성충동을 참지 못해 섹스에 강박적으로 매달리는 증상을 말한다. 알코올, 도박, 마약, 인터넷, 사이버섹스 등의 중독과 마찬가지로 집착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고, 갑작스럽게 중단하면 금단(禁斷)증상이 나타난다.
이는 1983년 미국의 정신과 의사 패트릭 캐론스가 ‘어둠 밖으로’란 책에서 처음 선보인 용어로, ‘성욕 과잉증’ ‘성적 강박증’ ‘님포매니아(nymphomania)’ 등으로도 불린다. 섹스 중독증이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바로 전 미국 대통령인 클린턴과 르윈스키의 스캔들 때문이었다. 전문가들은 당시 클린턴의 증세를 섹스 중독증이라고 진단했다.
-
-
-
-
"왕따" "학원폭력" 등 이제는 범죄로 취급될 정도로 무서워지고 있는 아이들 문제.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 속에서 아이들을 모두 "피해자"로 보고 있다. 바로 공부 일등만을 손꼽는 우리 엄마들의 잘못된 인성교육 기반이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박한 세상에 발을 내딛는 아이를 위해 엄마가 꼭 가르쳐야 하는 교육에는 무엇이 있는지 짚어보자.
아이의 낯설음을 극복시킨다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보호받고 싶어하는 본능이 큰데, 바깥 세계로 나갈 때 이런 갈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낯설음이 두려움이 되어 새로운 환경에 처했을 때 불안해하게 된다. 따라서 소극적이고 남들과의 관계에 나서지 못해서 스스로 왕따가 되거나 다른 아이들과 다른 모습을 보여서 왕따를 당하게 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이렇게 낯을 잘 가리게 되면 아이들은 내성적이다 못해 심하게는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특히 요즘은 외동아이가 늘고 있기 때문에 낯가림을 하는 아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렇게 아이가 낯을 가리거나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불안감이 클 때는 엄마가 아이를 이해하고 격려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놀이방이나 학교에 가서 적응하지 못하고 매일 울고 집에 들어온다거나 가기 싫어한다고 해서 무조건 야단을 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싫다고 할 때는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아이가 원하는 대로 놀이방이나 학교를 보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우선은 아이의 의견이 수용되고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고개를 끄덕여주어야 한다. 단 하루를 보내지 않더라도 아이로 하여금 부모가 자기편에서 이해를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 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올바른 감정 전달법을 알게 한다
아이가 놀이방이나 학교에 가면 엄마들이 맨 처음 하는 걱정이 "친구들과 싸움이나 하지 않을까"이다. 물론 이겼다고 좋아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친구들과의 사소하고 잦은 싸움은 아이를 대인관계 및 자기 표현에 익숙지 않은 사람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사회에 발돋움하는 아이에게 가장 먼저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감정을 모두 그대로 전달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누그러뜨려야 하는 감정은 절제하고, 표현해야 하는 사고는 어떻게 전달하는 것이 좋을지 배워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부모의 일관된 육아 태도다. 다소 감정적으로 아이에게 대하는 부모가많은데 기분이 좋을 때는 모든 것이 용서되고 기분이 나쁠 때는 모든 것이 안 되는 경우가 가장 흔한 예다. 하지만 이렇게 부모의 감정을 모두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에게 일관된 태도로 규칙을 정해 그 범위 내에서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좋다. 또 부모가 아이와 대화를 자주 나누는 것이 좋은데, 아이는 부모와의 대화 속에서 기술을 배우기 때문이다. 아이가 대화를 할 때 미소짓기, 상대의 시선 응시하기, 남의 말을 먼저 끝까지 들어주기 등 사회적인 기술을 알 수 있게 하고 남의 의견이 무조건 잘못되었다기보다 자신의 생각이 어떻다는 것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한다.
아이의 개성을 인정한다
사회 속에서 드러나는 아이의 인성은 이미 집안에서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아이의 최초 인간관계가 되는 엄마 아빠가 아이에게 하는 행동은 그만큼 중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 엄마 아빠들이 가장 실수를 많이 하는 부분이 아이의 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천편일률적인 룰에 맞추어 아이의 마음을 흔들어 놓기 때문에 아이는 그런 룰에 익숙해지게 되고 사회에 나가서도 친구들에게 똑같은 것을 강요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와 약간 다른 사고를 하거나 행동을 하게 되면 이상한 친구로 취급을 하거나 싸움이 일어나는 결과를 만든다. 따라서 엄마 아빠가 아이의 개성을 인정해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아이가 어리다고 무조건 강요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어떤 생각을 갖는지, 그 생각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판단을 객관적으로 해야 한다. 물론 나쁜 습관을 고쳐야 하지만 사고의 차이나 행동의 차이라면 엄마 아빠가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존중해주어야 아이도 자신과 다른 사고와 행동을 가진 친구를 존중해줄 수 있게 된다.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아이이건 어른이건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하지 않으면 남과의 관계도 제대로 이뤄나가기 힘들다. 특히 학교라는 큰 사회 속에 갑작스레 맞닥뜨리는 아이들의 경우 자신의 세계가 뚜렷하지 않을수록 발생하는 문제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해 귀를 기울이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훈련을 시켜야 한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좋은 방법은 일기 쓰기다. 아이가 일기를 쓰면서 자기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또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엄마가 아이의 생각과 행동을 미리 판단해서 일러주면 안 된다.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 스스로 깨달을 수 있도록 일기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을 하게 한다. 학원을 보내더라도 단순히 영어 학원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운동,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에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아이가 잘하는 분야를 찾도록 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에게 3세 이전에 남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키워주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남을 배려할 줄 아는 마음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은 친구에게 폭력을 휘두르게 되고 왕따를 시키면서 남을 괴롭히기 때문이다. 또 이런 마음은 친구들에게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똑같이 표현되어 부모에게 반항을 하거나 형제에게 화를 내고 싸움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왕따를 경험하고 또 왕따를 시키는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보면 누군가에게 왕따를 당하지 않기 위해 남을 왕따 시키는 "이기주의"적인 사고에 의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운다면 친구와 친해지는 방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는 것과 동시에 대인관계에 있어 성공적인 모습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게 한다.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가장 저지르기 쉬운 실수는 상황에 대한 판단이다. 물론 아직 어리기 때문에 모르는 범위가 많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이 없어서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분별력을 키우는 교육을 받지 못해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외동아이로 키우거나 이기주의적인 성향으로 키워서 어떤 상황에 놓였을 때 자기 중심적인 사고를 하기 때문에 분별력 없이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아이가 객관적인 판단을 잘할 수 있도록 분별력을 키워주는 것이 좋은데, 우선 아이가 부모와 떨어져 친구들이나 또래집단에서 지내는 시간이 있어야 한다.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부모가 없이 혼자 집단에 소속되었을 때 행동하지 말아야 하는 것, 말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또 도덕적인 것을 알게 할 수 있도록 심부름을 자주 시켜서 스스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독립성을 키워준다
전문가들은 요즘 엄마들의 엇나간 육아가 아이들을 점점 소극적이거나 혹은 과격하게 키운다고 말한다. 무조건 아이를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을 찾는 엄마들의 마음은 갸륵하지만, 결국 그런 행동들은 아이를 위해서가 아니라 엄마를 위해서 하는 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의 나이가 어려도 최소한의 독립적인 성향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친구를 사귈 때도 엄마가 허락하는 친구를 사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친구를 만들고 사귀어 나가는 것. 또 공부를 할 때도 엄마가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재미를 느끼고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엄마의 도움은 아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선에서만 그쳐야 한다. 따라서 아이가 스스로 깨닫기 시작하면 엄마는 아이의 행동을 한 발자국 물러서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아이의 독립심은 작게는 혼자서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거나 하는 일부터 크게는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것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엄마들은 아이의 독립심을 자칫 고집을 부린다거나 엄마 말을 안 듣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기 때문에 아이의 독립적인 성향이 무엇인지 잘 판단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tip
아이의 낯설음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릴 때부터 또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 무작정 적응시키려고 들기보다는 미리 엄마와 함께 연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취학 전 아동이라면 입학할 학교를 자주 둘러본다거나, 유치원을 옮긴다면 옮기기 전 며칠은 엄마와 함께 방문해서 친구들도 미리 만날 수 있게 해준다.
tip
아이가 기분에 따라 몹시 흥분해서 말하거나 자주 짜증을 부린다면 작은 쪽지를 이용하게 해본다. 종이에 글씨를 쓰면서 자신의 감정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자신이 표현할 말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게 한다. 또 동화구연이나 책읽기도 말하기를 능숙하게 하는 연습방법이 될 수 있다.
tip
아이가 남을 배려할 줄 알게 하려면 우선 아이 앞에서 부부싸움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부부싸움을 하다보면 자신의 주장만 내세우거나 상대방을 헐뜯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을 보여주기 쉽다. 따라서 아이는 그런 성향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남을 배려하는 아이로 키우려면 역할놀이나 인형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는 것이 좋은데, 놀이를 통해 상대방의 기분이나 위치, 상황 등을 자연스럽게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성조선 진행 이수진)
-
한국인들은 꾸준히 운동을 하는 사람일수록 의료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주 2회 이하로 운동하는 사람들보다 주 5회 이상 운동을 많이 하는 사람들 중에 고혈압, 당뇨 등 만성질환자들이 더 많았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건강을 잃고 나서야 뒤늦게 운동을 시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운동을 하면 건강해지고, 건강하니까 의료비 지출은 줄어든다’는 상식을 완전히 깨버린 이 결과는 연세대 간호대학 이정렬 교수팀이 보건복지부에서 3년마다 실시하는 ‘국민건강·영양조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비 지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밝혀졌다.
이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인들은 여자보다 남자가, 그리고 연령·학력·소득이 높을수록 운동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영양조사 대상자 중 관련 정보가 공개된 20세에서 64세 사이 9170명(남 4241, 여 4929)을 분석한 결과 ‘운동을 꾸준히 한다’고 밝힌 사람이 여자 23.3%, 남자 32.5% 였으며, 대학 졸업자가 초등학교 졸업자보다 약 2배 더 많은 33.8%, 소득면에서는 생활비로 월 200만원 이상 지출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10% 정도 더 높았다.
이 중 다른 선진국들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나이가 많은 사람들의 운동 횟수가 젊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다는 점이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이 20∼34세에서는 24.6%인 반면, 45∼54세에서는 31.1%로 나타났다. 그리고 55∼64세에서도 꾸준히 운동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20∼34세에서 보다 높은 28.5%였다.
또한 주 5회 이상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주 2회 이하로 운동을 하는 사람들보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등 만성질환에 걸린 사람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
유방암 가족력이 있는 우리나라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유방암 발생 위험이 9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간호대 이정렬 교수팀이 최근 6개월 이내에 유방암 판정을 받은 여성 271명과 건강검진에서 정상으로 확인된 여성 310명을 직접 면담하여 비교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대표적인 위험 인자는 6가지로 ▲가족력(어머니나 자매 중 유방암 환자가 있는 경우) ▲유방질환 경험 ▲모유 수유 경험 없음 ▲자녀 출산 2명 이하 ▲매주 한 번 이상 육류 섭취 ▲40~59세의 나이 등이 꼽혔다.
그중 유방암 발생과 연관성이 가장 높은 것은 ‘가족력’으로, 가족력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9배 더 유방암 발병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는 지금껏 학계에 보고된 유방암 14가지 위험 인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 나머지 8가지 위험 요인, 즉 흡연, 음주, 비만, 경구용 피임약 복용, 낙태, 초산 연령, 초경 연령, 호르몬제 복용 등은 유방암 발생 위험과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6가지 인자의 상대적 위험도를 점수로 표시, 발병 위험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항목일수록 높은 점수를 배정했다.
이정렬 교수는 “각 항목 해당 여부를 확인해 합산한 점수가 70점을 넘으면 발병 확률이 매우 높은 경우”라며 “이런 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유방암 예방 교육과 검진을 실시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유방암 발병을 줄이거나, 혹 발병하더라도 조기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
사람의 심리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지난 16일부터 서울서 개최되고 있는 아시아 건강심리학 학술대회에선 현대인의 건강과 질병 치료에는 전통적 생물학적 원인 외에 심리적, 사회적, 영적(靈的) 요인들이 두루 고려돼야 한다는 연구결과들이 쏟아졌다.
미국 텍사스 대학의 제임스 페너베이커 교수는 ‘정서적 자기 노출과 건강’이란 특별 강연을 통해 갑작스런 실업이나 가족의 사망, 성폭행 같은 극심한 정신적 충격은 우울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같은 정신적 질환뿐 아니라 각종 감염질환과 심혈관질환의 원인이 되기도 하는데, 이때 자신이 받은 정신적 충격을 글로 표현하면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정신적 충격으로 몸과 마음에 병이 생긴 사람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 닷새 동안 매일 15~30분씩 자신의 충격을 글로 표현하게 한 결과 이들은 글을 쓰지 않은 그룹에 비해 그 후 6개월간 병원을 찾는 빈도가 반으로 줄었으며, 재취업을 3배 정도 많이 했으며, 혈액 검사 결과 면역세포의 수도 훨씬 증가해 있었다고 페너베이커 교수는 밝혔다.
글을 쓴 직후엔 더 큰 슬픔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이런 슬픔은 통상 한 시간, 길어야 하루 정도 만에 사라지고 대부분의 사람은 6개월 정도 안도감이나 만족감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미국 듀크 대학의 레드퍼드 윌리엄스 교수는 ‘심혈관질환의 심리사회적 위험요인’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적개심, 우울증, 사회적 격리감, 낮은 사회적 지위, 과로, 스트레스 등이 심혈관질환의 발병률을 높이며, 병 발생시 예후도 훨씬 나빠진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적개심이 강한 사람이나 사회적 지위가 낮은 사람 등은 혈액검사나 내분비 검사 결과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윌리엄스 교수는 이들에게 생활습관을 개선시키고 심리 상담을 하면 심혈관질환의 위험성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
아테네 올림픽의 열기로 잠 못 이루는 ‘올빼미족’이 늘고 있다. 아테네와 우리나라의 시차(우리나라가 7시간 빠르다) 때문에 주요 경기 중계 시간이 자정을 훌쩍 넘기다 보니 밤새 경기를 지켜보고 다음날에는 벌건 눈을 비비며 졸기가 일쑤다.
이른바 ‘올림픽 폐인’ 현상이다. 녹화가 아닌 생중계를 봐야 제 맛인 올림픽 팬들에게 피로를 최소화하면서 올림픽 즐기는 법을 소개한다.
■ 차라리 수면 시간을 바꿔라
축구를 안 보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 그래서 오전 2∼4시쯤 하는 경기 중계를 꼭 봐야 하는 일이 반복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수면 시간을 조절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면 저녁 9시부터 오전 2시 경기 시작 전까지 5시간 정도 미리 자고 경기가 끝난 뒤 한두 시간 더 자거나 아예 일어나는 시간표에 맞춰 본다.
잠이 부족해 낮에 너무 졸리면 30분 이내로 눈을 붙이면 된다. 이런 ‘깜박 잠’도 일정한 시간을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아무리 밤잠을 설쳤더라도 평소 기상 시각에 일어나고, 피곤하면 낮잠을 짧게 자거나 초저녁에 잠깐 자는 방식도 괜찮다.
■ 눈을 아껴라
TV를 볼 때는 소파에 허리를 깊숙하게 붙이고 윗몸에 힘을 뺀 상태가 가장 좋다. 피로를 줄이려면 1시간에 한 번씩 스트레칭을 해 근육이 뭉치는 것을 방지하도록 한다.
눈의 피로를 막기 위해서는 2m 이상 떨어져서, TV를 눈높이보다 약간 아래에 두고 시청하면 안구건조증 등을 줄이는 데 좋다. 30분에 한 번 정도 혹은 광고가 나올 때마나 멀리 창밖을 보거나 안구 운동을 하면 좋다.
▲ 아테네 올림픽 중계 방송을 보기 위해 새벽녘까지 불을 켜놓은 아파트촌 모습. 수면 리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새벽 경기 전에 먼저 잠은 잤다 일어난 후, 낮잠을 30분 잘 것을 권장한다./ 조인원기자■ 밤에는 음식 피해야
잠이 부족하면 입맛이 없어 식사를 거르게 되고, 배가 고파지면 때와 상관없이 먹는 불규칙한 식생활을 초래하기 쉽다. 또한 밤에 TV를 보면서 스낵이나 과자 등을 먹으면 살이 찌기 쉽고, 기능성 위장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어 부담스러운 밤참은 먹지 않는 것이 좋다.
정 배가 고프면 당분을 보충해 줄 과일 정도가 좋다. 또 생체리듬이 불규칙해져 신체적 스트레스가 쌓이는 시기에 음주·흡연은 평상시보다 컨디션을 많이 악화시키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
■ 카페인은 도움이 안 된다
낮에 졸음을 이기려고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면 탈수, 식욕저하, 인위적 각성 등을 일으켜 몸의 컨디션을 더 악화시킨다. 머리가 멍하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산책을 하는 등 몸을 움직여주면 훨씬 좋아진다.
■ 도움말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교수, 을지대병원 정신과 정범석 교수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
여름휴가가 마무리되고 있다. 휴가는 산과 바다에서 스트레스를 풀고 재충전의 기회가 되기도 하지만, 자칫하면 크고 작은 후유증을 남긴다. 휴가 후 흔한 증상과 대처법을 알아본다.
피부 손상
뜨거운 햇빛으로 피부에 문제가 생기면 무리하게 마사지를 하지 말고 일단 물을 많이 마신다. 물집에는 얼음 찜질이 좋다. 강한 자외선은 잡티와 기미, 주근깨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피부의 탄력성을 유지하는 콜라겐과 엘라스틴이란 탄력소를 위축시켜 잔주름을 만든다. 땀을 많이 흘려도 피부에 피로가 누적되고, 각질화가 진행돼 피부노화도 빨라진다.
◆ 일광 화상: 일광욕이 지나치면 피부가 따갑고 심하면 물집도 생긴다.먼저 찬 물수건이나 얼음,또는 차가운 우유로 피부를 진정시킨다. 그 다음 소염 화장수를 냉장고에 넣어 차갑게 한 후 거즈 등에 묻혀 화끈거리는 부위에 3분쯤 올려놓아 열기를 식혀주면 좋다. 피부 껍질이 일어날 때는 일부러 벗기지 말고 자연스레 벗겨지도록 한다.
◆ 기미,주근깨,잡티: 태양에 의한 피부 흑화현상은 특별한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탈색된다. 땀을 많이 흘려 수분이 부족해진 피부를 위해 하루 7~8잔의 물을 마셔 수분을 충분히 공급해주는 것이 좋다.
◆ 고열 =여행에서 돌아온 후 사람에 따라서는 2~3일간 가벼운 열이 나는 수가 있다. 이유는 대부분 승용차나 비행기 안에서 오래 쐰 에어컨 바람에 의한 여름감기 때문. 기침이나 인후통이 나타날 수 있고, 어린이들은 열만 나기도 한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나 열대 아프리카, 또는 국내에서도 경기 북부, 강원도 일부지역을 여행한 후에 고열, 오한, 두통, 관절통이 생기면 말라리아에 걸린 것은 아닌지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말라리아 예방약을 먹는 사람들은 귀국 후에도 한달간은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한다. 오래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건강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 설사 =휴가후유증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급성복통, 설사, 구토를 동반하는 급성장염과 바이러스성 장염이다. 대개 설사가 멎을 때까지 유제품을 피하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며칠내에 저절로 낫는다. 다만 다음과 같은 증세가 있을 때는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소변량이 현격하게 줄 정도로 탈수가 심할 때 ▲고열·오한을 동반할 때 ▲설사에 점액이나 피가 섞여 나올 때 ▲ 어패류를 먹고 12시간~3일 후 다리에 출혈, 수포가 형성될 때(비브리오 패혈증 의심)
◆ 눈병 =수영장에서 감염되기 쉬운 유행성 눈병은 세균성이 아닌 바이러스 질환이 대부분.따라서 특별한 치료약이 없으며 보통 7~10일쯤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가족 중에 눈병환자가 생기면 세면도구, 수건 따로 쓰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지켜야 옮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세균성 결막염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한 눈병도 있다.
◆ 귓병 =여름에 많이 생기는 귓병은 대부분 세균 감염에 인한 외이도염으로 귓속 외이도 점막이 붓고 진물이 흐른다. 항생제 연고를 바르고 약도 복용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처방이 필요하다. 또 벌레가 귀에 들어가는 일도 드물지 않게 있다. 고막에 이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귓속에 올리브유, 알콜, 글리세린을 넣어주는 응급조치로 벌레를 죽일 수 있으나, 죽은 벌레는 반드시 병원에서 꺼내야 한다.
◆ 수면장애 =휴가 후에는 수면장애나 피로, 입술에 물집이 잡히는 구순염 등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사람은 수면과 각성주기, 호르몬 분비주기 같은 생체리듬이 일정하게 유지돼야 하는데 바캉스기간 동안 과도한 활동으로 생활주기가 흐트러져 생체리듬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피서지에서 밤늦도록 놀다가 낮에 잠을 자는 생활을 반복하게 되면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호르몬 분비 주기가 흐트러질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면역기능도 떨어져 평소 체내에 잠재해 있던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활성화돼 입술 주위에 물집이 잡히는 구순염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를 막으려면 휴가 일정을 조금 앞당겨 출근 전 1~2일은 집에서 쉬면서 완충기간을 두도록 한다. 또 피서 후 적어도 3~4일간은 자명종 등을 이용해 아침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일찍 자는 것 못지않게 효과적이다
-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세월은 머리털을 가져가는 대신 지혜를 주도다”라고 갈파하며 탈모의 고통을 지적인 보상으로 대신하려고 했다. 그러나 지혜를 얻기 위해 머리털이 사라져야 한다면 너무나도 큰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닐까. 지혜가 가득한 사람이라면 적극적으로 머리카락을 관리하고 치료하는 것도 좋은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흔히 탈모하면 40ㆍ50대 남성의 고민거리 정도로만 여겨왔지만 요즘은 20ㆍ30대 탈모환자가 증가하고 있다. 여성 탈모가 증가하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이처럼 젊은층의 탈모가 증가하는 것은 스트레스 증가와 식생활 변화에 따른 각종 호르몬 분비에 이상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여성 탈모의 경우 다이어트에 대한 강박관념으로 영양부족 상태가 심각하며 염색, 퍼머, 드라이 등이 주요한 원인이다.
젊은층과 여성 탈모가 증가한다는 것은 탈모가 반드시 유전적인 요인 외에 후천적인 요인들도 무시 못할 정도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유전적인 요인은 현대 의학으로는 미제의 과제로 남아있지만 후천적인 요인에서 발생하는 초기 탈모 현상은 적극적인 치료를 시도해 보는 것이 좋다.
▲ 탈모증세가 있는 사람들이 모발관리업체 트리카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잦은 퍼머, 염색 피해야
한방에서는 탈모를 유풍(油風), 반독(斑禿)이라고 한다. 한방에서 볼 때 탈모의 가장 큰 원인으로 기혈순환의 부조화나 상충(上衝)하는 열을 지목하고 있으며, 신장, 간장, 비장, 습열(濕熱), 어혈(瘀血) 등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 특히 신장과 간장이 약할 경우, 모근이 약해져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부서지기도 하며 탈모가 쉽게 일어난다. 또한 습열(두피의 염증성 변화를 동반하여 지루성 피부염을 앓기 쉽다)이나 어혈(혈액순환 장애나 두피의 울혈현상)은 두피의 혈액순환을 방해하고 두피를 변성시켜 모근을 약하게 하고 두피를 가렵게 한다.
최근 한방에서 시도되는 탈모치료법은 복합적이다. 극소량의 약물을 직접 피부에 주입시키는 약침과 목과 어깨 부위의 긴장을 풀어주어 두피로의 기혈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추나요법, 두피의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신진대사를 촉진시켜주는 자락요법이 많이 시행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탈모와 관련된 몇몇 영양소를 보충시켜주는 영양보충 요법과 두피와 모발을 청결하게 해주고 모근을 자극하여 성장을 촉진시키며 혈액순환을 촉진시켜주는 두피모발클렌징프로그램을 적용하면서 치료율이 높아지고 있다.
탈모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잦은 퍼머, 염색을 피하고 화학자극이 적은 헤어제품을 사용하며 두피를 청결하게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 지나친 스트레스는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지루성피부염이 있을 경우에는 치료를 해야만 탈모를 예방할 수 있다. 먹는 음식도 중요하다. 영양학적으로는 각종 비타민, 미네랄, 아미노산, 오메가3지방산 등이 탈모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따라서 고지방 음식은 피하는 게 좋으며 특히 가공식품이나 튀긴 음식은 좋지 않고, 야채와 단백질이 풍부한 콩류, 등푸른생선을 즐겨 먹어야 한다. 필요할 경우에는 영양 보충제를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 된다.
마지막으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면서 빠지는 양이 증가한다면 이는 탈모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결코 방심해서는 안된다. 다른 질병과 마찬가지로 탈모도 초기 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탈모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한다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머리카락이 굵어지고 숱이 증가하는 효과도 볼 수 있다.
-
“나이 서른에 머리카락 3분의1이 사라졌는데 돈이 문제가 아니죠. 지금까지 머리에 들어 간 돈만 해도 1000만원은 족히 넘을 겁니다. 아직 제대로 된 약이 없어서 그렇지 머리카락을 다시 돋게 하는 약만 나온다면 1억원 정도는 선뜻 내놓을 사람도 적지 않을 겁니다.”
대학 입학 때부터 탈모에 시달려 온 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들어 모발관리 업체에 회원으로 등록했다. 4개월에 380여만원. 원래는 월 100만원 정도이지만 4개월을 계약하고 할인 받은 금액이다. 발모에 좋다는 전자빗(30만원)과 탈모 방지 샴푸와 린스(6만원)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머리카락에만 매달 급여의 3분의 1 이상을 투자하고 있는 셈이다. 김씨는 “가발 쓰고 여자를 속여가면서 결혼할 수는 없지 않느냐”면서 “내가 장가만 갔어도 이렇게 돈을 쏟아붓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0~30대 젊은층의 탈모 인구가 늘어나면서 한국의 탈모 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탈모가 중장년 남성들만의 문제였지만, 탈모 연령대가 내려가면서 상황이 심각해졌기 때문이다. 모발관리 업체인 트리카의 조중원 사장은 “탈모 관리를 위해 찾는 고객들 중 60% 정도가 20~30대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젊은 탈모 환자들이 치료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그만큼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크기 때문이다. 대머리들이 가장 좌절을 많이 느끼는 것은 이성교제. 대머리는 결혼정보 업체에서도 사실상 기피인물이다. A 결혼정보회사의 관계자는 “머리숱이 적은 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지만, 겉보기에도 탈모가 너무 심한 경우에는 회원 가입을 받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여성들이 대머리 남성은 기피하기 때문에 우리 회사의 신뢰도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말했다.
모발관리 업체 고객 60%가 20~30대
그렇다고 여성들이 탈모의 위험에서 벗어나 있는 것은 아니다. 청년 탈모와 함께 여성의 탈모가 증가한 것도 최근의 추세. 헬스메카 한의원 이문원 원장은 “여성들의 경우 출산 후 탈모나, 스트레스나 다이어트로 인한 탈모가 증가하고 있어 최근 치료를 받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모발관리 업체와 가발 업체에서도 여성 탈모 고객을 위한 제품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 탈모의 경우 머리 전반의 숱이 줄어드는 것이 특징. 모발관리 업체 트리카의 이진명 대리는 “여성들은 남성에 비해 탈모 정도는 덜하지만 외모에 대한 관심은 오히려 더 높기 때문에 고객 비중에서 볼 때 30%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증가했다”고 말했다.
취업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박모(34)씨는 20대 초반부터 탈모가 시작돼 대학을 졸업할 무렵 앞머리의 절반 가까이 숱이 줄어들었다. 문제는 취업 면접에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박씨는 “면접 때마다 면접관이 ‘자네 진짜 28살 맞냐’며 실실 웃으면서 물어 보는데 면접 장소가 아니었다면 욕이라도 한마디 해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졸업하던 해 취업에 실패했지만 이듬해 봄 가발을 착용한 상태에서 면접을 치르고 취업에 성공했다. 박씨는 “지금까지도 탈모 때문에 취업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결과적으로 볼 때 가발을 쓰고 나서 취업에 성공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탈모가 심한 20~30대의 고민은 보통사람의 상상을 초월한다. 인터넷 다음카페에 개설돼 있는 대사모(대머리사랑모임. http://cafe. daum.net/baldhead)의 게시판에서는 탈모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심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23살이란 젊은 나이에,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그리 많이 저질렀기에, 이런 쓰디쓴 고통을 주는 건지….”
“과연 어떤 직장을 구할 수 있을까요. 너무 힘이 듭니다. 다 떨어지고….”
“거울 볼 때마다 죽고 싶다. 삶의 의미가 없다. 내가 왜 사는지도 모르겠다.”
한때 사회적 문제가 됐던 ‘동반자살 사이트’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절망적인 심정을 표현한 글들을 이 게시판에서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회사원 이모(31)씨도 지난해 8월 머리 오른쪽에서 원형탈모가 발견돼 이 카페에 가입했다. 이씨는 “주변에서 머리가 빠져 걱정하는 친구를 보면 ‘정력 좋겠다’면서 농담을 건네기도 했는데 막상 내 머리에 구멍이 나니까 겁이 덜컥 나더라”면서 “다른 사람들은 내 고민을 장난삼아 듣는데 이 카페에서는 내 심정이 어떤지 다 이해해 주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씨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원형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별의별 방법을 다 동원했다. 발모에 좋다는 샴푸도 사용했고, 물구나무를 서면 혈액순환이 좋아져 탈모 방지에 좋다는 소리를 듣고 매일 밤 10분씩 거꾸로 서 있었다. 나중에는 애완견용 피부약이 원형탈모에 효과적이라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듣고 하루에 두 번씩 바르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돌아다니는 정보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다.
“예전에는 인터넷 카페에서 대머리 관련 서비스나 상품에 대한 객관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었는데 요즘은 좀 믿기 힘들죠. 웹 사이트가 유명해지다 보니 업체 사람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은근히 자사 제품을 선전하고 다른 회사 제품은 깎아내리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더군요.”
이처럼 탈모는 당사자에게는 심각한 문제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웃음거리’에 불과했다. 탈모 치료도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열악했다. 정체불명의 중국 발모제가 입소문을 타고 최고의 ‘명약’으로 인정을 받았다. 탈모 치료 방법 역시 미장원, 이발소에서 귀동냥하는 수준이었다.
▲ 모발이식 전문 병원인 "털털 피부과" 황성주 원장이 환자들의 탈모 상태를 설명하고 있다.백인 남자 탈모율 45%… 동양인은 25~30%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상황이 바뀌었다. 전문 탈모 방지 샴푸, 헤어토너 등의 제품은 물론 본격적인 두발관리센터, 약물 치료, 한방 치료를 찾는 인구가 늘었다. 또한 1990년대 후반부터 밀란, 하이모 등을 중심으로 전문 맞춤가발이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다. 또한 탈모가 심한 경우 가발이나 모발이식를 받는 사람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탈모 시장에 또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곳은 병원. 양방, 한방에 관계없이 탈모 치료가 병원의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오르자 탈모 전문병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국 탈모 환자의 수는 약 340만명. 하지만 탈모 비율은 외국에 비해 높지 않다. 백인의 경우 남자성인의 탈모 비율이 45% 가량이고, 흑인도 40% 정도에 이른다. 그러나 동양인의 경우에는 25~30%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모 시장이 팽창하는 것은 대머리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한몫하고 있다. 여기에 ‘대머리는 공짜는 좋아한다’ ‘대머리는 늙어 보인다’는 것은 대머리에 대한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편견. 여전히 TV드라마나 코미디에서는 대머리가 ‘웃기는’ 역할만 맡을 뿐 대머리 스타일의 ‘재벌2세’는 없다.
이에 따라 당사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도 크다. 2002년 한국리서치와 세계적인 조사기관인 PSL이 실시한 ‘20·30대 남성의 탈모에 대한 인식조사’에서는 한국인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더 탈모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대머리는 ‘나이들어 보인다’거나 ‘신체적으로 덜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외국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다고 밝혀졌다. 게다가 머리카락 한 올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깎아버리는 대머리 스타일을 한국에서는 연예인이 아니라면 흉내내기 힘들다.
업계에서는 모발 관리 서비스, 탈모 방지 약, 가발 산업 등을 합하면 지난해 국내 탈모 시장 규모는 4000억원에 달했고, 올해는 병원과 미용실도 탈모 시장에 가세를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배 가량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평생의 한” 노인 모발이식도
일본의 경우 시장 규모가 이미 700억엔을 넘어섰다고 알려졌다. 탈모 관련 의약품 개발에 있어서 가장 발달해 있는 미국 시장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탈모 인구는 6000만명 이상(남성 4000만, 여성 2000만).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미국 FDA의 공인을 받은 탈모치료제)의 경우 2003년 한 해 미국에서만 1억달러어치 이상이 팔려나갔다. 모발이식 수술도 급격히 늘어 작년 한 해 미국에서 2만9000건의 시술(가격으로 환산할 경우 3억달러 이상)이 행해졌다.
중장년층 역시 탈모 시장의 고정고객. 특히 수십 년간 진행된 탈모 때문에 모근이 완전히 사라진 중장년층은 모발이식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모발이식 전문병원인 털털피부과 황성주 원장은 지난해 당혹스러운 일을 경험했다.
“나이가 70대 중반인 할아버지가 머리를 심겠다고 병원을 찾아왔길래 ‘구태여 머리를 옮겨 심을 이유가 없을 것 같다’고 했죠. 그랬더니 그 할아버지가 ‘머리카락 없는 게 평생의 한이었다. 이제 돈 좀 벌어 수술하겠다는데 왜 당신이 수술을 하라마라 하느냐’고 타박을 놓는 겁니다.”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결국 탈모가 희화의 대상에서 새로운 수익모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탈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수록 지갑을 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가발 업체 밀란의 하응수 사장은 “우리 사회에서 탈모가 일종의 질병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이 탈모 시장이 팽창하게 된 이유”라고 평가했다.
( 주간조선 기자 yep249@chosun.com )
-
아들, 딸을 둔 가정주부 이모(34)씨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 배란 시기에 부부관계를 하다가 갑자기 콘돔이 찢어지면서 정액이 흘러들어갔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오후에 관계를 한 후 주말에는 병원이 문을 닫아 월요일 오전에야 방문한 것이었다. 다행히 72시간 이내였다. 이씨는 응급피임약을 처방받고 임신이 되지 않았다.
콘돔은 하루에 평균 50만개가 사용된다고 한다. 이 중 0.5% 정도가 실수로 찢어지거나 빠진다. 따라서 하루에 1만명분 정도의 응급피임약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아기 1명이 태어날 때 2.5명의 아기가 죽어간다. 한 해에 60만명이 태어나고 150만명이 죽어가는 것이다. 하루에 4000여건의 낙태행위가 일어나고 20초당 1명의 아기가 죽는다. 기혼여성 중 59.3%가 낙태를 경험했다는 보고도 있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한 낙태를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응급피임약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일반인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국내에도 이미 2001년 응급피임약이 도입되었다. 과거에는 사후 피임약(postcoital comtraception) 혹은 모닝애프터필(morning after pill)이라는 말을 사용해왔으나 이 용어가 응급피임의 방법 및 시기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하여 ‘응급피임’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응급피임약이란 성관계 후 72시간 내에 복용하여 수정란의 자궁착상을 막는 약으로, 응급피임에 95%의 효과를 보인다. 이 약은 콘돔이 찢어지거나 사전피임약을 복용하지 않은 경우, 강간을 당한 경우 등 불의에 성행위가 이뤄져 임신을 원치 않을 때 사용된다. 성교 후 1알을 바로 복용하고, 12시간 후 또 1알을 복용하면 생리혈이 일주일 이내에 나온다. 최근에는 성교 후 12시간 내에 바로 2알을 복용하라는 지침으로 바뀌었다. 다만 성교 후 72시간이 지나면 그 피임효과가 떨어진다. 또 수정란이 착상된 후에는 효과가 없다. 부작용은 메스꺼움, 구토 등이며 태아 기형도 일으키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응급피임약은 ‘노레보정’(레보놀게스트렐 성분)으로, 현대약품이 프랑스 제약회사 ‘파르마(HRA Pharma)사’로부터 완제·수입 판매한다. 2001년 11월 처음 국내 시판이 허용되었다. 이미 8년 전 한국쉐링에서 수입하려던 ‘테트라가이논’이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들어오지 못했고 대한가족계획협회에서 5년 간 1500개의 테트라가이논 응급피임약이 11개 병원에서 사용되었다. 이 약이 들어오면서 다른 제약회사도 유사제품을 수입했고 특허권의 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국내 제약회사에서도 응급피임약을 제조할 수 있게 되었다.
수정란 착상된 후에는 효과 없어
2001년 도입 당시 우리나라는 찬반이 뜨거웠다. 세계 1위의 낙태국가라는 오명을 갖고 있으면서도, 응급피임약을 도입하면 생명경시 풍조가 늘어날 것이라는 이유로 이 약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었다.
물론 응급피임약 도입에 대한 논란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2000년 10월 이탈리아는 안젤리니(Angellini)사가 프랑스의 파르마사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아 처방의약품으로 발매한 노레보정에 대해 허가를 내렸다. 그러자 교황청은 즉각 성명을 내고 “호르몬 응급피임제는 ‘화학적 낙태’ 행위이고 엄격한 조건하에서 수술로만 낙태를 허용하고 있는 법률 194조를 위반하고 있으며, 약사들은 노레보정의 판매에 대해 양심에 따라 반대해야 한다”고 이탈리아 정부를 비난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보건성 장관인 움베르토 베로네시 박사는 “노레보정 복용이 낙태행위는 아니며 이 약이 배란을 억제하고 자궁 내 장치, 루프처럼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것을 막는 약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법률 194조를 위반하는 것은 아니다”고 즉각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은 사회적인 반대가 없었다. 미국에서는 비슷한 효능을 가진 약품으로 ‘프리벤(Preven, Gynetics.Inc)’과 ‘플랜비(Plan B)’ 등이 허가되어 있다. 또한 “이 약품은 임신한 여성에게는 효과가 없으며 낙태약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최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되었다.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식약청의 임무는 이 약들이 정말 안전하고 효과적인지와 위험요소보다 이로운 점이 많은지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는 데 있다”고 밝히며 사회성의 문제는 식약청이 아닌 국민과 여론의 문제라고 말했다.
현재 전세계 선진국 40여개국 중 16개국은 일반의약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OECD 국가는 거의 대부분 응급피임약을 사용하고 있거나 심사 중이어서 전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이다.
이탈리아 외에도 전통적인 가톨릭 국가인 포르투갈도 2000년 11월 일반의약품으로 약품 판매를 허용한 바 있다. 이외에도 독일, 오스트리아, 스웨덴, 그리스, 스페인, 영국 등 아일랜드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이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레보정의 판매를 허가했거나 고려 중이다.
한발 더 나아가 노레보정의 개발국인 프랑스의회는 2000년 12월 1일, 고등학교에서의 응급피임약 배포를 허용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확정, 통과시켰다. 이 법안에 의하면, 학교 간호사 혹은 약국의 약사가 여학생들에게 부모 동의 없이, 또 의사의 처방전 없이도 응급피임약을 제공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즉 학교 간호사는 여학생이 준비없이 성관계를 가졌는지, 강제적 성관계를 강요받았는지, 상용피임약 복용을 잊었는지 등에 대해 점검해야 하고, 응급피임약 복용법, 부작용, 상습적 복용에 대한 경고 및 일상적 피임법에 대해 알려줄 것을 의무화시키고 있다.
1년 복용 건수 30만건
임신을 원하는 여성과 응급피임약을 필요로 하는 여성에서 임신 확률이 같지 않으므로 응급피임약의 실제 효과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반적으로 1주에 1번 성관계를 가질 때 임신 확률은 15%, 배란 다음날의 성행위로 임신될 확률은 약 12% 정도이다. 응급피임약의 피임 효과가 75%라는 말은 사용자의 25%가 임신이 된다는 뜻이 아니다. 이론적 임신율이 12%라면, 그 중 9%에서는 피임효과가 있고 실패할 확률이 3%라는 얘기다.
이 약은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는 일으키지 않는다고 보고되고 있다. 이론적으로도 에스트로겐이 포함되지 않은 제제이므로 단기간 사용시에는 그 안전성에 의심을 가질 만한 근거가 없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가족계획연맹(IPPF)에 의하면 응급피임약의 유일한 절대적 금기증은 임신밖에 없다. 그러나 임신의 경우 피임효과가 없다는 것이지 임신 중 사용할 때 문제가 있다는 뜻은 아니다. 물론 자주, 장기간 복용할 경우 건강상의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
응급피임약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에도 이미 불법적이지만 대다수 약국에서 응급피임약을 조제해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부작용도 많았으나 이제 그 부작용이 많이 줄어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응급피임약 도입 후 1년에 복용하는 건수는 최소 30만건 이상이기 때문에 30만건의 낙태는 줄었다고 볼 수 있다. 남성들도 산부인과에 와서 여성을 위해 응급피임약을 처방받는 신풍속도가 생겼다. 여성들도 평소에 미리 산부인과에서 응급피임약을 처방받아 비상시를 대비해 갖고 다니기도 한다.
응급피임약은 최근까지도 그 사용이 극히 제한되어 왔고, 일반인들에게 그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대부분의 선진국은 응급피임약의 존재를 일반인에게 널리 알리는 것이 원치 않는 임신에 따르는 사회적 문제와 비용을 줄이는 길이라는 인식하에 대국민 홍보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에 따라서 그 사용편차가 심해서 핀란드의 경우처럼 전체 가임여성의 12%가 사용 경험이 있는 국가에서 1%도 사용하지 않는 국가까지 매우 다양하다.
한 해에만 150만건의 낙태행위가 일어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응급피임약의 문제는 단순한 약품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낙태에 의한 불임증, 시험관 아기시술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갖고 있는 현실은 낙태에 의한 후유증으로 볼 수 있다.
이제 응급피임약도 점차 선진국처럼 일반 의약품으로 전환시켜야 한다. 선진국은 사전피임약 사용률이 30%인데 우리나라는 불과 2%밖에 안되는 현실에서 사전피임약을 오히려 보급, 확대시켜서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고 응급피임약은 말 그대로 응급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김창규 연이산부인과 원장ㆍ세계태아학회 상임이사 )
-
▲ 아기에게 엄마가 이유식을 먹이고 있다. 이유식은 엄마가 직접 만들어 먹이는것이 아이의 감성 발달에 좋다.“아이가 음식을 잘 먹지 않더라도 항복하지 말고 버텨야 합니다. 안 먹는다고 단 것을 주면 정말 싸움에서 지는 거예요. 아이가 배가 고파지면 결국 먹게 돼 있습니다.”
잘 안 먹는 아이, 밥 투정하는 아이에게 엄마는 굴복하기 쉽다. 아이가 5세 미만의 유아일수록 더욱 마음이 약해지게 마련. 안 먹고 울며 투정하는 아이와의 ‘식탁 전쟁’은, 많은 경우 지친 엄마들이 달콤한 간식을 내밀며 ‘휴전’을 제안함으로써 막을 내린다.
그러나 베스트셀러 유아용 요리책 ‘첫 식사(First Meals)’의 저자인 애나벨 카멜은 “그러려면 차라리 먹이지 말라”고 단호히 말한다. 건강식을 잘 안 먹는다고 잘 먹을 만한 것만 줘 버릇하면 아이의 입맛을 버릴 뿐 아니라 아이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것이다. “갓 태어난 아이의 입맛은 백지 상태에서 출발”하며 “모든 것은 훈련시키기 나름”라는 것이 ‘식탁 전쟁’에서 당당히 승리한 그녀의 주장이다.
그러나 카멜도 처음부터 식탁에서 승승장구 이기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의 보도에 따르면 하프 연주가였던 그녀가 밀리언셀러 작가로 다시 태어나기까지는 ‘실패한 엄마’로서의 아픈 과거가 있었다. 그녀의 첫 아이인 딸 나타샤가 생후 3개월 때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나타샤의 갑작스런 죽음은 평화롭던 카멜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고, 그녀는 슬픔에 빠져 더이상 하프 연주를 계속할 수 없을 지경에 빠졌다.
카멜은 나타샤를 잊기 위해 1년 뒤 아들 니컬러스를 낳았다. 첫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는 터라 아들이 건강하기를 간절히 바랐지만, 웬일인지 니컬러스는 뭐든 잘 먹지를 않았다. 카멜의 말에 따르면 “어린 애가 이토록 고집이 셀 수 있다니 믿을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카멜은 좋은 식사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우는 유일한 방법이라 믿었고, 이후 아이를 유혹할 새로운 요리를 만드느라 주방에서 몇 시간씩 씨름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 베스트셀러 유아용 요리책 "첫식사(Frist Meals)"와 저자 애나벨 카멜잘 먹지 않는 건 니컬러스만이 아니었다. 카멜은 어린이방을 통해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들을 먹이려고 씨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카멜이 개발한 조리법은 다른 엄마들에게도 인기가 높았고, 그들은 그 내용을 책으로 쓰지 그러냐고 카멜을 부추겼다. 그녀는 책을 쓰는 일이 나타샤의 죽음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이 되겠다 싶어 ‘우리 엄마나 친한 친구들이 한 부 사주겠지’하는 정도의 마음으로 요리책 집필에 착수했다. 그 결과물이 1999년 출간된 지 석 달 만에 동이 나고 전세계적으로 100만부 이상 팔려나간 5세 미만 유아용 요리책 ‘첫 식사’다. 독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그녀는 90가지 새 조리법이 담긴 개정판 출간을 앞두고 있다.
카멜의 책에서 엄마들이 ‘아이에게 무엇을 먹여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어느 정도 얻을 수 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공들여 건강식을 만들었는데 아이가 잘 안 먹는다면 그땐 어쩌란 말인가. 끼니 때마다 숟가락을 들고 식탁에서 아기와 씨름할 엄마들을 위해, 그녀는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안 먹는 아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노하우’를 공개했다.
잘 안 먹는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절대 굴복해선 안 된다. 애들은 결국 배가 고프면 먹게 되어 있다. 사실 갓 태어난 아기들은 달고 짠 음식에 익숙지 않다. 아기들이 그런 음식을 좋아하게 만드는 건 우리들이다. 가능한 어릴 때부터 좋은 음식을 먹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좋다.”
추천하는 음식은?
“처음부터 신선한 음식을 먹이면 입맛도 까다로워지지 않고, 자라서도 제대로 조리된 음식의 맛을 알게 된다. 병에 든 유아식은 고온 살균되기 때문에 신선한 식품과 맛이 좀 다르다. 그런 음식을 먹던 아기를 일반 음식으로 ‘전환’시키는 것은 힘든 일이고, 그래서 아이가 잘 안 먹게 된다. 으깬 바나나 같은 것은 몇 분 만에 만들 수 있는 훌륭한 아기 음식이다. 어릴 때 더 다양한 음식을 먹일수록 나중에 덜 까다로워진다고 생각한다.”
▲ (왼) 당근사과 미음 / (오) 흰살생선 달갈찜시기적으로는?
“5세 미만일 때 시작하는 게 좋다. 어릴수록 입맛도 더 순하다.”
부모가 응석을 많이 받아줘도 아이 입맛이 까다로워지나?
“아주 많이 그렇다.”
건강식은 어떻게 먹게 만드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아이들이 가장 배고파할 때다. 그런데 그때 부모들은 아이에게 과자를 준다. 이 때야말로 바나나나 참치 요리 같은 건강식을 먹일 적기다. 냉장고 속 낮은 선반에 항상 아이를 위한 것을 놓아 둬라. 깎아 놓은 과일, 치즈 조각, 잘라놓은 야채 같은 것을 먹음직스럽게 놓아 두면 좋다. 과일 바구니를 통째로 두면 아이에겐 ‘접근 불가능’이다. 한 발 앞서 생각해야 한다. 가끔 아이들은 끼니 때보다 그 사이 사이에 더 많이 먹는다.”
아이가 새로운 음식은 전혀 안 먹으려 한다면?
“내 책에는 ‘야채를 숨긴 토마토 소스’ 조리법이 있다. 아이들이 대부분 좋아하는 파스타와 잘 어울리는 소스인데, 온갖 야채를 안 보이게 갈아넣어서 아이들은 야채가 들었는지 모른다. 만일 아이가 야채를 안 좋아한다면 야채를 갈거나 짜서 아이스캔디바에 넣겠다. 또 아이 눈을 가리고 ‘이 음식이 뭔지 맞혀 보라’는 식의 놀이를 할 수도 있다. ‘이거 안 먹으면 TV 못 본다’ ‘이거 먹어야 디저트 준다’ 식의 협박으로 무섭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음식이 ‘벌’이나 ‘상’이 돼버리기 때문이다.”
(비만 때문에) 아이들 음식 칼로리를 계산하는 부모들도 있는데.
“그런 건 문제다. 음식 양을 제한하기보다는 식사를 건강식으로 바꿔야 한다. 자전거 타기처럼 온가족이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는 것도 방법이다.”
아이들에게 채식을 시키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존중은 하지만, 섬유소가 많은 채식은 어른에게 좋지 아이에겐 나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아이들은 위가 작아서 섬유소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좋지 않다. 섬유소는 영양소를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을 돕고, 체내 수분을 감소시킨다.”
붉은 고기를 먹는 것은 어떤가?
“나는 엄청난 육식 옹호자다. 철분을 얻는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다. 많은 아이들이 고기를 잘 먹지 않는 것은 잘못된 방식으로 조리됐기 때문이라고 본다. 아이들은 덩어리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볼로네스 스파게티 소스를 만들 때 고기를 갈아서 넣는다.”
아이를 먹이는 방식에 있어서 어떤 문화권을 존중하나?
“지중해식이다. 그들은 아이들에게 자기들이 먹는 것을 거의 그대로 주는 경향이 있다. 영국과 미국에선 보통 밀가루에 설탕과 버터 등을 섞어서 공룡 모양으로 만든 것을 유아식이라고 이름붙이는 것 같다.”
( 이자연 기자 achim@chosun.com )
-
출산·육아일반임호준2004/08/10 17:41
-
-
푹푹 찌는 여름철,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고3 수험생은 그 자체가 종합병원이다.
▲ 수험생들이 무더위도 잊은 채 서울 한 입시 학원에서 수능시험 공부에 열중하고 있다. 조선일보 DB가장 흔한 게 스트레스로 인한 두통과 소화장애. 특히 소화기관은 스트레스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만성 소화불량증, 위염, 위궤양, 과민성 대장증후군 등이 많다. 수험생의 어지럼증, 이명증, 식욕감퇴, 수면장애, 무기력감, 월경불순 등도 스트레스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험생은 운동, 명상, 샤워, 음악감상, 영화감상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학습능률도 높힐 수 있다.
오랫동안 책상에 앉아 있어야 하므로 요통, 목과 어깨의 뻣뻣한 통증 등도 수험생에게 많다. 의식적으로 바른 자세를 갖도록 노력해야 하며, 틈틈이 책상에서 일어나 허리 근육 강화 체조와 전신 스트레칭을 해야 한다. 목과 어깨, 팔 등의 근육이 뭉쳐 있으면 만성 피로의 원인이 될 뿐 아니라 뇌에 공급되는 산소량도 부족해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그 밖에 눈이 침침해질 수 있으므로 비타민A(우유, 소간, 당근 등)가 부족해지지 않도록 해야 하며, 운동량이 적어 변비에 걸릴 수 있으므로 섬유질이 많은 음식도 충분히 먹어야 한다. 비염이나 축농증 등 이비인후과 질환이 있는 경우엔 집중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므로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원장원 교수,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
( 임호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