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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중에는 음식에 표기된 칼로리가 신경 쓰이실 겁니다. 영양소의 종류와 무관하게 칼로리가 낮기만 하면 살이 잘 빠지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쌀밥과 닭가슴살을 각각 300kcal씩 먹더라도, 쌀밥에는 탄수화물 비율이 높고, 닭가슴살에는 단백질 비율이 높습니다. 이렇게 같은 칼로리라도 영양소의 비율이 달라지면 다이어트 효과에 차이가 생기는지 알아보겠습니다.오늘의 퀴즈: 다이어트 중 같은 칼로리를 먹을 때, 단백질이 탄수화물과 지방보다 잘 빠진다?정답은 X입니다.핵심 근거1. 다음 실험에서는 811명의 과체중 성인을 4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이 다른 식단을 먹게 한 뒤, 얼마큼 체중이 빠지는지 2년간 관찰했습니다. 실험에 사용한 4가지 식단의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의 비율은 각각 달랐지만, 칼로리는 실험 대상마다 필요한 양보다 750Kcal씩 적게 한다는 일률적인 기준으로 맞췄습니다.1) 그룹1: 탄수화물 65%, 단백질 15%, 지방 20% 식단2) 그룹2: 탄수화물 55%, 단백질 25%, 지방 20% 식단3) 그룹3: 탄수화물 45%, 단백질 15%, 지방 40% 식단4) 그룹4: 탄수화물 35%, 단백질 25%, 지방 40% 식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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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치매 환자 가족들과 상담하다가 가장 흔하게 듣는 질문 중 하나가 “저도 부모님처럼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은가요?”다. 자신의 미래가 부모님을 통해 투영되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이 생기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부모님이 치매일 때 자식도 치매를 조심해야 하는 건 어느 정도 맞다. 부모 자식 간에는 유전자를 비롯해 생활 방식과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치매가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결과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은 “부모의 치매 병력이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며 특히 어머니의 치매 병력이 자녀의 치매 발병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일부 유전자 이상이 치매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장 흔한 형태인 알츠하이머병은 보통 65세 이후에 발병하며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중에서도 아포지질단백질 E4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에 걸릴 위험이 서너 배 더 높고 발병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 아포지질단백질 E 유전자는 19번 염색체에 있는데 E2, E3, E4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그 중 하나인 E4는 뇌에 나쁜 영향을 미치는 베타 아밀로이드 배출을 저해해 신경세포 손상을 초래한다.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조기 발병 알츠하이머병의 경우에도 일부 유전적 변이가 원인이며 다른 치매보다 유전 경향이 높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특히 다른 치매에 비해 발병과 진행이 빠른데 21번 염색체에 위치한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 14번 염색체에 위치한 프리세닐린1, 1번 염색체에 위치한 프리세닐린2의 유전자 변이로 비정상적인 단백질이 나타나고 축적되면서 이 병이 발생한다.유전적 원인으로 발생하는 혈관성 치매 중 하나인 ‘카다실’은 뇌 여러 부위에 다양한 크기와 모양의 뇌경색이 생기는 질환이다. 19번 염색체에 있는 Notch3이라는 유전자 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성격 변화, 언어 능력 저하, 인지기능 장애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전두측두엽 치매도 다른 종류의 치매보다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하지만 달리 말하면, 부모의 치매 병력이 반드시 자녀의 치매 발생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치매는 70~90가지의 다양한 병리적 원인으로 인해 복합적으로 발생되는 증후군이기 때문에, 위에서 열거한 일부 치매를 제외하고는 유전에 의해 발병하지 않는다. 유전적인 원인 역시 복잡하고 다양해 특정 유전자를 분명한 위험 요소로 규정짓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치매 위험인자는 유전적 요인뿐 아니라 ▲고령 ▲여성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우울증 ▲뇌손상 ▲음주 ▲흡연 등 다양하다. 이러한 인자를 가지고 있다면 생활 관리를 적극적으로 하면서 정기적으로 치매 검사를 받도록 하자. 특히 치매의 병리 소견이 시작되는 40대부터는 운동, 영양, 인지활동에 더욱 신경을 써서 뇌를 보호하고 관리하면 좋겠다.여기에, 부모 혹은 형제 중 치매 환자가 많으면서 치매 증상이 의심되고 진행이 빠른 경우에는 유전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치매의 진단과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본 인지 건강 캠페인은 대한인지중재치료학회와 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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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는 언제나 옳다. 환자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고 있다."전공의 시절, 정신치료 교과서 첫 페이지에서 배운 정신치료의 기본 원칙입니다(Schlesinger, 2003). 이 말은 환자의 모든 행동에 찬성하라는 극단적인 의미가 아닙니다. 어떤 행동이 반복될 때, 그 뒤에 숨은 사정을 먼저 이해해야 변화의 계기에 다가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겉으로 볼 때 이해하기 힘든 행동도, 그 사람의 과거 특정 시점에는 도움이 됐을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행동이 환자의 과거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나은' 선택지로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다른 방법을 시도하고 검토해볼 기회조차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정신과 치료에서는 정신의학 전문가인 치료자와 자기 자신에 대한 전문가인 환자가 협업해 환자 행동 동기를 이해하고, 더 유용한 행동을 하나씩 늘려가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시선에서 스스로의 신체를 다치게 하는 자해(自害)는 특히나 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자해를 하지 않는 것이 모든 면에서 더 낫지 않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행동심리학에서는 자해에 정서 조절 기능과 사회적 기능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기능이라고 하니 마치 자해가 '유용'하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까 조심스럽습니다. 여기에서의 기능은 환자 입장에서의 행동 동기에 더 가깝습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자해가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부정적 감정을 조절하기 위함입니다. '고통 상쇄 안도감(pain offset relief)' 이론에 따르면, 손목 자해의 날카로운 통증을 줄이기 위해 분비되는 아편계 신경 전달 물질이 일시적으로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고 합니다. 강렬한 통증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은 통증을 피하는 방향의 행동을 합니다. 하지만 자해 당사자는 예상되는 '신체적 고통'보다 지금 당장의 '정신적 고통'이 더 크다고 느껴 통증과 통증에 대한 두려움을 감수하거나, 이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충동적으로 자해를 하기도 합니다. 극심한 불안과 우울, 자살에 대한 생각이 몰려올 때는, 복잡한 감정과 생각이 분산되고 통증만 느껴지는 순간이 더 편안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경험이 반복되면 통증 자체와 통증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무뎌집니다. 자해의 상처는 오래 남고, 자해 후 느끼는 안도감은 짧게 지나가지만, 지금 당장은 그 즉각적인 안도감이 절실하게 느껴져 자해가 반복되곤 합니다. 어떤 사람은 자해하면 '멍한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을 벌함으로써 죄책감이 덜어진다고 합니다. 때로는 신체적 고통을 느끼는 것이,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나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수용 전념 치료(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에서는 고통이 '견딜 수 없고, 끝나지 않을 것'처럼 느껴질 때, 그 고통에서 즉각적으로 벗어나기 위해 자해를 한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다른 사람들보다 강렬한 감정을 더 자주 느끼는 '슈퍼-필러(Super-feeler)'는 스트레스에 쉽게 압도돼 감정에서 벗어나기 위한(혹은 감정이 시키는) 행동을 보다 즉각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들은 섬세한 감각으로 특정 분야에서 재능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요구가 너무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자신의 기질을 인정받지 못해 깊은 절망에 빠질 수 있습니다. 말만으로 도움받지 못해 절망감에 자해를 한 뒤 즉각적인 관심과 보호를 경험한다면, 마치 말보다 행동이, 대화보다 자해가 효과적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런 경험이 반복돼 자해 후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고 사회적 상황이 나아진다는 인식이 강화되면, 비슷한 상황에서 '자해 충동'이 떠오릅니다. 마음속 어떤 상태를 '자해 충동'이라고 이름 붙이고 나면, 마치 자해를 해야만 그 감정이 풀린다는 느낌으로 이어져 자해가 반복되기 쉽습니다. 하지만 자해의 '효과'는 일시적이고 자해의 상처는 그보다 오래 남습니다. 상처 때문에 일상이 움츠러들고 주변 사람과 멀어 지기도 하며, 무엇보다도 자해는 장기적으로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강렬한 감정에 휩싸인 순간을 '반짝이 가루'가 들어있는 '스노우볼'에 비유해볼 수 있습니다. 고통스러운 감정이 떠오르면 고통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를 쓰지만, 이것은 마치 스노우볼을 더 흔들어 반짝이 가루를 가라앉히려는 것과 같습니다. 가라앉지 않고 부유하는 반짝이 가루처럼, 발버둥칠수록 감정이 더 크게 떠오릅니다. 감정을 가라앉히려면, 스노우볼을 내려놓고 반짝이 가루가 가라앉는 것을 바라보듯 일단 멈추고 떠오르는 감정을 바라보며 기다려야 합니다. 물론 강렬한 감정이 떠오를 때 마냥 기다리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모든 순간에는 끝이 있습니다. 시간이 모든 상처를 완벽하게 치유해주지는 않더라도 시간은 확실히 변화를 가져옵니다. 감정에 휩싸일 때, 일단 멈춰서 떠오르는 것들을 알아차린 뒤 그 순간에 머무르는 연습을 하면, '자해 충동'과 같은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에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작은 틈이 생깁니다. 이 틈새에 머무르며 내 마음과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 머리에서 떠오르는 생각을 알아차리거나 변화의 문턱에서 다른 행동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도저히 머무르기 힘들 때에는 차가운 얼음을 손에 쥐고 녹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손의 촉감에 집중하고 감정이 가라앉는 것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만약 자해로 당장의 고통에서는 벗어났지만, 내가 정말로 원했던 것과는 더 멀어지게됐다면, 자해로 인해 내가 놓친 기회가 무엇인지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혼자 힘으로 해내기는 어렵습니다. 변화에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와 약물 치료, 자살 예방 관련 기관의 전문적 도움은 비록 즉각적이거나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내면의 괴로움을 효과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치료가 괴로움을 완전히 사라지게 하거나 '늘 행복한 삶'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고통이 남아있더라도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살 만한 삶'을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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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지난달 20%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50여년 뒤에는 관련 비율이 45%를 상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2022년 898만명에서 2072년 1727만명으로 증가, 전체 인구의 47.7%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50년 뒤 중위 연령이 63.4세로, 현재의 44.9세에 비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최근 65세를 노인의 기준으로 삼을지에 대한 논의도 활발히 이뤄지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올해부터 노인 연령 기준을 높이는 방안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으며, 국회예산정책처도 기초연금 수급 연령을 70세로 상향할 경우 연간 약 6조8000억원의 재정을 절감할 수 있다며 관련 논의에 힘을 싣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60대가 향후 '비교적 젊은 편'에 속할 수 있음을 시사하지만, 신체 노화로 인한 건강 문제까지 해결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특히 노년층 사이에서는 '유병장수'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불안감도 존재한다. 실제 경기도가 65세 이상 노인 3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 노인실태조사'를 살펴보면, 노인 복지 정책 중 가장 시급히 확대해야 할 분야로 건강 관련 응답이 상위권을 기록했다. 노인 건강 정책(18.5%), 노인 돌봄 및 요양 정책(12.2%), 치매 관련 정책(11.8%) 등이 그것이다.이에 개인의 건강 관리 중요성 역시 점차 커질 수 밖에 없다. 무엇보다 '우리 몸의 기둥' 역할을하는 척추 건강은 노후 건강의 핵심으로 꼽힌다. 특히 대표적인 척추 질환인 허리디스크는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높아지며,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중 50대 이상이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허리디스크를 방치하면 허리 통증뿐만 아니라 심할 경우 하지 방사통, 보행 장애, 마비 증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다행히 허리디스크는 마비 증상 등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대부분 수술 없이 회복이 가능하다. 특히 한의학에서는 침·약침, 추나요법, 한약 등 한의통합치료로 허리디스크를 호전시킨다. 먼저 침 치료는 긴장된 근육을 이완시키고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약침은 한약재 유효성분을 함유해 염증과 통증을 빠르게 제거한다. 추나요법은 틀어진 뼈와 근육을 교정해 척추 부담을 줄이고, 맞춤 한약 처방은 회복을 더욱 촉진한다.한의통합치료의 효과는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된 바 있다.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침 치료를 받은 요통 환자의 수술률은 평균 3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환자의 경우 수술률이 53%까지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빠르게 치료를 시작할수록 수술 위험이 더 많이 감소하는 경향도 확인됐다.전문적인 치료 외 규칙적인 생활습관 관리도 척추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는 습관은 척추에 부담을 가중시키기 때문에 낮 시간대 산책이나 간단한 스트레칭을 추천한다. 한파 등 야외 활동이 어려운 경우 집에서 운동 영상을 보며 제자리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척추 건강 유지는 건강한 노후를 위한 첫걸음이다. 개인의 작은 노력이 모여 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길 기대한다.(*이 칼럼은 목동자생한방병원 왕오호 병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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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 항우울제 중 우울증 치료에 더 효과적인 방법은 뭔가요?"누구나 궁금해하는 질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명확히 답하기 어려운 물음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된 연구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지만 아직까지 확답을 얻지 못했다. 수많은 항우울제의 치료 효능을 비교해서 평가하는 것도 어려운 작업인데, 수많은 상담 치료법과 약물 치료를 통합적으로 비교해서 무엇이 우울증에 더 효과적인지를 결정한다는 건 난제 중의 난제라 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브리제대학의 핌 쿠이퍼스 박사는 일차 진료 기관에서 상담(psychotherapy·정신치료가 올바른 표현이나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글에서는 상담이라고 번역함), 항우울제 치료, 그리고 상담과 항우울제 치료를 모두 시행받은 우울증 환자들이 각각 얼마나 좋아졌는지를 비교했다. 우울증 치료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지금까지 시행된 연구 논문 58편에서 9301명 피험자를 추출해 네트워크 메타분석을 시행했다. (1)상담 없이 약물치료만 단독으로 시행한 경우와 (2)약물 치료 없이 상담만 받은 환자군을 (3)위약(placebo)을 복용한 환자군과 (4)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진료를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 환자군으로 나눠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원래 있던 우울 증상이 50% 이상 감소하면 치료 반응이 나타난 것으로 정의하고, (1)부터 (4)까지 네 가지 피험자군에서 치료 반응률에 차이가 있는지 분석했다. 결과를 요약하면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고 상담만 받은 환자와 반대로 상담 없이 약물 치료만 받은 환자군 모두에서 동등한 수준의 효과가 나타났다. 그런데 상담 혹은 항우울제 중 한 가지 치료만 하는 것보다 이 두 가지를 함께 시행받은 경우에 치료 효과가 더 좋았다. 우울증에서는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이 둘 중 하나만 받은 환자군에 비해서 치료 반응률이 35%나 높았다. 결론적으로 약제를 복용하든 상담을 받든 우울증에는 이 두 치료법 모두 효과적이다. 그런데 상담을 받았지만 우울증이 개선되지 않았거나 반대로 항우울제로 꾸준히 치료했는데도 뚜렷한 반응이 나오지 않는다면 약물 치료와 상담을 병행하는 것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온다. 일반적으로 우울 증상이 심각할수록 상담보다는 약물 치료의 효능이 더 좋고, 경증에 가까울수록 상담과 약물 치료의 효과는 엇비슷하다. 그런데 이 논문에서 우울증의 심각도에 따라서 어떤 치료가 더 효과적인지를 분석한 결과는 내놓지 않았다. 일반인이 통칭해서 '상담'이라고 부르는 것에도 수많은 치료 기법들이 존재한다. 긴 쇼파에 환자를 눕혀놓고 무의식과 전이를 분석하는 정신분석부터, 우울증 환자의 왜곡된 사고방식을 교정하는 인지치료, 행동을 변화시켜 무기력과 무감동을 없애려는 행동활성화치료, 매순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알아차리고 무비판적인 수용을 촉진시키는 마음챙김치료까지 다양한 정신치료법들이 우울증 환자를 돕기 위해 계발됐다. 세계 여러나라 정신의학자들이 제안한 우울증 치료 가이드라인을 검토해보면 이중 인지행동치료와 행동활성화치료를 일차적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위슨콘신대학 심리학과 브루스 윔폴드는 상담에 대한 연구 논문들을 통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놨다. 그는 상담의 효과가 각각의 치료법에 내재된 특별한 성분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와 치료자 사이의 연대감과 치료에 대한 환자의 기대와 믿음에서 비롯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상담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환자의 믿음이 있어야 치료 효과가 나타나며, 상담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환자가 그 치료에 대해 믿음을 갖도록 유도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헤더 크렐 등은 항우울제에 대해 환자가 갖는 기대와 믿음이 치료 효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하고자 연구를 시행했다. 그녀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신과 환자가 자신이 복용할 약제가 효과적일 것이라고 기대를 갖는 경우 치료 반응률이 90%에 이르는 반면, 미약한 도움만 받을 수 있을 거라고 여기는 환자들의 치료 반응률은 고작 33%에 그쳤다. 약물 치료 효과에 대한 환자의 믿음이 강할수록 치료 성공률도 높아진다는 뜻이다. 항우울제를 복용하더라도 그것이 자신의 우울증에 도움이 안 되거나 아주 적은 효과만 가져다줄 거라고 믿으면 치료에 실패할 가능성이 커진다. 어떤 우울증 환자는 약물 치료보다 상담 받기를 원한다. 반대로 상담보다 항우울제를 선호하는 환자도 많다. 실제 임상 현장을 경험해보면 환자가 어떤 치료를 원하는지 잘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낀다. 환자에게 어떤 치료를 원하느냐고 물으면 "나는 선생님을 믿고 있으니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치료자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사례부터 "선생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먼저 말씀해주세요. 그러면 그걸 들어보고 제가 알아서 판단할게요"라며 자기 주장을 우선에 두는 경우까지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치료에 대한 의사 결정 과정에 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일컬어 'Shared Decision Making' 우리말로 번역하면 '공유 의사 결정'이라고 부른다. 의사가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제공하고, 환자도 자신의 병력과 함께 질병에 대해 알고 있는 바와 선호하는 치료에 대한 생각을 개진하면 의사와 환자가 이러한 정보들을 바탕으로 서로 의견을 교환해가면서 치료적인 판단에 도달하는 것을 일컫는다. 진료과에 상관 없이 요즘 의사들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 모두 진료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는 경향이 과거 보다 훨씬 강해졌다는 것을 느낄텐데, 정신건강의학과도 예외는 아니다. 환자가 증상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나는 어떤 스타일의 치료를 원하는가?'에 대해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다. 의사에게 어떤 치료를 받고 싶은지, 그것이 상담이라면 어떤 유형을 원하는지, 항우울제를 복용한다면 어떤 기전의 약제인지, 그리고 치료 과정을 어떻게 진행했으면 하는지에 대해 환자도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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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주사부터 치아 교정, 체형 교정까지 최근 들어 부모들의 자녀 건강 관리 영역이 다양해졌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평생 삶의 질을 좌우할 수 있는 '근시 관리'는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근시는 단순한 시력 저하의 문제가 아니다. 고도 근시로 진행될 경우 경찰관, 파일럿 등 직업 선택이 어려워지는 것은 물론 망막박리나 황반변성 같은 심각한 안과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의 80% 이상이 근시이며, 그중 12%가 고도 근시라는 통계는 이 문제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디지털 시대의 도래와 함께 근시 발병 연령이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실내 활동 위주의 생활과 디지털 기기의 과도한 사용은 어린이들의 눈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현재 근시 진행 억제를 위해 안과에서는 드림 렌즈, 저농도 아트로핀 점안액, 소프트 콘택트렌즈 등 다양한 치료법을 활용해 아이들의 근시 정도와 생활 방식에 맞는 맞춤형 처방이 가능하다. 2000년대부터 드림 렌즈로 알려진 하드렌즈 타입의 야간 착용 렌즈가 널리 사용됐으며, 최근에는 미국 FDA로부터 근시 진행 억제 효과를 공식 승인받은 소프트 콘택트렌즈 타입인 마이사이트도 주요한 치료 옵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착용감이 편안하고 일회용이라 관리가 쉬울 뿐만 아니라, 아이들이 빠르게 적응할 수 있고 근시 진행 정도에 따라 도수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고도 근시까지 효과적으로 적용 가능한 솔루션이다. 겨울방학은 이러한 관리를 시작하기에 최적의 시기다. 방학은 학기 중보다 시간적 여유가 있어 아이에게 맞는 새로운 근시 치료법을 시도하고, 전문의와 함께 진행 상황을 꾸준히 모니터링할 수 있기에 체계적인 관리를 시작하기 적합하기 때문이다. 근시 관리의 핵심은 예방에 있다. 20분마다 20초간 눈을 휴식하며 20feet(6m) 떨어진 곳 응시하기를 일컫는 '20-20-20' 규칙 실천과 하루 2시간 이상의 야외 활동만으로도 근시 진행을 상당 부분 늦출 수 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시작하는 정기적인 검진이 필수다. 특히 부모가 고도 근시인 경우, 자녀의 근시 진행 위험이 높아 더욱 세심한 관리가 요구된다.2050년경에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근시를 겪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이제 근시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성장기의 근시 관리가 평생의 시력을 좌우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겨울방학은 자녀의 눈 건강을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다.우리 아이들이 밝고 건강한 시력으로 미래를 바라볼 수 있도록, 지금 이 순간부터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자녀의 평생 시력은 부모의 작은 관심과 실천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이 칼럼은 태릉밝은안과 문정현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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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서 올 한 해 화장품 트렌드를 살펴보는 것은 필요하다. 2025년의 화장품 트렌드를 살펴보면 유행을 따라 가는 제품인지, 유행을 타진 않더라도 내 피부에 꼭 필요한 제품인지를 생각하면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도 흐름이 있어서 유행하는 제품과 성분이 있는데 피부에 직접적으로 닫는 제품이기 때문에 유행이라고 무작정 따라갈 수는 없고 꼼꼼이 체크해보는 것이 필요하다.트랜드를 예측하는 WGSN에서 2025 뷰티트랜드 전망과 분석을 발표했는데 빠르게 변화하는 뷰티시장에서 소비자들은 2025년 '분석을 통한 결과 중심의 스킨케어’, ‘친환경 자원재생’, ‘리얼심플’ 등으로 트렌드를 예측했다. 피부과에서는 “프리쥬버네이션(Prejuvenation)”이라는 용어로 웰빙 피부를 위한 치료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뷰티시장에서도 웰빙을 추구하며 소비자들은 확장된 지식을 바탕으로 효과를 보이는 신뢰의 제품이 트렌드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첫 번째 뷰티트랜드는 피부관리에 있어서 성분과 효과를 철저히 분석하며, 결과 중심의 스킨케어 루틴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이 주를 이룰 것으로 보인다. 피부진료를 보다 보면 사용하는 제품을 모두 갖고 와서 피부에 맞는 성분인지를 체크하시는 분 들이 계시는데 트렌드가 반영된 소비자 형태의 변화인 것으로 생각된다. 다양한 소셜미디어 및 AI검색기반의 지식을 통해 개개인은 제품 선택 시 성분 하나하나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렇게 초개인화된 맞춤형 솔루션이 전반적인 트렌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검색에만 의존하여 제품을 선택할 때 오히려 정확하지 않은 부분들이 생길 수 있어 맹신하는 것은 피해야 할 것이다.지난 6개월간 기록된 구글검색량을 살펴볼 때 ‘워터리스 스킨케어’ 검색량이 806%이상 증가했고 ‘트라넥삼산’이 107% 증가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이는 워터리스 스킨케어와 트라넥삼산이 트렌디 상품으로 사용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워터리스 스킨케어는 물 없이 만든 제품을 주성분으로 하며, 식물성오일, 왁스, 버터 등의 수분 이외의 성분에 의존하여 영양을 공급하거나 분말제형으로 판매되어 사용할 때 물과 혼합하여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의미한다. 트렌디 상품은 내 피부에 맞는지 꼼꼼이 확인한 후 사용하길 권한다. 식물성 오일 중 일부는 여드름 유발성 오일이 있고 왁스나 버터 성분은 모공을 막아 면포성 여드름을 유발 할 수 있기 때문에 평소 여드름으로 피부트러블이 고민이라면 이러한 제품을 선택할 때 내 피부에 맞는지 테스트 후 전체적으로 사용해야 트러블로 고생하는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 트라넥삼산은 1990년대 피부과 논문에 미백효과가 보고되면서 2000년대에 이르면서 본격적으로 피부과 미백치료에 경구복용 또는 주사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성분의 효과가 알려지면서 화장품에도 사용되기 시작했는데 최근 검색량이 늘어나면서 보편적 미백성분의 트렌드로 자리잡을 것으로 생각된다. 트라넥삼산은 멜라닌 생성과정에서 세포간 신호전달에 관여하여 색소를 흐려지게 만들고 항염증효과가 있어 도움을 준다. 트라넥삼산은 복용약으로 효과를 보여 영양제처럼 생각하여 계속 먹는 경우가 있는데 두통, 설사, 복통 등이 나타날 수 있고 트라넥삼산이 지혈작용을 하여 드물게 혈전가능, 심근경색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피부과전문의의 상태에 맞는 처방과 치료기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화장품에 함유되는 트라넥삼산은 드물게 접촉피부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처음 사용할 때 소량 사용하면서 색소의 변화를 보면서 점차 증량할 것을 권한다.두번째 뷰티 트랜드는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의 선택이다. 기후변화를 체감으로 느끼는 세대는 자원절약과 보호에 초점을 맞출 뿐 아니라 화장품의 패키지가 친환경, 재활용 원료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사용 후 처리 기술에 대한 관심으로 트렌드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세번째는 “리얼 심플”로 기존의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군더더기 없이 간단한 뷰티 루틴을 지향하고 필수 제품만을 사용하는 것이다. 화장품을 처음 접할 때 토너, 로션, 에센스, 크림, 스팟크림, 아이크림, 고보습크림, 수분크림 등 기초제품으로 사용되는 것만도 다양한 제품이 있어 선택하기가 쉽지 않다. 리얼 심플은 제품을 최소한으로 선택, 화장품의 가짓수를 줄여 스킨케어와 화장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킨케어의 단계를 2~3단계 정도로 축소하고 메이크업 역시 여러가지 제품을 이용해 진하고 두껍게 하는 대신 자연스럽고 가볍게 연출하는 것을 선호한다. 피부과전문의들은 여러 단계로 이루어진 복잡한 루틴 제품을 매일 바르는 것이 피부에 더 나은 것은 아니라고 오랫동안 경고해 왔기 때문에 최근의 ‘리얼 심플’ 트렌드는 반가운 소식이다. 한가지 제품을 추가할 때,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비슷한 사용감의 제품은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좋다. 필자도 리얼 심플을 추구하여 건조한 피부가 느껴질 때는 보습크림과 썬크림 2가지를 사용하고, 자외선을 많이 본 날은 미백 에센스와 썬크림 2가지만을 기초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 이런 리얼 심플은 겹겹이 바르는 기초화장보다 피부를 건강하게 만들어줄 수 있고 세안 후 간소화된 루틴은 피부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쉬우며 피부 장벽을 깨뜨릴 가능성도 적다. 지성피부는 가벼운 기초화장이 필요하고, 건성피부라할지라도 겹겹이 모공을 막는 기초화장은 여드름이 나는 경우 피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미니멈으로 기초화장을 사용하면서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한가지씩 제품을 추가하는 것이 좋다. 또 진한 메이크업은 화장을 지우기 위한 클린징을 여러단계로 해주어야 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피부에 자극을 주고 피부 장벽을 파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리얼 심플의 바람으로 한 가지 제품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화장품과 스킨케어 단계를 단축시킬 수 있는 제품들이 올해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마지막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스킨케어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생각되는데 이는 피부의 미생물 균형을 유지하여 건강한 피부를 촉진하는 것으로 피부 장벽을 강화하고, 염증을 줄이며, 피부의 자연 방어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특히 여드름이 있는 피부는 여드름 유발 세균을 줄여주기 위해 항염, 항생 작용이 있는 제품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피부의 정상세균총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고 이러한 경우에 마이크로바이움 제품을 사용함으로써 피부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2024년 '안티에이징'에서 발전된 '슬로우에이징' 개념이 트렌드였다면 2025년 스킨케어 트렌드는 ‘예방적 스킨케어’이다. 피부 문제를 사후에 치료하기보다는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스킨케어 루틴이 강조되어 어린 나이부터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루틴을 시작하고, 복잡한 절차보다는 단순함을 추구하여 피부과에서 유행하고 있는 “프리쥬버네이션”과 함께 트렌드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건강한 피부를 갖기 위한 트렌드가 2025년 메인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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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다 보면 자해하는 청소년을 생각보다 자주 만납니다. 다만 자발적으로 보고하는 경우가 드물어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될 때가 많습니다. 그렇습니다. 다른 무엇보다도 자해를 고백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정신적으로도 힘들지만, 이를 위해 입을 떼고, 단어가 나오게 하는 일련의 신체적 활동이 고통으로 느껴질 정도로 힘들 수 있습니다.자해(self-harm)란 자신의 신체에 고의로 상처를 입히는 행동입니다. 대개 초기 청소년기에 처음 발생해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지속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해 관련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많게는 청소년 5명 중 1명, 보수적으로 봐도 10명 중 1명이 자해를 한 경험이 있다고 하니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닙니다. 자해에 관한 가장 단순한 이해 중 하나는 다른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자 하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으나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자기 파괴의 동기를 실제 행동에 옮기기까지는 다양한 원인과 환경적 요소가 관여하며 당사자들이 가장 흔하게 보고하는 자해의 동기 중 하나는 '짜증이 나는데 할 수 있는 게 없어서'와 같이 정서 조절을 위한 경우일 때가 많습니다. 앞서 말했듯 당사자들은 실제 생활에서 자해를 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드러내지 않는 경우가 많고 자해로 인한 상처를 타인이 보게 되면 상당한 수치심이나 취약감을 경험합니다.다만 실제 생활에서는 자해 행동을 숨기더라도,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에서는 다양하고 적극적인 상호작용 시도가 이루어집니다. 가령 '자해계(자해 계정)' '우울계(우울 계정)' '정병계(정신병 계정)' 등에 자해한 사진을 게시하거나 자신을 소개하는 식으로 말이죠. 왜 아이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의 자해 행동을 고백하는 걸까요? 이에 답할 수 있게 된다면 자해를 하는 청소년의 심중에 더 가까워질 수 있을까요?자해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단행본 《자해를 하는 마음》에 따르면 자해 행위를 고독하고 비밀스러운 것으로 간주하던 사회의 분위기가 2000년대 초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반전됐다고 합니다. '자해를 한다'는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서로를 인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학교를 비롯한 사회에서 자해 행동은 여전히 교정해야 하는 문제 행동으로 간주되며, 우리는 이들을 쉽게 '문제아'로 낙인 찍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자해 행동을 고백하게 될 경우 개인의 이미지는 점점 더 부정적으로 바뀌고 또래 관계도 타격을 입게 됩니다. 그러나 SNS 상에서는 다릅니다. 자해한 사진을 올리고 타인의 계정을 보다 보면 이와 같은 행동이 크게 일탈된 것이 아니며 새로운 감정표현 방식의 일부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더하여 불특정 다수에게 자신의 우울감을 호소하고 위로의 댓글을 달거나, 공감의 '맘찍(마음에 들어요)'을 남김으로써 위안을 얻기도 합니다. 온라인에서는 나의 나약함을 드러내도 공격의 대상이 되기보다는 위로를 받는 등 마음을 기댈 수 있는 아지트의 기능이 이뤄지고 있는 것입니다.자신과 비슷한 가치관과 정체성을 지니는 이들을 만나고 교류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이를 문제 삼고 부정하는 것은 사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정체성의 존재 가치와 잠재력을 제한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다만 정체성을 공유하고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을 해하는 행동이 강화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로서, 예방이 필요한 영역입니다. SNS에서 정보가 공유되는 방식인 사진, 동영상은 문자로 제시되는 정보보다 즉각적이고 생생한 생리적 반응을 유발하고 자해 충동을 행동으로 옮기는 것을 가속화합니다. 또한 SNS를 통해 다양한 자해 수단을 접하게 되는 것도 문제입니다. 해시태그를 통해 관련 게시글을 묶어 보는 것에 더해 비슷한 계정이나 컨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 기능을 고려한다면, 청소년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무분별하게 자해 관련 컨텐츠에 노출되는 것이 불가피합니다. 아울러 온라인 상에서의 교류가 일시적인 소속감과 안정감을 줄 수 있지만 자해 행동과 관련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인 정서 조절의 어려움을 해결해주지는 못합니다. 또한 현실 세계에서의 문제에 대한 회피를 지속시킨다는 점에서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현대 사회에서 소셜 미디어가 지니는 파급력과 일부 순기능을 고려했을 때 사용 자체를 막는 것은 어려울 것이며 보다 전문적이고 정교한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우선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자체적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좀 더 적극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가령 현재는 유해한 키워드 검색과 사진 열람을 제한하고 개인이 추가적인 조작을 해야만 도움 관련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요. 이에 머무르기 보다는 키워드 검색 시에 정신건강 전문가가 제작한 카드뉴스 등을 상위에 노출시키거나 유해한 컨텐츠의 유사 알고리즘에 포함되게 하는 등의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즉 단회적이고 소극적인 '빼기'식 규제가 아닌 '더하기'식 관여에 힘써야 할 것입니다. 정신건강 관련 전문가는 온라인에서 위기청소년을 찾아내고 도움을 제공하는 여성가족부의 사이버 아웃리치 사업 등에 관심을 기울이고 참여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아울러 학교나 지역 사회에서 자해 행동 고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는 평가 도구를 개발하고 치료로 연계되는 프로세스를 마련해야 합니다. 자해 학생들이 치료와 관련한 도움 요청을 자발적으로 하지 않는 특성이 있음을 고려한다면, 누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지 발견하는 것부터 주요한 안건이 될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 상담센터, 지역 사회가 협력해 자조(self-help) 집단 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온라인 상에서 자해 행동을 공유하는 행위의 기저에 '별나 보이지 않고 싶음'과 같은 욕구가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비슷한 고민을 지닌 또래를 현실 세계에서 만나는 과정이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어떤 문제에 대한 하나의 완벽한 설명도, 완벽한 해답도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특히 자해와 자살 앞에서는 한마디 말을 얹는 것도 주저하게 됩니다. 다만 청소년들이 자해를 중단하기로 결심하는 과정에서 주변인들이 자신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모습을 본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포기하고 싶지 않아집니다.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가 없더라도 누구나 자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럴 수 있다'고 해서 '그래도 된다'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우려가 '귀찮은 잔소리' 정도로 그치지 않게, 우리가 세심한 이해를 위해 노력하고 그가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자의 역할을 해주면 어떨까요?[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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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철에는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아진다.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서 근육과 인대가 수축하면서 혈액 순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서다. 이러면 허리 주변의 조직들이 경직되면서 척추를 둘러싼 인대 및 근육에 평소보다 과한 압박이 가해져 통증을 느끼게 된다. 추위로 몸을 움직이지 않고, 웅크리고 있으면 통증은 심해진다.허리디스크는 허리 통증을 일으키는 다양한 척추 질환 중에서도 가장 흔하다. 허리 질환이라 하면 보통 중년 이상의 연령대에서 발생한다고 알고 있지만 최근에는 20~30대의 젊은 허리디스크 환자가 늘어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허리디스크의 정확한 병명은 ‘추간판 탈출증’이다. 척추 뼈와 뼈 사이에 완충 역할을 하는 디스크(추간판)가 퇴행성 변화, 외부의 충격, 자세 이상 등의 여러 이유로 탈출해 척추 내 신경을 압박하면 허리 통증 및 다리 저림이 발생한다. 탈출한 수핵이 신경을 압박해 허리 통증 뿐 아니라 하지방사통, 다리 저림, 발 저림 등의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환자들은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겪기 마련이다. 심한 경우 대소변 및 성기능 장애와 하반신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허리디스크의 치료는 신경이 눌린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신경이 살짝 눌린 초기의 허리디스크 환자는 약물, 보조기, 주사 치료 등으로 비교적 가볍게 증상 호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거나 다리 저림 및 감각 이상이 심각하다면 수술적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기존 척추 수술은 허리 주변을 약 7cm 정도 절개하고 병변에 접근하는 방식이라 두려워하는 환자들이 많았다. 치료를 미루고 피하다가 오히려 상태가 악화된 경우도 부지기수였다. 최근에는 피부 절개 없이 1cm 미만의 작은 내시경 구멍을 이용한 최소침습 방식의 수술이 등장해 환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의료진 입장에서 시야를 확보하는 게 어려워 일부 척추 질환에만 적용 가능하다는 게 한계였다.척추 양방향 내시경 수술은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술식이다. 국소 마취 후 병변 부위에 약 1cm 이하의 작은 구멍 2개를 뚫고 한쪽에는 특수 수술기구를, 다른 한쪽으로는 고화질의 척추내시경을 넣어 치료를 진행한다. 양방향에서 각각 내시경과 기구가 삽입되기 때문에 원활한 시야 확보가 가능하고 수술 기구의 사용 폭이 넓어져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이 가능했다. 아울러 고화질의 내시경 화면을 통해 주변 조직 손상 없이 병변 및 신경, 미세혈관까지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척추 신경을 눌러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만 선택적으로 제거 가능하다.내시경을 이용한 최소침습 방식의 수술은 고령 및 만성질환 환자도 시행 가능할 정도로 안전하다. 수술 시간은 약 1시간 내외, 입원 기간은 평균 2박 3일 정도로 빠른 일상 복귀가 가능하다. 다만 신경과 혈관들이 지나는 척추라는 부위 특성상 수술의 난도는 높을 수밖에 없다. 안정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척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정형외과 전문의가 집도해야 한다.(이 칼럼은 연세베스트병원 이준석 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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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응급실에서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손목에 막 꿰맨 듯한 상처가 가득한 젊은 환자와 그 옆을 지키고 있는 피곤함에 지친 보호자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저에게 말했습니다."죽을 생각은 없었어요. 그냥 이렇게 하면 마음이 순간 편해지거든요. 죽을 생각이 아니었는데 입원까지 해야 하나요?"비자살적 자해는 자살 의도 없이 자기 신체에 고의적이고 반복적으로 해를 입히는 행동을 말합니다. 이 행동은 2013년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5판'에서 처음으로 독립된 진단으로 제안됐으며, 이제 그 임상적 중요성이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습니다. '1년에 5번 이상 신체 표면에 고의로 상처, 출혈, 고통을 유발하는 행동을 한 경우' '자해 행동이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신체적 손상을 목적으로 하며' '자살 의도가 없어야 한다' 등을 만족하는 경우 비자살적 행동으로 진단할 수 있습니다.이러한 비자살적 자해는 주로 10대 초반에 시작되며, 20대에 이로 인한 입원의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은 비자살적 자해를 하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습니다. 응급실에서도 '자해의 상처'는 치료받으러 오지만, 자신의 '마음의 상처'에 대한 치료는 받지 않은 채로 귀가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실제로 응급실에서 만난 환자와 보호자들은 "죽고 싶었던 것이 아니니 괜찮을 것 같다. 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하곤 합니다.그렇다면 정말 죽고 싶지 않았던 자해는 죽음과 무관할까요?죽고 싶지 않은 자해라도 사실 죽음과 매우 가깝습니다. 여러 연구 결과에 의해, 비자살적 자해는 자살 시도로 이어질 수 있는 중요한 위험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비자살적 자해를 반복적으로 경험하면서 자기 상해 행동에 대한 두려움이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그 결과 자살을 위한 자신을 다치게 하는 행동을 더욱 쉽게 시도할 수 있고, 결국 실제 자살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비자살적 자해는 통증에 대한 역치를 점차 높여 자살 시도에 수반되는 통증 역시 덜 두려워지게 합니다. 이에 따라 자살 시도의 위험이 커지게 됩니다.특히 국내에서는 2017년을 기점으로 10대와 20대에서의 비자살적 자해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자해하는 이들은 '혼자'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고,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으로 자해를 선택한다고 합니다. 즉 나의 감정과 어려움을 타인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해결하려는 시도로 자해를 하는 것입니다. 더욱이 우리 사회와 가정은 자해를 숨겨서 몰래 해야 하는 일종의 '비도덕적 행동'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자해는 더욱 비밀스러운 일이 돼버립니다. 그러다 우연히 보호자가 자해 상처를 발견했을 때,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죽음의 의도가 없었다는 것을 공고하게 밝힘으로써 안심시키려 했을지도 모릅니다.그렇기에 저는 자해를 하게 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힘들었겠다고. 혼자서 그 짐을 다 짊어지고자 정말 힘들었겠노라고. 그리고 그 짐을 어쩌면 내가, 당신의 친구가, 어쩌면 당신의 가족이 나눌 수 있지 않겠냐고. 무엇이 당신을 그렇게 힘들게 했는지 궁금하다고 말입니다. 누구에게라도 당신의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해볼 수 있는 경험을 해보았기를 바랍니다.그리고 이런 자해의 상처를 지켜보게 되는 이들에게도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그 상처를 발견한 순간에 당신도 정말 당황스럽고, 걱정됐을 것 같다고. 그래서 순간 화를 내서라도 이 행동을 멈추고 싶었을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화를 내고 하지 말라고 다그치기보다는 그 사람의 어떤 힘듦이 자해를 통해 표현됐는지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입니다. 그 사람이 당신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이 화를 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전합니다.자해는 숨겨야 하는 잘못된 습관이 아닙니다. 당신이 혼자서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아프게 하기보다 더 건강하게 당신의 마음을 알아갈 수 있는 시작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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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70대 운전자가 서울 양천구 목동깨비시장에 차량을 돌진시켜, 13명의 사상자를 낸 사고가 있었다. 비슷한 시기, 무안국제공항 참사로 해당 사고가 수면 위로 크게 떠오르지는 않았지만, 결코 경중이 낮지 않은 사고였다. 해당 운전자는 치매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전문가들은 고령운전자 사고 대부분 신체 노화에 따른 시력과 순발력, 반응 속도 등이 떨어진 영향이 크다고 분석한다. 실제 지난달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고령운전자 비중도 매년 비례해 증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지난 2019년 3만3239건에서 2023년 3만9614건으로 약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고령운전자가 전체 교통사고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4%에서 20%로 늘었다. 특히 눈여겨봐야 할 점은 사고 발생에 따른 인명 피해 역시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최근 5년 동안 고령운전자 교통사고에 따른 평균 사망자 수는 3786명으로, 매년 약 736명이 숨지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 속 지자체들이 앞다퉈 고령자 대상 운전면허증 반납 제도를 강화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모양새다. 지난해 지자체별 평균 고령층 면허증 반납률은 2%에 그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운전을 생계로 하는 고령자도 다수 존재해 무조건적인 면허증 반납이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운전시 고령층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특히 시니어들의 경우 사고 시 골밀도나 근육량이 적은 탓에 일반 운전자들보다 피해가 더 클 수 밖에 없고, 근골격계 통증은 물론 다양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교통사고 후유증으로는 ‘편타성 손상 후유증(Whiplash-Associated Disorder, WAD)’이 있다. 해당 후유증은 목에 갑작스런 충격이 가해지고, 목이 채찍(Whiplash)처럼 앞뒤로 강하게 흔들린 탓에 디스크나 관절 및 인대, 힘줄 등 연부조직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편타성 손상은 머리와 목 통증의 주 요인이 되며, 증상을 방치하면 어지럼증, 두통, 이명 등 다양한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다. 심각한 경우 뇌로 이어지는 척수신경이 손상돼 팔 다리가 저리거나 마비에 까지 이를 수 있다.다행히 편타성 손상 후유증은 대부분 비수술 치료법으로 호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추나요법, 침·약침 등이 포함된 한의통합치료로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한다. 실제 편타성 손상에 대한 한의통합치료의 유효성은 자생한방병원 척추관절연구소가 SCI(E)급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에 게재한 연구 결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 있다. 연구팀은 교통사고를 겪은 지 일주일이 안 된 환자 중 입원 치료를 필요로 하는 중증 이상의 편타성 손상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의통합치료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 치료 전 통증 숫자평가척도(NRS; 0~10)가 평균 5.44였던 환자들이 치료 후 퇴원 시 3.65로, 퇴원 후 90일 경과 시점에는 1.36까지 그 수치가 떨어졌다.교통사고 후유증은 CT나 MRI 검진에서 이상이 감지되지 않거나, 일정 기간 환자에게서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증상이 감지되지 않다가도 뒤늦게 발현될 수 있어, 현재 증상이 약하더라도 빠른 치료를 통해 회복력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신체 노화가 가속화되는 고령운전자들에게 편타성 손상은 더욱 간과해선 안 될 후유증이다.(*이 칼럼은 보라매자생한방병원 박원상 병원장의 기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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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16.7%)은 당뇨병을 앓고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가 약 복용을 소홀히 하면 당뇨병합병증이 생기고 건강에 큰 해가 될 수 있으므로 항상 약을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이미 당뇨약을 복용 중이라면 본인이 먹고 있는 약이 구체적으로 어떤 약인지 알고 있어야 올바른 시간에 복용하고 각종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흔히 쓰이는 당뇨약은 대략 6가지인데, 각각 특징과 주의사항이 다르므로 복용하고 있는 당뇨약이 어떤 약에 해당하는지 알아둘 필요가 있다.가장 많이 처방되는 당뇨약은 ‘메트포르민’이라고 부르는 성분의 약이다. 당뇨 환자는 대부분 이 약을 먹는다. 메트포르민 성분 약은 가격이 저렴하면서 효과도 좋다고 평가받는다. 간에서 당분 생산을 줄여주는 동시에 인슐린 민감도는 높여주며, 비만 방지에도 일정 부분 효과가 있고 항암작용, 심혈관 건강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약이다. 이미 이 약을 먹고 있다면 단순히 당뇨약을 먹는 것 이상으로 성인병 관리에 여러모로 도움이 되는 가성비 좋은 영양제를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다만, 부작용은 알고 있어야 한다. 구역, 구토, 설사 같은 위장관 부작용이 사람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일부만 위장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계속 먹다보면 적응이 돼서 위장 불편함이 사라지기도 하고, 식후에 바로 먹으면 위장 관련 부작용이 줄어들기도 한다. 따라서 이 약이 포함된 당뇨약을 먹는 사람이라면 식사 직전, 식사 도중 혹은 식사 직후에 당뇨약을 먹는 편이 좋다.두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당뇨약은 ‘글리메피리드’ 성분 약이다. 당뇨약을 2가지 이상 먹고 있다면 이 약도 같이 먹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글리메피리드 성분 약은 용량에 따라 녹색, 파란색, 주황색의 8자 모양처럼 생겼다. 췌장에서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약으로, 인슐린 분비를 몇 시간 동안 늘어나게 한다. 인슐린 분비를 강제로 늘려주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약을 먹고 식사를 거르면 저혈당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식사 30분 전~직전에 복용해야 한다. 저혈당 부작용 발생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혈당 감소 효과가 뛰어나기 때문에 지금까지 많이 처방되는 약이다.세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당뇨약은 ‘DPP-4 억제제’ 계열로, 흔히 ‘OO글립틴’이라고 불리는 성분명의 약이다. 최근 개발된 약이며, 기존 당뇨약의 단점을 모두 개선한 약이라고 볼 수 있다. 메트포르민의 경우 콩팥 기능이 심하게 저하된 사람은 쓸 수 없다는 단점이 있는데, DPP-4 억제제는 콩팥 기능이 매우 안 좋아도 걱정 없이 쓸 수 있다. 위장 부작용이 거의 없다는 장점도 있다. 글리메피리드의 경우 저혈당 부작용 위험이 큰 반면, DPP-4 억제제는 무조건적인 인슐린 분비가 아닌 식사를 했을 때만 인슐린이 분비되게 하는 똑똑한 약이라서 저혈당 부작용도 확연히 줄어든다. 하지만 이 약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혈당 감소 효과는 약하다는 단점이 있다.네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당뇨약은 당을 소변으로 빼내는 약인 ‘OOOO플로진’이라는 성분명의 약이다. 이 약도 최근 개발된 약으로, 체중감소, 혈압감소, 심부전 위험 감소와 같은 부수적 효과가 있어 점점 처방 빈도가 늘어나고 있다. 콩팥을 통해 소변으로 당이 배출되게 해주는 약이라서 소변에 당분이 늘어나게 되는데, 이런 부분이 경우에 따라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세균은 당을 좋아하기 때문에 소변에 당이 늘어나면 비뇨기계 감염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약을 복용하던 중 비뇨기계가 가렵거나 불편한 증세가 있다면 비뇨의학과를 찾아 방광염, 성기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상담해봐야 한다. 참고로 이 약도 혈당 감소 효과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다섯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당뇨약은 인슐린 민감도를 증가시켜주는 ‘OO글리타존’이라는 약이다. 혈액 중 중성지방 수치를 낮추고 저혈당 부작용 위험도 거의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골절 위험이 조금 증가할 수 있고 심부전이 동반질환으로 있던 사람의 경우 부종이 더 심해질 수 있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이 약은 골다공증이 있거나 심부전이 있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혈당 감소 효과도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여섯 번째로 많이 처방되는 당뇨약은 인슐린 주사제다. 대부분 환자들은 스스로 주사 놓는 것을 귀찮아하고 불편해하기 때문에 주사제보다는 먹는 약을 선호한다. 그러나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경우, 먹는 약으로 혈당 수치 조절이 잘 되지 않으면 주사제 처방이 나온다. 주사제가 혈당 감소 효과가 가장 강력하기 때문이다. 주사제는 주사하는 방법을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 소독솜으로 주사부위를 닦고, 일회용 바늘은 재사용하지 말고 매번 교체·사용해야 한다.이상의 6가지 당뇨약 외에 다른 종류의 약이 더 있긴 하지만, 요즘 흔하게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생략해도 무관하다. 본인이 먹는 당뇨약을 알아보려면 일단 당뇨약이 몇 개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어떤 사람은 한 알만 먹고, 어떤 사람은 세 알을 먹는다. 한 가지 성분의 당뇨약으로 혈당 조절이 안 되면, 두 가지, 세 가지, 네 가지 성분으로 늘리기도 하는데, 앞서 설명한대로 위장 부작용이 있는 약인지, 저혈당이나 감염 위험이 있는 약인지, 부종 위험이 큰 약인지 등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대처해주면 좋다. 본인이 먹는 당뇨약의 종류를 세어보고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약인지 확인해보면 건강관리에 더욱 도움이 될 수 있다. 참고로 요즘에는 두 가지 성분이 한 알에 합쳐져 있는 복합제가 많이 출시됐기 때문에 알약이 한 알이어도 성분은 두 가지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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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렇게 타로 집이 많아?” 미국에서 공부하고 있을 때의 일이다. 새롭게 이사 간 도시는 흔히 대학 도시라 불리는, 대학교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동네였다. 이 도시로 이사 갈 때는 뭔가 미래 지향적인 분위기와 젊은 청춘의 낭만이 어우러진 곳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보니 그냥 미국 시골 동네의 느낌이었다. 그런데 흥미로웠던 점은 길거리에 넘쳐났던 점집, 혹은 타로집이었다.학문, 특히 과학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대학 옆에 있는 점집. 뭔가 말할 수 없는 부조화스러움이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대학가도 그리 다른 것 같지 않다.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주카페, 타로가게, 그리고 어려운 세 글자의 한문으로 적혀있는 운명철학원들. 솔직히 대학가뿐이겠는가. 요즘 신문을 들춰보면, 여기저기서 점술의 이야기, 운명의 이야기, 무속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우리는 왜 점술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을까?심리학을 전공한다고 하면, 흔히들 최면술과 독심술을 기본으로 익혔다고 착각하던 시절도 있었다. 적어도 현대 심리학에서는 최면술과 독심술을 포함한 각종 초자연적 현상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과학적인 심리학을 표방하고 있는 현대 심리학에서는 연구자가 통제할 수 없는 현상을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점술을 포함하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인간의 마음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심리적 현상으로 설명하긴 한다.예를 들면, 점술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빈번하게 언급되는 ‘포러 효과’가 있는데, 이는 일반적이고 모호해서 누구에게나 적용 가능한 성격 묘사를 특정 개인에게 적용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성향을 말한다. 점집에 갔는데, 점술가가 나를 보고 ‘쯧쯧쯧, 얼굴에 우환이 가득 찼구만…’하고 말했다고 치자. 사실 왜 점집에 갔겠는가? 만사형통한 사람들이 점집을 찾지는 않을 것이다. 대학 입시 면접장에 온 학생에게 ‘대학 가고 싶구만?’이라고 묻는 것과 동일한 수준의 질문. 하지만 그 일반적인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로 좁혀서 생각하는 포러 효과의 덕택으로 그 점술가는 용한 점술가가 된다.여기에 가용성 편향이 더해지면 금상첨화가 된다. 가용성 편향은 머릿속에 쉽게 떠오르는 사건의 발생 확률을 과대 계산하는 경향을 말한다. 그래서 매우 인상적인 사건은 실제 발생 확률보다 더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믿게 된다. 예를 들면, 골프장 첫 홀에서 매우 멋진 인생 드라이브샷에 성공했다면, 그 장면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서 실제 경기 스코어는 엉망이어도 그날은 골프가 잘 된 것으로 여기는 것과 유사하다. 점술가가 던지는 열 가지 말 중에서 어떤 한 가지 사실이 적중했다면, 실제 정답률을 10%이지만 ‘와, 내가 말하지 않았던 사실을 점술가가 맞췄네. 신기하다’라는 생각으로 가용성 편향이 더해지며 백발백중 족집게 점술가로 탄생된다.물론 이와 같은 설명이 점술가들이 모두 엉터리임을 증명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로 신묘한 신령님이 함께하는 점술가가 있을지도 모른다. 단지 심리학의 영역에서 증명하지 못할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미래를 예언하고, 그 해법을 제안해 주는 말들에 매우 취약하다는 점이다.너무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우리의 마음은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상황을 즐기지 않는다. 간혹 이런 상황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자극 추구 성향을 가진 사람들인데, 이들은 일상적인 삶에 권태를 느껴, 짜릿한 경험을 좇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런 성향의 사람들은 10~20%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본인이 통제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하고, 안정적이고 구조화된 환경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그런데 어떻게 하던지 간에 불확실성이 줄어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미래가 그렇다. 아무리 머리가 좋고, 통찰력이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완벽하게 미래를 예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미래의 불확실성을 낮추는 것은 나의 생존을 위해 매우 필수적인 일이다. 이 간극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심리학에서 말하는 ‘착각적 통제감’이란 개념이 있다. 실제로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자신이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 예로 운동선수의 징크스를 들 수 있는데, 어느 날 빨간색 양말을 신고 경기를 해서 승리한 다음, 계속 빨간색 양말을 신는 행위를 종종 보게 된다. 실제로 어떤 양말을 신는지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리는 없지만(기능성 양말이라 실제 스포츠 수행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빨간 양말을 신는 행위가 경기에서 승리를 가져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빨간 양말을 계속 신으며, 만일 그 다음날도 승리했다면, 그 승리를 빨간 양말을 신은 자신의 덕으로 돌리게 된다.불확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통제감을 높이기 위해 외부의 도움을 청한다. 조언일 수도 있고, 예언일 수도 있으며, 기도일 수도 있고, 미신일 수도 있고, 점술일 수도 있다. 막상 그런 말들이 상황에서 자신의 통제력을 높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우리는 그런 도움들이 통제력을 높여준다고 믿는다. 즉, 착각적 통제감을 갖게 되는 것이다.물론 이런 행위가 무조건 나쁘다고만 볼 수는 없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한 마음을 안정시켜 줄 수도 있고,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자기 충족적 예언에서처럼 긍정적인 예언이 실제로 삶에 도움이 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착각적 통제감’이라는 용어에서 느낄 수 있듯, 내가 느낀 통제감은 그냥 착각일 뿐이다. 내가 미래에 갖고 갈 것은 내 안에 쌓인 그동안의 땀과 노력, 그것이면 족하지 않을까. 2025년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흘린 땀은 올해도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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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개봉했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셨나요? 저는 이 영화가 우울과 불안을 새로운 희망으로 바꾸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느꼈습니다. 영화 제목을 직역하면 "모든 것, 모든 곳, 한꺼번에"인데, 영화 제목으로서는 길고 난해해보입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에는 주인공이 일상을 잠시 멈추고 떠난 모험에서 모든 곳에 존재하는 자신의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다시 현실로 돌아와 최악의 상황을 한꺼번에 반전시켜버리는 통쾌한 '영웅 드라마'로서 이 만큼 훌륭한 제목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영화 도입부에 주인공 에블린은 완전히 지친 상태로 기계처럼 일만 하며 삽니다. 빨래방을 찾는 손님들과의 사사로운 마찰과 복잡한 세무조사로 신경쓸 게 너무 많습니다. 기한 내에 처리해야 하는 서류들, 매일 반복되는 정신 없는 일상…. 에블린은 점점 예민해지고 치매 아버지와 사춘기 딸, 무능한 남편에게 매일 잔소리와 화만 냅니다. 그러다 우연히 수많은 우주, 멀티버스 안에서 선택의 순간마다 다른 선택을 했던 수천, 수만의 자신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 여기 있는 자신은 그중 가장 잘못된 선택만을 반복해서 가장 실패한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러나 영화는 오히려 그런 에블린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비춰줍니다. 더 이상 실패할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새로운 도전을 해볼 수 있고, '버스 점프'를 통해 만나는 모든 자신으로부터 좋은 능력을 빌려 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가장 실패했다고 생각한 에블린은 스스로가 세상을 구할 유일한 희망이 됩니다. 영화에서 '버스 점프'란 위기의 순간에 가장 엉뚱하고 예측 불가능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씹던 껌을 책상에 붙였다가 떼서 다시 씹기, 립밤을 바르지 않고 삼키기, 신발을 그대로 신지 않고 양쪽을 바꿔 신기 등…. 에블린은 적이 공격해오는 절체절명의 순간에 오히려 버스 점프를 해야만 합니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위기에 대처해도 모자를 시간에 엉뚱한 행동에 집중을 하라니! 이것 역시도 굉장히 역설적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흰곰 효과(White bear effect)'라고 하는 아주 중요한 무의식적 현상과 관련이 있습니다.무의식은 우리의 의식적인 사고와 인식에 드러나지 않지만 행동과 사고에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활동을 말합니다. 그 정확한 실체는 아무도 알 수 없겠지만, 분명한 무의식의 특성 중 하나는 '역설적이고 모순적'이라는 것입니다. 왜 모순적인 특성을 갖는지는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마도 의식적 논리로 설명할 수 있는 범주의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주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과학자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미지의 것, 우주적이고 초월적인 어떤 대상을 경험하면 과학의 눈으로 정밀하게 파헤치다가도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신앙심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있지요. 과학과 종교라니, 평행선을 걸을 것만 같은 두 개의 주제가 한 사람의 마음 속에는 똑같은 비중으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비단 과학과 종교만이 아닙니다. 모든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대립적인 생각은 사람 마음 안에서 어떤 시기에, 어떤 이유에서 정확하게 반으로 배열될 수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때때로 반으로 나뉜 그 사람을 심적으로 괴롭고 우울하게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대부분의 자살 생각도 비슷합니다. 일반적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을 때 자살에 대한 생각도 따라옵니다. 따라서 한 번도 자살을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우울증이 심각한 수준일 때는 자살에 대한 생각을 할 수가 있고, 이런 경우 약물치료가 매우 효과적으로 자살 생각을 없애줍니다. 하지만 어떤 종류의 자살 생각은 증상과 무관하게 아주 어린 시절부터, 오랜 기간 지속되고 약물 치료로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습니다. 이런 종류의 자살 생각은 우울증에서 비롯된 증상과는 조금 다르지요. 제 생각에는 어떤 두 개의 생각이 정확히 반으로 나뉘어져 있는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데, 그 생각이 뭐인지는 무의식 속에 있어 전혀 알 수가 없고, 의식적으로는 '자살 생각으로만 표현되는 상태라 생각합니다.그러니까 자살 생각은, 조심스럽지만, 더 깊은 자기 안의 무의식적인 갈등을 품고 있는 '겉보기 생각'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떤 이유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음 속 갈등이 바깥으로 새나가지 못하도록 꽁꽁 감싼 가시갑옷, 혹은 무시무시한 저승의 케르베로스 같은 문지기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것이지요. 자살 생각은 다루기 매우 어렵습니다. '자살 생각은 나쁘다.절대 생각조차 하면 안 된다'고 여기면 흰곰 효과의 역설 때문에 생각이 더 나게 되고, 그렇다고 해서 자살 생각을 계속 가지고 살아 가자니 삶이 괴롭고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은 죄책감에 빠지는 것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살 생각에 사로잡혀 있는 상태는 더 모순적이고 해결 불가능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자살 생각이 완전히 사라지거나, 아니면 내가 사라지거나, 두 가지 선택지 말고는 답이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자살 생각은 다른 더 깊은 내면으로 향하는 것을 방해하는 일종의 '무시무시한' 문지기입니다. 그 생각 너머에는 자신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놀라운 내면의 풍경이 펼쳐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오히려 생명과 삶에 대한 다른 생각들이 들어있을지도요. 어쩌면 또 다른 괴로운 관문이 그 뒤에 또 있을 수도 있지만, 어찌 되었든 한 번은 통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는 좀더 쉬운 관문이 될지도요. 중요한 것은 자살 생각은 진짜 자기가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를 방해하는 존재입니다. 그러면 이 문지기는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요?영화에서 말하는 것처럼 상황의 전환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엉뚱한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진료실 안에서도 가끔은 그렇습니다. 처음에는 이분법적이고 명료해 보이는 선택지에 대해 이야기하던 분들이 세션이 진행되면서 문득 제3의 길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한 번의 상담으로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지요. 그러나 극적인 변화를 경험하는 분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아주 치열한 진심으로 자기를 돌아보고 자살 생각에 대해서도 치열하게 맞서 고민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정말 '우연히' 상황이 반전됩니다. 진료실에 방문해서 마음의 재료들을 꺼내 놓고 치료자와 함께 치열하게 자신에 대해 고민하다보면 문득 스스로 안에서 '버스 점프'가 일어나는 것이지요. 융학파 분석가이자 미국 정신과 의사인 데이비드 로젠(David Rosen)은 자살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아 죽이기를 제안합니다. 자아(ego) 죽이기란 이전에 가지고 있던 자신과 인생에 대한 관점을 죽이는 대신, 자기(self)를 살리는 것입니다. 즉, 상징적인 방식으로 자신이 고수했던 태도, 생각, 가치관 등이 죽고 나면, 죽음으로 향했던 에너지가 창조적인 힘으로 변환돼 다시 삶으로 흘러들어 온다는 것입니다. 즉, 그러한 종류의 자살은 '죽음'이 아니라 '부활'인 셈입니다.가끔, 아주 오랫동안 자살에 대해 생각하며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환자들이 저에게 "상담을 계속 받고 나서도 죽고 싶다는 마음이 변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죠?"라고 묻습니다. 저는 그분들께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자와 '함께' 그 생각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고 부딪쳐 간다면, 반드시 전환점을 찾게 될 것이라고요. [본 자살 예방 캠페인은 보건복지부 및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대한정신건강재단·헬스조선이 함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