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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건양대병원이 지난 9일 아시아 최초로 가동을 시작한 제4세대 ‘로봇 사이버나이프(Robot Cyberknife)’는 ‘무혈(無血) 수술 혁명’의 결정판이다.
시리도록 눈부신 무영등(無影燈), 어지럽게 널린 수술 도구, 기계음을 내는 각종 환자 감시장치와 마취장비, 그리고 검붉은 피가 떠오르던 ‘살벌한’ 수술실은 이제 우주공학과 로봇기술이 접목된 최첨단 장비로 대체됐다. 마취도 없이 편안히 누웠다 나오면 암이 제거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무혈수술이란 CT나 MRI 등 첨단 영상기술을 이용해 몸 속 병소(病巢·암 등 병 때문에 조직이 변한 자리) 위치에 대한 3차원적 좌표 값을 설정한 뒤, 몸 밖에서 수백~수천 가닥의 방사선 또는 에너지를 그 곳에 집중시켜 파괴하는 것.
방사선치료처럼 한 가닥의 큰 에너지를 쏘면 그 에너지가 통과하는 정상조직까지 파괴되지만 그 에너지를 수백~수천분의 1로 나누어 각각 수백~수천 방향에서 쏘면 정상조직 손상 없이 병소만 제거할 수 있다는 원리다.
이 같은 무혈수술은 1960년대 감마나이프 개발로 인해 최초로 현실화됐으며 이후 사이버나이프 같은 첨단장비가 개발되면서 수술 범위도 확대됐고 수술 결과도 크게 향상되고 있다.
제4세대 로봇 사이버나이프는 움직이는 병소도 파괴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무혈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력(火力)을 집중시킬 정확한 좌표다. 때문에 숨쉴 때마다 2~3㎝씩 움직이는 폐나, 환자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는 간 등에 위치한 종양은 좌표 값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지금껏 치료가 어려웠다.
제3세대 사이버나이프는 목표지점, 즉 종양 등에 금침 표적물을 위치시켜 이 문제를 해결했지만 그 자체가 환자에게 고통이었다.
2006년 개발된 제4세대 로봇 사이버나이프는 컴퓨터 영상 추적 기술로 움직이는 종양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잡아내는 시스템(tracking system)이 추가됐다. 환자에게 입히는 특수 조끼가 움직이는 좌표까지 자동적으로 읽어서 실시간으로 교정해주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금침 표적물을 설치하지 않고도 폐나 간 등 움직이는 장기에 생긴 암을 치료할 수 있게 됐다.
한편 제4세대 로봇 사이버나이프는 나이 많은 환자나 몸이 불편한 환자의 몸에 생긴 암을 치료하는데도 효과적이다. 종양에 쏘는 방사선 양이 기존 사이버나이프의 두 배 이상이어서 치료시간이 20~60분 정도로 짧기 때문이다. 기존 사이버나이프의 치료시간은 40~120분으로 길어 장시간 치료 받기 어려운 환자들에게 적용하기 어려웠다.
로봇 사이버나이프는 머리 종양의 경우 20~40분, 몸통에 있는 종양은 30~60분 정도로 치료가 끝난다. 총 3일간 피 흘리지 않고, 통증 없이 치료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에도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이 장비는 뇌, 척추, 폐, 간, 췌장, 신장, 전립선 등 신체 모든 부위에 생긴 암을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위암과 대장암은 기존 수술치료가 더 효과적이고 저렴하기 때문에 로봇 사이버나이프 치료는 잘 적용하지 않는다.
또 암뿐만 아니라 삼차신경통, 뇌 혈관 기형, 간질, 파킨슨병, 우울증 치료에도 사용할 수 있다. 치료 비용은 머리 부위의 경우 보험 적용이 돼 300만원 정도. 몸통은 보험 적용이 안돼 치료 계획비와 치료비 등 900만~1100만원이 든다.
제4세대 로봇 사이버나이프는 오는 8월 우리들병원에도 도입될 예정이고, 제3세대 사이버나이프는 현재 강남성모병원과 원자력병원에서 가동 중이다.
/ 심재훈 헬스조선 기자 jhsim@chosun.com
/ 도움말: 정원규 건양대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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