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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된장, 제대로 알고 먹으면 약이 된다!

    된장, 제대로 알고 먹으면 약이 된다!

    된장은 된장찌개나 쌈장의 형태로 우리 생활 가장 가까이에 있는 식품 중의 하나다. 항암 효과 등의 숨어 있던 효능이 알려지면서 더욱 주목받게 된 된장이 우리 몸에 어떻게 좋은지 알아보고 재래식 된장과 비슷하게 출시된 된장 신제품을 살펴보도록 하자. 우리 몸에 좋은 된장 느끼한 서양 음식이나 밖에서 사먹는 음식에 지쳤을 때 생각나는 것은 집에서 먹는 따뜻한 밥 한 공기와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개다. 된장찌개는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의 하나로 양파, 두부나 호박, 고추 등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만으로도 맛있게 끓일 수 있어 주부들이 식탁에 가장 자주 올리는 메뉴이기도 하다. 고기를 먹을 때에도 된장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고기를 상추나 깻잎에 싸 먹을 때 짭짤한 맛을 더해 한층 풍미를 더해주는 것이 바로 된장이기 때문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콩으로 만든 된장은 영양학적인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한다. 또한 된장 특유의 구수한 맛과 향은 식욕을 돋워주기도 한다. 된장은 몸에 좋은 콩의 성분을 대부분 그대로 담고 있으며 숙성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기능적 성분이 더해져 완전식품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된장의 효능 중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바로 항암 효과이다. 암세포를 가진 쥐에게 된장찌개를 먹인 결과 그렇지 않은 쥐에 비해 암조직 무게가 약 80%나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 된 바 있다. 된장에는 항암 효과뿐만 아니라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기능이 있어 암예방협회의 암예방 15개 수칙 중에는 된장국을 매일 먹으라는 항목이 들어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된장은 우리 몸에서 해독작용을 하는 중요한 기관인 간 기능을 강화해준다. 동의보감에도 된장의 해독작용에 대한 언급이 있으며 우리 조상들은 벌에 쏘이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된장을 약으로 바르기도 하였다. 이 밖에도 된장에는 고혈압 예방, 노화 방지, 노인성 치매 방지, 골다공증 억제 등의 다양한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된장의 다섯가지 덕 우리나라의 된장이 다른 나라에 비해 특유의 구수한 맛을 유지하며 발달해올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조상들이 그만큼 장을 담글 때 정성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장을 담그는 날을 신경 써서 정하고 새끼를 꼬아 부정을 막는 금줄을 치는 등 우리 조상들은 장 담그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그만큼 맛있는 장을 담글 수 있었다. 옛 문헌에 된장의 맛을 다섯 가지 덕에 비유하여 높이 평가한 것이 있다. 첫째로는 단심(丹心)으로, 다른 맛과 섞여도 고유한 향미와 자기의 맛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며, 둘째는 항심(恒心)으로 오래도록 상하거나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셋째로는 불심(佛心)으로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없애면서 생선이나 고기보다 못하지 않다는 것이며, 넷째로는 선심(善心)으로 매운맛이나 독한 맛을 중화시켜 부드럽게 해준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다섯 번째는 화심(和心)으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리고 자연과 동화되는 점을 높이 샀다. 된장에 관한 짧은 상식 Q&A Q 된장을 사용하다 보면 흰꽃이 피는 경우가 있는데 인체에 해롭지 않은가요? A 된장 표면에 피는 흰꽃은 유해한 물질이 아니고, 산소가 있어야만 자라는 미생물(효모)이다. 보통 장독 뚜껑을 열고 햇볕을 많이 쬐어주게 되면, 자외선에 의해 자연스럽게 죽게 되지만, 뚜껑을 닫아두게 되면 된장 표면에 흰꽃이 피게 된다. 이는 김치나 장류 같은 발효식품에 곧잘 자라곤 하는 미생물로서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 Q 사먹는 된장에서 단맛이 나는 경우가 있는데 왜 그런가요? A 된장을 잘 못 담그면 신맛이 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요즘 시판되는 일반 된장에서는 신맛은 느낄 수 없고 오히려 단맛이 강한 경우가 많다. 이것은 우리가 전통적으로 먹어 오던 된장은 콩만을 이용해 만드는 데 비해, 시판 일반 된장은 밀가루와 콩을 섞어 이용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방법인 ‘콩된장’은 담그는 과정이 까다로워서 철저하게 온도가 낮아야 되고, 소금 조절을 잘하여야만 신맛이 나지 않게 된다. 시판 일반 된장의 경우는 온도가 높고, 소금이 적게 들어가더라도 단맛 때문에 신맛을 느낄 수 없다. Q 재래식 된장이 검게 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높은 온도에서 보관하면 된장이 검게 변할 수 있다. 특히 여름철의 경우 온도가 높아지면 변색이 더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 집에서 만든 된장의 경우에도 항아리의 윗부분엔 검은 빛의 된장이 굳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색깔의 변화는 공기와의 접촉면적 및 온도에 따라서 급격히 변화될 수 있으므로 된장 상태를 신선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냉장보관 하는 것이 좋다. (여성조선 신경원 사진 김수현(C-one Studio) )
    푸드2004/08/06 09:24
  • 여름철 건강 먹거리 "콩음식으로 단백질 보충"

    ▲ 여름철 피로회복, 탈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물을 자주 마시고 단백질을 풍부히 섭취해야 한다.푹푹 찌는 듯한 더위, 며칠씩이나 계속되는 열대야. 심신이 지치고 있다.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빠진다. 의욕은 감퇴되는 반면 불쾌지수는 높아진다. 10년만의 폭염이 맹위를 떨치면서 사람들이 호소하는 부작용이다. 어떻게 하면 이 무더운 여름을 지혜롭게 이겨낼 수 있을까.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하는 여름철 먹거리를 알아본다.   ▶단백질을 지켜라.  여름철 피곤과 무기력감의 원인은 단백질 부족 때문이다. 땀 흘리고 운동할 때는 우선 글리코겐(포도당의 저장 형태)이 사용되고 이후에는 단백질이 소비되는데 여름철에는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특히 단백질의 소비가 늘어난다.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으론 두유, 두부, 콩비지 등 콩으로 만든 음식이 있다. 특히 입맛까지 돋게 하는 콩국수는 여름철 음식으로 제격이다. 메밀국수나 냉면도 여름철 인기 식품이지만 단백질 함유량이 적기 때문에 주식으로 먹는 것은 금물이다.  보신탕이나 삼계탕 등 보양식들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여름철 먹거리. 하지만 단백질 가운데서도 동물성 지방이 많은 것은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삼계탕은 닭고기의 껍질을 벗겨서 조리하고 국물을 반 정도만 마시는 게 다이어트에 좋다.  적당한 단백질 섭취량은 체중 1㎏당 1g 정도이며 에너지 소비량은 15~20% 수준을 유지하도록 권장된다.   ▶비타민, 무기질을 잡아라.  비타민과 무기질도 많이 소모되는 영양분 가운데 하나. 땀을 통해 수분과 무기질, 비타민B-C 등이 배설되기 쉽다.  이를 보충하는 데는 과일이 필수다. 수박은 약 90%가 수분이지만 비타민B1-B2-C, 칼륨, 인, 아미노산 등을 함유하고 있다. 또 포도당의 원천인 당분을 포함하고 있어 피로회복에 도움이 된다.  참외 역시 여름철 탈진 예방에 그만이다. 비타민C의 함량이 높고 칼륨이 많아서 수박과 같은 이뇨작용을 한다. 열량도 100g당 26~31kcal로 낮은 편이다. 뿐만 아니라 "쿠쿨비타신"이라는 성분은 항암작용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도는 자연산 피로회복제다. 인체에 흡수가 가장 빠른 포도당을 갖고 있다. 떫은 맛을 내는 타닌은 바이러스나 충치, 암세포의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또 검붉은 껍질 속에 든 색소 안토시아닌은 위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아스피린보다 10배나 강한 소염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물은 자주, 소금은 멀리.  갈증은 단순히 입과 목구멍의 점막이 말라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신체조직에 수분이 결핍되어 생기는 현상이다. 갈증은 늦게 나타나서 빨리 사라지는 게 특성이다. 수분이 부족한 상태를 지나서 탈수상태에 이르러야 갈증이 나타나므로 그 전에 물을 마셔줘야 한다.  땀으로 빠진 염분을 보충하기 위해 소금을 즐겨 먹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땀을 많이 흘리면 염분보다 수분이 더 많이 빠져나간다. 여기에 소금을 먹으면 목이 더 탈 수 있다. 굳이 소금을 먹어야할 경우엔 물과 함께 마시도록 한다. (도움말=강남베스트클리닉 이승남 원장) ( 김인구 기자 clark@sportschosun.com )
    푸드김인구2004/08/02 09:25
  • 우유섭취량 적을수록 골밀도 낮아

    여자 어린이의 우유 섭취량이 적을수록 골 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하루 우유 섭취량은 뼈 건강을 위한 권장량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백희영 교수팀은 서울 시내 초등학교 4, 5학년 어린이 793명(남학생 426명, 여학생 367명)을 대상으로 우유 섭취량과 골 밀도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고학년 여자 어린이에서 우유 및 유제품을 적게 섭취하는 아이일수록 유제품을 많이 섭취하는 어린이보다 골 밀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우유 1잔(200㎖)에 들어있는 칼슘 함량과 같은 각 유제품의 양을 유제품 1당량이라 한다. 대상 어린이들의 1일 평균 유제품 당량 섭취분포를 보면 전반적으로 남자 어린이의 섭취가 여자 어린이보다 높았다. 하루에 우유 1~1.5잔을 마시는 어린이가 가장 많았는데, 그 비율은 남자 36%, 여자 35.4% 이었다. ▲ 우리나라의 1인당 우유 섭취량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우유는 뼈를 튼튼하게 하는 대표적 식품이다. 조선일보DB사진영양 상태는 유제품 섭취량이 많은 그룹이 좋았고 특히 우리나라 식생활에서 섭취가 부족한 칼슘과 비타민 B2 섭취량이 많았다. 여학생에서는 섭취한 유제품 당량이 적은 그룹에서 골 밀도가 낮았다. 그러나 남학생은 크게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에 대해 사춘기 전후 여자 어린이에서 뼈의 성장이 더 빠르고 예민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성장기 어린이에게는 뼈 건강을 위해 하루에 최소한 1잔(200g)의 우유 섭취를 권장하고 있으나 이들의 평균 섭취량은 87g 정도에 불과했다. ( 의학전문 기자 doctor@chosun.com )
    푸드의학전문2004/07/27 17:43
  • [명의들의 명강의] 신장질환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신장은 우리 몸에서 가장 푸대접 받는 장기 중 하나다. 많은 사람이 신장이 완전히 망가져도 혈액 또는 복막 투석을 통해 생명을 연장할 수 있으며, ‘재수’가 좋으면 신장을 이식받아 다시 정상생활을 할 수 있다고 가볍게 생각하는 것 같다. 두 쪽의 신장 중 한 쪽을 떼 줘도 문제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신장을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혈뇨 또는 단백뇨가 나오거나, 몸이 붓는 등 신장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좀 한가해지면...”이라며 병원행을 미루다 아예 잊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의사들도 신장질환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하고 환자에게 적극적으로 검사와 치료를 권하지 않는 편이다. 신장질환을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다. 일반인들의 생각과 달리 만성 신장염은 대부분 잘 낫지 않는 불치의 병이다. 시기의 차는 있지만 결국 말기 신부전증으로 진행돼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말기 신부전 환자가 매년 6000명씩 새로 발생하며, 2002년 12월말 기준 말기 신부전 환자는 약 3만4000명 정도다. 이중 20,010명이 혈액투석을, 5,712명이 복막투석을, 8,721명이 신장이식을 받았다. 투석만 하면 생명을 무한정 연장시킬 수 있을 것 같지만 모르는 소리다. 투석을 받아도 여러가지 합병증이 점점 심해져 매년 투석 환자의 12~15%가 사망한다. 투석을 시작한 환자의 나이가 40대라면 그 사람의 기대 수명은 같은 나이 조기 대장암 환자의 기대 수명보다 일반적으로 짧다.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40대 초반(40~44세)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11년, 50대 초반(50~54세)에 투석을 시작한 아시아인의 평균 기대 수명은 7.7년이다. 그러나 조기에 대장암을 발견해 수술받으면 생명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이라면 벌벌 떨면서 신장병이라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지(無知) 때문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 신장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자. 신장은 복부 뒷쪽, 척추를 사이에 두고 좌우에 하나씩 있다. 크기는 길이 10㎝, 폭 5㎝, 두께 3㎝, 무게 120~170g 정도다. 신장은 피질, 수질, 신우 세 부분으로 구성돼 있으며, 그중 가장 중요한 곳이 피질이다. 제일 바깥쪽에 있는 피질에는 한쪽 신장에 100만개씩, 모두 200만개 정도의 네프론(nephron)이 있다. 네프론 안에는 모세혈관이 마치 둥근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데, 그래서 이를 사구체(絲球體)라 한다. 사구체는 일종의 소변공장이다. 신장으로 흘러 들어간 혈액은 사구체를 통과하면서 노폐물 등이 여과돼 소변이 된다. 사구체는 약 200만개나 되므로, 절반 이상이 없어져도 소변을 만드는데 큰 지장이 없다. 그러나 염증 등으로 지나치게 많은 사구체가 파괴되면 몸 속 독소가 배출되지 못하고 쌓여 결국 생명을 잃게 된다. 투석은 망가진 사구체를 대신해서 인위적으로 독소를 걸러주는 치료다. ▲ 신장질환은 심장병이나 뇌졸중 등 다른 병에 비해 심각성이 과소평가돼 있지만 사망률이나 치료비용 등을 따져볼 때 결코 만만한 병이 아니라고 한대석 교수는 강조한다. /황정은기자 따라서 사구체가 파괴되는 급-만성 신부전증은 신장과 관련해서 가장 경계해야 할 병이다. 예를 들어 신장결석은 무척 고통스럽지만 그것 때문에 사망하지는 않는다. 체외충격파를 이용해 돌을 부셔버리거나, 방광경 등으로 제거하면 된다. 또 여성들에게 많은 신우의 세균성 염증(신우신염)도 항생제 치료를 하면 비교적 쉽게 낫는다. 신장암도 물론 치명적이지만 발병 빈도가 그렇게 높지 않고, 또 조기에 발견하면 치료가 가능하다. 그러나 사구체염증이나 당뇨합병증 등으로 거미줄보다 가는 사구체가 파괴되기 시작하면 사실상 치료할 방법이 없다.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능한 서서히 사구체가 파괴되도록 하는 것 뿐이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신부전증만 오지 않게 미리미리 대처하면 신장에 대해선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신부전증의 정의는 매우 애매모호하다. 신장의 기능이 정상보다 크게 떨어지면 신부전이라 부른다. 또 이같은 신장기능의 감소가 3~6개월 이상에 걸쳐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만성 신부전이라 부른다. 그러나 신장기능이 얼마나 감소해야 신부전이라 부르는지 뚜렷한 기준이 없다. 대개의 경우 평소보다 신장기능보다 절반 정도가 감소하면 신부전이라 부른다. 이때 신장 기능을 평가하는 척도는 혈중 크레아티닌 농도다. 크레아티닌이란 근육에서 만들어지는 물질로 정상인의 경우엔 신장 사구체에서 모두 여과돼 소변으로 빠져 나간다. 그러나 사구체가 망가지면 크레아티닌이 소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혈액속에 머물게 되며, 따라서 혈중 크레아니틴 농도가 높아지게 된다. 정상인의 크레아티닌 수치는 0.5~1.3㎎/dl 정도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람의 크레아티닌 농도가 평소보다 두배 증가하면 신장 기능이 2분의 1로 감소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대개의 경우 크레아티닌 수치가 2㎎/dl를 초과하면 신부전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신장은 최고 90% 까지 망가져도 모르고 지낼 수 있으며, 크레아티닌 수치가 10㎎/dl이 넘어서 병원을 찾는 환자도 드물지 않다. 따라서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아들면 혈액 검사 항목에서 자신의 크레아티닌 농도를 한번 체크해 봐야 한다. 크레아티닌 검사는 정기검사에 포함돼 있는 경우도,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한편 만성 신부전이 오면 체내의 독소를 걸러내지 못해 여러가지 다양한 증상이 생기는데, 이를 통칭해서 ‘요독증후군(uremic syndrome)’이라 부른다. 피속 칼륨이나 인산, 요산의 농도가 올라가고, 칼슘이 부족해 지는 등 전해질의 이상이 초래된다. 특히 칼륨의 농도가 높아지면 심장 부정맥을 초래해 사망할 수도 있다. 신장 기능의 균형이 깨어져 소변이 잦아지거나 반대로 줄어들기도 하며, 얼굴과 손-발 등 온 몸이 붓게 되는 증상이 나타난다. 또 빈혈, 백혈구 감소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며, 출혈이 잦아지기도 한다. 소화기능이 줄어들고, 뼈의 생성이 둔화되며, 근육이 마비되거나 경련되고, 피부가 가려워 지며, 잠이 오지 않고, 쉽게 피곤해 지는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그러나 이런 증상이 자각할 수 있을 정도로 뚜렷해 지는 것은 신장 기능이 크게, 예를 들어 80% 이상 감소했을 때다. 그러나 그제서야 병의 심각함을 알고 치료에 나선다면 이미 늦었기가 십상이다. 이런 사람은 결국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돼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어느 병이나 마찬가지지만 신부전증도 가급적 빨리 발견해 사구체가 파괴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춰야 한다. 그 길만이 살 길이다. 예를 들어 신장 기능이 40~50% 정도 감소됐더라도 그때부터 적극적인 치료와 관리를 하면 말기 신부전에 이르지 않고 여생을 마칠 수도 있다. 따라서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받고 피나 단백질이 검출되는지 체크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미루지 말고 즉각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신부전이 진행되면 소변으로 단백질이 빠져나오므로 소변에 거품이 많고 탁한 게 특징이다. 물론 육식을 지나치게 많이 하거나, 운동을 심하게 한 경우 일시적으로 소변이 탁할 수도 있지만, 계속 소변이 탁하다면 빨리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온 몸, 특히 얼굴이 아침에 붓거나 밤에 소변을 자주 보는 경우에도 신장질환을 의심해 봐야 한다. 신부전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사구체 신염, 당뇨 합병증, 고혈압 합병증 등 세가지가 가장 중요하다. 사구체 신염은 사구체에 급성 또는 만성 염증 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염증 반응이라면 누구나 세균이나 바이러스 감염을 생각하기 쉽지만, 70% 정도의 사구체 신염은 아무런 이유 없이 만성적으로 사구체 모세혈관에 염증 현상이 나타난다. 이중 가장 흔한 ‘IgA성 신증’은 면역 단백질이 사구체에 달라붙어 생기는 병으로, 이 중 20~30%가 말기 신부전증이 된다. 사구체 신염의 나머지 30% 정도는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 류머티즘의 일종인 전신홍반성낭창(루프스), 감기(인후두염, 편도선염 등), 기타 세균 감염의 합병증으로 나타나며, 이 때는 대부분 급성으로 사구체 신염이 생겼다 일부는 낫고 일부는 만성으로 진행된다. 이 중 감기나 기타 세균 감염으로 생긴 급성 사구체 신염은 비교적 쉽게 치료되며, 특별한 합병증도 없으며, 약 10% 정도만 만성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급성 사구체 신염의 원인이 B형 간염 바이러스 또는 루프스 일 경우엔 대부분 만성 사구체 신염으로 진행되며, 루프스로 인한 만성 사구체 신염인 경우 10~20%, 간염으로 인한 만성 사구체 신염인 경우 10% 정도가 말기 신부전이 돼 투석 또는 이식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루프스나 간염 환자는 신장을 각별히 아끼고 보호해야 한다. 최근엔 사구체 신염보다 당뇨 합병증 때문에 말기 신부전이 되는 사람이 훨씬 많다. 대한신장학회 통계에 따르면 2002년 투석 치료를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의 40.7%가 당뇨 합병증이 신부전의 원인이었다. 이에 비해 사구체 신염이 원인인 환자는 13.9%에 불과했다. 1992년의 경우엔 사구체 신염이 25.3%로 말기 신부전의 제1 원인이었으며, 당뇨 합병증이 원인인 환자는 19.5%에 불과했다. 10년 새 사구체 신염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은 줄고, 대신 당뇨 합병증으로 인한 말기 신부전 환자가 두배 이상 증가한 게 특징이다. 당뇨병이 무서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인체의 모세혈관들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당뇨 환자의 피 속에 있는 필요 이상의 당(糖) 성분은 혈액내 단백질 성분과 결합해서 ‘당화단백’을 형성하며, 이것이 혈관의 콜라겐과 들러 붙으면 혈관이 딱딱하게 경화(硬化)된다. 딱딱하게 경화된 혈관이 눈이라면 당뇨 망막증, 발이라면 당뇨발, 신장이라면 당뇨성 신장병(신병증)이 된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발병 10~15년이 지나면 소변에서 단백질이 조금씩 빠져나오기 시작하며, 15~20년이 지나면 35~40%의 환자에게 신장병이 생긴다. 그로부터 5~10년이 지나면 대부분 신부전이 된다. 따라서 당뇨 환자는 6개월에 한번 정도 소변 검사를 받고 미세(微細) 단백뇨가 있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대부분의 당뇨 환자가 당뇨망막증이나 당뇨발 등 다른 합병증 예방을 위해선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정작 신장 합병증에 대해선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 경향이 있다. 당뇨망막증이 생기면 실명하고, 당뇨발이 생기면 발을 잘라야 하지만, 신장은 꽤 많이 기능이 없어져도 별다른 이상 증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신부전을 일으키는 또 다른 원인은 고혈압이다. 고혈압은 그 자체로 신장질환을 유발할 수 있으며, 역으로 급-만성 사구체신염 등의 신장질환에 의해 사구체내의 고혈압이 유발되기도 한다. 대한신장학회 조사에 따르면 2002년 투석을 시작한 말기 신부전 환자 중 16%가 고혈압이 원인이었다. 10년전인 1992년 조사에서도 15.4%로 나타나 고혈압으로 인한 신부전 발병은 같은 비율은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요로결석이나 전립선 비대로 인한 요로폐쇄, 만성 간질성 신염, 다낭성 신장 질환 등이 신부전을 일으킬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신부전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 따라서 일단 신부전증으로 진단되면 신장 기능이 파괴되는 속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우선 치료 또는 조절 가능한 만성 신부전의 원인을 찾아내서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 중 가장 중요한 게 혈압의 관리다. 신부전의 원인이 사구체 신염이든 당뇨병이든 관계없이 신부전 환자는 대부분 2차적으로 고혈압이 나타나며, 이 때문에 사구체 파괴가 가속화된다. 따라서 일단 만성 신장질환이 있거나 신부전으로 진단되면 혈압을 130/80mmHg 이하로 엄격하게 조절해야 한다. 단백뇨가 심하게 나온다면 혈압을 125/75mmHg 이하로 낮추는 게 좋다. 최근에는 전신 혈압 뿐 아니라 사구체 내 고혈압까지 동시에 낮추는 고혈압 약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런 약을 복용하는 게 좋다. 만성 신장병 환자는 정상인 보다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의 발병 위험이 훨씬 높기 때문에 이같은 합병증을 낮추기 위해서도 혈압의 철저한 조절이 필수적이다. 그 밖에 혈당치(당뇨환자인 경우)와 콜레스테롤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해야 하며, 요로폐쇄, 요로감염, 고칼슘혈증, 신장혈관협착, 통풍, 간질성 신장염 등도 신부전의 진행을 촉진시키므로 즉시 치료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신부전 자체를 낫게 할 순 없지만, 최소한 더 빨리 나빠지게 되는 것은 막을 수 있다. 신부전의 진행을 늦추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은 식이요법이다. 일반적으로 염분 배설 능력이 떨어져 있는 신장병 환자는 몸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기 때문에 염분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또 단백질을 다량 섭취할 경우 요독(尿毒)증상이 심해지므로 단백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그 밖에 혈중 칼륨 농도가 높을 경우엔 칼륨 섭취도 제한해야 하며, 부종이 심한 경우엔 수분의 섭취도 제한해야 한다. 칼륨이 많은 음식은 시금치, 감자, 오렌지(귤), 견과류, 초콜릿 등이다. 그러나 저염-저단백-저칼륨식 등을 모든 신장병 환자에게 일반화해선 곤란하다. 신장기능이 정상이고 부종 등도 없는 초기 신장병 환자는 구태여 저염식을 할 필요가 없다. 또 저단백식이 좋다고 해서 단백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할 경우 영양실조 등으로 또 다른 문제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신부전 환자라 해도 정상인의 60~80% 정도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 특히 신장병 중 소변으로 다량의 단백질이 빠져나가면서 몸이 붓는 신증후군은 오히려 단백질 섭취를 늘여야 한다. 때문에 신부전을 비롯한 모든 신장병 환자의 식이요법은 의사와 전문 영양사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 다른 사람의 말만 믿고 식이요법을 해선 오히려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신부전 환자들을 위해 대부분의 대학병원에선 식이요법 강좌를 시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신부전 환자는 약물 복용을 가급적 삼가해야 하며, 불가피하게 약을 복용할 경우엔 그 약의 신장 독성 유무를 체크해야 한다. 감기 등으로 병원에 가더라도 의사에게 신부전 환자임을 밝히고, 신독성이 없는 약의 처방을 요청해야 한다. 환자 마음대로 약국에서 약을 사서 복용하다 신장 기능이 급속히 악화되어 말기 신부전으로 진행된 경우가 허다한 게 우리 실정이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신장 기능이 10% 정도만 남게 되면 요독증으로 인한 각종 합병증이 심해지므로 이 때는 혈액-복막투석이나 신장이식을 받아야 한다. 신장의 역할을 투석 또는 이식이 대신한다는 의미에서 이를 ‘신 대체 요법(腎 代替 療法)’이라 한다. 혈액 투석은 인공신장기를 이용해서 몸 속에 있는 피를 빼 낸 뒤, 피 속의 노폐물이나 과도한 수분을 제거하고, 깨끗해진 피를 다시 몸 속으로 넣어주는 치료다. 보통 1회에 4~5시간 걸리며, 주 2~3회 시행한다. 복막투석은 배(복강)에 도관을 설치하는 수술을 한 뒤, 가정 또는 직장에서 매일 3~4회 투석액을 교체해 주는 것이다. 즉 가정 등에서 배 안에 있는 이미 사용한 투석액을 도관을 통해 빼낸 뒤, 새 투석액을 넣어 주는 것으로 한번에 30~40분 정도 걸린다. 혈액투석과 복막투석의 효과와 비용은 비슷하나 장단점은 다르므로 환자의 형편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예를 들어 혈액 투석은 1주일에 3~4회 하지만, 한번에 시간이 많이 걸리며, 복막투석은 반대로 하루에 서너번씩 해야 하지만 한번에 걸리는 시간은 짧다. 복막투석의 경우 복막염의 위험이 있지만, 대신 식이제한이나 수분 제한을 덜해도 된다. 가정에서 혼자 시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혈액투석은 식이-수분제한이 엄격하며, 반드시 병원에 가야 받을 수 있다는 게 단점이다. 환자들은 두가지 방법의 장단점을 꼼꼼히 비교해서 자기에게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선 의사들이 혈액투석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의학적 판단보다 의학외적인 판단 때문인 경우가 없다고 할 수 없다. 값비싼 혈액투석기를 들여놓은 병원이나 의사들이 기계의 가동률을 높혀서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혈액투석을 더 우선적으로 권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을 선택해도 비용과 효과가 비슷하기 때문에 어느 한쪽을 권하는 게 뭐가 문제가 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투석방법이 환자의 입장보다 의사의 필요에 의해 선택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의사에게 혈액-복막투석의 장단점을 분명하게 설명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자신의 상황과 의사의 권고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투석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다. 투석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신장기능이 떨어진 경우엔 가급적 조기 투석도 고려해야 한다. 투석을 받으면 인생이 끝장난 것처럼 낙담하는 사람이 많고, 때문에 가급적 투석 시기를 늦추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어리석은 일이다. 어떤 사람은 요독증으로 인한 심장이나 폐, 뇌 합병증이 심해져 응급상황에 내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투석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처럼 긴급한 상황에 몰려서 투석을 시작하는 것보다, 가급적 빨리 투석을 시작하는 게 좋으며, 그렇게 하면 합병증을 미리 막을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환자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또 투석을 하면 하지 않을 때보다 식사나 수분의 제한도 덜해지므로 환자의 삶의 질도 높아진다. 소변으로 알아보는 내 건강 소변은 건강의 이상을 알려주는 바로미터다. 소변의 색, 냄새, 거품 등은 건강상태를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인이 하루에 배출하는 소변의 양은 1~1.5ℓ정도다. 소변의 99%는 물이며, 나머지 1%는 오래된 적혈구가 파괴돼 생긴 색소와 노폐물 등이다. 정상적인 소변은 아주 묽은 노란색으로, 맥주와 물을 1대1로 섞었다고 보면 된다. 소변의 노란색은 유로크롬이란 색소의 함유량에 따라 달라지는데, 사람마다 소변의 색은 차이가 나서 무색에서 짙은 노란색까지 다양하다. 또 비타민C 음료 등 특정 음료를 마셨거나, 탈수가 심해 유로크롬의 농도가 높아진 경우에도 일시적으로 소변의 색이 진해진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없이 소변 색이 황갈색으로 변하는 것은 소변으로 담즙이 빠져나오는 신호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소변이 핏빛이거나 분홍색이거나 짙은 갈색인 경우는 콩팥에서 소변이 만들어져 방광과 요도를 거쳐 배설되는 과정 중 어딘가에서 피가 새어나온다는 신호다. 혈뇨의 원인은 사구체 신염, 신우신염, 요관결석, 신장암, 방광암, 전립선염 등 수도 없이 많다. 따라서 혈뇨가 지속될 경우엔 정밀 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러나 정상인도 심한 운동을 했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거나, 감기에 심하게 걸린 경우 일시적으로 혈뇨가 있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옆구리나 하복부의 통증이 동반된 혈뇨는 요로결석 때문인 경우가 많다. 소변을 자주 보며 소변을 볼 때 통증이 있는 혈뇨는 신우신염, 방광염 등 급성 세균 감염증일 수 있다. 소변색이 일시적으로 붉었다 얼마 뒤 괜찮아진 경우엔 방광암 신장암 등 암일 가능성이 있다. 소변의 거품과 탁한 정도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정상인의 소변은 맑고 투명하며, 거품이 생기더라도 양이 많지 않다. 매우 탁하고, 마치 비누를 풀어 놓은 듯 거품이 많은 소변이 지속된다면 단백질 성분이 소변으로 빠져나오고 있다는 신호므로 즉각 소변검사를 받아봐야 한다. 그러나 건강한 사람도 심한 운동을 했거나, 고열이 지속됐거나, 탈수가 됐거나, 등심이나 삼겹살 등 육류를 많이 섭취한 경우 일시적으로 거품 소변이 나올 수 있다. 한편 소변은 지린내가 나는 게 당연하지만, 만약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톡 쏠 정도로 심하다면 세균 감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세균이 소변을 분해해 암모니아를 생성시키기 때문이다. 당뇨병 환자 중 일부에게선 소변에서 은은한 과일향기가 나므로, 이 때도 조심해야 한다. 신장암 신장암은 발병 빈도가 낮고 또 조기발견시 비교적 쉽게 치료 된다. 그러나 신장암이 폐 등으로 전이된 경우엔 치료가 어려우므로 마음을 놓고 있어서도 안된다. 통계청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한해 약 500명 정도가 신장암으로 사망하고 있다. 남자가 여자보다 2배 정도 많이 발병하며, 40~60대에 주로 나타난다. 정확한 발암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지만, 흡연, 비만, 고혈압 치료제 복용, 진통제 남용, 동물성 지방 위주 식생활, 장기간의 혈액투석, 중금속 노출 등이 발암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따라서 신장암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금연해야 하며,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하며, 규칙적으로 운동함으로써 비만을 방지해야 한다. 신장암 환자는 옆구리 통증, 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나지만 초기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 이 때문에 과거엔 암이 어린애 주먹만큼 커진 다음에 발견되기도 했다. 최근엔 복부 초음파 검사와 컴퓨터 단층촬영의 확대로 대부분 암 크기가 3~4㎝ 이하인 조기에 진단된다. 신장암은 크기가 3~5㎝면 1기, 5~7㎝면 2기로 본다. 그 이상이면 폐, 뼈, 간 등에 잘 전이된다. 전이가 일어나지 않은 1~2기 암은 내시경 등으로 신장을 떼 내면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재발률도 5~2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그러나 다른 장기로 암이 전이되면 치료가 쉽지 않다. 이 때는 수술과 항암치료, 면역요법 등을 시행해야 한다. 신장암 진단시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상태로 발견되는 환자는 전체 환자의 약 30% 쯤이다. 한대석 교수는 미국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친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한대석 교수는 그래서인지 진료스타일도 미국식이다. ▲ 한대석 신촌세브란스병원 내과 교수./ 조선일보DB문 밖에 환자들이 줄을 서 기다리고 있지만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초진환자인 경우 환자의 가족 얘기, 직장 얘기, 친구 얘기를 시시콜콜 캐 묻고 기록한다. 또 자신이 직접 환자의 혈압을, 그것도 시간 간격을 두고 세차례나 해서 평균값을 낸다. 자동혈압기나 간호사를 이용할 수도 있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신부전증의 진행에 혈압만큼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없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그 바람에 환자 한명 당 외래 진찰 시간은 10~15분 정도가 걸리고, 점심 시간 이전에 마쳐야 할 외래 진료가 매번 오후 서너시를 넘겨서야 끝이 난다. 그는 입원환자 아침 회진에도 한시간 이상 할애해서 환자의 의무기록과 건강상태를 꼼꼼히 체크한다. 레지던트들은 하는 수 없이 환자의 가족관계는 물로 주소까지 암기해야 할 정도다. 한 교수가 물어보기 때문이다. “왜 혈압을 직접 재냐”는 질문에 한 교수는 “혈압만 재는 게 아니라 혈압을 재며 이것 저것 묻고 대답하면서 환자와 유대감을 가지려는 것”이라며 “신부전증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므로 의사-환자의 파트너십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은 작고한 스승 홍석기 교수가 항상 ‘눈에 보이는 한 가지만 생각하지 말고, 보이지 않는 여러가지를 생각하라’고 가르쳤다”며 “환자와 친해지지 않으면 절대 여러가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1943년생인 한 교수는 1967년 연세의대를 졸업한 뒤, 1973년까지 임상이 아닌 기초의학(생리학)을 전공했다. 1973년 미국으로 건너가 뉴저지주 성요셉병원서 인턴을 하고, 뉴욕 브롱스 알버트 아인슈타인대학 부속병원에서 신장내과 연수를 마쳤다. 1978년부터 1983년까지 하바드의대 내과 임상강사를 역임했으며, 같은 기간 맨체스터 재향군인병원 내과 과장으로 일했다. 1983년 귀국한 한 교수는 연세의대에 근무하면서 세브란스병원 외국인 진료소장, 임상연구센터소장, 신장질환연구소장 등을 역임했거나 맡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대한신장학회 이사장도 역임했다. 국내서 가장 많은 말기 신부전 환자를 관리하고 있는 한 교수는 투석환자, 특히 복막 투석 환자의 영양 상태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깊다. 그를 포함해 세브란스병원서 관리하는 복막투석 환자는 500여명으로 한 기관에서 이렇게 많은 복막투석 환자를 관리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취미는 음악감상이며, 주량은 소주 1병 정도다. 특히 학창시절 음악 지휘자를 꿈 꿀 정도로 클래식 음악에 심취했으며, 지금도 외국서 발행되는 음악 전문잡지를 구독할 정도로 조예가 깊다. 틈나는 대로 헬스클럽에 나가 체력을 다지고 주말엔 등산이나 골프 연습을 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26 15:05
  • [명의들의 명강의] 임신과 분만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30일간 연재중입니다.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분만은 극심한 고통이 따르는, 사람 목숨이 가장 위험한 순간 중 하나다. 태아나 산모가 사망하는 일도 드물지 않아,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신변을 정리하는 등 ‘비장한’ 각오를 하고 분만에 들어가야 했다. 그러나 과거의 분만 중 사망을 현대 의학으로 분석하면 전치 태반이나 비정상 태위 등 ‘고위험 임신’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대부분 집에서, 때로는 밭이나 변소에서 ‘쑥쑥’ 잘도 애를 낳았다. 할머니들에게 ‘분이’ ‘분내’란 이름이 많은 것도 뒷간에서 낳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변 ‘분(糞)’ 자를 넣어 이름을 만든 것이다. 그날 따라 새참을 늦게 가져온 아내에게 이유를 캐 물었더니 “애 낳고 오느라고…”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도 있다. 진반농반(眞半弄半)인 이같은 얘기들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설혹 농담이라 해도, 우리 조상들이 그만큼 분만을 대단찮은 일로 생각해 왔음을 엿볼 수 있다. 당시엔 산부인과 전문의도 없었고, 거창한 분만장비, 시설, 약품도 없었다. 그저 천장에 매달은 광목 줄 하나면 ‘쑥’하고 애를 낳았다. 시어머니나 동네 꼬부랑 노파는 복잡한 산부인과학을 배우지 않았지만, 능숙한 솜씨로 애를 받아 냈고, 인류는 그렇게 수천년간 ‘종족’을 번식시켜 왔다. 현대의학은 분만의 풍속도를 180도 바꾸어 놓았다. 요즘 병원에서 이뤄지는 분만은 마치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분만을 위해 입원하는 순간, 임신부의 팔 정맥에는 포도당 링거주사가 꽂히고, 배에는 태아의 심장 박동과 임신부의 자궁 수축을 측정하는 센서가 2개 부착된다. 뿐만 아니라 분만 직전엔 관장과 금식도 해야 한다. 진통실서 분만실로 옮겨지면 임신부는 여자로서 가장 수치스런 자세로 침대에 꼼짝 말고 누워 있어야 하며, 수술용 무영등(無影燈)이 벌린 다리 사이를 그림자 하나 없이 밝게 비춘다. 감염 방지 등의 이유로 음모를 밀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 박문일교수는 분만의 주체는 의사가 아닌 임신부 자신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정경렬 기자  그 때 등장한 의사는 양수를 터트리고, 회음부를 절개하며, 경우에 따라 경막외 마취나 분만촉진제를 주사하는 등 분만 과정을 총 지휘한다. ‘병원 분만’이 보편화되면서 임신부들이 중환자로 취급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임신부는 환자가 아니다. 환자가 아닌 사람을 환자 취급하는 현재의 분만 관행은 크게 잘못됐으며, 따라서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 산부인과에서 행해지는 진통과 분만 중의 여러가지 처치들은 태아 발육부전이나 비정상 태위 등 ‘고위험 임신’에만 필요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모든 임신을 고위험 임신으로 간주하고, 불필요한 처치들을 관행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의사들은 분만 과정에서 산모나 태아가 잘못되면 책임을 지게될 수 있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중 삼중 사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조금이라도 이상 징후가 보이면 바로 제왕절개를 해 버리는 것이다. 좋게 표현해서 안전장치지, 사실상 방어진료-과잉진료인 셈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40% 정도가 배에 칼 자국을 갖게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됐는지 조목조목 지적해 보자. 먼저 진통하고 분만하는 자세다. 팔에 링거주사가 꽂히고, 태아감시장치 등이 복부에 부착되는 순간 임신부는 꼼짝도 못하고 누워 있어야 한다. 아프면 눕는 자세도 바꾸고 몸도 뒤척거리기 마련인데, 몸에 주렁주렁 의료장비를 매달아 놓으면 꼼짝 할래야 할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온 몸이 긴장되고 근육에 힘이 들어가 분만이 더욱 어려워 진다. 이와 같은 누운 자세 분만은 순전히 의사의 편의를 위해서다. 사실 분만에 가장 적합한 자세는 누운 자세가 아니다. 앉거나 선 자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앉거나 서야 중력의 작용으로 태아 머리가 산도(産道) 쪽으로 잘 빠져나오게 된다. 누우면 수평 방향으로 힘을 받으므로 훨씬 힘이 들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유럽에선 18세기 중반까지 분만용 의자가 사용됐으며, 우리나라의 광목 줄도 그것을 잡고 힘을 주면 상체가 일으켜 세워 지면서 자연스레 앉는 자세가 된다. 경주에서 출토된 토우(土偶) 중엔 서서 분만하는 모습을 묘사한 것이 있으며, 동서고금의 민속자료 속 분만자세도 대부분 앉거나 선 자세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아기의 머리를 잡고 꺼내는 겸자(가위처럼 생긴 기구)가 발명되면서, 의사가 겸자를 수월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임신부가 눕게 됐다고 의료사학자들은 설명한다. 둘째, 금식 하는 문제다. 분만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젖 먹던 힘까지 다 짜 내 분만을 해야 하므로, 분만하는 날은 오히려 더 잘 먹어야 한다. 그런데도 금식과 관장을 시키는 이유는 만에 하나 응급 수술, 즉 제왕절개가 필요할지 모르므로 그것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셋째, 임신부의 복부에 부착되는 태아 심장 박동 감시장치와 자궁 수축력 감시장치다. 이는 고위험 임신의 경우, 임신부의 자궁 수축력이 너무 세지나 않은지, 태아가 자궁수축에 얼마나 잘 견디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다. 정상 임신인 경우 사실상 이런 장비가 불필요하다. 오히려 이 장치들을 이용함으로써 의사의 마음까지 조급해져, 그 때문에 작은 문제도 크게 받아들이고 불필요한 제왕절개술을 시행하는 원인이 된다. 넷째, 기계적인 회음절개술의 문제다. 이는 분만시 회음부가 이리저리 찢기는 열상(烈傷)을 방지하기 위해 미리 깨끗한 상처를 내 주고 분만 뒤 봉합하는 것. 자연분만인 경우, 우리나라에선 80~90%의 임신부에게 이를 시행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마취로 인한 위험이 수반되며, 때로는 분만 뒤 성교통 등의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유럽에서 30% 정도, 미국에선 50% 정도에게만 이 수술을 시행하지만, 이 땅에선 자연분만인 경우 거의 관행적으로 회음절개술이 시행되고 있다. 그 밖에 진통촉진제와 척추(경막외)마취의 부적절한 사용, 분만실의 눈부시게 밝은 조명, 관행적인 양수 터트리기 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진통촉진제는 분만 시기가 지났거나 자궁수축력이 비정상적으로 약한 사람에게만 써야 하며, 무통주사(경막외 마취)는 통증에 대한 공포감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사람에게만 사용돼야 한다. 또 너무 밝은 분만실 조명은 태아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므로 조금 줄일 필요가 있다. 반복되는 얘기지만 병원에서 행해지는 이 모든 처치는 임신부가 환자라는 가정에 기초하고 있다. 즉 내버려 두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크므로, 미리부터 의사가 모든 분만 과정을 책임지고 지휘해야 한다는 게 병원분만의 기본 전제다. 그러나 단언컨데 적어도 최근 1000년간 여성 골반의 구조적 변화는 없었다. 과거 밭에서 김을 매다 ‘쑥쑥’ 애를 낳았던 것처럼, 현대인도 의사 도움 없이 얼마든지 애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현대여성들은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좋고 건강해 훨씬 좋은 분만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부인과 의사는 산모나 태아 생명이 위태로운 고위험 분만인 경우만 나서서 제왕절개를 하는 등 분만을 도와주면 된다. 소방수는 불이 났을 때만 출동해 물을 뿌려야지, 시도 때도 없이 출동해 아무데나 물을 뿌려서는 안된다. 마찬가지 이치로 산부인과 의사들도 출동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잘 분별해야 한다. 한편 이 모든 변화를 의사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현재와 같은 의사 중심 분만을 임신부 중심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선 무엇보다 임신부가 꼼꼼해져야 한다. 그 어떤 경우든 환자는 의사 말을 따라야 하지만 분만에 있어서만은 예외다. 의사가 시키는 대로 무조건 따라 하는 것 보다, 그것이 진짜 필요한 처치인지 아닌지 이것 저것 자세히 캐물어 보는 게 좋다. 권위적이고 방어적이며 기계적인 의사들이 많으며, 그런 의사는 내버려 두면 분만도 그렇게 진행된다. 따라서 불필요한 처치가 행해지는 것을 막으려면 의사에게 미리부터 이것 저것 물어보고, 때에 따라선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함으로써, ‘기계적인 분만’에 브레이크를 걸어줘야 한다. 그러나 임신부가 의사를 견제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므로 아예 임신 초기 병원을 선택할 때부터 주위의 평가 등을 토대로 의사나 병원의 분만 환경과 철학을 ‘탐색’하고,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곳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하다보면 좋은 병원과 좋지 않은 병원이 자연스레 판가름 나게 된다. 어떻게 해야 골치아픈 문제에 휘말리지 않고 돈도 많이 벌것인가를 고민하는 의사와 어떻게 분만하는 게 임신부와 태아에게 가장 좋을까를 고민하는 의사를 구별해 내는 일은 조금만 신경쓰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의사들의 ‘변명’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그들은 분만 사고에 대한 법원의 판결이 지나치게 편향적이어서 어쩔 수 없이 ‘의사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즉 자연분만을 위해 최선을 다하다 불가피하게 의료 사고가 난 경우, 서구에선 대부분 임신부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법원은 ‘빨리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위험해 졌다’는 식으로 판결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많은 의사가 ‘제왕절개 무죄, 자연분만 유죄’라는 식의 선입견을 갖고 있으며, 자연히 처음부터 철저하게 방어진료를 하고,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즉각 제왕절개를 해 버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왕절개율이 세계 최고인 이유도 의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이같은 법원의 판결 때문이라는 게 의사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서구, 특히 유럽 국가들의 경우 분만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사고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의사의 책임을 묻지 않고, 모자보건 차원에서 정부가 직접 개입해 분쟁을 해결하고 있다. 덕분에 의사들은 자신이 배웠고, 임신부가 바라는 대로 분만을 진행시킬 수 있다. 그러나 우리 의사들은 처벌이 무서워 미리부터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방어적 차원에서 분만을 진행할 수 밖에 없다는 게 스스로의 고백이다. 물론 그런 의사를 도덕적으로 비난할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우리의 분만 문화를 의사의 도덕감에만 맡겨 놓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분만에 관한 의료분쟁만이라도 신속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시급히 마련할 필요가 있다. 임신 기간 중 임신부 행동수칙은 임신부가 더 자세히 알고 있으므로 여기에선 짧게만 언급하자. 당연한 얘기지만 임신부는 임신 주수(週數)에 따라 병원을 방문하고, 의사 지시에 따라 필요한 산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특히 35세 이상 임신부,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있는 임신부, 습관성 유산 환자 등은 유산, 조산, 사산, 기형아 출산 위험이 있으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이들은 경우에 따라 임신 유지를 위해 자궁 수술이나 약물 치료 등을 받아야 한다. 이같은 처치는 대부분 의사의 전문 영역이므로, 임신부는 의사 말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다음은 임신부의 몫이다. 의사가 뱃속 아기의 건강상태까지 챙겨줄 수는 없다. 뱃 속 아기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게 하는 건 전적으로 임신부의 책임인데, 이를 위해 임신부는 무엇보다 임신을 기쁘고 축복된 일로 받아들여야 한다. 입덧이 나서 괴롭다고 짜증을 내거나, 형편이 어려운데 아기를 가졌다고 임신을 부담스러워 한다면 뱃속 아기가 엄마의 마음을 알아채리고 괴로워 할지 모른다. 따라서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의 평안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조상들은 예로부터 임신부의 생각과 마음가짐이 그대로 태아에게 영향을 준다고 믿고, 태교를 중시해 왔다. 이같은 믿음은 현대적 심신의학(心身醫學)에서도 어느정도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감미로운 음악을 통해 얻게 되는 마음의 평안은 태아의 건강과 심리적 안정에 영향을 미치며,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것과 같은 모체의 지적 활동은 태아의 대뇌발달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임신부는 명상이나 기도로 마음을 편하게 갖고, 자신이 원하는 아기의 이미지를 가능한 구체적으로 머리 속에 그려보고, 그 이미지대로 생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자신이 꿈꾸었던 것과 꼭 같은 아기를 얻게 될지도 모른다. 좀 다른 얘기지만 미국 코넬대학 ‘임신-신생아 연구센터’ 소장인 나다니엘 교수는 태아가 출생한 뒤의 건강상태는 임신 기간 중 미리 ‘프로그래밍’ 된다고 주장한다. 나다니엘 교수는 ‘자궁 안의 삶(Life in the Womb:The Origin of Health and Disease)’이란 저서를 통해 임신 중 자궁안 환경은 태아의 장기와 조직이 분화되는 과정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태아가 어른이 돼서 생길 병까지 미리 결정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즉 심장병, 당뇨병, 고혈압 등 대부분의 만성질환은 태아 때 미리 프로그래밍 됐으며, 그같은 프로그래밍에 영향을 미치는 게 임신부의 행동과 마음가짐이라는 것이다. 특히 임신부의 스트레스는 태아의 혈액순환에 큰 영향을 줘서, 태아가 성인이 됐을 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따라서 태아에게 영어 테이프를 들여주는 등과 같은 과도한 태교는 욕심이며, 욕심은 그 자체가 스트레스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임신초기(3개월 이전)엔 부부관계를 줄이는 게 좋다. 특히 유산이나 조산 경험이 있는 사람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임신 12주까지 여성의 자궁은 딱딱한 근육 덩어리와 같으며, 태아는 외부 자극에 쉽게 영향을 받는다. 남성의 정액에는 여성의 자궁을 수축시키는 물질이 있는데, 이 물질은 임신부 유도분만 할 때 쓰는 진통촉진제와 성분이 같다. 따라서 정액이 자궁에 자주 닿으면 유산될 위험도 있다. 그러나 임신 중기부터 분만 1개월 전까지는 성 생활을 자제할 필요가 없다. 술과 담배는 당연히 끊어야 하며, 카페인이 있는 커피, 홍차, 콜라 등도 삼가해야 한다. 임신 중기(4~7개월)에 접어들면 유산의 위험이 줄어들므로,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적당한 운동을 하는 게 좋다. 분만을 하려면 골반 주위 관절과 인대가 늘어나야 하므로 근육과 관절의 유연성을 길러주는 수영이나 가벼운 체조 등이 적당하다. 입덧이 끝나면 식욕이 왕성해지는데, 체중이 지나치게 빨리 증가하지 않는다면 특별히 음식을 자제할 필요는 없다. 임신 5개월 이후엔 매주 500g 정도 체중이 증가하면 정상이다. 임신 말기(8~10개월)가 되면 진통과 분만에 대비해서 자신에게 적합한 분만법과 호흡법을 익히는 등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나치게 두려워 할 필요가 없으며, 진통은 아이가 태어나기 위한 에너지라 생각하고, 태어날 태아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분만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다. 임신 말기 부부관계는 삼가해야 하며, 예정일부터 빨리 분만할 수 있으므로 항상 분만에 대비하는 게 좋다.   ■ 박문일 교수는 박문일 교수는 수중분만을 국내 최초로 시도한 의사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1999년 뮤지컬 배우 최정원씨의 수중분만 장면은 방송을 통해 전 국민에게 공개됐고, 덩달아 박 교수까지 여성지나 아침 방송의 ‘스타’로 부상했다. 덕분에 수중분만은 빠른 속도로 확산됐고, 그 뒤 공 분만, 그네 분만, 기(氣) 분만 등도 이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확산되고 있다. 말하자면 각종 이색 분만의 ‘전도사’ 역할을 그가 맡고 있는 것이다. 그는 또 “분만은 의료가 아니라 문화”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분만 문화의 창달”을 소리 높혀 외치고 있다. 현재 병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대부분의 분만법들은 “임신부 입장에서 선택된 최선의 분만 방법이 아니라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의사들의 방어 진료”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듯 ‘쓴 소리’만 내뱉는 바람에, 때로는 ‘환자 인기에 영합하는 의사’란 비판도 받는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수중분만과 관련해서도 분만시 분변(糞便)을 통한 감염 위험이 높다는 등의 이유로 공격 받는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 하지 않고 “수중분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수중진통이라도 권유하가”고 주장한다. 그것이 그가 믿는 ‘임신부 중심 분만’이기 때문이다. 이미 학계의 중진인 그로선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더불어 두루두루 좋은 방법을 모색할 수도 있을 터이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의사가 아닌 환자 편이 되라고 배웠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한다. 1952년생인 박 교수는 한양대 의대를 졸업한 뒤 한양대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마쳤고,미국 유타대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다. 그의 주 전공은 습관성 유산의 치료. 그는 우리나라 임신부의 습관성 유산은 외국과 달리 자궁의 해부학적 이상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으며, 그 중에서도 자궁입구가 무력(無力)해 만삭까지 임신이 유지되지 못하는 자궁경관무력증이 가장 흔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아울러 이런 환자의 자궁 입구를 묶어주는 수술을 국내서 가장 많이 시행하고 있다. 박 교수는 2001년 한양대에서 ‘최우수 교수상’, 2002년 세계산부인과학회서 ‘치우수 임상연구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1999년엔 대한태교연구회를 만들어 지금껏 회장으로 일하며 과학적 태교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다. 2003년 3월엔 인터넷에 ‘박문일 교수의 태교닷컴(www.taigyo.com)’ 사이트를 열고, 임신과 태교, 출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저서로 ‘태교는 과학이다’ ‘엄마와 아이를 위한 출산혁명’ 등이 있다. <최근 유행하는 각종 분만법들> 최근 분만 환경은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의 획일적 병원 분만은 조금씩 사라지면서 라마즈분만, 소포롤로지분만, 수중분만, 그네분만 등 생소한 분만법들이 등장하고 있다. 각각의 장단점을 간단하게 알아보자. -라마즈분만: 진통이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그것이 아기에게 꼭 필요한 과정으로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하는 산전 교육 프로그램. 진통을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순간 진통에 대한 두려움이나 긴장을 떨칠 수 있게 되며, 몸에서 강력한 진통효과가 있는 엔도르핀이 분비돼 실제 진통도 훨씬 적어진다는 원리다. 산전 교육은 정신적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훈련, 근육 긴장을 풀기 위한 이완 훈련, 분만시 통증 감소를 위한 호흡법 훈련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편 등 가족 구성원이 함께 분만 교육을 받고 도와주는 게 특징이다. 이 분만법을 처음 소개한 프랑스 의사 라마즈의 이름을 땄다. -소프롤로지분만:라마즈 분만법의 진화된 형태. 반가부좌 비슷한 자세로 임신부는 점진적 근육이완법과 자율훈련법, 복식호흡법, 명상 등을 익혀야 한다. 점진적 근육이완법이란 근육을 긴장시키고 이완시키기를 반복해서 근육을 탄력적으로 만드는 것이며, 자율훈련이란 영상훈련을 통해 잠들기 직전의 상태에 접어들게 하는 훈련이다. 이 분만법을 완전히 익히게 되면 좀 과장해서 웃으면서 아기를 낳을 수 있다고 할 만큼 통증을 적게 느낀다고 한다. 라마즈 분만법이 남편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데 비해, 소프롤로지분만법은 임신부 자신이 자궁속의 태아와의 교감을 통하여 모든 것을 감당한다. -수중분만:자궁 입구가 열리기 시작하면 특수 욕조에 들어가 물속에서 진통과 분만을 하는 방식. 물에서 진통을 하면 온 몸이 이완되므로 통증이 줄어들고, 산도(産道)가 쉽게 열리며, 회음부의 탄력성이 좋아지므로 회음절개술을 하지 않고도 분만이 가능하다는 등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임신부가 싼 대소변에 태아나 모체가 감염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 때문에 구미 각국에서는 물의 청결함과 물의 온도를 정확히 유지해야 하는 엄격한 규정이 있다. 비정상 태위나 전치태반, 거대아, 임신 중독증인 경우엔 수중분만을 할 수 없다. 간염, 매독, 에이즈 보균자도 이 분만이 불가능하다. -좌식분만:좌변기처럼 바닥이 뚫려 있는 의자에 앉아 그 구멍으로 아이를 받는 분만법이다. 기원전 2500년 이집트에서 이미 시행돼 18세기쯤 까지 유럽에서 활발히 시행됐다. 앉아서 분만을 하면 태아의 체중이 아래로 몰리므로 임신부는 훨씬 효과적으로 힘을 쓸 수 있어, 분만 시간도 단축되고 통증도 덜 느낀다. 그러나 분만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면 회음부에 피가 몰려 출혈이 많아 질 수 있다. 또 임신부가 앉는 대신 의사는 쪼그려 앉아야 하므로 의료적인 처치를 하는데도 불편하다. 최근 유행하는 그네분만도 좌식분만의 한 유형으로 볼 수 있다. -자유자세분만:서거나, 걷거나, 의자에 앉거나, 쪼그리고 앉거나, 엎드리거나, 웅크리는 등 임신부가 가장 편한 자세로 진통과 분만을 하는 방식이다. 임신부는 벽에 기대거나, 큰 쿠션을 안고 엎드리거나, 고무공을 안고 엎드리는 등 다양한 자세를 취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임신부들은 상체를 세운 자세, 그 중에서도 쪼그리고 앉은 자세를 가장 선호하는 편이다.
    책/문화2004/07/24 11:35
  • [명의들의 명강의] 피부관리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깨끗한 피부’는 이제 여성만의 관심사가 아니다. “피부 곱다”는 얘긴 여성에게만 가능했던 칭찬이었으나, 요즘엔 남자들도 그 말을 듣고 싶어 한다. 남자의 매끄러운 피부를 부러워하며 ‘장난이 아니네...’라고 말하는 TV 광고까지 등장했다. 여자 일색이던 피부 관리실의 한쪽 모퉁이를 남자들이 차지했고, 특히 취업을 앞둔 남성들은 여드름 흉터, 잡티, 점 등을 없애기 위해 피부과로 몰려가고 있다. 주름과 잡티, 검버섯 치료를 위해 피부과를 찾는 40대와 50대, 심지어 60대 남성들도 늘고 있다. 당연히 여성들은 한 술 더 뜬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아침 저녁 영양 보습크림, 아주 가끔씩 에센스 오일 바르는 게 고작이었으나, 이젠 몫 돈을 모아 보톡스 주사를 맞으러 간다. 화학약품으로 얼굴 피부를 홀라당 벗겨내고, 레이저를 쪼여 심부(深部) 피부를 자극하며, 수십만원씩하는 피부 맛사지를 받는다. 눈가의 미세한 잔주름 하나 지우기 위해 왠만한 근로자 한달치 봉급을 쏟아 붓는 것이다. 그 바람에 피부과 의원은 초대형, 호화판으로 탈바꿈했고, 화장품-뷰티숍 등 피부미용산업은 호황을 구가하고 있다. 적당히 거칠어지고 주름져서 연륜의 무게와 깊이가 느껴지는 그런 얼굴이 얼마나 자연스럽고 친숙한가? 영화 ‘닥터 지바고’의 오마 샤리프와 ‘25시’의 안소니 퀸의 얼굴이 20대 30대처럼 팽팽했다면, 그래도 우리에게 그토록 깊은 감동을 안겨 줬을까. 그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관념적이다. 현실에선 하나둘씩 늘어나는 얼굴 잡티와 주름에 예민해 지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어쨋든 나이보다 젊고 건강하고 팽팽해 보이고 싶은 것은 본능이기 때문이다.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지방, 피부 부속기(털 손톱 발톱 피지선 땀샘 등) 등으로 구성돼 있다. 피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햇빛, 바람, 열, 화학가스, 세균 등 외부의 자극으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 것. 피부 가장 바깥에 있는 표피의 각질층은 인체를 지키는 최전방 부대에 해당한다. 피부는 또 우리 몸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수분이나 영양분이 몸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게 보호막 역할을 하며, 피부 혈관과 땀샘을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는 기능도 한다. 아픔, 뜨거움, 가려움, 화끈거림 등 다양한 감각기능도 수행한다. ▲ 때를 밀면 수분과 기름기를 머금고 있는 각질층이 파괴돼 피부가 건조해 진다./조선일보DB사람의 모든 장기와 마찬가지로 피부도 나이를 먹는다. 사람의 피부가 부드러우면서도, 탄력이 있고, 내구성이 강한 이유는 콜라겐(교원질) 섬유와 탄력섬유 덕분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이 두가지 섬유가 모두 감소해 피부는 탄력을 잃고 얇아지며 잔주름이 많이 생기게 된다. 모든 사람에게 생기는 이같은 변화를 ‘내인성 노화(자연노화)’라 한다. 그러나 피부 노화는 나이 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사람을 흔히 볼 수 있는데, ‘외인성 노화(일광노화)’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외인성 노화는 피부가 거칠어지고, 굵은 주름과 잡티가 생기는 게 특징으로 주범은 자외선이다. 자외선에 많이 노출되면 콜라겐 섬유는 감소하고 탄력섬유는 다소 증가한다. 그러나 거칠게 변성된 비정상 탄력섬유가 증가된 것이므로 오히려 피부는 탄력성을 잃고 거칠어 지게 된다. 얼굴은 이같은 피부노화가 가장 먼저 시작되는 곳이다. 내인성 노화만 진행되는 ‘속살’과 달리 내인성 노화와 외인성 노화가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얼굴 피부는 점차 건조하고 거칠어지며, ‘운동량’이 많은 눈 주위 근육과 피부부터 탄성을 잃으면서 주름이 생기게 된다. 경우에 따라 눈꺼풀이 축 처지고, 눈 아랫쪽엔 지방이 볼록하게 불거져 나온다. 또 자외선의 영향으로 잡티와 검버섯이 하나둘씩 생기고, 예전에 없던 점까지 자라나서 사람의 인상을 바꿔 놓는다. 문득 거울을 보면 갑자기 늙어버린 자기가 그 속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가는 세월을 문고리에 붙잡아 매기라도 해야 할까. 어떻게 하면 쭈글쭈글 늙지 않고 팽팽한 젊음을 유지할 수 있을까? 첫째, 자외선을 차단해야 한다. 내인성 노화는 어쩔 수 없다해도 외인성 노화만 방지하면 “나이보다 어려 보인다”는 얘기를 듣게 된다. 따라서 야외활동을 할 경우엔 반드시 모자를 쓰고 자외선 차단제를 발라야 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여름철 해변에서만 사용하는 게 아니다. 또 여성들만 쓰는 게 아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어렸을 때부터, 흐리든 비가 오든 날씨에 관계없이 외출시엔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또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다해도 자외선이 완벽하게 차단되지는 않으므로 가능하면 야외 활동 시간도 줄이는 게 좋다. 둘째,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해야 한다. 사람의 피부는 10~15%가 수분이다. 그러나 아파트에서 살고 대형빌딩에서 일하는 현대인은 피부를 촉촉하게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낮은 습도, 지나친 난방, 밀폐돼 순환되지 않는 공기 등이 피부에서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수분이 빼앗기면 피부는 땅기고 각질이 일어나면서 노화가 촉진된다. 따라서 가습기 등을 이용해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고, 보습 로션을 충분히 발라 피부 건조를 막아야 한다. 또 너무 잦은 샤워나 목욕은 피부의 피지를 제거해서 수분 증발을 일으키므로 주의해야 한다. 특히 사우나를 자주 하면 모공이 확대되면서 피지도 많이 빠져나오므로 피부가 쉽게 건조해 진다. 그 결과 피부 탄력이 떨어지고 주름이 질 수 있다. 셋째, 때를 밀지 말아야 한다. 이태리 타월로 온몸과 얼굴까지 박박 문지르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때를 밀면 수분과 기름기를 머금고 있는 각질층이 파괴돼 피부가 건조해 진다. 또 공중에 떠나니는 세균이나 진균에 대한 방어력도 상실돼 쉽게 감염이 일어나 뾰루지 등의 원인이 된다. 때를 밀어야 피부가 고와진다는 말은 아마도 한달에 한번 샤워나 목욕할 때 생긴 것 같다. 그러나 요즘은 샤워를 너무 자주해 오히려 문제다. 따라서 때는 어떤 경우에도 밀지 말아야 한다. 넷째, 술과 담배다. 술 마신 다음날, 피부가 건조하고 푸석푸석해지는 것은 알콜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수분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또 간에 부담을 주므로 자외선에 의한 피부 손상을 막는 항산화제를 감소시키게 된다. 따라서 술을 마신 다음날엔 물이나 오렌지 주스를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담배는 피부를 주름지게 한다. 담배 속의 여러 산화물질들은 피부 세포의 재생 능력을 떨어뜨리고, 특히 콜라겐과 엘라스틴 성분을 감소키켜 주름이 생기게 된다. 또 피부 혈관을 위축시켜 영양분과 산소의 공급을 감소시키며, 이 때문에 피부색이 칙칙해 진다. 그 밖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피부의 방어기능인 색소 형성 세포가 증가해 피부색이 칙칙해 지므로 충분한 휴식과 마음의 안정을 취해야 한다. 또 피부에는 언제나 수많은 균들이 들러붙어 있으므로 항상 청결하게 유지해 피부염증을 예방해야 한다. 한편 피부에 좋은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피부노화를 더디게 하는 비결이다. 채식을 주로 하는 스님이나 수녀들의 피부가 젊고 팽팽한 이유는 햇볕을 덜 받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채식을 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신선한 채소나 야채 속에 들어 있는 비타민 A, C, E 등 이른바 ‘항산화제’는 세포의 산화(酸化), 즉 노화를 억제해 피부를 젊고 탱탱하게 유지시키게 된다. 호흡을 하는 모든 생물은 산소가 이산화탄소로 바뀔 때 ‘유해산소’란 물질이 생성되며, 이것이 세포의 노화를 촉진시키고 각종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산화제란 이같은 유해산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물질이다. 이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먼저 ‘베타카로틴’이라고도 부르는 비타민A는 녹황색 야채, 특히 시금치와 당근에 많이 들어 있으며, 계란 노른자나 어유(魚油)에도 풍부하다. 세포의 노화를 억제할 뿐 아니라 이미 노화된 피부를 젊게하는 효과도 부분적으로 있다고 알려져 있다. 또 기미 주근깨 잡티 등의 감소 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레티놀’이란 물질을 첨가한 화장품이 많은데, 레티놀은 피부에서 비타민A를 유도해 내는 역할을 한다. 비타민C 역시 세포 노화 억제, 콜라겐 섬유 합성, 피부 염증 감소 등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오렌지나 사과 등 신선한 과일을 많이 먹는 게 좋으며, 비타민C 제제를 적당히 복용해도 좋다. 최근엔 비타민C가 피부에 직접 흡수되게 하는 화장품이나 치료법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 ‘토코페롤’이라고 더 잘 알려진 비타민E는 지용성으로 도토리, 호두, 밤 등 견과류에 많으며, 옥수수, 콩 등에도 있다. 주로 세포막의 손상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그 밖에 건강식품점 등에서 구할 수 있는 알파리포산이나 DMAE 등의 항산화제도 피부를 젊고 팽팽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그렇다면 이미 생긴 잡티와 기미, 잔주름 등은 어떻게 제거할 수 있을까? 앞서 설명했듯 잡티나 기미가 생기는 원인은 자외선에 의한 멜라닌 색소의 침착 때문이다. 아무리 모자와 자외선차단제 등을 이용해도 100% 자외선을 차단할 수 없어 피부색이 칙칙하게 변하고 잡티과 기미 등이 끼게 된다. 따라서 자외선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피부를 관리하고 필요한 경우 전문의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맑고 깨끗한 피부를 위해선 클린징, 보습크림, 화이트닝 제품 등을 적절히 사용해 피부를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 외출 뒤엔 깨끗하게 세안하고 보습크림 등을 발라야 하며, 만약 얼굴이 땅기거나 화끈거리거나 붉어지는 등 자극을 받았다는 신호가 느껴지면 화장품 등의 사용을 중지하고 즉각 얼음이나 차가운 우유, 유연 화장수 등으로 피부를 진정시켜야 한다. 미백성분 등이 들어있는 화이트닝 크림이나 에센스를 바르거나 팩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시중에 유통중인 화이트닝 크림은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억제하는 성분과 각질 등에 이미 침착돼 있는 멜라닌 색소를 제거하는 성분 등이 함유돼 있다. 멜라닌 색소의 형성을 억제하는 미백 성분으로는 알부틴, 코직산 등이 있으며, 색소가 침착된 각질을 제거하는 물질로는 AHA, BHA, 레티노이드 등이 있다. 한편 예로부터 사용돼 왔던 감초, 뽕나무, 수세미, 닥나무 등도 미백효과가 커서, 최근엔 이 식물들의 추출액을 화장품에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피부가 심하게 거뭇거뭇한 경우엔 화이트닝 크림만으로 원래의 밝고 깨끗한 색을 회복하기 어렵다. 이 때는 피부과에 가서 하이드로퀴논 연고를 처방받는 게 좋다. 하이드로퀴논은 미백효과가 너무 강력해서 화장품 사용이 금지돼 있다. 거뭇거뭇한 정도를 넘어 기미, 주근깨, 검버섯, 잡티 등이 도드라져 보일 때에는 그 밖의 전문적인 화이트닝 치료나 색소 레이저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간혹 피부관리실 등에서 기미나 잡티를 없애기 위해 화학 약품으로 박피 시술을 받다 얼굴을 망치는 경우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기미나 잡티 등을 없애기 위해 피부과에선 산소를 피부 깊숙히 투입시키는 ‘산소흡수치료’, 비타민C 등의 미백성분을 피부에 침투시키는 ‘전기이온영동법’과 ‘초음파 치료’, 피부를 얇게 벗겨내는 ‘스킨 스케일링’ 등의 화이트닝 치료를 한다. 또 경우에 따라 색소 레이저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기미의 경우엔 치료를 받아도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 않아 치료를 중단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꾸준히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다. 그 밖에 얼굴의 점이나 주근깨는 레이저 수술로 비교적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다. 점이나 주근깨는 1차 레이저 시술을 하고 2개월쯤 지나 다시 시술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콜라겐 섬유가 감소돼 생기는 주름의 제거는 잔주름이냐 굵은 주름이냐에 따라 방법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잔주름의 제거를 위해선 박피술이 많이 사용된다. 박피술이란 피부에 인위적으로 상처를 내서 새로운 피부 조직이 재생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의료용 사포(沙布) 등을 이용하는 기계박피, 화학 약품을 이용하는 화학박피, 레이저를 이용하는 레이저 박피 등이 있다. 이마나 양미간, 눈꼬리, 입 주변 등에 생긴 굵은 주름은 보톡스란 독소를 주사해서 쉽게 완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으로 여드름에 대해 살펴보자. 흔히 사춘기 피어나는 청춘의 상징이라 말하지만 요즘엔 그렇지 만도 않은 것 같다. 20대, 30대까지 여드름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다. 여드름은 대개의 경우 어느 순간 만개(滿開)했다 슬그머니 사라지지만, 잘못 관리하면 고운 얼굴에 깊은 상처와 흉터를 남기게 된다. 마치 포탄이 터진 것 처럼 얼굴 이곳 저곳이 패인 여드름 흉터는 레이저 치료 등을 받아도 생각만큼 쉽게 좋아지지 않기 때문에 처음부터 흉터와 자국이 남지 않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여드름은 기본적으로 피지의 왕성한 분비 때문에 생긴다. 물론 피지 분비가 많아도 모공을 통해 신속히 배출되면 여드름은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피지 분비가 많아지면 자연히 모공 아래쪽에 각질이 쌓여 피지가 잘 빠져나가지 못하게 되고, 여기에 프로니오니균 등 세균이 증식해서 여드름을 악화시키게 된다. 그 밖에 유분이 많은 화장품이나 피로, 스트레스, 과음 등도 여드름의 생성과 깊은 관계가 있다. 따라서 여드름이 많은 경우엔 적절한 세안으로 얼굴을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고, 화장은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불가피하다면 ‘오일 프리(oil free)’라고 적힌 화장품으로 옅게 화장해야 한다. 여드름을 짤 때는 따뜻한 수건 등으로 모공을 열어 준 뒤, 깨끗하게 소독된 ‘면포압출기’로 짜야 한다. 이미 고름과 함께 염증이 생긴 여드름을 손으로 짜면 염증이 더 악화돼 흉터를 남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런 여드름은 피부과에서 짜는 게 안전하며, 경우에 따라 항생제와 피지 억제제를 복용해야 한다. 여드름 약은 가급적 의사의 처방을 받아 자기 피부에 맞는 것을 고르는 게 좋다. 간혹 ‘특효약’이라는 것 중엔 스테로이드 성분 등이 섞여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효과가 즉시 나타나지만 대신 실핏줄이 늘어나거나 모공이 커지는 등의 부작용이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음식은 가리지 않아도 된다. 어떤 사람은 초콜렛이나 돼지고기가, 또 어떤 사람은 아이스크림이나 커피가 여드름을 악화시킨다고 말하지만, 특정 음식이 여드름을 악화시킨다는 보고는 없다. 단지 술은 여드름을 악화시키는 중요한 원인이므로 삼가해야 한다. 한편 여드름을 짜고 난 뒤 생긴 붉거나 갈색의 여드름 자국은 대부분 6개월~1년만에 저절로 없어진다. 또 바르는 약이나 레이저 치료 등을 받으면 단번에 없앨 수 있다. 그러나 피부가 깊게 패인 여드름 흉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흉터의 제거에는 화학약품이나 레이저를 이용한 박피술, 진피층을 자극해 새 살이 돋게 하는 레이저 재생술, 동물의 콜라겐 섬유나 식물성 레스틸렌 등을 패인 상처에 직접 주입하는 방법 등이 시행되는데, 흉터의 상태와 정도에 따라 시술법도 달라져야 하므로 경험있는 의사를 찾는 게 좋다. 대개의 경우 여드름 흉터는 오랜 기간에 걸쳐 여러차례 반복 시술을 받아야 하며, 치료를 받더라도 깊은 여드름 흉터를 깜쪽같이 제거하기는 쉽지 않다. ■윤재일 교수는 윤재일 교수는 국내 건선 치료의 1인자다. 그가 병력(病歷)을 관리하는 건선 환자가 5000여명이나 된다. 아시아는 물론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정도 관리하는 환자가 많다. ▲ 윤재일 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정감있게 나긋나긋한 목소리와 꼼꼼하고 자상한 진료 스타일에 매료되기 때문일까? 끊임없이 환자가 다른 환자를 데려온다. 외래 진료를 기다리는 한 환자에게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인상이 참 좋고 친절하다”고 말했다. 1947년생인 윤 교수는 1972년 서울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피부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1982년부터 서울대병원에 근무하고 있으며, 1985~1986년 미국 하바드의대서 광(光)의학을 연수하고 온 뒤부터 광의학과 건선에만 매달려 있다. 국내 최초로 서울대병원에 광(光)의학과 건선 클리닉을 개설했으며, 대한 건선학회 회장과 대한 피부과 광의학학회 회장을 역임하며 이 분야 학문 발달에 이바지 했다. 연구를 하는 의사에게 환자가 많다는 것은 최대의 자산. 윤 교수는 5000명에 달하는 환자의 진료 차트를 정리-분석해 매년 수 많은 광의학-건선 관련 논문을 쏟아낸다. 동료 교수들은 “병원내에서 가장 제대로 된 연구를 하는 분 중 한 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는 또 병원 내에서 제대로 된 교육자이자 인격자로 정평이 나 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차트를 기록하는 방법에서부터 환자에게 대하는 말투까지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서 가르치는 어머니 같은 분”이라고 그를 평했다. 한 동료 교수는 “윤 교수가 화를 내거나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법을 거의 본 적이 없고, 레지던트에게 꾸중할 때도 그같은 꾸중이 교육에 도움이 되는지를 여러번 생각한 뒤 꾸중을 한다”며 “레지던트 인기투표를 하면 아마 1등 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부터 2004년 현재까지 대한피부과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 건선 습진 무좀 1. 건선:인구의 약 1%에게 나타나는 만성 피부병으로 살갗에 좁살같은 것이 오톨도톨하게 올라오고 그 주변에 새하얀 비듬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이는 병이다. 주로 팔꿈치, 무릎, 머리속 처럼 자극과 충격을 잘 받는 부위에 많이 생긴다. 발병원인은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지만 정신적 스트레스나 피부 자극이 있으면 더 잘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밀이 타올로 때를 세게 민 뒤 생기는 경우도 흔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환부에 광선을 쪼이는 자외선 치료나 약물치료를 하면 80~90% 정도 호전되지만 수개월 또는 수년내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과로를 피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으면 재발방지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 보기 흉하지만 전염성이 없기 때문에 타인이 접촉해도 문제 없다. 스테로이드 연고로 자가 치료하는 경우엔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2. 습진: 여러가지 자극 때문에 일어나는 피부의 염증 반응으로 아토피피부염(알레르기 김유영편 참조), 접촉피부염, 지루피부염 등이 대표적이다. 접촉피부염은 금속이나 장신구 등에 자극을 받아 피부가 빨갛게 붓고, 물집이 생기며, 가려움증이 동반된다. 합성 금속으로 만든 반지나 팔찌, 목걸이, 안경 등에 자극을 받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증세가 가볍다면 접촉피부염을 유발한 물질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도 좋아지지만 심한 경우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부염이 생기면 몹시 가려운데, 참지 못하고 긁으면 증상이 더 악화된다. 얼음 등 찬 물건을 대서 모세혈관을 수축시키면 가가려증이 조금 덜 해진다. 지루피부염은 전 인구의 2~5%에게 나타나며, 여성보다 남성에게 더 많이 생긴다. 주로 생기는 부위는 두피나 안면 등이다. 과다한 피지 분비가 원인으로 알려져 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나 음주도 악화시키는 원인이 된다. 기름기 많은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킨다고 흔히 생각하는데 지방 성분과 지루피부염은 상관관계가 없다. 3. 무좀:백선균이란 곰팡이가 일으키는 피부 감염질환이다. 발에만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사타구니, 손톱, 발톱, 가슴, 머리에도 비교적 잘 생긴다. 발의 무좀은 바르는 무좀약으로도 비교적 잘 치료되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손톱이나 발톱에 무좀이 생긴 경우엔 먹는 약을 이용해야 한다. 무좀이 잘 낫지 않는 이유는 두가지 이유 때문인데 첫째는 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충분히 치료하지 않기 때문이며, 둘째는 동일한 생활 습관과 환경 때문에 재차 감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치료를 할 때는 증상이 사라지고 난 뒤에도 1~2주 더 약을 도포 또는 복용해야 하며, 무좀이 있는 부위, 특히 발을 깨끗이 씻고 잘 말려야 한다. 특히 공중 목욕탕에서 무좀균이 옮는 경우가 많으므로 목욕탕에서 나올 때는 발을 깨끗이 씻은 뒤 여름 사람이 함께 발을 닦는 타올이나 체중계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23 14:40
  • [명의들의 명강의] 폐질환

    [명의들의 명강의] 폐질환

    2003년 겨울, SBS-TV에서 인기리에 방송됐던 김수현 극본 연속극 ‘완전한 사랑’은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사는 한 여성과 그 가족을 중심으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눈에 밟히는 아들과 딸을 두고 먼저 떠나야 하는 비운의 여 주인공 역에는 김희애씨, 아내가 죽은 뒤 정신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결국 아내 뒤를 따르고 마는 순정파 남편 역에는 차인표씨가 열연했다. 김희애씨의 북받치지만 절제된 슬픔 연기는 많은 주부 시청자의 눈시울을 적셔 화제가 됐다. 이 드라마는 TV나 영화 속 ‘시한부 인생 = 암’ 이라는 공식을 깨고 대중에게 생소한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긴 이름의 불치병을 등장시킴으로써 호흡기 질환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불러 일으켰다. 아마도 작가 김수현씨는 시한부 인생의 소재로 암을 설정하기엔 너무나 식상해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찾다 의학사전 한 구석에서 ‘특발성 폐섬유화증’이란 희귀병을 찾아 냈는지도 모른다. 어쨋든 이 드라마 탓에 호흡기 질환의 심각성과 무서움은 대중에게 어느정도 홍보됐다. 만성폐쇄성 폐질환, 기관지 확장증, 기관지 천식, 결핵 등 호흡기 질환을 앓는 사람이 소화기나 순환기 질환을 앓는 사람에 비해 결코 적지 않고, 병의 위중도(危重度)도 결코 덜하지 않은데, 다른 질병만큼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불평해 왔던 호흡기 전문의들로선 이 드라마가 꽤나 고마왔을것 같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을 얘기하려는 게 아니므로 이 병에 대해선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자. 이 병은 허파꽈리(폐포)의 벽을 구성하는 세포가 점점 딱딱해져(섬유화) 산소가 허파과리 벽을 통과해 혈관으로 들어가기가 어려워 지며, 이 때문에 혈중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병이다. 아울러 허파꽈리가 딱딱해 져 심한 호흡곤란을 겪게 된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해 폐 섬유화가 일어나는데, 그 중 원인을 모르는 폐섬유화증에 ‘특발성’이란 형용사를 붙이고 있다. 다른 폐섬유화증은 어느정도 치료가 가능하지만, 특발성인 경우 대부분 섬유화가 점점 심해져 결국 사망한다. 40세를 전후해서 많이 발병하며, 유일한 치료법은 폐 이식 뿐이다. 치료법 뿐 아니라 예방법도 없어 병에 걸리고 말고는 그야말로 운명에 맡길 수 밖에 없지만, 다행히도 발병 확률이 매우 희박해 보건학적으로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현대인에게 가장 위협적인 호흡기 질환으로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을 꼽을 수 있다. 생소하게 들리지만 미국에선 1500만명 정도가 앓고 있으며, 사망원인 제 4위 이다. 대한호흡기학회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서도 45세 이상 성인의 8% 정도가 이 병을 앓고 있으며, 남성만 따진다면 12%나 된다. 특발성 폐섬유화증처럼 당장 죽지는 않지만 어떤 방법을 써도 낳지않는 불치병인데다, 발병 빈도가 엄청나게 높아 호흡기 전문의들이 가장 경계하는 병이 바로 COPD다. 이 병은 특정 병명이라기 보단 만성적으로 호흡장애를 초래하는 폐질환의 총칭이다.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이 대표적이며, 임상적으로는 이 두가지가 뒤섞여 나타나 구분이 어려울 때 COPD로 흔히 진단한다. 이 병은 폐기능이 크게 떨어지는 게 특징인데, 의사들은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 폐기능의 75% 이하로 떨어졌을 때 COPD로 진단한다. 일반적으로 폐기능이 75% 이하로 떨어져도 생활하는데 큰 불편을 못 느끼므로 사람들은 자신에게 COPD가 있음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50~60%로 떨어지면 걷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기 시작하며, 그때부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병이 심하게 악화되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서 밥도 못먹고 대소변도 못가리게 돼 꼼작말고 누워 있어야 하며, 이때 감기 등으로 폐렴이 생기면 쉽게 사망하게 된다. 폐기능이 같은 연령대 평균의 40% 이하로 떨어지면 3급 장애인, 30% 이하로 떨어지면 2급 장애인, 25% 이하로 떨어지면 1급 장애인 판정을 받는다. COPD를 유발하는 만성 기관지염은 심한 가래와 기침이 1년에 3달 이상, 2년 연속 나타나는 경우다. 흡연이 가장 중요한 발병인자며, 심한 대기오염이나 분진, 유독가스 자극, 세균감염 등이 발병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오염이나 세균감염 등이 단독으로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이 병 환자는 거의 100%가 흡연자다. 거꾸로 말하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은 절대 만성 기관지염에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흡연은 기도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허파꽈리의 세균 저항능력을 감퇴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기관지염이 진행되면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져 조금만 기온이나 습도가 떨어져도 환자는 발작적인 기침을 하게 되면, 그 때문에 염증이 더 심해지면서 병이 점점 악화된다. 폐기종은 허파 꽈리가 터져서 엑스선 촬영을 해 보면 허파 아래쪽이 축 처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태다. 허파 꽈리가 터지면 허파 꽈리와 혈관 사이의 산소교환이 어려워져 호흡곤란이 초래된다. 이 역시 거의 100% 흡연이 원인이다. 담배를 피우면 허파 꽈리에 백혈구가 모이게 되고, 이 백혈구의 단백분해효소 때문에 허파꽈리의 벽이 녹아 폐기종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들의 기침, 가래, 호흡곤란은 폐기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만성 기관지염이나 폐기종 등은 수년 내지 수십년에 걸쳐 매우 서서히 진행하므로 빨라도 40대 이후, 주로 노년기에 많이 나타난다. 따라서 기관지염이나 폐기종이 COPD로 발전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당장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일단 COPD로 진단 받으면 담배를 끊는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지만 담배를 끊지 않으면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져 엄청나게 괴롭게 된다. COPD 환자에게 담배를 끊으라고 하면 “오래 살아 뭐하나. 계속 피우다 빨리 죽을테다”고 말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에 반해 폐암 환자들은 담배를 끊으라고 하지 않아도 알아서 담배를 끊는다. 어떻게 보면 완전히 거꾸로 됐다. 진행된 폐암 환자는 담배를 끊는다고 더 오래 사는 것도 아니므로, 차라리 좋아하던 담배를 실컷 피우게 하는게 낳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COPD 환자들은 담배를 계속 피워도 ‘원대로’ 빨리 죽지 않는다. 대신 끊었을 때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고통스런 삶을 살아가야 한다. COPD에 대한 유일한 대처법은 금연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다소 의아해 할 지 모르지만 두번째 강조하고 싶은 병은 폐결핵이다. 폐병의 대명사격인 폐결핵을 아주 까마득한 날의 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1995년 전국 결핵실태 조사에 따르면 인구 100명 당 1명이 활동성 폐결핵 환자다. 요즘도 매년 인구 10만명 당 96명 정도가 새로 폐결핵에 걸리고 있다. 매년 4만5000명씩 폐결핵 환자가 생긴다는 얘기다. 좀 과장해서 말하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결핵 왕국이다. 주변 어디에든 결핵균이 존재한다. 폐결핵 환자와 가까이서 이야기 하다 옮을 수 있으며, 환자가 뱉은 가래 속 균이 호흡기를 통해 침투할 수도 있다. 적게 잡아도 20만~30만명의 결핵 환자가 있는데, 이들은 아무런 제제없이 이곳 저곳에 균을 퍼트리고 다닌다. 균에 감염된 뒤 첫 몇개월 동안은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므로, 자신도 모르는 상태서 균을 옮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환자와 환자가 접촉한 사람 모두를 격리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어서, 우리나라 사람은 사실상 일년열두달 감염의 위험에 처해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감염됐다고 모두 발병하지 않고, 5~15%에게만 발병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유일한 예방법이라면 감염돼도 발병하지 않도록 적당한 운동과 균형있는 식사로 건강과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 뿐이다. 만약 폐결핵으로 진단됐다면 철저하게 치료해야 한다. 치료는 6개월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 대부분 완치가 된다. 결핵약은 간에 부작용이 생기는 등 독성이 강해 복용하기가 몹시 힘들다. 그러나 의사를 믿고 부작용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만약 중간에 약을 끊거나, 자기 마음대로 약의 종류를 바꾸면 결핵균이 내성을 얻어 문제가 훨씬 심각해 진다. 이 때는 1차약으로 치료가 안돼, 독성이 훨씬 심한 2차약 치료를 최소 1년 6개월 이상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해도 완치될 확률은 1차약 치료때보다 훨씬 떨어진다. 결핵약은 3차가 없다. 따라서 폐결핵에 걸린 사람은 1차약으로 끝장을 봐야 한다. 그러나 약을 써도 잘 죽지 않는 다제내성(多 耐性) 결핵균에 감염된 경우는 문제가 상당히 복잡해 진다. 1차약 치료를 하다 약을 끊는 바람에 원래 결핵균이 다제내성균으로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때로는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걸리는 경우도 있다. 일반적으로 처음 폐결핵 진단받은 환자의 2%, 폐결핵이 재발한 환자의 10% 정도가 다제내성균이다. 이 때는 2차약 치료를 적어도 2년 정도 해야 하며, 폐결핵이 국소적으로만 발병한 경우엔 그 부위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해서 완치될 확률은 60%에 불과하며, 나머지 40%는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해 결국 사망한다. 모든 폐결핵 환자를 격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다제내성 결핵균에 감염된 환자만이라도 격리를 시켜야 한다. 약 복용을 게을리 해 다제내성균이 생겼다면 환자에게 책임을 돌릴 수도 있을 테지만, 처음부터 다제내성균에 감염된 사람은 그야 말로 아무런 죄도 없이 사망률 40%에 육박하는 병을 얻게 된다. 사망률 40%인 공포의 세균이 공기 중에 떠 다니고, 운이 나쁘면 나와 내 가족이 희생양이 된다는 사실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편 건강검진 결과 ‘비활동성 폐결핵’으로 진단받고 놀라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결핵균이 폐에 침투했다 흔적만 남기고 지난 상태를 말한다. 우리나라 사람에겐 비활동성 폐결핵이 너무 많아 이것이 있는데도 ‘정상’으로 판정하는 병원이 많지만, 병원에 따라선 ‘친절하게’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나타낸다. 그러나 전혀 놀라거나 걱정할 필요가 없다. 그 외에도 만성적으로 심한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병에는 기관지 확장증과 늑막삼출등이 있다. 폐암과 기관지 천식도 만성 기침과 호흡곤란을 일으키지만, 폐암에 관해선 담배를 끊으라는 말 밖에 달리 설명할 말이 없으므로 생략하고, 기관지 천식은 ‘알레르기-김유영’편에서 설명하겠다. 기관지 확장증은 기관지 벽의 근육층과 탄력층이 파괴돼 기관지가 늘어나고, 그곳에 세균이 번식해서 염증이 생기고 가래가 괴는 병이다. 이 병은 대부분 어렸을 때 홍역이나 백일해, 독감 등으로 인한 폐렴을 심하게 앓고 난 뒤 생기지만, 대개의 경우 40세 이후에 증상이 심하게 나타나 그제서야 병을 알게 된다. 악취가 나는 고름같은 가래가 많이 나오고, 만성적으로 기침을 하며, 세균성 폐렴이 반복되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오거나 각혈을 하는 경우엔 기관지 확장증을 의심할 수 있다. 이 병도 가래를 뽑아내고 항생제를 복용하는 등의 치료로 증상이 호전되긴 하지만 결코 완치되진 않는다. 따라서 환자들은 담배를 끊고, 매연과 먼지를 피해야 하며, 가족 등에게 가래를 뽑아내는 ‘흉부물리치료법’을 가르쳐 매일 가래를 뽑아내야 한다. 늑막삼출은 폐를 둘러 싸고 있는 막, 즉 늑막에 물이 고여 폐가 눌려서 호흡곤란이 생기는 병이다. 보통 폐암이나 폐결핵, 폐렴이 원인이다. 늑막삼출로 인한 호흡곤란이 심한 경우엔 가슴에 관을 삽입해 물을 빼내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한편 급성적으로 기침과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병에는 급성기관지염과 폐렴 등 하기도 감염과 기흉, 늑막염 등이 있다. 급성 기관지염은 기관지 점막에 급성 염증이 생기는 병이다. 독감이나 감기 끝에 생길 수 있으며, 그 밖의 바이러스나 세균 감염, 강한 화학적 자극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에게 많이 생기는데, 기침과 고열이 특징이며 병이 어느 정도 진행되면 가슴이 아플 정도로 심한 기침과 호흡 곤란 등이 동반된다. 원인이나 증상에 따라 항생제, 항바이러스제, 기관지확장제, 진해제 등을 투약하게 된다. 병이 있는 동안엔 금연은 물론이고 간접흡연도 피해야 하며, 수분섭취를 늘리고 실내 습도를 적절하게 유지하며, 절대 안정과 충분한 영양섭취를 해야 한다. 급성기관지염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으로 진행된다. 고열, 가래, 기침, 흉통,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폐렴에 걸리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한다. 폐렴의 원인이 세균인 경우엔 항생제를 투여하지만, 바이러스인 경우엔 대개의 경우 나타나는 증상만 치료한다. 늑막염은 폐를 감싸고 있는 늑막에 염증이 생긴 병이다. 늑막은 두겹으로 돼 있어 호흡을 할 때 부드럽게 서로 미끄러져야 하는데, 염증이 있으면 늑막끼리 마찰을 일으켜 숨을 들이 마쉴때 칼로 찌르는 듯한 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호흡곤란을 겪는 병이다. 독감 때문에 생길 수도 있으며, 폐 손상이 늑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폐 혈관이 막힌 경우도 늑막염이 생길 수 있다. 늑막염 증상이 의심되면 24시간 이내에 의사의 진찰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기흉이란 두 겹의 늑막사이에 공기가 들어간 병이다. 흔히 실실 웃는 사람에게 ‘허파에 바람 들어갔다’고 말하는데, 실제 기흉이 생기면 늑막염에서와 같은 예리한 통증과 호흡곤란, 가슴답답함 증상이 나타난다. 기흉은 늘어나 있는 허파꽈리가 터져서 생기는데, 만성폐쇄성폐질환이나 천식 등의 합병증으로 주로 나타난다. 그러나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찌르는 경우 등 외상에 의해 생길 수도 있다. 역시 늑막 사이 공기를 빼내는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감기와 독감 흔히 감기라 부르는 상기도 감염증은 가장 흔한 호흡기 질환이지만 대부분 1주일 이내에 저절로 낫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는 정상인의 경우다. 면역력이 약한 환자나 노인들에겐 폐렴 등 각종 합병증을 유발,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실제로 독감을 포함한 상기도 감염으로 수 많은 사람이 사망하고 있으며, 1917~1918년 스페인 독감 때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만~5000만명 정도가 사망한 것으로 추계된다. 감기와 독감을 결코 만만하게 생각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상기도 감염증은 보통의 감기와 독감으로 구분할 수 있다. 흔히 심한 감기를 독감으로 부르지만 독감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감기 바이러스와 완전히 다르므로 의학적으로는 구분을 한다. 감기는 감기 바이러스가 코, 인두, 후두 등에 주로 침투해 콧물, 기침, 목아픔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 감기 바이러스는 200종도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 ‘라이노 바이러스’가 대표적이다. 이 바이러스는 주로 코 점막에서 증식하므로 콧물 속에 많이 들어 있다. 감기 환자가 손으로 콧물을 닦은 뒤 다른 사람과 악수하거나, 이 사람이 만진 물건을 다른 사람이 만지면 바이러스가 그 사람 손을 통해 체내로 침투하게 된다. 따라서 감기를 예방하려면 무엇보다 손을 깨끗이 씻어야 된다. 손 씻기야 말로 유일한 감기 백신이다. 감기 기운만 있으면 병원이나 약국에 달려가는 사람이 많은데, 지구상에 감기를 낫게하는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는다. 흔히 감기약이라 부르는 것은 감기를 치료하는 게 아니라 감기의 결과로 나타나는 콧물, 기침 등을 완화시킬 뿐이다. 병원에선 항생제를 남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쓸데없이 항생제를 쓰는 것은 좋지 않다. 감기는 저절로 낫기 때문에 약이나 주사에 의존하기 보단 무리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수분을 많이 섭취하는 게 최선의 처방이다. 비타민C를 섭취하는 것도 어느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독감은 보통 감기와 달리 고열이 나고 근육통과 쇠약감이 심한 게 특징이다. 특히 독감에 걸리면 기관지 점막이 손상돼 2차 세균 감염의 우려가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독감이 낫는 듯 하다가 다시 열이나고 기침과 누런 가래가 생기면 2차 감염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병원에 가야 한다. 독감은 백신 접종으로 어느 정도 예방이 가능하다. 세계보건기구는 각 지역별로 그해 유행할 독감 종류를 예측하며, 제약사들은 그같은 예측을 근거로 백신을 제조한다. 대개의 경우 WHO의 예측이 맞기 때문에 백신을 접종하면 독감을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WHO 예측이 틀린 경우엔 백신을 맞아도 독감 예방 효과가 없다. 독감과 감기는 완전히 다른 종류기 때문에 독감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감기가 예방되진 않는다. 한편 추위에 떨고나면 독감이나 감기에 걸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의학적으로는 근거가 없는 얘기다. 감기나 독감이 겨울철에 유행하는 이유는 추위 때문이 아니라 감기-독감 바이러스가 겨울철에 유행하기 때문이다. 겨울철엔 춥기 때문에 아무래도 사람이 밀집한 실내에 있는 경우가 많고, 그 때문에 전염도 그 만큼 잘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오정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권오정 교수는 병원 내서 가장 시원시원한 의사 중 한사람이다. 그는 복잡하고 어려운 의학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힘과 자신감에 찬 말투로 환자에게 설명한다. 설혹 폐암 치료 등이 난관에 봉착해도 환자에게 얼버무리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는데, 내 생각엔 이렇게 하면 될 것 같다”고 속시원히 털어 놓는다. 환자와 환자 가족들은 그런 그에게서 신뢰감을 느끼며, 그를 ‘가장 친절한 의사’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가 환자를 대하는 말투와 행동은 레지던트 뿐 아니라 후배 교수까지 메모해서 따라 배울 정도로 병원내서 소문 나 있다. 1957년생인 권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국내 호흡기내과학의 대부였던 고(故) 한용철 박사가 그의 스승이다. 2년간 영국 브롬프톤 병원에서 호흡기 질환 진단과 치료법을 익혔으며, 1994년 삼성서울병원 개원과 동시에 자리를 옮겨 근무하고 있다. 권 교수는 호흡기내과, 혈액종양내과, 흉부외과, 치료방사선과, 영상의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된 폐암팀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가 “형님”이라 부르는 이경수(영상의학과)-심영목(흉부외과) 교수의 노력이 더 컸다고 그 자신은 말하지만, 주위에선 권 교수의 모나지 않게 헌신적인 리더십을 더 평가하고 있다. 권 교수는 만성폐쇄성폐질환 등 호흡기 질환 전반에 걸쳐 많은 연구업적을 냈으며, 최근엔 특히 난치성 다제내성 결핵균 감염 환자에게 인터페론 치료를 시도하는 등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동일한 결핵균이 침투했을때, 어떤 사람은 병에 걸리고 어떤 사람은 걸리지 않는지, 그 이유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권 교수는 소설가 박완서씨의 사위로, 서울대의대 생리학과 호원경 교수가 그의 부인이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22 15:08
  • 커피 NO, 콜레스테롤 낮은 녹차 YES!

    녹차를 주로 마시는 사람은 커피를 주로 마시는 사람보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으며 영양상태도 전반적으로 좋은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이선희 영양과장팀은 40세 이상 성인남녀 1856명을 상대로 마시는 차의 종류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 영양상태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녹차를 주로 마시는 사람은 유해한 저밀도콜레스테롤(LDL)이 132.33㎎/㎗로 가장 낮았으며, 총 콜레스테롤도 196.47㎎/㎗로 커피를 마시는 사람(203.15㎎/㎗)보다 낮았다. 이에 반해 영양소인 베타카로틴은 녹차를 마시는 사람이 6680.5㎍으로 4799.7㎍인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 비해 40% 정도 높았으며, 비타민A도 높게 나타났다.〈표〉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 녹차를 마시는 사람이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 사이에 비만의 기준이 되는 체질량지수(BMI)나 체지방률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을 미국 실험생물학연합학회에 발표했다. 이선희 과장은 “녹차의 주성분인 폴리페놀이 콜레스테롤 흡수를 감소시키고 배설을 촉진하기 때문에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난 것으로 추정된다”며 “녹차군(群)이 커피군에 비해 영양상태가 좋은 것은 녹차 자체의 효과라기보단 녹차를 마시는 사람들이 야채와 과일을 더 많이 먹는 등 식습관이 커피를 마시는 사람의 식습관보다 더 바람직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 녹차를 주로 마시는 사람은 아예 차를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콜레스테롤 수치는 비슷했으나, 영양 상태에선 다소 좋게 나타났다. 이 과장은 “커피보다 녹차가 낫다는 것이지 녹차 자체가 만병 통치약이란 얘기는 아니다”며 “빈혈이나 골다공증 환자, 위가 약한 사람은 녹차도 너무 많이 마시지 않는 게 좋다”고 말했다.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푸드이지혜2004/07/20 17:29
  • 임신부에 좋은 여름 운동은 수영

    기상청은 올여름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지루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보했다. 임신 32주째인 김모(30)씨는 “벌써부터 배에 담요를 둘둘 말고 있는 느낌”이라며 “어떻게 여름을 날지 까마득하다”고 말했다. 에어컨을 켜도 되는지, 얼음이나 청량음료를 마셔도 되는지, 휴가를 가도 되는지 모든 게 궁금하다고 김씨는 말한다. 임신부의 건강한 여름나기 수칙을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박문일 교수와 청담마리산부인과 홍순기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 임산부들이 수중 운동을 하고 있다. 수영은 임산부들에게 무릎 관절 부담 없이 할 수 있는 운동으로 권장된다. /조선일보DB사진 ■하루에 두 번 샤워를 하라 임신 중에는 태반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프로게스테론이 체온을 약간 상승시킨다. 또 신진대사가 활발해져 땀도 많이 흘리게 돼 보통사람들보다 더위를 더 타게 된다. 따라서 하루에 두 번 정도 가볍게 샤워를 해서 땀을 씻어주는 것이 좋다. 그러나 물이 너무 차가우면 자궁이 수축할 수 있으므로 물의 온도는 체온보다 약간 높게, 목욕시간은 10분을 넘지 않게 한다. 욕조에 몸을 담글 때는 전신보다는 하반신만 담그는 반신욕이 더 좋다. 반신욕은 하반신의 열기를 상체로 보내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라벤더나 캐모마일 같은 향기 있는 오일을 욕조에 몇 방울 떨어뜨리면 피로 회복과 기분 전환에도 도움이 된다. ■물을 충분히 마신다. 임신을 하면 태아에게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기 위해 혈류량이 늘어난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가 되면 충분한 혈류 공급에 문제가 생기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한다. 이온음료를 마시거나 제철에 나는 물이 많은 과일을 먹어 수분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나 너무 찬 음식은 피하는 것이 좋다. 예부터 냉기는 유산 및 조산과 관련이 있다고 했는데 전혀 근거가 없는 말은 아니다. 찬 음식이나 음료가 직접 태아에게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찬 음식을 많이 먹어 배탈, 설사, 식중독 등에 걸리면 유산이나 조산의 간접적 원인이 될 수 있다. 입맛을 잃기 쉬우므로 맛깔스러운 음식을 준비해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수영 등 가벼운 운동을 하라 수영은 임신부가 여름철에 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운동이다. 물의 부력으로 관절의 무리 없이 전신 운동이 가능하고, 원만한 출산에도 도움을 준다고 알려져 있다. 수영이 부담스러우면 물속에서 가볍게 걷는 것도 좋다. 바다 수영은 체력 소모가 많아 몸을 가누기도 힘든 임신부에게는 무리다. 임신 중 모든 운동은 맥박이 분당 140회를 넘지 않게 해야 한다. ■질염을 조심하라 임신 중에는 질내 점액 분비가 많고 습도도 높아 균이 자라기 쉽기 때문에 특히 여름철엔 질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청결하고 건조하게 하되 자가 진단으로 섣불리 질 세정제 같은 약품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질 세정제를 너무 자주 사용하면 오히려 질 내 세균의 증식을 억제하는 질 산성도가 유지되지 않기 때문이다. 질 분비물이 너무 많아지거나 냄새가 나거나 가려운 증상들이 있을 때는 서둘러 병원을 찾도록 한다. 이 밖에 피부염, 안과, 이비인후과 질환 등이 생겼을 때도 치료를 꺼릴 필요가 없다. 임신 12주까지는 최대한 약물 사용을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시기가 지나면 단기적으로 약을 써도 괜찮은 경우가 많다. ■휴가, 떠나도 좋다 임신 중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다. 항공 여행도 태아에게 별로 해롭지 않다. 단 안정이 필요한 임신 초기와 조산 위험이 있는 말기, 특히 전치태반, 습관성 유산, 임신중독증 등을 가진 임신부들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임신 4(13주)∼8개월(32주) 사이 비행기 여행은 무방하다. 그러나 임신부는 커진 자궁에 골반 혈관들이 눌려서 다리의 혈액 순환이 원활하지는 못하다. 따라서 장시간 비행시에는 하지혈전증의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으므로 2시간에 한 번 정도는 일어나 걷고, 앉은 자세에서도 자주 자세를 바꿔 다리로 피가 몰리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탑승 중 안전벨트는 골반 아래에 하는 것이 좋다. 자동차로 여행할 때도 2∼3시간마다 차를 세우고 5∼10분간 가볍게 산책을 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 차단제는 임신 중에도 사용할 수 있다. 다만 태아의 주요 장기가 생성되는 임신 초기에는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높은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SPF 30 이상의 제품을 한 번 바르는 것보다 SPF 15∼20 정도인 제품을 2∼3시간마다 덧발라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임신부 여름나기 10계명 1. 물을 충분히 마신다. 2. 맛깔스런 식단으로 입맛을 살려 충분한 영양 섭취를 한다. 3. 에어컨, 선풍기의 직접 바람을 피한다. 4. 기온이 높은 한낮에는 외출을 삼간다. 5. 목욕은 따뜻한 물로 하루 두 번, 10분을 넘지 않게. 6. 질염에 걸리지 않게 주의한다. 7. 가사는 남편 등 주위의 도움을 받는다. 8. 수영 등 가벼운 운동을 한다. 9.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무리한 장거리 여행은 피한다. 10. 임신 4∼8개월 사이에는 항공여행도 무방하다.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피트니스이지혜2004/07/20 17:13
  • [명의들의 명강의] 당뇨병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30일간 연재중입니다.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 (편집자 주) ------------------------ 흔히 당뇨병은 세상에서 가장 ‘고약한’ 병이라고 말한다. 눈의 실핏줄이 막히거나 터져 실명할 위험이 높아지고, 다리가 썩어 잘라내기도 하며, 콩팥(신장) 같은 장기도 서서히 망가지기 때문이다. 가족 중 당뇨 환자가 있는 사람들은 그래서 당뇨병이라면 고개를 절레절레 한다. 환자는 환자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지독히도 고생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당뇨병은 얼마나 무서울까? 워낙 흔한 만성질환이다보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당뇨병과 당뇨병으로 인한 합병증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섭고 심각하다. 사람들은 당뇨병에 대해 다 아는 것 처럼 말하지만, 그들이 알고 있는 건 쥐꼬리 만큼도 안된다.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무섭지 않고, 무섭지 않기 때문에 예방과 관리에 소홀해 지는 것이다. 병을 이기려면 그 병이 얼마나 무서운지부터 정확히 알아야 한다. 당뇨병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물론 혈관 합병증이다. 피 속의 끈적끈적한 당 성분과 당뇨병 때문에 상승된 지방성분이 혈관 안쪽 면에 달라붙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는 동맥경화증이 정상인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시작된다. 그래서 인체의 가는 혈관부터 차츰 막히며, 관리를 잘못하면 관상동맥이나 뇌동맥 같이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혈관까지 막히게 된다. 당뇨병이 진행되면서 가장 먼저 막히는 모세혈관으로는 안구 망막의 혈관, 신장 사구체의 혈관, 남성 성기의 혈관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이 15~20년 지속되면 예외없이 모든 환자의 눈 혈관이 손상을 받아 ‘당뇨병성 망막증’이 되며, 자칫하면 실명까지 초래된다. 신장의 모세혈관도 막혀 신장 사구체가 파괴되는 ‘당뇨병성 신증(腎症)’이 생기며, 성기 해면체로 혈액이 유입되지 못해 발기부전이 초래된다. 당뇨병의 대표적 합병증인 ‘당뇨발(당뇨병성 족부괴저)’은 발로 내려가는 혈관의 분지(分枝)가 막혀 초래된다. 경우에 따라선 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나 뇌 세포에 피를 공급하는 뇌동맥이 막힐 수도 있는데, 이 경우엔 치명적인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당뇨환자들은 혈관 관리를 생명처럼 여겨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혈당을 정상으로 유지하는 것 외에 담배를 끊고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담배는 혈관을 망가뜨리는 원흉 중 원흉이므로 당뇨 환자는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 당뇨병환자들이 한 대학병원 구내식당에 마련된 당뇨뷔페에서 식이요법을 교육받고 있다./조선일보DB 당뇨병은 신경 합병증도 혈관 합병증 못지 않게 심각하다. 피 속의 당 성분은 온 몸에 거미줄처럼 뻗어있는 신경 가지를 손상시켜 여러가지 합병증을 유발하는데 대표적인 게 다리의 합병증이다. 양쪽 발이 대칭적으로 화끈거리고 바늘을 찌르는 것처럼 아픈데, 어떤 경우엔 자살할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고 한다. 또 신경 합병증이 눈에 생기면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이 마비되며, 손이나 발에 생기면 손이나 발이 마비돼 감각이 없어지고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따라서 당뇨발은 혈관 합병증 때문에도 생기지만 신경 합병증이 겹치는 경우 더 잘 생긴다. 발 감각이 무뎌지면 발에 쉽게 상처가 나는데, 이것이 당뇨병성 족부괴저의 시작이다. 신경 합병증은 또 우리 몸의 내부 장기를 지배하는 자율신경에도 생길 수 있다. 자율신경이 손상되는 것을 ‘자율신경병증’이라 하는데 예를 들어 심장을 뛰게 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빈맥(頻脈)이나 부정맥(不整脈)이 생기며 이 때문에 돌발적으로 심장이 정지될 수 있다. 이는 당뇨병의 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심근경색과는 전혀 다른 매카니즘으로 일어나는 심장마비다. 또 위나 대장운동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소화불량, 위경련, 변비, 설사 등이 일어나며, 성욕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발기부전이 유발되며, 호흡을 지배하는 신경이 손상되면 돌발적인 호흡정지가 일어날 수 있다. 혈당 조절이 잘 안돼 생기는 ‘급성 대사성 합병증’ 때문에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혈당이 500~800mg/dl씩 올라가면 혈관의 삼투압 작용으로 인해 인체 조직 내에 있는 수분이 혈관으로 빨려들어오는데, 이 때문에 체액이 급속하게 부족해져 응급상황에 처할 수 있다. 때로는 뇌에 있는 수분까지 다 빼앗겨 뇌 손상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 ‘고혈당성-고삼투압성 혼수’라고 한다. 또 혈당은 높아졌지만 인슐린의 부족 또는 기능마비로 이것이 에너지로 분해되지 못하면, 몸 안에 저장돼 있던 지질이 분해돼 에너지로 사용되는데, 이 때 생기는 케톤체라는 산성물질이 피를 산성으로 만들어(산증:酸症) 심한 경우 혼수에 빠질 수 있다. 이를 ‘당뇨병성 케톤산증’이라 한다. 호흡을 가다듬고 당뇨병의 가공할 위력을 다시 한번 정리해 보자. 당뇨병은 만성적으로는 온 몸의 혈관과 신경을 망가뜨려 당뇨병성 망막증, 당뇨병성 신증, 당뇨병성 족부괴저, 발기부전, 사지마비와 통증 등 온갖 고약한 병을 일으키며, 때로는 돌발적 호흡정지, 돌발적 심장정지, 뇌졸중, 급성 혼수 등을 일으켜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야 말로 ‘만병(萬病)의 근원’이 되는 병이 바로 당뇨병이다. 당뇨병은 음식을 통해 섭취한 당 성분이 제대로 분해되지 않아 혈액 속 당 수치가 높아지는 것이다. 혈액 속의 당 성분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인슐린이란 호르몬에 의해 분해돼 에너지로 사용되는데,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분비되더라도 제대로 혈당을 분해하지 못하면 혈액 속 당 수치가 높아지는데, 8시간 이상의 공복 상태에서 혈당 수치가 두 번 이상 126mg/dl을 넘으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인슐린 분비가 거의 되지 않아 생기는 당뇨병을 ‘제1형 당뇨병’이라 하며, 인슐린 분비가 그럭저럭 되기는 하지만 불충분하며 또 분비된 인슐린이 제 기능을 못해 생기는 당뇨병을 ‘제2형 당뇨병’이라 한다. 과거에는 제1형 당뇨병을 ‘인슐린 의존형 당뇨병’ 또는 ‘소아형 당뇨병’이라고 불렀으며, 제2형 당뇨병은 ‘인슐린 비의존형 당뇨병’ 또는 ‘성인형 당뇨병’이라 불렀다. 대체로 제1형 당뇨병은 유전적과 면역학적 요인 때문에 발병하며, 제2형 당뇨병은 유전적 요인과 더불어 비만, 과도한 식사, 운동부족 등 생활습관이 원인이 돼 발병한다. 우리나라 당뇨병의 98% 이상은 생활 습관에서 비롯되는 제2형 당뇨병이다. 돌이켜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든다. 불과 몇십년 전까지만 해도 당뇨병은 ‘부잣병’이라 불렸다. 못 먹고 못 살던 시절, 너무 많이 먹어 생기는 당뇨병은 그래서 풍요의 또 다른 이름이기도 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발전으로 생활 양식이 송두리째 바뀜에 따라 1970년대 1%에도 못미쳤던 성인 당뇨병 유병률은 1990년대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했으며, 이젠 5~6% 수준인 서구 선진국의 유병률을 훨씬 앞지르게 됐다. 학자들의 당뇨병 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7~12%가 당뇨병 환자며, 10% 정도가 잠재적 당뇨병 환자인 ‘공복혈당장애자(IFG)’와 ‘내당능장애자(IGT)’다. 공복혈당장애란 공복 때 혈당수치가 110~126mg/dl인 상태며, 내당능장애란 75g의 포도당을 섭취하고 두시간 지난 시점의 혈당수치가 140~200mg/dl인 상태다. 당뇨병 전문의들은 또 2025년까지 많게는 성인 인구의 25% 정도가 당뇨병 환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실이라면 성인 인구 네 명 중 한 명이 당뇨병으로 고통받게 된다. 아직 젊다고 해서, 아직 혈당수치가 정상이라고 해서,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없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사람은 체질적으로 당뇨병에 걸리기 쉽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많이 먹고 운동 안하기로 따지자면 미국 등 서구인들이 우리보다 더하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당뇨병 유병률이 서구보다 두배 가까이 높은 이유는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베타(β)세포 수가 서구인보다 훨씬 적기 때문이다. 베타 세포가 많아야 인슐린을 많이 분비하고, 인슐린이 많아야 당 성분이 잘 분해돼 혈당수치가 낮아지는데, 베타 세포가 적으니 혈당치가 조금만 높아져도 힘에 겨워 한다는 것이다. 마치 엔진 출력이 낮은 차가 사람이나 짐을 많이 태우거나 싣고 빨리 달리면 문제가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당뇨병 발병 양상은 서구와 완전히 딴판이다. 서구의 성인형 당뇨병 환자는 대부분 45세 이상 고령이고 뚱뚱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30대 40대에도 당뇨병이 많이 발병하며, 무엇보다 뚱뚱하지 않은 정상 체중 당뇨병 환자가 많다. 손호영 교수의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선 체질량지수(BMI)가 25 이하로 정상 체중인 비(非)비만형 당뇨병이 전체 당뇨병의 63.6%에 달했다. BMI란 체중(kg)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우리나라 사람의 베타 세포 수는 체중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 뚱뚱한 사람은 서구인과 비슷하거나 약간 적은 정도지만, 마른 사람은 많이 모자라는 것으로 연구결과 나타났다. 결국 마른 사람은 베타 세포의 수가 모자라 당뇨병에 걸리며, 뚱뚱한 사람은 베타 세포는 문제가 안되지만 비만 때문에 당뇨병에 걸린다는 설명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당뇨병의 검은 구렁텅이가 패어 있는 셈이다. 그래서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은 당뇨병 발병 요주의 인종으로 분류된다. 당뇨병은 완치가 불가능하다. 한번 발병하면 평생 운명처럼 무겁고 힘든 짐을 지고 살아야 한다. 췌장을 통째로 이식하거나, 베타 세포가 들어 있는 췌도(랑게르한스섬)만을 이식하는 방법이 국내외서 시도되고 있지만 성공률이 낮은데다 현실적으로 췌장을 얻기도 힘들어 현실적인 대안이 되진 못한다. 따라서 현재로선 당뇨병에 걸리지 않도록, 만약 걸렸다면 합병증이 합병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미리부터 조심하고 대비하는 게 최선의 당뇨병 대책이다. 당뇨병의 예방은 세가지 차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1단계 예방법은 당뇨병이 아예 발병하지 않도록 젊어서 부터 건전한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무엇보다 뚱뚱해 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며, 수영, 조깅,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설탕이나 사탕이나 단 과자 등 단순 당과 동물성 지방의 섭취를 줄여야 하며, 무엇보다 담배를 끊어야 한다. 이같은 생활수칙은 당뇨병 뿐 아니라 심장질환 등 기타 여러가지 생활습관병의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공복혈당장애자(IFG)와 내당능장애자(IGT)는 1단계 예방에 ‘사활(死活)’을 걸어야 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은 잠재적인 당뇨병 환자며 내버려 두면 십중팔구 당뇨병으로 발전한다. 그러나 공복혈당장애 또는 내당능장애 상태서 철저하게 운동-식이요법을 실천하면 혈당이 정상치로 내려올 수 있다. 따라서 자칫하면 평생 고생하고 고통받는다는 절절한 위기의식을 갖고 1단계 예방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이들에게 약물 치료는 불필요하다. 그 밖에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은 고혈압 환자, 고중성지방(250㎎/㎗ 이상) 환자, 뚱뚱한 사람(특히 복부비만인 사람), 임신성 당뇨를 경험했던 여성, 4㎏ 이상 애기를 분만한 여성, 가족 중 당뇨병 환자가 있는 사람도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조절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1단계 예방법은 지극히 불완전한 안전장치다. 아무리 애를 써도 유전적·체질적 요인에 의해 당뇨병이 발병될 수 있다. 따라서 당뇨병의 재앙을 예방하는 두번째 방법은 가능한 빨리 당뇨병을 발견하는 것이다. 그래야 심각한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1단계 예방법보다 훨씬 중요하다. 우리 주변에는 자신이 당뇨병인 줄 모르고 지내다 여러가지 합병증이 악화된 뒤에야 자신의 병을 아는 사람이 많다. 당뇨병 초기엔 아무런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선 ‘소갈증(消渴症)’이라 부르는 당뇨병을 ‘갈증이 나서 물을 많이 마시고, 음식을 많이 먹지만 몸이 마르고, 소변양이 많아지는 병’으로 규정한다. 사람들은 ‘다뇨(多尿), 다음(多飮), 다식(多食)’ 등 이른바 ‘삼다(三多)’ 증상을 당뇨병의 증상이라고 공식처럼 외우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 문제가 있다. 이같은 삼다 증상은 당뇨병이 몹시 악화된 뒤에야 나타나며,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친 상태기 때문이다. 삼다 증상이 생기기 이전에 이미 망가진 망막과 콩팥 등은 아무리 애를 써도 다시 회복되지 않는다. 따라서 무증상 당뇨병을 잡아내려면 규칙적으로 혈당검사를 받는 수 밖에 없다. 통상 40세가 넘으면 매년 한번씩 혈당검사를 권장하지만 한국인은 서구인보다 더 많이, 더 일찍 당뇨병이 발병하므로 30대부터 혈당검사를 규칙적으로 받을 필요도 있다. 3단계 예방법은 이미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합병증이 생기거나 악화되지 않도록 철저하게 혈당과 합병증을 관리-치료하는 것이다. 당뇨병은 합병증을 어떻게 관리-치료하느냐에 따라 경과가 천차만별이다. 예를 들어 당뇨병 환자는 실명이나 신부전에 빠질 위험이 높지만 그렇다고 모든 환자가 다 실명되고, 신장투석으로 연명하는 것은 아니다. 실명이나 신부전에 빠지고 빠지지 않고는 환자의 평소 마음가짐과 생활 태도에 달렸다. 당뇨병 환자는 자기 자신이 최고의 당뇨병 명의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아무리 유능한 선생이라도 학생 대신 시험을 쳐줄 수 없는 것처럼, 아무리 유능한 의사라도 환자 대신 당뇨병을 관리해 줄 수 없다. 하고 싶은 것을 참고 먹고 싶은 것도 참고 곡예를 하듯 조심조심 살아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당장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방심하면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 후회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손호영 교수는 손호영 교수는 당뇨병에 관한 모든 설명을 비유로 얘기한다. 예를 들어 한국인이 당뇨병에 잘 걸리는 이유는 자동차 배기량에 해당하는 베타 세포의 수가 적어 사람이나 짐을 많이 태우거나 실으면 엔진에 무리가 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식이다. ▲ 손호영 강남성모병원 내과 교수그는 “당뇨병은 치료 주체가 의사가 아니라 환자이므로 환자가 병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다른 병원에선 간호사 몫인 검사 수치에 관한 설명도 손 교수는 대부분 직접 맡는다. 자연히 진료시간이 길어져 그의 환자당 평균 진료시간은 8~9분으로 원내에서 가장 긴 편에 속한다. 2~3분만에 끝내는 환자도 있어 어떤 환자는 15~20분씩 진료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그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1948년생인 손 교수는 1972년 가톨릭의대를 졸업했으며, 1980년부터 가톨릭의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1981~1982년엔 영국 런던대학 성토마스병원서 방문연구원을 지냈다. 스승인 고(故) 민병석 교수가 1983년 내분비내과를 내과에서 분리시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당뇨병의 진료와 연구에 매달렸다. 국내 최초로 동물에 대한 췌도(인슐린을 분비하는 베타 세포와 혈당을 올리는 알파세포로 구성된 조직) 이식 실험에 착수해 성공했으며, 작년 5월엔 한국인은 뚱뚱한 사람일 수록 베타세포가 많고, 마른 사람일수록 베타 세포가 적어 뚱뚱한 당뇨병 환자보다 마른 당뇨병 환자가 훨씬 많다는 사실을 세계 학계에 최초로 보고하기도 했다. 같이 팀을 이루고 있는 윤건호 교수와 함께 한국인에 적합한 당뇨병 치료 지침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부회장과 대한골대사학회 회장을 역임했고, 2004년 현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6년 세계당뇨대회 한국유치위원장, 세계당뇨대회 대회장을 맡았다. 손 교수는 외국인 의사 1만명을 포함, 3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참여하는 세계당뇨대회를 서울에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나 2003년 말 대회 장소 섭외 문제로 유치 결정이 번복된 것을 가장 안타까와 하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발 관리 아마도 당뇨병의 여러 합병증 중 가장 끔찍스럽고 심리적 충격이 큰 것이 당뇨병성 족부괴저일 것 같다. 자신의 발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는 것을 자기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평소 발을 잘 관리하면 발을 잘라내는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 환자는 우선 매일 발을 비누로 깨끗이 씻고 잘 말린 뒤 발에 상처가 있는지를 주의깊게 관찰해야 한다. 상처가 생긴 경우엔 즉시 의사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발이 건조하면 갈라지기 쉬우므로 발을 말린 뒤엔 베이비 오일 등을 발라서 발 피부에 수분을 제공해야 한다. 맨발로 다니면 상처를 입기 쉬우므로 환자는 항상 양말이나 실내화 등을 신고 생활해야 하며, 특히 발에 열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거엔 뜨거운 방 구들에 발을 데여 족부괴저가 생기는 경우가 많았다. 발톱이 살 안으로 파고들지 않도록 발톱은 항상 한 일자로 깍아야 하며, 발톱이 많이 자라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해야 한다. 티눈이나 굳은 살이 생긴 경우엔 반드시 의사를 찾아서 상의해야 한다. 칼이나 손톱깎기를 이용해 혼자서 제거하려해선 안된다. 신발도 중요하다. 구두는 발에 압박을 줄 수 있으므로 가급적 발이 편한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최근엔 당뇨 환자를 위한 당뇨 신발이 많이 개발돼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신발의 사이즈도 적당해야 한다. 큰 신도 작은 신도 발에 손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을 신을 땐 바닥에 이물질이 있는지를 항상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정상인은 신발에 이물질이 들어 있으면 모르고 신었더라도 발이 아파 이물질을 빼내지만 당뇨 환자는 아프지 않기 때문에 모르고 신고 다니다 발이 상처를 입게 된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책/문화2004/07/20 09:14
  • [명의들의 명강의] 다이어트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연재하고 있습니다.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2000년 7월부터 1년간 필자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UNC)에서 메디컬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세상을 온통 뒤덮은 키 큰 나무들과 그 속에 푹 파묻힌 건물과 도로와 사람들. 녹색 물감 하나면 그려낼 수 있는, 그렇게 푸르고 깨끗하며 살기좋은 작은 도시가 바로 UNC가 있는 채플힐이다. 그곳에서의 안식과 평안과 추억은 지금도 가슴이 알싸하게 그립다. 그러나 잊혀지지 않는 채플힐의 영상 중 하나는 마치 하마처럼 거대하고 기형적인 몸집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숨쉬지도 못하는 뚱보들의 모습이다. 필자가 통학하던 노선 버스의 한 흑인 운전자가 생각난다. 그 큰 엉덩이를 도무지 얹을 수 없어, 특별히 개조한 운전석에 앉아 운전했던 그녀의 체중은 족히 200㎏은 넘는 것 같았다. “굿 모닝”이라고 말할 때의 짜증스런 얼굴과 가쁜 숨소리가 지금도 느껴지는 것 같다. ‘월 마트’ ‘푸드 라이온’ 같은 할인매장이나 식료품점에서도 그렇게 씩씩거리며 뒤뚱뒤뚱 걷는 사람들이 많았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적은 비만’이라는 보건학자들의 경고를 그곳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세상에서 가장 빨리 확산되는 전염병이라고 규정한다. 비만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나 세균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전염병이라 부르는 이유는 “좀 더 쉬자, 좀 더 눕자, 좀 더 편해지자”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매개로 비만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비만은 과거 특권과 풍요의 상징이었다. 과거 민초(民草)들은 제대로 못먹고 죽도록 일만해서 살이 찔 수가 없었다. 그러나 산업과 과학의 발달은 보통 사람에게까지 그같은 풍요를 가능케 했고, 그 결과가 비만이란 재앙으로 나타나고 있다. 국제비만특별조사위원회(IOTF)는 과(過)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이 17억명을 웃돈다고 2003년 초 발표했다. 이는 세계 인구의 약 30%에 해당한다. 심지어 최빈국(最貧國)인 아프리카 국가에서도 비만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게 IOFT의 경고다. 자동차, 엘리베이터, 전화기, 리모콘, 컴퓨터와 같은 ‘비만 바이러스’를 매개로 세기의 역병(疫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비만의 재앙은 더 이상 수수방관해도 좋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도 전체 성인의 약 30% 정도가 비만이며, 비만인 비율은 매년 3% 정도씩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문옥륜교수가 서울시민 3800명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체질량지수(BMI)가 25가 넘는 비만인이 32.7%에 달했다. BMI란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또 말로만 듣던 ‘베리아트릭 수술’도 2003년 초 국내에 도입된 이래 최근 크게 확산되고 있다. 베리아트릭이란 살을 빼는 최후의 수단으로 음식을 적게 먹기 위해 위의 90% 정도를 잘라버리는 수술이다. ▲ 강재헌 교수가 비만측정기로 어린이 비만환자의 복부 피부 두께를 측정하고 있다./ 조선일보DB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엔 체중이 수백㎏씩 나가는 ‘수퍼 뚱보’를 거의 볼 수 없다. 그래서 “비만 재앙이 온다”는 경고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이 많을지 모른다. 그러나 서양과 동양은 비만의 기준부터 다르다. 서양인은 BMI가 25 이상이면 과체중, 30 이상이면 비만이지만, 한국인은 23 이상이면 과체중, 25 이상이면 비만으로 분류한다. 대한비만학회가 이렇게 규정한 이유는 동양인은 체지방 비율이 높아, 같은 비만도의 서양인보다 심장병 등 비만으로 인한 합병증 발생 비율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비만을 재앙이라 부르는 이유는 만병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동맥경화, 심장병, 뇌졸중 등의 발병에 비만이 직접적으로 관련돼 있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심지어 소화기질환, 호흡기질환, 관절염 등 뼈질환, 발기부전 등도 비만과 직접 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다. 최근엔 대장암, 담낭암, 식도암, 유방암, 신장암, 자궁내막암 등 각종 암의 발병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따라서 살을 빼야 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까지 살을 빼야 할까? 한국인의 정상체중은 BMI 18.5~22.9다. 23~24.9는 과체중, 25~29.9는 비만, 30 이상은 고도 비만이다. 자신의 비만 여부를 알기위해서는 BMI값을 측정하는 공식 ‘BMI 값=체중÷(키×키)’에 따르면 된다. 예컨대 키 175㎝에 몸무게 80㎏이라면, BMI값은 공식에 수치를 대입해서 80÷(1.75×1.75)를 해서 26.1이 된다. BMI값 26.1이면 비만이다. 다음으로 이 사람의 정상 체중을 알아보자. 그는 BMI값 23까지 살을 빼야하므로, BMI 23에 해당하는 체중을 알아보려면 ‘(키×키)×23’을 하면 된다. 키가 175㎝인 사람은 ‘(1.75×1.75)×23’을 해서 나온 값 70.4㎏이 BMI 23에 해당한다. 따라서 몸무게가 80㎏인 사람은 9.6㎏의 살을 빼야한다. 단지 남자의 경우 BMI가 23~24.9 범위라도 허리둘레가 90㎝를 넘지 않으면 정상체중 범위에 든다고 간주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 살이 찌기 마련인데, 한국인의 BMI 기준이 너무 가혹하고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 비만이 아닌 다른 원인 때문에 혈압이나 혈당, 콜레스테롤 등이 올라갈 수 있는데 살까지 찌면 생활 습관병 위험이 더 커 지게 된다. 따라서 나이가 들 수록 체중관리에 더더욱 엄격해 져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체중을 관리해야 하나? 세상에 제 마음 먹은 대로 호락호락 되는 게 어디 있을까만은, 그중에서도 살빼기 만큼 뜻대로 안되는 것도 드물다. 작심하고 풍선 다이어트, 포도 다이어트, 황제 다이어트, 심지어 단식에 이르기까지 효과 좋다는 방법은 다 따라 해 보지만, 살이란 놈은 그때만 잠깐 사라졌다 언제 그랬냐는 듯 다시 나타나 사람을 허탈하게 만든다. 때로는 이전보다 살이 더 쪄 낭패를 맞게 된다. 도대체 주위를 둘러보면 살빼는 방법과 도구가 그 얼마나 많은가? TV나 신문, 잡지 등에선 살 빠지는 체조와 음식 등을 경쟁적으로 소개하고 있고, 살빼기 서적들은 날개 돋힌듯 팔려나가 항상 서점 베스트셀러 코너를 차지하고 있다.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라는 각종 약품과 운동기구 광고도 홍수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살이 빠지나”를 묻고 있다. 세상에 이것만큼 간단하고 명료하고 분명한 것도 없다. 체중관리의 철칙(鐵則)은 섭취하는 칼로리가 소비하는 칼로리보다 많으면 살이 찐다는 것이다. 즉 많이 먹고 적게 움직이면 살이 찌고,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거나, 많이 먹더라도 먹는 양보다 훨씬 많이 움직이면 살이 빠진다. 이것은 아주 단순한 플러스 마이너스의 셈법이며, 여기엔 예외가 있을 수 없다. 살 빠지는 주사에서부터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다이어트법에 이르기 까지 수 많은 ‘비법’이 현대인의 귀를 유혹하지만, 어느것이든 ‘먹는 만큼 찐다’는 원칙을 부정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엉터리 아니면 사기다. 물론 세상을 살다보면 버는 것 없이 쓰기만 해도 부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쓰지 않고 저축만 해도 가난해 질 수 있다. 로또에 당첨될 수도 있고, 예기치 못한 사고로 한꺼번에 재산을 날릴 수 있다. 그러나 인체내에선 그같은 예외가 통하지 않는다. 따라서 살을 빼려면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려야 한다. 식사량만 줄이거나 운동량만 늘려서는 기대한 효과를 거둘 수 없다. 살빼기는 ‘소식(小食)’과 ‘운동’이란 이름의 두 발을 사용하는 달리기 시합과 같아서, 어느 하나만으로는 승리할 수 없다. 배불리 먹고 싶어도 적당한 수준에서 숟가락을 놓고, 찬바람 부는 새벽 단잠에서 일어나 운동복으로 갈아 입는 귀찮고 힘든 과정을 감내해야 살이 빠진다. 너무나도 당연한 얘기를 되풀이하는 이유는 현실에서 진실은 항상 무시되고, 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역효과가 나는 편법이나 기괴한 사술이 대단한 비법처럼 사람의 마음을 빼앗아 가기 때문이다. 다이어트의 사전적 의미는 식이요법이다. 그런데도 다이어트란 단어가 살빼기와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는 이유는 음식만 조절하면 살이 빠진다고 믿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반인에게 알려진 대부분의 체중 감량법은 다이어트법이다. 그러나 다이어트만으로 살을 빼는 것은 ‘하수(下手)’며, 그 중에서도 특정 음식만 섭취해 살을 빼려는 것은 그야 말로 ‘악수(惡手)’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악수’는 포도, 사과, 감자 등 한가지 음식만 먹는 ‘원푸드(one-food) 다이어트’다. 유명 연예인들이 포도나 사과 등으로 살을 뺐다는 소문이 나면서, 원푸드 다이어트는 20대 30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이 다이어트에 사용되는 포도 등은 체내서 쉽게 당질로 바뀌는 탄수화물 중심의 식품이다. 탄수화물만 섭취해 단백질이 부족해 지면, 단백질 덩어리인 근육이 분해돼 부족한 단백질을 보충하게 되고, 이 때문에 단기간에 살이 빠지게 된다는 게 이 다이어트의 원리다. 즉 지방이 아닌 근육이 줄어들면서 살이 빠지는 것이다. 근육은 그 자체가 우리 몸에 필요할 뿐 아니라, 살빼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에너지 소비량이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의 지방이 10의 열량을 소비한다면 1㎏의 근육은 40~50의 열량을 소비한다. 따라서 근육이 많으면 많을수록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 된다. 반대로 근육이 줄어들고 지방이 많아지면, 인체 전체의 에너지 소비량이 크게 줄어들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한다. 따라서 지방 대신 근육을 줄이는 원푸드 다이어트는 오히려 살이 찌고 싶은 사람에게 적극 권장할 만하다. 비만 클리닉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는 원푸드 다이어트 때문에 오히려 살 찌는 체질로 변한 환자들이다. 강재헌 교수의 비만 클리닉에 찾아온 김모(32세)씨가 대표적 경우다. 키가 158㎝인 김씨가 병원에 왔을 때 몸무게는 80㎏. 평소 60㎏ 정도이던 김씨는 1년쯤 전 여성지를 보고 3주간 사과다이어트를 해서 7㎏을 감량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사과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법. 정상식사로 돌아오자 몸무게가 빠른 속도로 증가해, 1년쯤 지나자 다이어트 전 몸무게보다도 20㎏이나 더 살이 쪘다. 사과 다이어트 뒤에도 음식을 적게 먹으며 체중을 관리했다는 김씨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며 클리닉으로 들어섰다. 3주간의 사과 다이어트로 자신의 몸이 살찌는 체질로 변했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같은 원리로 단식도 살을 찌우는, 아주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물론 단식을 하면 당장은 살이 빠진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누워 있어도 인체라는 시스템을 가동시키려면 상당한 열량이 필요하다. 들어오는 것은 없고 나가기만 하니 살이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 때 빠지는 체중의 대부분이 근육이라는 게 문제다. 단식으로 에너지 공급이 중단되면 인체는 이를 위기상황으로 인식하고 에너지 소비를 최대한 줄이게 되며, 비상식량에 해당되는 지방을 최대한 아껴 쓰게 된다. 대신 필수 에너지는 근육을 분해해서 충당한다. 이 때문에 단식이 끝나고 정상식사로 돌아오게 되면, 인체는 ‘초절전형’으로 변해 있는데다, 근육마저 줄어들어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는 체질로 변하는 것이다. 단식을 하면 머리가 맑아지고 숙변이 제거되는 효과는 있는지 모르지만 최소한 살빼기에는 오히려 악효과 뿐이다. 황제 다이어트도 썩 권할만한 다이어트는 아니다. 미국 심장전문의 로버트 아킨스 박사가 제안해 ‘아킨스 다이어트’로 불리는 이 다이어트는 탄수화물의 섭취를 엄격하게 제안하는 것. 탄수화물만 섭취하는 원푸드 다이어트와는 정 반대의 개념이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주 연료인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면 체지방이 분해돼 대체 에너지로 이용되므로 체중이 줄어든다는 원리다. 따라서 고기 등 단백질이나 지방질 식품은 비교적 ‘마음껏’ 먹어도 되므로 특히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선 ‘고기 다이어트’ 또는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도 이 다이어트를 했다고 알려지면서 ‘황제 다이어트’로 불려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편식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비타민 등 영양제를 복용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개량형 ‘뉴 아킨스 다이어트’도 등장했다. 황제 다이어트를 하면 짧은 기간에 3~4㎏, 때로는 그 이상도 너끈히 빠진다. 그러나 문제는 감량된 체중만큼 체지방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탄수화물의 공급이 중단돼 체지방이 분해되면 ‘케톤’이란 물질이 생성돼 대체연료로 사용되는데, 이때 케톤은 인체의 수분을 끌어당겨 배출시키는 작용, 즉 이뇨작용을 한다. 따라서 황제 다이어트를 해서 줄어드는 체중은 체지방이 감소된 결과라기 보다 탈수 때문이라고 해석해야 한다. 결국 정상 식사로 돌아와서 수분을 보충해 주면 다시 살이 찐다는 게 이 다이어트법의 한계다. 황제 다이어트의 효과에 대해선 사실 논란이 있다. 탈수 때문에 단기적으로 살이 빠질 뿐 장기적인 체중감량 효과는 없다는 데 대부분의 의학자들이 동의하지만, 최근엔 장기적으로도 살이 빠진다는 연구결과도 발표되고 있다. 초기엔 탈수 현상 때문에 살이 빠지지만 조금 지나면 체지방도 크게 줄어들며, 그 때문에 콜레스테롤 수치까지 낮아져 심장병 등을 예방한다는 연구 등이다. 따라서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사람의 자연적인 식습관에 어긋나는 ‘유별난’ 다이어트를 구태여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결국 살을 빼려면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이 골고루 포함된 균형잡힌 식사를 하되 칼로리를 일정 수준 이하로 제한하는 수 밖에 없다. 치즈, 자장면, 갈비, 삼겹살 등 고열량 식품은 조금만 먹어도 기준 열량을 훌쩍 초과하므로 가급적 칼로리가 낮은 생선, 야채, 콩, 두부, 현미 등으로 식단을 바꾸면 크게 배고픈 느낌 없이도 목표한 칼로리를 지킬 수 있다. 이같은 ‘저(低)칼로리식’은 살빼기의 기본 중 기본이다. 최근엔 ‘저 당지수식(低 糖指數食)’의 중요성도 강조되고 있다. 당 지수(GI)란 음식 100g이 분해돼서 얼마만큼의 당이 생기느냐를 수치화한 것으로 음식을 먹을 때 가급적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으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다소 복잡하지만 좀 자세히 설명해 보자. 식사를 해서 혈당이 올라가면 이를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해 췌장에서 인슐린이 분비된다. 분비된 인슐린은 당을 에너지로 분해해 근육 등에 보내고, 남은 에너지는 지방의 형태로 바꾸어 저장하게 된다. 이 때 만약 당지수가 높은 음식을 먹어 혈당이 급격히 높아지면 어떻게 될까? 다량의 인슐린이 분비돼 혈액 속 포도당을 분해시킨 뒤 우선적으로 근육이나 장기의 에너지로 공급하고, 그래도 남는 포도당은 재빨리 지방으로 전환해 지방세포에 축적시킴으로써 ‘고혈당 위기’를 극복하게 된다. 그러나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먹어 혈당이 거의 높아지지 않거나, 아주 서서히 높아진다면 인슐린도 적게 분비되며, 혈당이 분해돼 만들어진 에너지는 근육이나 장기 등에서 모두 소모하므로 지방으로 축적되지 않는다. 따라서 저 당지수식은 혈당이 급격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가급적 당 지수가 낮은 음식을 골라 먹는 것이다. 참고로 탄수화물은 대부분 당지수가 높고, 육류나 야채류는 비교적 낮다. 따라서 탄수화물을 적게 먹고 육류 등을 많이 섭취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황제 다이어트와 비슷하다. 그러나 탄수화물 섭취를 제로에 가깝게 억제하는 황제 다이어트와 달리 당 지수가 낮은 탄수화물을 골라 먹는다는 게 다른 점이다. 이 다이어트법을 하려면 당 지수가 60 이상인 음식을 삼가해야 하며, 따라서 흰 쌀밥이나 식빵 대신 현미밥 등 잡곡밥이나 통밀빵, 호밀빵, 메밀국수 등으로 메뉴를 변경해야 한다. 대부분의 육류와 어패류, 야채류, 과일류, 주류는 당 지수가 낮으므로 큰 문제가 없지만, 감자, 당근, 딸기잼, 옥수수, 호박, 토란, 파인애플 등은 당 지수가 60을 넘기 때문에 이 다이어트법에는 맞지 않다. 이 다이어트에 심취된 사람은 당 지수가 낮은 음식만 먹는다면 아무리 많은 칼로리를 섭취해도 살이 찌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어떤 이는 각종 다이어트에 실패한 사람, 식욕을 억제하기 힘든 사람, 매일 밤 회식을 해야 하는 사람, 운동을 할 수 없는 사람도 고생하지 않고, 손 쉽게 살을 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럴 듯하게 들리는 학설도 상식을 벗어나는 순간 ‘사이비’가 되기 쉽다. 결과적으로 저 당지수식은 체중감량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당뇨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어 강조할 만하다. 따라서 예를 들어 쌀밥을 현미밥으로 바꾸는 것처럼 평소 섭취하는 칼로리 수준에서 당 지수가 낮은 음식으로 식단을 짤 것을 권고하고 싶다. 그러나 저 당지수식의 체중감량 효과를 과대 해석해 매 끼니마다 당 지수가 낮은 육류와 치즈 등을 배불리 먹어도 살이 빠진다고 믿어서는 안된다. 그렇게 믿는 순간 과학은 사이비가 된다. 소식, 저 칼로리식, 저 당지수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운동이다. 운동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구태여 산해진미를 마다할 필요가 없다. 입맛 당기는 대로 먹고도 적정 체중을 유지할 수 있다. 먹은 것보다 더 많이 움직이면 살은 빠지게 돼 있다. 따라서 체중을 줄이려는 사람은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기에 앞서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할지 먼저 고민해야 한다. 운동은 제쳐놓고 먹는 것만 줄여 살을 빼려는 사람이 많은데, “왜”냐고 물어보면 “시간도 없고, 힘 들어서…”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그 정도도 참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 살이 빠지지 않는다. 설혹 먹는 것을 줄여 어느 정도 살을 뺄 수 있을지 모르지만 더 이상은 어렵다. 한 발로 달리는 사람이 두 발로 달리는 사람을 절대 이길 수 없는 법이다. 운동은 유산소 운동과 근육운동을 함께 하는 게 좋다. 살을 빼겠다고 무작정 달리기만 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보단 아령이나 역기 들기 등 근육 운동을 곁들이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근육은 에너지를 매우 많이 소비하는 조직이기 때문이다. 즉 근육이 많으면 많을 수록 에너지 소비량도 많아져, 왠만큼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 되는 것이다. 살이 안찌는 체질로 변한다는 얘기다. 나이가 들면서 나잇살이 찌는 이유도 근육이 자꾸 줄어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많을 수록 근육운동을 더 열심히 해야 한다. 한편 살빼기가 주 목적이라면 달리기 보단 걷기를 먼저 시도하는 게 좋다. 물론 단위시간 당 소모하는 칼로리는 달리기가 걷기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당연히 달리기를 하면 걷는 것보다 두 배 이상 살이 많이 빠질 것 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30분간 걷거나 뛴다면 뱃살 등이 빠지는 정도는 비슷하다. 더군다나 달리기는 오래 할 수 없지만, 걷는 것이라면 서너시간이라도 그리 힘들지 않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여러가지 변수를 종합할 때, 걷기가 달리기보다 더 효과적인 체중 감량법이란 설명이다. 체중은 섭취한 칼로리와 소모한 칼로리의 함수관계라 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에너지가 소비되는 패턴을 알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운동의 강도가 세면 셀수록 탄수화물이 에너지로 많이 이용되고, 약하면 지방이 에너지원으로 더 많이 이용된다. 또 운동 종류와 상관없이 운동 시작 직후엔 탄수화물이 많이 소비되며, 운동시간이 길어지면 길어 질수록 지방이 더 많이 소비된다. 운동의 종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유산소 운동의 경우, 일반적으로 운동을 시작한 뒤 15분 정도가 지나면 탄수화물이 소비되고, 그 이후엔 주로 지방이 소비된다. 따라서 살을 빼려 운동을 한다면 한번에 15분 이상 지속적으로 운동해야 하며, 가급적 오래 할 수 있는 걷기가 제격이라는 것이다. 외국의 실험결과에 따르면 30분간 속보를 하면 50대50, 달리기를 하면 33대67의 비율로 지방과 탄수화물이 소비된다. 뱃살의 원인인 지방만 놓고 보면 빨리 걷기 30분은 71㎉, 조깅 30분은 82.5㎉의 지방이 소비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물론 운동의 목적이 전반적인 운동능력의 향상과 심장-폐-혈관-뼈 등의 단련에 있다면 걷기보다 달리기가 훨씬 좋다. 또 가끔씩은 호흡이 가쁠 정도로 운동 강도를 높혀 줄 필요도 있다. 그러나 순수하게 살빼기가 목적이라면 달리기보다 걷기가 더 좋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생활습관의 중요성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자. 필자는 미국생활 1년동안 정말 실컷 먹었다. 하루 걸러 하루씩 등심 스테이크, 닭고기 바베큐를 해 먹었고, 가끔씩은 레스토랑에 가서 양 많은 남부 요리를 뚝딱 해치웠다. 배 터질 정도로 폭식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한번도 음식을 절제해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더군다나 그곳은 스트레스 제로 지대였다. 기사 아이디어 회의에 붙들려 들어가지도 않았고, 기사 마감 시간에 ?기지도 않았다. 느즈막 하게 일어나 아이 학교 데려다 주고 어슬렁 어슬렁 나갔다 피곤하면 집으로 돌아와 오수(午睡)의 달콤함을 마음껏 즐겼다. 그 때 버릇이 지금껏 남아 약간 괴롭긴 하지만. 그래서 살이 엄청나게 많이 쪘다는 얘기가 아니다. 믿기 어렵지만 그렇게 포식하고 빈둥빈둥 지냈는데도 오히려 한국에 있을 때보다 체중이 3~4㎏ 줄었다. 운동량은 한국에서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많았던 것 같지만 변수가 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비밀은 식사시간에 있었다. 한국에서 필자는 보통 저녁 8시쯤 저녁 식사를 한다. 낮 12시쯤 식사하고 잔뜩 허기져 있는 상태서 저녁식사를 하다보니 자연히 많이 먹게 되고, 술도 한 잔 곁들이게 된다. 취재원과 함께 하는 식사는 한 두시간을 훌쩍 넘기기가 예사다. 경우에 따라 ‘2차’를 가면 술과 함께 또 안주를 먹게 된다. 그러다보면 배가 잔뜩 부른 상태로 집에 돌아와 채 소화도 안된 상태서 잠자리에 들게 된다. 그것이 고스란히 살이 된 것이다. 그러나 미국에서 저녁 식사 시간은 예외 없이 6시30분 쯤이었다. 가족끼리 먹으니 아무리 진수성찬이래도 식사시간이 20~30분을 넘지 않는다. 식사가 끝나면 집 주위를 산책하고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다. 12시쯤 잠자리에 들 때면 저녁 먹은 게 모두 소화가 돼 배 속이 텅 비게 된다.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담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필자처럼 누구에게나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버릇이나 생활습관이 아마도 하나쯤은 있을 것 같다는 믿음에서다. 오후 너댓시만 되면 배가 출출해서 빵 한 조각이라도 꼭 먹어야 하는 사람, 식사를 한 뒤 케이크나 아이스크림 등 디저트를 반드시 찾아 먹는 사람, 자기 직전 맥주 한 캔을 시원하게 들이켜야 잠들 수 있는 사람, 밤에 끓여먹는 라면이 제일 맛있다는 사람, 집에 들어오면 리모컨을 꿰차고 소파에 들어 누워 손가락만 움직이는 사람, 아무리 짧은 거리도 꼭 차를 타고 가는 사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살빼기의 원칙은 소식과 운동이다. 그러나 이처럼 살이 찔 수 밖에 없는 나쁜 버릇이나 생활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소식이나 운동보다 생활습관의 교정이 더 시급한 것 같다. ■ 강재헌 교수는 강재헌 교수는 “비만을 치료하는데 무슨 명의가 필요하냐”며 곤혹스러워 했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명의 코너’ 취재 대상이 된 게 거북한 것 같기도 했다. 사실 비만을 치료하는 데 있어 대단한 실력이나 노하우가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 강재헌 서울백병원 비만센터 소장그의 설명대로 편법을 쓰지 않고 우직하게 원칙대로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같은 ‘원칙대로’ 의사가 주변에 그렇게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게 문제다. 단기적 체중감량에 집착해 살 빼는 주사나 약 처방을 남발하는 등, 그의 표현대로라면 ‘하수(下手)’를 쓰는 의사가 많다. 그렇게 뺀 살은 금방 다시 찌게 된다는 게 강 교수의 신념이다. 1965년생인 강 교수는 1989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서 가정의학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1996년 인제의대 상계백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비만 센터를 개설했으며, 2003년엔 서울백병원으로 옮겨 또 하나의 비만 센터를 만들었다. 그는 “비만은 여러 임상분야 지식을 고루 갖춘 의사가 체육학, 영양학 등 다른 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제대로 치료할 수 있다”며 “센터화(化)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비만치료 모델이 됐다”고 말했다. 그의 성공에 고무돼 2000년을 전후해 다른 병원에서도 앞다퉈 비만센터를 개설해, 그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이 분야 ‘왕 고참’이 됐다. 강 교수는 2003~2004년 KBS 2 TV의 건강프로그램 ‘비타민’에서 ‘뱃살을 줄여라’ 코너에 고정 출연하고, 각종 대중 강연에 불려 다니는 등 다이어트 전도사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진료와 연구, 방송활동과 강연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해 내느라 그에게 전화를 걸면 늘상 부재중 메시지다. “그렇게 무리하단 병 나겠다”고 말하자 “비만과 다이어트에 대한 잘못된 상식이 너무 많이 퍼져 있다”며 “아직 젊어 힘이 있을 때 부지런히 뛰어서 대중에게 올바른 다이어트 상식을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살 빼는 약, 어떤 게 있나 대한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사람 중 식사-운동요법을 3~6개월 시행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에 한해 약물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 2004년 현재 미국 FDA로 부터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된 비만치료제는 제니칼(올리스타트)과 리덕틸(시부트라민) 둘 밖이다. 제니칼은 위장관에 작용해서 지방 성분의 체내 흡수를 약 30% 정도 줄여준다. 예를 들어 100의 지방을 섭취했다면 30은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대변으로 바로 빠져 나오는 원리다. 따라서 육식을 많이 하거나 잦은 외식으로 지방 섭취량이 많은 사람에게 효과적이다.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고지혈증이나 당뇨병 환자도 사용할 수 있다. 지방이 바로 항문으로 빠져 나오므로 간혹 팬티에 변을 지릴 수 있다는 게 단점이지만 이 때문에 오히려 변비 해소에는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에 비해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리덕틸은 포만감을 불러 일으켜 식욕을 억제하고, 체내 에너지 대사를 증가시킴으로써 살을 빠지게 한다. 우리나라 사람처럼 지방보다 탄수화물 중심의 식사를 하는 경우엔 제니칼보다 리덕틸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제니칼이 복용 즉시 효과가 나타나는데 비해 리덕틸은 몇 일 복용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는 게 단점이다. 그 밖에도 식욕을 억제하는 에페드린, 펜터민, 펜플루라민, 덱스펜플루라민, 플루옥세틴 등의 약물과 천식 치료제로 개발된 아미노필린, 간질약으로 개발된 토피라메이트, 이뇨제인 듀레틱스 등의 약물이 주로 개원가에서 비만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제니칼이나 리덕틸과 달리 이 약들은 경우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아주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 대한비만학회는 이 약들을 이용한 비만 치료를 금지하고 있으나, 많은 개원 의사들은 “적절하게 사용하면 부작용 없이 살을 뺄 수 있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19 09:20
  • [명의들의 명강의] 불임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종족의 번식은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물의 가장 기본적인 의무이자 본능이다. 그러나 2002년 보건사회연구원 통계에 따르면 아내 연령이 15~39세인 부부 중 13.5%가 불임부부다. 8명 중 1명 꼴로, 약 63만5000쌍이다. 아내 연령을 45세까지 넓히면 불임부부는 140만쌍 정도까지 추계된다. 정말이지 상상 이상이며, 많아도 너무 많다. ‘팔자(八字)’가 기구한 몇 몇 사람의 일로만 여겨졌던 불임 문제가 어느새 가장 흔하고 가장 보편적인 부부 문제가 됐다. 도대체 이토록 많은 사람이 아기를 갖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공해나 환경호르몬 때문에 정자 수가 감소하고 불임이 늘어난다고 별 생각없이 말한다. 현대인의 생활방식과 식사습관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공해 등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 질 수 십년 뒤엔 핵 폭탄이 아닌 불임 때문에 인간이 멸망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그런 일이 가능할까? 이에 답하기 앞서, 먼저 불임의 원인부터 살펴보자. 임신은 정자와 난자가 수정된 뒤 자궁에 착상되는 것이다. 여성은 한달에 한개의 난자를 배란하는데, 이 기간에 부부관계를 가지면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이 되고, 수정난이 자궁으로 들어가 자궁벽에 달라붙으면 임신이 된다. 따라서 임신이 되려면 우선 정자와 난자가 건강해야 한다. 정자의 운동성이 떨어지거나 모양이 좋지 않은 경우엔 수정이 불가능하다. 또 정자와 난자가 배출되는 통로(정관과 난관)가 막혀 있지 않고 잘 뚫려 있어야 하며, 자궁입구(경부)에서는 점액이 충분히 분비돼 정자가 좁은 통로를 잘 헤엄쳐 통과할 수 있어야 한다. 수정란이 착상되는 자궁도 기능적-해부학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한다. 이 중 어느 한가지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임신은 불가능하다. 일반적으로 불임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책임은 4대6 정도다. 예로부터 ‘칠거지악(七去之惡)’이라 해서 아기를 못 가지면 모두 여자 책임으로 몰아 붙이곤 하는데, 정자의 이상 때문에 생기는 불임이 대략 전체의 40%쯤 된다. 남성 불임은 정자가 아예 생성 또는 배출되지 않거나, 배출된 정자의 모양이 이상하거나, 정자의 활동성이 떨어져 발생한다. 여성 때문에 야기되는 불임은 원인이 훨씬 복잡해서, 30~40%는 배란 이상(희소월경, 무월경, 이상 자궁출혈 등)때문에 발생하며, 30~40%는 난관(나팔관)폐색이나 기타 골반-자궁 부속 조직 유착 등이 원인이다. 자궁의 해부학적-기능적 이상으로 인한 불임은 5~10%, 자궁입구 점액 분비가 원인인 불임도 5%쯤 된다. 한편 “왜 아기가 안들어서냐”고 물으면 “뚜렷한 이유가 없다”고 말하는 의사가 많은데 엄밀하게 말하면 원인이 없는 게 아니라 원인을 모르는 것이다. 성병이 불임의 원인인 경우엔 부부관계를 위해 일부러 원인을 모른다고 말하는 수도 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불임이 증가했을까?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여성의 늦은 결혼과 늦은 임신이다. 여성의 사회참여가 활발해 짐에 따라 여성의 결혼 적령기는 갈수록 늦춰지고 있다. 과거엔 여자 나이 스물일곱만 넘어도 조바심을 냈지만 요즘은 서른이 넘어도 여전히 느긋한 여성이 많다. 뿐만 아니라 결혼을 했는데도 경제적 여유를 찾은 뒤 아기를 갖겠다며 피임을 하는 신혼 부부도 많다. 이래저래 임신을 시도하는 연령이 갈수록 높아져 불임이 증가하는 것이다. 나이 많은 여성의 불임률이 높은 이유는 난자 때문이다. 여성은 태어날 때 30만~50만개의 난원세포(난자가 되는 세포)를 갖고 태어나며, 생리가 시작되면 이 중 매월 20~30개를 소모해서 그 중 한개가 배란된다. 남성의 정자가 70일 마다 새로 만들어지는 ‘신제품’인데 비해, 여성의 난자는 태어날 때 이미 만들어져 있는 ‘재고품’인 셈이다. 문제는 20년된 난자와 30년된 난자와 40년된 난자의 염색체 상태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연히 ‘보관기간’이 짧은 난자일 수록 건강해서 임신이 잘 된다. 35세 이후엔 난자의 염색체가 변해 불임 확률이 높아지며, 설혹 임신이 되더라도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학계에 보고돼 있다. 미국에서 20대에 아기를 갖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두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 요인은 자유분방한 성 개방 풍조와 이로 인한 성병의 확산이다. 국립보건원이 2003년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월에서 2003년 8월까지 비임균성 요도염의 일종인 클라미디아균 감염 여성은 무려 803%나 늘었고, 매독 감염 여성도 96.4% 증가했다. 가출 청소년 네 명 중 한 명이, 성 경험을 한 대학생 열 명 중 한 명이 클라미디아나 임질 같은 성병에 걸린 적이 있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클라미디아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성병 원인균이다. 여성이 이 균에 감염되면 난관에 염증이 생겨 난관이 막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어 대부분의 여성들은 병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지낸다. 결국 자기도 모르는 새 난관이 막혀서 불임이 되는 것이다. 임질이나 매독 등 다른 성병도 난관에 염증을 일으켜 불임을 초래한다. 한편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낙태도 불임의 원인이 된다. 혼전 성 행위의 확산으로 현재 국내에선 연간 150만건의 낙태 시술이 시행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낙태를 하게 되면 자궁내막 조직이 서로 달라붙는 등 흠집이 생길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수정란이 자궁안으로 들어와도 자궁벽에 착상되지 못해 임신에 실패하게 된다. 세번째는 생활 방식의 문제다. 현대를 살아가는 불쌍한 샐러리맨들은 몸에 꼭 맞는 양복을 입고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스트레스와 씨름하고 있다. 그러나 1996년 네델란드 연구팀은 6개월 동안 몸에 꼭 끼는 바지를 입은 남성은 헐렁한 바지를 입은 남성보다 정자 수가 훨씬 적다고 보고했으며, 영국의 연구팀은 하루 세시간 이상 자리에 앉아 컴퓨터 작업을 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에 비해 임신률이 떨어진다고 보고했다. 양쪽 다 고환의 온도가 높아져 정자 생성이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밖에 흡연, 비만, 무리한 다이어트, 과도한 스트레스 등도 불임의 원인이 된다. 흡연은 호르몬 장애를, 비만은 배란장애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고 알려져 있다. 또 루프(자궁내 삽입장치)나 피임약 복용 등 피임도 불임과 관계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공해와 환경호르몬 같은 보다 거시적인 차원의 문제다. 1996년 미국의 여성 과학자 테오 콜본박사는 저서 ‘도둑맞은 미래’에서 환경호르몬이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비슷하게 작용해 남성을 여성화하므로 정자 수가 준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국과 영국 등지에선 지난 50년간 남성의 정자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는 주장이 여러번 제기됐으며, 미국에서는 음료수 캔에 들어 있는 비스페놀A란 성분이 이같은 정자 수 감소의 주범이란 연구결과까지 나왔다. 우리나라서도 솔벤트를 다루는 공장 근로자들의 정자 수가 감소했다는 보고도 있다. 충분히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해나 환경호르몬이 직접적으로 불임을 일으키는지 여부에 대해선 학자들 간에 아직 논란이 많다. 그럴 것 같은 심증은 가지만 과학적으로 입증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비록 불임이 급증하고 있지만 다행히도 불임 때문에 인간이 멸망하는 일은 일어날 것 같지않다. 불임치료술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다. 사실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불임은 하늘의 뜻이었다. 백일 기도를 하는 것 외엔 뚜렷한 해결방법이 없었다. 불임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제 더 이상의 불임은 없다”고 공언한다. 난관이 막혔거나 정자 모양이 좋지 않아 초래된 ‘간단한 불임’은 물론이고, 심지어 무정자증 남성이나 난자가 제대로 자라지 않는 여성까지 임신이 가능해 졌다는 것이다. 불임 치료법을 불임의 원인별로 살펴보면, 우선 배란이 잘되지 않을 땐 ‘클로미펜’ 등의 배란유도제를 사용해서 치료한다. 일반적으로 80~85% 배란이 유도돼 40% 정도 임신에 성공한다. 자궁경부의 점액 분비가 부족해 정자가 자궁 입구를 쉽게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엔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을 쓰며, 자궁내막에 흠집이 있는 경우엔 자궁경 수술로 흠집을 제거하는 치료를 한다. 난관이나 정관이 막혀서 정자나 난자가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도 복강경 수술 또는 개복수술로 막힌 통로를 뚫어주면 임신에 성공할 수 있다. 이상의 방법으로도 불임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엔 시험관 아기 시술 같은 보조생식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최근 10년간의 보조생식술의 발전은 정말 괄목할 만하다. 불임전문가들이 자신있게 ‘불임의 종언(終焉)’을 고하고 있는 이유도 보조생식술에 대한 이같은 자신감에서다. 1978년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는 정자와 난자를 체외 시험관에서 서로 섞어 만든 수정란을 자궁내에 이식해 주는 아주 초보적인 방법으로 태어났다. 그러나 이젠 정자를 난자 속으로 직접 찔러 넣어 주기도 하고, 덜 성숙한 정자나 난자로도 임신이 가능할 정도로 치료술이 발달했다. 특히 정자를 난자에 찔러 넣는 ‘정자직접주입술(ICSI)’은 전체 불임의 40% 정도를 차지하는 남성 불임을 한꺼번에 해결한 획기적 첨단 기술로 평가받고 있다. 정자가 기형이거나 활동성이 매우 약한 경우엔 시험관 속에 난자와 섞어 놓아도 수정이 되지 않았다. ICSI는 건강한 정자를 주사바늘처럼 생긴 가는 유리관(피펫) 속에 넣은 뒤 현미경을 보면서 난자 속으로 정확히 찔러 넣어주는 기술이다. 그 밖에 정액속에 정자가 없는 ‘무정자증’ 남성도 막힌 정관을 뚫거나 고환 세포를 채취해 그 속에서 미성숙된 정자를 채취하는 방법으로 임신이 가능해 졌다. 여성 불임과 관련해선 난소에서 난자가 제대로 생성 또는 성숙되지 않는 경우 특히 치료가 어려웠다. 그러나 미성숙 난자를 채취한 뒤 배양액 속에서 성숙시켜 수정하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이 고민도 해결됐다. 그 결과 ‘다낭성난포증후군’처럼 심각한 난소 질환자도 이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됐다. 또 난자의 동결보관 기술이 발전해 젊고 건강할 때 난자를 채취해서 보관해 뒀다 차후에 임신하는 일도 가능해 졌다. 방사선 암 치료 등으로 난소 기능 상실이 예상되는 여성들이 이 치료법의 혜택을 받고 있다. 독신이나 사회활동 때문에 지금 당장 임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젊은 난자’를 보관했다 나이들어 임신하는 일이 가능해 졌다. 우리나라의 보조생식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국내에선 매년 1만5000~1만7000건의 불임시술이 시행되고 있다. 2003년 산부인과학회에 보고된 ‘2000년 한국보조생식술 현황’에 따르면 1만5619건의 시험관 아기 시술이 시행돼 30.1%가 임신에 성공했으며, 21.6%가 끝까지 임신을 유지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다. 일반적으로 임신 성공률은 30% 안팎, 출산 성공률은 25% 안팎이므로 매년 4000명 정도의 인공 수정 아기가 국내에서 태어나는 셈이 된다. 문제는 이렇게 태어난 아기가 과연 모두 정상일까 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시험관 아기는 기형이나 장애 등 무엇인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느낌을 갖고 있다. 냉동 보관했던 난자나 수정란을 해동시켜 수정 또는 착상시키거나 미성숙 정자나 난자를 이용해 시험관 시술을 한 경우엔 기분이 한결 더 찜찜해 진다. 생명체를 얼렸다 녹였다 하는 ‘공상과학’에 익숙지 않은 사람에겐 너무나 당연한 걱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학은 이 모든 걱정을 기우라고 말한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의 시험관(체외수정) 아기가 출생했지만 기형률 등에 있어 정상 출생한 아기와 아무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문제가 있는 수정란은 착상이나 임신 유지 과정에서 인체가 스스로 감별해서 착상을 방해하거나 유산시키는 시스템이 가동되는데다, ‘착상전 유전자 진단법’까지 개발돼 기형이나 장애아 출생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기 때문이다. 착상전 유전자 진단이란 시험관 시술로 만들어진 수정란이 세포분열을 한 상태에서 세포 한 개를 떼어 내 유전질환이나 기형이 있는지 진단하고 자궁벽에 착상시키는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험관 아기에게 기형이나 장애가 많은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스웨덴 웁살라대학 아동병원의 보 스트롬베르그 박사가 설명하고 있다. 스트롬베르그박사는 1982~1995년에 태어난 체외 수정 아기 5680명과 정상 아기 1만1360명을 비교한 결과 시험관 아기는 정상아기보다 뇌성마비 위험이 3배, 발달장애 위험이 4배 높았는데, 이는 체외 수정 방법의 문제가 아니라 체외 수정의 결과, 즉 태아의 수와 관계가 있었다고 의학전문지 ‘란셋’에 보고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체외 수정을 할 경우엔 임신 확률을 높히기 위해 자궁안에 여러 개의 수정란을 한꺼번에 넣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쌍둥이나 세쌍둥이 임신이 많아지는데, 쌍둥이나 세쌍둥이를 임신하면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가능성도 높아지므로 자연히 뇌성마비나 발달장애 확률이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스트롬베르그 박사의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시험관 아기라도 ‘독자(獨子)’인 경우엔 뇌성마비나 발달장애 위험이 높지 않았고, 정상 아기라도 쌍둥이인 경우엔 뇌성마비나 발달장애 위험이 높았다. 이에 따라 요즘은 자궁에 삽입하는 수정란의 수를 가급적 줄이는 추세다. 1998년 미국 통계에 따르면 2만241명의 불임여성이 2만9128명의 인공수정 아기를 분만했는데, 이 중 62.5%가 독자였으며, 31.4%가 쌍둥이, 5.8%가 세쌍둥이, 0.3%가 네쌍둥이 이상이었다. 보통의 경우 쌍둥이 분만율은 1% 정도다. 간단하게 결론을 맺어 보자. 불임이란 정상적인 부부생활을 1년 이상 지속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주변을 둘러보면 결혼한지 꽤 오래됐는데도 아기가 없는 커플이 수도 없이 많다. 물어보면 “곧 들어서겠지...”하고 대수롭지 않게 말한다. 아마도 자신들의 불임을 인정하기 싫은 무의식 때문인 것 같다. 3~4년 때로는 4~5년 동안이나 임신이 되지 않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도 곧바로 불임클리닉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과로, 과음, 스트레스를 멀리하고 몸을 보(補)하면 된다고 생각해서 한의원부터 찾는 사람들이 더 많다. 절이나 서낭당에 가서 기도와 치성을 드리기도 하고, 부적을 갖고 다니는 사람도 많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그렇게 빙빙 돌아오는 바람에 불임클리닉은 항상 최후의 시점에 찾게 된다. 젊을 수록 보조생식술의 결과도 좋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만큼 손해인 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40세 미만 부부의 13.5%가 불임이다. 1년 이상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엔 불임클리닉부터 찾는 게 시간과 돈과 마음고생을 더는 유일한 방법이다. ■윤태기 교수는 우리나라는 불임 치료 분야의 세계 최강 기술대국 중 하나다. 윤태기 교수는 포천중문의대 차병원 차광렬 학원장과 함께 이 신화를 창조한 주인공이다. 그는 1986년 복강경을 이용해 나팔관에 정자와 난자를 직접 뿌려주는 시술(나팔관 인공 수정)을 국내 최초로 시행해 아기를 출산시켰으며, 같은 해에 민간병원 최초로 시험관 아기 출산에 성공했다. 198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난소가 없어 임신이 불가능한 여성에게 공여된 난자를 이용해 임신·출산시켰다. 1991년에는 난소 적출술 시행 뒤 폐기되는 난소에서 채취한 미성숙 난자를 체외에서 배양해 아기를 낳게 하는데 세계 최초로 성공해 미국불임학회 대상을 수상했다. 1998년엔 난관을 묶는 수술을 받았거나 난관이 좁아져 임신할 수 없는 사람의 난관을 복원시키는 ‘복강경 난관 미세 성형 수술법’을 역시 세계 최초로 개발해 다시 한번 미국불임학회 최우수 논문상과 세계불임학회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했다. 1999년엔 세계 최초로 초급속냉동법(유리화동결)을 이용해 얼렸다 녹인 난자로 임신을 성공시켜 미국불임학회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특히 그가 1991년에 성공한 미성숙 난자 체외 수정술은 이후 미성숙 난자를 이용한 불임치료 프로그램의 이론적 기초를 닦은 것으로 세계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1998년 개발한 복강경 난관 미세성형수술을 그에게 배우고 돌아간 미국, 일본, 독일 등 외국인 의사만 50여명에 이른다. 이와 같이 다양한 신기술로 그는 1만명이 넘는 시험관 아기를 출산시켰다. 윤 교수는 “전국 도처에 내 아이들이 있다”며 “2002년엔 시험관 아기 출산 15돌을 맞아 350여 가족을 초대해 잔치를 벌였다”고 말했다. 1951년생인 윤 교수는 1975년 연세의대를 졸업했다. 1983년 세브란스병원서 레지던트를 마친 뒤 곧바로 차병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미국 예일대학 산부인과에서 연수했다. 1993년부터 지금까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다. 성광의료재단 차병원 차경섭 이사장은 그의 성격이 빈틈없고 꼼꼼한 것을 눈여겨 보고 미세하고 정교한 테크닉이 필요한 불임치료 분야를 그에게 맡겼다고 한다. 불임 환자의 엉어리진 한을 환자와 함께 나누는 속정이 깊은 사람으로 소문 나 있지만 일에 관한한 철두철미하다. 실수나 잘못이 있을 땐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따끔하게 야단치고 짚고 넘어가는 편이다. 시간이 날 땐 독서로 소일하며 등산·골프·수영으로 건강을 다지는 편이다. 술은 거의 입에 대지 못하며 매우 가정적인 사람으로 병원에 소문 나 있다. ■시험관 아기 시술, 어떻게 하나 시험관 아기 시술의 첫 단계는 정자와 난자를 채취하는 것이다. 남성의 정자는 매우 간단한 방법으로 충분한 양을 채취할 수 있으므로 별 문제가 안된다. 그러나 여성의 난자는 한달에 한개씩만 배란되며, 자연 배란되는 난자 한개만 갖고 시험관 수정을 시도할 경우엔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따라서 가급적 많은 난자를 배란시킬 필요가 있는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게 ‘과배란 유도’ 과정이다. 과배란을 유도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월경 1주일 전부터 난소 기능을 안정시켜 난자 질을 높이는 주사를 꾸준히 맞아야 하며, 월경 2~3일째 부터는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도 매일 한대씩 근육 또는 피하에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두 주사는 난자를 채취하기 이틀전까지 계속 맞게 된다. 또 월경 7일째 부터는 매일 병원에 가서 난자가 잘 자라는지를 알아보는 피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는다. 난자가 웬만큼 성숙하면 ‘HCG’라는 주사를 맞고 36시간쯤 지난 후 난자를 채취하게 된다. 이렇게 한달 가까이 주사를 맞고 병원에 가는 ‘고생’을 겪어야 시술에 필요한 충분한 난자를 얻을 수 있다. 시험관 시술에 필요한 충분한 정자와 난자를 얻은 다음엔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켜야 한다. 일반적으로 불임의 원인이 그리 심각하지 않은 경우엔 원래 수정이 일어나는 난관에서 자연적으로 수정이 일어나도록 정자와 난자를 난관에 뿌려주기만 하는데, 이를 ‘배우자 난관내 이식술’이라 한다. 때로는 체외에서 정자와 난자를 수정시킨 뒤 수정란만을 난관에 이식하기도 하는데, 이는 ‘접합자 난관내 이식술’이라 한다. 불임의 원인이 보다 심각하거나, 임신 성공률을 높히기 원하는 경우엔 ‘체외수정 및 배아이식술’을 사용한다. 흔히 말하는 시험관 아기 시술이다. 의사는 건강한 정자와 난자를 골라 체외 수정시킨 뒤 시험관속에서 2~3일쯤 배양했다 2∼8세포기로 수정란이 분할되면 자궁내에 직접 이식을 하게 된다. 이때 이식하는 배아는 대개 3∼4개다. 따라서 이식한 배아가 모두 착상된다면 최대 네 쌍둥이까지 얻을 수 있다. 이처럼 많은 배아를 이식하는 이유 역시, 임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함이다. 이식 배아가 많으면 많을 수록 한개라도 착상할 가능성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3개 이상 배아가 착상되면 그 때문에 오히려 유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으므로 요즘에는 착상된 배아 중 일부를 떼어내는 시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시험관 아기의 출산 성공률은 시술병원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20∼30%선이다. 운이 좋다면 한차례에 성공할 수도 있지만 확률상 3∼5회 시술은 각오해야 한다. 운이 나쁘면 10번을 해도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 매회 시술때마다 과배란유도­난자채취­체외수정­배양­이식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수정란을 냉동보관했다 다시 이식할 수도 있다. 월경 2~3일째 부터는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도 매일 한대씩 근육 또는 피하에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두 주사는 난자를 채취하기 이틀전까지 계속 맞게 된다. 또 월경 7일째 부터는 자주 병원에 가서 난자가 잘 자라는지를 알아보는 피검사와 초음파검사를 받는다. 난자가 웬만큼 성숙하면 ‘HCG’라는 주사를 맞고 36시간쯤 지난후 난자를 채취하게 된다. 이렇게 한달 가까이 주사를 맞고 병원에 가는 ‘고생’을 겪어야 시술에 필요한 충분한 난자를 얻을 수 있다. ▶임호준 기자 사이트 바로가기(imhojun.chosun.com)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17 09:27
  • [명의들의 명강의] 갑상선질환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이 30일간 연재중입니다.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갑상선은 갑상선 호르몬을 분비하는 내분비 기관의 이름이다. 목 한가운데 볼록하게 튀어나온 물렁뼈(갑상연골) 아래에 마치 나비가 양쪽 날개를 편 것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한쪽 날개는 폭이 약 2Cm, 길이가 약 5Cm며, 양쪽을 합쳐서 무게는 15~20g 정도다. 목 안쪽에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보이거나 만져지지 않지만 병에 걸리면 만져지거나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목이 지나치게 길고 마른 여성은 병이 없어도 갑상선이 만져지거나 보일 수 있고, 반대로 목이 짧고 굵은 경우엔 병에 걸려도 갑상선이 만져지거나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은 우리 몸의 대사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숯불갈비를 먹을 때 사용하는 화로의 아랫부분엔 공기구멍이 있다. 공기구멍을 많이 닫으면 숯이 천천히 타고, 열면 빨리 타는 것과 같이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면 섭취한 음식이 빨리 타서 없어지면서 몸에 열이 나게 된다. 이 때문에 갑상선 호르몬이 많이 분비되는 사람은 음식을 많이 먹어도 금방 배가 고프고, 살이 빠지게 된다. 음식이 빨리 에너지로 소모되기 때문에 몸에 항상 열이 많아 더위에 민감해 진다. 자율신경 중 교감신경이 자극돼 심장이 빨리 뛰고, 신경이 예민해 지고, 성격이 급해지며, 손발이 떨리는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갑상선이 커지기 때문에 목이 부은 것처럼 보이고 안구가 돌출되는 등의 외관상 변화도 일어난다. 이를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 한다. 반대로 갑상선 호르몬이 지나치게 적게 분비되면 불구멍이 많이 닫혀 불길이 약한 것과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음식이 빨리 소모되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살이 찌고, 몸에 열이 없어 추위를 많이 느끼게 된다. 이상하게 피곤하고, 기운도 없고, 말과 행동이 느려지고, 손과 얼굴이 붓고, 손발이 저리거나 쥐가 잘나고, 자꾸 졸립고, 피부도 거칠어 진다. 이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라 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치료가 매우 간단하다. 호르몬이 부족한 만큼만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 주면 된다. 현재 시판중인 갑상선 호르몬제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따라서 안심하고 복용해도 된다. 가격도 매우 싸서 평생 복용해도 100만~200만원에 불과하다. 매일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게 다소 번거롭지만 익숙해 지면 아무런 불편없이 살 수 있다. ▲ 갑상선 초음파 검사./ 조선일보DB 문제는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다. 항진증의 치료는 항(抗)갑상선제를 복용하는 약물요법, 방사성동위원소(요오드)를 복용해 갑상선을 파괴하는 요법, 수술로 갑상선을 제거하는 요법 등 3가지가 있다. 문제는 이 3가지 요법의 장단점이 뚜렷해 선택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항갑상선제를 복용하는 약물요법은 짧아도 1년 이상, 보통 2~3년 정도 장기간 약을 복용해야 하며, 그렇게 해도 절반 정도는 약을 끊으면 재발하기 때문에 결국은 갑상선을 파괴하는 것과 같은 보다 근본적인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약값도 만만찮아 경제적 부담도 큰 편이다. 그러나 절반정도의 환자는 갑상선을 보존하면서 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방사성 요오드로 갑상선을 파괴해 버리는 방법은 효과가 즉시 나타나며, 별다른 부작용이 없다. 외래에서 캡슐 형태의 방사성 요오드를 한차례 복용하면 끝나므로 간단하고, 치료비도 매우 싸다. 가임여성의 경우, 치료 직후엔 임신하면 안되지만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임신과 출산에 아무런 영향이 없다. 그러나 치료하고 1년 이내에 약 20%의 환자에게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오며, 그 뒤에도 매년 1~2%씩의 환자에게 기능 저하증이 생긴다는 게 문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생기면 평생 갑상선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한다. 갑상선을 5g 정도만 남겨놓고 모두 잘라버리는 수술 역시 치료효과가 즉시 나타나고, 비용도 저렴한 게 장점이다. 그러나 수술해도 약 20%는 항진증이 재발하며, 나머지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에서 처럼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온다. 전신마취를 하고 수술해야 하는 부담과 수술 기술의 부족으로 인한 과다출혈, 후두신경손상으로 인한 목소리 변성, 칼슘 생성에 관계하는 부갑상선 손상으로 체내 칼슘 농도가 부족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 물론 이같은 수술 기술 부족으로 인한 부작용 확률은 1% 미만이므로, 숙련된 외과의사가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같은 단점과 불편함 때문에 수술은 첫번째 고려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세가지 방법 중 어떤 치료법을 선택할지는 전적으로 환자의 몫이다. 환자들은 흔히 약물요법과 방사성 요오드 치료법 사이에서 갈등을 한다. 갑상선을 파괴해 버리면 간단하지만 몸의 일부를 떼어낸다는 심리적 거부감이 문제다. 그렇다고 약물치료를 하자니 시간과 비용이 만만찮고, 무엇보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어 망설여 진다. 이 때문에 “다른 의사에게 물어보겠다”며 병원을 옮겨다니는 ‘의사 쇼핑’ 현상이 빚어진다. 조보연 교수의 외래 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 상당수도 이같은 ‘병원 쇼핑객’이다. 대부분 다른 곳에서 답을 얻었는데, 그 답이 맞는지 틀린지를 확인하기 위해 그를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명의(名醫)가 답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물론 병의 정도가 아주 가볍고, 또 젊은 여성인 경우는 약물치료를, 나이가 중년 이상이며 증상이 좀 심한 경우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우선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의학적 판단보다 환자의 성격과 사고방식, 경제력에 따라 판단이 더 많이 좌우되는 게 이 병의 특징이기 때문이다. 이과 관련해 재미있는 조사결과가 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정도가 중간 정도인 중년 여성에게 어떤 치료법을 권하겠느냐고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의사에게 설문조사를 했다. 그랬더니 유럽의 의사는 77%가 약물요법, 22%가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 1%가 수술을 선택했다. 일본은 88% 약물요법, 11% 동위원소 치료, 1% 수술이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비슷하다. 그러나 미국 의사들은 정 반대였다. 69%가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30%가 약물요법을, 1%가 수술을 선호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사고방식 차이에서 비롯된다. 미국인들은 비싼 돈 들여 오랫동안 고생해 봤자 그중 절반은 어짜피 치료가 안되며, 결국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왜 시간과 돈을 낭비하느냐, 차라리 처음부터 속편하게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고 갑상선 호르몬제에 의지해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미국적 실용주의가 여기서도 나타난다. 그러나 유럽과 일본, 우리나라 의사들은 이유가 어찌됐든 몸의 일부를 훼손하는 것은 좋지 않으므로, 비록 성공확률이 절반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해 보는데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때가서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들고, 때로는 비효율적이어도 그것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라고 믿는 것이다. 만약 지금 방사성 요오드 치료와 약물 치료 중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자신의 성격과 사고방식이 미국식과 유럽식 중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스스로 평가해 볼 필요가 있다. 조 교수 개인적으로는 방사성 동위원소 치료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의사와 환자가 지금보다는 좀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음으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에 관해 알아보자. 우선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엄청나게 많은 여성들이 자신도 모르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하시모토병이란 만성 갑상선염 때문에 유발되며, 이는 자가면역이 원인이다. 자가면역이란 세균 등 외부에서 침입한 적을 무찔러야 할 인체 면역세포들이 엉뚱하게 자기 몸을 공격하는 질환이다. 문제는 하시모토병을 앓는 사람이 전 인구의 5~10% 정도로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이다. 이 중 3분의1 정도는 하시모토병 발병 당시 기능 저하증이 동반돼 있으며, 나머지 3분의2 중 매년 5% 정도씩 저하증으로 발전해 간다. 그러나 병이 너무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기능 저하증이 있으면 이상하게 졸립고 피곤하고 으슬으슬 춥고 체중이 조금씩 불어난다. 그러나 이는 갑상선 기능 저하증 없이도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며, 따라서 대수롭지 않게 여길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특히 여성들이 이같이 막연한 증상 때문에 고통받는다면 한번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기능 저하증의 진단은 갑상선 호르몬의 농도를 측정하면 되는데, 이는 혈액검사로 가능하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환자 중에는 미역이나 다시마, 김 등 요오드 성분이 많은 해조류를 지나치게 많이 먹는 사람이 많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의 원료가 된다. 따라서 요오드를 많이 먹으면 호르몬도 많이 만들어져 기능 저하증이 나아질 것으로 믿는 것이다. 이런 심리를 이용해 요오드가 많이 든 건강식품도 시중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호르몬 생성에 필요한 요오드 양의 5~10배를 식사를 통해 이미 섭취하고 있으므로 요오드 성분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해선 안된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기능 저하증이 더 심해진다. 따라서 많은 양의 다시마를 갈아서 먹거나 차로 달여 마시는 것은 오히려 해롭고, 특히 건강보조식품으로 판매되는 다시마 제제들은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 요오드 섭취를 줄여주면 오히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좋아지는 경우가 많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질환에 특별히 좋거나 특별히 나쁜 음식은 없다. 특별한 음식을 챙겨 먹을 필요가 없으며, 균형잡힌 식사를 해야 한다. 한편 갑상선 기능 항진·저하증 환자들의 경우 임신이 가장 큰 문제가 된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나 저하증이 있는 상태에선 임신이 잘 안되며, 되더라도 유산이나 미숙아·기형아 출산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갑상선 질환자는 임신을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사실과 다르다. 항갑상선제(항진증)나 갑상선호르몬제(저하증)를 3개월 정도 복용해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정상을 회복하면 얼마든지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 저하증에 사용하는 갑상선 호르몬제는 물론이고 항진증에 쓰는 항갑상선제도 매우 안전한 편이다. 따라서 약물치료 중이라고 임신을 꺼릴 필요가 없으며, 출산 후 수유에도 큰 문제가 없다. 물론 다량의 항갑상선제를 복용할 경우 수유에 문제가 생길 수 있으나 소량이라면 큰 문제없다. 또 많은 사람이 약물치료 중 임신하면 “기형아를 낳는다”며 낙태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갑상선제는 태아의 기형 등 장애를 유발하지 않는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약의 양을 조절하면 된다. 출산 2~3개월 뒤엔 예전의 갑상선 질환이 악화되는 경우가 흔하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 완치됐다고 생각하고 임신했는데 출산 후 재발하는 경우가 많으며, 약물치료를 받으면서 임신한 경우엔 출산 후에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때는 다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시모토병 환자의 경우, 임신전엔 갑상선 기능이 정상이었는데, 출산 뒤 저하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흔하다. 이렇게 되면 몸이 붓고 피곤하고 힘이 없는 등의 저하증 증상이 나타난다. 과거엔 이를 산후조리를 잘 못해서 생기는 ‘산후풍’이라 여겼는데, 산후조리와는 상관이 없는 갑상선 기능의 문제다. 따라서 이때도 갑상선 기능 검사를 거쳐 호르몬제 처방을 받아야 한다. 또 출산 후에는 약 5~10% 정도의 산모가 ‘산후 갑상선염’에 걸리는데, 산후 3개월 경에는 일시적으로 갑상선 기능항진증이 나타나고, 이후 자연적으로 회복되다가 출산 6개월 경에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행된다. 대부분 치료없이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일부(약 20~30%)에서는 영구적인 갑상선 기능저하증으로 진행한다. 이 때도 호르몬 치료를 받아야 한다. 산후 갑상선염은 다음 출산 때도 나타날 확률이 크지만 임신에 장애가 되지는 않는다. 다음으로 혹에 대해 알아 보자. 사실 갑상선은 우리 몸에서 혹과 암이 가장 많이 생기는 장기다. 믿기 어렵지만 전 인구의 5~8%에게 손으로 만져지는 혹이 있으며, 초음파 검사를 하면 적게는 전 인구의 18%에서 많게는 전 인구의 67%에게 갑상선 혹이 있다. 일반적으로 갑상선 질환은 여자가 남자보다 4~5배 많으므로 여성의 경우엔 과반수 이상이 초음파 검사상의 혹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같은 혹의 약 5% 정도가 갑상선암이다. 갑상선암이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사망한 사람을 부검해 보면 10~30%에게서 갑상선암이 발견된다는 보고가 있다. 그만큼 갑상선 혹도 많고 갑상선 암도 많다. 다행인 점은 갑상선암은 좀 과장해서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사실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1% 정도는 ‘미분화암’으로 우리 몸에서 발생하는 암 중 가장 치명적 암 중 하나다. 발견당시 이미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일 확률이 많으며, 치료를 해도 3~6개월 정도만에 절반 정도의 환자가 사망한다. 그러나 미분화암을 제외한 99%의 갑상선암은 암 자체가 매우 천천히 자라며, 치료도 매우 쉽다. 일반적으로 암이 처음 발생한 곳에서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쉽지 않은데, 갑상선암은 다른 곳에 전이되도 비교적 쉽게 치료된다. 또 암이 재발했다 하더라도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암이 5년 생존율이 몇 퍼센트인가를 따지는데, 갑상선암은 10년 생존율, 또는 20년 생존율을 따지고 있다. 일단 갑상선암으로 판명되면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무리 치사율이 낮다 하더라도 암은 암이다. 그대로 놓아둘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그렇게 서두를 필요도 없다. 암 진단을 받으면 얼굴이 새파래져서 당장 수술해 달라고 의사를 괴롭히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서너달 뒤에 수술 일정을 잡으면 온갖 ‘빽’을 다 동원해 수술 일정을 앞당기려고 덤벼든다. 부질없는 일이다. 의사를 믿고 느긋하게 기다릴 것을 권고하고 싶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경우와 달리 갑상선 암은 1차적으로 수술을 하는 게 원칙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45세 이하이며, 다른 곳이로 전이되지 않았다면 수술만으로 치료가 끝난다. 그러나 나이가 많고, 주위 조직에 전이된 경우엔 수술 뒤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해야 한다. 대부분의 경우 6개월 간격으로 3회 정도 외래에서 방사성 요오드 캡슐을 복용하면 된다. 이렇게 치료하면 평생 동안 갑상선암으로 사망할 가능성은 10% 미만이다. 즉, 적절하게 치료하면 갑상선암 때문에 사망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나 사는 동안 언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은 있기 때문에 평생동안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갑상선암과 관련해선 너무 정기검진을 철저히 하는 것도 문제가 된다. 갑상선 초음파 검사는 매우 간단해서인지 최근엔 동네의원에서도 ‘서비스’로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해 주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갑상선암을 찾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다. 앞에서 살펴봤듯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면 많게는 전 인구의 67%에게까지 혹이 발견된다. 차라리 몰랐으면 걱정이라도 안할텐데, 혹이 있다는 걸 알게되면 그것이 암인지 아닌지 궁금해지고, 만약 암이라고 판명되면 찜찜해서라도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손으론 안만져지고, 초음파로만 발견될 정도라면 그것이 설사 암이라 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암이 있는데도 암이 있는지 모르고 살다 다른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많게는 전 인구의 30%나 된다는 외국의 통계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혹이 1Cm 이하이면 그것이 암이든 단순 혹이든 무시하는 게 원칙이다. 만약 암이라 해도 그것이 더 커져 손으로 만져질 때 수술받아도 늦지 않다. ‘쓸데없이’ 초음파 검사를 해서 괜히 불안해하고, 심지어 목에 칼을 대는 수술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한편 암이 아닌 양성 갑상선 결절은 크기가 작아 눈에 띄지 않는다면 내버려 둬도 무방하다. 만약 물혹이라면 주사기로 서너번 물을 뽑아내면 크기가 줄어들거나 사라진다. 혹이 너무 커서 미용상 문제가 될 경우엔 수술을 받으면 간단하게 치료된다. 부갑상선 질환 갑상선 조직 뒷쪽에는 완두콩 크기만한 부갑상선이 한쪽에 두개씩 모두 네개 있는데 이곳에서 분비되는 부갑상선 호르몬은 혈중 칼슘 농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 이 호르몬이 많이 생산되면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 적게 생산되면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이 온다. 부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있으면 혈중 칼슘 농도가 올라가게 된다. 칼슘 농도가 약간 상승한 경우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중등도(中等度) 이상 상승하면 오심, 구토, 변비, 갈증, 소변량 증가 등의 현상이 일어나고 심한 경우 신장결석이 생긴다. 또 뼈 속의 칼슘이 피 속으로 빠져나가므로 골절 가능성도 커진다. 대체로 50세 이상 여성에게 흔하며, 양성 부갑상선 종양 때문인 경우가 가장 많다. 칼슘 농도가 경미하게 상승한 경우엔 특별한 치료가 필요없으나, 중등도 이상 상승한 경우엔 약물치료로 칼슘 농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양성 종양이 원인인 경우엔 대개 부갑상선을 절제하는 수술을 한다.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혈중 칼슘 농도의 감소를 초래하는데, 칼슘 농도가 감소하면 근육이나 신경에 이상이 나타난다.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손 근육의 경련으로 손가락이 안쪽으로 굽어지는 증상이다. 발 근육에 경직이나 경련이 생기는 경우도 많으며, 인후 근육이 경직되거나 경련되는 경우도 있다. 또 손가락, 발가락, 입주위에 이상한 감각이 느껴지기도 한다. 부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유전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갑상선 수술 과정에서 부갑상선이 손상돼 발생한다. 수술이 원인인 경우엔 증상이 수시간 이내에 즉시 나타나는데 이 때는 즉시 칼슘을 보충해 줘야 한다. 완치는 불가능하며 평생 칼슘과 비타민 D 등을 복용하는 수 밖에 없다. ▲ 조보연 서울대병원 교수<조보연교수는> 바쁘고 급할때 하는 행동에서 그 사람의 됨됨이를 엿볼 수 있다. 깊이가 없고 가볍다면 급박·초조함을 빙그레 웃어 넘기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스마일 맨’ 조보연 교수가 환자들과 병원 관계자들에게서 신뢰를 받는 이유다. 그는 외래 진료때마다 2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다. 한 자리에서 비슷비슷한 대답을 200번 넘게 되풀이 하다보면 짜증이 날만도 하지만 환자 앞에서 좀체 얼굴을 찌푸리지 않는다. 이웃집 아저씨 같이 편안한 얼굴로 먼저 농담을 건네고, 환자가 가장 알아듣기 쉬운 언어로 궁금점을 풀어주려 애를 쓴다. 불필요한 권위의식은 그와 거리가 멀다. 그 때문에 진료대기 환자가 7000여명으로 불어났다. 조 교수는 “스승이신 이문호 교수님과 고창순 교수님이 갑상선 클리닉의 기초를 워낙 탄탄히 다져놓은데다, 서울대병원이란 이름 값 때문에 환자가 몰리는 것”이라며 “내가 잘해서가 아니다”고 말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고참’ 교수인데도 항상 겸손하고 솔선수범한다”며 “어떤 경우에도 흥분하지 않고 일을 처리해 별명이 ‘조 도사’”라고 말했다. 1948년 출생인 조 교수는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쳤으며 하바드 의대 베스이스라엘 병원과 미국 국립보건원(NIH) 등에서 갑상선 질환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문호-고창순 교수가 터를 닦고 발전시킨 갑상선 클리닉을 통해 1주일에 4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하며, 그동안 300여편의 논문을 국내외 학술지에 발표했다. 특히 환자마다 갑상선 기능 항진증의 치료효과가 다른 이유 등을 독자적으로 밝혀내 세계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조 교수는 서울대병원 임상의학연구소장과 내분비·대사내과 분과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아시아-대양주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재직중이다. 술은 거의 않는 편이며, 담배는 즐겨 피운다. 독실한 불교 신자로 주말엔 부인과 함께 산사에서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임호준 기자의 건강가이드 바로가기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16 13:44
  • [명의들의 명강의] 귀질환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의 신간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30일간 연재중입니다.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소리는 에너지가 공기 입자를 타고 진동하며 퍼진다. 마치 수면에 돌을 던졌을 때 물결이 퍼져나가는 것처럼 소리 에너지도 공기 중에 비슷한 동심원을 그리며 퍼져 나간다. 사람이 그같은 파동을 감지해서,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고, 그 때문에 기뻐하고 분노하고 슬퍼한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다. 인체 여러 기관의 기능 어느 하나 신기하지 않고 오묘하지 않은 게 없지만, 물리적 파동을 의미로 변환시켜 이해하는 귀의 기능이야 말로 그 중 가장 오묘하고 경이로운 것 같다. 먼저 사람이 말을 알아듣는 과정을 살펴보자. 귓바퀴는 외부의 소리를 집중시키며, 이렇게 모아진 소리는 귀 안으로 들어가 고막을 진동하게 된다. 고막은 탄력이 뛰어난 아주 얇은 막으로 공기 입자의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할 수 있다. 사람이 말을 알아듣는 것도 따지고 보면 소리 에너지가 고막을 진동시키는 방법에 좌우된다. 고막 안쪽, 중이(中耳)에 있는 이소골(아주 작은 세개의 뼈로 구성)은 오디오의 앰프와 같아서, 소리를 증폭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증폭된 소리는 다시 내이(內耳)에 있는 달팽이관으로 전달되며, 이 속에 있는 수만개의 미세한 ‘유모세포(hair cell)’는 음파라는 물리적 에너지를 전기 신호로 변환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세포가 노화 등의 이유로 감소하거나 손상되면 소리가 들려도 그것을 감지하고 이해할 수 없게 된다. 한편 달팽이관에서 변환된 전기 신호는 다시 청(聽)신경을 통해 뇌로 전달되며, 뇌에선 그같은 전기 신호를 해석해서 소리의 의미를 알아낸다. 예를 들어 “엄마”라고 말할때 발생하는 음파가 달팽이관에서 ‘1234’란 전기신호로 바껴 뇌에 전달되면, 뇌는 ‘1234’를 ‘엄마’란 의미로 이해하게 된다. 따라서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은 1234란 신호는 엄마, 2345란 신호는 아빠, 1122란 신호는 할아버지란 식으로 특정 전기신호를 암기하는 과정이다. 소리를 이해하는 이같이 복잡한 과정 중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소리를 못듣거나, 말을 못 알아듣게 되는데 이를 난청이라 한다. 청력을 측정하는 단위(dB·데시벨)가 60dB 이상인 경우 보청기 없이 대화하기가 힘들게 되는데, 데시벨은 사람이 감지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소리 0dB을 기준으로 측정되며, 데시벨 수치가 높을 수록 청력이 낮다는 것을 가리킨다. ▲ 이비인후과 이광선 교수팀이 인공와우이식술을 하고있다./ 조선일보DB 정상인의 청력은 20~25dB 정도며, 아주 낮은 목소리의 대화는 40dB, 보통의 대화는 50~60dB, 지하철의 소음은 80dB 정도다. 따라서 청력이 60dB 이상인 사람은 보통의 대화도 불가능하며, 예를 들어 청력이 45dB라면 아주 낮은 목소리로 대화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때문에 일반적으로 청력이 40dB 이상으로 나빠지면 보청기를 사용하며, 60~70dB까지도 보청기를 이용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청력이 90dB를 넘어가면 보청기를 써도 소리를 듣지 못하므로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아야 한다.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 두가지로 구분된다. 전음성 난청은 소리가 달팽이관까지 잘 전달되지 않아 생기는 난청으로 대부분 중이에 생긴 병이 원인이다. 중이염이 심해져 중이에 물이 고여 있거나, 고막이 뚫려 있는 경우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임상적으로 아주 흔하지만 비교적 쉽게 치료가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드물게 중이의 선천적·후천적 기형 때문에 전음성 난청이 생기기도 하지만 성형수술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감각신경성 난청이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대부분 달팽이관 내부의 유모세포나 청신경의 이상으로 음파를 전기신호로 변환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데, 유모세포 등이 파괴되면 현대의학으로도 되살릴 수 없다. 달팽이관은 너무 예민해서 수리는 커녕 근처에 손도 댈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천적으로 달팽이관에 문제가 있거나, 후천적으로 달팽이관이 손상된 경우엔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 외엔 현대의학으로도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난청의 발생 연령에 따라 선천성 난청, 소음성 난청, 노인성 난청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은 신생아에게 생기는 가장 흔한 선천성 질환 중의 하나로 1000명 당 1~3명 꼴로 발생하며, 우리나라에선 매년 1000명 이상 태어난다. 유전적 원인이 가장 많으며, 임신부의 풍진·홍역 등 바이러스 감염, 임신부의 약물 부작용, 분만시 뇌 손상 등도 원인이 된다. 이들의 약 60% 정도는 난청 때문에 말을 못하게 된다. 소리나 말을 들어야 그것을 따라 하는 법인데, 듣지를 못하니 말도 못하게 되는 것이다. 한편 영유아기의 세균성 뇌막염, 홍역 등과 같은 감염질환에 의해 영유아기에 난청이 발생할 수 있다. 선천성 난청은 아니지만 선천성 난청과 비슷한 시기에 발견되므로 선천성 난청과 구분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들에겐 가능한 빨리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해서 가급적 빨리 소리를 듣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생후 10년 가까이 소리를 듣지 못하다 갑자기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하면 무엇보다 처음 접하는 소리에 적응하기가 힘들며, 그 소리의 의미를 학습하기 위해 갓난 아기가 말을 배우는 것과 같은 과정을 새로 거쳐야 하며, 또 이미 수화나 다른 형태의 소리 등을 통해 터득하고 있는 의미와 새로 들리는 소리의 의미가 서로 달라 혼란을 겪게 된다. 말을 배울 시기를 놓쳤기 때문에 새로 말을 배우는 것도 매우 어렵다. 그러나 정상 아기들이 소리를 듣고 말을 배우는 시기와 비슷한 시기에 인공 달팽이관을 이식한다면 인공 달팽이관을 통해 듣는 소리를 원래의 소리로 이해하게 되므로 말을 듣고 하는 데 큰 문제가 없게 된다.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은 빠르면 빠를 수록 효과가 좋으며, 국내에선 생후 8개월된 아기에게 이식한 경우도 있다. 그러나 갓난 아기가 난청인지 여부를 부모가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척 중 선천성 난청이 있는 경우, 머리나 얼굴의 기형이 있는 경우, 출생시 체중이 1.5kg 이하인 저체중아, 출생 전후 감염 치료를 위해 항생제를 투여한 경우, 출생시 심한 호흡장애가 있은 경우, 엄마가 임신 중 풍진 등을 앓은 경우엔 난청의 조기 진단을 위해 정확한 청력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 그 밖에 생후 10개월이 지나도 옹아리를 하지 않는 경우, 주변의 큰 소리에 놀라거나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도 난청 가능성이 있으므로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나 청장년기엔 특히 소음성 난청을 조심해야 한다. 전철을 타면 헤드폰이나 이어폰으로 시끄러운 음악을 듣는 청소년들이 많다. 쿵쾅거리는 음악소리가 옆 사람에게까지 들릴 정도니 직접 헤드폰을 낀 당사자에겐 그 소리가 도대체 얼마나 크게 들릴까? 귀가 먹먹할 정도로 볼륨을 높힌 음악소리는 내이 달팽이관의 유모세포를 손상시켜 소음성 난청을 유발할 수 있다. 귀가 먹먹할 정도는 아니라도 헤드폰을 끼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며 공부를 하거나, 시끄러운 작업환경에서 오랫동안 근무를 하는 경우에도 소음성 난청이 생길 수 있다. 군 사격장에서 근무하는 조교나 허구한 날 포를 쏘는 포병은 말할 것도 없다. 일반적으로 소리의 크기가 85dB 이상인 경우 소음성 난청이 유발될 수 있다. 시디플레이어나 엠피3의 볼륨을 최대한 높히면 100dB이 넘고, 록 컨서트나 디스코 클럽의 음악소리는 120dB 정도다. 그 밖에 지하철역 소음은 80dB, 잔디 깎는 기계 90dB, 체인톱 100dB, 제트기 지나가는 소리 130dB, 총 소리 140dB 정도다. 미국에서 지원자들에게 3시간 동안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려준 결과, 절반 정도가 일시적인 청력 감퇴가 생겼다. 물론 24시간 이내에 모두 청력이 회복됐지만, 이같은 일시적 청력감퇴가 반복되면 영구적인 난청으로 이어진다. 소음성 난청은 아주 살며시 다가온다.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두통, 불안, 긴장, 빈맥, 숨가쁨 등과 같은 신경증상이 나타나면서 동시에 유모세포가 파괴되기 시작한다. 고음역의 소리부터 난청이 시작되므로 처음엔 본인도 잘 못 느끼나, 차츰 시끄러운 음식점이나 지하철 등에서 대화하는데 불편함을 느끼는 등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아차 싶어 청력검사를 받고 난청임을 알았을 땐 이미 늦었다. 어떤 방법으로도 한번 나빠진 청력을 되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음성 난청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예방이다. 일반적으로 90dB의 소리에 하루 8시간, 100dB의 소리에 하루 2시간 정도 노출되면 청력장애가 유발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시끄러운 장소를 피해야 한다. 직업상 시끄러운 기계를 작동하는 사람이나 대장간에서 망치질을 하는 사람, 소음이 심한 곳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사람 등은 귀마개를 해서 소음을 차단해야 한다. 군에 가서 사격을 할 때도 솜 등으로 귀를 막는 게 좋으며, 헤드폰을 끼고 볼륨을 높혀 음악을 듣는 일은 지금 당장 그만 둬야 한다. 노인에게 생기는 노인성 난청은 자연스런 노화의 결과다. 일반적으로 40세가 지나면 청력이 점점 약해지며, 60세 이상은 약 30%에게, 75세 이상은 40~50%에게 난청이 초래된다. 노인성 난청의 발병은 개인의 살아온 환경이나 유전적 요인 등에 의해 좌우된다. 젊어서부터 시끄러운 소음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사람은, 비록 젊어서 소음성 난청이 생기지 않았다 해도, 훨씬 일찍 노인성 난청이 생기게 된다. 유전적으로 소음에 민감한 사람은 유모세포가 훨씬 쉽게 파괴되므로 생활 환경이 비슷한 다른 사람보다 더 쉽게 노인성 난청이 생긴다. 그 밖에 항생제 등 약물의 과다 사용, 심장병이나 고혈압 같은 순환기계 질환,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 감염이 노인성 난청의 발병에 영향을 미친다. 노인성 난청도 고음역의 날카로운 소리부터 들리지 않게 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차츰 일상적인 대화와 같은 저음역의 소리까지 알아듣기 힘들게 된다. 따라서 처음엔 음정이 높은 여자나 어린 아이의 말을 특히 못 알아 들으며, 예를 들어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는 들으면서도 전화벨이 울리는 소리는 알아채지 못하게 된다. 또 말의 받침인 자음 소리가 특히 잘 안들려, 말하는 사람이 말을 웅얼거리거나 얼버무리는 것처럼 들리며, 그래서 언어의 이해능력이 크게 떨어지게 된다. 노인들이 말을 전혀 엉뚱하게 알아듣고 부적절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말의 받침이 잘 안들리거나 엉뚱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이 노인성 난청을 어쩔 수 없는 숙명처럼 받아들이지만 노인성 난청은 생각보다 쉽게 극복할 수 있다. 성능좋은 보청기가 많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껴도 효과가 없다”며 값비싼 보청기를 책상 서랍에 처박아 두는 노인들이 많은데, 이는 자신의 청력 상태에 맞지 않는 보청기를 구입했거나, 보청기 적응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경우엔 보청기를 껴도 소리가 잘 들리지 않거나, 쓸데없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려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이비인후과를 찾아 청력이 떨어진 주파수 영역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 주파수의 소리를 증폭시켜주는 보청기를 착용한 뒤, 일정기간 보청기에 적응하는 훈련을 하면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문제가 없다. 시골에 있는 부모님께 보청기를 사서 선물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청기는 그렇게 선물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근시 환자가 안경을 맞출 때 시력검사를 해야 하듯, 보청기도 정확한 청력검사가 필수적이다. 아울러 보청기 소리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한편 노인성 난청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이 이명(耳鳴)이다. 노인성 난청이 있는 경우 대부분 한쪽 귀 또는 양쪽 귀에서 우르릉거리거나 쉿쉿거리는 것 같은 이명이 생긴다. 난청 때문에 이명까지 생긴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노인들은 점진적인 청력감퇴에 익숙해져 있으므로 청력감퇴로 인한 불편함보다 이명으로 인한 불편함을 먼저 호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노인이 이명을 호소하는 경우엔 우선적으로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봐야 한다. 간단하게 이명을 설명하면 이명이란 몸 밖이 아닌 몸 안에서 들리는 소리다. 중이의 이소골에 있는 작은 근육이 경련을 일으키거나, 중이와 내이에 있는 혈관이 뛰는 소리 등이 마치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이의 혈관이 뛰는 소리는 노인이라고 해서 더 클 이유가 없다. 그러나 청력이 좋을 때는 외부의 작은 소리까지 다 들리므로 그 소리에 묻혀 몸 안에서 나는 작은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데, 청력이 떨어져 외부의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자 몸 안에서 나는 아주 작은 소리가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처럼 크게 들리는데, 그 소리가 바로 이명이다. 이명을 일으키는 원인으로는 그 밖에도 많다. 아스피린이나 항생제의 남용, 귀지나 이물 등으로 인한 외이의 폐색, 중이와 내이의 염증, 두부 외상, 청신경 종양, 메니에르씨병 등이 이명을 일으킬 수 있다. 자기의 귀나 머리 속에서 바람 부는 소리, 물 흐르는 소리, 휘파람 소리, 벌레우는 소리, 기계 소리 등이 뒤섞여 난다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고통스럽다. 이 소리 때문에 정신질환을 일으키거나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이 때는 즉시 이비인후과로 달려가야 한다. 비록 이명을 다스리는 획기적인 방법은 아직 없지만 몸 속의 소리가 들리지 않도록 외부에서 소음을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차폐장치를 활용하거나, 청력을 개선시키는 보청기를 착용함으로써 어느정도 이명을 줄일 수 있다. 최근에는 이명이 들려도 과민반응하지 않고, 그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이명 재훈련 치료’도 도입돼 환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한편 이명 환자는 식사를 가능한 싱겁게 하고, 커피-콜라-담배 등 신경자극물질의 섭취도 줄여야 한다. 너무 큰 소음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며, 조용한 장소에 있으면 이명에 자꾸 신경을 쓰므로 너무 조용한 장소도 피해야 한다. 고혈압이나 스트레스는 이명을 악화시키므로 혈압을 잘 조절하고, 규칙적인 운동이나 취미활동 등을 통해 스트레스 상황을 회피해야 한다. 귀가 담당하는 또 다른 중요한 기능은 몸의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내이에 있는 전정기관은 머리의 위치, 몸의 자세나 운동 속도 같은 움직임을 감지해서 평형을 유지한다. 따라서 전정기관에 이상이 생기면 평형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심하게 어지럽고, 몸의 중심을 못 잡게 된다. 건강한 사람에겐 똑바로 서 있거나 길을 따라 걷는게 누워서 떡 먹기만큼 쉽지만, 전정기관이 손상을 받으면 이것이 그렇게 힘들 수가 없다. 심한 경우 자기 몸과 세상 천지가 빙글빙글 도는 것 처럼 느껴져 눈을 뜰 수 조차 없게 된다. 평형감각에 손상을 입혀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병으로는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 전정신경염, 메니에르씨병 등이 대표적이다. 그 밖에 편두통이나 노화도 어지럼증을 일으킬 수 있다. 가장 흔한 양성 돌발성 체위성 어지럼증은 전정기관에 모여 있는 아주 작은 돌가루(이석)가 자세에 따라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어지럼증을 유발하는 병이다. 전정기관의 세반고리관에는 원래 림프액이 차 있는데, 이곳에 돌가루가 들어간 것이 원인이다. 과거엔 수술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최근엔 머리를 이리저리 돌려 세반고리관 속의 돌가루를 빼내는 위치교정술이 많이 시행되며, 비교적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정신경염은 갑작스레 한쪽 귀 전정신경의 일부 또는 전부가 없어져 균형 감각이 상실되고 어지럼증을 느끼는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이 원인으로 추정되며, 대개 심한 감기를 앓고 난 뒤 갑작스레 발병한다. 양쪽 귀의 평형감각이 균형을 이뤄야 몸의 자세가 똑바로 유지되는데, 그같은 균형이 깨어져 앉거나 일어서면 몸이 자꾸 한쪽으로 기울어지거나 넘어지게 된다. 대개 넘어지려고 하는 쪽 귀에 전정신경염이 생긴 것이다. 이미 없어진 전정신경을 되살릴 수는 없으므로, 이 때는 균형이 깨어진 상태에 적응하는 수 밖에 없다. 한쪽의 전정기능이 상실되면 우리 몸은 그같은 불균형을 극복하려는 보상작용이 일어나는데, 보상작용을 더욱 촉진시키려면 힘들더라도 가급적 몸을 많이 움직이는 게 좋다. 메니에르씨병은 발작적으로 어지럼증이 나타나는 것으로 세반고리관의 림프액이 증가한 것이 원인이다. 메스꺼움, 구토, 이명, 청력감퇴, 귀가 먹먹한 느낌 등의 증상도 나타난다. 아무런 예고없이 발작적으로 어지럼증이 생기므로 환자가 정상적인 사회 생활을 하기 어려울 정도다. 일반적으로 림프액을 감소시키기 위해 이뇨제 등의 약물 치료를 하며 반드시 저염식을 해야 한다. 저염식과 약물치료만으로 80~90%는 증상이 좋아져 큰 불편없이 생활할 수 있지만 청력은 점점 감퇴되며, 청력이 완전히 사라지면 어지럼증도 감퇴된다. ■이광선 교수는 사람이 귀로 들을 수 있는 소리 중 가장 편안한 소리가 40~50데시빌(dB). 약간 차분하고 낮은 듯한 이광성 교수의 목소리도 45~50dB다. 조용하게 말하는 데도 워낙 또렷하고 분명하게 발음하므로 듣는 데 큰 지장이 없다. ▲ 이광선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환자들은 그래서 그의 말을 들으면 안정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그는 “귀 전문의는 말 할 때도 듣는 사람의 귀를 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1950년생인 이 교수는 1977년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서울대병원서 인턴과 이비인후과 레지던트 과정을 마쳤다. 고려대병원을 거쳐 1993년부터 서울아산병원서 근무하고 있고, 현재는 임상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1988년부터 2년간 귀 질환 분야서 세계 최고 명성을 자랑하는 미국 하바드의대 안이(眼耳)병원서 수련했다. 난청과 어지럼증의 진단과 치료에 국내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난청과 어지럼즘, 이명이 동시에 나타나는 메니에르씨병의 원인이 내이의 혈액 흐름이 문제라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지난 2000년 이후엔 정교한 수술 테크닉이 필요한 인공달팽이관 이식 수술에 주력하고 있다. 2004년 3월 현재 250여명의 환자에게 성공적으로 수술을 끝마쳐, 최단 기간 최다 수술 기록을 수립했다. 그는 “선천성 또는 후천성 난청환자에게 소리를 선사할 수 있다는 건 현대의학이 만들어낸 가장 큰 기적 중 하나”라고 말한다. 이 교수는 한결같은 사람이다. 음식점도 10년 넘게 한 집만 간다. 메뉴가 식상할 만도 하지만 만나자고 하면 항상 “그집 어때”라고 말한다. 술집도 마찬가지여서 10년 가까이 피아노가 있는 그 까페만 찾는다. 아침에 만나건 외래와 수술로 녹초가 된 저녁에 만나건 그의 표정은 언제나 한결같다. 이유를 물었더니 “피곤한 모습, 짜증난 모습, 흥분된 모습을 환자에게 보이면 환자가 얼마나 불안해 할까”라고 그가 되물었다. ■보청기 보청기를 껴도 웅웅거리는 기계음 때문에 오히려 더 시끄럽고, 사람 말도 도대체 알아들을 수 없다고 불평하는 노인들이 많다. 하루 이틀 보청기를 써 보다 책상 서랍에 처박아 두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보청기는 사서 끼는 즉시 잘 보이는 돋보기와 다르다. 충분한 기간동안 보청기로 듣는 훈련을 해야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보청기를 처음 구입하면 조용한 곳에서 사람의 말을 듣는 훈련부터 해야 한다. 처음엔 보청기 끼는 시간이 하루 서너 시간을 넘지 않는 게 좋다. 잘 들리지 않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소리를 감별하는 법을 배워야 하며, 사람 목소리에 익숙해지면 개 짖는 소리, 그릇 부딪히는 소리 등 잡음을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것이 어느 정도 익숙해 지면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하는 말을 듣도록 훈련해야 하며, 그 다음엔 극장이나 교회 등 공공장소에 나가 듣기를 연습해야 한다. 이때까지 보통 1~2개월 걸린다. 그러나 아무리 연습하더라도 라디오와 TV 등 ‘전자 소리’는 제대로 듣기 힘들므로 TV 등을 볼 땐 소리 자체를 들으려 하는 것보다 전체적인 줄거리를 이해하는 수준에서 만족해야 한다. 휴대전화의 전파는 보청기의 전파를 방해하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청기를 구입할 때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를 찾아 청력이 떨어진 원인이 무엇인지, 어떤 음역의 소리를 못 듣는지, 청신경 종양 등 다른 병은 없는지 등을 검사하고 처방을 받아 구입하는 게 좋다. 종류는 아날로그형, 디지털형, 아날로그-디지털 혼합형 등이 있다. 디지털형은 잘 안들리는 음역의 소리만 증폭하고, 불필요한 소리는 줄이는 기능이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게 단점이다. 그러나 난청의 원인과 정도에 따라 아날로그형을 써도 충분한 경우가 있으므로, 무턱대고 비싼 것을 살 필요는 없다. 보청기는 정말 잘 관리해야 한다. 습기는 보청기 회로를 손상시키므로 항상 습기 없는 손으로 만지고, 귓속 땀도 틈나는 대로 말려야 한다. 화장품이나 헤어 스프레이 입자는 보청기를 손상시키므로 보청기를 낀 상태서 화장을 하거나 스프레이를 뿌리면 안된다. 또 보청기에 귀지 등이 끼지 않게 귀를 항상 청결하게 관리해야 한다. 보청기는 충격과 열에 매우 약하다. 조심스럽게 다루고 태양의 직사광선을 받는 차 안이나 열기가 있는 곳에 두지 말아야 한다. ▶임호준 기자 사이트 바로가기(imhojun.chosun.com)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15 09:04
  • 건강한 발 만드는 효과만점 셀프 케어법

    발의 노출이 심한 여름, 샌들에 시달린 피곤한 발은 거칠어지고 부어오르기 마련. 지친 발의 피로도 풀고 매끈하고 상쾌하게 가꿀 수 있는 요령을 알아보자. ▲ 증상에 따른 발 건강 관리법 1. 심하게 부었을 때 냉수와 온수를 번갈아 사용해서 발을 씻고 발을 조이지 않는 넉넉한 사이즈의 신을 착용하며 규칙적인 마사지를 해주어 부기를 뺀다. 2. 발이 차가울 때 원활한 혈액순환을 위해 냉수와 온수에 번갈아 반복해서 발을 담그고 충분한 마사지를 한 다음 원래 치수보다 조금 크게 신을 신는다. 3. 땀이 많이 날 때 땀샘을 자극하지 않는 미지근한 물에 발을 깨끗하게 씻고 타월로 물기를 말끔하게 제거한 다음 파우더를 뿌려 보송보송하게 유지한다. 4. 발 냄새가 심할 때 발 씻는 물에 소독 효과가 강한 소금을 넣어 냄새를 제거하고, 땀 흡수가 좋은 양말을 신거나 발에 파우더를 발라주고 신발을 자주 통풍시킨다. ▲ 혈액순환 좋게 하는 발마사지 요령 3가지 1. 윤기 나는 건강한 피부 만들기 왼손으로 발을 잡고 오른손을 펼쳐 발바닥, 종아리, 발등을 골고루 마사지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피부가 매끄러워진다. 2. 신발로 경직된 발 풀어주기 집게와 엄지손가락으로 발가락을 하나씩 잡고 돌려주다가 바깥쪽으로 당기듯이 힘있게 당겨주면 근육의 긴장이 자연스럽게 풀어진다. 3. 긴장된 피부 이완시키기 손가락 4개가 아래쪽을 향하도록 발가락을 감싸듯이 잡고 두 손으로 주무르며 마사지하면 혈관에 자극을 주어 피부를 이완시킨다. ▲ 매끈하고 건강한 발 만드는 기초 관리법 1단계 발씻기&각질제거 각질을 제거할 때는 10여분간 물 속에 발을 담가 불린 다음 풋케어 파일을 이용해서 각질을 부드럽게 문질러내면 손쉽게 제거가 가능하다. 굽이 높은 구두를 자주 신는 경우, 몸무게가 발의 특정 부위에 치중되므로 몸의 다른 부위보다 3∼4배 두꺼운 각질이 생성되기 쉽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부드러운 재질로 된 바닥의 굽 낮은 신발을 신어주는 것이 좋다. 2단계 풋 크림 바르기&마사지 발바닥은 다른 부분보다 각질층이 두꺼우므로 흡수력 높은 발전용 로션을 마사지하면서 발라주면 혈액순환 촉진을 도우며 흡수도 높일 수 있다. 마사지는 손이나 봉을 이용해서 하되, 발을 흐르는 찬물에 대고 있다가 브러시로 반복해서 쓸어주면 피부의 면역성이 강화된다. 로션 이외에도 아로마 오일을 이용해서 마사지를 하면 새로운 피부 생성 촉진에 도움이 된다. 3단계 생활 속 케어법 발에 규칙적인 자극을 주면 피로회복을 도와주고 발의 면역력도 강화하게 된다. 따라서 평상시에도 지압용 슬리퍼나 발 매트 등을 사용하면 발바닥의 지압점을 자극해서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부기가 빠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이현진 기자 )
    뷰티이현진2004/07/14 14:58
  • [명의들의 명강의] 정신질환

    ▲ 임호준 기자의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관련 핫이슈명의들의 명강의 조선일보 의료건강팀 임호준 기자가 최근 낸 단행본 ‘건강을 다스리는 지혜, 한국최고명의 30명의 진단과 처방’의 내용을 앞으로 30일간 chosun.com을 통해 연재합니다. 총 30편으로 된 이 책은 신체 부위 30곳에 생길 수 있는 질병의 원인과 예방, 치료법을 그 분야 최고 명의 30명에게 취재해서 일반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한 것입니다. 많은 도움되시길 바랍니다.(편집자 주) ----------------------------- 영화나 소설속의 정신질환은 하나같이 광적이고 위험하고 기괴하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 등장하는 한니발 렉터 박사는 사람의 귀를 씹어먹고, 통조림 따듯 두개골을 따서 골을 후라이팬에 지져먹는 등 잔혹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거장(巨匠)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나 에드워드 노튼이 열연(熱演)한 ‘프라이멀 피어’ 등 다중인격을 소재로 한 수 많은 영화에선 자기도 모르는 또 다른 자기가 원래 자기를 위해 살인 등 악행을 일삼곤 한다. ‘엑소시스트’와 같은 심령-공포 영화에선 아예 정신질환자를 귀신 들린 사람과 동일시한다. 정신질환이라고 할 때 살인, 환각, 악마, 초자아(超自我)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도 이같은 영화적 충격 영상과 무관하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와는 무관한, 영화 같은 현실속에서나 존재하는 병으로 정신질환을 인식한다. 정신질환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다. 사람들은 정신질환의 대명사격인 정신분열병만을 정신질환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손거울을 보며 노래를 부르거나, 혼자 히죽히죽 웃다가 버럭 고함을 내지르거나, 산발한채 끊임없이 혼자 중얼 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는 정신분열증은 감출래야 감출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예를 들어 자살의 중요한 원인인 우울증 환자는 전 인구의 약 10%나 되지만, 환자나 가족들은 “기분이 좀 좋지 않다”고 생각하지 그것을 병으로 인식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아내 또는 남편의 부정을 의심하거나, 잘못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습관적으로 폭음이나 도박을 하거나, 주위 사람들이 나만 ‘왕따’시킨다고 생각하거나, 가스렌지 불 끈 것을 여러번 확인하는 사람은 주위에 또 얼마나 많은가. 이들 중 상당수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다. 그러나 본인은 물론 가족들도 성격적으로 조금 별날 뿐 그럴 수 있는 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 특히 습관성 음주에 대해선 사회적으로도 어느정도 이해하고 용인하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병은 점점 더 깊어가고,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나락에서 헤어날 수 없게 된다. “아차”하는 생각이 들었을 땐 이미 때를 놓쳤기가 십상이다. ▲ 우울증은 환청,환각 등 중증 정신병으로 악화되거나 자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조선일보DB인류는 지금도 정신질환을 형이상학적인 정신의 병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성장과정에서 잘못된 가치관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거나, 사회적 관계에서 소외돼 외톨이로 지내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엄청난 충격-스트레스를 받거나, 아니면 귀신이 들려서 정신이 나가는 것, 즉 미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정신과 치료는 상담-심리치료가 중심이었고, 때로는 무당이나 성직자가 치료를 맡았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그게 아니라고 말한다. 정신의 병이 아니라 뇌의 병이라는 것이다. 뇌에서 분비되는 도파민, 세르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신경전달물질이 지나치게 많거나 적게 분비돼 초래된다는 설명이다. 즉, 인체의 병이 어떤 장기에 이상이 있어 생기는 것처럼, 정신질환은 뇌라는 장기에 이상이 있어 생긴다. 예를 들어 정신질환자들의 뇌기능을 조사해 보면, 뇌를 구성하는 수 많은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정보전달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들의 균형이 깨져 있다. 따라서 그같은 신경전달물질을 보충 또는 차단함으로써 얼마든지 증상의 조절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무당이나 교회, 절을 찾기 앞서 흰 가운 입은 의사를 먼저 찾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대인이 가장 경계해야 할 질환은 우울증이다. 분자화되고 기계화된 산업사회는 사람의 사람다운 따뜻함이 사라진 사회다. 우울한 기분이 드는 게 오히려 당연한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우울증과 우울한 기분은 구분돼야 한다.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거나, 하려는 일이 좌절됐을 때, 또는 도무지 현실의 벽을 뛰어넘을 수 없을 때는 누구나 심하게 우울해 질 수 있다. 당연히 이것은 병이 아니다. 그러나 특별한 이유없이 기분이 우울해 지고, 만사가 귀찮아 진다면, 이것은 기분을 조절하는 뇌 신경전달물질(세르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의 활성도가 떨어져서 생기는 병으로 인식해야 한다. 전 국민의 5% 정도가 현재 치료를 받아야 할 우울증 환자며, 20% 정도는 살아가면서 한번 이상 우울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울증은 단순히 기분만 우울한 게 아니다. 식욕, 수면욕, 성욕, 의욕 등 네가지 욕심이 없어지고, 이 때문에 불면증, 소화불량, 변비, 기력저하, 기억력 감퇴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난다. 심해지면 피해망상, 환청, 환각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발병 이유가 뚜렷하지 않는 경우가 많지만, 공포증, 알콜중독, 약물의존 등 여러 정신질환이 원인이 돼 초래될 수도 있다. 또 뇌 질환(뇌종양·뇌졸중·치매), 소화기질환(간경화·과민성대장증후군), 심장질환(심근경색·협심증), 내분비계 질환(갑상선 질환) 등 신체 다른 부위의 병도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 출산이나 폐경 이후 호르몬 체계가 변하거나 일조량이 적어지는 가을이나 겨울철에도 일시적으로 우울증이 잘 생긴다.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 부른다. 여기엔 두가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치료받으면 감기처럼 쉽게 낫는다는 뜻이고, 또 하나는 감기처럼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이니 숨기거나 주저하지 말고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을 찾으라는 것이다. 단순히 우울한 기분은 긍정적인 생각으로 극복할 수 있지만, 정신질환으로서의 우울증은 자력으로 이길 수 없다.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명심할 점은 감기도 깊어지면 폐렴을 비롯한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고, 그것이 원인이 돼 사망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둘씩 셋씩 데리고 고층아파트서 뛰어내리는 진짜 이유도 사실은 우울증 때문이다. 아무리 생활고에 시달려도 제 정신이라면 제 아이를 죽이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자살은 우울증 환자가 생각해 낸 가장 손쉬운 해법인지 모른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의 15~20% 정도는 자살을 시도하며, 3% 정도는 자살에 성공하고 있다. 증상이 심한 ‘주요 우울증’ 환자만을 따지면 자살률이 10%에 육박한다. 일반적으로 여자 환자가 자살을 더 많이 시도하지만, 동맥절단 시도 등과 같은 ‘소극적 방법’을 사용하므로 성공률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남자는 투신 등과 같은 보다 ‘적극적 방법’을 사용하므로 자살률은 여자보다 2배 정도 높은 실정이다. 퓰리처상과 아메리칸 북 어워드상을 수상한 미국의 소설가 윌리엄 스타이런은 자신의 우울증 투병기 ‘보이는 어둠(Visibile Darkness)’을 통해 우울증을 ‘자살에 이르는 샛길없는 통로’라고 묘사했다. 병이 깊어질 수록 자신의 쓸모없음에 대한 확신도 깊어지고, 자살이 가장 달콤하고 손쉬운 탈출구로 여겨졌다고 그는 고백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해법은 병원 치료 뿐이다. 병원에선 1차적으로 약물(항우울제) 치료를 한다. 현재 사용되는 우울증 약들은 부작용이나 습관성이 없고, 약효도 뛰어나 80~90%의 환자에게서 증상이 호전된다. 이같은 효과는 대개 약 복용 2~4주 이후부터 나타나는데, 환자들은 증상이 좋아진 뒤에도 최소 6개월간 꾸준히 약을 복용하는 게 중요하다. 의사의 지시 없이 증상이 좋아졌다고 약을 끊으면 대부분 재발하기 때문이다. 그 밖에 정신적 충격이 원인이 된 경우엔 적절한 상담 치료를, 망상 등이 동반되는 심한 우울증엔 전기충격요법을 쓰기도 한다. 또 뇌종양 등의 병 때문에 우울증이 유발된 경우엔 ‘원인질환’에 대한 치료도 받아야 한다. 한편 우울증과 구분해야 할 질환으로 조울증이 있다. 기분이 극단적으로 좋았다 극단적으로 나빴다를 반복하므로 의사들은 ‘양극성 정동(기분)장애’라고 부른다. 조증기엔 너무 기분이 좋고, 자신감이 넘치고, 일이나 사업에 강한 의욕과 집착을 보이게 된다. 주위가 산만해 지며, 수면시간이 크게 줄어들는 것도 특징이다. 이 때는 낭비벽이 심해지거나, 무모한 투자를 하거나, 부동산을 싼 값에 팔아 치우는 등 재산상을 불이익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때로는 자신이 전지전능자가 되는 환상에 빠지거나, 자신을 칭찬하는 환청을 듣는 등 정신분열병과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같은 조증은 우울증과 교대로, 또는 동시에 나타나는데, 조울증 환자에게 나타나는 우울증은 보통의 우울증보다 증상이 훨씬 심한게 특징이다. 조울증은 인구 100명에 1명 꼴로 나타나며, 일반적으로 이혼자, 독신자, 사회경제적 수준이 높은 사람에게 더 흔하게 나타난다. 환자들은 병원행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은데, 자살률이 10% 정도로 높으므르 반드시 치료를 받게 해야 한다. 물론 치료를 해도 자살할 사람은 어떡해서든 자살을 한다. 그러나 치료를 하지 않으면 치료를 한 경우보다 자살률이 8배나 높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조증기엔 항정신병약물이나 항경련제를, 우울증기엔 항우울증제를 사용한다. 심하면 전기충격요법을 쓰기도 한다. 비교적 치료효과가 좋지만, 재발도 잦은 편이므로 가족 등 주변 사람의 끊임없는 관찰이 필요하다. 현대인의 정신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주요 정신질환’은 정신분열병이다. 이 병은 평생유병률(평생 살 동안 한번 이상 병에 걸릴 확률)이 인구 100명 중 1명 꼴인 비교적 흔한 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나와는 거리가 먼, 아주 드문 병으로 인식한다. 주변에서 환자를 찾아보기 어렵고, 일상의 대화에서 화제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자. 누구나 이 병에 걸린 환자의 얼굴 한둘 쯤 떠올릴 수 있다. 학창시절, 필자에게도 그런 친구가 두 명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나 빨리 ‘무대’에서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아예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자기의 정신을 자기가 지배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극적이고 무서운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정신분열병은 생각조차 하기 싫은 끔찍한 병임에 틀림없다. 더군다나 사람들은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가족들은 부끄러워 병을 자꾸 숨기려 든다. 설상가상으로 이 병은 치료도 쉽지 않다. 환시, 환청, 혼란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심한 정신분열병은 약물 치료를 해도 70% 정도만 증상이 완화되며, 나머지에겐 효과가 없다. 증상이 완화되는 경우에도 다시 재발하는 경우가 매우 흔하다. 결과적으로 전체 환자의 30% 정도만이 완치돼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병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든지, 혹은 서서히 인지기능이 나빠져 독립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거나, 심하면 자살을 한다. 자살하는 환자는 전체의 15~20%나 된다. 그러나 포기해선 안된다. 이 병의 치료효과가 그토록 낮은 이유는 자꾸 병을 숨기기 때문이다. 이 병도 빨리 발견해 증상을 조절해 나가면 얼마든지 극복 가능하다. 즉 환시, 환청, 혼란 등의 심각한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에, 다시 말해 불안이나 우울, 짜증 등과 같은 경미한 증상이 나타나는 시기에 적극적으로 치료를 하면 대부분 정상생활이 가능하다. 정신분열병의 초기엔 세수·머리감기·옷갈아입기 등을 싫어하거나, 철학이나 종교문제에 지나치게 관심을 기울이거나, 갑자기 말수가 적어지면서 목적없는 행동을 자주하거나, 희노애락을 느끼지 못해 마치 가면을 쓴 것같은 표정을 짓거나, 분노 등을 표출하기 위해 TV 채널을 마구 돌리거나, 음식을 마루에 쏟아버리거나, 자위행위에 몰두하는 등의 행동이 특징적이다. 따라서 이 때는 즉시 정신과 전문의의 진찰을 받고, 약물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또 이 병은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증상이 좋아져도 2~3년간 약물치료를 계속해야 한다. 재발되기 전엔 첫 발병 초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나므로 그런 증상이 나타나면 다시 재빨리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정신분열병은 남자는 10대와 20대 초반에, 여자는 그보다 10년쯤 뒤에 시작한다. 그리고 30대 후반 이후엔 증상이 안정화 과정을 밟는다. 따라서 주의깊은 관찰과 약물치료로 이 기간을 슬기롭게 견뎌내는 것이 중요하다. 안타깝지만 많은 정신분열병 환자들이 이 기간을 넘기지 못하고 폐인이 되거나, 자살한다. ‘이 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잭 니콜슨이 열연했던 강박증은 영화속의 멜빌의 행동 그대로다. 걸을 때 보도 블럭의 모서리도 밟지 않고, 식당에선 항상 같은 자리에만 앉고, 프라스틱 포크와 나이프를 갖고 다닌다.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강박적인 생각이 끊임없이 솟아나 환자는 손씻기, 문 잠그기, 물건 똑 바로 정렬하기 등을 수백번 반복하게 된다. 그런 행동들이 모두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자각하면서도 충동을 억제할 수 없어 괴로워 하는 게 이 병의 특징이다. 영화 속 잭 니콜슨은 사랑의 힘으로 강박증을 극복했지만, 현실에선 그리 쉽지 않다. 환자는 반드시 병원에서 약물치료와 행동치료를 동시에 받아야 하며, 그 경우 80~90%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10~20%는 수년씩 약물-행동치료를 계속해도 잘 낫지 않는다. 최근엔 이같은 난치성 강박증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의 뇌 신경회로 일부를 끊어주는 수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이 병은 100명 중 1~2명에게 나타나며, 주로 사춘기에 발병한다. 유전적 요인과 스트레스가 위험요인으로 평가된다. 폐쇄된 공간이나 높은 빌딩 위, 거미 등과 같이 특정한 물체나 활동, 상황에 비 정상적인 공포감을 갖는 공포증도 전 인구의 10% 정도에게 나타난다. 공포를 느끼는 대상이 단일한가 복합적인 가에 따라 단일공포증(폐쇄공포증, 고소공포증, 거미공포증 등)과 복합공포증(광장공포증, 사회공포증)으로 구분한다. 공포를 느끼는 상황에 접하면 불안한 느낌, 가슴 두근거림, 어지러움, 땀이 남, 구역질 등의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광장공포증에 걸리면 공공장소에 나가는 것을 무서워하고 사람들과의 만남도 회피하게 되므로 자연히 활동이 제한되며, 그 때문에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단순 공포증은 어린 시절 좁은 공간에 갇혔던 기억 등과 같은 경험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나, 광장공포증 등 복합공포증은 원인이 불명확하다. 이같은 공포증은 환자를 인위적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는 물체나 상황에 점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환자가 스스로 그것에 익숙해 지게 만드는 ‘탈감작 행동 치료’로 비교적 손쉽게 극복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단순공포증은 치료를 받지 않아도 나이가 들면서 없어지나 복합공포증은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뚜렷한 이유없이 극심한 불안이 엄습하는 불안장애도 매우 흔한데, 대표적인 게 공황장애다. 불안장애 환자는 이상하게 불안한 예감이 들면서, 집중력이 떨어지고, 조바심이 나서 견딜 수가 없고, 잠도 잘 못자게 된다. 때로는 두통, 복통, 구토, 땀 흘림, 숨이 참, 어지러움 등의 신체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같은 증상이 한꺼번에 갑자기 나타나는 공황발작을 한두차례 겪게 되면 환자는 사람을 피하게 되는 등 정상생활에 지장을 받는다. 이런 사람들은 의사를 찾아 불안장애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찾아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를 받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 우울증 치료제를 투여하기도 한다. 정신질환은 그 밖에도 수도 없이 많다. 비교적 흔한 알콜중독 환자는 불안, 우울, 망상 등의 정신과적 증상을 보이며 자살률도 높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 치료를 받아야 한다. 피해망상이나 질투망상 등 망상장애 환자는 자신의 망상이 망상이란 걸 인정하지 않으며, 자기를 도우려는 사람들을 의심하고 거부하는 게 특징이다. 이 때는 항정신병약물을 써야 한다.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 혹독한 경험을 한 뒤 우울-불안해 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도박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 지는 강박성 도박증, 의사가 병이 없다고 해도 자신이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고 불안해 하는 건강염려증, 거식증, 폭식증, 도벽, 방화벽 등도 모두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들이다. 미국 정신질환자 지지모임에서 제작한 액자를 본 적이 있다. 액자엔 링컨, 베토벤, 도니제티, 고호, 미켈란젤로, 톨스토이, 뉴튼, 헤밍웨이, 처칠 등 20여명의 이름이 큼지막하게 적혀있다. 액자엔 그 보다 작은 글씨로 ‘정신질환을 극복하고 우리 인생을 윤택하게 한 사람’이라고 적혀 있으며, 그보다 더 작은 깨알 같은 글씨로 ‘이들은 모두 정신분열증 또는 심한 우울증을 경험했던 환자’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선 정신질환을 앓는 수 많은 링컨과 베토벤과 미켈란젤로가 ‘미친 놈’으로 손가락질 당하며 폐인이 되고 있다. 정신질환자들은 이제 더 이상 미친 사람이 아니다. 당뇨병 환자나 심장병 환자처럼 치료가 필요한 병자들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세상의 시각은 너무나 닫혀 있어 마음이 무겁다. ■이홍식 교수는 이홍식 교수에게선 정신과 의사 ‘냄새’가 별로 나지 않는다. 그는 여느 정신과 의사처럼 남의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듯한 표정으로 말을 듣거나, 사람 눈을 빤히 쳐다보면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는 말이 많은 편이다. ▲ 이홍식 연세의대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 원장약간 건덩건덩하는 말투로 속사포처럼 자기 얘기를 쏟아 놓는다. 기분과 분위기에 따라 얘기하는 주제도 동(東)에서 서(西)로 마구 널뛰기 한다. “아 요즘 스트레스 받아 죽겠다”며 먼저 엄살을 떨기도 하고, 묻지도 않은 자기 아들-딸 얘기도 쏟아내기도 한다. 동네 호프집에서 맞닥뜨린 영낙없는 이웃집 아저씨다. 한 후배 의사는 “자연스럽고 편안한 분위기로 환자의 경계심을 풀어놓는 게 이 원장의 특기”라고 말했다. 2001년 3월, 연세의대 광주세브란스정신병원 원장에 취임한 이 교수는 취임과 동시에 병원 이름을 세브란스정신건강병원으로 바꾸었다. 낡고 칙칙하고 기괴한 정신병원의 이미지를 정신건강이란 밝고 산뜻한 단어로 포장한 것이다. 동시에 권위적, 폐쇄적인 치료 모델을 개방적, 환자중심적으로 바꿨고, 병원 건물과 주변 환경도 ‘정신건강’이란 단어와 걸맞게 단장시켰다. 또 ‘감성치료’의 개념을 도입했다. 정신질환자는 기본적으로 약물치료가 중심이지만 ‘감성’이 가미돼야 비로서 완벽해 진다는 게 이 원장의 지론이다. 1951년생인 이 교수는 연세의대를 졸업했고, 미국 UCLA병원과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스병원에서 정신분열병을 집중 연구했다. 귀국해선 개원가에서 의뢰된 중증 정신분열병 환자를 주로 진료하고 있다. 그런 그가 요즘 정신분열병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고 했다. 젊은 시절, 이론대로, 원칙대로 진료했을 땐 차라리 치료효과가 좋았는데, 약물 치료에 감성(感性)을 접목시키려다보니 더 어렵다는 것이다. 엄격하고 때로는 모질게 치료해야 하는데, 환자의 아픔과 상처가 가끔씩 그의 감성을 터치해 그것을 가로막는다고 했다. 그는 “나도 이제 나이를 먹은 것 같다”고 했다. 이 교수는 현재 대한정신약물학회 회장, 국제신경정신약리학회 아시아위원장, 세계정신분열병학회 이사 등을 맡고 있다. 1995년 발간한 ‘정신분열병, 극복할 수 있다’는 정신분열병 환자와 가족들의 필독서다. ‘완전한 부부’ ‘스트레스 프리웨이’ ‘병주는 스트레스 약되는 스트레스’ 등의 저서가 있다. 계절성 우울증 여름날의 짙푸른 잎새가 찬 바람 맞고 떨어져 스산하게 나 뒹굴면 우울증 환자가 부쩍 늘어난다. 전체 우울증 환자의 10~20%가 가을과 겨울에 우울증이 악화되며, 환자의 5% 정도는 다른 원인 없이 가을과 겨울철에만 우울증에 빠져든다. 이를 ‘계절성 우울증’이라 한다. 스산한 가을 바람 때문에 우울해 지는 게 아니라 줄어든 일조량 때문에 뇌신경 전달 물질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 생기는 현상이다. 계절성 우울증은 일조량에 따라 1년을 주기로 가을에 우울증이 시작돼 겨울을 거치며 악화됐다가 봄이 되면 회복이 된다. 식욕저하나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는 일반적 우울증과는 달리 단 음식이나 탄수화물을 과식해 체중이 늘어나는 게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반구보다 북반구에 살수록, 남자보다 여자가 계절성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겨울과 밤이 유난히 긴 북유럽 국가 사람에게 유난히 발생률이 높으며, 미국 시카고 처럼 안개가 많고 햇볕을 보기 힘든 지역에도 계절성 우울증 환자가 많은 것으로 보고돼 있다. 계절성 우울증도 증상이 심한 경우엔 약물치료를 하지만, 5000룩스 정도의 밝은 빛을 쬐게 하는 광선치료의 효과도 매우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증상이 가벼운 경우엔 야외에서 가벼운 운동을 하며 햇볕을 쬐는 것만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가을로 접어들면서 우울해 지려 할 때는 가급적 커텐을 걷어 집이나 사무실을 밝게 하고, 자주 창가에 앉아 심호흡을 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좋은 기억을 떠 올리는 것도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또 우울한 기분이 빈틈을 찾아 헤집고 들어오지 못하도록 요리나 청소, 운동 등 가급적 몸을 부지런히 움직일 수 있는 일거리를 찾고, 화가 나려 할 때는 음악을 틀어 놓고 춤을 추거나 고함을 질러 버리는 것도 좋다. 우울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이 때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훨씬 많이 마시게 되고, 경우에 따라 알콜 중독의 위험성도 높아지므로 술에 의존하려 해선 안된다. 과일, 야채, 해조류를 많이 먹고 물도 많이 마시면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책/문화임호준2004/07/14 09:22
  • 멀쩡한데 왜?…몸짱 되려고

    대한비만체형의학회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수도권 28개 비만클리닉을 찾은 여성1170명을 조사한 결과, 비만 치료가 목적인 여성은 16.1%에 불과했다. 절반에 가까운 47.4%가 “군살을 빼서 균형잡힌 몸매를 갖기 위해서”라고 응답했으며, 27.5%는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 비만 클리닉을 찾았다고 응답했다. 실제로 군살을 빼고 싶은 부위는 20대의 경우 허벅지(29.2%), 배(28.4%), 윗팔(12.29%) 순이었으며 30대는 배(47%), 전신(21.4%), 허벅지(14%) 등으로 나타났다. 한편 비만클리닉 환자의 66.9%가 체질량지수(BMI) 18.5~25인 정상체중이었고, BMI 18.5 미만인 저체중 여성도 2.3%나 됐다. 정말 살을 빼야 할 BMI 25 이상 비만 여성은 전체의 30.8%에 불과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피트니스임호준2004/07/13 17:27
  • 머리 염색약, 만성 습진원인 될수도

    ▲ 노란색으로 머리를 염색한 여성들. 전문의들은 머리 염색약이 알레르기 반응으로 피부염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순호기자 choish@chosun.com머리 염색약이 잘 낫지 않는 만성 습진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을지의대 피부과 이애영 교수가 2001년 5월부터 2002년 7월까지 14개월 동안 을지병원 피부과를 찾은 만성 습진 환자 중 ‘염색 후 더욱 가렵다’거나 ‘가려운 것 같다’고 생각하는 환자 27명을 조사한 결과, 이 중 11명(40.7%)이 염색약의 파라페닐렌디아민(PPDA) 성분에 피부반응을 나타냈으며, 이들에게 염색약 사용을 중지시킨 결과 5명은 만성 습진이 완전히 사라졌고, 3명은 증세가 좋아졌다. 결국 27명 중 8명(29.6%)이 염색약 때문에 만성 습진이 유발 또는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이 교수는 97년 3월부터 2001년 4월까지 4년간 피부과를 찾은 만성 습진 환자 중 피부 알레르기반응검사를 시행한 63명을 또다시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22.2%인 14명이 PPDA 성분에 양성반응을 보였으며, 염색약 사용을 중지시킨 결과 6명(9.5%)에게서 증상이 호전됐다. 이 교수는 이 같은 결과를 국제 피부과 학술지 ‘접촉피부염’ 2004년 7월호에 보고했다. 급성 피부병을 유발하는 PPDA가 만성 습진의 원인으로도 작용한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된 것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이 교수는 “염색약 알레르기가 심할 경우는 염색약을 끊기 때문에 피부염 등의 증상이 일회성으로 끝나지만 약한 경우엔 염색약을 원인으로 의심하지 않기 때문에 만성이 될 수 있다”며 “만성 습진이 있는 사람 중 염색을 하는 사람은 피부 알레르기 반응 검사를 받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염색약에는 PPDA 성분 외에도 히드로퀴논, 페놀, 납, 나프탈렌, 염료 등이 포함돼 있어 피부염을 비롯한 여러 가지 급성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뷰티임호준2004/07/13 17:08
  • 딱 집히는 부분만 콕 집어서 뺀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는 배, 허벅지, 위팔 등 원하는 부위만 골라서 살을 빼는 국소 비만 치료가 ‘몸짱 열풍’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미용 목적의 체형(體形) 치료에 거부감을 보이던 대학병원까지 앞다퉈 국소 비만 클리닉을 개설하고 있다. 대한비만체형의학회 장지연 회장은 “과거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전신(全身) 비만만 치료의 대상이 됐으나 요즘엔 신체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국소 비만도 치료의 대상에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국소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약물이 비만 치료용으로 허가되지 않았으며 ▲치료한 부위의 진피층이 탄력을 잃어 처지거나 체지방이 다시 쌓일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신중한 치료를 당부하고 있다. ■주사요법 지방분해 효과가 있는 천식약 아미노필린 등을 살을 빼고자 하는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다. 1주일에 1~2회 간격으로 보통 10회 정도 주사하며, 필요에 따라 주사 횟수를 더 늘릴 수 있다. 주사 바늘을 4㎜ 이상 찔러 피하조직에 주사하며, 보통 3㎝ 정도의 간격으로 주사한다. 장지연(트리니티클리닉 원장) 회장은 “메스꺼움, 구토, 가슴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최대한 희석해서 사용하므로 부작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메조테라피■메조테라피 ‘메조 건(gun)’ 등 특수한 장비를 이용해서 약물을 거의 1~2㎜ 간격, 1~3㎜ 깊이로 주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사 바늘로 피부를 한 번 할퀴고 지나간다고 할 정도로 얕고 촘촘하게 주사한다는 점에서 주사요법과 차이가 난다. 사용되는 약물은 아미노피린, 복합비타민, 프로카인(마취제), 메조카나(카페인 성분), 칼시토닌(골다공증약) 등이며, 대개 주 1회씩 10회 정도 주사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강남차병원 비만클리닉 박지현 교수는 “별다른 부작용은 없으며 유럽과 남미에서 널리 시술된다”며 “국소 비만뿐 아니라 튼살, 탈모증, 잔주름 등의 개선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감압치료■엔더몰러지(감압치료) 일정하고 강한 흡인력이 나오는 롤러처럼 생긴 장비를 피부에 대고 문지르면 피부가 당겨졌다 놓여졌다 하면서 혈액과 림프액의 순환이 촉진되고, 지방이 분해된다. 박지현 교수는 “10회 정도 치료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며 “원래 재활 통증치료를 위해 고안된 기계였으나 체형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방분해초음파 초음파 발생기를 살을 빼려는 부위 피부에 대고 문지르면 초음파로 인해 지방 세포의 분해와 변성이 촉진되며, 이렇게 분해된 지방은 임파관을 통해 서서히 배출돼 국소비만이 해소된다. 역시 10회 정도 치료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 밖에 살을 빼려는 부위에 전기자극을 가해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치료도 사용되고 있으며, 주사바늘로 탄산가스를 피하조직에 주입해서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카복시테라피’도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지방흡입수술 피부를 절개한 뒤 초음파나 진동 등을 이용해 지방을 분해하고 음압(陰壓)을 이용해 분해한 지방을 빨아내는 일종의 수술이다. 대부분의 국소 비만 치료는 10회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며, 효과가 아주 서서히 나타나지만 단번에 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지방을 많이 제거할 경우엔 전신마취를 해야 하며, 잘게 부서진 지방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막히면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사망사고도 여러 번 났다. 또 시술 비용이 비싸다는 점도 단점이다. 신극선 성형외과 신 원장은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지방을 제거하려 할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
    다이어트임호준2004/07/13 17:05
  • 딱 집히는 부분만 콕 집어서 뺀다

    아무리 다이어트를 하고 운동을 해도 빠지지 않는 배, 허벅지, 위팔 등 원하는 부위만 골라서 살을 빼는 국소 비만 치료가 ‘몸짱 열풍’을 타고 확산되고 있다. 최근엔 미용 목적의 체형(體形) 치료에 거부감을 보이던 대학병원까지 앞다퉈 국소 비만 클리닉을 개설하고 있다. 대한비만체형의학회 장지연 회장은 “과거엔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하는 전신(全身) 비만만 치료의 대상이 됐으나 요즘엔 신체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국소 비만도 치료의 대상에 포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의사들은 ▲국소 비만 치료에 사용되는 일부 약물이 비만 치료용으로 허가되지 않았으며 ▲치료한 부위의 진피층이 탄력을 잃어 처지거나 체지방이 다시 쌓일 위험이 있다는 등의 이유로 신중한 치료를 당부하고 있다. ■ 주사요법 지방분해 효과가 있는 천식약 아미노필린 등을 살을 빼고자 하는 부위에 직접 주사하는 방법이다. 1주일에 1~2회 간격으로 보통 10회 정도 주사하며, 필요에 따라 주사 횟수를 더 늘릴 수 있다. 주사 바늘을 4㎜ 이상 찔러 피하조직에 주사하며, 보통 3㎝ 정도의 간격으로 주사한다. 장지연(트리니티클리닉 원장) 회장은 “메스꺼움, 구토, 가슴 두근거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최대한 희석해서 사용하므로 부작용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 메조테라피■ 메조테라피 ‘메조 건(gun)’ 등 특수한 장비를 이용해서 약물을 거의 1~2㎜ 간격, 1~3㎜ 깊이로 주사하는 방법을 말한다. 주사 바늘로 피부를 한 번 할퀴고 지나간다고 할 정도로 얕고 촘촘하게 주사한다는 점에서 주사요법과 차이가 난다. 사용되는 약물은 아미노피린, 복합비타민, 프로카인(마취제), 메조카나(카페인 성분), 칼시토닌(골다공증약) 등이며, 대개 주 1회씩 10회 정도 주사하면 효과가 나타난다. 강남차병원 비만클리닉 박지현 교수는 “별다른 부작용은 없으며 유럽과 남미에서 널리 시술된다”며 “국소 비만뿐 아니라 튼살, 탈모증, 잔주름 등의 개선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 감압치료■ 엔더몰러지(감압치료) 일정하고 강한 흡인력이 나오는 롤러처럼 생긴 장비를 피부에 대고 문지르면 피부가 당겨졌다 놓여졌다 하면서 혈액과 림프액의 순환이 촉진되고, 지방이 분해된다. 박지현 교수는 “10회 정도 치료해야 효과가 나타난다”며 “원래 재활 통증치료를 위해 고안된 기계였으나 체형 관리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져 미국 FDA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 지방분해초음파 초음파 발생기를 살을 빼려는 부위 피부에 대고 문지르면 초음파로 인해 지방 세포의 분해와 변성이 촉진되며, 이렇게 분해된 지방은 임파관을 통해 서서히 배출돼 국소비만이 해소된다. 역시 10회 정도 치료해야 효과가 나타난다. 그 밖에 살을 빼려는 부위에 전기자극을 가해 지방분해를 촉진하는 치료도 사용되고 있으며, 주사바늘로 탄산가스를 피하조직에 주입해서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카복시테라피’도 도입돼 시행되고 있다. ■ 지방흡입수술 피부를 절개한 뒤 초음파나 진동 등을 이용해 지방을 분해하고 음압(陰壓)을 이용해 분해한 지방을 빨아내는 일종의 수술이다. 대부분의 국소 비만 치료는 10회 이상 치료를 받아야 하며, 효과가 아주 서서히 나타나지만 단번에 지방을 제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그러나 지방을 많이 제거할 경우엔 전신마취를 해야 하며, 잘게 부서진 지방이 혈관을 타고 들어가 막히면 사망할 수도 있다. 실제로 사망사고도 여러 번 났다. 또 시술 비용이 비싸다는 점도 단점이다. 신극선 성형외과 신 원장은 “한꺼번에 지나치게 많은 지방을 제거하려 할 경우 사고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욕심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 임호준 기자 hjlim@chosun.com , 이지혜 기자 wigrac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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