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살아가다 보면 복통을 몇 번씩은 경험하게 된다. 복통이 있으면 혹시 수술할 큰 병은 아닌지 겁부터 난다. 그러나 복통을 느끼는 경우의 2/3는 실제 기질적 병이 없이 신경의 긴장상태로 오며, 뱃속에 병이 있는 경우는 1/3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특히, 어린아이들의 경우 배꼽을 중심으로 반복해서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90%이상은 심인성, 즉 심리적 원인에서 온다.
부모들에게 심리적 원인이라고 말하면 ‘애들이 무슨 신경 쓸 것이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어린이들 나름대로는 스트레스가 꽤 있다. 어른들 생각으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친구들이 놀리는 것에도 민감하며, 아버지가 너무 무섭다든지, 학교에 흥미가 없어 가기 싫다든지 하는 것도 스트레스가 된다.
먹기 싫은 음식을 먹으라고 강요할 때도 복통이 온다. 과거에 지금 어른들 세대에는 먹을 게 없어서 못 먹었지만, 요새 아이들은 잘 먹지 않아 부모들 속을 태운다. 먹을 게 흔해진데다, 집에 자녀들의 수가 적다 보니, 더 건강하게 키우고 싶은 생각으로 음식을 과잉으로 권하는 데에도 원인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은 다 필요한 만큼은 먹데 되어 있으므로 억지로 먹으라고 강요할 필요는 없다. 음식을 자꾸 강요하다가는 비만아를 만들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복통은 뱃속의 질병을 나타내는 일종의 경계신호로 병에 따라 아픈 부위가 다르며 진단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흔히 배가 아파 병원에 갔더니 진찰은 안 하고 배만 꾹꾹 눌러 보더라고 불평하시는 분이 많지만 손으로 만져보는 촉진이 청진보다 중요하다. 일반인들은 꼭 청진기를 대야 진찰한 줄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위궤양, 위염 등 위장질환은 보통 오목가슴이라고 하는 상복부에 동통이 온다.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은 남녀 모두 우하복부에 통증이 있다. 왜냐하면 소화기 충수돌기가 남녀 모두 우하복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경우 자궁, 난관 등과 연관되어 복통을 느끼는 분도 많다. 월경 때라든지, 임신 중이나, 자궁과 난관에 염증이 있거나 자궁외 임신 등에도 복통이 하복부에 있다.
변비 등으로 대변을 며칠 못 본 경우에도 좌측 복부에 통증이 올 수 있다. 대개 수술 할 병은 우측 복부가 아플 때이며, 좌측 복부가 아플 때는 큰 병은 드물다.
뱃속의 내장에 구멍이 생긴 경우는 복막염이 되는데, 이런 경우엔 복통이 자주 심하며, 배가 마치 나무 판자를 만지는 것처럼 딱딱하게 되고, 배가 땅겨 걸음을 걷기조차 힘들게 된다. 이런 때는 응급 질환 중에서도 초 응급이므로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복통은 이상과 같이 심리적 원인으로도 오고, 다양한 여러 질환으로도 오므로 정확한 진단하에 원인 제거가 중요하다. 무조건 진통제를 복용하는 것은 병을 키울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