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병원을 찾은 자동차 영업사원 김모씨(35세,남자)는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지는 날씨 탓에 치질이 악화될까 두렵고 했다. 지난해에도 대수롭지 않게 지내다가 날씨가 추워지면서 치질이 악화돼 고생한 기억 때문이다. 이처럼 날씨가 추워지면서 자주 발견되는 질환이 바로 치질이다. 치질환자들에게 선선한 바람이 불기시작하는 가을은 호락호락한 계절이 아니다. 특히 추운 날씨에 말썽을 부리게 되는 치질은 추위로 인한 모세 혈관의 수축, 항문 주위의 혈액 순환을 어렵게 하는 탓이다.
또 가을을 맞아 단풍놀이나, 여행을 계획하고 술을 마신 다음날 어김없이 탈항을 경험하게 된다고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 이는 술 속에 들어 있는 알코올이 혈관을 타고 돌다가 모세 혈관이 집중적으로 덩어리를 이루고 있는 치핵 정맥총을 자극, 울혈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치질은 과거에는 정맥류가 원인인줄 알았으나, 항문조직이 밑으로 빠져서 생기는 것이다. 치질 유발 원인은 배변을 오래 보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며, 오래 앉아있는 생활을 한다거나 골프, 씨름, 등산, 임신 등 쪼그리고 앉거나 엉거주춤한 자세가 치질을 유발한다. 그럼 치질 환자들이 환절기를 대비할 수 있는 방법 알아보자.
항문의 청결 유지는 기본!
치질 환자에게 항문 청결은 기본이다. 항문이 깨끗하지 않을 경우 염증이 생기는 등 증상을 악화시키기 쉽기 때문이다. 배변 후에는 휴지를 사용하는 것보다 좌욕을 하거나 비데를 사용하는 것이 증상 완화 및 예방에 도움이 된다. 좌욕이나 비데를 사용하기 곤란하다면 물수건이나 물 휴지로 닦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한편, 따뜻한 물로 목욕을 하거나 꾸준히 좌욕을 해주면 항문 혈액순환에도 좋아 치핵 치료에도 도움이 된다. 좌욕은 40∼45도 정도의 물이 들어 있는 대야에 엉덩이를 담그고 다리는 밖으로 내놓은 상태에서 해 준다. 단, 주의할 점은 장시간 앉아 있으면 오히려 쪼그린 자세 탓에 치질을 불러 올 수 있으므로 3분 정도가 적당하다.
변비 예방이 필수
현재 변비로 고생하고 있다면 그 후유증으로 치질이 올 수 있다. 따라서 변비 예방은 치질 예방의 지름길이다. 겨울철 변비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먹는 것이 중요하다. 겨울철은 특히 물과 식이섬유가 부족해 지기 쉽다. 수분은 변을 부드럽게 하고 장 운동을 원활하게 한다. 물은 하루에 8컵 이상 마시는 것이 좋은데, 특히, 아침에 기상 후 마시는 한잔의 물은 장을 자극시켜 장 운동이 활발하도록 돕는다. 식이섬유는 많은 물을 흡수하여 변을 부드럽고 부피도 크게 해준다. 따라서 장 운동이 촉진될 뿐 아니라 변의 대장통과시간도 단축된다. 백미 대신 현미밥을 먹거나, 채소와 과일을 수시로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외에도 식사를 거르지 않고 규칙적으로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변비환자는 배변이 너무 고통스러워 변의 양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밥을 적게 먹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식사량이 많아야 대변의 양이 많아져 배변이 쉬워진다. 특히 아침식사를 하지 않는 사람의 2/3에서 아침에 배변을 하지 않고 변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올바른 운동으로 장운동을 돕자
산책, 조깅, 수영처럼 몸을 전체적으로 움직여주는 유산소 운동은 치질에 득이 되는 운동이다. 장을 운동시키는 효과가 있어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변비도 예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추운 날씨환경에서의 운동은 항문주위의 혈액 순환이 원활치 못하게 되어 치핵이 갑자기 커지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항문 부위가 찬 곳에 장시간 노출되지 않도록 추운 날씨는 피하고, 차가운 의자나 돌, 바위 등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은 좋지 않다.
/기고자 : 서울 양병원 양형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