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를 걷다보면 중학생이나 초등학생 밖에 안돼 보이는 여자아이들이 파머 머리에 하이힐을 신고 손에는 핸드백을 걸치고 있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어른 흉내를 내는 아이들 모습이 귀여워 절로 웃음이 지어지곤 한다. 가만 생각해보면 어른들도 지금의 아이들처럼 어릴 적에 몰래 엄마구두를 신어보거나 핸드백을 들고 거울을 보며 엄마 흉내를 낸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남자아이들은 제 발보다 큰 아빠구두를 신고 마당을 뒤뚱뒤뚱 걸어 다니곤 했다.
아이들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담아낸 ‘Big’이라는 미국영화가 흥행에 성공한 적이 있다. 이 영화는 갑자기 어른이 되어버린 아이의 이야기이다. 13세 난 개구쟁이 조슈는 어느 날 축제에 놀러갔다가 '졸타'라는 기계에 어른이 되고 싶다는 소원을 빌자 다음날 정말 30세의 어른으로 변한다. 어른이 된 조슈를 본 어머니가 강간범으로 알고 칼을 들고 덤벼들자 어쩔 수 없이 집을 나오게 된다.
일자리를 찾다가 완구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취직한 조슈는 어린이의 시각에서 어린이가 원하는 장난감의 아이템을 기획해냄으로써 승진을 거듭하게 된다. 갑자기 어른이 돼버린 어린 소년 조슈가 어른의 세계에서 겪게 되는 모험과 사랑이 주된 내용인데, 어른이 되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소박한 꿈을 꾸는 조슈가 실제 현실로 부딪히게 되면서 겪게 되는 웃지 못할 갖가지 해프닝을 그린 영화다.
아이들은 자신의 신체 변화에 민감하다. 남자아이들은 겨드랑이나 생식기 주변에 털이 나기 시작하면 어른이 된 양 친구들에게 자랑한다. 여자아이들은 조금 다르다. 또래들보다 먼저 가슴이 봉긋이 솟아오르면 남자아이들이 놀려대는 것이 싫어서 감추려고 애쓴다. 게다가 어느 날 생리가 시작되면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한다.
성장 시기에 맞는 정상적인 신체변화는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제 나이에 맞지 않게 사춘기 신체변화가 빨리 나타난다면 성장에 이상이 생겼다는 몸의 신호로 생각해야 한다. 여자아이가 만 8세 이전에 사춘기 징후인 유방이나 음모가 발달한다든지, 남자아이가 만 9세 이전에 고환의 장축이 2.5cm 넘게 자라고 겨드랑이에 털이 나거나 음모가 생기는 등 사춘기 2차 성징의 징후가 나타나면 성조숙증이다. 성조숙증은 대부분 여자아이에게서 나타나며 여자아이가 남자아이보다 10배정도 많다.
여드름, 음모, 머리냄새, 겨드랑이 땀 냄새는 성조숙증을 알리는 신호다. 가슴에 몽우리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도 증상이다. 우리나라 여학생들은 평균 만 11살 6개월 정도에 초경을 시작하는데 이보다 2년 정도 빠르다면 성조숙증이라 할 수도 있다.
성조숙증을 겪는 아이들은 또래보다 신체적으로 성숙하게 되어 나와는 다른 아이들의 모습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그 결과 집중력이 떨어져 학교성적이 떨어지고 정서적인 성장에도 나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성조숙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아이의 성장을 빨리 끝나게 한다는 것이다. 빠른 사춘기로 인해 성장판이 빨리 닫혀 아이의 키 성장이 일찍 끝나게 된다. 성조숙증 아이들의 경우 다른 아이보다 키 성장이나 발육이 일시적으로 급성장을 하여 잘 크는 것 같지만 어른이 되었을 때의 최종 키는 8~10cm 가량 덜 자라게 된다.
특히 여자아이들은 보통 초경 이후 6cm 정도 밖에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초경이 빠르면 그만큼 최종적인 키가 작아지게 된다. 여자아이들이 성조숙증으로 성호르몬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면 20~30대에 유방과 자궁관련 질환의 발생확률이 높아진다. 또한 폐경이 빨리되어 정신적인 스트레스나 우울증을 겪기도 한다.
따라서 성조숙증으로 아이의 키 성장이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평소에 아이의 신체적인 징후들을 잘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조숙증 예방은 단순히 키 성장의 문제가 아니라 내 아이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기고자 : 하이키한의원 박승만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