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배에서 겪는 비타민 부족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자 한다. 이 소설의 1권은 1951년에 출간된 "이민자들:Emigrants"이고, 고향을 떠나게 되는 계기부터 대서양을 건너는 10주 간의 긴 여정을 그리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와서 바다가 온화해진 후 배에 오른 이민자들은 배 안에서 감자와 절인 생선, 절인 돼지고기를 주식으로 배멀미와 싸우면서 항해한다. 수 주간 신선한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잇몸에서 피가 나기 시작하고 항해가 길어짐에 따라 전신에서 출혈하면서 사망하는 사람들이 발생한다. 주인공의 처도 항해 마지막에 괴혈증 증세를 보이며 사경을 헤매다가, 배가 뉴욕항에 닿고 사과를 비롯한 과일을 먹게 되면서 괴혈병에서 벗어 나게된다. 신선한 야채를 섭취하지 못해서 생기는 괴혈병에 걸린 것이다.
괴혈병은 비타민 C부족증에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비타민 C는 혈관벽을 이루는 콜라겐이 형성되기 위하여 필수요소이다. 따라서 비타민 C가 부족하면 혈관벽이 약해지고 출혈이 생기게 된다, 초기에는 잇몸과 같이 외부적인 자극이 많은 부위에서 시작하지만 심해지면 전신의 혈관이 모두 약해져서 마치 모래밭에서 바닷물이 스며 나오는 것과 같이 출혈이 생긴다. 또 비타민 C는 항산화작용을 한다. 비타민 C부족증이 있으면 면역기능이 약화된다. 혈관과 면역기능이 모두 약하면 출혈과 함께 전신적인 감염의 위험도 높아진다. 따라서 냉장고가 없는 배에서 저장 음식만으로 10주 이상 항해한 소설 속의 사람들이 괴혈병과 전신 감염증으로 사망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치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돋보이는 음식이다. 겨울에 채소를 구하기 어려울 때를 대비해서 준비하는 김치는 겨울에 중요한 비타민 C 공급원이었다. 고추는 비타민C 함량이 딸기와 견줄 정도로 매우 높다. 배추도 비타민 C 함량이 높다. 배추를 소금에 절였을 때 수용성인 비타민 C가 소량 손실되지만, 고추가루와 각종 양념을 섞어서 ?P시키는 과정에서는 비타민C의 손실이 없어서, 고추와 각종 양념의 비타민 C가 고스란히 김치에 남아 있고, 또 김치가 발효하면서 생기는 유산이 각종 영양소의 흡수를 도와주므로 배추나 고추를 따로 섭취할 때보다 영양학적으로 더 우수하다. 김치를 많이 먹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과거에는 괴혈병이 있었다.
겨울에도 각종 과일과 채소를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는 축복받은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정제 비타민 C도 쉽게 구할 수 있는 현대의 우리나라에서 괴혈병은 매우 드문 질환이다. 최근에는 비타민 C는 항산화제로서의 기능에 더 주목을 받고 있다. 또 김치의 비타민 공급원으로 역활뿐만 아니라, 항암작용, 면역기능 개선 작용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고 하니, 조상의 지혜에 탄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