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크레틴 등 분비 줄여 췌장 ‘휴식’ 도와
‘이자(췌장, pancreas)’는 외분비와 내분비 기능을 모두 갖춘 ‘혼합샘(mixed gland)’이다. 길이는 약 12~15㎝로, 길고 납작한 모양이며 위(stomach) 뒤쪽에 위치한다. 이자에서 ‘C’자 형태의 십이지장에 싸인 부위를 머리(head), 왼쪽으로 길게 이어진 부위를 몸통(body), 왼쪽 끝을 꼬리(tail)라 한다. 머리에서 꼬리로 갈수록 점점 가늘어진다.
1) 이자의 내분비 기능
이자의 내분비 기능은 내분비샘인 ‘랑게르한스섬(pancreatic islet)’에서 이루어진다. 이자 전체 세포의 약 2%만을 차지하는 랑게르한스섬에는 α, β, δ라는 세포가 있다. 각각 ‘당 대사’에 필요한 인슐린(insulin: β세포)과 글루카곤(glucagon: α세포), 그리고 인슐린, 글루카곤, 가스트린을 조절하는 소마토스타틴(somatostatin: δ세포)이라는 호르몬을 혈액으로 분비한다.
2) 이자의 외분비 기능
이자의 외분비 기능은 ‘샘꽈리 세포(acinar cell)’에서 이루어진다. 이자 전체 세포의 약 98%를 차지하는 이들은 이자액(pancreatic juice)을 만들어 소화관으로 분비한다. 이자액은 물, 무기염류와 단백질을 분해하는 트립신(trypsin),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아밀라제(amylase), 지방을 분해하는 리파아제(lipase) 등 거의 모든 소화효소를 포함하고 있다.
1500 ml/day에 달하는 이자액은 이자관(pancreatic duct)에 모이고, 약 500 ml/day에 달하는 담즙이 흐르는 총담관(common bile duct)과 합쳐진다. 이들은 십이지장 유두(major duodenal papilla)를 통과하여 십이지장으로 들어간다.
하루 동안 분비되는 ‘이자액과 담즙의 양은 약 2ℓ’이다. 담관(bile duct)이나 이자관(pancreatic duct)이 돌(stone)이나 암 덩이(cancer)에 의해 막혀 있다고 가정해보면, 저렇게 많은 소화액이 간과 이자 그리고 그 주변 조직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상상할 수 있다. 간담도질환(염증과 각종 암)이 의심되는 환자는 질병의 경과가 빠를 수 있으므로 금식과 함께 ‘적극적인 검사와 시술, 처치’가 필요하다.
췌장염(pancreatitis)은 이자에 염증(inflammation)이 생긴 것이다. 지속적인 알코올 섭취와 외상, 담석에 의한 이자관의 폐쇄(obstruction) 등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췌장염이 생기면 이자의 소화효소가 주위 조직으로 흘러나와서 주변 조직을 파괴하면서 극심한 통증(복통)이 생긴다.
이자의 주변 조직이 파괴되면 부종과 충혈이 생기고, 심해지면 감염(infection), 고름(abscess), 심지어 괴사(necrosis)가 발생할 수 있다. 혈액검사로 아밀라제(amylase), 리파아제(lipase) 등 소화효소 수치의 상승을 확인할 수 있고 염증 수치, 간 수치, 복부초음파, CT를 통해 췌장염의 원인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간과 담낭, 담도에 특별한 원인이 없는 췌장염이라면 금식시킨다. 금식에 따른 부족한 영양은 수액으로 공급하고, 적극적으로 통증을 조절한다.
의도적인 금식은 세크레틴과 콜레시스토킨닌의 분비를 줄여 결과적으로 이자액 분비를 감소시킨다. 염증이 회복될 때까지 이자를 쉬게 한다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반대로 췌장염이 있는 환자가 열심히 음식을 먹는다면 불난 공장에 기름을 붓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