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귀먹는다’는 노인성난청은 가장 흔한 노화 현상이지만 최근 여러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츠하이머나 다른 타입의 치매 조기 증상일 수도 있다고 한다. 그전부터 난청과 치매의 연관성은 많은 연구들을 통해 증명되어 왔다. 특히  최근에는 시끄러운 장소에서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도의 난청인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두 배의 치매 발병 가능성을 보이고, 고도의 난청인들은 네 배의 발병 가능성을 보고한 연구도 발표됐다.

■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난청
난청이 치매를 유발하는 기전은 4가지를 들 수 있는데 첫째로는 고혈압이 난청과 인지력 장애를 일으키는 기전이 같고 난청의 정도와 인지력 장애가 연관성이 있음을 확인함에 따라 난청으로 인한 치매 유발가능성을 설명하고 있다.

둘째로는 대화 시 난청을 극복하기 위해 과한 집중력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이때 뇌의 단기기억의 기능을 과용함으로써  다른 기능들의 사용 여력이 고갈되므로 뇌의 연상을 포함한 다양한 기능적 유연성에 영향을 주는 기전으로 치매 유발가능성을 설명한다.

셋째로는 난청으로 인한 뇌의 구조변화를 인지력 장애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이미 뇌의 영상학적 검사를 통해 난청으로 인한 소리자극의 감소가 언어청각영역에 해당하는 뇌 피질부의 위축으로 인한 용적 감소를 확인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뇌의 구조변화와 치매발병과의 연관성을 확인하게 되었다.

네번째로는 난청으로 인한 사회적 고립을 들 수 있다. 사회적 고립의 정도만큼 뇌의 기능 즉, 기억이나 연상, 그 밖의 다양한 기능들의 활용 정도가 줄어들게 되고 결과적으로 퇴행성변화를 가속시켜 치매가 올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노인성난청은 조기에 보청기를 착용해 교정함으로써 진행을 막을 수 있고 인지력 장애나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노인성난청은 처음에는 속 귀의 퇴행성변화로 시작되며 더 진행되면 뇌의 청각중추의 퇴행성변화와 그에 따른 뇌의 청각기능의 장애가 오게 된다.

■ 전문의를 통한 명확한 보청기 사용이 중요한 이유
청각을 담당하는 속 귀는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속 귀의 역할을 도와주는 것이 보청기이다. 이러한 보청기는 단순한 청력 검사만으로는 난청의 종류와 원인, 보청기 효과 등을 파악할 수 없다. 같은 정도의 난청이라도 개인별 청각기능과 난청의 특성,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올바른 교정을 위해서 청각의 주관적, 객관적 검사와 뇌 청각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음하 문장재인지도검사나 음원의 공간감각검사와 같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의학적인 명확한 진단을 마친 후 보청기를 처방한다.

보청기의 잘못된 처방으로 울림을 호소하거나 하울링으로 고생을 하는 경우,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보청기효과로 보청기에 대한 불신이 생겨 난청의 조기치료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흔하게 나타난다.

보청기는 올바른 처방도 중요하지만 재활과정도 중요하다. 효과적인 재활을 위해서는 귀의 질병이나 보청기 착용 후의 청력 변화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와 보청기를 조절해주고 정기적 청력을 관찰해주는 청각사, 환자를 이해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상담사가 하나가 되어 관리할 필요가 있다. 보청기 착용 후에도 잘 듣기 위해서는 듣는 요령이나 대화법에 대하여 교육이 필요하다. 소리는 귀로 듣지만 이해하는 것은 뇌이다. 소리를 듣는 귀에만 초점을 둔 보청기만으로는 효과적인 청각회복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뇌의 청각기능을 반영한 보청기 처방과 조절 및 사후관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기에 올바른 난청진단과 보청기 착용을 통하여 타인과의 소통에 자신감을 되찾고, 다양하고 적극적인 인간관계를 통하여 내적인 성숙함을 가짐으로써 더욱 멋스러운 중년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