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가 아프면 꼭 MRI를 찍어야 하나요?"
얼마 전 모 공영방송국 아침 프로그램에서 어깨 질환을 주제로 필자의 병원을 촬영한 적이 있었다. 어깨 회전근개 파열의 치료법에 대해 필자가 인터뷰를 마친 후 환자분들에게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그런데 촬영 도중 환자 한 분이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필자에게 어깨가 아프면 MRI가 꼭 필요한지를 반복적으로 물어보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이전에 치료하던 병원 세 군데에서 모두 한 번씩 MRI를 찍게 되어 MRI만 총 세 번을 찍었다는 것이다. 환자분 입장에서는 어깨 질환을 진단하는 데에만 MRI로 이미 많은 비용을 지불하였기 때문에, 막상 치료를 시작하려고 하니 비용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상기 환자분의 경우처럼 어깨가 아파서 병원에 가면 줄곧 MRI를 권유하고는 한다. 그렇다면 MRI를 권유한 병원들은 모두 상업적인 이유로 비싼 MRI를 권유한 것일까? 사실 MRI는 관절이나 척추 질환을 진단하는 데 매우 유용한 검사이다. 엑스레이나 CT 등은 뼈 이외에는 관찰이 불가능한 반면, MRI는 힘줄이나 디스크, 연골 등의 연부조직까지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깨 관절의 경우에는 MRI를 대체할 수 있는 좋은 검사법이 있다. 바로 '초음파'라는 검사이다. 초음파 검사는 초음파를 생성하는 기기를 인체에 밀착시켜 초음파를 보낸 다음 되돌아오는 초음파를 실시간으로 영상화하여 관절 내부를 진단하는 방법이다. 검사에 걸리는 시간이 MRI보다 훨씬 짧고 간편하며, 방사선이나 자기장 등을 사용하지 않아서 인체에 해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MRI 등에 비하여 비용 부담도 적고, 무엇보다 어깨 힘줄 내부의 질감까지도 확대하여 볼 수 있어서 회전근개 염증이나 부분 파열도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초음파는 어깨 질환의 진단에 있어서 가장 근간이 되는 검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깨 질환을 진단하기 위해 MRI 대신 초음파 검사를 무조건 시행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초음파 검사는 의료진의 숙련도가 매우 중요하다. MRI 검사의 경우 MRI 장비만 좋으면 누가 검사를 하든 동일한 결과를 나타낸다. 그러나 초음파 검사는 검사자가 초음파 기기를 어떻게 위치시키느냐에 따라 결과가 확연히 달라진다. 즉, 초음파에 숙련된 의사가 검사를 할 경우에는 MRI에서 잘 보이지 않는 회전근개 부분 파열이나 초기 염증까지도 진단이 가능한 반면, 경험이 많지 않은 의사가 초음파를 사용시는 힘줄의 대형 파열조차 놓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어깨 관절 깊숙이 있는 물렁뼈 등은 초음파가 도달하는 깊이를 정교하게 조절하지 못하면 정확한 영상을 얻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시술자의 경험과 능숙함 정도에 따라 결과의 차이가 많기 때문에 무조건 초음파 검사가 MRI 검사보다 좋다고만은 할 수 없는 것이다.
최근 한 뉴스에서 서울에 있는 MRI 대수가 영국 전체를 합친 MRI 대수보다 많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 만큼 우리나라의 의술이 더 활성화되어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무조건 고가의 MRI 장비에만 의존해서 모든 환자를 진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질환을 진단하는 데 있어서 더 적은 비용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면 분명 의료진이 고민해봐야 할 부분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