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외모를 적극적으로 가꾸는 남성을 일컫는 '그루밍 족'이 늘면서 남성용 화장품보다 선택의 폭이 넓은 여성용 화장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남성도 늘고 있다고 한다. 피부과 진료 때 과거에는 민감한 피부를 가진 남성들이 여성용 스킨이나 로션과 같은 기초 제품 사용에 대해 문의를 많이 했다면, 최근에는 노화방지 기능이나 색조 화장품의 선택 방법 등을 문의하는 경우가 많다.
남성들이 여성용 화장품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괜찮을 수도 안 괜찮을 수도 있다. 화장품은 성별을 떠나서 자신의 피부 상태에 맞는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 남자와 여자의 피부는 두께, 탄력, 노화의 양상, 피지 분비, 진피 내 피부세포가 재생하는 시간 등 여러 가지로 차이를 보인다. 피부가 뽀얗고 깨끗한 남자들 조차도 여성에 비해 모공이 크고 피지 분비가 활발해 노폐물이 많기 때문에 쉽게 더러워진다.
남성 피부는 여성에 비해 피지량이 많은 반면 수분 함량은 3분의1 밖에 안 된다. 이 때문에 면도 후에 아무것도 바르지 않을 경우 허옇게 각질이 일어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충분한 수분 공급과 피지 분비 조절이 필요하다. 특히 잦은 면도로 인해 크고 작은 미세한 상처도 많이 생기며 천연 보습막이 손상되어 메마르고 윤기 없는 피부가 되기 쉽다.
또 피부가 여성보다 약 25% 정도 두껍기 때문에 여성들만큼 쉽게 잔주름이 생기지는 않지만, 일단 주름이 생기기 시작하면 깊이 파이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피부 표피층이 얇아지는 속도는 남성 피부가 훨씬 빠르다. 여성보다 남성의 피부가 더 빨리 피부 탄력을 잃는 것은 그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음, 흡연, 과로, 스트레스에 많이 시달리기 때문에 점차 수분을 잃어 노화가 촉진된다.
메이크업을 따로 하지 않는 남성들은 특별하게 이중 세안이 필요하지 않지만, 썬스크린 제품을 사용한 경우라면 이중 세안을 권한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피부결이 거칠기 때문에 모공에 이물질이 많이 쌓이므로 세안으로 항상 피부를 청결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은 컬러 로션이나 비비크림 사용이 늘고 있다.
기초 메이크업을 하는 남성들은 화장품이 피부에 남지 않도록 색조 제품을 썼을 경우 클렌징 젤이나 로션으로 1차 세안을 한 후 폼 클렌저를 이용하여 이중 세안을 하는 것이 좋겠다. 가끔 세안하면서 피부에서 뽀드득한 느낌이 있을 때까지 무리하게 씻는 습관이 있다면 고치는 게 좋다. 피부가 지나치게 건조해져 주름이 생기거나 민감해지기도 쉽다.
피부 노화의 원인은 많이 있는데 예방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 자외선차단제 사용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자외선차단제를 바른 후의 답답한 느낌이 싫어서 사용을 꺼리다가 검버섯이나 깊은 주름이 생긴 후에야 비로소 바르기 시작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어려서부터 사용해야 자외선차단제 사용에 익숙해지고 피부노화를 예방할 수 있다.
수분 함량이 떨어져서 피부가 건조해지면 노화가 시작되므로 세안 후 보습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유분감 때문에 크림류가 부담스럽다면 가벼운 젤 타입의 수분 제품을 사용하면 좋다. 40대 이상이라면 특히 건조해지기 쉬운 눈가나 입가에는 아이 크림이나 안티에이징 에센스를 사용해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고, 일주일에 한번 정도는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트 마스크를 이용해 충분한 영양을 보충해주면 좋겠다.
/기고자 : 아름다운나라피부과 서동혜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