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앞을 못 보셨어요. 내가 눈앞에 있는데도 못 보시고. 자꾸 다른 곳을 바라보시고...”, “시신경 손상이 크면 수술은 힘들어요. 어머니는 말기 녹내장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아요”. 몇 년 전 녹내장을 다룬 한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들이다. 드라마 속 어머니는 평소 별 증상이 없다가 갑자기 시야가 뿌옇게 흐려졌다.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아갔지만 이미 진행된 녹내장으로 시신경은 돌이킬 수 없이 손상된 상태였다.
백내장, 황반변성과 함께 3대 실명 원인에 속하는 녹내장.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녹내장 관련 질병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3년 25만 5천여 명에서 2011년 50만 1천여 명으로, 8년 동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녹내장은 안압이 상승하여 시신경이 눌리거나, 정상 안압이라도 혈액공급에 장애가 생겨 시신경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녹내장은 크게 급성 녹내장과 만성 녹내장으로 구분할 수 있다. 안압이 급격히 상승하는 급성 녹내장은 시력 감소, 두통, 구토, 충혈 등으로 바로 증상을 감지할 수 있다. 이 때 안약 점안, 안압 하강제 복용 등의 치료를 통해 안압을 떨어뜨려 시신경을 더 이상 손상되지 않도록 보존하면 실명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녹내장 환자 절반이상이 해당되는 만성 녹내장. 녹내장학회가 2008년 조사한 결과 녹내장의 국내 유병률은 3.5% 이고 이중 77% 는 정상 안압에 속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드라마 속 인물처럼 정상 안압에 오는 만성 녹내장의 경우,‘소리 없는 실명’이라고 불릴 정도로 시신경이 손상될 때까지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만성적으로 서서히 신경이 손상이 되는데, 시야 손상시에 주변 시야의 손상이 먼저 오고 중심 시력은 말기까지 보존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시력 이상 증상을 느꼈을 때는 이미 녹내장 말기고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약물치료, 레이저치료, 수술 등으로도 복구시킬 수 없기 때문에 실명을 피하기가 어렵다.
녹내장은 치료를 통해 시신경 손상 진행을 멈추거나 늦출 수 있다. 그러나 손상된 시신경은 되돌릴 수 없고 치료가 너무 늦으면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 년에 한 번씩 녹내장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정상 안압인 경우에도 시신경이 손상되는 경우가 있으므로 안압 검사 이외에 안저 촬영을 통해 시신경 섬유층의 손상 여부 또한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평소 실생활에서도 물구나무서기, 목을 조이기, 어두운 곳에서 눈 사용하기, 알코올 및 카페인 과다 섭취 등 눈에 압력을 주거나 눈 건강에 좋지 않은 행동은 삼가는 것이 좋다.
/기고자 : 아이러브안과 박영순 원장